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올해 내가 실행하고 있는 인생 최대 독서 프로젝트가 있다.

그것은 <죽기 전에 1001>에 소개되고 있는 문학 작품 1001권을 읽는 것이다.  

올해부터 군 제대 이후 제대로 된 독서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완독하고 리뷰를 올린 책이 고작 7권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성미가 풀리는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실행 결과가 좀 미미하다.

말이야 1001권이지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절반의 작품들은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번역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내가 이 책을 2년 전에 처음 도서관에서 보게 되었는데,  

올해 군 제대 이후에 다시 보고 나니깐 그 2년이라는 시간동안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만큼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문학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남미, 북유럽 문학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는 현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죽기 전까지 다 읽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목표의 초심도 잃게 되는 법. 

어쩌면 학교 다니고 취업 준비하느라 바쁜 삶을 살게 되면 독서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독서는 정신적 운동이며 삶의 일부분이다.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며  

이전에 관심이 없었던 내 눈앞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독서는 나에게는 아주 특별하다. 내가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터득했던 

활동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서정주 시인의 시 한 구절를 빗대어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내 인생의 8할은 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은 8할 정도의 인생을 살지 않았지만 

숨을 쉬고 생각하면서 두 발을 지탱하고 있는 나의 삶을 만든 것은 책이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이 바쁘고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세운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의 제목처럼 죽을 때까지 책을 읽을 것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못 읽고 가더라도 한 평생 독서라는 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  리스트 순서는 <죽기 전 1001>처럼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순서대로 올렸다. 

*  한 작품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의 수만 수십 권이 넘는 판본이 존재한다. 

리스트에 올린 도서들은 다분히 내가 읽고 싶다는 주관적인 마음으로 선정한 것이다. 

특히 오래된 고전 같은 경우 다양한 번역본이 많은데, 그 작품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며 

번역 활동에 권위 있는 번역가의 작품을 선택했다. 그리고 한 작품에 번역에 정평이 나있는 

번역가들의 판본이 있다면 다 읽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일치하더라도  

번역가들의 주석과 해설이 다를 수도 있으니 다양한 관점으로 읽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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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세트 - 전10권- 개정증보판
시내암 지음,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6년 11월
88,000원 → 79,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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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우영 수호지 세트 - 전20권
고우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1월
200,000원 → 180,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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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사 삼국지 세트 - 전4권
진수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95,000원 → 85,500원(10%할인) / 마일리지 4,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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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번역된 삼국지는 나관중 버전이다. 그러나
나관중 이전의 삼국지는 진수가 쓴 삼국지가 있다. 나관중 버전과
진수 버전의 차이점은 진수의 삼국지는 역사서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관중이 소설체로 쓴 것이다.
고우영 삼국지 三國志 세트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2월
90,000원 → 81,0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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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삼국지> 판본이 참으로 다양하다. <삼국지> 번역에 참가한
작가를 열거하면 월탄 박종화, 정비석, 김구용,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
박상률 등이 있다. 만화로는 고우영 화백이 알려져 있다. 이문열 삼국지는
많이 읽혀지고 있으며 삼국지하고 하면 이문열이 떠오를 정도로
스테디셀러이다.
하지만 판본마다 차이점도 있으며 단점도 있다.
사람들마다 누구의 번역이 뛰어나냐고 의견이 가르고 있지만
다양한 판본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김부용 번역본만
<삼국지연의>라고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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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양장)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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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루이 랑베르 (양장)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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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1 (양장)
존 밀턴 지음, 조신권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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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낙원 (양장)
존 밀턴 지음, 조신권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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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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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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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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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앙투안느의 유혹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용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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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 개정판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4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001-148] 80일간의 세계일주

 

 

 

 


 오늘날의 세계 일주 여행

16살의 나이로 최연소 단독 세계 항해일주에 도전했던 미국의 애비 선덜랜드라는 소녀가
도전 5개월 만에 실종되었다. 원인은 거친 파도에 의해서 배가 좌초되었던 것.
다행히도 이틀 뒤에 다른 선박에 구출되었다. 일부 항해 전문가들은 자식의 무모한 도전을  

방치한 부모의 행동이 무책임하고 비난하였다. 그러자 소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반박에  

나섰다. 몇 살부터 모험에 나설 수 있냐고 반문하였다. 그리고 소녀의 부모들은 자식의  

모험심을 막는 부모의 과잉보호가 더 문제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식을 옹호하였다.
통신과 장거리 교통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요즘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세계 일주를  

많이 하고 있다. 배뿐만 아니라 자전거, 자동차 등 본인들이 직접 작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세계 일주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세계 여러 나라를  

이동하는 것만 아니다.  

