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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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6월의 세계 문학





소크라테스(Socrates)지혜를 사랑한(philosophy) 말쟁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어떤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주1] 그는 자신을 훈계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신중하게 생각했고, 행동했다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Plato)은 이 신적인 존재를 다이모니온(daimonion)’이라고 불렀다. 다이모니온은 철학 하는 수호신이다.


토머스 드 퀸시(Thomas De Quincey)아편을 사랑한 글쟁이. 치통과 위장병은 궁핍한 생활로 허약해진 드 퀸시를 괴롭혔다. 한동안 잠잠했던 병은 불쑥 튀어나와 드 퀸시의 몸과 마음을 들이쑤셨다. 아픔을 참지 못한 드 퀸시는 아편을 자주 마셨다. 드 퀸시가 살았던 19세기 영국 사회는 지금과는 다르게 아편에 관대했다. 아편은 약국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진통제였다. 하지만 아편은 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가진 마약이다. 통증이 조용해지면 소란스러운 금단 증상이 생긴다. 드 퀸시는 불면에 시달렸고, 눈앞에 환영이 펼쳐졌다. 이렇듯 정신이 어지럽거나 알 수 없는 불안이 덮치면 아편을 찾았다. 드 퀸시는 아편에 절인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세상에 알리는 글을 썼다. 그 글이 바로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약칭 고백’)이다.


고백은 드 퀸시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글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괴롭힌 글이기도 하다. 드 퀸시와 알고 지낸 시인 새뮤얼 콜리지(Samuel Coleridge)도 아편 중독자였는데, 그는 아편을 미화한 고백을 비난했다. 예전부터 아편 남용의 문제점을 주장한 의사들도 고백의 비난 행렬을 멈추지 않았다. 19세기 영국 사회는 변하고 있었다. 고백이 발표된 이후부터 아편을 관대하게 바라보던 여론이 줄어들었고, 대중의 아편 남용이 사회를 좀먹는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덕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지식인들은 고백이 아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아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드 퀸시는 고상한 비평가들의 반응에 맞서서 변론했다. 그는 아편 중독 문제의 원인을 무조건 고백탓이라고 몰아세우는 집단 심리를 비판했다.


드 퀸시는 아편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고통과 불행에 초연한 삶이다. 고통이 아예 없는 삶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편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가라앉히게 해준다. 아편의 약효가 사라지면 고통이 다시 생긴다. 드 퀸시는 가난한 부랑자로 살아온 시절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매춘부 앤(Anne)과 함께했던 가난한 시절을 그리워한다. 앤은 드 퀸시에게 선심을 베풀고, 지쳐서 거리 한가운데서 죽을 뻔한 드 퀸시를 살려주었다. 드 퀸시는 아편 중독에 관해 고백하기에 앞서 앤이 어떤 인물인지 소개한다. 앤은 드 퀸시의 은인이자, 드 퀸시에게 고통과 불행을 견디는 법을 알려준 수호신이었다.


아편쟁이생계형 글쟁이는 지금까지도 드 퀸시를 졸졸 따라다니는 명함이다. 이 명함을 치우면 철학쟁이드 퀸시를 만날 수 있다. 드 퀸시는 철학을 혼자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철학 저서를 쓰고 싶어 했다. 드 퀸시는 고백에서 종종 자신을 철학자인 것처럼 언급한다. 그는 성별, 신분, 학벌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과 어울리는 소크라테스 풍대화를 좋아한다고 했다(예비 고백, 47).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아무에게나 다가가서 먼저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의 삶, 행복을 느끼고 싶어서 아편을 마시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는 품성. 고백》에서 드러난 드 퀸시의 삶의 자세는 플라톤이 미친 소크라테스라고 평가한[주2] 거리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를 떠올리게 한다.


드 퀸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 아닌 겨울이라고 했다(『아편의 고통으로 들어가는 말』, 124~125쪽). 역시 고통을 견딜 줄 아는 사람답다. 남들은 따사롭고 편안한 봄을 좋아하지만, 그는 폭설과 한파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살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Seneca)고난과 불행을 차분히 견디면서 사는 삶은 결국 우리 정신을 강인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주3] 고대 그리스 · 로마 고전을 즐겨 읽은 드 퀸시는 고백에 세네카를 인용하지 않았지만, 그는 세네카처럼 살았다.

