미디어셀러는 영화, 드라마 같은 방송에 노출된 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말한다. 책이 출간되었던 당시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다가도 영상물의 흥행이나 기대 몰이에 따라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을 ‘베스트셀러 순위 역주행’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의 노래가 음원 순위를 역주행하는 현상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디어셀러 현상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셀러는 출판 업계의 공인된 주요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흥행 드라마나 영화 내용에 관련된 책도 미디어셀러의 범주에 포함된다. 지난해 완간된 웹툰 단행본 《미생》은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에 100만 부를 돌파했다. 기존에는 독자층이 주로 30~40대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방송 이후 20대 독자들의 비율이 늘었다. 소비자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개된 책을 보면 친숙하게 느끼고, 구매하게 된다. 이처럼 미디어의 덕을 본 책들은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사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미디어셀러의 위상이 커진 만큼 출판업계를 더 암울하게 만드는 문제점이 늘고 있다. 미디어셀러 성공에 눈이 먼 일부 출판사들이 PPL(간접광고)을 위한 억지스러운 노출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고 있으면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만에 유명해질 수 있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이 떠올릴 만하다. 자금력이 있는 출판사들은 방송 미디어와 손을 잡으면 미디어셀러를 만들 수 있다. 시청률 20%를 넘는 인기 드라마의 결정적인 장면에 딱 3분만 아무 책이나 노출한다면 그 책은 유명해질 수 있고, 미디어셀러가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미디어 노출을 노리고 거액의 마케팅비를 투자하기도 한다. 드라마 단순 노출의 경우, 천만 원 이상 금액을 잡아 투자한다. 회당마다 꾸준하게 책을 노출하려면 마케팅 비용은 비싸지고, 많으면 억 단위까지도 나온다. 결국 미디어셀러는 어느 날 갑자기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한순간에 대박 나는 책이라기보다는 출판사와 방송 미디어가 합작한 상품이다. 미디어셀러 열기에 독자의 관심을 먹으면서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할 책이 미디어의 파생 상품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방송’이라는 남의 손을 빌려 만들어 낸 미디어셀러의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영세 출판사의 좋은 책들이 독자의 관심 밖으로 멀어질 수 있다.  

 

미디어셀러 성공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출판시장에 길게 드리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라도 쫓으려는 일부 출판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화려한 성공으로 비친 미디어셀러 열광 속에 가려진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바로 크눌프 출판사의 《데미안》 논란이다. 1919년에 나온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KBS 인기 드라마 ‘프로듀사’ 때문에 뜬금없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간 현상을 그저 좋게 볼 수 없다. 《데미안》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다고 해서 ‘고전 도서의 역주행급 인기’ 운운하면서 미디어셀러 열풍을 예찬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 믿는다. 드라마에 노출된 《데미안》이 다른 출판사(민음사, 문학동네)의 기존 번역서를 짜깁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민음사와 문학동네는 문제의 《데미안》을 펴낸 크눌프 출판사를 상대로 강력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크눌프 출판사의 《데미안》이 알라딘 베스트셀러 순위에 버젓이 있는 것을 보면 크눌프 출판사 측은 표절번역 논란에 무심한 듯하다. 문제 있는 책은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회수, 폐기하여 독자들을 농간한 점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 크눌프 출판사가 표절번역 논란을 이슈 몰이로 이용하여 출판사 이름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잘못 알려진 이 문구는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쓰레기 같은 상품도 유명해지면 최고가의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명성만 갖춰도 내용과 상관없이 대중은 열광한다. 똥 같은 최악의 책마저 대중에게 박수를 받는 미디어셀러가 된다. 출판사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책을 만들어야지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방송 미디어의 눈치를 보면서 책을 만들면 안 된다. 우리 독자는 TV에 나오는 책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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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1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문제 말이에요.. 다른 출판사 번역들은 안전한가요? 전 데미안 을유버전으로 가지고 있는데 비교해볼 도리가 없으니~ 저 책을 사다 보긴 싫고. 표지도 얼핏 보면 민음사 모던클래식이고요. 첨엔 모던클래식에 헤세라니 웬 말이냐 했는데 딴 출판사더군요. 어떤 결론이 날지, 음 지적 저작권에 대한 판례가 추가되려나요..

