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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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지구의 속살은 검다튼튼한 지구의 속살에 석탄이 생긴다석탄은 탄소를 품은 새까만 암석이다. 이 탄소 덩어리는 수많은 꽃과 나무가 돋아난 지구의 풀빛 피부 아래에 깊숙이 박혀 있다식물은 죽으면 싱그러운 풀빛이 사라진다. 풀빛을 잃은 식물은 태양 빛 한 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구의 피부밑으로 내려간다. 그렇지만 지구의 속살은 엄청 뜨겁다. 열기를 쬔 식물의 잔해는 차츰 분해되면서 석탄으로 변한다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슬기로운 존재(Homo sapiens)라고 자부한다. 인간은 똑똑하면서도 욕심이 많다잘 먹고 오래 살고 싶어서 지구의 피부에 자란 식물을 뿌리째 뽑는다. 식물을 원하는 인간은 무례하게도 지구의 거대한 얼굴 앞에 불도저와 굴착기를 들이댄다. 불도저는 지구의 피부에 무성하게 자란 숲을 깎기 위해 만든 자연 파괴용 면도기다. 굴착기는 한 팔로 지구의 피부를 박박 긁는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은 두꺼운 지구의 피부를 뚫는다. 인간은 소란스러운 드릴로 지구 곳곳에 커다란 구멍을 내서 탄광을 만든다.


지구의 속살은 오래전에 죽은 식물이 묻힌 검은 지옥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그곳은 한 번 파면 계속 파고 싶은 검은 천국이다인간은 석탄으로 연료를 만들었다. 연료는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었다석탄 덕분에 인간은 과거에 자주 시달렸던 추위와 배고픔을 완전히 잊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탄광이 많아질수록 지구의 피부에 난 생채기가 점점 늘어났다. 석탄을 태우면 먼지와 온실가스가 생긴다. 온실가스로 둘러싸인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인간은 새까만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간다땅속에 있는 천국을 마음껏 누린 대가다. 온난화라는 열병을 앓고 있는 지구가 죽으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옥이 된다


탄광 속에 갇힌 카나리아는 죽음의 가스를 감지하면 고운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광부들은 살려달라면서 몸부림치는 카나리아를 보면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온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위험한 일을 알려주는 경보다온도가 점점 높아지는 탄광투성이 지구의 위태로운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카나리아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곤충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곤충의 삶의 터전인 자연이 파괴된다. 곤충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지금 탄광투성이 지구에 소리 없는 경보 알람이 울리는 중이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인간이 무심코 지나치는 조그만 카나리아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준다민벌레와 개미를 연구한 사회생물학자 최재천은 곤충이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걱정한다곤충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조그만 카나리아는 주변 환경의 온도와 날씨에 맞춰 번식한다. 그런데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서 사계절이 서둘러 오면 곤충의 번식기는 빨라진다. 번식기가 훌쩍 지나가 버리면 철새가 고생한다. 먹잇감인 곤충이 없기 때문이다.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철새는 살아남지 못한다. 곤충과 동물의 활동 기간이 겹치지 못한 상황을 생태 엇박자(ecological mismatch)’라고 한다.


지구는 곤충의 행성이다. 곤충은 꽃가루를 실어 나른다. 식물은 곤충이 옮겨준 꽃가루를 받아 수분(受粉) 활동을 한다. 곤충의 생명력 덕분에 지구의 풀빛은 더욱 푸르게 물들 수 있었다최재천은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기후 온난화 문제보다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미생물부터 몸집이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어떤 생물종이 멸종하면 그것과 공생 관계를 맺고 있던 다른 생물종도 멸종한다. 생물 다양성이 없는 생태계는 지구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생물 다양성은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 Wilson)이 먼저 사용한 생태학 용어다. 윌슨은 최재천의 스승이다.


최재천의 곤충사회과학 도서.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



* 140

 




 개미는 워낙에 성공한 동물이라서 지구촌 어디를 가도 개미가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금 살고 계시는 아파트 집 안에도 개미가 들어와서 기어다니죠. 아마 북극, 남극, 바닷속을 빼놓고는 다 살 겁니다.

