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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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계의 논란의 중심, 스티븐 호킹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또 한 번 학계와 독서계에 논란을 일으킬만한 책을 발표했다.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 이번 신작에는 이전과 다르게 무신론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로 랭크되었고,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이 창조론자들에 대한 '결정적 한방' 이라고 말하면서 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름이 있는 석학이다보니 그가 책 한 권을 세상에 공개했을 때, 그리고 그가 말한 발언과 가십은 항상 언론에 기사화되어 이슈가 된다. 몇 년 전에는 자신이 발표한 블랙홀 이론이 틀렸음을 스스로 밝히면서 이론을 수정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호킹 박사가 부인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결국은 루머로 판명되었다. 일반적으로 헐리우드 연예인들에게 생길법한 소식을 물리학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이채롭기만 하다.  

<위대한 설계>가 발표되기 전에는 호킹 박사는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주에 1000억개의 은하계가 존재하는 만큼 다른 별에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믿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였고, 외계인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좋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유가 특이하다. 외계인과 지구인이 만나면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 원주민들이 탐험대들에게 몰살당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하였다. 평생 4차원에 대한 물리학 연구에 몰두해서 그런 것일까?  그가 말하는 이유 역시 참 4차원적이다. 나는 그의 주장을 신문에 접하면서 물리학자다운 근거를 밝혔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단순히 은하계가 광대하니 외계인 존재는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그이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아서 무척 실망했다. 원래 호킹의 발언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하였는데 이 다큐멘터리에는 호킹의 입장에 대한 좀 더 설득력 있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은 우주를 만들지 않았다

이번 책은 스티븐 호킹과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와 함께 썼다.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 역시 대중적인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그의 저작이 소개되기도 했다. 믈로디노프보다 호킹이 지명도가 높기 때문에 언론은 책에 대한 소개에 '스티븐 호킹' 이라는 이름을 자주 언급한다. 그래서 학계뿐만 아니라 독자들 사이에서도 과학의 무신론에 대해서 찬반 논란을 낳고 있다. 사실, 나도 종교를 믿지 않으며 무신론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호킹과 믈로디노프의 주장이 무조건 맞다고 보기보다는 과연 이 책에 자신들이 밝히고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밝혀온 과학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모든 과학의 법칙들이 성립하기에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주의 메커니즘이 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대부분 책 소개에서는 호킹이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과 전공이 아닌 나는 그가 설명하는 이론들을 여러 번 읽어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과학의 법칙에 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으며 지금까지 증명된 법칙과 이론들만으로 우주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우주는 무(無)에서 스스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인간에게는 행운인 위대한 설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당혹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예전에 접했던 외계인 존재에 대한 호킹의 주장이 자꾸 떠올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호킹과 믈로디노프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이 책의 7장 [가시적인 기적]에서 이심률에 대한 설명에는 자신들의 무신론에 대한 근거를 얼버무리는 경향이 보인다.  이심률이란  행성의 공전궤도를 형성하고 있는 수치를 말한다. 즉, 다시 말하자면 궤도를 형성하고 있는 타원형이 얼마나 찌그려졌는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이심률인 것이다. 이심률의 수치는 최소는 0, 최대는 1까지 정하고 있다. 이심률이 0에 가까우면 궤도의 타원형이 원과 유사하다는 뜻이며 1에 가깝다는 것은 반대로 타원처럼 찌그러진 모양이라는 것이다. 행성 궤도는 거의 원에 가까운 것으로 증명되고 있는데 이 사실에 대해서 호킹와 믈로디노프는 '대단한 행운'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태양계는 다른 "다행스러운" 속성들로 지녔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발전된 생명 형태들은 절대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그러나 지구의 궤도는 이심률이 약 2퍼센트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지구의 궤도는 거의 원이다. 이 사실은 알고 보면 대단한 행운이다.  

 - <위대한 설계> p 188~189 -  

 
   

이심률에 1에 가까운 궤도가 타원형이라면 지구 내 온도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이심률의 수치가 크면 클수록 그 행성에서는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이심률이 0에 가까운데 두 저자는 이 현상 역시 행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7장에서는 유난히 '행운' 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우리 태양의 질량과 우리가 태양에서 떨어진 거리 사이의 관계도 우리에게 행운이다. 왜냐하면 별의 질량은 별이 내뿜는 에너지의 양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중략) 만약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지금과 동일하고 태양의 질량은 지금보다 20퍼센트 많거나 적다면, 지구는 현재의 화성보다 더 차거나 현재의 금성보다 더 뜨거울 것이다.  

  - p 190~ 191 -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게 만드는, 아주 최적의 위치인 우주 공간을 '골디락스 구역' 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전래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인 골디락스가 좋아한 수프가 차갑지도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는 아주 적당한 온도의 수프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도 '행운' 예찬이 등장한다. 

   
 

  지구가 그 좁은 구역 안(골디락스 구역 안)에 있다는 것은 지적인 생물인 우리에게 참 행운이다!  

 - p 192 -    

 
   

호킹와 믈로디노프는 우주 내 지적인 생물인 인간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최적의 환경조건으로 만들어진, 정말 '행운' 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이 우주의 메커니즘이 위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내용의 부분에 대해서 종교계가 이들의 주장을 반발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두 과학자들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행운적인' 우주의 설계 원리에는 신을 비인격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우주는 단순히 인간이라는 생물이 존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중첩된 법칙의 결과물이며 인간 스스로 중첩된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대문이다.  

어떻게 보면 두 저자의 주장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이 모든 세상의 메커니즘을 증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장 [존재의 수수께끼] 에서도 우주의 창조에 대한 질문을 담당하고 있는 철학 영역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지식을 좀 더 확장하고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과학자들이라고 말한다.  호킹과 믈로디노프가 인간은 '지적인 생물' 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만 현실은 그렇지만 않은게 사실이다.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알기에는 인간의 지적 능력은 너무 부족하기만 하다. 우주의 본질은 양파껍질과도 같다. 얇은 껍질 한꺼풀 벗기면 또 얇은 껍질들이 남는다. 이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우주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이론과 법칙을 발견, 증명을 거듭해도 거대한 우주가 탄생할 수 있게 하는 그 근본의 씨앗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존재 기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 스티븐 호킹의 외계인 존재 관련 기사          

http://www.cocanews.com/doc=news/read.htm&ns_id=4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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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1-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의 가장 끝자리에 '행운'이라는 단어가 놓여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남편이 요즘 들여다보고 있는 책인데 여기서 읽은걸로 다 아는 척~ 해야할 듯 싶군요.

cyrus 2010-11-12 12:57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과학자들이라도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기에는
어려운거 같네요. 그리고 분량이 얇은데도 제가 물리학 전공이 아니라서
좀 읽는데 어려웠습니다.^^;;

다이조부 2010-11-1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이라는 매체에 관심이 많아요. 한때 취미로 생각했던게 신문읽기 라고 여길정도로...