cyrus 2015-06-14 10:33   좋아요 0 | URL
제가 뭐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만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 수백 종이 넘을 정도로 번역본이 많으니 그 중에 엉터리 번역본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번역본이 너무 많아서 원문을 대조해서 비교하기가 쉽지 않죠. 이번 기회에 번역 표절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적 저작권이 강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바 2015-06-13 23:34   좋아요 0 | URL
아 제 댓글이 명확하지 않았군요. 을유판 데미안 번역도 무지 좋아서 여기 번역도 참고한게 아닌가 해서요. 앞부분이라도 좀 봐야겠네요..

cyrus 2015-06-14 10:3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제가 에이바님의 댓글을 잘못 이해했어요. ^^;;

만병통치약 2015-06-1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뉴스에서 볼때는 그냥 단순한 표절인줄 알았는데 이건 완전히 작정하고 덤벼들었군요. 저작권에 대한 처벌이 약한가 보죠? 징벌적배상이 존재한다면 생각하지도 못할 범죄일텐데요.

cyrus 2015-06-13 22:15   좋아요 0 | URL
2010년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번역본 표절에 대해서 법원은 지적 재산권 침해로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판례를 감안한다면 크눌프 출판사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은비뫼 2015-06-12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눌프 출판사는 헤세에 대한 애착으로 출판사명
을 지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실망이네요. 번역짜집기라니.. 무엇이 진실인지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06-13 22:21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 공식 카페에 가면 번역 표절을 증명해줄 사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제목은 ‘<데미안> 번역,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입니다. 이 정도면 크눌프 출판사도, 번역자도 변명하지 못할 겁니다.

transient-guest 2015-06-1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눌프라는 출판사 이름 자체가, 그리고 이제까지 나온 책이 딱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점, 묘하게 맞물리는 출판날짜와 드라마 방영날짜를 보면 기획단계에서 이미 `프로듀사`의 소품으로 제작되었고 이에 맞춰 판매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저는 KBS의 누군가도 아마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cyrus 2015-06-13 22:24   좋아요 0 | URL
게스트님 생각에 수긍합니다. 이번 문제는 그냥 법적 대응으로만 넘어가선 안 됩니다. 인지도가 낮은 출판사가 어떻게 단번에 방송사 드라마에 책을 PPL를 하게 되었는지 그 커넥션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PPL 때문에 불법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사실로 증명되면 미디어셀러 효과에 대해서 재고해야 됩니다.

Jeanne_Hebuterne 2015-06-13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얼핏 보고 민음사 모던 클래식인 줄 알았어요. 그냥 좋은 책을 좋다고 말하고 싶은 독자 입장에서, 정말 너무하다 싶어요. 미디어 셀러, 판권 다 된 책을 무더기로 출판하기. 일례로 몇 년 전 한국의 헤밍웨이 붐, 위대한 개츠비 영화 개봉과 책 판매, 드라마에 나온 책 불티나게 팔기 등등. 알맹이보다 곁가지가 더 화려한 것 같아요.

cyrus 2015-06-13 22:2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이런 긍정적 현상만 언론에 비추니까 불황이었던 출판시장이 조금이라도 회복기에 접어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어요.

간서치 2015-06-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몰랐던 세계의일이었네요 덕분에 알았네요
.. 전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그래도.. 책을 읽게 될거라고 좋아하기만 했는데.. 역시 세상일은 겉만 봐선 모르는 건가봐요 배우고 갑니다

cyrus 2015-06-13 22:30   좋아요 0 | URL
독자들이 미디어셀러 효과의 긍정적인 면만 볼수록 TV에 노출된 책만 찾으려는 경향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정작 미디어에 노출되지 못한 책들은 독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TV에서 소개되는 책보다는 알라딘 북플 독자서평을 참고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고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것을 미디어셀러라고 하는군요.
가끔 유명 배우가 드라마에서 읽었다고
즉시 사서 읽는 사람이 저는 오히려 더 이해가 안 갑니다.
약간 또라이들 가틈...책을 무슨 악세사리로 여기다니 말이죠...