 

니체(Nietzsche)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다.[주4] 아편은 드 퀸시의 몸을 갉아 먹으면서 죽였다. 하지만 철학을 사랑하는 정신은 죽이지 못했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철학을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가? 드 퀸시는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74세에 눈을 감았다). 드 퀸시를 강하게 만든 것은 아편과 철학이다.








[1]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31d, 79~80(강철웅 옮김, 아카넷, 2020). ‘다이모니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루이-앙드레 도리옹의 소크라테스(김유석 옮김, 소요서가, 2023)을 참조할 것.

 

[2]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16<견유학파>, 518(김주일 · 김인곤 · 김재홍 · 이정호 옮김, 나남, 2021).

 

[3] 세네카, <섭리에 관하여> 4, 22~23(김남우 · 이선주 · 임성진 옮김, 세네카의 대화: 인생에 관하여, 까치, 2016).

 

[4] 니체, 우상의 황혼, <잠언과 화살>, 14~15(박찬국 옮김, 아카넷,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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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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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지금, 민주주의는 아프다. 기생 정체(政體)가 민주주의를 아프게 한다기생 정체는 민주제에 기생한다. 건강한 민주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인 국민의 기본권, 인권, 다원성을 보장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은 민주주의 사회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이다. 기생 정체는 민주적 영양분을 빨아 먹는다







영양분을 빼앗긴 민주주의는 시름시름 무너지면서 죽는다(Democracies Die). 민주주의를 죽이는 기생 정체의 정체(正體)는 극단주의다.







기생 정체에 흡수당한 정치는 극단주의자와 손잡는다. 극단주의자는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적으로 규정한다. 기생 정체의 규모가 작다고 얕보지 마시라. 소수의 기생 정체는 다수의 의견을 뭉개 버리는 소수의 폭군(Tyranny of the minority)’이다. 극단주의자는 자신을 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민주주의가 아플 때 내는 신음을 선명하게 들려주는 청진기와 같은 책이다. 전자의 책이 독재자를 잘못 만난 민주주의의 전조 증상들을 보여준다면, 후자의 책은 민주주의가 무너졌을 때 극단적 소수가 소수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은 선거에 패배하면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이고, 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의 정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선거에 승리한 야당을 불법 선거를 시도한 반민주적 세력으로 몰아세운다.


극단주의자와 친한 민주주의자는 표면적으로 충직한민주주의자. 그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치적 영양분을 제거하는 극단적 소수의 그릇된 행보를 묵인한다권력이 극단적 소수에 집중되어 있으면 다수 의견은 통제당한다소수의 폭군은 자신을 비판하는 정당과 여론, 민중을 폭력으로 응징한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극단적 소수와 그들을 감싸는 미국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알려준다. 이 책을 만난 독자는 극단주의에 빠진 정치적인 그들’의 속셈을 간파하면서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쉽다. 시민은 비정치인이지만, 정치적 견해를 말하면서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인 개인이다. 멀찍이 서서 극단주의적 정치인을 비판하는 일에 익숙한 정치적인 개인은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놓친다.







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생각이 꽉 막힌 뇌가 어떻게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는지를 보여준다경직된 뇌는 극단주의에 취약하다뇌가 딱딱한 사람은 자기 생각이 틀렸어도 바꾸지 못한다민주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우리는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지 않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극단주의는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정치적인 개인에게도 극단주의적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고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정치적인 개인은 표면적으로 충직한민주 시민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져서 극단주의자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지각색 생각을 쭉쭉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극단주의에 잡아먹히면 극단주의자로 만들어진다.






<cyrus가 만든 주석>




* 86






 정부는 정적을 겨냥해서 선택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다. 여기서 정부는 합법적으로 움직이지만 오로지 정적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당한 방식이다. 다시 말해 법을 무기로 삼는 것이다. 페루의 독재자 오스카르 베나비데스(Óscar Benavides, 1933~1939)[]는 이런 말을 남겼다. “친구에게는 모든 것을, 적에게는 법을.”



