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학생회장의 단식 투쟁

신문을 보다가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하였다. 이름만 들어면 알만한 K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회장이 학교 단과대에서 운영하고 있는는 교육 제도 프로그램에 반발하여 며칠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대학교 학생 시위라고 하면 대부분 등록금 제도 인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본 이 기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학생 시위 내용이었다.  

K 대학교 정경대에서는 소속 학생들의 인문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학과별 필독도서와 추천도서 그리고 학생이 결정한 도서들을 종합하여 2010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총 12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정경대 소속 학생회장이 이 교육 제도 프로그램에 반발하여 1인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시위 중인데 횟수로는 17일째라고 한다)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회장은   

"독서 권장 프로그램를 이수하지 못하면 장학금 신청이나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에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 규정이 있다"  "책을 읽기 싫다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독서를 강제하는 게 잘못됐다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학생회장의 주장에 대해서 정경대학 측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소양에 필요한 책을 읽자는 교육 목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제성은 피할 수 없다"며 "학생들 의견을 반영해 추천도서를 4권으로 줄이고 우수이수자는 장학금 신청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면서 독서 권장 프로그램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장했다.  

신문상에서는 이 내용에 대해서 크게 중점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기사 내용이 흥미로웠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아닌데도 이 문제의 상황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책을 읽을 자유>를 쓴 '로쟈' 이현우 씨가 말했듯이, 이것도 어떻게 보면 어떤 주제이든지 간에 '조사' 하고 '탐구' 하는 싶은 고질병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신문 기사자체로만 보는 것을 떠나서, 직접 K 대학교 정경대 게시판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학생회장, 그 학장의 사정

학교 게시판에는 학생회장의 단식 투쟁에 대한 내용으로 시끌벅적하고 있었으며 학생회장의 시위에 대해서 찬반 논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학생회장이 쓴 장문의 글도 올려져 있었다.    

학생총회에서는 수 차례나 정경대 학장과의 면담을 시도했고, 250명의 학생의 서명이 있는 독후감 제출 거부 서명서를 제출을 해도 학장의 답변은 냉담했으며 학생들의 태도가 독서가 싫어서 투정부리고 있다면서 면담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회장은 이번 시위의 목적은 인문학적 가치가 살아 숨쉬고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1학년 학생대표들이 학과실로 불러들이는 것이 마음 아프며 독단적인 선택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단식투쟁을 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 학교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학생회장의 글 http://community.khu.ac.kr/forum
 

K 대학교 사이트의 정경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독서 권장 프로그램에 대한 학장, 학과장의 입장에 대한 공지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공지사항에 대한 내용을 발췌해 소개해본다.  

   
 

 

 학장과 학과장 일동은 학생회장과 몇몇 학생들이 게시한 대자보들에 현재 본 사안과 관련하여 진행되고 있는 내용들이 심히 왜곡되어 전달되고 있어, 우리 정경대 학생들이 사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프로그램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많은 회의와 토의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 일자별 회의 주제와 내용 요약

 9월 15일 : 정경대 학생회 주관 학생총회 실시

 9월 17일 : 각 학과 1학년 대표 행정실에 건의사항 전달
- 프로그램 취지 동의하지만, 장학금 신청금지 조항 폐지, 다양한 수준의 책 선정, 독후감의 분량(띄어쓰기 포함 1,500자) 조정, 프로그램 이행 기간 연장 

 10월 4일 : 학장 주재 학과장 회의
- 1학년 대표 건의사항 논의 : 자기추천도서를 1권에서 4권으로 늘려 학생의 도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독후감 분량을 띄어쓰기 포함 1,800자로 축소

 10월 5일 : 정경대학장 각 학과 1학년 대표 면담
- 학과장회의에서 논의된 수정안 전달

 10월 11일 : 정경대 학생회장 및 부학생회장 단식 시작
- 교양교육프로그램 미이수시 적용되는 불이익 폐지 요구

 10월 14일 : 학과장 및 각 학과 1학년 대표 면담 / 학장주재 학과장 회의   
- 2차 수정안 협의 및 협의 결과 전달, 중간고사 이후 각 학과 1학년 총회 개최 후 재논의 하기로 결정
 

 출처: http://khsma.khu.ac.kr/contents/bbs/bbs_content.html?bbs_cls_cd=001001008&cid=10102911465733 

 

 
   

학생회장이 게시판에 올린 글은 10월 21일에 작성되었으며 정경대 사이트에 있는 공지사항은 10월 29일에 작성되었다.  아마도 교육 제도 프로그램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자, 정경대 측에서는 식을 줄 모르는 논쟁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정경대 1학년 학생대표들과 논의하기로 결정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환경이 낳은 '독서' 논쟁

정경대가 도입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독서를 통해서 대학생으로써 교양을 쌓는 동시에 이에 대한 참여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학생회장은 독서 권장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의 자율권을 박탈하며 1학년 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자유를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K대 학생회장의 글이나 정경대 공지사항으로나마 이 논쟁이 누구 말이 맞다고는 단정짓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단지 독서에 대한 자유를 찾기 위해서 며칠 동안이나 단식투쟁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추운 날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자신의 몸이 망가지게 하여서 자신의 주장에 대해 동정을 요구하기 보다는 자신이 왜 독서 권장 프로그램에 반대하는지 정경대 학생들, 그리고 정경대 교수들과 진지한 대화를 해보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턱대도 교육 제도를 도입하지 말라고 반대하기보다는 독서 교육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여 좀 더 나은 독서 권장 프로그램이 되도록 개선하는 쪽으로 진행하면 지금과 같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다 함께 토론을 하는 것이 학생회장이 바라는 인문학적 가치가 살아 숨쉬는 일, 그리고 플라톤이 자신의 저서 <향연 Symposion>에서 말하고자 한 생활 또는 학술상의 중요한 문제를 공동의 장소에서 철저하게 토론하고 해결하는 것이 심포지엄의 정신일텐데 말이다.   

그리고 정경대 학장이 학생회장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도 옳지 않은 처사이다. 단식투쟁 시위가 계속되자 1학년 학생대표들만 불러 모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도 아니다.  독서 권장 프로그램이 1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제도라고 하지만 이제 막 고등학생의 티를 벗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이 회의에 진자하게 고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전 학년 학생대표들, 독서 교육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전방위적으로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 해프닝은 '독서' 라는 것을 강제로 해야될 것이냐, 안 해야되냐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교육 환경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로 봐야할 것이다.  

   

 

  독서를 외면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제도와 환경

<책을 읽을 자유>의 '독서 강국으로의 길' 이라는 글에서 이현우 씨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가 우리나라 사회적 제도와 여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독서' 와 '공부' 는 분리된 상태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글을 읽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인식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하는 독서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는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책 속 문장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올바른 독서 방법은 아니다.  

교실에서 교과서를 펴게 되면 평소에 책을 읽는 것처럼 정독하고 스스로 글을 쓴 저자의 생각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다.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최인훈 작가의 <광장>을 읽는다고해서 소설 속 주인공 명준의 죽음을 통해서 학생들이 직접 이데올로기가 낳은 인간성 상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소설 속 주인공 명준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그대로 주입하여 앞으로 그들이 치게 될 학력고사나 수능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중요 내용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중. 고등학생 통틀어 6년이라는 청소년 시기에는 독서를 읽을 시간이 없다. 이들을 유혹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감각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빠지는 청소년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것들이 있기에 독서를 멀리하는 것도 있지만,  정작 정신적으로 유익한 활동인 독서를 배움의 장소인 학교가 외면한 것은 큰 문제이다.  학생들에게는 오직 학교 시험과 수능 시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독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그리 마땅치가 않다.  멋드러진 교내 도서관에 수많은 장서를 보유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가 있을까?  수능시험 걱정이 눈 앞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독서하는 능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책을 읽지 않게 된다. 학생들의 독서하는 습관을 유도하기 위해서 대학교 내에서 권장도서 100권 목록을 만든다고 해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읽을 리 만무하다.  대학교에 와서도 학생들에게는 책을 읽을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막 입시 전쟁터에서 탈출한 고등학생들이 대학교에 오자마자 향하는 것은 저 넓은 캠퍼스가 아니라 취업 전쟁터이다.  고등학생 때 수없이 끼적거리던 수학의 정석, 맨투맨 영어문제집을 뒤로 한 채 이제는 TOEIC 문제집과 공무원 시험 교재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K 대학교 정경대와 같은 경우네는 학생들의 독서 향상을 위해서 단순히 권장도서 목록만 들이내미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실질적인 방법이랍시고 독후감 쓰기까지 권장하고 있는데, 오히려 학생들에게는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지금 취업이 중요할 판에 여유롭게 책 읽고 독후감이라니?  장학금 인센티브 때문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책을 읽게 되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독후감 활동이 추가된 독서 권장 프로그램 역시 학생들에게 독서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드는데 그 장기적인 효과를 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책을 읽을 자유가 없는 우리나라 국민  