cyrus 2015-06-14 10:29   좋아요 0 | URL
책은 자신이 읽고 싶은 마음에 들어야 사는 것이 맞는 일인데 유명 인사들이 읽는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것만 찾는 모습은 씁쓸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출판사 공식 카페에 가입한 곳이 열린책들 출판사였습니다. 카페에 가입한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습니다. 4년 전부터 카페에 접속하는 일이 드물어졌어요. 출판사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접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제 열린책들 카페지기 온마담님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는데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뷰대회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쥐스킨트의 대표작 《향수》 출간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열린책들 출판사가 리뷰 이벤트를 준비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향수》와 《좀머 씨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신간도서 사전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출간에 앞서 가제본을 읽고 서평을 남기면 됩니다. 서평단 신청은 황금가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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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6-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은게 96년인가 97년인가 쯤이었던것같아요.
그때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기억이^^

cyrus 2015-06-12 20:30   좋아요 1 | URL
1996년, 1997년에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ㅎㅎㅎ <좀머 씨 이야기>가 나온 해가 1992년이었는데 전 이때 <좀머 씨 이야기>라는 책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해피북 2015-06-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페이스북으로 봤는데 저는 조 셜록홈즈에 참여해보고 싶더라구요 ㅋㅂㅋ

cyrus 2015-06-12 20:30   좋아요 0 | URL
비록 가제본이지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요. ^^

stella.K 2015-06-1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리뷰대회 상품치곤 정말 소박하다.
아닌가...?
<향수>는 영화로 본적이 있어도 쥐스킨트 소설은 아직
한번도 읽지 않아서 김에 한 번 읽어 볼까 했는데
상품이 나에겐 별로라 쫌 그러네
난 돈으로 주는 게 좋은데...ㅋ

셜록 홈즈도 왜 하필 가제본이란 말이냐?
나중에 책 받으면 다시 읽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게 되던데...ㅠ

cyrus 2015-06-12 20:31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상품이나 상금이 걸린 이벤트 좋아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6-1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홈즈 이벤트 등록은 했지만, 해외라서 기대는 않고 있습니다.ㅎㅎ
 

 

 

따로 긴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도전해보세요.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 개 이상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잉하면 온라인 서점에서조차 공지하지 않는 서평단 모집 소식을 적어도 두세 개를 알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댓글을 달면 책 선물을 주는 게릴라 이벤트도 많습니다.

 

참고로 한길사 서포터즈로 활동을 하게 되면 페이스북에도 서평을 올려야 합니다. 한 달에 한길사에서 나온 책 두 권을 읽던데 제가 아는 형이 1기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걸 봤어요. 저도 1기 때 신청했는데 제 페이스북 계정이 너무 썰렁해서 그런지 서포터즈로 선정되지 못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분은 서포터즈에 선정될 확률이 낮을 겁니다. SNS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출판사 서평단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 서포터즈 신청 안내

 

- 모집인원: 10명

- 모집기간: 6월8일 ~ 6월21일 (발표 6월24일)

- 모집대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보유자 그리고 한길사 독자라면 누구나

- 활동기간: 6월29일 ~ 9월29일까지 (3개월) 

 

 

• 서포터즈 활동사항

 

- 매월 한길사 신간을 읽고(2권) 서평 작성 후  온라인 서점, 개인 블로그, SNS 등 최소 2곳에 게재

- 일정 수준 이상의 서평 &적극적인 게시 활동을 하는 서포터즈 3명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증정 

 

 • 한길사 서포터즈 혜택 사항

 

- 한길사 아트상품 증정

- 작가와의 만남 등 각종 이벤트 우선 초대 

 

 

 • 신청하기 ▷ http://goo.gl/forms/KnwuTVoTCC
 

*활동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서포터즈는 활동과 혜택에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샘터 물방울 서평단 7기를 모집합니다 (모집기간: ~6/30까지)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샘터출판사 블로그] 를 참고해주세요.