[] 베나비데스는 군인 출신 정치인으로, 두 차례(38, 42) 대통령을 지냈다. 38대 대통령 임기는 1914~1915년이다. 책에 적힌 연도는 제42대 대통령 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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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5-05-05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소수의 폭정이라는 원래 제목이 훨씬 나은 것 같네요.

cyrus 2025-05-06 13:11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을 전작의 제목이 생각나게끔 만든 것 같은데, 제목이 길어서 입으로 책 제목을 말하면 틀려요.. ㅎㅎㅎ 막상 책 제목을 말하려고 하면, 생각이 안 나요... 제목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극단적 소수’뿐이에요. ^^;;

transient-guest 2025-05-05 0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이나 미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단결해서 난리를 치는 이런 시대에 뼈를 때리는 책이네요 언젠가 구해봐야죠

cyrus 2025-05-06 13:13   좋아요 1 | URL
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따라 극단주의의 노선이 조금씩 달라질 거예요. 이런 비슷한 책들이 많이 나와야겠어요. ^^
 
수학의 중력 - 일반상대성이론부터 양자중력까지, 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최전선
야우싱퉁.스티브 네이디스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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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지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삶은 고통스럽다고 했다. 어떤 욕망을 충족하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한다. 우리는 노력한 끝에 욕망 하나를 충족시키지만, 또 새로운 욕망이 나타난다욕망을 폭식하는 인간은 자기 자신마저 먹어 치운다.


에릭 와이너(Eric Weiner)는 기차 타고 철학 여행(The Socrates Express)을 한 작가다.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잊기 위해 음악을 듣는 쇼펜하우어를 만난다쇼펜하우어는 사는 게 힘들면 예술을 즐기라고 했다. 염세주의 철학자로만 알려진 그는 로시니(Rossini)의 음악을 플루트 연주용으로 편곡했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플루티스트음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쇼펜하우어가 제일 행복해 보인다와이너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의지를 중력과 같다고 주장한다.[주1] 그는 의지를 의 형태로 본 것이다그러나 중력의 진정한 실체를 이해한다면 의지라는 힘을 중력과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중력은 힘이 아니니까!


우리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중력(重力)이라고 배웠다. 중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예시가 나무에 달린 사과가 땅으로 툭 떨어지는 현상이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은 지구의 중력이 사과를 힘껏 잡아당겼다고 대답할 것이다중력을 어렴풋이 배운 사람들은 중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엄청난 힘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중력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세지 않다.


세상 전체와 모든 물질을 구성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할 기본 상호작용(fundamental interaction)이 있다. 한때 기본 상호작용을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네 가지 힘은 강한 상호작용(강한 핵력, 강력), 약한 상호작용(약한 핵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다. 네 가지의 기본 상호작용 중에 힘의 세기가 가장 큰 것은 강한 상호작용이다. 그다음이 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 중력 순이다. 중력이 기본 상호작용 중에 제일 약하다.


중력은 너무 약해서 관측이 쉽지 않으며 연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물리학자들은 수학의 도움을 받아 중력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물리학자들은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수식을 사용했다그런 다음에 실험이나 관측을 수행해서 수식을 검증했다. 사실 몇몇 물리학자는 수학자들과의 협업을 반기지 않거나 수학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Einstein)도 처음에 중력을 연구했을 때 수학이 자신의 연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시간이 지나서야 수학의 가치를 깨달았고 중력의 실체가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보다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다고 말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연구하고 생각하는 일은 고통의 감옥이다. 풀어야 할 문제가 계속 생긴다. 음악을 즐기는 아인슈타인은 생각이 막히면 고통의 감옥에서 빠져나와 바이올린을 켰다.