 


개미 종은 아주 많으며 주로 따뜻한 기후의 지역에 서식한다. 그렇지만 북극 지역에 사는 개미도 있다. 알래스카에 발견된 렙토토락스 무스코룸(Lepthothorax muscorum)이다차가운 땅에 만들어진 개미집은 혹한에 취약하다. 렙토토락스 무스코룸은 언 땅이 녹기 시작하는 봄에 활동한다.[주]


인간은 곤충을 잘 모른다. 곤충 박사도 예외가 아니다. 여전히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곤충이 많다. 곤충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은 너무 단순하다. 꿀벌과 나비와 같은 익충이 식물이 성장하는 데 이로운 곤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생김새만 보면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말벌, 나방, 딱정벌레도 훌륭한 꽃가루 배달원이다. 개미를 오래 연구한 저자는 온갖 동식물과 함께 사는 여러 종의 개미를 소개한다. 그렇지만 생태계를 튼튼하게 해주는 다채로운 곤충 사회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고작 개미뿐인가. 개미에 초점을 맞춘 저자의 설명은 곤충 다양성을 크게 부각하지 못한다. 콘크리트 건물 숲에 익숙한 사람들이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생물이 지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강조해야 한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보다는 곤충 다양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야 한다. 인간은 곤충과 친해져야 한다. 작은 카나리아가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





[] 참고문헌: 월터 R. 칭클, 강현주 옮김, 최재천 감수, 개미 건축: 경이롭고 아름다운 지하 건축 탐험, 에코리브르, 2024년, 2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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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태어난 김에 서울 구경

첫 번째 이야기





8월 말에 써야 할 휴가가 불행하게도 2주나 밀려나고 말았다. 지난주인 9월 첫째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드디어 쉬게 되었다. 금요일(9월 6일)에 서울에 갔다종로 삼청동에 가면 무조건 <과학책방 갈다>에 간다. 당연히 책을 사기 위해 방문한다. 하지만 <갈다>에 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갈다>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맥주.






 

올여름에 <갈다>에서 새로운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벨기에에서 제조된 오메가시그마. 두 병 모두 마셔보고 싶었지만, 빈속에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것은 애주가인 내가 생각해도 너무 나간 행동이라서‥… 자제했다. 그래서 오메가만 마셨다. 신맛이 강했다. 신맛을 좋아한 나로서는 마실만했지만, 신맛을 매우 싫어하는 분은 입에 맥주 한 모금도 대지 마시길.

 
















* 이정모 《찬란한 멸종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다산북스, 2024)


* 마이클 J. 벤턴, 김미선 옮김 《대멸종의 지구사생명은 어떻게 살아남고 적응하고 진화했는가(뿌리와이파리, 2024)




<갈다>에서 산 책은 한 권이다. 털보 과학 관장으로 유명한 이정모찬란한 멸종. 이 책은 한 달 전에 나온 신간 도서이며 현재 과학 도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다. 최근에 이 책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고, 주제도 비슷한 대멸종의 지구사를 읽었던 터라 내용이 어떤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과학 전문 인플루언서와 과학자들이 대중을 위해 쓴 책은 과학 비전공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하지만 복잡하고 방대한 과학 지식을 축약하면서 글을 쓰게 되면 상세한 내용은 생략된다. 이러면 글쓴이의 의도와 달리 과학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다. 과학자들도 인간인지라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내용을 언급할 수 있다. 따라서 대중 친화적인 과학 도서 또한 비평의 칼날을 맞아야 한다. 특히 앞장서서 비평의 칼날을 내세워야 하는 사람은 과학자들이다.
















* 도널드 프로세로, 류운 옮김 《화석은 말한다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류운 옮김바다출판사, 2024) 




고생물학자 도널드 프로세로(Donald R. Prothero)는 자신의 책 화석은 말한다에 과학을 올바르게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언급한다.






