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가 하나입니다. 각자가 다른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 모두 같은 기억, 같은 경험, 같은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걸 이 자리에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지금부터 다음 말에 ‘맞아 맞아’면 댓글에 Yes를, ‘에이, 저게 뭐야!’면 No라고 댓글을 달면 되겠습니다. 댓글을 달아! Yes or No!”

 

 


어렸을 때 외판원이 집집마다 책을 팔러 다니던 모습을 봤다. 여러분들 중에 집에 갑자기 찾아온 외판원 때문에 부모님이 할부로 전집류를 사준 적이 있다.

 

Yes or No?

 

 

앞부분은 개콘(개그콘서트) ‘말해 Yes or No’ 코너에 나오는 대사를 살짝 바꿔봤다. 옛날에 서점 등 매장에 직접 가서 책을 사기보다는 외판원의 반강제식 방문으로 전집류를 포함한 동화전집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여자 외판원이 우리 집으로 찾아와 책을 사달라고 어머니에게 간곡하게 홍보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어머니는 제 자식 똑똑하라는 마음에 비싼 돈을 들이면서까지 ‘학생대백과사전’과 40권에 이르는 위인전집을 구매했다.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나는 장난감 대신에 어머니가 사준 책을 읽었다. 그때 당시에는 중역 또는 축약으로 제맛을 살리지 못한 외국 명작 모음집이나 획일적 전집류가 판을 쳤다. 웬만한 어느 집에 가면 거실에 있는 전집류 책이 꽂힌 책장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계몽사, 삼성당, 금성출판사에서 만든 전집류가 많았다.

 

그래도 7080세대라면 추억의 전집으로 학원문학출판공사의 ‘에이브(ABE) 문고’를 많이 기억한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하도록 애서가를 키운 건 팔 할이 에이브 문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도 총 88권으로 이루어진 에이브 문고를 구하기 위해 헌책방이나 온라인 헌책방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헌책방에 가면 외롭게 책장에 꽂힌 낱권의 에이브 전집을 만날 수 있다. 헌책방 한 곳에 88권 모두 판매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희박하다. 에이브 전집 전권을 한 번에 사려면 온라인 중고장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에이브 전집이 시중에 구하기 힘든 오래되고 진귀한 책이라서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나는 에이브 문고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다만 초등학교 독서실에 에이브 문고가 꽂힌 것은 기억한다. 책 뒤표지에 큼지막하게 찍힌 검은색 알파벳 대문자 ‘ABE’가 있었다. 이때 나는 동서문화사에 나온 셜록 홈즈, 뤼팽 전집을 탐독했다. 한창 추리소설에 푹 빠졌던 시절이다. 이 전집에 ‘브레인스쿨’이라는 브랜드명이 붙여졌는데, 소설이 끝나는 책 뒤편에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능훈련’이라는 제목의 추리퀴즈가 실려 있었다. 요즘은 ‘아르센 뤼팽’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아르쎈 뤼뺑’으로 표기했다. 사실 나는 ‘루팡’이라는 이름이 친숙해서 악센트가 심하게 나는 ‘뤼뺑’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활자가 너무 작고, 삽화는 거의 사라질 정도로 출판 상태가 조악했지만, 그래도 홈즈와 뤼팽 전집을 다 읽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다. 이 전집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학교 도서관을 담당하는 선생님에게 전집을 달라고 부탁했다. 책 상태가 좋지 않아서 나 말고 읽을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니까 선생님은 뜻밖에 흔쾌히 나의 부탁을 수락해줬다. 지금도 우리 집 창고 안에 동서문화사판 홈즈, 뤼팽 전집을 보관하고 있다. 몇 년 뒤에야 내가 가지고 있는 전집이 전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초등학생 시절을 즐겁게 만든 최고의 책이기에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새 책》(박균호, 바이북스)에 부록으로 에이브 문고 목록이 실려 있다. 이 책 덕분에 에이브 문고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나는 에이브 전집을 읽었던 세대가 아니라서 아직은 에이브 문고를 가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에이브 문고 중에 재출간된 책은 읽어보고 싶다. 혹시 에이브 문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서 에이브 문고 목록을 새로 만들어봤다. 《오래된 새 책》에 있는 전집 목록을 바탕으로 하여 재출간된 책 제목과 출판사명을 써 넣었다. 아동문학 쪽에 문외한이라서 하나하나 작가와 책 제목을 대조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잘못되었거나 무지에 의해서 누락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몰랐던 정보를 댓글로 알려주신다면 목록을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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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1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o No. 이런 답이 사실이면 어머니가 절 미워 하신건가요? ㅠㅠ ㅋㅋ

cyrus 2015-06-18 21:4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슬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훌륭한 어머니입니다. 외판원이 파는 전집류들을 보면 내용이 부실한 것도 있어요. 가끔 외판원이 학교 교실에 몰래 와서 학생들에게 아동용 과학 전집을 홍보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책을 봤는데 우리 집에 방문한 외판원에게 구입한 과학 전집이었습니다. 출판사 이름만 바꿔서 내용이 완전히 비슷한 책을 팔더군요. 겉표지도 싹 바꿔서 저도 하마터면 속을 뻔 했어요. 그리고 외판원이 파는 전집류는 책값이 좀 비쌌어요. 90년대에 외판원 강제판매가 얼마나 심했으면 이를 문제 삼는 신문 보도까지 나왔어요.