주인장이 스티븐 호킹의 주장에 근거 없음에 실망했다고 했는데, 확률이 높은 가설 중에

하나는 신문제작 여건상 지면제약의 한계 때문에, 책에 대한 리뷰가 소홀할 가능성과

핵심 주장도 옮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걸 이야기 하고 싶네요.

스티븐 호킹은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게으른 독서로 아직 접해 보지 못했어요.

리처드 도킨슨은 만들어진 신 을 구입했는데, 책 내용을 접하기 전부터 그 사람의

주장에 공감했던 상황이라 책읽기 가 시시하더군요.


cyrus 2010-11-1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려고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많은 언론에서 이 책에 대해서 소개한 것을 미리 봐서 그냥 skip할려고요,
스티븐 호킹의 외계인 발언이 있는 다큐를 보고 싶었으나,,,
영어 실력이 안습이네요 ㅠ_ㅠ 그 다큐를 보면 호킹이 외계인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을텐데 말이죠. 부족한 글에 대해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조부 2010-11-13 21:53   좋아요 0 | URL


저도 영어 실력 캐안습 ㅋㅋㅋ

근데 말이죠~ 시간 날때 비비시 에서 제작한 리처드도킨슨이 참여한

다큐가 있어요. 2부작인데 종교(특히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철철 넘쳐

흐르는 영상인데, 책 보다 저는 더 좋더군요.


cyrus 2010-11-13 23: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딱딱한 전문적인 책보다는 영상이 보는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4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선 스티븐 호킹이 가장 흥미롭고 쉽게 쓰지 않나요?
골디락스 구역도 흥미롭구요.

저도 이 책은 가지고만 있지 아직 못 읽었는데...'만들어진 신'이후 크게 비껴가진 않았네요~^^

cyrus 2010-11-14 20:34   좋아요 0 | URL
네, 책 분량도 생각보다 두껍지 않고, 역시 호킹의 책인만큼
과학 이론에 대한 화보도 곁들어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0-11-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첨 뵙습니다, 사이러스님(이렇게 불러드리는게 맞나요?)..

뒤늦은 댓글이기는 하나,
제가 관심있는 책이라 주의깊게 리뷰 읽었습니다. 일단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지구 생성 및 생명체 생성이 행운이라 하는 점은
이미 리처드 도킨스의 초기 저서부터 나온 이야기들인지라, 그다지 새롭지는 않습니다.
거기다.. 과학 메커니즘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거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은.. 흠.. 저희 뇌 작동에서 작은 인간이라는 이론이 있는데,
뇌의 여러 기능을 총괄하는 자는 누굴까? 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구요.

그러나 사이러스님의 리뷰를 읽으니, 꼭 제가 읽고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날 되셔요~

그리고.. 궁극의 리스트 책 소개를 통해
이달의 당선작인 리뷰 읽었습니다. 역시 멋진 리뷰였습니다. ^^

cyrus 2010-11-17 17:0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녀고양님^^ 나무꾼님이랑 다른 분들 서재 댓글에서
자주 마주치곤 했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당선작 칭찬해주신거 감사합니다.
저도 고양이님 서재 자주 들릴께요^^

저도 약간 이번 책에서 밝힌 호킹의 주장이 실망스러웠지만, 위에
매버릭꾸랑님에서 말씀하셨듯이, 하나의 언론과 책으로 주장이
옳다 나쁘다 정하기에는 위험한 결론을 내릴 수 있으니, 이 책 말고도
다른 과학자들의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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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이 책, 너무나 읽고 싶었다. 동네 도서관에 소장되지 않아서 다른 도서관에 찾아가서 대출하였다. 문학과 역사의 만남이라는 주제도 흥미로웠고 대중들을 위해 서양사에 관한 책을 쓰는 저자 주경철 교수도 내가 선호하는 지식인들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얇은 분량이라는 점에서 약간 아쉬웠지만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문학작품들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지고 있는 친숙한 작품에다가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필력은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저자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게 된 <대항해 시대>를 읽다가 포기했던 적을 감안하면(책 분량이 600페이지를 넘는다)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것으로 감지덕지해야만 했다. 

그런데, 차례를 훑어보고 나서 무척 난감하였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차례를 먼저 확인하고 읽어봤어야 했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문학작품들 대부분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간략한 줄거리 정도는 기본으로 습득하고 있지만, 원전의 내용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저자의 분석을 읽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들기도 했다. 그나마 원전으로 읽어본 작품이라면 최근에 읽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 그리고 <아라비안 나이트> 뿐이었다. 그리고 아주 예전, 어렸을 때 읽어본 작품에는 고작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그리고 <이솝 우화집>이었다. 과거 평소에 문학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의 문제적 독서 습관의 폐해를 상기시켜 주었다.  

결국에는 모든 책의 내용들을 읽고 말았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의 줄거리를 미리 알게 되어버렸다. 읽는 내내 왠지 대놓고 스포일러에게 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냥 책을 쓰기만 한 저자를 스포일러라고마냥 비판할 수도 없고, , ,  이번 독서는 그냥 아무렇지 않은듯 쿨하게 읽고 넘어가야만 했다.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순

사실, 이 책의 내용들 중에서 예전에 읽었던 작품들에 대한 내용에 더 눈길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과 어느 정도 일치한 것도 있었으며 열린책들에서 나온 <보물섬>에서 소개하고 있는 역자 후기 내용과 비슷한 것도 있었다.  특히, 스티븐슨의 <보물섬>에 관한 내용을 읽었을 때는 며칠 전에 읽었던 작품의 내용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이 작품과 관련된 내용에는 서양사적 키워드인 '해적' , '제국주의' 가 언급되어 예전에 읽었던 역시 주경철 교수가 쓴 <문명과 바다>라는 책도 떠올랐다. 진작에 같이 읽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내용은 다르지만 내용을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서로 연관성 있는 책들을 동시에 읽는 것은 보다 입체적인 독서를 할 수 있고, 내용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티븐슨이 <보물섬>을 집필하면서 말하고자하는 주제와 작품 전개가 서로 모순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물섬>에는 재화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보물섬>에서 선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주인공 짐 호킨스와 리브지 선생, 그리고 히스파니올라 호에 승선하는 인물들도 악한 캐릭터로 대비되는 롱 존 실버와 그 밖의 해적들처럼 플린트 선장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보물을 획득한 호킨스 일행은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였던 해적들에게는 한 푼 어치도 주지 않는다.