 

세계 일주에도 테마가 있다. 지구 환경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있으며 세계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도 여행자들에게 위험한  

분쟁 지역의 국가들까지도 세계 일주의 여정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 어린  

소녀처럼 기네스 북 기록이라는 세계 최고의 기록자가 되기 위해서 세계 일주를  

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자신 인생의 큰 목표로 세계 일주를 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는 어린 시절부터 부자가 되면 그 돈으로 세계 일주를 하는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제철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얻게 된 카네기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여러 마리 준마가 끄는 호화 마차로 세계 일주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강철왕, 세계 최고의 부호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전 세계에서 각인시켜주었다.
이렇듯 자기 PR의 목적을 가진 세계 일주도 있다. 세계 일주는 단순히 모험심 강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다. 모험심 이외에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강인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 일주를 해야만 하는 자기만의 특정한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러면 동시에 전 세계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자기 PR 효과가  

불러오게 된다.  

 

 

 

 과거의 세계 일주 여행 : 오리엔탈리즘의 기원  

하지만 예전의 세계 일주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 15~17세기에 콜럼버스와 마젤란 등
탐험가들의 등장으로 지리상의 발견이 이루어졌던 항해 시대부터 인간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근대의 시대로 오게 되면서 나날이 증가하는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하여 비(非) 서구지역에 대한 정치지배 및 교역통상 등의 체계가 

이루어져 식민지 건설이 유행하였다. 그리고 서양에서 동양 문화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고 동양 문화를 반영한 풍습과 문화가 유행하였다. 서양 화풍에 일본의 양식인  

우키요에가 유행하여 반 고흐나 드가 등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폴 고갱은  

당시 서구에게는 미개인의 나라였던 타히티에 직접 가서 그 곳에 정착하게 된다.  

영국의 라카프디오 헌은 일본에 귀화하여 일본의 민담 문학을 서구에 소개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나중에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성이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동양에 대한 고정되고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가지게 되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형성된다.  

단지 서구의 문화적 유행이 오리엔탈리즘의 근원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서양 제국주의의 역사를 비추어보면 서양인들은 동양 문화에 대한 동경 뒤에는  

자신보다 아래인 동양 국가를 지배하고 싶은 이중적인 욕망을 내재하고 있다.
만약 유럽에서 일본의 우키요에가 유행하지 않고, 아예 바다 건너에 있는 일본을 모르고  

있었다면 일본 내의 서양인 진출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을 근대적 국가로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메이지 유신도 성립되지 못했을 것이다. 
 

 

 

 쥘 베른의 등장 : 경이적 여행의 탄생 
 

세계에 대한 서양의 동경은 단순히 동양 문화의 유행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자연과학의 발달도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겼다. 19세기 후반에 과학이 크게  

발달함에 따라, 자연과학의 지식을 이용한 소설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문학적 유행의  

대표주자는 프랑스의 근대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인 쥘 베른이었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고작 그가 가본 나라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였다.  

그러나 여행 경험으로 많은 여행가와 지리학자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의 지적 교류를  

통해 얻은 지식에다가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여 일종의 과학모험 소설을 발표한다.  

작품 속에 나오는 여행들은 당시 독자들에겐 경이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였다.  