간서치 2015-06-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 자라면서 제 책을 가져본적이 없었어요.. 책은 늘..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죠. 집에 책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래도 제가 이렇게나마 책을 좋아하게 된건.. 아마도 초등학교 때 학급문고에 좋은 책들이 많이 있어서 였겠지요.. 참으로 부럽습니다

cyrus 2015-06-19 16:49   좋아요 1 | URL
저도 중고등학생 때까지는 용돈으로 책을 사본 횟수가 1년에 한두 번 뿐이었어요. 대학 입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반 돈으로 읽고 싶은 책을 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을 때가 좋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학급문고를 읽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만병통치약 2015-06-1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ES 모르는 외판원은 아니고 동네 아는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몽사 전래동화 명작 동화 20권짜리였죠. 첫날 서로 보겠다고 동생이랑 싸우다 얻어터진 기억이 쨍합니다. ㅋㅋ 그 책 이후 사촌형에게 물려 받은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 세계명작전집을 재미있게 읽었죠. 보물섬, 송공자, 소공녀, 틈소요의 모험 등등...꽤 두꺼웠던것으로 기억나는데 청소년판과 완역판의 중간 이었던 듯합니다. 에이브판은 모르겠네요 ㅎㅎ

cyrus 2015-06-19 16:50   좋아요 0 | URL
저는 동생과 책 때문에 다툰 적은 없었어요. 동생은 저처럼 책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ㅎㅎㅎ

스윗듀 2015-06-1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새로 만드신 목록 멋지네요! 저도 어렴풋하지만 yes에요ㅋㅋㅋ나이가 나오는 건가요...?

cyrus 2015-06-19 16:51   좋아요 0 | URL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아이들은 외판원이 뭐하는 사람이 잘 모를 겁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6-1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국에 오기 전까지 읽은 책은 거의 대부분 금성출판사 등에서 어머님께서 사주신 전집류입니다. 한국/세계 위인전기, SF모음, 그리고 약 3-400권 정도로 소설/문학/위인전기로 구성되었던 계림출판사의 책이 기억나요. 지금까지 가지고 있으면 좋을 텐데, 다 남들 주고 남은건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이야기성서네요.ㅎㅎ 추억이 마구 돋아납니다..

cyrus 2015-06-19 16:52   좋아요 0 | URL
역시 금성출판사 전집류를 읽었거나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

돌궐 2015-06-19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윈터펠트 `아이들만의 도시`가 몇 년 전에 아롬주니어에서 새로 나왔어요. 목록에 절판되었다고 나와서요.
저는 에이브 문고 44권을 갖고 있었는데 `파묻힌 세계`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폼페이 발굴 등 고고학자들 이야기였는데 왜 그리 재미나던지...

cyrus 2015-06-19 16:57   좋아요 0 | URL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돌궐님이 알려주신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작가명이 ‘헨리 빈터펠트’로 나오는군요. 만약에 어렸을 때 <파묻힌 세계> 같은 책을 읽었더라면 무척 좋아했을 겁니다. ^^

박균호 2015-06-1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브 문고에 대한 `정확하고 방대한 자료` 정말 감사합니다...아..다시 에이브 문고를 찾아봐야 하나...ㅎ

cyrus 2015-06-19 16:58   좋아요 0 | URL
균호님의 책이 아니었으면 에이브 문고의 실체를 몰랐을 겁니다. 사실 예전부터 에이브 문고에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궁금했었거든요. ^^

맥거핀 2015-06-19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거 정말 추억돋는 글입니다. 저희집에 이 에이브 전집이 있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귀가 얇으셔서 방문판매 아저씨한테 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저야 좋았죠. 어렸을 때 정말 이 책들 많이 봤습니다. 기억을 짜내 보면 전집 중에 아예 읽지 않은 것도 있고,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은 책들도 있구요.

올려주신 제목을 보고 몇 개 기억해보면 룰루와 끼끼, 이거 펭귄이랑 북극곰 나오는 이야기였고..얼음 바다 밑 노틸러스, 이거는 중편 두 개로 된 구성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에 린드버그(대서양을 최초로 비행기로 횡단한..그 이후에 유괴사건으로도 유명해진 그 린드버그) 이야기가 같이 있었죠. 저는 그 린드버그 이야기 좋아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몇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콘티키도 참 좋아했고, 페루 쿠스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건 제목이 무엇인지 잘 매칭이 안되네요. 돌이켜보면 약간 탐험심을 북돋우는 소년만화 같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저는 그런 이야기는 대체로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들이 요새 꽤 구하기 어려운 것 같군요. 제가 가지고 있던 전집은 전부 사촌동생 물려줬는데, 그 집에 아직 있을 가능성도 희박하겠죠. 정말 저 중에 몇 권은 저도 구해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아무튼 옛 추억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 고맙습니다.^^

cyrus 2015-06-19 17:00   좋아요 0 | URL
전집류를 읽으면 계속 반복해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 반면에, 그냥 제목과 표지만 봐도 내용이 재미없을 것 같은 작품이 있었죠. 저도 맥거핀님처럼 집에 있는 전집류를 다 읽어보지 못했어요. 어렸을 때 읽은 책을 조금이라도 기억하시다니 대단합니다. 이제는 재미있게 읽은 책 내용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

초딩 2015-06-2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개 덕분에 구매했습니다. 땡스 투가 제대러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플 로그인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고 장바구니에 담을 때 땡스투가 잘 안되는 경우가 있어 개발팀에 문의를했는데 뾰족한 답을 받지 못해 일일이 다시 확인을 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불안 불안 하네요 ㅎㅎ

cyrus 2015-06-22 10:28   좋아요 0 | URL
지난주에 땡스투 확인했습니다. 별 것 아닌데 직접 문의까지 하시다니... 감동했습니다. 요즘 땡스투 적립금 한 번 받기가 쉽지 않아서 거의 신경 안 쓰고 살았거든요. 아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5-06-2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균호 작가님과 아는 사이세요? ㅎㅎ

cyrus 2015-06-22 20:14   좋아요 0 | URL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지 얼마 안 됐습니다. ^^

박사장 2015-08-0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abe전집을 몰랐는데 지인이 이사하면서 전집88권중 71권을 주시고 가셨는데.. 귀한책인가보네요.. 울아이들에게 읽힐까 했는데 아직은 어려울거같고요.. 가지고 있는게 나을까요.. 아님 정리하는게 나을까요...

cyrus 2015-08-05 22: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박사장님. 만약에 박사장님과 아이들이 전집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비록 결번이 있긴 하지만,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 팔면 에이브 전집을 원하는 구매자가 있을 겁니다.
 