* 209쪽


 많은 진화론자는 주요 문제들은 다 해결되었고 이제 자잘한 것들만 풀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학의 어느 분야가 되었든 모든 답을 가진 듯이 보여 더는 그 가정들을 물음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쉼 없는 비판적 태도, 새로 불거진 미해결 문제들, 의심을 품고 입씨름을 벌이는 것은 좋은 과학의 건강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만일 과학이 생각을 시험하기를 멈추고는 본질적인 문제가 모두 풀렸다고 본다면, 과학은 금방 활기를 잃고 죽고 말 것이다

 


과학자들이 쓴 책은 학술 논문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학계에서 늘 하던 논쟁을 잠시 멈추고, 책을 낸 동료 과학자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책이 너무 좋다는 식으로 찬사를 보내고,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면서 호평만 늘어 늘어놓기만 하는 과학 출판계의 상황은 과학의 건강 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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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9-10 0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갈다>에 가야할 이유가 하나 늘었군요 ㅎㅎ

cyrus 2024-09-14 08:21   좋아요 1 | URL
<갈다>에 행성 캔디라는 간식도 팔아요. 행성 모양의 사탕인데 태양 사탕, 지구 사탕, 목성 사탕 등이 있어요. 지구 사탕은 먹어 봤는데 많이 달지 않아요. ^^

blanca 2024-09-10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신 맥주길래 궁금하네요. ^^ 과학의 발전은 수정을 통해서라고지요, 동의합니다.

cyrus 2024-09-14 08:22   좋아요 0 | URL
그날 안주 없이 마셨는데, 입안에 퍼지는 신맛을 덜 느끼게 하려면 안주를 같이 먹어야 해요. ^^

stella.K 2024-09-10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네가 애주가였나? 난 술은 거의 안 마시지만 달짝지근한 걸 좋아하지. 신맛은 어떤지 모르겠네. 아무튼 재밌게 살아. 심심할 틈이 없겠어. 🤗

cyrus 2024-09-14 08:23   좋아요 1 | URL
예전에 술을 주제로 한 글을 몇 편 썼어요. 즐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고, 돈도 없네요.. ㅎㅎㅎ

청아 2024-09-1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책방 ‘갈다‘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봤어요! 대표님이 천문학자 시네요ㅎㅎ
오메가와 시그마라니 맥주도 궁금하고. 저도 꼭 가보고 싶어요^^

cyrus 2024-09-14 08:24   좋아요 1 | URL
네, 이명헌 님은 책도 여러 권 쓰신 유명한 과학자예요. 가끔 <갈다>에 방문하신다던데 저는 주말에만 그곳에 갈 수 있어서 한 번도 뵙지 못했어요.. ㅎㅎㅎ

서니데이 2024-09-1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서울에 다녀오셨군요. 주로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보기로 보고 책을 사지만 그래도 실물 책을 보고 싶어서 오프라인 서점에 한번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서점에서 맥주가 있다니 둘 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공간이겠어요.
cyrus님, 연휴 잘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cyrus 2024-09-15 09:04   좋아요 1 | URL
저는 알라딘에 주문하지 못한 책을 책방이나 교보문고에서 구매해요. ^^
 
대멸종의 지구사 - 생명은 어떻게 살아남고 적응하고 진화했는가 오파비니아 25
마이클 J. 벤턴 지음, 김미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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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45억 살의 지구는 다섯 번이나 죽을 뻔했다. 지구가 죽으면 지구에 뿌리내려 이파리를 펼친 모든 생명체도 죽는다과학자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던 지구가 혼수상태에 빠진 순간을 대멸종(mass extinction)’이라고 부른다지구가 의식을 잃었을 때 많게는 수백만 종의 동식물이 한꺼번에 멸종되었다생물의 대량 멸종이 일어난 시기는 오르도비스기 말(, 44400만 년 전), 데본기 말(37200만 년 전), 페름기 말(252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2100만 년 전), 백악기 말(6600만 년 전)이다.