이현우 씨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책으로 사이토 다카시의 말을 빌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에도 독서력을 묻고 평가하는 방식이 도입되는 것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제도를 통해서 학생들이 멀리하고 있던 책을 가까이 하겠지만 이들이 평생동안 책을 읽게 한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능력평가가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특목고 입학 목적 및 특별활동 기록에 의의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형적인 사회 환경 때문에 영영 책 한 권 제대로 읽을 수 없는 불행한 민족인 것일까?   정부와 교육 기관에서는 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국민들이 독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으며 지금도 실시하고 있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 수준은 선진국의 독서 수준과 비교하면 많이 낮은 상태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유치원 때부터 조기교육으로 영어 공부한다고, 책을 외면하고,  

초.중,고등학생이 되면 책을 읽고 싶어도 학교 시험 그리고 수능시험에 집중하느라, 책을 외면하고, 

대학생이 되면 취업 준비하느라, 책을 외면하고, 

그나마 생활이 보장된 직장을 구했지만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들이 살기 위한 집을 마련하기 위해 고생해서 일을 하다보면, 책을 또 외면하고. 

정년 은퇴하여 이제 좀 편안해진 여생에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려고 해도,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시력 때문에 책의 문자를 읽지 못한 상황이라면. . . . .   너무 분하고 억울할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잘 읽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 특유의 독서 기피증,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독서 권장 프로그램과 권장도서 목록의 양산으로만 원인으로 몰아세우기 보다는 우리나라가 모든 사람들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땅인지 그 근본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 워싱턴 한국전기념관 벽면에는 'Freedom is not free' 라는 글귀가 새져겨 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책을 읽기에는 척박한 지대이지만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힘들겠지만 우리 스스로 책을 읽을 자유를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려는 노력을 가져야 한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 역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 기사 출처  [조선일보]  2010년 10월 23일자  

http://blog.naver.com/ndolphin?Redirect=Log&logNo=20060149649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0-11-0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참...착잡한 소식이군요.소설가 이호철 씨가 어떤 강연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시절 오로지 교과서 참고서만 읽고 독서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뒤처짐을 나중에 메울 방법이 없다고 한 적이 있었지요. 특별히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고졸학력자와 대졸학력자의 교양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cyrus 2010-11-06 22:20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도 비록 저희 학교는 아니지만,
잘못된 교육 제도와 환경 때문에 '독서' 라는 좋은 활동 가지고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니,, 씁쓸했습니다. 그렇게 큰 논쟁은 아닐텐데
말이죠.

다이조부 2010-11-0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고려대학 이야기 인줄 알았어요. 요즘 들어 고려대학 활동이 참 다양하다

싶어서 혀를 찼는데, 졸업생도 모교의 행태에 관하여 부끄러워하는 것을 들은적이.....

근데 검색해보니까 경희대 이야기 이네요.


cyrus 2010-11-06 23:28   좋아요 0 | URL
신문에서는 크게 떠들지는 않지만, 학교내에서는 시끄러운거 같더군요,
게시판에는 학생회장의 시위에 부정적으로 보는 쪽이 많더라고요,
하긴, 단식투쟁은 좀 오바인 것도 있긴합니다.

반딧불이 2010-11-0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말을 '책을 읽을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로 바꿔읽으니까 저는 찔리는 구석이 많네요. 늦잠자고 일어나 아점겸 한끼먹고 저물녘에 피자한판으로 때우고 청소도 안하고 책으로 벽을 쌓고 있는 제 꼴이 보여서요.

cyrus 2010-11-07 13:54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말은 저렇게 했지, 실상은 독서보다는 TV 보고, 주말 저녁에는
친구 만나러 가고, 이리저리 읽어야 할 책이 미뤄질 때가 많답니다.
바쁜 일상에 치이고, 주위에 각종 해야될 일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기하기가 어려운거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07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저희 아들의 경우,초등학교 때는 화려한 독서와 독후감 쓰기를 자랑했는데,
중학교 들어가더니 한달에 책 두권을 겨우 읽어요.
그중 한권은 필독서.

저 때는 넘쳐나는 책을 다 읽을 시간은 없고,독서평설을 봤던 기억이 있어요.

다이조부 2010-11-07 09:23   좋아요 0 | URL


ㅋ 저도 학창시절에 독서평설을 용돈으로 구입해서 사 봤던 기억이

나네요. 주전머리 할 돈도 마땅치 않았을텐데 말이죠 ㅎㅎ

cyrus 2010-11-07 13:57   좋아요 0 | URL
그나마 초등학생 때는 책을 읽게 되지만, 중학생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입시 전쟁에 입문하는 레벨(?)이니깐
독서가 멀어지는 거 같네요. 제가 중학생 때는
그렇게 고등학교 입시에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은 환경이라
어느 정도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학원 다니느라, 공부하다보니 책을 멀리하는거 같네요.

비로그인 2010-11-07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책을 몇 권 읽는 것도, 어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해보고 그 책에 대해 비판할 점이나, 더 발전적으로 방향을 생각해 보는 것도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받아온 학교 교육에서는 그런 건 아예 해본 적 없는 것 같은데, 대학을 가서도 막상 그런 자리가 있어도 입을 다물게 되고, 사회에 나오면 바쁘고 힘들어서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다 보니 깊이 생각해야 할만한 책들이 점점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 스스로 정리를 더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의 "20대때 무조건 많이 읽어라" 하는 말을 그 나이에 들은 것이 꽤나 다행스러워지네요~

cyrus 2010-11-07 22:3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덮는것보다는 다시 한 번 내용을 곱씹어보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독서 토론 모임을 하고 있는 현상이 있긴 하지만. 바람결님 말씀대로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사정이 여의치 않은게 흠이죠.

교고쿠 2010-11-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저는 고등학교때 몰래(?) 대여점에서 이상문학상 수상집이나 그 외의 순문학 계열의 책들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때는 굉장히 가족들에게 눈치가 보이는 시절이었기 때문에(공부는 안하고 이상한 책만 읽는다고), 저런 식으로 몰래 읽었지만 아무래도 책읽기는 제 숙명인듯 합니다. ^^

cyrus 2010-11-08 15:48   좋아요 0 | URL
ㅎㅎ 대여점이나 대형서점에서 몰래 읽기 스킬..^^
독서하는데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거죠.
저도 몰래 읽어보려고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집이나
도서관에서 주로 읽다보니, 적응이 쉽게 안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교고쿠도님은 독서가 숙명이다보니 그런 스킬이
자연스러운거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0-11-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가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교과부에서 강제로 책을 읽게 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이 글은 제가 우리아이들이라는 잡지에 쓴 글입니다.


꼴통과학기술부

글쓰기 강연을 하러 경남 창원시를 갔다. 강연을 듣는 분들은 모두 어린이책시민연대라는 단체 회원이다. 창원에 사는 분들도 있었지만 진해, 부산, 울산, 남해, 멀리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다. 대단한 정성이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학교, 시설 같은 곳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과 좋은 책 보내기 사업, 학교도서관사서도우미 활동, 어린이독서관련 초청강연회도 여는 활동을 하면서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어린이 독서 환경과 관련해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일을 하는 단체다. 최근에는 일제고사반대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요즘에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반대하는 운동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지라 독서인증제가 궁금했다. 도대체 독서인증제가 무얼까? 책을 읽은 것을 인증한다? 우리나라는 ‘기가막히고코가막히는’ 발상을 하는 허접한 귀신들이 너무 많다. 도대체 처음에 이런 희귀한 발상을 한 단체는 누구였을까? 그 단체는 듣보잡(듣도보도못한잡놈)이었던 ‘전국독서새물결모임’이다. 이 단체는 2000년 2월 결성됐고, 2002년 7월에 교육인적자원부(현재 교과부)에서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2001년도에는 교육인적자원부 주관 전국 단위 교과교육연구회 활동에서 최우수 연구회로 선정됐고, 2003학년부터 지금까지 우수교과연구회로 선정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교사들을 쫓아 낼 정도로 희안한 짓을 많이 하는 교과부에서 뽑은 우수교과연구회니 어떤 단체인지는 뻔할 뻔 자다.