수집의 즐거움 -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수집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두리반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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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 한때 이런 말이 유행인 적이 있었다. 줄임말로 하면 ‘취존’이라고도 한다. ‘취향’의 의미가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그런데 이 ‘취향’이라는 단어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17세기 유럽에서 취향은 대상의 미적 가치를 이해하는 특별한 능력을 의미했다. 칸트는 취향을 아름다움을 판정하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취향의 의미에서 ‘미적 가치’라는 핵심 단어가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 ‘취향’은 일상 속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그저 그런 단어로 전락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대상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취향에 따라 사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오덕후’라고 부른다. ‘오덕후’는 ‘오타쿠(おたく)’를 한국식으로 변형한 준말이다. 자기의 관심 분야에 몰입하고 심취하는 사람을 ‘오타쿠’라 부른다. 자기만족을 위해 관심 분야에 몰두하며 상당한 지식과 정보를 소유하거나 관심 대상을 수집한다. 그러나 너무 관심 분야에 푹 빠져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은 여전하다. 한국에서 ‘오덕후’에 대한 인식은 일본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다. 다 큰 어른이 애들이 볼법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거나 캐릭터 관련 장난감을 사면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덕후가 만화 애니메이션에 빠진 어른 아이라는 삐딱한 고정관념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늘 공유하려는 훌륭한 오덕후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하다. 특이한 취향을 가진 소수의 비주류로 취급받던 시절은 지나가고, 당당하게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물건을 수집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오덕후’라는 단어 대신에 ‘수집가’라고 불러 보자. 흔히 ‘수집가’라면 값비싼 골동품을 모으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생각해보면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도 엄연히 말하면 피규어 ‘수집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피규어 오덕후’라고 말한다. ‘수집가’와 ‘오덕후’, 두 단어는 서로 의미는 같지만, 전자를 긍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모아두면 나중에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을 ‘수집가’로 부르지만, 쓸데없는 물건을 모아두는 데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이 한심해서 ‘오덕후’라고 부른다. ‘수집’을 무조건 ‘돈’과 함께 연관 짓는 인식 탓에 평범한 수집품을 모으는 사람들의 열정이 무시당하기 쉽다. 그리고 수집가는 돈이 많아야 한다는 편견 또한 수집 능력을 낮춰 보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러나 수집가로 정평이 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흡연과 음주를 줄이면서까지 구매비용을 마련한다.

 

양철로 만든 장난감을 가리키는 틴 토이(Tin toy)를 수집하는 누똥바 씨(닉네임)는 수집품을 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름대로 고생하면서 완성한 틴 토이 컬렉션이 고작 자신의 조카를 위한 장난감으로 여기는 친척의 농담에 실망하기도 한다. 수집가의 열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수집품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남의 수집품을 ‘돈이 될 만한 것’ 또는 실용성 있는 물건으로만 생각한다. 《수집의 즐거움》에 소개되는 22명의 수집가들은 오직 재산 증식 목적으로 진귀한 물건을 모으지 않는다. 수집가는 남들보다 평범한 물건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감동할 줄 아는 특별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다. 22명의 수집가는 칸트가 정의했던 진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조선의 공예를 사랑해서 공예품을 수집했던 일본의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의 말처럼 22명의 수집가의 가슴 속에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찾으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김근영 씨는 코카콜라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이 좋아서 코카콜라 병을 수집하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 씨는 앨리스 속에 실린 삽화에 매료되고 나서 나라별로 출간된 앨리스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앤티크 용품 수집가이자 ‘앤지스 앤티크 갤러리 카페’ 대료 송앤지 씨(본명 송현미)는 파손된 수집품마저 멋있게 꾸밀 줄 안다. 파손된 커피잔 조각을 버리지 않고, 의자 위에 붙여서 하나의 멋진 모자이크 무늬가 있는 테이블로 만든다. 송앤지 씨는 수집품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넘치고, 파손된 수집품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뛰어난 미적 안목을 가지고 있다.

 

칸트와 야나기 무네요시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예술욕이 소유욕과 결합하면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영유하고 싶은 수집의 열정이 생긴다. 수집가들은 모든 사람이 평범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지금도 수집품을 모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무엇을 함으로써 거기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알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취향’이다. 이들의 수집 열정이 새로운 대중문화로 형성되는 과정은 기록되어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수집가의 취향을 존중해줄 수 있다. 수집가를 ‘오덕후’라고 비아냥거리는 당신에게 묻는다. 수집가를 함부로 무시하지 마라. 당신은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1) 아름다운 무언가를 찾고 싶은 뜨거운 열정을 지닌 수집가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1)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문장을 차용하여 새롭게 바꿔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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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17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취향과 덕후가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걸 믿습니다. ^^

cyrus 2015-06-18 10:0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다양한 관심에 몰입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보라마녀 2015-06-1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앨리스책 모은다는... 미는 무엇인가의 물음에 미학자가 미는 취향이며 취미다고 했는데 현대미술에 어울리는 정의 같아요.