 

http://blog.naver.com/isamtoh/220380864776
 
바로 신청을 원하시는 분은

 

https://docs.google.com/forms/d/1dEqOHPGR71DkqdehVRZ_-qdS9yBBZtBiQOA5CGfj_ws/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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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6-09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길사 서평단은 너무 탐이 나지만 페이스북이라니요.....트위터도 서평단하려고 어쩔 수없이 만들어서 엉터리로 운영하는데(소통없는) 페이스북까지 아이고..

csp 2015-06-10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과 뜸하게 접속하는 트위터 말고는 따로 sns를 하지 않아 아쉬울 뿐이네요. :(

fledgling 2015-06-10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말고 따로 sns 는 하지않아성...

단발머리 2015-06-1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눈이 번쩍 뜨이는 좋은 소식 감사해요. 근데 전 트윗터도 안 한지 조금 됐고 페이스북은 더더욱... 서평단도 부지런해야돼요~ 그죠? 근데 요기 위에 분들 반가운대요. 하고 있는 sns가 북플 뿐 ㅋㅎ 저랑 똑같아요^^

AgalmA 2015-06-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sns는 북플만....다들 북플 죽돌이;;;....매일 대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sns 안하고 편안할 방도를.

cyrus 2015-06-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페이스북 활동이 뜸하다고 해서 벌써 포기하면 안 됩니다. 여러분이 즐겨하는 북플도 ‘책 읽는 사람들’의 SNS입니다. 한길사 서포터즈 지원 이유에 북플의 장점을 강조한다면 충분히 선정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집 기간이 넉넉하니 한 번 신청해보세요.
 
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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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이 쓰는 신조어 중에 ‘창렬스럽다’, ‘혜자스럽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궁금하면 검색어에 ‘김창렬’을 쳐보시라.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왕년의 인기 그룹 가수 DJ DOC에 관한 사진과 내용보다는 음식 사진이 더 많이 나온다. 연관 검색어를 보면 ‘창렬푸드’라는 단어도 있다. ‘창렬푸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김창렬은 각종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연예계의 사고뭉치로 알려졌다. 합의금으로 가수 활동을 하면서 벌여놓은 수입을 다 쓴다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도 전해진다. 그랬던 그가 식품업계에 뛰어들면서 2009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편의점 음식상품을 내놓았다. 세븐일레븐은 꼬치, 순대, 미니족발 등 야식 위주의 메뉴를 판매했다. 그런데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대비 품질이 좋지 않다는 불만이 나왔다. 포장 속 사진과 비교하면 실제 내용물 구성이 너무 부실해서 과대 포장 의혹이 불거졌다. 누리꾼들은 ‘창렬스럽다’, ‘창렬푸드’ 등의 용어를 만들어 과대포장을 비아냥대기에 이르렀다. 과대 포장 과자를 ‘창렬스럽다’라거나 ‘창렬 과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은 부랴부랴 음식의 양을 늘렸지만, 이미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마저 잡을 수 없었다. 김창렬은 자신의 이름을 빗댄 신조어가 부실한 내용물이 담긴 과대포장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에 분노를 드러내어 식품업체를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대로 ‘혜자스럽다’는 도시락 상품의 양과 질이 모두 뛰어나면서 생긴 말이다. GS25는 2010년에 ‘김혜자 도시락’을 선보였다. 김혜자 도시락은 속이 꽉 찬 구성의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의 상품을 두고 ‘혜자푸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스럽다’는 어떠한 성질이 있음을 의미하는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우리는 음식의 맛을 더 실감 나게 표현하려고 단순하게 ‘맛있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 맛있어 보이려는 표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음식의 맛을 형용사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 언어학 교수 댄 주래프스키는 맛집 리뷰와 후기를 분석한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맛있는 음식을 관능을 자극하는 성적 표현이 난무했고, ‘대단한’, ‘놀라운’ 같은 형용사는 ‘평범한’, ‘나쁜’, ‘끔찍한’에 비해 더 자주 쓰였다. 음식에 대한 호평이 악평보다 많은 사실에 대해서 댄은 먹기 좋고 맛있는 음식을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가 음식의 맛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든다고 봤다. 맛깔나게 먹는 행위를 표현하는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 침을 삼키게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사용하는 일상의 단어 속에 음식 섭취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창렬스럽다’와 ‘혜자스럽다’ 같은 신조어는 식욕 취향이 반영된 요리의 문법의 또 다른 사례가 된다. 이름에 접미사를 붙여 꼬집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기대와 그 기대를 저버린 행동으로 인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빗댄 ‘놈현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감을 주는 데가 있는 사람이란 뜻이 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명박스럽다’도 명명백백한 사실이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사람,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지칭한다. 이처럼 ‘창렬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린 질 나쁜 음식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말이다.