공룡, 포유류, 조류, 곤충들보다 뒤늦게 지구에 뿌리내린 인간은 지구를 못살게 구는 유일한 존재다.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은 다른 동식물에게도 피해를 주는 불한당이다뒤늦게 지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인간은 지구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지구는 오래전부터 아팠고여전히 아파한다. 현재 지구가 앓고 있는 병은 지구온난화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지구가 온실가스로 완전히 뒤덮이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지구의 온도는 태어날 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지구가 건강했을 때도 온도는 올라갔다. 이때 당시 지구는 무럭무럭 성장하는 청소년이었고, 인간은 태어나지 않았다. 지구는 태양에서 나오는 열을 받아들이고, 그 열의 일부를 대기 밖으로 방출한다. 그런데 온실가스는 지구에 내뿜는 열을 흡수한다. 이러면 지구는 온실가스라는 아주 뜨거운 이불을 덮고 있는 상태가 된다. 추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불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구는 이불 밖에 있어야 한다. 이불 속에 있는 지구는 위험하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계속 올라간다. 해수면 온도도 올라가는데, 바다에 사는 수많은 생물은 갑자기 뜨거워진 바닷물에 적응하지 못해 살아남지 못한다온실가스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들어 있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결국 온실가스를 얇게 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지구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화석연료를 포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구가 아프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생물 종 절반이 빠르게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 지구는 또다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인간은 운 좋게도 다섯 번이나 쓰러진 지구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대멸종의 지구사고생물학자가 지구를 대신해서 쓴 지구 투병 일지. 이 책의 저자 마이클 J. 벤턴(Michael J. Benton)은 예전에 대멸종(류운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7)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대멸종페름기 말 대멸종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면 대멸종의 지구사5대 대멸종을 소개한다5대 대멸종 중에 제일 유명한 것은 백악기 말이다. 이 시기에 중생대를 지배했던 공룡이 사라졌다. 지구의 대기권을 뚫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했다. 정면으로 소행성과 부딪힌 지구는 치명상을 입었다. 우주에서 온 폭탄은 지구에 뿌리내린 공룡을 폭살시켰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지구는 통증보다 심한 쓰라린 후유증에 시달렸다.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는 대기를 어둡게 뒤덮었다. 미세먼지가 지구에 들어와야 할 태양 빛을 차단하는 바람에 지구 온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식물의 광합성이 중단되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빛이 부족하면 바다에도 악영향을 준다. 광합성을 하면서 살아가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가 줄어들자, 그들을 먹고 사는 해양생물 종들도 멸종했다고생물학자들은 5대 대멸종을 주목한다. 그들은 대멸종 시기에 일어난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유추한다과학자들은 안다. 지구가 아프면 일어나는 이상 고온 현상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처가 난 피부에 새살이 돋는다. 지구가 겪은 대멸종은 성장통이다. 지구는 괴로운 아픔을 툭툭 털어내고, 자신의 상처투성이 몸에 생태계가 다시 자라날 수 있게 힘썼다. 생명체가 뿌리뽑힌 지구의 땅과 바다 위에 새로운 생명체들이 나타나서 뿌리를 내렸다. 대멸종 이후에 새로운 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긴다. 지구가 마지막으로 아팠던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 본격적으로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공룡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포유류의 번성도 없었을 테고 인간은 나타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멸종의 지구사 생명의 멸종과 진화가 맞닿아 있는 지구의 역사를 보여준다. 인간은 역사가 된 지구의 투병 일지를 언제든지 읽을 수 있다. 지구의 투병 일지에는 지구가 크게 아팠을 때 기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대멸종으로 인해 무너진 생태계가 어떻게 회복되었는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지구는 다섯 번의 아픔을 겪으면서 스스로 성숙해졌다. 지구가 아픈 만큼 인간도 정신 차리고 성숙해져야 할 텐데‥….






<cyrus의 주석>



* 101




 

 연체동물, 갑각류, 곤충, 어류, 개구리 같은 냉혈동물[주]은 몸부림치다가 죽는다. 이외르겐센과 동료들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변온동물[주]은 수생과 육생 모두 지구온난화와 함께 열 스트레스가 상당히 증가할 위험이 있고, 증가하는 이 열 스트레스는 지역 규모에서, 그리고 지구가 1도 더 온난화할 때마다 눈에 띄게 두드러질 것이다.”


[] 변온동물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외부 환경의 온도에 맞춰서 체온을 조절한다. 변온동물의 구 명칭은 냉혈동물인데, 동물은 피를 차갑게 해서 온도를 조절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는 냉혈동물이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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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09-09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섯번째 대멸종>은 인간에 의해 쓰여지겠고 대멸종의 대상은 인간이겠죠. ‘지구는 괜찮아 인간이 문제지‘ 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cyrus 2024-09-10 06:23   좋아요 0 | URL
네, 지구는 살 만큼 살았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의 편의를 봐주었어요. ^^
 
슬픔의 긍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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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Nietzsche)는 스스로 디오니소스(Dionysos)의 제자라고 했다.
그리고 성자보다는 사티로스(Satyr)가 되고 싶다고 했다.