cyrus 2015-06-18 10:11   좋아요 0 | URL
보라마녀님이 앨리스 책을 모으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앨리스는 내용이 어려워도 다시 읽고 싶은 매력적인 동화예요. ^^

만병통치약 2015-06-1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집가들 덕후들의 열정과 노력에 존경을 표합니다. 저 같이 게으른 사람은 구경만합니다..^^ 저는 버리는데애 취미가 있어서 틈날때마다 책 말고는 다 버려요 ㅋㅋ

박균호 2015-06-17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부족한 책을 이리도 면밀히 읽어주시고 이런 훌륭한 서평을 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6-17 23:47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쓰신 저자세요?

cyrus 2015-06-18 10:1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수집욕이 생겼습니다. ^^

박균호 2015-06-1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렇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5-06-17 23:55   좋아요 1 | URL
역시 알라딘 북플에는 고수분들만 계세요. 넘 좋아요. 많이 배우고 즐기겠습니다.^^

박균호 2015-06-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닙니다...ㅠㅠ 여기 방금 시작한 초보입니다...ㅎㅎ 제가 많이 배워야죠..

AgalmA 2015-06-18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때문에 뭘 모으기가 너무 버거워요ㅜㅜ...책도 꾸준히 팔고...흑))

cyrus 2015-06-18 10: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수집 공간 문제가 수집가라면 겪게 되는 숙명적인 고민이죠. ^^;;

바람향 2015-06-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집품들이 정말 멋질 것 같네요. 저도 찾아봐야겠습니다^^ㅎㅎ

cyrus 2015-06-18 10:18   좋아요 0 | URL
책 속에 정말 멋진 수집품을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

보물선 2015-06-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도 각주에 밝히시는데!!! ^^

cyrus 2015-06-18 10:19   좋아요 1 | URL
예전에 그냥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신중하게 글을 써야겠습니다. 새삼 인용 출처 공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

마녀고양이 2015-06-1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덕후가 일종의 미학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수집가라는 명칭도 좋지만, 오덕후라는 명칭도 사실 맘에 들어요.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명칭 자체에서 풍기는 멋이 느껴지기도 해요. ^^

cyrus 2015-06-18 18:50   좋아요 0 | URL
사실 수집가들은 자신들을 오덕후라고 부르든지 간에 호칭에 별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오덕후가 한자어라서 마고님 말씀처럼 고풍스럽고 특별한 전문가 같은 느낌이 느껴져요. ^^

붉은돼지 2015-06-1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벨수집하는 일인으로 일단 보관함으로 보냅니다.
전에는 수집에 관한 책도 수집했어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녀 수집하는 노인>까지..ㅋㅋㅋ

저도 마녀고양이님 말씀처럼 오덕후라는 호칭도 괜찮은 것 같아요
원래는 부정적 의미가 맞긴 하지만.... 무슨 오패칠웅 같은 제후와 같은 느낌...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멋이 있어요
한자로도 좋은 의미로 쓸 수도 있을것 같구요..^^

cyrus 2015-06-18 18:52   좋아요 0 | URL
예전에 붉은돼지님이 서재에 공개했던 수집한 병뚜껑 사진이 기억이 납니다. ^^

stella.K 2015-06-1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콜라병은 어디서 구했을까? 예쁘네.

사실 난 덕후란 말을 몰랐다가 지난 주 아는 지인한테서 알았다.
이런 따분하다면 따분한 세상에서 뭔가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좋겠지. 난 책 모으는 취미 밖에 없는데 그것도 자제하는 중이다.
늘어놓을 곳이 없어서 말이지.ㅠ

cyrus 2015-06-18 18:53   좋아요 0 | URL
저런 병, 생각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어서 꽤 높은 가격이 책정 되요. 저도 책 구입을 자제하는 편인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ㅎㅎㅎ
 
화형 법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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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과거에 악명을 떨친 살인범의 외형과 빼닮은 사실을 알았다면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당신을 향해 활짝 미소 짓는 그의 표정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섬뜩하다. 이런 상황은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라 평소에 만나는 지인이 신분을 교묘히 숨긴 진짜 범인이 아닌 이상, 범인의 몽타주와 거의 비슷하게 닮을 확률은 적다. 그래도 기묘한 상황을 겪는 당사자는 꺼림칙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범인과 닮은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친하게 지내면서도 그의 개인적인 생활을 모른다면 당연히 그의 정체를 의심하게 된다.

 

존 딕슨 카의 추리소설 《화형법정》의 이야기는 앞에서 설명한 불길한 우연에서 시작한다. 출판사 편집자인 에드워드 스티븐스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범죄사건을 소개하는 논픽션 작가 고던 크로스의 원고 자료를 확인하다가 그 속에 첨부된 의문의 사진을 발견한다. 카메라를 항해 똑바로 노려보는 금발의 여인. 그 여인은 1676년에 화형에 처한 여자 독살범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었다. 신기하게도 독살범과 스티븐스의 아내는 쌍둥이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닮았고, 이름마저도 똑같다.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 결혼하면서 얻은 이름은 ‘마리 도브리’였고, 아내가 스티븐스와 결혼하기 전 이름 또한 ‘마리 도브리’였다. 스티븐스가 독살범과 아내의 관계에 궁금할수록 아내의 행적에 대한 의혹도 더욱 증폭된다.