 

과거에는 음식은 생존의 의미 그 자체였다. 살기 위해서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이제 음식은 탐닉과 즐거움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 산다. 이러한 심리적 성향을 잘 반영한 것이 고급 레스토랑이다. 외식업소에서 메뉴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메뉴에 의해 식당 하나가 흥하기도, 또 망하기도 한다. 메뉴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 ‘맛’이다. 그러나 오늘날 복잡해진 외식시장에서 ‘맛’만으로 모든 것을 승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메뉴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만약에 레스토랑을 운영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댄 주래프스키 교수가 쓴 책 《음식의 언어》 제1장 ‘메뉴 고르기 :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 네 가지 방법’을 참고하시길.

 

식당을 찾는 고객을 영화관에 온 관객으로 가정해본다면, 메뉴는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주인공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로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인상적인 이름을 지어주어 관객의 시선을 붙들고 식당을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값비싼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또 근사한 느낌이 드는 고급스러운 단어도 넣어도 좋다. 그러면 고객은 음식물을 입으로 삼켜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음미를 한다.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에 남보다 더 잘나 보이고 싶은 욕망이 스며 있다. 실제로 요리를 설명하는 단어가 하나씩 늘수록 음식 가격이 높다. 음식의 출처 즉 음식을 만들면서 사용된 원재료의 출처를 밝혀준다면 고객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식당은 시골에서 재배한 채소로 음식을 만듭니다’ 대신 ‘어머님이 경기도 이천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땀이 깃든 채소로 정성스레 음식을 만듭니다’라는 문구를 메뉴에 표기하면 레스토랑 음식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음식의 문법은 우리가 미처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그 힘에 의해서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고, 먹는다. 감자 스낵(포테이토칩)은 아이들이 자주 먹는 식품 중 하나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색소나 향료, 맛 페이스트 등을 첨가하는 다른 과자들에 비해 생감자를 그대로 잘라 튀겼기 때문에 트랜스지방이나 식품첨가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기 쉽다. 포장지에 적힌 ‘트랜스지방 제로’, ‘저지방’, ‘몸에 좋은 국내산 감자’라는 홍보 문구를 믿고 감자 스낵을 아이에게 사주는 부모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구들은 감자 스낵이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믿게 하게끔 하는 광고업자의 전략이다. 특히 가격이 비싼 감자 스낵일수록 트랜스지방이 없는 건강 감자 스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듯 음식의 문법은 식품 혹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지만, 때론 맹신이 되어 성분 확인을 소홀히 하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음식에 대한 집착과 관심이 있다. 풍요 속 빈곤이라 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먹거리는 넘친다. 미각 경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집착이 커질수록 미각을 최대한 확장해 문화적으로 상업화하려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TV와 인터넷, 미디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단연 ‘맛있는 음식’이다. 매일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 사람들은 SNS에 보란 듯이 음식 사진을 올리면서 음식의 맛을 평가한 것을 여러 사람에게 공개한다. 본래 우리 문화는 남들이 밥 먹는 것을 지켜보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먹방 전문 채널마저 생겨나 인기를 끈다. 식탐을 자랑하고, 서로 지켜보는 걸 즐기며 욕망의 해방을 부추기는 현상 속에 요리를 매개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알리고 싶은 인간의 과시 성향을 엿볼 수 있다. 현실 불만족에 비롯된 심리적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지금도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 사진을 대량으로 올린다. 24시간 미각에 열려 있는 소비자들은 입으로만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시청각 등의 오감으로 음식을 즐기며 새로운 미각 경험을 쌓길 원할 것이다. 내년에도 다른 이들의 식탐에 행복해할지, 또 다른 욕망의 관음이 판칠지는 미지수다. 음식의 문법과 먹방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우리, 심리적 허기를 의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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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모론을 좋아하는 제갠 요즘 넘쳐나는 먹방과 셰프 프로는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ㅎㅎ

