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구판절판


"좋은 칼럼과 사랑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사랑도 칼럼도, 물론 우리를 지금 행복하게 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둘의 아름다움과 힘은
우리 영혼에 얼마나 깊이 인상을 남겼느냐에 따라 평가되지요."-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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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내가 그 당시 경험했던 감정에 대해 다른 언어에서도 흔히들 ‘상심(傷心)’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깨진 도자기 심장을 여기에 전시하며, 이 심장이 박물관에 온 사람들에게 내 통을 잘 설명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p 11)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케스킨 씨 가족의 오래된 물건들, 특히 고장 나고 녹슬고 오랫동 안 작동하지 않은 자명종과 손목시계를 보면서, 그것들이 얼마나 기이한지, 얼마나  ‘시간 밖’의 존재로 보이는지, 어떻게 자기들끼리 그들만의 시간을 만들었는지 봐 주었으면 다     (p 34) 

 

그녀는 달콤하고 진심 어린 미소를 두 번 지어 보였고, 잠시 후 소금 통(나의 수집품이 될)을 내게 건네줄 때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에 닿는 것도 허락했으며,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갔다      (p 53) 

 

텔레비전을 보다가 케스킨 씨 가족의 어떤 물건(예를 들면 세월이 흐를수록 수가 늘어 갔던, 퓌순의 손의 향기가 배어 있는 수저)을 주머니에 넣었을 때.....
(p 90) 

 

그렇기 때문에 연필이나 양말, 비누 같은 작은 선물들 사이에 ‘라피 포르타칼 골동품 상점’에서 파는 이런 비싼 컵을 가져간 것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p 90) 

  

나의 이런 믿음에 대한 또 다른 예로, 그 시절의 새해 복권을 전시한다     (p 91) 
 

"케말 아저씨, 톰발라에서 아저씨가 딴 손수건 있잖아요.....”
“응.”
“그건 퓌순 누나가 어렸을 때 쓰던 손수건이에요. 그거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알리, 어디에 넣었는지 모르겠는걸.”
“난 알아요. 이 주머니에 넣었어요. 거기 있을 거예요.”
아이는 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을 태세였다     (p 98) 

 

네시베 고모는 식사가 끝나면 냄비와 커다란 접시를 치우고, 다먹지 않은 음식을 냉장고
(언제나 마법같이 느껴졌던 케스킨 씨네 냉장고에 박물관 관람객들은 특별히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에 넣은 다음, 낡고 커다란 비닐봉지 속에 든 ‘뜨개질 도구’를 집어 들거나 퓌순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다     (p 138~139)

저편에는 네시베 고모의 옷감과 골무 들이 있었다. 화려한 도자기 골무와 퓌순이 조금 전에 신경질적으로 매만지던 오렌지색 파스텔 연필을 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p 168)

그녀가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면서 우아하게 만지고 있던 소금 통을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주머니에 넣고는, 천천히 라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 소금 통이 내 주머니에 있다는 것 

을..... (p 169)

성냥갑, 퓌순의 담배꽁초, 소금 통, 커피 잔, 머리핀, 머리 묶는 고무줄처럼 모으기 힘들지 않는 것이나 주의를 끌지 않는 물건을 다음으로 재떨이, 찻잔, 슬리퍼 같은 좀 더 주의를 끄는 것들을 가져오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그것을 대신할 물건을 새로 하나하나 사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p 172)

한구석에 돈을 놓아둔다든지 내가 가져간 물건 대신 아주 비싼 새것을 다음 날 가져갔다.
바늘겨레와 개, 혹은 개와 재단용 줄자 같은 것들이 동시에 텔레비전 위에 놓였다가  

사라지곤 했다       (p 177)

나는 습관에 따라 조금 전 케스킨 씨네 집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 본능적으로  

강판을 가지고 나왔던 것이다     (p 178)
*** 모과 잼이나 음료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강판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케스킨 씨네 집에서 화장수 병을 가져가서, 멜하메트 아파트에  