 

스티븐스의 이웃인 마크 데스파드의 삼촌은 위염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마크는 삼촌의 죽음을 의심한다. 사망 원인은 위염이 아니라 비소 중독으로 인한 독살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비소로 독살하는 방식은 17세기의 여자 독살범이 사용했던 것과 비슷했다. 스티븐스는 아내가 데스파드의 삼촌을 죽인 독살범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삼촌의 죽음에 둘러싼 기괴한 정황들이 밝혀지면서 여자 독살범과 닮은 스티븐스의 아내가 용의자로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삼촌의 방에서 홀연히 나타난 여자 독살범의 유령을 봤다는 증인도 있다. 삼촌의 사망 원인을 독살 쪽으로 무게가 실린 가운데 스티븐스 일행은 삼촌의 시체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비소를 확인하기 위해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러나 나무 관 속에 있어야 할 삼촌의 시체가 사라졌다. 납골당에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 전혀 없는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스티븐스는 아내가 용의자로 몰지 않으려고 마크의 아내 루시도 용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추리를 펼친다. 하지만 스티븐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독살범에 관한 내용이 있는 크로스의 책 일부와 함께 아내가 돌연 사라지고 만 것이다.

 

《화형법정》에는 카가 창조한 예심판사 앙리 방코랑, 밀실 사건 해결의 달인 기드온 펠 박사가 나오지 않는다. 경찰청 소속의 브레넌 경감이 등장하여 추리를 해보지만, 계속 헛다리만 짚을 뿐이다. 스티븐스, 마크 그리고 브레넌 경감 등 불가사의한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된 인물들이 나름 용의자 후보를 내세워보지만, 삼촌이 독살당하는 과정을 증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독살범의 유령이 누군지도 밝혀내지 못한다. 카는 마법, 납골당, 독살범의 유령 등 공포문학의 단골 소재를 내세워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탐정의 역할을 과감하게 제한함으로써 더욱 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이 무척 궁금해서 이 책을 절대로 손에 놓지 못한다.

 

자신들의 아내가 독살범으로 의심받는 상황 속에 펼쳐지는 스티븐스와 마크 데스파드와의 미묘한 설전 또한 흥미롭다. 소설 초반부에 스티븐스는 추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사적 감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탐정의 원칙을 어긴다. 자신의 아내가 범인으로 몰지 않기 위해 스티븐스의 아내가 범인이라는 가정 하에 가설을 내세운다. 마크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삼촌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적극적으로 규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독살범이 아니기를 바란다. 카는 소설 초반부에서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스티븐스가 탐정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 독자의 기대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작가에게 살짝 배신감(?)이 든 독자는 이 소설을 어찌 안 읽을 수 있으랴. 카가 의도한대로 독자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고, 이 초자연적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사이다' 같은 인물이 소설 종반부에라도 꼭 나오기를 믿는다.

 

하지만 소설이 거의 다 끝나는 결말에 이르러서도 카는 독자를 배신한다. 에필로그격인 '평결'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명확한 결말을 원하는 독자의 뒤통수를 날려 버린다. 지금도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화형법정》의 결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결말에 따라서 《화형법정》을 정통 추리소설로 인정하는 독자들이 있는 반면에, 추리 기법이 들어간 호러소설로 보는 독자들도 있다. 어떤 서평에 의하면 명성을 떨친 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화형법정》은 2% 부족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완전 범죄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탐정물에 익숙하거나 이러한 탐정이 나오기를 고대했던 독자에게는 《화형법정》의 결말이 실망할 수도 있다. 방코랑이나 기드온 펠 박사가 나오는 카의 작품을 먼저 읽은 뒤에 《화형법정》을 읽었다면, 《화형법정》이 정말 카가 쓴 것이 맞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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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엘릭시르 시리즈는 읽어본 적이 없는데요. 존 딕슨 카라고 하니 얼마 전 cyrus님이 알라딘 중고에서 득템한 그 책의 저자가 아니었나요? 이 책은 제 보관함으로...

스윗듀 2015-06-16 21:58   좋아요 1 | URL
맞아맞아😀cyrus님이 소개하는 책은 모두 흥미로워요!

cyrus 2015-06-17 18:51   좋아요 0 | URL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를 말씀하시는가 보군요. 책의 저자는 아니고, 존 딕슨 카의 소설을 소재로 삼은 추리소설 제목이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입니다. 카의 소설,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금도 추리물에서 등장하는 밀실 트릭은 거의 카의 머릿속에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

게으른독서가 2015-06-1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읽어보고 싶네요.

cyrus 2015-06-17 18:53   좋아요 0 | URL
나온 지 오래된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 읽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

카스피 2015-06-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화형법정은 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cyrus님이 말한 독자의 기대를 배신했다는 것이 무언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화형법정은 기존의 카의 탐정물들과는 약간 궤를 달라히는 작품이죠.워낙 카 자신이 불가능범죄의 창시자라고 알려진 것처럼 기존의 추리작가들과는 달리 이른바 괴이현상을 소재로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명탐정이 등장(카나 펠박사등)하여 정통적 의미의 논리적 추리를 밀고 나가는데 한도가 있다고 여겼는지 화형법정처럼 기존의 명탐정이 없는 추리소설들을 썼고 좀더 편하게 괴이한 소재를 끝까지 밀어 붙이지 않았나 여겨지네요^^

cyrus 2015-06-17 18:57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스티븐스이 추리력으로 독살범을 닮은 아내의 누명을 벗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 다음에 고던 크로스가 등장해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 저는 크로스가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보니까 그게 아니더군요.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카스피님의 평에 공감합니다. ^^
 

 

 

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입니다.

출간 예정 도서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셜록홈즈_모리어티의죽음_책입체_띠지O.jpg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100여 년간 전 세계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잃어버린 퍼즐,
그 빈자리를 채우는 코난 도일 재단의 신작 드디어 출간!