바다 밑을 여행하는 <해저 2만리>, 달나라를 여행하는 <달세계 일주>, 지구의 내부를  

여행하는 <지저 여행>, 그리고 세계 일주라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법한 경이적 여행 형식을 

낳게 한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나머지 소개한  

작품들보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영화로도 리메이크하기도 하였다.
소설 장르가 모험과 과학이 결합된 소설이다 보니 아동용으로 널리 읽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아동용 모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단순히 아동용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아동용 소설이라고 알고 있는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어린이들은 단순히  

모험 이야기에 혹해서 이 작품을 읽고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오리엔탈리즘의 시선 
 

나도 초등학생 때 집에서 소장하고 있었던 아동문학전집의 한 권으로써 쥘 베른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었다. 그 때의 작품도 <80일간의 세계 일주>였다. 2만 파운드의 내기가 걸린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하인인 프랑스 인 파스파르투와 그 밖의 주변 인물들의  

세계 일주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인도, 중국, 미국, 대서양 등 세계 각지의 인정과  

풍물들이 소개되어 있어 여행을 좋아한다거나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들은 이 작품을  

한 번 읽게 되면 빠지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포그 일행과 세계 일주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지막에 갈수록 포그가 세계 일주를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2만 파운드의 

내기에서 진 장면에서는 안타까워하다가 결말에 파스파르투가 내기에 승리하였음을  

증명하게 됨으로써 어린이 독자들은 해피엔딩에 대해서 무척 기뻐하게 느낄 것이다.  

책을 덮으면 포그 일행이 세계 여러 나라를 거쳐 갔던 여행의 장면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게 된다.

그런데 오랜만에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어 보니, 이 작품을 아동용으로 치부하기에는 

껄끄러운 점이 있다. 아니, 이 작품을 어린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하기 위한 단순한 아동  

모험소설로만 볼 수가 없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풍습과 성격에 대해서도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우다 부인은 남편이 죽게 되면 부인도 남편 따라서 죽어야 하는 인도의 풍습에 따르게  

되어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된다. 풍습의 진행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포그 일행들은  

인도의 잔인한 풍습에 대해서 미개하다고 비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인도를 지배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왜 이런 잘못된 풍습을 막지 못하고 있냐고 한술 더 뜬다. 분명히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습은 잘못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나라의 풍습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나라의 풍습에는 문화적, 역사적 근원이 있기  

마련이다. 인도 사회를 지배하는 힌두교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었기 때문에  

인도인의 종교생활과 사회생활은 서로 때래야 땔 수 없는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다른 나라의 풍습을 미개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릇된 시각이다. 그리고  

그런 식민지 국가의 미개한 풍습을 지배하고 있는 서양 국가가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국가들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하던 통치 체제의 특징이다. 

작가는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긍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국의 문화 통치는 독립을 바라는 있었던 인도의 힘을 무마시키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이다.

  영국 정부는 인도의 종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관습까지도  

  존중하고, 그것을 어기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엄격히 처벌하는 현명한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 『80일간의 세계 일주』p 77 -

등장인물들의 타 민족 문화에 대한 무지함은 파스파르투의 행동에 대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인도의 일부 사원에는 기독교인이 출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과 사원에  

들어가게 되면 무조건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파스파르투는  

그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멋도 모르고 금단의 구역인 힌두 교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힌두 교 사원 안의 승려들은 이방인의 출입을 목격하게 되면 당연히 경계심을 느끼게 된다. 

세 명의 승려들은 파스파르투를 구타하지만 오히려 파스파르투는 승려들을 때려 눕히면서 

간신히 사원 밖으로 빠져나온다. 파스파르투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나이다.
만약에 도망치지 못했더라면 그들의 금단을 어긴 죄로 그들만의 형벌을 받았을 것이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나라에 오게 되면
그 나라의 풍습을 인정하고 지켜야하는 법이다.

작품 속에 미국을 여행하는 장면에서도 독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기 위한 열차를 타고 있었던 포그 일행은 수 족 인디언의 습격으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된다. 어린 독자들은 이 장면을 읽게 되면 인디언에 대한  

고정된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오류의 소지가 생길 수가 있다. 인디언들은 사람들을  

죽이는 야만인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인디언들이 백인들을 죽여야 하는  

그들의 슬픈 역사를 알게 된다면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사실 미국의 땅은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그러나 1620년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온 박해받았던 영국의  