2004년 4월 17일, 그 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서 ‘학생들의 독서 의욕을 고취하여, 자율적으로 독서하는 태도를 기르고 입시나 입사 과정의 독서능력 검정자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독서 능력을 인증하는 시험을 치렀다. 주관은 한국독서능력평가원, 후원은 〈중앙일보〉와 ‘홍선생교육’이었다. 응시료가 1만5천 원에서 5만 원이다. 아이들의 책읽기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속셈이었다.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주식회사 홍선생교육’은 신바람이 나서 홈쇼핑 광고를 하면서 지점 모집을 했다. 이 독서능력인증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너무 뻔했다. 조선일보와 결탁한 한자능력검정시험의 응시자가 처음에 4천 명에서 현재 연 6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부산시교육청은 2004년 3월에 강원대와 연계해 독서인증시스템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들이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국가경쟁력 전망이 어둡다나 뭐라나? 내가 보기엔 교과부 때문에 전망이 어둡다. 아이들에게 언제 책 읽을 시간을 주기나 했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004년 10월 교육혁신위원회의 제안을 받아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공표했다. 그리고 이 개선안에는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기록하는 ‘독서이력철’을 작성하여,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교육혁신위원회는 지난 2005년 8월 7일 독서이력철 도입과 관련한 최종보고서를 심의, 의결하였으며, 이와 나란히 교육부는 '독서이력철'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고등학교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을 위한 제안과 공청회를 8월 28일 개최함으로써 '독서이력철'의 제도화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척시켜 가고 있다.

2009년에는 부산, 경남, 울산이 19개 대학과 독서활동을 대입에 반영하겠다는 협약식을 체결했다. 어린이책시민연대를 비롯한 학부모ㆍ시민단체들은 “학생들의 독서마저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올해 6월 발표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독서인증제의 종합판으로 부산시교육청이 만든 독서지원시스템과 학교도서관프로그램(DLS)의 통합, 학생생활기록부(NEIS)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과 기술적인 문제도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아니나 달라. 지난 9월 28일, 정부가 만든 학교전자도서관 지원시스템(DLS) 서버를 해킹해 전국 초·중·고생 636만6309명의 도서 대여 이력과 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ㄱ·ㄴ업체는 2008년 초 전국 전자도서관 서버 50여개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일선 학교에 도입되는 독서 통장 사업자에게 개인정보를 팔아 2억 원을 챙겼다. ㄷ업체 들은 서버관리 업체로부터 학교당 30만 원을 주고 개인정보를 사들였다. 이들 업체는 이렇게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전국 652개교에 학교당 500만 원가량을 받고 독서통장 시스템을 판매해 30억 원을 챙겼다. 독서통장은 학생 개개인이 언제 어떤 책을 빌려 읽었는지 은행 통장처럼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DLS 서버에 불법 접근해야만 가동이 가능한 일이었다. 교과부가 10억 원을 들여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놨다고 자랑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5년 6월 13일 중앙일보가 부산시교육청의 독서인증제를 '교육혁명'이라 보도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독서인증제를 교육계획의 주요 방안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끼리끼리 잘 놀고 있었다. 그러고 혁명을(?) 주도하신 강원대 팀, 부산시교육청에서 만든 게 다음과 같다. 이른바 컴퓨터 기반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이라는 것. 컴퓨터에 초중고 학년별 권장도서목록을 탑재해서 검증을 한다. 1단계는 초등 10개 문항, 중고등 30개 문항을 출제해서 그중 60%인 6개, 18개를 맞추면 통과. 2단계는 감상문 쓰기, 개요 짜기, 인터뷰 등 독후활동인데 초등 250자, 중등 400자, 고등 500자 이상 쓰는 건데 핵심 단어 채점 방식으로 평가한다. 핵심 단어 채점이란, 학생들이 쓴 글을 컴퓨터가 채점하는 거다. 키워드가 몇 개 들어가면 통과! 학부모들이 물었다. “그거 하면 뭐가 좋은데요?” “학교장상 수상하면 경시대회 실적처럼 수행에 점수 보태져요.” 너 잘났다.

대전시교육청은 채점방식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책 수준점수’와 ‘득점점수’ 합한 ‘합계 포인트’ 산출. 책 수준 점수를 넣는다는 거다. 책에다 등급 매겨서, 등급 높은 거 읽고 인증 받으면 높은 점수를 주겠단다. 그러면 아래 등급 책부터 착실히 읽은 학생과 어쩌다 한번 읽으면서 높은 등급 책만 골라 읽는 학생과, 어느 쪽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말일까. 어이 상실.

교육과학기술부 속셈은 뻔하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 동안의 독서 이력을 가계부나 차계부 정리하듯이 관리한다는 것, 한마디로 이젠 아이들 머리까지 지배하겠다는 아주 유치한 발상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빼도 박도 못하게 입학 사정관제를 비롯한 대학 입시 전형에서 객관적인(?) 평가 정보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독서지도사교육 시장만 신났다. 요즘 인터넷에 ‘독서인증제’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라는 낱말을 쳐 보시라. 학원부터 뜬다.

문제는 또 있다. 책을 강제로 선정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전혀 다른 이야기와 견줘 보자. 나는 요즘 한 달에 한두 번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이어 타고 있다.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우리나라의 경계를 구분 짓는 산맥이다. 남쪽만 말하면 향로봉부터 지리산까지 684㎞이다. 지금 충북과 경북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백두대간 산행은 장난이 아니다. 칼바람이 부는 산에서 얼어 죽을 뻔하기도 하고, 끝없이 이어진 봉우리를 넘는데 온몸에 땀이 흘러 진이 빠지기도 하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걷기도 한다. 날파리가 따라 붙어 짜증이 나기도 하고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어 지루하기도 하다. 아니 누가 그걸 하래? 글쎄 말이다. 누가 강제로 시키면 내가 이걸 하겠나? 나는 반발심에서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좋아서, 내가 결정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산을 타는 날을 정하고 어디서 자고 언제 올라갈까 하는 계획을 세우는 일도 재미있다. 누가 나에게 어떤 산을 올라가라고 정해 주면 내가 그 산을 갈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책은 또 어떤가. 나는 지난 달 책을 50만 원어치 넘게 샀다. 살림이 거덜 날 정도로 위태로운 수준이지만 책을 사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책에는 이 세상에서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모든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내가 평생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쿠바나, 인도, 중국, 알래스카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 수 있다. 역사를 배워 내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게 재미있다. 책을 보는 것과 사람 만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냐고? 책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양반을 비꼬던 연암 박지원도 만나고, 썰 잘 푸는 소크라테스도 만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는 체게바라도 만나고,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이름을 떨쳤던 이현상도 만나고, 지배자들의 횡포를 못 견뎌 봉건사회를 뒤엎으려던 전봉준도 만나는 것이다. 현재 세상에 없는 그 먼 옛날 사람들이, 술 한 잔 안 먹고 멀쩡할 때 논리 정연한 말로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집에서 앉거나, 뒹굴면서 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책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가끔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니면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재미다. 그러다가 내가 고른 책이 재미있고 내가 몰랐던 것을 깨닫는 책이라면 읽으면서도 마음이 뿌듯하다. 계명대 김종성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말처럼 “어떤 면에서는 책을 읽는 행위보다 이러한 활동이 더 다양한 독서 문화를 함축하기도 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독서생활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한 가지가 자신이 읽을 책을 찾고 고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그런데 독서인증제 점수를 따려면 남들이 선정해 놓은 책만 읽으라고? 그것도 믿지 못할 ‘지식인’들이 선정해 놓은 책만을 읽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디 그것뿐인가. 그런 책을 강제로 읽고 시험까지 봐야 한다고? 시험 본다고 강제로 책 읽기를 시키면 아마 나는 책 읽는 걸 포기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가 강요하는 걸 가장 싫어하는 존재다. 그게 사람이다. 사람은 스스로 결정해서 스스로 행동하는 존재다. 스스로 결정해서 이룬 성취감보다 더 기쁜 일은 이 세상에 없다. 실패한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2009년 11월 12일 네이버지식인에 어떤 고등학생이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울산에 사는 고등학생인데요 독서인증제 하길래요. 그거 안 하면 머가 안 좋죠?”

그 밑에 누군가 답글을 달아 놨다.