셜록 홈즈의 본고장 영국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 
그의 베스트셀러 화제작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을 잇는 
아서 코난 도일 재단 공식 셜록 홈즈 제2탄. 
홈즈와 숙적 모리어티 교수의 맞대결을 그린 유명한 단편 「마지막 사건」 이후 
두 남자의 폭포 추락 사건의 진실이 100년 만에 밝혀진다! 

라이헨바흐 폭포 사건 직후 런던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잔혹한 음모를 
탄탄한 구성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롭게 펼쳐 나가는 
앤터니 호로비츠의 대형 신작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6월 15일 ~ 6월 18일 (당첨자 발표 : 6월 19일)

발송: 6월 22일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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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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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우스 몇 번 클릭하면 책상 위로 책이 배달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굳이 땀 흘리며 발품을 팔아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오직 '헌책'을 구하기 위해서. 책값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헌책방에 숨어있는 한 권의 책을 찾아내는 '밝은 눈'과 '내공'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헌책방을 뒤지고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절판되고 없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환희와 기쁨을. 작년에 처음 가본 헌책방에서 가르시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더러운 시간》을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뻐했다. 이 소설은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 년의 고독》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마르케스가 쓴 두 번째 장편소설이며 《백 년의 고독》보다 먼저 나왔다. 이처럼 유명 작가의 절판된 책을 단번에 만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때의 기쁨은 오랜 이별 끝에 애인을 만났을 때의 기분과도 쉬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헌책방 뒤지던 일을 다소 감상적으로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잔잔한 가슴 떨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슴 깊숙이 숨어 있는 희미한 추억의 그림자를 건드린 것은 사라져서 아까운 헌책들을 소개한 《오래된 새 책》(바이북스, 2011)이다.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에는 절판본과 희귀본을 수집하는 고등학교 교사의 책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저자는 자신이 예전에 '새책주의자'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종이에 세월의 때가 누렇게 남아 있거나 책을 읽은 전 주인이 남긴 낙서가 있는 헌책에 관심 없었다고 한다. 이랬던 그가 어떻게 '헌책주의자'가 되었을까.

 

좋은 내용이 가득한 책도 독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가혹한 절판의 운명을 맞이한다. 최근 이 운명을 거역한 책들이 줄줄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부활의 행렬에 동참하는 책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책이 재출간이 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판이 끊긴 지 몇 년 만에 재출간된 기쁨도 잠시 소리소문 없이 다시 절판되기도 한다. 책이 두 번 죽은 셈이다. 저자가 인생의 단 한 권의 책으로 꼽을 정도로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숨어사는 외톨박이》도 두 번이나 판이 끊기는 운명을 겪었다.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단 한 번도 역사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는 풀뿌리 백성의 삶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이다. 각설이, 유랑극단, 땅꾼, 화전민, 기생, 무당 등등 이름 없는 민중의 구술로 우리말과 문화의 원형을 생생하게 담아냈기에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지금도 헌책방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드시 구해야 하는 책으로 회자하고 있다. 이 책은 군사 독재 시절에 올곧은 목소리를 내던 잡지로 유명한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왔다. 책이 나오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뿌리깊은 나무'가 독재 권력의 탄압에 밀려 폐간된 이후에 《숨어사는 외톨박이》 2권이 나왔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절판되었다가 1990년에 들어서서 재출간되었으나 또 한 번 절판되고 말았다. 이야기가 잠깐 곁으로 새었는데,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저자를 '헌책주의자'로 되게 만든 결정적인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모으는 진귀한 책을 이렇게 정의한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에 열정을 기울여서 완성된 책.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늘 선택하지 않는 학문의 길을 묵묵히 걷고, 그 길을 누군가가 따라올 수 있도록 홀로 발자취를 남기는 사람들이 만든 책이 판매 부수와 수익을 강조하는 출판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이런 책을 저자는 '샘프러스류'라고 표현한다. 샘프러스는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3강 체계 이전에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다. 샘프러스에 맞서는 라이벌 선수로는 준수한 외모로 인기를 얻었던 안드레 아가시가 있었다. 그러나 샘프러스에 비하면 아가시는 결코 완벽한 선수가 아니었다. 상대전적으로 샘프라스에게 밀렸고, 최고의 두 선수를 상대했던 동료 선수들은 샘프러스는 이길 자신은 없어도 아가시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누구나 노력하면 쓸 수 있는 책을 '애거시류'라면, 도저히 혼자서 쓸 수 없는 책을 '샘프러스류'라고 비유한다. 평생 우리나라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집대성한 예용해 선생의 《인간문화재》(어문각, 1963)이나 5년 3개월 동안 국내 53개 도시를 찾아다니면서 손수 그림과 메모를 남긴 것을 정리한 박병주 선생의 《한국의 도시》(열화당, 1996) 같은 책은 열정과 끈기가 없으면 나오기 힘든 '샘프러스류'의 책이다. 