모아 두고 있었다     (p 194)

케스킨 씨네 집 식탁에 앉아 있던 팔 년 동안, 나는 퓌순이 피운 4213개의 담배꽁초를  

가져와서 모았다     (p 199)

사기로 된 소금 통, 개 모양의 재단용 줄자, 무섭게 생긴 통조림 따개,  

퓌순네 집 부엌에 언제나 있었던 바타나이 해라바기 유 병     (p 205)

여기 전시한 사고 보고서에 의하면, 그녀의 두개골은 주저앉았고.....     (p 341)
*** 자동차 사고 현장과 사고 당시 퓌순의 상태에 관한 내용이 적힌 보고서

때로는 어떤 물건, 예를 들면 내가 샹젤리제 부티크에서 퓌순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가
신고 있던 노란 구두를 들고는,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물었고, 나는 설명해 주었다
(p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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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 글에서 말하는 독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마우스 위에 올려 있는 검지손가락으로 이전 웹 페이지로 이동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 페이퍼를 안 읽었으면 좋겠다.

 * 오르한 파묵의 신작 <순수박물관>을 아직 읽지 않았다
 * <순수박물관>을 읽고 있는데 아직 1권 혹은 2권을 읽고 있는 중이다
 * <순수박물관>을 읽고 있는데 내용이 너무 많아서 미칠 것만 같다.

    더 이상 끝까지 못 읽어나가겠다 
 * 그의 신작을 읽지 않았지만 작가가 실제로 ‘순수박물관’을 세운다는  

    뉴스는 들어봤다  

 * 작가가 세운 순수박물관에 관람하고 싶지만 여행 비용이 부담스럽다

<순수박물관>을 도서관에서 빌린 지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예전에 그의 전작인
<내 이름은 빨강> 두 권짜리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떨쳐버리고
신작 <순수박물관> 두 권짜리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깐 무언가 아쉬움이 있었다. 독자가 순수박물관에  

찾아갈 수 있도록 약도를 그려 넣은 것은 좋다. 그런데 도록이 없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도록은 빠질 수가 없다.
2권 마지막에 소설 속 등장인물의 목록이 있고 순수박물관의 전시물 도록이 없었다.
2권을 너무 빨리 읽다보니 케말이 모은 물건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작 생각난 것이 처음 박물관 전시 1호 물건인 퓌순의 귀고리 한 짝이 유일하다.
그래서 이 훌륭한 작품을 그냥 읽기에는 허전함이 남았다. 케말이 퓌순의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서 박물관을 세웠듯이 나도 오르한 파묵의 신간을 읽은 기념으로  

내 나름대로 도록 같지 않은 도록을 작성하였다. 
 

참고로 순수박물관의 도록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낳게 한 아이디어의 근원은
최근에 읽은 사이토 다케시의 <독서력>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읽었던 책을 더욱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매핑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록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쓰는 방식과 주제는 자유롭다.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에 대해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을 예로 들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을 것이다. 읽고 난 뒤, 책 속에 소개된 법정 스님의 책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그렇게 되면 책 내용에 관한 기억이 확실히 나게 되며, 자연스럽게 법정 스님의 책들도  

읽게 된다. 매핑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은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며  

창의적인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방식을 착안하여 좀 더  

<순수박물관>을 읽은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 도록을 작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 두 권짜리를 또 읽었다. 사실 적지 않은 양의 두 권을 또 읽어야한다는 점이
고통스러웠지만 막상 시작해보니깐 어느 새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두 번째 완독 끝에 두 권에 등장하는 모든 순수박물관의 전시 물품들을 일일이 작성하였다. 