수학도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처럼 어려운 문제 앞에서 쩔쩔매는 과학자들을 위로해 준다. 때로는 물리학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아이디어까지 준다수학의 중력은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화음을 내는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ensemble)을 들려준다물리학이라는 울타리에만 갇힌 과학자들은 수학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수학자들은 실험해서 결과를 확인하는 것보다 계산하면서 간결한 수식을 도출하는 연구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수학이 물리학의 발전에 여러모로 도움을 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3차원 공간에 1차원 시간을 더한 4차원 시공간을 제시했다. 4차원 시공간은 시간과 공간이 섞여 있다4차원 시공간 속 물체는 끊임없이 변하며시공간으로 이루어진 우주 또한 변한다사실 시공간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독일의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그는 특수상대성이론을 기하학적 관점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질량이 있는 물체가 움직이면 시공간도 움직인다. 이때, 시공간은 구부리거나 휘어진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곡률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정체가 시공간 곡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중력은 힘이 아니라 에너지의 형태에 가깝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실체를 증명하는 중력장() 방정식을 도출한다. 이 방정식이 그 유명한 ‘E=mc2’휘어진 공간비유클리드 기하학(Non-Euclidean geometry)이 주로 탐구하는 개념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휘어진 시공간을 명쾌하게 풀어 주는 수학적 도구다.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중력의 실체와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한 수학은 천체물리학자들의 블랙홀 연구에 합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학이 만난 과학 문제 중에서 해결 불가능한 난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양자 중력연구. 양자 중력은 양자역학으로 중력을 설명하는 물리학 분야다. 양자 중력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앙상블을 시도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이론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관계라서 현재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불협화음만 나오고 있다.


두 이론의 음이 서로 안 맞는다고 해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거대한 미지의 우주를 알아내고 싶은 지식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수학을 공부해서라도 물리학의 난제를 풀려고 하는 과학자들의 의지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은 끝나지 않는다.


ensemble is possible.

     







<cyrus가 만든 주석>

 

 

  

  

[1] 에릭 와이너, 김하현 옮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어크로스, 2021), 156.




* 45, 옮긴이 각주





영국[주2]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2]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스코틀랜드 출신이다.





* 110





 

베소 미켈레 미켈레 베소(Michele Besso)



* 152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둘러싸인 구는 오늘날 사건 지평선[3]이라고 부른다. 한 번 넘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지점 또는 표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 사건 지평선의 실제 형태는 구()의 표면이다. 그래서 정확한 명칭은 사건 지평면이다. 그렇지만 학계와 대중은 부정확한 이름에 익숙해서 사건 지평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참고문헌: 브라이언 콕스 · 제프 포셔, 박병철 옮김, 블랙홀: 사건 지평선 너머의 닿을 수 없는 세계, RHK,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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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 문학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현대문학 

2009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45분

장소: 인더가든



<4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정현정(진행), 조약돌김성현

천성은최승민, 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한 이야기가 흐르거든요오에와 아들 히카리(大江光)의 관계를 조명한 책을 쓴 영국의 언론인 린즐리 캐머런(Lindslry Cameron)개인적인 체험》이 내용상 심각한 책이지만, 매우 재미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절판] 린즐리 캐머런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 (이제이북스, 2007)




소설 주인공 버드(Bird)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남편입니다. 뇌에 이상이 있는 아기를 살려야 말지 외롭게 고민하는 와중에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납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버드의 성적 욕망도 솟아오릅니다대부분 독자는 작가의 지나친 성적 묘사가 상당히 거슬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캐머런은 가차 없는 솔직함이 이 책의 눈에 띄는 매력이며 오에의 작품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구별 짓는 요소라고 말하네요.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세속> 독자 정현정 님은 이 어려운 책을 어떻게 봤을까요? 속독하면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읽으면 생각 덩어리가 많이 나오는 책이라고 말했습니다여섯 명의 <세속> 독자들은 각자 머릿속에 안고 온 소설에 관한 생각 덩어리들을 하나둘씩 꺼내보았습니다.


조약돌 님은 소설 밖에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버드와 아내의 관계가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한 것이죠. 결혼은 자유의 무덤이에요. 버드는 불편한 진실을 모르고 결혼한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결혼한 것일까요?
















* 이상희 인류의 진화: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동아시아, 2023)




약돌 님은 여행하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에 버드가 왜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습니다약돌 님이 던진 질문을 받은 천성은 님은 아주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해 주셨는데요, 최초의 인류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프리카입니다지금도 여전히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진화론자와 진화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학설을 지지합니다버드가 꿈꾸는 아프리카는 단순히 미지의 여행지일 수 있고요, 성은 님의 진화론적 관점이 투영된 아프리카는 진정한 나(개인)의 정체성이 시작된 집과 고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시간이 쏜 화살에 맞습니다. 현실에서 미래로 거침없이 나가는 시간의 화살. 우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가는 시간의 화살에 관통당한 채 살아갑니다. 화살 방향을 절대로 바꿀 수 없듯이 과거를 그리워해도 돌아갈 수 없어요. 버드의 아프리카는 현재보다 자유로웠던 과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최승민 님은 소설에서 반영된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 ChatGPT를 이용하면서 책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ChatGPT로 소설과 작가와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미리엄 실버버그, 강진석 · 강현정 · 서미석 옮김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 근대 일본의 대중문화(현실문화, 2014)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7월의 세계 문학]