 

나는 책 사랑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다. 하지만 저자의 별스런 책 사랑 앞에선 그저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배송비가 엄청나게 나왔을 텐데 이베이에서 무게가 8kg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진집을 주문하기도 하며 신판이 나왔는데도 너른마당 출판사에서 나온 신영복의 《엽서》를 비싼 값으로 구하는 저자의 모습은 나의 책 수집을 자극하게 한다. 책 욕심만 더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무차별적인 수집벽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은 구할 수 없지만, 독자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을 독자에게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는 독자가 다시 찾는 책은 반드시 재출간될 것이라 믿는다. 결국, 절판본이 다시 살아남으려면 독자의 관심이 필요하며 책의 운명이 독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독자의 눈길과 손길을 기억해야 한다. 화려한 표지와 소란스러운 마케팅 없어도 그 기억이 또 다른 독자들에게 공유된다면 그 책을 찾으려는 독자의 눈길과 손길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 《오래된 새 책》이 2011년에 나왔기 때문에 3년이 지난 사이에 책 속에 언급된 몇 권의 책은 독자의 염원에 힘입어 부활하는 데 성공했으며 반면에 사라지고 만 책도 있다. 돌베개출판사에서 재출간한 신영복의 《엽서》는 지금도 주문할 수 있다. 이윤기의 《하늘의 문》(열린책들)은 2012년에 재출간되었다. 고종석의 첫 장편소설 《기자들》(민음사, 1993)은 새움출판사에서 《빠리의 기자들》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전각가 고암 전병례의 《마음새김》(중앙북스, 2009)은 절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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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14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많이 배웁니다.

cyrus 2015-06-15 19:22   좋아요 1 | URL
저도 북플 이웃님들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우고, 좋은 책을 알게 됩니다. ^^

초딩 2015-06-14 2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년간 독서량 미국 90여권 내외, 일본 60여권, 한국 8.9 권이고, 그 9권 남짓한 수는 전세계 200위 밖이며, 이 것은 내전이나 하루 한끼를 먹기도 힘든 나라 보다 못한 수치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참 많이 느꼈구요.
말씀하신 것처람 책을 사랑하고 가치를 아시는 분들이 더 더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또 한장이라도 책장을 넘겨 봅니다.

초딩 2015-06-15 19:30   좋아요 1 | URL
ㅎㅎ 그리고 오늘 이 책 주문했답니나~ 땡스투 제대로 갔나 모르겠습니다. 몇번 확인하긴했는데요 :)

cyrus 2015-06-15 19:32   좋아요 1 | URL
오늘 책 주문했으면 내일 땡스투 적립금이 들어올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땡스투 적립금 정말 오랜만에 받아봅니다. ㅠㅠ

초딩 2015-06-14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도 최근에 피카소에 대해 아주 잘쓴 (그리고 귀한) 중고책을 구했었는데, 그 때의 기쁨은 여느 책을 살때와는 정말 다르다군요 :)

cyrus 2015-06-15 19:24   좋아요 1 | URL
<오래된 새 책>을 읽고 나니까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로님이 구하신 피카소 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군요. 혹시 존 버거의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입니까? ^^

초딩 2015-06-15 19:29   좋아요 1 | URL
아 ˝김원일의 피카소˝입니다. 피카소 책을 좀 찾아보니 도록의 퀄리티도 우수하고 작품 해설 뿐만 아니라, 피카소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로 영향을 받은 작가와 작품들도 함께 잘 실려있어서 구해보았습니다. :) 존버거의 책도 한 번 살펴 봐야겠네요~

cyrus 2015-06-15 19:31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아로님 덕분에 새로운 책을 알게 되었어요. ^^

boooo 2015-06-14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뿌리깊은나무에서 나온 책들 가운데 참 좋은 책들이 많죠. <한국의 발견> 전권을 구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비교적 최근 구했는데, 순천에 생긴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에서 재고가 남은 책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에요.

cyrus 2015-06-15 19:27   좋아요 1 | URL
박물관이라면 정가에 책을 구입했겠어요. 부럽습니다. 헌책방 사이트에 검색하면 가격이 기본적으로 2만 원을 훌쩍 넘어요. ^^;;

파트라슈 2015-06-14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종석의 <기자들>이 정말 새로 나왔네요. 몇 년 전 <기자들>구하려고 온갖 인터넷 중고서점을 샅샅이 뒤지다가 책값이 너무 비싸(북코아에서 6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와있었던 기억..) 입수를 포기했었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정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당장 구매해야겠습니다. 고종석의 <기자들> 문장이 정말 감질맛 나고 좋았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고형렬의 <은빛 물고기>초판본을 수성구에 있는 무슨 인문학카페 중고서점에서 구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죠..

cyrus 2015-06-15 19:29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오래된 새 책>을 읽으면서 <기자들>이 재출간된 것을 처음 알았어요. 혹시 수성구에 있는 인문학카페라면 파이데이아 아닌가요? 그곳에 책을 판다고 들었거든요. ^^

파트라슈 2015-06-15 21:35   좋아요 1 | URL
파이데이아 북카페는 팔공산 파계사지구에 있습니다 여기서 고전읽기 모임도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cyrus 2015-06-16 20:45   좋아요 1 | URL
수성구는 아니고, 동인초등학교 쪽으로 가는 길에도 파이데이가가 있었어요. 제가 지역구를 착각했어요. ^^;;

qualia 2015-06-14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단 한 번도 역사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는 풀뿌리 백성의 삶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이다. 각설이, 유랑극단, 땅꾼, 화전민, 기생, 무당 등등 이름 없는 민중의 구술로 우리말과 문화의 원형을 생생하게 담아냈기에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지금도 헌책방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드시 구해야 하는 책으로 회자하고 있다.

→ 위 구절에서 “각설이, 유랑극단, 땅꾼, 화전민, 기생, 무당 ”이란 부분을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났네요. 한 면 소재지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굴뚝청소부’와 ‘넝마주이’ 아저씨들을 봤던 일이 생각납니다. 굴뚝청소부는 순우리말로 다른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대나무를 쪼개서 길게 이어붙이고, 그 끝에 복숭아만한 솔을 달아 만든 굴뚝소지개를 둘둘 말아서 어깨에 걸치고, 뛰엄뛰엄 긴 장단으로 꽹과리 혹은 징을 치면서, 마을 골목골목을 다니며 굴뚝 청소 영업(?)을 하던 한 이름 없는 아저씨 얼굴이 생각나는군요. 그 아저씨가 꽹과리/징을 치면서 뭐라고 외쳤던 것도 같아요. 아마 “구울~뚜욱” 이랬던 것 같네요. 얼굴은 굴뚝에서 묻어나온 그으름으로 거뭇거뭇했고요. 차려입은 옷도 거무튀튀하고 꾀죄죄했죠. 그때 당시도 한참 옛날이었는데,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굴뚝청소부 아저씨가 그렇게도 신기할 수가 없었죠. 마치 조선시대나 일제시대로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과연 저런 일 하셔서 먹고는 사실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하기도 했었죠.