“엄친아보다 대학 가기가 힘들다는 거, 엄친아보다 좀 무식하게 보인다는 거, 엄친아보다 좀 한심하게 보인다는 거, 것만 빼면 안 좋은 게 없네요.”

‘엄마 친구 아들’(엄친아)하고 경쟁하는 것 빼면 안 좋은 게 없다는 얘기. 독서인증제가 별로 도움 안 되는 제도라는 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정부는 다른 건 몰라도 이름 하나는 참 잘 짓는다. ‘주관적인 평가’를 ‘객관적인 평가’라고 하고, ‘대입제도 개악안’을 ‘대입제도 개선안’이라 하고, ‘교육퇴보위원회’를 ‘교육혁신위원회’라 하고 ‘독서교육 죽이기 방안’을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이라 하고 ’독서교육 종합방해 시스템’을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라고 한다. 남대문 앞에서 자리 깔고 작명소나 하나 차리면 나라 살림에 도움 많이 될 것 같다. 차라리 그 길로 나서지 제발 뻘짓 좀 하지 말고.

cyrus 2010-11-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독서인증제에 대한 저의 생각도 가로수님과 비슷합니다.
올해 전역하고나서 신문을 통해서 독서인증제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는데,,,
학생들에게 독서를 장려한다는 좋은 취지로 만들었다고해도 과연 그 시험이
학생들에게 평생 독서를 할 수 있는, 장기적인 효과를 줄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고,
이 제도도 강제적인 독서를 장려하는 특징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이고요.
그리고 더욱 더 걱정 되는 것은 이 제도가 우리나라 입시 사회와 맞물려서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학생들의 스팩으로 사용될 소지도 다분하다는 겁니다.
역시 독서는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의 책을 찾아서 읽고, 스스로 책의 내용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야지 올바른 독서인거 같습니다.
 
보물섬 열린책들 세계문학 13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1-163] 보물섬

 

 

 

  추억의 애니메이션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이 만화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연휴 때만 되면 TV에서 흘러나오던 추억의 만화영화. 

그렇다. 모든 이들에게는 <보물섬>으로 알려진,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데자키 오사무(1943~   )가 그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원작보다도 유명한 만화이다.  

  
데자키 오사무 

나도 이전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만화 <보물섬>이 데즈카 오사무의 명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름만 약간 비슷할 뿐 다른 사람이다. 

 

데자키 오사무는 <보물섬> 이외에도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아는 <허리케인 죠><베르사이유의 장미>를 그린 만화가이다.  이름 때문에 간혹 <우주소년 아톰>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1928~1989)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데즈카 오사무 역시 '신 보물섬' 이라는 만화를 제작하였는데 여기서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푸른 바다 위의 카리스마, 실버

 


데자키 오사무 <보물섬>의 짐 호킨스

 
데자키 오사무 <보물섬>의 존 실버  

원작이 나온지 오래되었어도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만화에서는 실버는 악역이면서도  

사나이다운 기질이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초등학생 때 만화 속 실버를 본 순간, 

그의 매력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 , ,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설날인지 추석인지 모르겠지만(분명한 건 학교 가지 않은 공휴일이었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처음 만화 <보물섬>을 TV로 보게 되었다.  만화 <보물섬>이 TV판과 극장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만화 한 편에 소설 줄거리 전체를 담고 있으니 극장판일 것이다.  

이 만화를 보셨다거나 소설 원작을 읽어보신 분들은 줄거리를 아실 것이다. 우연히 주인공 짐 호킨스는  빌 선장으로부터 얻게 된 보물지도를 얻게 되면서 지주 트렐로니, 스몰렛 선장과 의사 리브지 선생, 그리고 요리사로 가장한  해적 존 실버 등과 함께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모험 이야기이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야기 결과는 밝히지 않겠다. 솔직히 원작 <보물섬>을 읽기 전에는 본 지 오래 되어서 나도 이야기의 결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결말이 궁금하시면 한 번 원작을 읽어보시길. 그러면 잊혀져있었던 추억들이 오롯이 기억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인 나는 이 만화를 보면서 존 실버라는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반란을 일으키는 악역 캐릭터이지만 주인공인 짐 호킨스에게만 선의를 베푸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만화 속의 존 실버는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는 사나이였다. 이런 실버의 남성다움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주인공 짐 호킨스도 그의 성격에 매료되어 이야기 중반에 보물을 찾기 위해서 그와 함께 동행하기도 한다.  만화 원작가 데자키 오사무는 실버를 매력 있는 악당으로 그렸는데 온갖 위험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모험과 남자다운 기질이 있는 용감무쌍한 어른이 되는 것이 꿈인 어린 남자아이들에게는 존 실버를 동경의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14년 만에 다시 가 본 <보물섬> 

만화 <보물섬>을 본 지 14년이 지난 지금,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을 읽게 되었다.  사실 만화로는 보았을 뿐, 원작으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데자키 오사무는 스티븐슨의 원작을 토대로 만화를 제작하였지만, 소설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만화에는 짐 호킨스를 따라다니는 새끼 표범 '뱀부' 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뱀부 사진을 구하려고 했었는데 저작권 문제 및 포스팅 불가 설정 사진이 많아서 못 구했다. 하지만 이 글 제일 위의 사진을 잘 보면 작은 새끼 표범이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이 바로 '뱀부' 이다)  만화를 본지 너무 오래 되어서 원작 줄거리와 만화 줄거리를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설명한 이 차이점 외에는 소설과 만화 영화는 큰 차이가 없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보물섬>에는 영국의 판타지 소설가 겸 시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활동한 머빈 피크(1911~1968)의 삽화를 볼 수 있다. 딱히 그의 삽화가 잘 그렸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작가 스티븐슨이 살고 있을 당시 발간된 초판본의 삽화를 보는 것처럼 복고풍이 물씬 느껴져서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다. 그리고 머빈 피크 역시 실버를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과거를 숨기면서까지 음모를 꾸미는 간사한 악역으로 그려내고 있다. 

  


 

머빈 피크가 그린 소설 원작 속 실버,  

실버 팔 위에 있는 새는 실버의 영원한 동반자인 말하는 앵무새 플린트


원작에서도 실버는 짐 호킨스에 대해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짐 역시 그의 성격에 동화되기도 한다.  소설에서도 실버는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악역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런데, , ,  너무 오랜만에 '보물섬' 에 가본 탓일까?  아니면 14년 전의 동심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어쩌면 1883년에 쓰여진 영국 작가의 소설과 원작 소설이 발표된 지 95년 뒤에 만든 일본인의 만화가 주고 있는 느낌과 인상이 다를 수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 때 나의 우상이었던 실버는 만화에서 봤던 성격이 호탕한 멋진 사나이가 아니었다.  

    

 

  실버는 사이코패스이다 

실버는 과거에 플린트 선장의 해적단에서 키잡이로 활동하였다. 그러다가 플린트 선장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 스몰렛 선장의 배인 히스파니올라 호 의 요리사로서 탐험에 참가한다. 실버는 동료 선원인 핸즈와 딕에게 자신이 꾸미고 있었던 계획들을 알려주고 자신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자고 제안한다.  사과를 보관하는 나무통 안에서 자고 있는 짐은 우연히 이들의 음모를 엿듣게 된다. 그리고 히스파니올라 호의 사람들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트렐로니와 스몰렛 선장. 리브지 선생은 그가 이번 모험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를 신뢰하고 있다.  양의 탈을 쓰고 있는 늑대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들의 착각은 실버의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보물이 있는 해골섬에 도착한 후, 실버는 자신들의 동료 선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실버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에는 실버와 그의 일행들은 히스파니올라 호를 점령하게 되고 스몰렛 선장 일행은 간신히 도망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통나무집으로 피신하여 실버 일행들과의 피말리는 전투를 하게 된다. 

주위에서는 신뢰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평범했던 사람이 내부에 숨기고 있었던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는 점과 주변 사람들이 그의 어두운 본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은 실버가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원작을 읽어보면 실버의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드러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스몰렛 선장이 말했다. " 여기 지도가 있는데, 여기가 그곳인지 좀 봐주게. "   

  지도를 받아 드는 키다리 존의 눈이 이글거렸지만, 종이가 새것인 걸 알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것은 우리가 빌리 본즈의 궤짝에서 찾아낸 지도가 아니라 지명, 높이, 수심 등을 빠짐없이 그대고 베낀 복사본이었다. 다만 빨간 X표시들과 글귀는 없었다. 실버는 무척이나 약이 올랐을 게 분명했지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자제력이 강했다.   