cyrus 2015-06-09 18:51   좋아요 0 | URL
음식을 먹으면 모든 걸 잊게 만들죠. 그만큼 먹방이 대중을 쉽게 유혹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정신 건강에 그리 좋지 않은 방송이에요. ^^

AgalmA 2015-06-08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스럽다 -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논의를 펼친다. 현재까지 배탈난 사람은 없는 걸로 보고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시샘난 사람들은 있을 걸로 추측한다 [알라딘 서재 야매 백과사전]

cyrus 2015-06-09 18:53   좋아요 0 | URL
지식이 부족해서 북플 서평이나 댓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걸 배우려고 합니다. ㅎㅎㅎ 백과사전 내용에 수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

fledgling 2015-06-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신조어인가 보군요~ 알아두고 신세대 애들과 놀 때 써먹어주는 센스!
신조어 2단어로 이렇게 글을 풀어쓸수 있다니..!

cyrus 2015-06-09 18:54   좋아요 1 | URL
`창렬스럽다`라는 말은 되도록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운 없으면 김창렬 씨에게 고소 먹을 수 있습니다. ^^

수이 2015-06-08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캬하_ 좋다. :)

cyrus 2015-06-09 18:54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

세실 2015-06-0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렬스럽다, 혜자스럽다가 그런 뜻이군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15-06-09 18:5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조어를 기막히게 잘 만들어요. ㅎㅎㅎ

narr77 2015-06-0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감으로 먹는 음식~~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5-06-09 18:55   좋아요 0 | URL
긴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돌궐 2015-06-09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김사인 시인의 `먹는다는 것`을 읽었던 참입니다.
몇 줄 안되니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먹는다는 것
김사인

내 안을 허락한다는 것.
너에게 내 몸을 열고 싶다는 것 내 혀와 이빨과 목구멍과 대장과 항문을 열어준다는 것 그렇게 음탕한 생각.
또한 지금의 내가 아니고 싶다는 것 지금의 죽음이고 싶은 것 다른 나이고 싶다는 것 사랑을 느낀다는 것.
너를 내 안에 넣고 싶다는 것 네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것 너이고 싶다는 생각 네가 아닌 나를 더는 견디지 않겠다는 의욕.
너를 먹네
포충식물처럼 끈끈하게, 세포 하나하나까지 활짝 열어 너를 맞네 세포 하나하나까지 너에게 내주네.
그러므로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 모든 구애가 그렇듯이
밥이건 고기건 사람이건
먹는다는 것은 먹힌다는 것 죽음처럼 아찔한 것 길고 황홀한 키스 먹는다는 것은 갖고 싶다는 것 새 자동차를 장화를 장미를 새끼 고양이를 향해 눈이 빛나는 것 같이 있고 싶다는 것 한 몸이 되고 싶다는 것.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랜 식욕의 역사
몸 너머 영혼 속에까지 너를 들이고 싶은 것 네가 되겠다는 것 기어이
먹는다는 것은.