청교도 인들이 이 땅에 정착하게 되면서 미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백인들은 이 거대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이전에 생활하고 있었던 인디언들과의 대립을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디언들이 자기 땅을 뺏으려고 하는 백인들을 내쫓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터전인 땅과 자연을 지켜내기 위하여 이들이 타고 다니는 열차를
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인디언과 백인 간의 피 튀기는 살육의 역사는  

곧 미국이라는 제국이 탄생한 역사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백인들이 승리하게  

되면서 그 승리의 대가로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수많은 인디언 족들은 몰살당하게  

되었으며 생존한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까지도 인디언들의  

후예들이 살고 있어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복지와  

과거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숨어있는 주인공, 파스파르투

최근에 다시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필리어스 포그이다. 그는 영국 사람이다. 반면에 그의 하인은 프랑스  

사람이다. 그런데 작가 쥘 베른은 프랑스 사람인데 왜 작품 속 주인공인 신사를  

영국 사람으로 그려 넣은 것일까? 그리고 왜 영국 신사의 하인은 자신의 나라  

사람이였을까? 영국의 부유한 신사의 하인이 프랑스 사람이라.....
당시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프랑스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민족적 수치감을 가졌을 법도 한데 말이다. 아동문학전집의 해설과 최근에 읽은  

쥘 베른 컬렉션  시리즈의 해설에는 내가 궁금했던 내용에 관한 자세한 언급이 없다.  

아마도 쥘 베른의 고국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서 수치감을 갖지 않았을 것이며  

이에 대한 커다란 물의도 빚지 않았을 것이다. 뜻밖에도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는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찾아낼 수 있다.  

 

작품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독자들의 눈에 띄게 활약을 했던 인물은 단연코  

파스파르투이다. 인도에서 화형당할 위기에 처한 아우다 부인을 구하였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수 족 인디언들이 열차를 습격했을 때 과거에 직업이었던  

광대 생활에서 생긴 유연성과 민첩성으로 기차 아래 사이에 매달려서 기관차와  

객차를 분리시켜 인디언들의 추격을 따돌리게 하였다.
그리고 결말에서는 포그가 80일 안으로 세계 일주에 성공했음을 증명을 하게 되어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던 포그를 기사회생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결국 파스파르투는 세계 일주의 성공의 숨은 주역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성격을 비교하면 독자들은 당연히 파스파르투에 정감이  

가게 된다. 아우다 부인을 구한 공로를 주인인 포그에게 돌리기도 하며 포그를  

현상수배범인 줄 알고 일행을 따라다니던 픽스 형사를 포그를 미행하기 위한  

스파이라고 생각을 하여 주인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 파스파르투는 주인을 위한  

충성심이 강하며 인간적이다. 반면에 포그는 기계 인간이라고 칭해도 어색하지가  

않은 원칙주의자다. 시간의 지배자 류비셰프처럼 자신이 정한 시간대로 일과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세계 일주하는 장면에서는 파스파르투가 중요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칭찬의 말을 표현하지 않는 괴팍한 독신 신사의 성격을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파스파르투가 세계 일주 성공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해도 처음에는  

믿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조건 자신의 말이 옳다고 우긴다.  

그러다가 주인이 답답했던 모양인지 파스파르투는 주인의 멱살을 잡고 자신의 말을  

증명시키려고 한다. 마지막 이 장면은 원칙주의자의 고리타분한 획일적인 사고(思考)를  

은근히 희화화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에서 파스파르투는 남의 나라의 신사의 하인이지만
그가 주인공인 필리어스 보그보다 독자들의 눈에 띌 수 있는 활약을 하도록 함으로써 
위험한 행동을 직접 나서는 용기가 가득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미가 넘치는 대인배적 인물로 만들게 하였다. 이 프랑스 인이야말로 작품 속에  

숨어있는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프랑스 독자들은 자신의 나라 사람이  

영국인을 수발해야하는 하인이었지만 그의 훌륭한 활약상 때문에 이에 대한 수치감은  

느끼지 않았고 작가의 인물 설정에 불만의 목소리도 없었던 것이다. 
 