에도가와 란포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


* 박경리 일본산고: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다산책방, 2023)




개인적인 체험에는 성적 묘사와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종종 나옵니다. 캐머런이 말한 것처럼 웃긴 장면도 있습니다. 저는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반 근대 일본에 유행하기 시작한 문화 양식 에로 그로(테스크) 난센스의 취향이 이 소설에 묻어나 있다고 느꼈어요에로 그로 난센스는 야하고, 엽기적이고, 우스운 것을 뜻합니다에로 그로 난센스가 넘치는 192, 30년대에 활동한 작가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동시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가 바로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입니다.


김성현 님은 토요일 아침에 하는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의 모임장입니다(현정 님과 승민 님도 <고라니 울고> 소속 회원입니다). 성현 님은 <고라니 울고> 선정 도서로 읽었던 박경리의 산문 일본 산고의 내용 일부를 언급하면서 개인적 체험에 스며든 일본인의 인생관을 짚어주었습니다.


일본 산고토지를 쓴 작가가 쓴 일본 문화론입니다. 박경리반일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 책은 작가 사후에 나온 미발표 원고를 묶은 것입니다. 작가의 원고 속에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의 소회가 담겨 있는데요, 작가가 보고 느꼈던 일본인들은 내세관이 희박해서 유한을 잘 소화하는 민족입니다. 일본 민족 종교는 샤머니즘인데, 일본의 신은 내세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정서에 어둡고 캄캄한 허무주의가 배어 있습니다허무주의에 짓눌린 일본인들은 체념에 빠져 자살을 선택합니다. 모든 일본인이 현실적 고통에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극단적인 취향을 마음껏 즐기면서 현실의 고통을 애써 잊으려고 하죠. 저는 이 극단적인 취향’이 만든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바로 에로 그로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개인적 체험의 버드는 절망적인 현실(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과 불투명한 미래(아프리카 여행) 사이에 껴서 괴로워하는 인물입니다. 버드는 혼자만의 고통을 잊기 위해 에로스에 집착하고 있어요. 승민 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적 욕망과 에로티시즘이 가득한 히미코의 집은 버드의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개인적 체험은 히카리가 막 태어났을 때 쓴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 읽는 독자는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버드를 작가와 동일시한 독자는 아내에 무심하고, 옛 여자 친구에 매달리는 버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 체험》을 읽고 실망한 독자는 작가를 오해하게 되고, 오에 겐자부로는 한순간에 오해 겐자부로가 됩니다.
















* 헨리 나우웬, 김명희 옮김,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IVP, 2022)




현정 님은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책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신 자을 읽은 이후로, 장애를 둘러싼 편견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담19962월에 세상을 떠난 장애 청년 아담 아네트(Adam Arnett)를 가리킵니다. 헨리 나우웬은 아담의 삶을 회상하고, 아담을 만나면서 느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합니다아담이 세상을 떠난 지 7개월 후에 헨리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담의 이야기가 사라질 뻔했어요다행히 헨리와 친분이 있는 종교인들과 아담 유가족의 보살핌을 받은 유고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헨리는 장애인의 삶에 헌신하도록 당신을 자극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항상 아담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헨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누구인지 등등 종교적 질문을 하면 거기에 빛을 비춘 사람이 아담이었다고 말합니다. 헨리에게 아담은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 존재였습니다.







오에는(히카리)이 없었으면 자신은 소설가로 살아가지 못했다고 말합니다히카리는 오에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나는 당황과 혼란 속에서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를 함께 준비하며 직관적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히카리()라고 지었다. 나의 직관은 옳았다. 그 아이의 존재는 내 의식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둡고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밝혀 주었으니 말이다.