그러면, <보물섬>의 주인공 짐 호킨스의 행동은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주제와 동떨어지게 된 셈이다. 짐 호킨스가 보물을 찾아나선 것도 본질적으로는 재화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대부분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보물을 찾기 위해서 히스파니올라 호에 위장잠입하여 반란을 일으킨 롱 존 실버는 나쁜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짐 호킨스는 악의 간계에서 벗어난 의로운 소년이라고 인식한다.  

  

 

  의로운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  

저자는 <보물섬>을 쓴 스티븐슨의 이 애매모호한 모순이 생기는 이유와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짐 호킨스-롱 존 실버' 로 대립되는 구도로 인식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를 '국가' 라는 기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서 폭력을 행사하면 의로운 인물이 되고, 국가의 공적인 활동에 반하여 폭력을 행사하면 해적, 불한당이 되는 것이다.   

작품 속, 짐 호킨스 일행에 대한 묘사는 본 독자들에게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 보물을 찾으려는 선한 인물로 비춰지기 쉽도록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 선장, 이 집은 배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소. 놈들이 겨냥하는 것은 저 국기임에 틀림없소. 저걸 거두는 게 낫지 않겠소? "   " 내 국기를 내리라뇨! " 선장이 소리쳤다.  " 안 됩니다. 그렇게는 못 합니다. "  

  - 스티븐슨 <보물섬> 중에서, 주경철의 책 p 147 -

 
   

반란을 일으킨 실버 일행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까지 히스파니올라 호의 스몰렛 선장은 조국의 국기를 내리는 행위는 적들에게 굴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티븐슨이 주경철 교수의 분석대로 자신의 소설을 국가라는 기준으로 상반되는 구도를 착안했는지 확인할 바가 없지만, 역사적 사료에서는 저자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이 통치하던 영국은 '절대 해가 지지 않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일 정도로 유럽 대륙에서 막강한 국력을 떨치게 되었다. 영국이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훌륭한 통치력도 있었지만,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영국의 대표적인 해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그 당시 영국과 양강 대립국인 스페인의 무역선들을 노렸다.  그래서 스페인으로서는 드레이크라는 해적 선장, 그보다 더 영국이라는 나라를 껄끄럽게 보였을 것이다. 결국, 두 나라는 유럽 대륙에서의 강대국을 결정지을 치열한 전쟁을 치르게 되었는데, 드레이크의 활약으로 영국은 스페인을 대파하면서 이전에 유럽 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을 밀어제치고 당당히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국가를 위한 대활약을 펼친 드레이크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경' 의 칭호를 받게 되는 영광까지 얻게 된다. 지금도 드레이크는 해적 선장에서 영국의 바다 영웅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되는 인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무력 

살육과 비인간적인 폭력을 일으켰을지더라도 국가에 올바른 일을 하냐 안 하냐에 따라서 그 인물의 행적이 평가되는 것이 역사의 특징이다. 비단 드레이크 선장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받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인류 최초 세계일주 항해를 한 페르디난드 마젤란이다.마젤란과 같은 항해가들이 활동했던 신항로 시대에는 강대국들이 자행한 살육의 역사가 있기에 가능했다.  3월 6일은 마젤란이 괌에 상륙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그래서 이 날이 되면 스페인에서는 해마다 마젤란의 업적을 기념하기도 하며 괌에는 마젤란 상륙 기념비가 새워져 있다. 하지만 그 기념적인 사건 뒤에는 괌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어두운 기록이 있다. 그리고 맨 처음 괌에 상륙할 당시, 마젤란은 이 섬을 라드론(Ladron)이라고 명칭을 붙여줬다. Ladron은 스페인어로 '도둑' 이라는 의미이다. 당시 괌 원주민들이 마젤란이 타고 있던 배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쳐갔기 때문이었다.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마젤란 일행들이 낯선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마젤란 일행의 배에 물건들을 훔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마젤란은 괌에서만 자란 원주민들이 도리어 자신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그러니 그 곳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자행을 한 것이다.  

신항로 개척 시대의 항해가들, 그리고 해적들. 두 바다 위의 모험가들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엇갈려져 있지만, 이들 활동의 근본에는 자본주의라는 뿌리가 연결되어 있다. 세계 일주를 한 마젤란이나 남의 배에 침입하여 약탈을 행하는 해적들이나, 다 돈을 벌기 위해서 바다 위를 떠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도 해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당한지 217일 만에 석방된 삼호 드림호의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와 무력의 관계는 필수불가결이다. 이번에 피랍된 시기가 역대 최장 기간이었으며 석방되는 조건으로 해적들이 요구한 가격도 역대 최고가로 기록되었다.  해적들이 어마어마한 액수를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배후에 해적들과 손을 잡은 외국 브로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본을 얻기 위해서 세상은 가면 갈수록 영악해지고 있는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 해적에게 피랍당한 사례로 봐서는 안 된다. 점점 더 영악해진 자본주의 세상을 이해를 해야만 이번 일과 같은 국가 이미지에 해가 되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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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1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경철은 자기 분야에서 제 몫을 분명히 하는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책은 접하지 못했지만, 예전 작품인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를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은 강연을 대학시절 접했는데 그 할아버지도

주경철 칭찬하던게 생각나요.

주경철 도 분명히 실력있는 학자이지만, 연세대학에 있는 김명섭 도

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면 한길사에 나온 <대서양 문명사>를 권합니다.

조선일보를 통해서 1주일에 한 번씩 손바닥칼럼 주경철의 글을 50회 이상

스크랩 했는데,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주로 해서 뭥미 싶더군요.