콜레트(Colette)는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사제 마이나스(Maenads)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글을 써라.”
그녀는 숙녀의 삶을 거부하고 사포(Sappho)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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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놀 -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 세창클래식 15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동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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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얼굴은 얼(정신)이 뭉쳐진 신체 부위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매일매일 성장한 얼굴에 한 사람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이 그대로 드러난다책의 얼굴도 그렇다서문독자가 맨 처음 마주하게 되는 책의 얼굴이다. 책은 자기 얼굴을 절대로 숨기지 않는다. 책이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본문의 핵심이 얼굴에 다 나타난다. 서문이 책의 얼굴이라면 본문은 책의 몸통이다대부분 글쓴이는 책을 쓸 때 서문부터 쓴다. 그런데 니체(Nietzsche)는 정반대의 순서로 책을 쓴 철학자다. 그는 본문을 먼저 썼으며 서문은 몇 년 지난 후에 썼다. 니체에게 서문은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마침표다.


아침놀: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은 니체가 1880년부터 쓰기 시작한 책이다. 이듬해에 나온 초판은 서문이 없다아침놀》은 얼굴이 없는 책으로 태어난다. 니체는 1886년에 아침놀서문을 쓴다. 초판이 나온 지 6년이 지난 뒤에 얼굴 있는 아침놀》 재판이 나온다니체는 책을 쓸 때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항상 글을 천천히 썼다. 곡을 직접 만들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 니체는 자신과 본인의 책을 느리게 연주하는 방식인 렌토(lento)’로 비유한다아침놀》은 잠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아침놀》이 음악이라면 잠언은 음표다. 니체의 짧은 글을 단번에 읽으려고 하면 글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성급하게 읽으면 엉뚱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니체는 도덕을 숭배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거부한다. 그에게 도덕은 뜨겁게 빛나야 할 인간의 삶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해로운 밤안개다. 도덕으로 흐릿해진 사회 속에서 인간은 도덕의 노예’가 된다. 도덕은 자신을 따르는 노예에게 명령한다. 생각해서는 안 되고 말도 적게 하라. 여기서는 오로지 복종만 해야 한다!”[주1] 도덕의 노예는 솔직한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누른다도덕에 짓눌린 인간의 얼굴에 나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니체는 아침놀를 쓰기 시작하는 순간 도덕과의 한판 전쟁을 선포한다.


니체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할 니체의 책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이 사람을 보라,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이다. 이 세 권의 책 또한 니체의 주저라서 아침놀니체 철학 필독서 목록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책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아침놀은 니체 철학을 이해하는 데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에 권력에의 의지(힘에의 의지)’초인(위버멘쉬)’의 의미를 설명한 잠언이 나온다니체가 아침놀》 서문을 쓰기 직전인 1885년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이미 완성된 연도다1885년과 1886년은 천천히 만들어진 니체 철학이 충분히 무르익은 시기다.


아침놀느리게 읽어야 할 책이다. 니체는 천천히 읽으라고 당부한다. 아침놀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되는 책이기도 하다. 니체는 독자에게 아침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아침놀가끔 펼쳐서 읽기 위한 책이다. [2] 니체는 서문에서 완벽한 독자와 문헌학자가 이 책을 원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부담을 갖지 말자.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니체는 논리성을 포기한 채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잠언을 썼다. 니체에 맞서는 독자는 아침놀을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읽을 수 있다. 잘못 읽는 최악의 독서를 한다고 해도 결국 스스로 읽어야 한다. 인간은 방황을 거듭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끔찍한 방황과 연습을 경험하면서 지식을 얻는다.[3]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존재. 자신이 직면하는 오류와 한계를 스스로 넘어서는 인간이야말로 니체가 아침놀에서 강조하는 초인이다.





[1] 아침놀서문, 16.

 

[2] 아침놀잠언 454, 479.

 

[3] 아침놀잠언 452, 478.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 39, 옮긴이 주 43

 

 『아침놀에서 권력에의 의지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1906년에 출간되는 유고집[4]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특히 권력으로 번역된 ‘Macht(마흐트)’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권력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근대적인 어감이 더 강하다는 이유로 흔히 으로 번역됐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나, 그것만이 진리라고 틀을 정해 버리면 문제가 된다. 니체는 후기에 들어서 주인 도덕을 노예 도덕과 비교하면서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초인은 이런 주인 도덕과 주인의식으로 충만한 존재다. 니체는 그러니까 자기 삶에 주인이 되는 그런 도덕을 요구했다.