 (중략) 

 나는 존이 저 섬을 안다는 사실을 태연스레 털어놓는 데 놀랐으며, 존이 내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은근히 두려웠다. 물론 존은 내가 사과 통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그럼에도 나는 존의 잔인함, 이중성, 힘이 무서웠기 때문에 그가 내 팔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나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 <보물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최용준 역, 열린책들, p 122~123 -  

 
   

실버는 보물이 묻어 있는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서 지도를 보지만 아무도 표시되지 않은 복사본인 것을 알게 되자 무척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평상심을 유지한다. 그런 모습을 본 존에게는 실버라는 사람이 무서운 존재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악당 실버는 주위 사람들이 신뢰하게 만들 정도로 선량한 선원인 척 행동을 한다. 

   
 

 키다리 존은 무리들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느라 분주했는데, 그 모습만 보면 세상에 저렇게 반듯한 사람이 또 없을 듯싶었다.  존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의욕적이고 정중했고, 누구에게나 싱글벙글거렸다.  명령을 받으면 그 누구보다 힘찬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당장 목발을 짚고 일어났고,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면 선원들의 불평을 감추려는 듯 연신 노래를 불렀다.  

 - <보물섬> p 136 -

 
   

 

사이코패스 인간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고통에 무감각하므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꾸민 반란이 수포로 돌아가 궁지에 몰리게 된 실버는 오히려 반란이 단지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일으킨 필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영국으로 귀국하여 반란 죄로 처형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 두렵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이전에 스몰렛 선장 앞에서 보여준 착하고 부지런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내뱉으면 숨기고 있었던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실버에게는 일차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해 보물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죽인다. 한편, 짐 호킨스에게는 칭찬과 존경 어린 말을 하면서 사나이다운 좋은 성격을 보여주지만, 보물을 손쉽게 찾기 위해서 짐 호킨스를 꾀기 위한 사탕발림뿐이다. 주인공 짐 호킨스는 위험한 일에도 용감한 행동을 펼치는 인물이지만 너무 착한 게 흠이다. 실버의 이중성을 알아차리고 있음에도 그는 실버의 달콤한 말에 솔깃해 실버의 일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Blue Psycopath, John Silver

사이코패스는 범죄자로만 국한되는 정신의학적 용어가 아니다. 직장 같은 사회 공동체 집단에서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인 사이코패스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어느 산업심리학 연구 내용에 의하면 영국의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하였으며, 임원으로 승진하는 대상자들 가운데 3.5%가 사이코패스임을 증명하였다. 남다른 지능과 포장술 등으로 주위 사람들을 조종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사람을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 라고 한다.   

<보물섬>에 등장하는 실버는 과거에 플린트 선장 밑에서 일할 때도 '위험 인물' 로 낙인 찍혔으며
히스파니올라 호의 모험에 참가하면서도 자신의 반란의 우두머리가 되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그는 이제 바다 위의 사나이가 아닌 사이코패스, 즉 Blue Psycopath였다.   

어렸을 때 만화를 보던 이들에게는  '바다 위의 멋진 사나이' 로써 실버 같은 남자를 동경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 집단에 해를 끼치는 남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실버의 이런 행동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을 수도.) 착한 짐 호킨스가 단순히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라서 실버의 가면에 매료된 것만은 아니다.  호킨스의 착각은 지금, 어디선가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범행을 드러날 수 있는 사이코패스를 옆에 두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조심하도록 하자, 천사의 가면을 쓰고 있는 악마가 당신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

 

  

*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ndolphin?Redirect=Log&logNo=20060149649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0-11-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위 사진 밑에 이름만 비슷할 뿐 다른사람이라던가,이름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라던가...
그래야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요?

종종 책으로 읽을땐 멋진데 영상으로 보면 별로이거나,
영상으론 멋진데 책으론 힘들거나...그런 경우가 종종있어요.

전 장르소설은 참 좋아하는데,장르소설이 시각화되면 (꿈에 나타날까 두려워)못 보는 위인이예요~

cyrus 2010-11-05 14:09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말씀대로 다시 그 문장을 봤는데,, 이상하네요^^;;
글 표현법을 더 배워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영화로 먼저 접하고나서
책을 읽으려고 하니,, 별로이더라고요^^;;

노이에자이트 2010-11-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데즈카 오사무와는 다른 사람이로군요.<보물섬> 같은 소설은 정말 어른이 되어 완역판을 읽어야겠어요.

cyrus 2010-11-06 21:5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완역판을 읽기 전까지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때 봤던 아동문학전집의 <보물섬>과 이번에
나온 완역판에서 약간은 내용에 차이가 있더라고요.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벌써 11월이다. 지난 달에 알라딘 신간평가단원으로 확정된 소식을 접해서 기쁘고 설렌 지가 엊그제 같은데 두 번재 신간도서 리스트를 정해야 한다.  

신간도서 평가단이 처음이다보니 10월 리스트를 작성했을 때는 평가단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분량도 두껍지 않은 책을 골랐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이 작성한 리스트도 참고했었는데 그 분들이 고른 책들의 내용이 만만치가 않으면서도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훌륭한 내용의 책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몇 몇분들은 이 책을 소개한 분들도 있었지만) 문학도서에 분류되어야 할 조지 오웰의 에세이집이 [인문/사회] 신간평가도서로 선정되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11월의 신간도서 2권도 어떤 책이 될지 무척 기대가 된다. 내가 소개한 책들 한 권이라도 선정 안 되어도 좋다.  예상치 못했던 책들을 읽게 되면 의외의 재미와 공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   

특히, 오웰의 에세이집은 에세이스트로서 오웰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고, 이번에 출간된 로쟈 이현우 씨의 책이 내용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나로서는 오히려 600페이지라서 만족했다. 두고두고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막상 또 다시 11월 신간도서를 정하려고 하니 막막하다.  오웰의 에세이집도 [인문/사회] 신간도서가 되었는데 그리스 고전을 넣을까 하다가 이건 좀 아닌거 같고, 안 넣으면 딱히 소개할 책이 없어서 난감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번 달 신간도서 페이퍼의 제목이 '낭패불감(狼狽不堪)' 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난감한 상황 속에서 억지로 5권 다 정했다. 수많은 도서들 중에서 5권을 추려 뽑았는데, 밑에 후보도서들도 소개한다.  나름 읽어보면 유익하고 좋은 책들이다. 그리고 혹시나 그 책들에서 11월 신간도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추측도 해본다.   

만약에 이번에도 여기서 선정도사 한 권이라도 안 나오게 된다면, , , ?     

20대 초짜 신간도서 평가단원의 부족한 안목 탓일거다.   

   

 

 Book #1  

 평생독서계획 / 존 S. 메이저 & 클리프턴 패디먼 저 / 연암서가 / 2010.10.05

  오..!!    이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평생독서계획' 이라, , ,  뭐 독서가들에게 독서라는 활동이 일상적이라서 무덤덤하게 보이겠지만, 나만의 별다른 독서계획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그리고 저자는 81세까지의 독자들을 위해서 평생독서계획을 세워준단다. 특히 '고전' 을 위주로 평생 독서를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평소에 고전이 어렵게 느껴진다거나 잘 안 읽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느 정도 고전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특히 요즘 고전 안 읽기로 유명한, 나의 세대들,  88만원의 세대들 , , , 

   

Book #2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 엄기호 / 푸른숲 / 2010.10.12 

 위에서 언급한 88만원 세대들을 위한, 20대들을 위한 인문학 도서이다. 사실, 이 책을 소개한 것도 읽고 싶다는 20대 젊은이의 사심이 있긴 하다.  

20대들에게는 아직 깊게 와닿지 않는 정치, 경제, 가족, 연애 등 세상과 관련된 것들을 인문학으로 읽어보자는 취지가 담긴 이 책은 얼핏 강상중 교교수<고민하는 힘>을 연상시키게 한다.     

5권의 후보도서들 중에서 그나마 기대치를 넣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20대를 겨냥한 인문학 도서라서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Book #3 

위대한 설계 / 스티븐 호킹 &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 저 / 까치 / 2010.10.06 

 10월 선정도서 페이퍼들중에서 여러 군데 눈에 띈 책이었으나, 10월달에 출고되는 책이라서 떨어진 것일까? 

호킹은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 라는 주장을 함으로써 세계 모든 학계와 출판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3년 전에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킨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열풍처럼 그 논란의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거 같다. 재미있는 것은 리처드 도킨스도 스티븐 호킹의 책에 큰 환영을 했다고 한다.  