 

(빛의 음악중에서, 12)

 


개인적인 체험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없고, 애매한 소설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어둡기만 하고, 칙칙하고, 혼란스러운 소설은 아니어요. 작가와 버드를 무조건 일치시켜서 바라보는 독서는 오해 겐자부로를 만날 수 있어요. 진짜 오에 겐자부로를 제대로 만나려면 개인적인 체험만 봐서는 안 됩니다. 빛(히카리)이 성장할수록 오에의 문학은 성숙해졌습니다. 개인적인 체험》 이후에 나온 소설들을 꾸준하게, 천천히 읽으면 빛나는 오에를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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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4-28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 같은 생각입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책 중 가장 좋았습니다.

cyrus 2025-05-01 09:19   좋아요 1 | URL
소설 속 인물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되게 독특했어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데요... ㅎㅎㅎ 그날 독서 모임에 오신 분들이 어려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제가 추천한 책은 아니지만... ^^;;).
 
이데올로기 브레인 -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김아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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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이데올로기(Ideology)는 지저분하다. 이 작은 단어에 인류의 머리에서 태어난 생각들이 무수히 들러붙어 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 진보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페미니즘, 파시즘, 제국주의, 종교[주1] 등등이 있다


이데올로기는 갈수록 더러워지고 있다. 여기에 마음씨 고약한 극단주의까지 엉겨 붙어 있다. 극단주의는 다른 생각에 기생한다. 극단주의는 생각의 영양분을 모조리 빨아 먹는다. 영양가 없는 민주주의가 방심하면 전체주의로 변한다. 비실비실한 겁쟁이 자유주의는 멸공의 횃불을 휘두르는 반공주의 전사가 된다. 지나치게 격렬한 페미니즘은 자신과 다른 페미니즘들을 무시한다.


민폐를 끼치는 극단주의가 싫은 사람들은 칠칠치 못한 이데올로기를 피하고 싶어 한다단어를 입에 꺼내기 싫을 정도다하지만 이데올로기와 멀찍이 떨어져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먹고 마신다.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물이다. 이데올로기를 먹으면서 자란 뇌에서 이데올로기가 다시 태어난다개인적인 뇌는 이데올로기적이다(The personal brain is the ideological)이데올로기에 단 한 번도 물들지 않은 순결한 뇌는 절대 없다.








이데올로기 브레인: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이데올로기를 먹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다양한 맛의 이데올로기를 먹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뇌는 한 번 맛본 이데올로기의 맛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이데올로기적 뇌는 고프다. 먹어도 먹어도 이데올로기를 자꾸 먹고 싶어 한다. 뇌는 고립된 상황을 싫어한다.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은 관계를 갈망하고, 소속감을 느껴야 만족한다. 이데올로기는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힘이면서도 이데올로기가 비슷한 사람들을 똘똘 뭉치게 만드는 힘이다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집단은 이데올로기 맛집이다.


이데올로기를 과식한 뇌는 뚱뚱하지 않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를 소화(학습)할수록 뇌는 점점 딱딱해진다. 이데올로기에 푹 젖은 생각도 딱딱하다. 이런 사람의 사고방식은 경직되어 있다. 경직된 뇌는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숙고하는 힘을 잃어버린 이데올로기적 뇌는 편견에 취약하며 음모론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데올로기적 뇌는 독단주의자와 극단주의자를 만든다.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한 사람의 몸과 정신도 경직되어 있다. 독단주의자는 자신과 다른 생각뿐만 아니라 불안정성, 모호함, 다양성도 거부한다. 이데올로기로 굳어진 독단주의자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데올로기 브레인우리의 뇌에 스며든 이데올로기가 신체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과학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뇌는 이데올로기를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먹으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만든다. 이데올로기적 뇌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은 독단주의와 극단주의에 맞서는 정치학의 든든한 동지다.


이데올로기에 맛 들인 이상, 우리 뇌에 흡수된 이데올로기를 빡빡 닦아서 지우기 힘들다. 그러나 뇌는 이데올로기에 쉽게 통제당하는, 나약한 기관이 아니다. 사람의 뇌 구조는 모두 다 같지 않다. 어떤 사람의 뇌는 이데올로기의 맛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또 다른 사람의 뇌는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검증한다. 뇌는 외부 환경과 경험에 따라 학습하고 변화한다. 이러한 뇌의 특성을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우리의 뇌와 몸속에 들어온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피가 되고살이 된다이데올로기는 유유히 걸어 다닌다. 살아있는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거부할 수 없다.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한다. 회의주의적 태도와 비판 없이 다른 사람이 주는 이데올로기를 넙죽 받아먹어선 안 된다. 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우리에게 이데올로기에 벗어나는 삶을 상상해 보자고 제안한다. 뇌의 건강을 위해서 우리 각자가 이데올로기 필터(filter)를 설치해야 한다. 이데올로기를 먹고 소화했으면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방해하는 것을 걸러내고 뱉어내야 한다



다 같이 먹은, 이 더러운 이데올로기를 함께 토해야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성토(聲討)해야 한다.