칭찬을 앞에서 쫘악 해놓고, 뒤통수 치는것 같은데 주경철이 조선일보에 기고하는게

참 거시기 하긴 해요 쩝

cyrus 2010-11-13 21:03   좋아요 0 | URL
매주 토요일마다 중앙일보에도 기고합니다. 중앙일보에는 경제와 관련된
서양사에 대한 칼럼입니다. 제가 서양사에 좀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와 관련된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조부 2010-11-1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는데도 저는 서양사를 몰라요 ㅋㅋ


진지하게 공부하는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심심할때 보기 좋은 만화책이

있어요. 굽시니스트 작 제2세계대전 이라고요~ 2권짜리 책인데 얼마 전에

함께 공부하던 동생들한테 그 책을 선물했는데 두 녀석 다 이건 뭥미 하더군요 ㅋ

전쟁쪽으로 관심이 있고, 만화라는 장르를 좋아하면 추천 ㅎㅎ
 
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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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370] 영원(蠑蚖)과의 전쟁

 

 

   
 

「왜요?」
「거기 악마들이 있어요. 선장님. 바다 악마들이죠.」
「바다 악마가 뭐요? 물고기?」
「물고기는 아니고요.....
혼혈은 잠시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냥 악마에요. 심해의 악마. 바티크 사람들은 <타파>라고 부릅니다. 타파.
그 악마들이 모여서 자기네 마을을 이루고 산답니다. 잔 채워드릴까요?」

- 『도롱뇽과의 전쟁』p 24 -

 

 

 

 국내에서는 생소한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

체코에서 이름 있는 작가를 꼽으라면 대부분은 프란츠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를 언급할 것이다. 체코라는 나라는 예전에 '체코슬로바키아' 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었다. 그래서 예전의 국명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1993년에 정식으로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었음에도 2001년까지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 라고 불렀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사실은 알게 된 것은 2001년에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가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던 당시 체코와의 평가전을 치뤘을 때 알게 되었다. 그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5:0으로 대패하여 거스 히딩크는 그 이후로 '오대빵' 감독이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갖게 되었다)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체코라는 나라는 생소하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체코라고 하면 앞에서 언급한 두 명의 문학가와 한 때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활약을 했던 축구선수 네드베드 밖에 생각이 안난다.   

이번에 읽은 <도롱뇽과의 전쟁> 덕분에 카렐 차페크라는 체코의 걸출한 문학가를 알게 되었다. 이 작가 역시,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문학가이지만 체코 국민들에게는 카렐 차페크에 대한 애정이 무척 각별할 정도로 '국민작가'급의 대우를 받았으며 지금도 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생전에 노벨 문학상 후보에도 이름이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로봇>이라는 희곡이 있다. 그의 동생이며 역시 작가인 요제프 카페크와 공동으로 집필하였는데 그 동생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용어 '로봇(Robot)' 를 처음 만들고 사용한 인물이다. 로봇은 robota라는 '일한다' 라는 뜻의 체코어에서 유래되었는데, 형인 카렐이 동생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 작가인지라 지금까지도 '로봇' 이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이 카렐 차페크라고 알고 있다. 지금도 네이버 백과사전에 '로봇' 을 검색하면 카렐 차페크가 만들었다고 정의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생전에 카렐 차페크는 백과사전 편찬자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검토할 것을 종용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는 카렐 차페크가 쓴 작품들이 번역되긴 하였으나,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서 그런지 절판된 책이 많다. 그는 짤막한 동화 작품집으로도 유명한데 절판 상태이다. (<어느 의사의 길고 긴 이야기><작은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가 있는데, <작은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에도 '어느 의사의 길고 긴 이야기' 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나마 절판된 작품들은 최근에 지만지고전천줄에서 철학소설 3부작 시리즈 중 두 작품이 번역되기도 했으며 사실 <도롱뇽과의 전쟁> 은 2001년에 두산동아에서 출판된 적이 있었다.  


  이것은 SF소설이 아니다 

<도롱뇽과의 전쟁>을 어느 장르라고 쉽게 말하기 힘든 작품이다. 카렐 차페크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는 '로봇' 용어 창조 이외에도 이 작품을 SF소설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SF소설이 아니다. SF소설을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과학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미래의 과학 수준을 예상하여 전개되는 장르이다. 물론 <도롱뇽과의 전쟁>을 읽어보면 SF소설의 특징이 드러나 있다.  도롱뇽이 인간처럼 말을 하고,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도 인간처럼 문명의 혜택을 받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종족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내용 중간에 도롱뇽에 대한 연구논문과 학술적인 자료를 발췌한 기록들을 삽입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게 되면 과학소설이면서도 SF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SF소설에는 과학의 미래, 과학의 진보에 수반되는 사회생활의 변화에 대한 문제점들을 다루는데 <도롱뇽과의 전쟁>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도롱뇽을 작품에 등장시키켜 단순히 과학이 진보된 미래를 비판하려는 작품이 아니다. <도롱뇽과의 전쟁>에서 드러나고 있는 과학이 지배된 사회 비판은 미시적인 내용일 뿐이다. 이 작품은 과학, SF소설이라기보다는 진지하면서도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사회비판적 풍자소설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제2의 종족, 도롱뇽 

이 작품 줄거리는 '자본주의' 라는 하나의 거대한 틀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반 토흐 라는 선장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진주조개를 잡는 도롱뇽들을 발견하게 된다. 도롱뇽들에게는 자신들이 잡은 진주조개로 아름다운 빛깔로 둘러싸인 진주들을 채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본 반 토흐 선장은 도롱뇽들의 능력을 이용하여 한 몫 잡아보기 위한 사업 계획을 구상하게 된다. 그 후로 인간처럼 행동하는 도롱뇽들의 정체는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도롱뇽들은 인간들에게 직접 접근하여 말을 걸기도 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진주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구상된 반 토흐 선장의 사업 계획은 점차적으로 영역이 확대되어 간다. 기업가들은 노동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 도롱뇽들을 노동자원으로 투입시킨다. 노동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수중 건설사업에 도롱뇽들이 사람 대신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도롱뇽에게 군사 훈련을 시켜서 전쟁터에도 동원하기도 한다.