 

 

 위험한 독서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  
 

쥘 베른의 대표작에 대해서 평을 정리하자면, 이 작품이 아동 독자들을 위한 포맷이  

설정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아동용 소설이라고 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작 쥘 베른은 이 작품을 단지 어린이들을 위해서 쓴 것은 아니다. 단지 당시 근대  

사회의 서양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마음속에 내재하고 있었던 모험심을 자극하기  

위한 통속소설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동양을 포함한 다른 세계에  

대한 편협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도 드러나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험소설의 고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의 문학적 공로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을 올바르게 읽게 하기 위해서는 자식들에 대한  

부모님들의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은 먼저
아이들을 위한 책들을 읽어보고,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이 이 책을 읽게 만들어야할지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들의 눈을 사로잡게 하는 추천도서나 어린이들의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자신들도 읽어보지 못했던 책들을 무작정 읽으라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어린이들이
독서라는 활동을 꺼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아동용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뭣도 모르고 아이들에게 이 작품을  

읽으라고 권하게 되면 아이들은 평생 다른 민족의 문화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된다. 결국에는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독서가 되고 만다. 아이들이 읽기 전에  

부모들은 작품을 먼저 읽어보고, 아이들이 작품을 다 읽으면 아이들과 함께 독서  

토론을 해본다. 그리고 아이들의 의견 중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부모가 고쳐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사고력을 가지게 된다. 부모의 올바른 교육이 어린이들은  

평생 독서 습관이 몸에 배어 자라게 되면서 올바른 인격과 의식 함양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인용 관련기사 출처 및 링크 

 

[한때 실종 ‘16세 소녀의 세계 항해일주’… 책임소재 논란] 뉴시스 6월 15일 입력 

http://news.donga.com/3/all/20100615/291124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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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웠더니 겨레고전문학선집 10
정철.박인로.윤선도 지음, 김하명 옮김 / 보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관동별곡'을 배우는 시간

내 친구 중에 재수생 한 명 있다. 수능시험까지 남은 날이 100대로 들어서게 되어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찾아가 열심히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친구가 우리 집 근처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서 점심식사를 같이할 겸하여   

주말에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수능 공부를 하면서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나의 질문을 듣자마자 마치 이 말은 꼭 나에게 말하고 싶었다는 듯 대답하였다. 

요즘 언어 영역에서 비문학과 고전 시가에서 점수를 까먹어서 걱정된다고 토로하였다. 

비문학은 언어 영역에서 점수 받기가 가장 어려운 내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필이면 고전문학 중에 시가를 어려워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시험 지문으로 등장하는  

시가 속의 한자어와 고어(古語)들을 해독하는데 시간을 허비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언어 영역에서 출제 가능성이 높으며 아주 중요한 고전 시가들을 계속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도 정작 시험 문제를 풀 때 교과서나 EBS 교재에서
배우지 못했던 시가가 등장하면 난감하다고 한다. 내 친구의 심정, 이해가 간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지금 수능 공부를 하고 있는 수험생들도 그런 생각을 가질 것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전 시가를 공부하면서 제일 짜증나게 만들었던 작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정철의 <관동별곡>이라고 말했다.

관동별곡..... 나도 이 유명한 시가를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시간에 <관동별곡> 전문을 배우게 되었다. 그 때가 송강 정철의
작품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작품에 대한 첫 만남으로 두근거려야 할  

문학 시간에 <관동별곡>의 시간만은 지루함과 피곤함이 몰려오는 시간이었다.  

확실하지 않지만 교과서에 등재되어 있던 <관동별곡> 전문이 총 6페이지 정도 걸쳐서  

되어있는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전문이 길다는 것이다. 그리고 6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던  한문과 고어들은 학생들에게 수면을 불러오기에 충분하였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문학 선생님이었는데 <관동별곡>을 담임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배웠다.
우리 반 남학생 절반은 담임선생님의 <관동별곡> 수업 시간에 대놓고 엎드려 자거나
눈 감고 졸고 있는 사람이 많았던 장면이 떠올린다. 나는 그 때 수면 욕구를 참아내며
억지로 수업에 경청하였지만 지금은 <관동별곡>에 대해서 딱히 떠올리는 것도 없고,
다시 그 <관동별곡>의 시간은 생각하기가 싫어진다. 
 

