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0년 마지막 날도 얼마 안 남았네요.  

이때쯤이면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해야되는데 , , ,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문자 보내라 ,  아까 방금 자주 들리는 알라디너분 서재 방명록에 남기라 , , ,  

살짝 귀찮아지기도 하네요, , ,  ^^;;    그래도 빠짐없이 한 분 한 분 인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깜빡하고 인사를 못한 분들도 있을겁니다. 섭섭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 

 

그런데,  새해 인사 다 하고나서 컴퓨터를 끝내려고 했었는데, , ,  

몇 몇 분들은 2010년 마지막 날을 장식하는 글을 올리셨더군요.  

마지막 날을 리뷰 올리기에는 귀찮은 감이 있고 , , ,  

그렇다고, 간단히 ' 여려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올리기에는  

너무 성의 없어 보여서 , , ,  

예전에 마녀고양이님 페이퍼처럼 2010년 마지막 글을  

새해 소원 리스트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2010년동안 읽은 책들을 Remember 해보는 페이퍼를 작성하려다가   

오늘 오전 내내 잠만 자서 지금 쓰기에는 늦었고,

이것 역시 쓰는 것이 귀찮을거 같아서 , , ,   그냥 간단히 새해 소원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루고 싶은 소원들을  

글로 문서화시키기는 처음입니다.   

 

2010년 마지막 글 치고는 허접하지만, , , ^^;;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 1)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 타기   

  

내년에도 Again 2007 1학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진짜 저의 2007년 1학기 성적입니다) 

 

 

# 2) 영어 한 개 국어라도 좋으니, 외국어에 능통하기  

  , , ,  이 소원만큼은 일년 내내 쭉 이어질거 같네요, ^^;; 

 

# 3) 슈트를 입으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육체 개조하기  

 이 소원이 이루어지기에는 먼저 운동을 열심히 해야될거 같습니다.   

 

# 4) 한 달에 책 10권 읽기    

 1학년 시절에는 술 퍼 먹고 논다고 책을 멀리 했었는데, 다음부터는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5) 알라딘 서재 관리를 잘 하면서 친분이 있는 알라디너분들 글도 자주 읽기  

 지금처럼 책 한 권씩 읽고 리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다른 분들 서재에는  

 자주 방문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댓글이라도 흔적을 자주 남겨야겠습니다. ^^ 

 

# 6) 지금까지 가입한 2곳의 출판사 카페 번창은 물론이고, 모든 출판사 다 잘 되기 

 제가 가입해서 친숙한 출판사 말고도 모든 출판사 다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 7)  출판사 이벤트 당첨 많이 되기  

 2010년의 책, 마일리지 복, 내년에도 이어지길 , , ,  

 

# 8) 아무도 간섭 없이 치즈케이크 원없이 먹어보기 

 정말, 치즈케이크를 사서 혼자 다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 

 

# 9) 요리 잘 하기  

 이것도 운동처럼, 실천이 중요하죠 ^^;; 

  

#10) 유익한 강연회나 전시회 가기  

 시간의 여유만 있다면 꼭 해보고 싶은 소원입니다.  

 

#11) 가족, 친구들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모든 분들 다 건강하고 행복하기   

 정말, 이 소원만큼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12-31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1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1-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시루스님 공부 잘하시는구나.ㅎ~
치즈케이크 좋아하시고.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끌리긴 하죠.ㅋ
공부는 어게인 하실 거예요. 올 연말에 꼭 저 비슷한 성적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치즈케이크 사 줄 애인도 만나시고.ㅋ
좋은 계획표입니다. 꼭 이루시길!^^



cyrus 2011-01-01 13: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소원들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1-0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체개조에 기대가 큽니다.성과가 좋으면 훈련법도 널리 널리 퍼뜨려 주세요.

cyrus 2011-01-02 19:57   좋아요 0 | URL
ㅎㅎ 운동만큼은 올해안에 꼭 해야되겠네요. 혼자 운동하다보니
성과과 미미해서 제대로 된 휘트니스에 다녀보려고 합니다.
비용은 꽤 들겠지만 게을리지 않고 꾸준히 해야될거 같네요^^;;

다이조부 2011-01-0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즈케익이 가장 쉽네요 ㅎㅎㅎ

cyrus 2011-01-02 19:58   좋아요 0 | URL
쉬울거 같죠ㅎㅎ 한 개 사먹고 나면 또 중독성 때문에
또 사먹고 싶어져요. 한 달에 세 개 사먹은적 있는데
은근히 돈이 새게 되는 주범입니다.^^:;

꽃도둑 2011-01-0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올해는 완소남으로 거듭나는 해가 되지 않을까? ,,,
공부 잘하징....책 많이 읽어 스마트하징....리뷰 잘 쓰징...슈트 잘 어울리징...
치즈케잌 좋아하징,..(저도 케잌 중에서 제일 좋아함) 게다가 개조된 몸매에다(?)맑은 정신세계를 가졌징...
모하나 빠지는 게 있어야지 말을 안하지요.