- <어린 당나귀 곁에서>, 52-53쪽



cyrus 2015-06-10 22:58   좋아요 0 | URL
돌궐님, 좋은 시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랜 식욕의 역사’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갑자기 식욕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 ‘자유주의 – Liberalism’는 왜곡된 정보와 편향된 주장이 난무하는 세상을 비춰주는 자유주의의 등불이라도 되는 것처럼 중립적인 사실을 그럴듯하게 전달한다.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포장한 글을 보면 페이지 관리자 혹은 게시물을 만드는 필자의 지적 수준이 의심된다. 논리력이 결여된 내용을 들먹이면서 자유의 가치를 표방한다. 자유주의의 의미를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로 이해하려는 아이들이 있을까 봐 우려스럽다. ‘자유주의’ 페이지 게시물들은 사진과 짤막한 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파워포인트 발표용 자료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이슈를 깊이 이해할 수 없다. 자유주의는 날로 먹듯이 공부한다고 해서 이해되는, 간단한 이념이 아니다. 이런 간결한 근거 자료를 사람들은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근거 자료를 비판하는 정제된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사회문제를 편향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자유주의’ 페이지는 자신의 주장이 유리하도록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견강부회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주에 ‘<진격의 거인>의 정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이 게시물은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의 글을 토대로 만들었다. 한 위원은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을 예로 들면서 감성에 휩쓸리는 무지한 대중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거인을 ‘반이성 집단주의’로 비유하여 자유를 위해 이성을 지키려는 합리적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리고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그림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거인』 그리고 『잠든 이성은 괴물을 낳는다』(줄여서 ‘잠든 이성’이라고 하겠다)를 소개하면서 고야를 계몽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만화 속 거인을 무조건 이성을 거부하는 무지한 대중 또는 이를 몽매하게 만드는 여론으로 비유한 것을 적절하지 않다. 거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주인공 엘렌 예거가 거인으로 변신하는 줄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엘렌은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가득한 캐릭터다. 그가 자유를 위협하는 거인을 조종하는 힘을 가진 상황은 역설적이다. 나는 <진격의 거인>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게시물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지 못했다면 만화 줄거리를 그럴듯하게 끼워 넣은 한 위원의 주장에 수긍할 뻔했다.

 

한 위원의 글에 비판받을 대목이 또 하나 있다. 한 위원은 만화에 나오는 거인의 디자인을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기원했으며 사투르누스를 ‘무지한 시간’으로 해석했다. 또 고야를 학살과 폭력의 광기에 맞서는 자유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고야의 거인 그림만 봐도 우리는 만화 <진격의 거인>이 저절로 연상된다. 그러나 이 유명한 거인 그림이 고야가 그리지 않은 것으로 판명났다. 2009년에 『거인』을 소장하고 있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은 『거인』을 그린 화가를 고야가 아닌 그의 조수 어센시오 훌리아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거인』은 에스파냐를 호시탐탐 노렸던 나폴레옹의 프랑스 혹은 에스파냐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체제 권력으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명확하게 통일된 해석은 나오지 않았다. 에스파냐를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해석도 있다.

 

 

 

 

 

 

 

 

 

 

 

 

 

 

 

 

 

『잠든 이성』은 흔히 이성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진리의 침묵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성의 힘이 상실된 무지한 몽매의 경고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해석은 고야의 의도와 상반된다. 『잠든 이성은 괴물을 낳는다』는 판화집 《변덕》의 49번째 작품이다. 책상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사나이 뒤쪽에 부엉이와 박쥐가 날아든다. 그림 왼편에 보면 책상에 앉아서 펜을 쥔 부엉이 한 마리가 있다. 전통적으로 부엉이는 부정적인 동물로 전해내려 왔다. 어둠, 꿈, 어리석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부엉이가 무조건 흉조로만 여겨졌던 것은 아니다. 로마 신화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신 미네르바(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테네)와 함께 다니는 신성한 새로 여겼다. 헤겔은 《법철학》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과 함께 나타난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완전히 밤이 되기 전에 이미 어둠의 도래를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미래의 예측은 정확해진다. 밤은 이성이 잠에 취하는 무지한 시간이면서도 예술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의 시간이다. 고야가 활동했던 18세기 유럽 계몽주의자들은 꿈을 이성의 반대라고 생각했지만, 고야는 꿈과 이성의 조화를 통한 예술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주의자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계몽주의 사상에 심취했지만, 한편으로는 공상에 대한 동경을 강하게 느꼈던 낭만주의자였다. 고야는 『잠든 이성』 밑에 그림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써넣었다. ‘상상이 이성과 만나면 예술의 어머니가 된다.’ 이 문장은 고야가 낭만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린다. 이성이 잠들면 공상은 인간의 악마적 본능, 삶의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광기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고야의 부엉이는 낭만적인 황혼 위를 날다가 감성이 메마른 척박한 땅으로 내려와 잠든 사나이를 깨우려고 한다. 사나이가 일어나면 예술적 영감을 알려줄 것이다. 