전보다 빠른 속도로 읽어서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빠뜨릴 수가 있겠다.
하지만 굳이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또 한 번 두 권을 완독하는 것도 힘들며
나름 재미 삼아 하는 것이기에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직접 터키에 있는 순수박물관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케말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사랑의 증거들을 책에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순수박물관>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더 이상 밑의 글을 읽지 말고, 직접 책을 읽고 나서 도록을 확인해주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이 스포일러성으로 될 수도 있고, 괜히 허접한 글 때문에

독자 분들에게 기대감을 떨어뜨리게 만들게 하고 싶지도 않다.

혹시 읽어본 독자 분들 위해서 1, 2권 따로 정리했으며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페이지 수도 기록하였다.  
 

  

 

1권 

퓌순은 내가 박물관의 첫 번째 물건으로 전시할 귀걸이 한쪽을 빼서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p 59) 
 


그날 퓌순의 가방에 끝내 나오지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접어 놓은 그녀의  

꽃무늬 손수건을 여기 전시한다. 이후 퓌순이 담배를 피우면서 책상 위에서  

만지작거렸던 어머니의 크리스털 잉크병 필기도구 세트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하고 연약한 온정의 징표가 되었으면 한다     (p 61~62) 
 


그 당시 터키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이상하고, 가장 용감했던 칼럼니스트
제랄 살리크(여기에 그의 칼럼 한 편을 전시한다)의 부드러운 손을 진심 어린 존경을  

다해 맞잡았다     (p 212) 
 


퓌순이 오늘 안 올 거라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던 그 십 분에서 십오 분을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는 여기에 전시한 시계, 성냥개비와 성냥 더미로 잘 설명될 것이다
(p 239~240) 
 


시벨과 누르지한이 읽던 프랑스 정원과 주택 관련 잡지에서 영감을 얻고 거기에 전통적인  

느낌을 접목해 꾸렸던 피크닉 바구니, 차가 가득 든 보온병, 플라스틱 상자 안에  

든 돌마 모형, 계란, 멜템 사이다 병, 자임의 외할머니가 쓰던 멋진 덮개를 전시한다 

(p 249) 

  

 

나도 비슷한 것을 어렸을 때 사용했고, 어쩌면 그래서 퓌순에게 선물했던 학생용 자
우리 박물관의 첫 번째 진짜 물건이다. 그녀를 연상시키고, 그녀의 삶에서 고통으로
얻게 된 물건 (생략)     (p 267) 
 


여기에, 그 시절 안간힘을 써서 떠올리고 파악하려고 했던 새 니샨티쉬 지도를 전시한다
(p 270)
*** 카멜의 집이자 박물관인 멜하메트 아파트가 있는 지역의 지도. 지역 주위에
카멜과 퓌순이 함께 걸었던 길이나 퓌순과 관련된 장소가 표시되어 있음 
 


아파트에 들어가서는 찻잔, 잊어버리고 간 머리핀, 자, 빗, 지우개, 볼펜 같은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물건을 만지거나..... 그것과 관련된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나의 수집품을 늘려 나갔다.     (p 294) 
 


여기에 전시한 편지는 나의 수집품을 처음 모으기 시작했던 그 중요한 시절에 쓴 것이다
(p 295)      *** 케말이 퓌순에게 보내기 위해 쓴 편지 
 


이제 관람객들이 내 사랑의 고통에 질려 버렸다는 걸 알기에 신문에서 오린 멋진 기사를 

전시한다. 퓌순과 미인 대화에 같이 출전했던 친구 제이다의 대회용 사진과 삶의 목표가  

‘이상적인 남성’과 행복한 결혼하는 것이라고 했던 그녀의 인터뷰 (하략)     (p 296) 
 


잠시 후 조금이나마 고통을 잊고 잠에 빠져들었다. 아버지가 그날 입었던 파자마의  

칼라 항상 나를 우울하게 했던 슬피러 한 짝을 여기에 전시한다     (p 300) 
 


관람객들이 나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물건들의 작은 사진을 순서대로 여기에 전시한다     (p 312~313) 
 