 

 

 긴장감 가득했던 50분 동안의 문학 시간

정철 선생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은 윤선도의 작품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윤선도라고 하면 제일 떠오르는 작품은 바로 <어부사시사>이다. <어부사시사>의  

내용에서 풍기는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고, 이 작품도 예전의 학창  

시절을 또 한번 떠올려주기도 한다. 이 때 <어부사시사>를 배웠던 문학 시간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웠는데 우연하게도 이 때 수업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나중에 3학년 때 나의 담임선생님으로 만나게 되었다. 교과서 속의  

<어부사시사>가 <청산별곡>,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한 단원 안에 구성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특별 과제로 이 세 가지 작품을 모두 외우라고 하셨다. 

리고 정확히 다음 주 첫 시간에 외운 것을 무작위 테스트한다고 자신이 낸 과제를  

힘주어 강조하셨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지만 고등학교 때보다 공부하기가 편했고 

성적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던  학생의 때가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걸까?
나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과제에 아연실색하였다. 앞으로 테스트하는 날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시간은 많게 보였지만 여러 가지 과목들의 과제들에 파묻혀 사는 
우리들에게는 5일은 짧은 시간이었다. 안 외운다고 해서 안 걸린다는 보장은 없다.
선생님이 지적하는 학생은 선생님이 이 작품 한 편 낭송해보라고 하면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낭송하는 것이다. 만약 못하게 되면 그 대가로 선생님의 잔소리와 회초리질이었다. 

그리고 수행평가 태도 점수에 감점이라는 이제 막 입시전쟁에 뛰어든 우리들에게  

무시무시한 패널티가 주어졌다. 나는 틈만 나면 작품들을 외우고 외웠다.  

<진달래꽃>은 이전에 마야의 노래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외워졌지만  

<청산별곡>과 <어부사시사>는 외우기 쉽지 않았다. 평소에 쓰이지 않은 고어와  

한자말이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다 외웠어도 중간에 고어와 한자말 한 두 개가 틀리곤 하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벽히 숙지하도록 노력하였다.

D-day 문학 시간.

선생님이 교실 문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교실 전체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다 외우고 있었지만 내가 걸리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였다.
50분의 시간동안 그렇게 긴장된 것은 처음이었다. 반 학생 전체 42명이었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내가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만약 완벽히 외운 학생들만 걸리게  

된다면 50분 시간동안에 반 학생 모두 다 선생님 앞에서 암송을 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운 좋게도 나는 다행히 걸리지 않았다. 8명의 친구들이 불행하게도  

선생님의 사랑의 체벌과 태도 점수 감점을 받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암송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어부사시사>와 <청산별곡>이었다. 그 때 선생님은 참으로  

지능적이었다. 맨 먼저 쉬운 <진달래꽃>을 시켰다가 성공하면 이번에 고전문학 한 편  

외우라고 하였다. <진달래꽃>을 제대로 암송했다고 해도 고전문학에서 막히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결국 선택받은 8명은 고전작품 하나 때문에 그들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문학 시간이 되고 말았다.  

지금 <어부사시사>를 외우라고 하면 암송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 때의 긴장감이  

가득했던 문학 시간 덕분에 고전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우리나라 고전문학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옛 우리말과  

한국적 정서, 그리고 고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기 위하여 암송 과제를  

부여했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의 뜻 깊은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정작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고전에 관심을 가지자는 것이다. 선생님은 수많은 교사
생활동안 많은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생들이 자기 나라의 고전문학을 어려워하고  

고전문학이 단지 입시 성적을 위해서 배워야하는 글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시조 한 편에 담아낸 자연의 변화

<어부사시사>는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어부의 생활과 경치를 읊은 작품이다.  