만약에 이 책이 선정도서가 된다면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로 나뉘어진 평가단원분들의 리뷰들이 나올거 같다.  

  

Book #4  

녹색세계사 (개정판) / 클라이브 폰팅 저 / 그물코 / 2010.10.2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해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95년에 2권으로 나왔으며 그 후로 첫 개정판이 2003년에 나왔다. 그리고 또 다시 2차 개정판으로 재등장하였다. 

요즘 4대 강 사업 논란으로 환경과 실리로 의견이 나뉘어져 국내 최대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스터 섬의 멸망이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주장해서 학계에 큰 관심을 끌기도 했었는데, 이전에는 비관론과 낙관론의 입장에서 균형을 취했으나, 이번에 나온 개정판에는 비관론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4대 강 사업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새로운 대안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Book #5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 이윤기 / 웅진지식하우스 / 2010.10.15 

 이 책 , , ,  약간의 논란(?)이 될 수 있음직한 책일 것이다.   

 故 이윤기 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미완에 남기고 있었던 마지막 신화 이야기이다. 그래서 분명 몇 분의 신간도서 평가단원분들은 이미 이 책을 구입한 분들도 있을 것이며, 이 책이 인문학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도 인문학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소개를 해본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도 [인문/사회] 신간도서에 선정되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도 후보도서에 소개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그러나, , ,  내 생각에는 이 책 역시 선정될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 후보도서들 혹은 여기서 선정도서가 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도서들 

 신화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이 책을 통해서 종교와 신에 대한 참된 의미를 찾고 하고 있다. 모든 역사를 통해서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의 전체적 흐름이 종교 분야인거 같아서 제외하였다.

 

 

 이 책의 저자를 본 순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 생각나는 것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일까? 

 대통령 영부인과는 전혀 관련 없지만 , , , 책, 출판, 독서의 사회문화사에 대한 책이다.  주제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6기 신간도서들 중에도 이 책과 같은 맥락을 다루고 있는 <책 vs 역사>가 있었고,  내용도 쉽다는 보장도 할 수 없기에 , , ,  이 책 역시 제외!   그냥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어보는 것이 나을거 같다.  

   

 어허, , ,  참, 나로서 이 책을 소개하니, , , 약간은 민망함이 든다. 

 아직 19명이 작성하신 신간도서 리스트들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한 분만 이 책을 소개한 걸로 알고 있다.  나는 이미 출고되기 전에 구입하여 리뷰까지 썼다. 만약에 이 책이 선정도서 된다면 그냥 이미 썼던 글을 평가단 서재에 트랙백으로 올리면 되지만, , ,   뭐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 책에 대한 소개는 내가 쓴 리뷰를 참고하시면 좋을거 같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짧은 소개를 간단히 사자성어로 마무리하자면, , ,     역지사지(易地思之) 이다.   

 그리스 고전 번역으로 정통이 있는 천병희 교수의 새로운 책이다. 이번에는 플루타르코스의 <윤리론집>에서 독자들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선별하여 번역하였다.   특히 천병희 교수 같은 경우에는 그리스 원전들을 직접 우리말로 옮겨서 그의 문체와 내용은 믿을만하다. 

 하지만, 이미 이윤기 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 5>이 소개되어 있어서 아쉽게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이전에 나온 베스트셀러가 '정의' 에 대해서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도덕' 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마이클 샌델의 책도 읽어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에 이 책이 선정도서가 된다면 , , ,  <정의란 무엇인가>를 살 계획이다. 그 이유는 , , ,   아직 이 책을 못 읽어봤기 때문이다.

 저자와 신간도서가 워낙 유명하고, 이 책 역시 먼저 구입하신 신간도서 평가단원분들도 있을거 같아서, 제외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세 명 뽑으라면, 나는 故 장영희 교수, 이어령 씨,,,, 

 그리고 정진홍 씨라고 말하고 싶다.  

 군인이었을 때 우연히 두 권짜리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전역하고 난 뒤인 지금도 그가 기고하고 있는 신문칼럼들을 읽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 정말 뜻하지 않는 감성들이 발견할 수 있고, 여러가지 생각과 성찰을 할 수 있어서 좋은거 같다.  

 그런데, 책 제목 굵게 표시되어 있는 '경영' 이라는 것이 눈에 걸려서 아쉽게도 이 책을 제외하였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0-11-03 00:18   좋아요 0 | URL
아~신간평가단 이셨군요?
전 10월 건 두권 다 가지고 있구요.
11월 리스트 중에선,평생독서계획,위대한 설계,녹색세계사...이렇게 가지고 있네요.
관심있는 다른 걸 고르라면,궁극의 리스트,수다에 관하여...
전 <신들의 봉우리>가 너무 강렬하여 한동안 책읽기가 고민될 것 같아요.^^

cyrus 2010-11-03 19:58   좋아요 0 | URL
와~ 부럽습니다ㅎㅎ
참고로 <궁극의 리스트>,,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흠이라면 가격이 좀,,^^;;
구입한 책들로 11월달에도 즐거운 독서하세요^^

비로그인 2010-11-03 21:48   좋아요 0 | URL
^^

저랑 겹치는 책이 세 권쯤 되네요. 그 책들에 대한 cyrus님의 생각도 들으니 좀 색다르기도 하고요 ㅋ

낭패불감. ㅎ 재밌습니다 :D

cyrus 2010-11-03 23:17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이 말씀하시는 겹치는 책 세 권이 어느 책입니까?
궁금합니다^^;; 바람결님의 취향에 맞는 그 세 권을 추정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 5><궁극의 리스트>,, 나머지
한 권은 모르겠네요^^;;

아~ 5권 억지로 맞춰 고르는데 정말 어려웠습니다ㅎㅎ

비로그인 2010-11-04 08:36   좋아요 0 | URL
나는 왜 쓰는가, 평생 독서계획 이렇게 갖고 있고.

궁극의 리스트도 갖게 될 테고요.. 이렇게 세 권입니다. ^^

음. 녹색 세계사, 수다에 관하여..도 관심이 무럭무럭 생기네요 ㅋ.

stella.K 2010-11-04 18:40   좋아요 0 | URL
신간평가단 바뀌고 나서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막 신간도 소개해야하구 그런가봐요.ㅜ
님은 잘하셨네요.^^

cyrus 2010-11-04 20:47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스텔라님^^
저는 이번 활동이 처음이라서,, 아직 감을 못 잡고 있긴 하지만,
페이퍼 작성하는거 빼고는 괜찮습니다.

맥거핀 2010-11-05 17:52   좋아요 0 | URL
저와는 겹치는 책은 없지만, 흥미로운 책들입니다.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 개정판이 나왔군요. 저는 처음 출간된 책을 가지고 있는데, 내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네요.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 역시 저도 보관함에는 담아두고 있어요.^^

cyrus 2010-11-05 19:19   좋아요 0 | URL
워낙에 좋은 내용과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고르기 어려웠습니다.^^;;

암향부동 2010-11-07 20:34   좋아요 0 | URL
저는 자연과학 교육을 받은 만큼 주로 자연과학 책을 소개하려고 살펴보던 중에 <위대한 설계>라는 책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만 저는 출판사 <까치 글방>에 대한 불신으로 이 책을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까치 글방은 새로운 번역본을 내 놓기 보다는 기존 번역본을 좀 더 잘 다듬어서 개정판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거든요. 대표적으로 <과학혁명의 구조> 같은 책은 번역이 엉망이라고 유명한 책입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서울대 고전 100선>으로 잘만 팔리고 있는 책이지요. 차라리 원전을 읽는 것이 더 이해가 잘 된 정도입닏.

cyrus 2010-11-07 22:32   좋아요 0 | URL
저도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번역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개정판이 나오기를 skip했답니다.
그런데 올바른 번역으로 나온 개정판이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까치 출판사가 그런 특징이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지 오웰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지금까지 국내에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동물농장Animal Farm><1984><버마 시절 Burmese Days>(열린책들에서 출판됨, 2002년에 서지원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제국은 없다' 는 제목만 다른 같은 번역가가 참여한 작품임) 까지, 오웰이 생전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소설이 총 6편임을 감안하면 그의 소설이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된 편이다. 특히, <동물농장>과 <1984>는 국내에 많은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출판사 문학전집에서 번역되었다. <동물농장>은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펭귄클래식에서 출간되었고, <1984>는 민음사, 열린책들, 펭귄클래식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리고 고전도서 추천목록에서도 조지 오웰의 작품이 빠지지 않는다. 소설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들을 토대로 쓴 르포 3편도 모두 번역되어 있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카탈로니아 찬가><위건 부두로 가는 길>) 그만큼 국내에서의 조지 오웰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 르포뿐만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했는데, 그가 쓴 에세이만 해도 수백편이 넘는다. 오웰 사후에도 그가 남긴 에세이들도 문학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에세이집들이 번역되었지만 이전에 출간된 소설 작품보다는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국내의 독자들에게는 '에세이스트 오웰' 이라기보다는 '소설가 오웰' 이라는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된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나는 왜 쓰는가>는 그동안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에세이스트' 로서의 오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그 수많은 에세이들 중에서 29편을 선별한 선집이지만 생전에 오웰이 유럽의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 글들이 모여 만든 완성된 성찰의 결과물로도 손색이 없다.  