오십 년 후에 나의 이야기와 사건에 관심을 보일 새로운 세계의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그 당시 담배 가게에서 팔았던 테두리가 꺼끌꺼끌한 전화 토큰을 여기에 전시한다
(p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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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안해요 Mr. Pamuk 
 

2006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이 <눈>을 발표한 지 7년 만에  

신작이 나왔다. 더군다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로 소설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작가의 유명세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것은 최근에 나온 <순수박물관>이 처음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오르한 파묵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한  <내 이름은 빨강>을 읽어보기는 했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 당시  

워낙 유명했던지라 동네 공공 도서관에 대출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빌려가곤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예약자가 많아서 예약 기회도 없었다. 꼭 읽어야겠지  

하고 벼르다가 이 책을 알게 된 지 두 달 만에 드디어 그의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두 달이라는 인고(忍苦)의 시간동안 느꼈던 책에 대한 기대감이  

첫 페이지를 넘길수록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를
알리게 한 이 책의 독특한 역순행적 구성과 16세기 말의 터키를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색채의 문장에 기대감만큼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의 장르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 읽었건만 추리소설에서 뿜어져 나오는 몰입과 긴박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뭐야, 이게 추리소설이라고? 그냥 터키에서 유명한 추리작가의 작품이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1권의 절반도 채 읽지 못한 채 다음 날 도서관에 반납을 하였다.
성숙하지 못했던 나의 풋내기 독서력이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말았다. 2년 뒤, 터키에서 유명한 추리작가는 세계적인 문학상의 No.1인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오르한 파묵을 저평가했던 과거의  

망상이 떠오르는 동시에 나의 유치했던 독서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의 노벨상 수상 이후로 대형 서점에는 그의 책들이 진열되어있는 코너가 마련되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는 추리작가가  

아니었다.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작품은 추리적 요소가 가미된 장편소설이었던  

것이다. 또 한 번 나의 무지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미안해요. Mr. Pamuk. 당신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그리고 작가 앞에서는 염치없겠지만 노벨상 수상 이후의 작품이라는 광고에 혹하여
<순수박물관>을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망설임없이 직접 2권을 공공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하여 두 권 모두 완독을 하였다. 
 

 

 그녀를 찾습니다

이번 작품은 2권이며 합친 분량만 따지면 900쪽이 넘는 대작이다. 그리고 파묵은  

작가 생활을 하면서 펴낸 전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어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내용은 간략하다.  

케말이라는 남자가 미모가 출중한 퓌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는 돌연  

말없이 사라지게 되어버린다. 사랑의 열병을 앓게 만들어버린 퓌순을 찾기 위해  

케말은 그녀를 찾기 위해 방황의 시간 속을 헤매다가 결국 퓌순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퓌순은 이미 결혼한 사이였다. 케말은 포기하지 않고 구애 끝에 퓌순과  

재결합하게 되지만 결과는 비극적으로 끝나고 만다. 인생의 절반을 퓌순에게  

사로잡혔던 시간동안에 간절한 그리움의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그녀가 사용한  

물건들을 멜하메트 아파트에 모아둔다. 퓌순과의 사랑에 대한 추억이 담긴 수집품들은  

결국 책 제목처럼 ‘순수박물관’을 세우게  되면서 30여년에 걸친 그의 사랑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사랑에 빠져버린 우리들의 모습 
 

제목과 내용만 봐도 사랑에 관련된 한 남자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인거 같은데.....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케말과 같은 사람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면 ‘화성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그 사람이 주었거나 혹은 관련된 물건을 

버리기 마련이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을 지워버리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케말은 

정 반대이다. 퓌순은 케말이 약혼녀 시벨과 결혼하게 된 시점부터 돌연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케말은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불문하고 단지 퓌순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그녀의 

갑작스런 이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에 대한 결핍과 부재가 낳은 케말의 고독감은  

그녀의 손길을 스쳐간 물건들을 멜하메트 아파트 방에 가득 채워 넣는다.  