자연 속에서 소박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느끼는 감흥과 정취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경치 속에서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각 계절마다 출항에서 귀항까지의  

어부의 일과를 시간 순서로 나타내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어부의 일생을 보는 것  

같다. 문학 시간에 배운 교과서 속 <어부사시사>는 각 사계절마다 한 편씩만 등재되어  

있다. 간혹 학생들이 이 작품을 배우면 <어부사시사>는 교과서에 나온 4수가 전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울텐데 <어부사시사>는 총 40수, 한 계절마다 10수씩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에게는 <어부사시사> 원문이 수록되어 있어서 사계절의 변화를 표현한
다양한 문장들을 볼 수 있다. 봄을 나타내는 춘사에는 봄 아침에 어부들이 배를 띄어
강촌을 떠나 고기 잡는 광경을, 여름을 나타내는 하사에는 소박한 어부의 생활을,
가을을 나타내는 추사에는 풍요로운 계절에 느끼는 흥취와 자연에의 몰입을,
마지막 겨울을 나타내는 동사에는 눈이 쌓인 겨울 산의 풍경을 바라보는 한가로운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외울 수 없다고 해도 이 작품 한 번
읽으면 후렴구는 기억에 남게 된다. 모든 작품의 중장과 종장 사이에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라는 여음이 있다. 이 여음은 뱃노래의 여음에도 사용하는데
노 젓는 소리의 의성어이다. <어부사시사> 속의 어부의 생활을 상상해보면
‘지국총’은 바다 위의 배가 움직이는 소리를 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로 만든 배를 노를 저어가면서 움직이면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게 된다.
참고로 나는 ‘지국총’이라는 후렴구의 단어를 배가 움직이는 소리로 상상하여
쉽게 외웠다. 그리고 ‘어사와’는 배를 저으면서 어부들이 내는 ‘어영차’라고 외치는
소리를 차음한 것이다. 후렴구를 통해서 자연을 사랑했던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애국심을 노래한 노익장 박인로

3인 3색의 유명 시조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책들을 읽으면서 이 세 작가들에 대해  

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정철은 자연을 노래하고 있지만 결국은 임금에 대한 충성을 

표현한 작품들이라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작품이다. 그리고 무수히 

등장하는 한자어는 작품 읽기를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윤선도의 작품에서도  

정철과 비슷한 충신파의 작가이지만 그나마 <어부사시사>만은 순수 자연만을 노래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또 읽어도 거북스럽지가 않다.
박인로 역시 충신파이지만 이 두 사람과 비교하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정철과 윤선도와 비교하면 그의 가사들은 감상적이지가 않다.
특히 <선상탄>에는 임진왜란 종결 이후, 왜적에 대한 비분강개(悲憤慷慨)와  

나라의 태평성대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선상탄>을 쓴 지 400여 년이  

지났지만 작품 속에는 박인로의 호쾌하고 결의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본사 6수에는 비록 늙은 몸이지만 손빈이나 제갈공명과 비교하면 몸이 성하니  

왜구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무인(武人)의 기개를 보여주고 있다.

  분하게 여기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는 장한 기운은 늙어 가면서  

  더욱 씩씩하다마는,
  조그마한 이 몸이 병중에 있어서,   

  분함을 씻고 가슴에 맺힌 원한을 푸는 것이 어려울 듯하건마는,
  그러나 죽은 제갈도 살아 있는 중달을 멀리 쫓고,
  발이 없는 손빈도 그 발을 자른 방연을 잡았는데,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갖추어 있고
  목숨도 있으니,
  쥐나 개 같은 왜구를 조금이라도 두려워하겠느냐? 

  [원문]
   慷慨(강개) 계운 壯氣(장기) 老當益壯(노당익장) 다마,
   됴고마 이 몸이 病中(병중)에 드러시니.
   雪憤伸寃(설분신원)이 어려올 듯 하건마는, 
  
그러나 死諸葛(사제갈)도 生仲達(생중달)을 멀리 좃고,
   발 업슨 孫臏(손빈)도 龐涓(방연)을 잡아거든,
   하믈며 이 몸은 手足(수족)이 가자 잇고
   命脈(명맥)이 이어시니, 
   鼠竊狗偸(시절구투)을 저그나 저흘소냐. 
 