<우리들의 대한민국>을 통해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후벼 팠던 박노자 교수는 오웰이 노동자 생활을 한 경험을 토대로 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대한 추천사에서 책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정의하였다. 

  "  조지 오웰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조지 오웰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라면 나는 이책의 정의를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조지 오웰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조지 오웰을 읽게 된 동기

이 책의 타이틀이기 하면서도 동명 제목의 에세이인 <나는 왜 쓰는가 Why I Write>에서는 오웰 자신이 왜 글을 쓰고 있는가에 대해서 네 가지 동기를 소개하고 있다.  

오웰은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등으로 자신의 글쓰기 동기를 구분하고 있다. 지금까지 써내려온 소설, 르포르타주, 에세이 등이 오웰이 구축한 문학적 동기가 만들어 낸 결과의 산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오웰의 작품을 왜 읽어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케 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에세이에서 밝혔던 문학적 동기들을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에 투영해봄으로써 그전에 작품들을 읽으면서 지나쳤던 오웰이라는 인물의 생각, 그리고 그의 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학적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1 순전한 이기심  

오웰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정치인과 사업가들처럼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거나 기억되고 싶어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웰이 왜 이렇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유년시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오웰은 학창 시절 내내 인기가 없을 정도로 외로운 시절을 보냈다. 그 고독 덕분에 오웰은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하였고 그 때부터 자신이 말을 다루는 재주, 즉 글쓰기에 대한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고독으로부터 상처 받은 쓰라린 실패의 기억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잊고 싶어했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 낱말을 다루는 재주와 불쾌한 사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것이 나날이 겪는 실패를 앙갚음할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 <나는 왜 쓰는가> p 289~290 -

 
   

글을 쓰기 시작하게 동기의 근원이 고독이라는 점에서 오웰에게 위로 한 마디를 건네기에는 무색하지만 자신의 문학적 동기를 밝히기 위해서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기억의 상처를 언급하는 오웰의 모습이 인간적이다. 그리고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보상받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으며 이 강력한 동기를 아닌 척하는 것은 허위라고 말할 정도로 오웰은 쿨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나 역시 조지 오웰의 소설들 그리고 이 에세이들을 읽는 것도 어쩌면 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던 순전한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조지 오웰의 유명한 소설 <동물농장>과 <1984>를 읽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웰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쓴 리뷰와 지금도 이 에세이집을 읽고 난 뒤 쓰고 있는 리뷰도 순전한 이기심이 만들어 낸 글인 것이다. 이것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똑똑해 보이고 싶으며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은 인간의 허영심을 보여주고 있다. 

  

 

  #2 미학적 열정  

사실, 이 부분을 여러 번 읽어봤음에도 오웰이 말하고 있는 '미학적 열정'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오웰이 미학적 열정을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 (p 293) 이라고 정의를 하고 있는데 오웰의 작품을 읽은 경험을 토대로 풀이하자면 책을 덮고 나서도 그 특정 문장에 대해서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동물농장>에서는 농장의 동물들이 만든 일곱 가지 계명이 언급되는데, 이 계명의 내용 일부를 통해서 독자들은 작품 속 동물농장이 위험한 흑백 논리에 빠진 대중사회의 모습과 결부시킬 수 있다.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생략)

   - <동물농장> 도정일 역, 민음사, p 27 -

 
   

 

그리고 <1984>에서는 빅 브러더를 향한 집요한 저항 끝에 결국 처형당하는 윈스턴의 최후를 오웰은 시적인 문장을 곁들여 표현하고 있다.   

 

   
 

 그는 애정부로 돌아가 모든 것을 용서받았다. 피고석에 앉아 모든 죄를 고백했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공범자로 만들었따다. 그는 햇빛 속을 걷는 기분으로 하얀 타일이 깔린 복도를 걷고 있었다.  (중략)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총알이 그의 머리에 박혔다.   

  윈스턴은 빅 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그 검은 콧수염 속에 숨겨진 미소의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사십 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오, 잔인하고 불필요한 오해여!  오, 저 사랑이 가득한 품안을 떠나 스스로 고집을 부리며 택한 유형이여!  그의 코 옆으로 진 냄새가 나는 두 줄기 눈물이 흘려내렸다

  - <1984> 정희성 역, 민음사, p 416~417 -  

 
   

윈스턴은 작품 속에서 빅 브라더 저항 활동을 펼치지만 결국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리고 총알이 자신의 머리에 박히고 난 후에서야 자신의 활동이 자신의 생에서 불필요한 오해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윈스턴의 회한과 눈물은 개인을 지배하고 있는 전체 사회집단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은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일반적으로 문학 작품에서 갖추고 있는 낱말에 미학적 열정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독자들에게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3, 4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오웰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p 294)를 역사적 충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세 번째 동기와 네 번째 동기인 정치적 목적의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사회 현실 속에서는 다양한 사상과 생각들이 상충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사회 현상에 대해서 제대로 볼 줄 아는 식견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현상의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하고, 남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오웰은 문학과 정치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과 르포에는 당시의 유럽 사회의 단점과 문제적인 현상들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를 '정치적 글쓰기' 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나는 왜 쓰는가]에서도 오웰은 자신의 작품들이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이 결합을 시도하였다고 밝혔다.

<동물농장>은 독재적이고 강압적인 소련 스탈린 체제, <1984>는 자유를 잃은 전체주의의 암울한 사회, <버마 시절>은 영국 제국주의의 허상, <카탈로니아 찬가>는 왜곡된 언론에 가려진 스페인 내전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렇듯, 정치적 글쓰기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목격하고 체험하려는 역사적 충동, 그리고 잘못된 정치적 편향을 바꾸려고 하는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조지 오웰의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올해가 조지 오웰이 세상을 떠난 지 60주년이 되는 일이다. 올해 들어서 조지 오웰의 작품들이 국내에서 출간되는 이유는 단순히 '조지 오웰' 이라는 작가의 사후를 기념하기 위해서, 혹은 그의 네임 밸류가 국내의 독자들에게 통할 수 있어서 나온 것은 아니다.  예전과 같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대문호들의 탄생일이나 사후일에 맞춰 그의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지 오웰 사후 50주년이 된 지금, 그의 문학을 재조명하는 기념회나 심포지엄을 열렸다는 소식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국내에 그의 작품들이 꾸준히 번역되어 나오는데도 말이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일컫는 <동물농장>이 출간된 출판사만 해도 수십개 넘는다. 국내 출판계에서 고전문학 작품이 오랫동안 번역 출간되는 현상은 이례적인 일이다.  

출간된 지 수십년이 지난 고전이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좋은 현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박노자 교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조지 오웰의 사상, 그리고 문학을 얼마나 이해하고 <동물농장>과 <1984>를 읽고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순전한 이기심으로만 조지 오웰을 읽어서는 안 될것이다. 조지 오웰은 우리의 지적허영심을 채워 지적인 모습을 뽐내기 위해서 언급되야하는 그냥 단순한 작가 이름이 아니다. 그리고 조지 오웰은 단순히 순전한 이기심으로만 자신의 글을 순전히 '예술 작품' 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오웰은 정치적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이 겪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 성찰하고 반성하려고 하였다. 이제 독자들도 조지 오웰의 작품들을 작가가 말한 글 쓰는 동기와 서로 유추해가면서 읽으면 오웰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사회 현실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안목과 사고력이 형성될 것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이 2010-11-02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코끼리를 쏘다>라는 오웰의 산문집이 있어요. '나는 왜 쓰는가'는 거기에도 실려있는 글인데 이번 산문집의 제목이 되었네요.