한 때 깊은 수심속에서 살았던 미지의 동물에서 인간 덕분에 문명의 사다리에 타고 올라간 도롱뇽들은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제2의 종족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이 인간들에게 불평등과 억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도롱뇽들은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을 전복하려는 계획을 꾸민다. 언론 매체를 장악, 통제하였으며 인간에게서 배운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만든 폭탄으로 의도적으로 대홍수를 일으켜서 인간들을 도발하기도 한다. 이 때부터 인간 대 도롱뇽이라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작품 시작부터 등장하는 아름다운 진주 하나가 인류과 도롱뇽은 서로 피를 보게 되었다. 진주는 아주 값비싼 귀금속 중의 하나이다. 도롱뇽들이 진주를 많이 캐내기 위해서, 그리고 힘든 노동에 도롱뇽들을 투입시키기 위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도구들을 제공하는 반 토흐 선장이나 기업가들의 모습은 과거 식민지 국가가 많았던 때에 성행했던 플랜테이션(Plantation)을 연상시키게 한다. 플랜테이션은 사업가들이 자본과 기술을 식민지 원주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했던 농업방식이다. 식민지 나라를 다스리던 유럽 열강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업 방식이었는데 훗날 유럽 대륙을 지배하게 된 자본주의 열풍의 도화선이 되었다. 18세기 중반에 영국에 산업혁명이 불기 시작하면서도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게 된다. 공장의 기업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많이 얻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특히 값싼 노동력인 동시에 그 당시에 인권이라고는 가지지 못한 상태였던 빈곤층들을 자신들을 위한 일꾼으로 써먹기에는 딱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빈곤층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임금으로 기업가들에게 착취당하였다. 이 때부터 노동자들의 권리 확보와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빈곤층 노동자들은 공장 내의 기계 보급이 두려웠다. 자신들이 기계의 등장으로 고용되지 않을까봐 그들은 게릴라로 공장에 급습하여 기계를 부수는 난동을 펼치기도 했었는데 이를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한다.  

<도롱뇽과의 전쟁>에도 도롱뇽들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계급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자 인간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일자리가 빼앗길까봐 총파업을 강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도롱뇽들을 살해하는 등 극단적인 일도 발생하게 된다. 기계를 파괴하려던 18세기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만능 노동자였던 도롱뇽들을 죽이려고 했던 작품 속 노동자들은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등장하게 된 자본주의의 병리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사상 뒤에 가려진 인간들의 끝이 없는 물질적 탐욕이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만들게 된 원인이 되었다. 작품 초기에 배에 타고 있던 진주잡이들이 봤던 시커먼 바다의 악마들은 자본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인류가 만들어낸 골칫덩어리 악마인 것이다.  

 

 

 

  첫 번째가 비극, 두 번째는 코미디, 그러면 세 번째는...?  



칼 마르크스는 "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첫 번째가 비극이라면 두 번째는 코미디이다. " 라고 말하였다.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에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희극적인 행적이 담겨져 있다. 인류 간의 대립과 갈등이 있었던 자본주의의 역사가 비극이라면, 아마도 역사에 대한 코미디는 이 작품일 것이다. 인류 대 도롱뇽으로 점철되는 자본주의의 비극을 차페크는 코미디로 희화화시키고 있다.

그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은 굉장히 슬픈 사람이라고 하였다. 작품 속 마지막에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차페크가 작가로 직접 등장하여 작품에 대해서 언급하는 내용이 있는데 차페크는 자신의 작품을 극단적으로 구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미래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흥분과 분노를 억누른 채 종이에 이 글을 꾹꾹 눌러가면서 썼을 것이다. 그는 인류의 비극을 코미디로 승화시킬줄 아는 문학적 광대인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미래에 대한 차페크의 생각이 언급되고 있는데, 그는 다음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하였다. 역사는 항상 반복되기 마련인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즉 세 번째 경향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  과거와는 별반 다를게 없다. 지금도 자본이라는 수단 하나가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까. 하늘 위에서 이 세상을 지켜보고 있을 차페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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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1-1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 쿤테라에 이어 보흐밀 흐라발을 추가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덕분에 차페크도 추가합니다.

cyrus 2010-11-10 13:39   좋아요 0 | URL
보흐밀 흐라발이라,, 반딧불이님 덕분에 또 한 명의 체코 작가를
알게 되었네요^^ 제가 읽은 작품 말고도 <호르두발><별똥별>이라는
소설이랑 <원예가의 열두 달>이라는 에세이가 출판되었는데,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대부분 나머지 작품은 절판 상태입니다)
저도 아직 안 읽었지만 카렐 차페크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으니
읽어보려고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SF로 분류되어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님의 리뷰를 보니 얼른 읽고 싶어져요.
4대강과 김탁환만 읽고 바로 봐야겠어요.

리뷰 좋아요.
그리고 오늘은 리뷰랑 댓글 박스 사이의 간격이 얼마 안떨어져 있어서 좋아요~^^(속닥)

cyrus 2010-11-10 17:03   좋아요 0 | URL
사회비판적인 소설이면서 그렇게 내용이 우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장하신 책이 두산동아에 출판된 것이라면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도 읽어보세요. 이번에 나온 작품이
완역판이라네요. 그리고 나무꾼님이 언급하신 김탁환이
이번에 나온 소설 작품을 말씀하신거지요? 저도 그 책 급땡기던데,,
즐거운 독서 하세요. 나무꾼님^^

노이에자이트 2010-11-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코 출신 유명인은 그래도 몇 명 알겠는데 슬로바키아 출신은 정말 얼른 생각이 안 나는게 현실이지요.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자유화운동과 반스탈린운동을 이끌던 이들이 슬로바키아 지식인들이었고, 그 시절 서기장도 슬로바키아 출신인 두브체크였는데...하지만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갈라진 지금 슬로바키아는 체코에 가려져 인지도가 낮은 나라가 되어버렸지요.

cyrus 2010-11-11 16:40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체코슬로바키아라고 알고 있었고, 저처럼 아직도 많은 사람들도
체코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겠군요. 이런 사례와 유사한 것이
유고슬라비아도 몇 년전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라고 개명된 것과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로 분리된 것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조금씩 국외 정세들도
알아야할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1-11 18:23   좋아요 0 | URL
아...그렇던가요? 제 주변엔 슬로바키아는 몰라도 체코는 거의 다 알더라구요.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나 밀란 쿤데라 덕이지요.여행사에서도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동유럽 중에선 체코를 제일 많이 간다고 하네요.하지만 슬로바키아는 모르던데 그건 아마 체코슬로바키아 시절부터 줄여서 체코라고 했던 버릇때문일 겁니다.슬로바키아는 슬로바키아어를 쓰더군요.

슬로바키아 출신들이 자유화 운동의 선두에 섰는데 정작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된 후로 외국인들은 체코는 알아도 슬로바키아는 모르게 되었으니 묘하게 되어버렸지요.