[4] 니체의 유고집 권력에의 의지(Der Wille zur Macht) 초판은 1901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1906년에 증보판이 출간되었다. 니체의 누이 엘리자베트(Elisabeth Förster-Nietzsche)와 니체의 친구 페터 가스트(Peter Gast)니체의 유고를 임의로 엮은 책으로, 니체의 저작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 279, 잠언 192 

 




 그리고 또 예를 들어 프라피스트[주5] 수도회의 창시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 수도회의 창시자는 기독교의 금욕적 이상을 예외적인 프랑스인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진정한 프랑스인으로서 정말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구현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원문]

 

 Da steht der Gründer der Trappistenklöster, er, der mit dem asketischen Ideale des Christenthums den letzten Ernst gemacht hat, nicht als eine Ausnahme unter Franzosen, sondern recht als Franzose.



[5] 트라피스트의 오자박찬국 교수가 번역한 아침놀(책세상, 2004) 206 참조.





* 340, 잠언 237 





 거의 모든 정당에는 우습기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벼이 넘길 것은 것은[6] 아닌 그런 곤경이 생겨날 수 있다.


[6] 넘길 것은 것은 것은





* 344, 잠언 240 

 




 죄 그 자체와 그 죄로 인해 발생한 나쁜 결말 따위는 셰익스피어나 아이아스, 필록테테스, 오이디푸스의 소포클레스[주7] 같은 시인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죄 자체를 연극의 지렛대로 삼는 것은 상당히 쉽겠지만, 이런 시인들은 그런 일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비극 시인도 삶에 대한 자신의 비극적 형상을 통해 삶에 등을 돌리려 한 것은 아니다!



[주7] 아이아스(Aias), 필록테테스(Philoctetes), 오이디푸스(Oedipus)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작품 제목이자 작품의 주인공이다. 홑낫표(「 」)는 작품 제목을 나타날 때 사용하는 문장 부호다. 따라서 아이아스와 필록테테스에도 홑낫표를 표시해야 한다.






* 360, 옮긴이 주 335

 




 루터는 당시 황이었던 루이 10[주8]에게 반항적이면서 교훈적 의미로 헌정했던 그리스도인의 자유(Von der Freiheit eines Christenmenschen, 1520)에서 구속의 자유라는 이념을 펼쳤다.



[주8] 루이 10(Louis X, 1289~1316)프랑스 왕이다. 1520년에 활동한 교황은 레오 10(Leo X, 1475~1521, 재위: 1513~1521).





* 558, 옮긴이 주 529

 

 콜럼버스는 1492년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탈리아의 항해사다. 그는 항해를 떠나기 전에 부호들로부터 후원받을 요량으로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또 설명하기 위해 탁자 위에 달걀을 세우는 퍼포먼스를 보여 줬다고 한다. [주9]



[주9]콜럼버스의 달걀로 알려진 이 일화는 이탈리아의 역사가이자 탐험가인 지롤라모 벤조니(Girolamo Benzoni)1565년에 발표한 <History of the New World>에 언급되었다. 하지만 벤조니의 책이 나오기 15년 전에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르네상스 미술가 평전(한길사 번역본 기준으로 2)에 콜럼버스의 달걀과 비슷한 일화를 언급했다. 달걀을 세운 주인공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세운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대성당 돔의 설계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달걀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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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탕아 2024-09-02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놀을 아직 안 읽어봤습니다. 이 번역본은 읽을 만 한가요?

cyrus 2024-09-04 22:01   좋아요 1 | URL
네, 가독성이 좋았고 옮긴이의 주석이 책세상 번역본보다 많았어요. 주석에 니체 철학을 설명한 내용이 많았어요. ^^

오후즈음 2024-09-0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어야 한다니까 뭔가 마음이 놓이네요. 구입해서 천천히 읽어 보겠습니다!

cyrus 2024-09-04 22:04   좋아요 0 | URL
<아침놀>을 천천히 읽으면 인용하기 좋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