멜하메트 아파트는 케말과 퓌순만을 위한 사랑의 공간이며 유토피아(Utopia)이다. 

하지만 그의 ‘화성인’다운 행동에 대해서 이상하게 본다거나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지 마시라. 케말의 행동은 결국 사랑에 빠져버린 우리들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남녀가 서로 사랑하게 되어 연인이 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그들만의 사랑의 징표라고 알릴 수 있는 커플링을 끼고 다니거나,
만난 지 22일이 된 날을 ‘투투데이’, 100일이 되면 그 날에 기념을 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다. 커플들의 이런 행동들은 자신들 간 사랑을 더욱 더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며 서로 간의 사랑의 유대감을 강하게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곁에 없지만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 공간에 그녀의  

물건들을 수집하면서 케말은 퓌순과의 사랑을 자신의 인생에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념하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끝끝내 버리지 않는다. 그녀의 부재 속에서도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수집 행동이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찾아다니는
끝에 재결합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만남은 곧 헤어짐의 시작이라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에도 이별이 있는 법이다. 케말에게는 시벨이라는 약혼녀가 존재하고 있어서  

사실 처음부터 퓌순과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한 번의 이별을 겪고  

다시 한 번 퓌순과 재결합하게 되지만 교통사로로 그녀가 세상을 떠나게 됨으로써  

운명조차도 이들의 행복한 사랑을 오래가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케말의 퓌순에 대한  

사랑은 이상적인 사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한 번 사랑에 빠지게 되면 오래갈  

것이라고 행복감에 도취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상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그런 행복감에 지나치게 빠지다보면 이별 후의 후유증이 오래 남게 된다.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이성과 헤어지게 되면 아직까지도 상대방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후유증의 영향은 이별 이후에도 그녀가 준 물건들에 대해 더욱 더 애착이  

가게 된다. 그녀에 대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면서 이별을 선택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기도 하며 심지어 다시 재결합하기를 바라면서 상대방에게 애걸복걸  

매달리기도 한다. 어쩌면 케말도 퓌순을 사랑했던 기간 동안 지나치게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다. 퓌순이 사라진 뒤에도 그녀의 물건을 수집하는 행동은
이별 뒤에 찾아오는 사랑의 후유증을 보여주고 있다. 
 

 

 순결에 대하여

무엇보다도 케말과 퓌순의 사랑이 유토피아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작품 속 삼각 갈등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이 ‘순결’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갈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는 시벨과 퓌순이다.  

하지만 이들의 가치관은 다르다. 그리고 이 두 인물은 서구 문화가 들어오고 있는  

70년대 터키의 여성상을 말해주고 있다. 시벨은 전통적인 여자이다.  

그녀는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케말의 이중적인 사랑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한다.
반면에 퓌순은 예전에 미스코리아 대화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서구적인 여성이다.
케말이 약혼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녀 역시 그에 대한 사랑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여
멜하메트 아파트에서 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사랑에 대해서는 개방적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케말은 여성이란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켜야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퓌순과의 사랑은 순결만 따져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랑으로 치부한다.
케말은 시벨과의 말다툼에서 자신의 사랑 관념을 드러나고 있다.

 "순결이 아직도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그렇게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척하는 거야?
  최소한 좀 솔직해졌으면 해.” 
 “모두들 이 문제에 대해선 정직해..... 너의 관점으로 다른 사람을 본다는 게  

  너의 문제야.
  어쩌면 너나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리 유럽적이고 현대적이라 할지라도, 이 문제는 이 나라에서  

  그리고 한 여자에게는 중요해.” 
                                                                                             - 2권 p 234 -

남성들 입장에서는 순결은 참으로 모호하고 딱히 무엇이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워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남성들끼리 암묵적으로 금기시하기도 한다. 케말처럼 남성들도  

순결 앞에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의  

과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과 사귀기 전에 과거의 남자를 사귀었던 경험이 있는 것을 