유고슬라비아는 내전 이후 몇개로 갈라졌는지 어지러울 정도라서...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세르비아,몬테네그로...저번 월드컵 땐 슬로베니아 선수단을 계속해서 아나운서가 슬로바키아라고 한 일도 있습니다.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 얼굴
엄기호 지음 / 낮은산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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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대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켜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 장정일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결 수 있다면-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우리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라디오는 기계에 달린 단추를 눌러 작동되고, 전파를 통해서 우리에게 방송을 들려 주는 물건이다. 그래서 단추를 누르지 않으면 라디오는 그냥 기계 덩어리일뿐이다. 이 시 속의 화자는 자산이 라디오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군가가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 주기를 바란다. 버튼을 누르면 자신도 그 누군가에게로 가는 전파가 될 수 있다. 시에서 말하는 전파는 화자와 그 누군가 간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뜻한다. 서로의 단추를 눌러 주면 서로가 서로에게 전파가 되어 사랑으로 변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라디오는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켜는 기계이다.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라디오를 켜는 것이고, 음악을 듣고 싶지 않으면 라디오를 끈다. 즉 사람들의 편의나 실용성에 의해 라디오는 작동되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의 사랑이 라디오와 같은 것이라면 그 사랑은 편의적이다. 결국, 편의적 사랑은 오래 갈 수 없으며 그저 가볍게만 여기는 사랑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등장

이 시는 장정일의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 잡기>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이 발표된 시기는 1988년이다. 1988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해이다.  서울 올림픽의 개최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해에는 좋은 기억도 있지만, 안 좋은 기억도 있기 마련이다. 1987년에 발생한 KAL 폭파 사건의 범인으로 북한의 대남공작원 김현희가 매스컴에 알려지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국제적인 행사 이후 한국은 반세기만에 급격한 경제 성장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제 한국은 전쟁 때문에 가난한 국가가 아닌 세계적 경제 중심지의 아시아 국가였다. 그리고 서구의 문화들이 유입하기 시작되었으며 그 유입 뒤에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있었다.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시장 개입이 아닌 시장의 기능을 자유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의 민영화에 의의를 두고 있다. 그리고 시장개방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예가 바로 '세계화' 이다.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3년에 우루과이 라운드에 타결 합의하였으며 그 후로 세계무역기구(WTO)가 등장하였다. WTO 설립은 산업과 무역 간의 장벽을 무너뜨렸으나 세계의 모든 나라가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보다 많은 자본을 창출하고 얻기 위해서 금융업, 부동산업의 강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하였는데 지금도 우리나라 사회에 강조되고 있는 '재테크' 도 그 강세가 만들어낸 우리나라 특유의 신드롬이다.  사람들은 돈을 단순히 저축하고 모으기보다는 돈으로 이보다 더 많은 돈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요즘 세상에 주식이나 펀드, 그리고 땅 투자를 외면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축으로만으로 1억을 모을 수 없고, 자신만의 집도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에 사로잡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프리카리어트

이렇다보니, 신자유주의 사회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불황과 실업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빈부격차는 계속 벌어져만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한경쟁 시스템 속에서 나 한 몸 잘 살기 위해서 상대방을 짓밝고 불법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쟁 체제 속에 살아남은 자만이 어마어마한 자본들을 손에 쥘 수 있는 승자가 되었다. 무조건 이기는 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IMF 한파 이후 무너져버린 중산층들은 오직 잘 살아야한다는 신념 하나로 발버둥을 처야만 했다. 그러나 발버둥을 쳐봐도 가난한 생활은 이어졌다. 자신들의 노동력을 받아주는 직장은 없었고, 그나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주는 쥐꼬리만한 보수만으로 삶을 연명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행복하고 안정된 삶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 머리속에는 자신의 직업이 언제 짤리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 가난한 삶이 이어진다는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고달픈 노동으로 하루를 보낸다. 

'잃어버린 10년' 이후로 경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과 같은 경우에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자못 심각하다.  우리들이 많이 알고 있는 '워킹푸어'(Working Poor)는 일본 사회의 병리적 문제가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이는 일하는 빈곤층을 가리키고 있다. 일을 해도 가난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프리카리어트'(Precariate)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는데 '불안정한' 이라는 뜻의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e)를 합성한 것이다. 미래가 없는 불안정한 삶을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계급을 뜻한다. 

프리카리어트의 등장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는 통용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프리카리어트는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프리카리어트는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려는 88만원 세대 그리고 정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신자유주의 인류의 사랑

'무한경쟁' , '승자독식사회' 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신자유주의 사회는 '아무도 안 믿는 세상' 이 되어 간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자본을 얻기 위해서 상대방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만다.  인간 사이의 친밀감, 연대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에 혈안이 된 88만원 세대들에게는 사랑과 연애는 사치일 뿐이다. 자신이 경제적인 자립이 안 되어있는 이상, 이들에게는 결혼이라는 것도 꿈도 꿀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오죽했으면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10대들의 섹스를 '슬픈 섹스' 라고 표현하였다.  이들에게는 그나마 이성 간의 사랑을 해갈해줄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는 동거뿐이다.  하지만 동거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는 사랑의 방식이다. 동거를 한다해도 부부로 연결되는 커플은 드물다.  이 시대에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은 88만원 세대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여성들 대다수는 결혼보다는 싱글을 택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서 혼자서 편안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병든 사회에서 경제적 자립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이다.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이다. 치열한 경쟁다툼 속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여성들은 고액 연봉의 직장에서 일하는, 앞으로의 삶이 보장되는 신랑감을 찾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사랑의 감정으로 만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오직 '돈' 을 가져야한다는 감정으로 이성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장정일의 시가 신자유주의 사회에 지배당한 사회를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서울 올림픽 이후로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우리 사회에도 불기 시작하면서 이 시 속 내용처럼 '아무도 안 믿는 세상' 으로 변하고 있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인간들은 누군가 자신의 버튼을 눌러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버튼이 눌러짐과 동시에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전파는 사랑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살기 바쁜 마당에 무일푼이며 보잘것없는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그럴수록 그는 사회 속에서 소외되어 간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으며 사랑을 가볍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나마 새 것처럼 보이던 라디오에 사랑의 버튼을 눌렀다가, 점차 헌 것으로 변하게 되면 버튼을 끄고 헌신짝처럼 버리게 된다.  '돈' 으로 사람을 만났다가, '돈' 이 궁하면 쉽게 헤어지는 요즘 사람들처럼 말이다.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단순히 책 제목이라고 보기에는 우리 사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어서 무시무시하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 관심 가져줄 여유가 없다. 일을 해야만 앞으로 남은 일생을 살아갈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남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는 이제 시대의 화석이 되었다.  지금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가 대세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의 인류에게는 상대방의 매력에 이끌려 정열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사랑은 이제 없는 것일까?  88만원 세대로 살아가고 있는 나로써 이 책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더욱 더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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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9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번에 나온 그 책도 좀 관심이 가던데 말이죠~
이런 책이었군요?^^