<cyrus가 만든 주석>




[1] 이데올로기 목록에 종교가 포함된 것에 따지고 싶은 분은 마르크스(Karl Marx)엥겔스(Friedrich Engels)에게 직접 따지시길.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를 거짓되고 추상적인 허위의식(Falsches Bewußtsein)’이라고 했다. ‘허위의식은 엥겔스가 만든 용어다. 마르크스는 종교 또한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으며 자신이 쓴 글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 그 유명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문장을 남겼다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은 헤겔 법철학 비판》(칼 마르크스, 강유원 옮김, 이론과실천, 2011년, 절판)에 수록되어 있다.





 

* 199





 신경과학자들에게 알려진 가장 유명한 유전자 중 하나가 카테콜-O-메틸기 전이효소 유전자이다. 줄여서 ‘COMT’라고도 한다. 1958년 노벨상 수상자인[2] 줄리어스 액설로드가 발견한 COMT 유전자는 전전두엽 피질의 도파민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2] 1958년은 줄리어스 액설로드(Julius Axelrod)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연도가 아니라 COMT 유전자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해. 액설로드는 1970년 노벨상 수상자.





* 207




 

 과학자들은 어떤 유전적 효과에 대해 말할 때 

후성유전학epigenetic 효과[3]도 함께 주시한다.

 




[3] ‘epigenetic’후성유전적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epigenetic’ 뒤에 ‘s’를 붙이면 후성유전학을 뜻하는 단어가 된다. 원서에 있는 해당 단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원문이 ‘epigenetic effect’라, ‘후성유전적 효과로 번역해야 한다. (참고문헌: 리처드 C. 프랜시스, 김명남 옮김, 쉽게 쓴 후성유전학: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시공사, 2013)





책 본문에 언급된 다른 저자들의 책은 국내 번역본 제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책 끝에 있는 <>의 참고문헌들은 원제만 있다.

 



* 22




 

 조지 오웰에 따르면, 정치적 언어는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리고, 살인이 그럴듯해 보이며, 가벼운 마음도 견고한 겉모습을 갖는 것처럼 보이게 설계되었다.”[주4] 우리는 사람이나 생각을 무 자르듯이 깔끔하게 각각의 범주로 나누어 명확성을 높이고 어떤 정체성을 씌우려고 한다.






[주4] 조지 오웰, 정치와 영어(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10)에 수록되어 있다(이데올로기 브레인》에 인용된 문장은 276쪽에 나온다).





* 148~149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제안한 것처럼, 이데올로기 공동체에서 삶은 일련의 아름다운 삶의 실험[주5]이 아니라 엄격한 프로토콜과 같다.






[5]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 (책세상, 2005, 구판 절판). 110.





* 257




 

 몸과 관련된 문제에 결벽증이 있는가? 정치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 이것은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다음과 같은 주장과 비슷하다. 인류 역사 내내, 스스로의 동물성과 도덕성을 두려워하고 증오한 지배 집단이 그것들을 체화하는 집단과 개인을 배제하고 주변화하고자 혐오를 사용했다.” [6]





[6] 마사 누스바움, 조계원 옮김, 혐오와 수치심: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민음사, 2015).





* 260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은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7]


[7] 에드문트 후설, 이종훈 옮김,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한길사, 2022).





* 295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이렇게 말했다. 단지 은유 하나를 바꾼 것만으로도 놀랄 만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8]

 




[8] 조지 엘리엇, 이봉지 · 한애경 옮김,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민음사, 2007).





* 308~309




 

 마르티니크섬 출신의 철학자 프란츠 파농흑인을 대상으로 한 백인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썼다. [9]

 


[9] 프란츠 파농, 노서경 옮김,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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