                                     - 박인로『선상탄(船上嘆)』본사 6수 전문 -

 

작품의 흠이라고 말하면 이 작품 역시 한문 투의 문장이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국의 고사(故事)들을 인용하고 있어서 처음 읽게 되면 어려움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한문과 고사들이 있어서 작가의 애국심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선상탄>만으로도 박인로를 단순히 충신파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독락당>과 <소유정가>에는 명승지에 대한 경치를 찬양했고 <노계가>과 <누항사>에는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이상적 삶을 노래하면서도 궁핍하고 누추한 현실에서 오는  

갈등과 괴로움을 사실적으로 노래하였다. 그래서 그가 남긴 시가들의 내용과 주제는  

다양하다. 시가 이외에도 시조에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자연 예찬부터 시작해서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인상 깊은 점은 유명  

명승지를 보고 난 후 느꼈던 통찰을 시조로 잘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암 28경’을  

그린 작품 중 하나인 ‘구인봉(九仞峯)’에는 작가는 구인봉이라는 산봉우리를 빗대어  

학문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말하고 있다.

  높고 큰 구인봉이 여러 산 중에 빼어나구나.
  아랫 사람에게 배우는 공부 과정이 산을 쌓는 것 같건마는
  이제 산 쌓기는 맨 마지막에 실패를 하는 것이오.

  [원문]
   巍巍(외외)한 구인봉이 중산 중에 수이코야
   下學 功程(하학 공정)이 이 산 하기 갈건마는
   어찌타 이제 위산은 功虧一簣(공휴일궤) 하는 게오 
 

                                                           - 박인로『구인봉(九仞峯)』전문 -

책에는 원문 그대로 쓰여 있어서 밑의 주석을 이용하여 우리말로 해석하였다.
그래서 마지막 구절의 해석은 조금은 어설프면서 빈약하다. 하지만 두 번째 구절에는
사람이 공부하는 과정은 산을 쌓는 과정과 동등하게 표현하면서
만약에 공부를 게을리하게 되면 전에 배웠던 것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처럼 
평생 쌓았던 산이 마지막에 무너지게 되어 실패하게 됨을 역설하고 있다.
즉, 항상 공부의 처음과 끝을 잘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하라는 뜻이다. 
 

 

 

 난 벌써 그 감정을 이미 느끼고 있었어

사실 고전시가와 시조가 주는 자연에 대한 특유의 감정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전문학을 즐겨 읽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이 읽는 사람들은(읽고 싶은 의도는  

없겠지만) 수험생들일 것이다. 이번 리뷰가 너무 감상적으로 기울어져서 자칫 세 명의  

대가(大家)들이 남긴 작품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거 같다.  

정철에 대한 소개가 부족한데 그렇다고 정철의 작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철보다는 윤선도와 박인로의 작품에 더 많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정철의 작품이 쉽게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족한 문장력으로 세 명의 문학적 특징들을 간략히 압축한 점도 있고,  

이들의 작품 제재가 다양해서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문장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을 꾸준히 노력해야겠다.

마지막까지 나의 재수생 친구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무리하겠다.  

이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재수생 친구는 4년 만에 언어 영역을 공부하면서 4년 전 공부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나는 그 감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언어 문제집에 나오는 작품들의 지문을 계속 보고나니 그 작품에 빠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문학적 감정이라고 생각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감명 있게 읽었던 시가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고 말하였다.
나는 그 친구 말을 듣고 웃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난 벌써 그 감정을 이미 느끼고 있었어. 이 친구야.’ 
 

그러고는 그 친구에게 수능시험을 다 치고 나면 문학 작품을 읽어보도록 권유하였다.
사실 이 녀석은 독서와 담을 쌓고 지내고 있었다. 그와 만난 지 7년째 되어서
그 녀석의 성격을 꿰뚫고 있는 나로서는 그가 느끼고 있는 문학적 감정은 일시적일뿐이며, 

수능시험 끝나고 나면 공부 때문에 제대로 놀지 못했던 지나간 세월들의 한(恨)을  

푼답시고  정신없이 놀 것이다. 그리고 독서는 안중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지금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 전국의 수험생들 중에서도
수많은 문학 작품들을 교과서와 교재들을 통해 접하면서 조금이라도 문학적 감정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능시험이 끝나고 그 감정의 분위기를 이어서 독서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2년과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수험생들이 11월 18일에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내 재수생 친구도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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