리뷰가 좋은데요...라고 쓸려고 보니,
맨마지막 단락 씁쓸함에 눈길이 머무네요~

뭐 그래도 좋은건 좋다고 해야죠~^^

cyrus 2010-11-09 20:02   좋아요 0 | URL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읽었건만 내용이 그리 밝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이런 세상, 눈 감고 외면할수도 없는거고요.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 조선의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명문장가들의 뜨겁고도 매혹적인 인생예찬
이종묵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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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내 서재 이름은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을 읽어야 한다' 라는 뜻이다.  독서에 관한 좌우명 한 줄 적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일곱 글자를 쓸 것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실천하려는 독서에 대한 포부를 잘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겠다마는 서재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남성은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하고, 여성은 그 정도의 양으로 독서를 못 한다는 식으로 여성 차별적인 생각을 강조하는 뜻은 전혀 없다.  조선 시대 때에는 남자들로 구성된 선비, 양반들의 기세가 강했고 벼슬자리도 남자들이 차지했기에 책은 남성들이 소유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여성들에게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남아수독오거서' 라는 말이 남존여비가 강했던 유교 사회의 유언(流言)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알라딘 서재 블로그을 시작하면서 서재 이름에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블로그라는 것을 알라딘을 통해서 처음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서재 블로그가 나에게는 유일한 공적이며 사적인 인터넷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cyrus의 서재' 라고 정하기에는 무언가 평범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고심 끝에 결국에는 '남아수독오거서' 로 정하기로 했다.  딱, 내가 생각하는 독서관과 맞아떨어지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올바른 독서를 하고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제 매버릭꾸랑님이 예전에 쓴 글에 댓글을 달았을 때 다시 한 번 그 글들을 읽게 되었다.   

어이쿠, 이런, , , , ,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채 막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 많이 보였다. 다시 읽어보니 문맥이 맞지 않은 부분도 수두룩하였다.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질보다는 양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 모로 나의 독서에 대해서 반성을 할 수 있었다.  

P.S 감사합니다. 매버릭꾸랑님   

 

   

Scene #1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는 독서, 자연, 술, 등 자신들이 좋아했던 취향을 즐기면서 세상을 재미있게 살다 간 조선 선비들의 글을 발췌한 것이다. 그리고 선조들의 글에 대해서 책의 저자인 이종묵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글에 대한 설명과 짤막한 단상들을 덧붙였다. 우리나라 옛 문장들을 소개하는 이 책 역시 정민 교수가 쓰고 있는 글 스타일과 비슷하다.  책 말미에는 이종묵 교수가 엄선한 문장들의 원문이 실려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정민 교수의 글 스타일을 그래도 답습했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학자들의 명문만 수록된 것이 아니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지금은 잊혀진 인물들, 생전에 벼슬자리 문턱에 가보지 못했다거나 자신만의 학문 세계를 구축하면서 은둔 생활을 한 선비들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나마 소개하는 유명한 인물이라면 <성호사설>의 저자 이익, <발해고>의 저자 유득공, 영조 시대 때 망나니나 다름 없었던 사도세자에 대한 처벌을 반대했던 채제공(많은 이들에게는 체제공이 생소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많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이산]에서 조정의 양대 당파 세력으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로 등장했었다) 그리고 율곡 이이, 단 네 사람뿐이다.   

  

 

Scene #2  

이 책에는 장혼(1759~1828)이라는 선비가 독서에 대한 쓴 글이 소개되어 있다. 장혼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자면 글와 독서를 좋아했던 가난한 선비였고 아마추어 문장가로 활동했다. 그는 규장각에서 문서를 정리하는 하급 관리로 일하면서 자신들과 취향이 비슷한 선비들과 사귀어 함께 시를 짓곤 하였다.  비록 세상은 자신의 문장을 알아주지는 않았지만 후세에 '시인' 장혼이라는 이름을 남기기 위하여 시 쓰기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물론 그가 시만 좋아해서 평생 시만 쓴 것이 아니었다. 책을 좋아해서 문학과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책을 쓰고 스스로 편찬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벗에게는 시보다는 책을 더욱 사랑하라는 충고를 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된 편지에서 말해주고 있다. 시 쓰는 것은 잠깐이나마 마음을 즐겁게 해줄 뿐이며 독서의 즐거움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 편지에서 독서의 장점을 아주 멋드러지게 표현하고 있다. 

   
 

 저 금과 옥은 보배고, 문장도 또한 보배지요. 백근이나 되는 묵직한 물건은 보통사람이라면 감당하지 어렵겠지만, 다섯 수레의 책도 돌돌 말면 가슴속안에 넣어 간직해둘 수 있을 것이요, 이를 쓰면 조화에 참여하고, 우주에 충만하게 되겠지요.  

 - <김용재에게 주는 편지> 중에서, 장혼, 책 p 180 재인용 - 

 

 
   

 

장혼에게 독서는 다섯 수레에 담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슴속안에 간직할 수 있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은 사유의 활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참,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책을 가슴속안에 간직한다 , , , , ,   문장이 멋지면서도 한편으로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한 독서가 내 머릿속, 그리고 내 가슴속에 제대로 간직하면서 읽었는지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그 아무리 다섯 수레 안을 꽉 채울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도 머리와 마음 속에 하나라도 사유에 대한 응집물이 간직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빈 수레나 다름 없는 것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라는 속담처럼 결국에는 글만 읽은 실속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Epilogue  

한 달하고도 3주 정도 지나면 2011년이 다가온다. 내년이 되면 나는 다시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그 때도 독서를 즐겨 하겠지만 지금만큼의 정도는 못 할 것이다. 하루하루 수많은 과제와 취업 준비 때문에 이리저리 활동하는 양이 많아지고, 학점관리도 잘 해야 한다.  