 

고야의 그림 속에는 온통 괴물과 광기, 참혹과 전율로 가득하다. 그의 그림은 감상자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고야는 세상의 추악성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 폭로했다. 그래서 고야를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해서 비판정신이 투철한 화가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고야의 예술을 아울러 본다고 할 수 없다. 청력이 상실한 만년의 고야가 그린 그림에는 살육, 광기, 마법 같은 어두운 주제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추악하고 끔찍한 세상의 진실을 너무나도 가까이 봤던 탓일까. 고야는 누구보다 먼저 무지한 몽매에서 깨어났지만, 그의 눈은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원초적 광기가 자세히 들여다볼 정도로 너무나도 예민했다. 올더스 헉슬리는 고야를 ‘슬픔의 끝까지 알았던 인간’이라고 했다. 그런 고야가 자신의 그림이 정치색으로 덧칠되어서 제멋대로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슬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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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식조차 없는 자유주의 게시글에 참담해집니다...하아. 거인=무지한 다수, 집단적 몽매 연결 자체도 오류지만, 제시한 `무표정`,`무뇌아`,`무언가 화난 표정`근거도 너무나 차별적이며 비논리적. 이상하게 보이면 감화원 보내던 시절의 시각이군요.
작가가 `무`자가 들어가는 단어나 관념에 대단한 오해가 있지 않나 싶네요; `만화에 빠지면 멍청이 대중된다`를 참 에둘러 말하신 듯...그리고 이어지는 고야 연결까지... 급피곤해지네요.
이 글 쓴 분은 다분히 의도에 치우쳐 그러셨겠지만, 어떻게 무의식이나 인간광기는 전혀 고려않고 이렇게 철저히 이원론적인 대립만으로 글을 쓸 수 있는지...휴, 한숨이.
cyrus님 이 글 쓰시느라 욕보신 듯...

cyrus 2015-06-08 20:30   좋아요 1 | URL
자유주의 페이지에 가끔 공감하는 글을 읽을 때가 있긴 합니다만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천 원짜리 지폐를 줍는 확률과 같아요. ‘진격의 거인=고야의 거인=무지한 몽매’ 이런 식으로 연관 지어 쓰면 그럴싸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허점이 보여요. 이 게시물 덕분에 고야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것 또한 몰랐던 것을 더 알기 위한 공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boooo 2015-06-0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 다른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 보일 때가 있는데 조심해서 봐야 할 곳이더군요. 그런데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죠.

cyrus 2015-06-08 20:33   좋아요 0 | URL
네. 자유주의를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으면서 게시물 내용이 무조건 맞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페크pek0501 2015-06-0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 나니 대중의 착각, 다원적 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cyrus 2015-06-08 20:35   좋아요 0 | URL
대중을 혼란에 빠뜨려서 몽매한 집단으로 만드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돌궐 2015-06-06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사람들일수록 확신과 완강함으로 가득 찬 문장을 쓴다고 하더라구요.
알면 알수록 글쓰고 말하기가 더 힘든 법인데...

cyrus 2015-06-08 20:3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그리고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진솔한 비판을 무시하기도 하죠. 돌궐님의 말씀을 저도 깊이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예전에 쓴 글 중에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면서 썼던 게 있을 겁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학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죽을 때까지 항상 공부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