이 질문에 대한 오웰의 답을 읽노라면 저는 늘 김현이 생각나거든요.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할 수 없다. 그러나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요. 오웰의 정치적 목적은 이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cyrus 2010-11-02 12:18   좋아요 0 | URL
제가 소개한 책은 아니었지만 직접 읽어보니..
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었고요.
반딧불이님이 언급하신 김현 씨의 산문집도 읽어봐야겠네요.
문학 평론에서 정말 유명한 사람인데 아직 못 읽었네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11-0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사놓고 채 반도 못 읽었어요.
마저 읽긴 해야 할텐데 말이죠~ㅠ.ㅠ

cyrus 2010-11-02 13:02   좋아요 0 | URL
천천히 읽으시면 됩니다. 이 책이 짧은 에세이 형식이라서
저 같은 경우에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금방 읽는 편이라서
글도 빨리 쓰고 올리게 된 것입니다.
반면 또 다른 평가단 책인 로쟈님의 책은,,,
전작보다는 내용은 쉬운데,, 그래도 내용이
인문학이라 천천히 읽고 있답니다.ㅎㅎ

꽃도둑 2010-11-0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오웰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같은 생각입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조지오웰 깊이 읽기'를 시도해볼까 하는데 키루스님 글에서 동기를 얻고 가네요..^^

cyrus 2010-11-02 13:04   좋아요 0 | URL
제 글이 꽃도둑님에게 유익한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이 뿌듯하네요^^
이번 기회 오웰의 르포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오웰이라는 작가를 재발견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거 같습니다.^^

굿바이 2010-11-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히 골라놓으신 책들 잘 봤습니다. <녹색세계사> 개정판이 다시 나왔군요. 시절이 그러하니 지금 읽어도 참 유용할 것 같습니다.

cyrus 2010-11-08 15:45   좋아요 0 | URL
네,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세상이니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도
예전의 주장과는 다르겠죠.^^
 
글샘의 문학 수업 - 7회(이육사)

 

 

 

 

 

 

  

요즘 읽고 있는 미술 도서가 사바나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명옥 씨의 <아침미술관> 2권이다. 작년에 발간된 1권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올해 나온 2권에 대한 기대도 컸다. 365일 매일 아침 그림 한 점씩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1권은 1월에서 6월까지, 2권은 7월에서 12월까지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1권을 읽은 이상 2권도 안 읽을 수가 없다. 이 책 두 권을 구입하여 저녁때는 칼 힐티의 에세이집이나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아침에는 이 책을 하루씩 읽는 것도 참 괜찮은거 같다.  그림 한 점과 저자의 단상을 함께 읽으면서 하루의 시작을 여는 아침에 정신적인 포만감이 들 것이다.  

 

 

 

  

 

 

 

 

2권에도 1권처럼 유명 화가의 명화들과 아직까지 나에게 생소한 국내외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비록 이틀만에 다 읽었지만, 수많은 그림과 글 중에서 인상 깊은 것도 있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 <눈 먼 소녀> 

출처 http://100.naver.com/100.nhn?docid=889992  

 

2권 [8월 12일 - 희망의 무지개] 라는 글에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밀레이(1829~1896)가 그린 유명한 <눈 먼 소녀>가 소개되어 있다.   

그림 속 두 여성은 자매이다. 여기서 눈 먼 소녀가 언니이며 장님인 언니 품 안에 앉아 있는 어린 소녀는 그녀의 동생이다. 장님 소녀의 무릎 위에 손풍금이 있는걸로 봐서는 손풍금 연주로 돈을 버면서 근근히 동생과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 이 그림에 대한 설명에는 손풍금 연주로 연명하는 가난한 부랑자 자매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나는 그림 한 점을 보면 그림에 대한 나만의 해석도 해본다. 처음 이 그림을 본 순간, 두 자매가 부랑자 생활을 한다기보다는 비 오고 난 뒤에 잠깐 나들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림 속 손풍금은 그냥 평소에 장님 소녀가 연주하는 악기일 수도 있다고 본다) 

잠깐 소나기가 지난 간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이 청명하다. 거기에다가 정말 보기 드문 쌍무지개까지 떠 있어서 언니 옆에 있는 동생의 시선은 하늘 위의 쌍무지개로 향하고 있다. 평생 한 번 보기 어려운 장면을 목격한 순진무구한 동생은 앞을 보지 못하는 언니에게 쌍무지개를 봤다고 살짝 귀뜀을 했을 것이다. 두 자매가 꼭 맞잡고 있는 손에는 자매 간의 두터운 정(情)을 넘어선, 그녀들이 겪어야 할 어렵고 힘든 세상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는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이 쥐어져 있다.

어쩌면 하늘 뒤의 쌍무지개가 지상에 있는 두 자매를 상징할수도 있겠다. 비가 내린 뒤에 생기는 무지개가 '희망'을 상징하고 있는,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고 있는 아름다운 끈이니까.  

이명옥 씨는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 한 구절로 단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나니 

  나 어려서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 늙어서도 그러할진대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으리. 

  - 윌리엄 워즈워스 <무지개> 중에서, <아침미술관 2>에서 재인용 -

이 시를 인용하면서, 단상은 독자들에게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의 무지개를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워즈워스의 이 유명한 시도 참 좋은 내용이지만, 사실 이 워즈워스가 이 시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지개를 통해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예찬하고 있다.  나는 밀레이의 그림을 보면서 문득 시 한 편이 떠올렸다. 워즈워스의 시 대신에 내가 생각한 이 시를 글에 삽입했으면 참 좋았을 것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치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이육사 <절정> -

 

 

 

 

  

 

 

 

 

 

 

이육사(1904~1944)는 일제 강점기 때 활동한 저항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서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일제에 대한 민족적 저항 의식이 담겨져 있다. 시 속의 '매운 계절의 채찍' 과 '서릿발' 은 일제 강점하의 가혹한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 시 속 화자는 북방에 휩쓸려 오고, 고원 위에 서 있는 모진 극한적 고통의 현실에 처해 있다. 그는 자신이 처한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견뎌 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는 힘든 현실 앞에서 체념하지 않는다. 싸늘하고 비정한 '겨울' 이지만 화자는 눈을 감으면서 황홀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화자의 머리속에는 '강철로 된 무지개' 가 떠오르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 참된 삶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다.  

  

비록 장님 언니는 동생과 함께 이 아름다운 세상의 장면을 볼 수 없지만 그녀 역시 마음속으로 쌍 무지개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이 장님이라는 불행한 운명과 아직 세상을 모르고 있는 어린 동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하늘 위에 떠오른 아름다운 쌍 무지개가 아닌 이육사의 시처럼 삶의 시련을 견뎌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루어져 있는 아주 튼튼한 강철의 쌍무지개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도 고난과 시련 앞에서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강철로 된 무지개가 떴으면 좋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0-10-3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육사 강철무지개 하면,이병희님이 생각나요.

옛날에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란 제목의 책도 있었는데 말이죠~
저 그림에 대한 님의 해석도 멋진걸요~^^

cyrus 2010-10-31 23:59   좋아요 0 | URL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라는 책 제목,,,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거 같은데,,
한 번 어떤 책이 검색해봐야겠네요.
그리고 나무꾼님이 언급하신 이병희 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주실수 있나요..?..^^;;

이 그림 참 좋은거 같습니다. 살면서 힘들고 지칠테 보면 좋을
피로회복제 같네요^^

양철나무꾼 2010-11-01 00:37   좋아요 0 | URL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인터넷 검색이 더 정확할텐데...
이육사 시인의 옥바라지를 한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이분이야말로,이육사 시 속의 그 '강철무지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TV다큐프로그램에서도 이 병희 님을 조명했었죠~^^

글샘 2010-11-0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보여주는 손가락>이란 책이 있습니다. <김치샐러드>란 작가 건데...
표지 그림이 저 자매입니다.
근데... 저 무지개랑, 절정의 무지개는 좀 다른 거 같습니다.
이육사의 시는, 1,2,3연에서 좌절이 잇빠이 되고,
그 좌절의 원인인 <겨울 : 일제 강점기>에 대하여 설명한 것이 '강철로 된 무지개'거든요.
그러니깐, 희망이라고 보긴 좀 어렵겠구요. 스러질 것이긴 한데, 엄청 강한 존재. 이렇게 보는 게 가까울 듯...

cyrus 2010-11-08 20:3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이육사의 시에 나오는 무지개를 고난(일제 치하)을 견디게
하는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그리고 밀레이의 그림에 나오는
자매들에게는 삶에 대한 좌절이 보이지 않으니 이육사의 시랑 매치가 안 맞네요.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