12월달이 되면 지금까지의 독서들을 결산해봐야겠다. 2010년, 7개월동안의 독서의 기록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도 또 읽어보려고 한다. 예전에 남긴 과거의 기록물들을 본다고 해서 장혼의 말처럼 가슴속에 간직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은 다 내가 읽고 싶었고, 내가 책을 무척 좋아해서 읽었던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장혼의 독서처럼 가슴속에 나에게 유익한 책들을 담을 수 있는, 그런 독서를 해야겠다. 그럴러면 내년에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서재 블로그의 이름을 바꿔야 하는데,  

'남아수독심저서' (男兒須讀心貯書) 라고 해야 되나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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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1-07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듣고 먹고 하는 것들이 모두 '나'를 이룬다고 합니다. 확인할 수 없지만 사이러스님의 몸에 다 저장되어있으리라 믿습니다. 복학하시기까지 읽고싶은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시길...

cyrus 2010-11-07 22:28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의 댓글이 멋집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딧불이님^^

다이조부 2010-11-0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는 얼마전에 어떤 알라딘 유저한테 밀도있는 글 좀 쓰라고 쿠사리 먹었는데요.

근데 저는 앞으로 살면서 다섯 수레의 책은 불가능한 작전같군요.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야심이 별로 없어요. 책 을 많이 보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는 책 속에서 길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책 속에

빠져서 현실감각을 잃을수도 있다고 봐요.


stella.K 2010-11-08 18:51   좋아요 0 | URL
ㅎㅎ 매버님~~~! 이거 원...제가 그랬다고 할 수도 없고.ㅋㅋ
암튼 분명 그뜻은 아닐 것이고, 다 응원의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매버님 밀도있게 쓸 수 있도록 도와드릴까요?ㅋ

cyrus 2010-11-08 20:23   좋아요 0 | URL
꾸랑님 말이 맞습니다. 너무 책 속의 길을 찾게 되면,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의 길에는 헤멜 수 있게 되겠죠.
저도 가끔 그러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답니다.
뼈 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stella.K 2010-11-0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를 이렇게도 쓰는군요. 멋지내요!^^
근데 사이러스 뜻이 뭐죠?
저는 그냥 세례명에 영구를 쓰고 있습니다.


cyrus 2010-11-08 20: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stella09님^^
댓글상에서 닉네임의 유래에 적기 제한이 되지만, stella09님을 위해서
댓글로 남깁니다.

예전에 초등학생 때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그 책에 나오는 똑똑한 박사처럼 똑똑하고 인텔리(?)하게 보이기 위해서
cyrus이라고 했는데, 제가 영어 실력이 딸린(?) 편이라, , ,
알고보니 cyrus을 시루스라고 발음하는 것이 아니었더라고요.
뭐, 온라인상에서는 발음이 중요치 않아서, stella09님처럼
사이러스라고 부르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이러스라고 부르는게 듣기 좋습니다. ^^

stella.K 2010-11-09 12:1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글치 않아도 한글로 어떻게 불러드려야 하나
약간 난감했어요. 시루스. 그게 맞는 표현 같기도 해요. 시루스님.^^


다이조부 2010-11-0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세례명이었군요. 저는 어렸을때 좋아하는 차종이 스텔라였나 했는데,

전 초딩때 어른이 되면 프라이드를 몰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주인장이 이야기하는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 라는 책은 처음 들어보네요. ㅋ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제 닉네임은 매버릭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괴짜 이 정도로

알고 있어요. 꾸랑은 인도네시아어 입니다 ㅎㅎㅎ

cyrus 2010-11-08 23:40   좋아요 0 | URL
ㅎㅎ 꾸랑님은 참 독특하신 분 같네요^^

stella.K 2010-11-09 12:10   좋아요 0 | URL
ㅎㅎ 매버님 전 차도 차지만 여드름 치료제를 생각해요.
지금은 없어진 것 같긴 합니다만.
매버릭꾸랑이 그런 뜻이었군요. 글치 않아도 궁금했는데...^^


양철나무꾼 2010-11-0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는 사람은,책만 읽지는 않을거예요.
수레를 어떻게든 구워먹던지 삶아 먹던지 할테니까 말이죠.^^

다이조부 2010-11-09 15:09   좋아요 0 | URL


아~ 댓글이 무슨 말인지 왜 감을 잡을수가 없는거죠..나만 이해 못하는건가

책을 많이 읽어서 지식을 습득해서 유용하게 쓴다는 그런거는 아닐테고....

여드름 치료제 중에 스텔라 라는게 있었군요. 여드름 따위로 한 번도 고심

해 본적이 없어서요 ^^ 몰랐네요. 한 분쯤은 꾸랑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볼 줄 알았는데 다들 무심하네요 ㅋ 아무도 묻지 않으니 대답을 하면

인기연예인 노홍철의 별명이 뜻이랍니다 헐

cyrus 2010-11-09 20:1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말씀은 책을 읽어서 유용하게 쓴다는 뜻으로 말한걸겁니다.^^
저도 여드름 고민한 적도 없답니다.ㅎㅎ
죄송해요. 매버릭 뜻만 봐서 꾸랑은 못 물어봤네요^^;;

stella.K 2010-11-10 11:24   좋아요 0 | URL
저는 솔직히 묻고 싶었습니다.
근데 꾸랑님이 귀찮아 하실 것 같아 못 물어 봤다능...
그럼 꾸랑님은 괴짜 노홍철 같은 분이신가 봅니다.^^

꽃도둑 2010-11-1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그래도 하루에 한 번 꼴로 올리는 리뷰가 어떻게 가능한지 신기해 하고 있었는데
다섯 수레를 채우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었군요...^^
그런데 책의 무게로 봐서 얼마 안가서 채우겠는데요?...(흠,,부러벙..)

cyrus 2010-11-12 21:14   좋아요 0 | URL
다섯수레를 채우기보다는 이제 얼마 안 남지 않은 자유의 시간에
필사적으로 독서를 하는거랍니다.^^;; 내년에 복학하면
이렇게 읽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내년에는 이보다 많이 읽을 수는
없지만, 한 달에 5권 정도는 읽으려고 합니다.

꽃도둑 2010-11-1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 년에 100권을 목표로 세워두지만 매번 참패 당하죠...
한 달에 5권 정도 읽을 때도 읽고 아닐 때도 있고 하니.. 그래서 하루에 한 번 꼴로 올라오는 리뷰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낄 수밖에요...^^
아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ㅎㅎㅎ 근데 복학해도 열심히 할 것 같아요.

cyrus 2010-11-17 13:19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좋겠네요. ^^
내년에 장학금을 위해서 열공하고, 알바도 계속 해야되니
올해보다는 못하지만 한 달에 5권 정도 읽는 생활방식로 전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