더욱 더 신기했었던 건 넝마주이 아저씨였습니다.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대나무 살로 엮은 커다란 넝마를 등에 지고, 기다란 집게로 폐지, 헌 신발, 박카스/활명수 병, 녹슨 양철 쪼가리 따위를 줍는 아저씨를 봤었죠. 근데 당시 우리 또래 아이들한데는 ‘엿’이 최고의 군것질 거리였죠. 그래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엿장수 아저씨들한테 주변에 있는 고물이란 고물은 모두 다 주워다 주고 엿하고 바꿔 먹었죠. 그래서 쓸 만한 고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넝마주이 아저씨는 우리가 쳐다도 보지 않는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을 넝마에 주워넣는 거였어요. 그걸 보고 과연 저런 쓰레기들을 주워서 어떻게 돈하고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더랬죠. 너무나 지저분하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을 줍는 넝마주이 아저씨가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옛날의 전통적인 굴뚝청소부와 넝마주이는 이젠 사라졌지만, 21세기 한국에 여전히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꿔 굴뚝/보일러를 청소하고 폐지/폐품을 줍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네요.

저는 언젠가는 고물장수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전에 고물장수를 한번 해보긴 했었죠. 대개 촌/시골을 돌아다니며 고물을 사들이고(대부분은 화장지하고 빨랫비누 혹은 아이들한테 줄 과자나 사탕하고 교환했죠. 하지만 저는 다른 고물장수와는 달리 화장지는 최고급 화장지로 교환해줬답니다ㅎ~) 수집했는데, 헌책이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귀하거나 소장할 만한 책을 발견하는 때는 거의 없었지만, 간혹 헌책가게에 고물값에 넘기기보다는 내가 갖고 싶은 책을 건진 적도 있긴 있었죠. 그러나 이런 것보다는 고물장수 하면서 방방곡곡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옛 사람들을 만나고, 옛 풍경을 직접 접하고, 옛 정서를 맛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cyrus 님의 맛깔 나는 헌책 이야기 때문에 옛 추억이 떠올라 쓸데없이 좀 길게 썼네요.

2015-06-14 21:51

⇒ 이 글 올리고 나서 “넝마”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낡고 해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 이불 따위를 이르는 말”로 나와 있네요. 저나 우리 또래들은 넝마가 쪼갠 대나무로 엮어 만든 둥글고 기다란 대바구니를 가리키는 줄 알고 그렇게 (잘못) 불렀는데요. 아마 “넝마 바구니”를 짧게 줄여서 걍 넝마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cyrus 2015-06-15 19:37   좋아요 1 | URL
qualia님의 댓글을 읽어보니까 오히려 <숨어사는 외톨박이>라는 책이 더욱 읽고 싶어졌습니다. 요즘 넝마주이, 땅꾼 이런 말들을 잘 쓰지 않는데다가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이 단어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qualia님이 알려주신 옛 추억의 풍경들이 저처럼 젊은 사람들은 낯설고 생소해요. 오래전에 목격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qualia님이 대단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넝마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06-14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다리고 찾고 구하던 책이있었는데 도대체 시장에 나오지 않아 도서관에서 빌려 복사했어요 ㅎㅎ ㅠㅠ

cyrus 2015-06-15 19:38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절판본을 제본할 생각을 했었어요. ㅎㅎㅎ

수이 2015-06-14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_ :)

AgalmA 2015-06-15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숨어사는 외톨박이>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걸로 일단 만족하기로...이 리뷰로 재출간되는데 힘이 되기를~

cyrus 2015-06-15 19:58   좋아요 1 | URL
대구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 검색해봤는데 딱 한 곳만 제외하고는 전부 <숨어사는 외톨박이>가 없더군요.

stella.K 2015-06-15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 오랜만이다.
예전에 이 책 가지고 이달의 당선작 따먹은 기억이 난다.
난 저자의 헌책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지만
문장이 정말 좋더군.
말미에 당구장 표시는 나도 몰랐던 부분인데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아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고종석은 나도 좋아하는 작가라 재출간 되었다니 반갑네.^^

cyrus 2015-06-15 20:02   좋아요 1 | URL
전집류, 사진집에 관한 글이 좋았어요. 저도 헌책방에 가면 절판본 위주로 책을 고르는 편인데 진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어요. ^^

[그장소] 2017-02-2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던 책인데 ㅡ 딱 리뷰가 있어서 반가웠어요 . 제목부터가 재미있어서요 .^^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는 말 ㅡ 완전 공감 임!!^^ 잘 읽고가요!^^

cyrus 2017-02-20 22:36   좋아요 1 | URL
이 댓글 못 볼뻔 했습니다.. ^^;;

[그장소] 2017-02-21 14:01   좋아요 0 | URL
아ㅡ 날짜를 보니 2015 년!! ㅎㅎ그러실만 하네요. 제가 관심책에 넣으니 이 리뷰를 자동으로 추천해 내놓는 기특한 북플~^^ 덕분에 만족스런 리뷰 만나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