알게 되면 괜히 민감해진다. 그리고 자신과 사귀고 있는 여성이 ‘순결 여(女)’임을 바라는 

남성도 있다. 여성이 과거에 남성과 사귄 경험이 많다고 하면 우리들은 그녀를 안 좋게    

바라보곤 한다. 남성의 심리는 여성은 순결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남성들은 자신들에 대한 순결은 생각해보지 않는다. 남성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어발식 연애를 즐기는 남성도 있으며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여자 친구 몰래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남성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여성과 성적 관계를 맺는 행동에 대해서 동족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자랑하고 다닌다. 무엇보다도 남성들 사이에서는 숫총각을 ‘천연기념물’이라고
비유하여 은근히 성적 비하를 하기도 한다.
결국 남성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관점은 남성 지배적인 사고가 자리 잡혀 있다.
그리고 남성이 여성에게 순결을 지킬 것임을 강조하는 사랑 방식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적인 사랑이며 잘못된 것이다. 
 

 

 남성들이여, 케말을 본받자

개방적인 서구식 문화가 유입되면서 남녀 간의 사랑 관념도 변하고 있다.  

특히 사랑에 대한 여성들의 가치관은 천차만별이다. 한 번 사랑한 남자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끝까지 정절을 지키는 춘향이식 사랑은 옛 말이다. 2년이라는 세월동안  

군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하고 오면 군 입대 전 헤어지지 말자고 약속했던 곰신은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 그리고 여성들도 거리낌 없이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며  

원 나잇 스탠드도 이성 관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다양해진 만큼 타인의 눈으로 이들의 행동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예민한 성격을 가지다보니 이성의 부재 시 느끼는 고독감을  

더욱 느낄 수밖에 없다. 2년이라는 기간. 누구에게는 짧은 기간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긴 시간일 수가 있다. 군에 간 남자 친구를 기다리가가 정신적으로 힘들다보니 다른  

이성과 눈 맞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자유연애를 즐기는 것에 대해 자신들이 만족함을 

느낀다면야 주위 사람들이 그녀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 또 젊음은 질풍노도라는 말이  

있듯이 한창 혈기왕성할 시기에 이성에 대해 사랑을 느끼고 연애를 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의 본능이며 젊을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많은 사랑의 경험은 하되 올바른 방식의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본능적인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연애를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버리듯이 한 달에  

수십 번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랑을 하지 말자. 짧아도 100일이라도 좋다.   

왠만하면 오랜 기간동안 연애를 하자. 자신의 잣대를 벗어나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 더 너그러이 이해하고, 케말처럼 ‘너 없으면 못 살 거 같다’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뜨겁게 사랑을 표현해보자. 그러면 언젠가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케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을 집착적으로 모으지 말자.  

다만 상대방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을 해서 준 물건들은 무시하지 말자. 세월이 흘러  

그 사람과 헤어져 있다거나 아니면 오랫동안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면 가끔  

그 물건들을 보면서 ‘아! 나도 예전에 이런 사랑을 했었구나’하고 즐거웠던 추억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있는 남성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은 기념일은 잊지 말자는 것이다.
남성들은 기념일 외우는 것이 귀찮고 날짜 자체에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지만 여성은 

다르다. 여성은 기념일로 하여금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랑을 더욱 더 특별하게  

여기고 싶어 한다. 또 한편으로는 기념일을 계기로 이성 간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으며  

이 사랑이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은 심리도 가지고 있다. 여자 친구와 오래 사귀고 싶다면  

여자 친구에게 애정 표현을 자주 하고 이런 기념일도 챙겨주면서 여자 친구와의 사랑을  

돈독히 하자. 그럼 언젠가는 오랜 열애의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리뷰를 끝맺음을 안도현 님의 시로 장식하겠다. 케말도 이 시에 나오는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도 케말처럼, 아니 이 시에 나오는 연탄재와 같은
사랑을 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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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일상적인 모든 것들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독자들의 고정된 두뇌도 비틀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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