사이러스님, 출판사 이벤트 정보 저한테도 갈켜주세요(속닥속닥)
저도 꼬리 잡고 한 번 따라가보게요,
치즈케잌 이벤트 하는 데 있음 제가 째깍 알려드릴게요,,^^

cyrus 2011-01-03 15:43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출판사 이벤트 있으면 스크랩해서 꼭 알려드릴께요 ^^

이거 이벤트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 카페에서 신간도서 리뷰어 모집을
이번 달 10일까지 모집하고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한 번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 서재에 펭귄클래식 리뷰어 모집이라는
내용으로 페이퍼 형식으로 올렸는데 참고하세요 ^^

마녀고양이 2011-01-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육체 개조하기... 이거이거...
제 소원의 청년과 매우 흡사합니다. 우리 앞으로 더욱 친하게 지내요. 크하하.

그리고, 소원보다는 목표네요. 이 정도는 사이러스님이 화끈하게 하실줄 믿습니다.
아자아자!!!

cyrus 2011-01-03 15:14   좋아요 0 | URL
마고님처럼 따라 한 번 써봤는데 쓰고나니 목표가 되어버렸네요 ^^;;
 

 

 출처: 열린책들 출판사 공식 카페 http://cafe.#  naver.com/openbooks21

 

 

 

 

 

 

 

   

    

 윤우섭

195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 슬라브 어문학부에서 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외국어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초기 소비에트의 문학정책」, 「유리 뜨리포노프의 교환: 일상적 삶으로서의 교환」 등이 있으며, 역서 『세계 단편 문학 걸작선』(1998, 러시아 편) 등이 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 <상처받은 사람들>의 역자인 윤우섭 경희대 교수를 열린책들 카페 매니저 두 분이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인터뷰에는 도스또예프스끼뿐만 아니라 러시아 문학과 문학작품 번역에  대해 논하고 있어서 현재 1부만 올린 상태입니다.  추후 다음 내용들이 올려지면 스크랩하겠습니다.  

러시아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작지만 유용한 자료가 되었으면 하네요.  

 

P.S> 내용이 상당히 깁니다. ^^;;   글자 포인트를 크게 하려고 했었는데, 잘 안 되네요. 이상하게도 항상 알라딘 페이퍼를 이용할 때에는 잘 안 되는 기능이 꽤 있네요, -_-;;

  



Q) 카페지기: 러시아 문학을 번역하며 느끼는 러시아문학만의 특징이 있다면?


윤우섭: 

러시아 문학이 시대별로, 사조별로, 작가별로 다 다른데 그것을 하나로 특징지어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러시아 문학이 다른 나라 문학이 가지지 못한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느냐고 묻는다 해도, 문학이라는 것이 사실 그 문학자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대의 산물이지 않나. 그것은 모든 문학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주의에서 자연주의, 상징주의로 흐르는 흐름들도 모든 나라 문학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 최근에 <안나 카레니나> 번역본이 작가정신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역자가 윤우섭 교수님입니다.     

 

 

 

 

 

 

  

 

 

 

 

 

 

 

 

  

 

Q)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러시아문학이 난해하다는 인식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한 경향이 있는데.

(러시아 문학이 난해하다는 인식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서 러시아 문학을 소개하며 러시아 문학자들을 이야기할 때 주로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도스또예프스끼, 톨스토이, 뿌쉬킨, 이 3대 작가들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소개된,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알려지는 러시아 문학 중 이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모두 양이 많다. 그래서 쉽게 접하지 못한다. 일단 양에 질리는 거다. 알고보면 톨스토이 등도 아주 많은 단편을 썼는데,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톨스토이 하면 「안나 카레리나」, 「부활」, 「전쟁과 평화」를 먼저 생각하고 도스또예프스끼하면 「죄와 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백치」, 「악령」 등을 생각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 문학은 길다, 라는 선입견이 생긴 것이고, 그래서 더 안 읽히고. 첫 번째로 그런 이유로 러시아 문학이 멀어진다.

그래도 러시아문학이 좋다고 하니까 읽어봐야지, 하고 뒷머리엔 남는 거다. 마치 어떤 부채처럼. 꼭 읽어야 하는데 못 읽고 있으면 왠지 부채처럼 빚지는 기분이지 않은가. 그래서 접하는 것이 도스또예프스끼인데, 처음에 접하는 사람들은 ㅡ 사람마다 감수성의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ㅡ 무언가 굉장히 헝클어져있는 느낌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면 어디가 꼬리이고 머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죄와 벌」 같은 작품을 보면 갈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헝클어진 느낌을 받는 거다. 그런 이유로 또 일반인들에게 점점 멀어진다. 1960, 70년대 작품들을 보면 시대상을 반영한 단편, 중편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들조차도 어렵다고 인식되니 대중화되지 못한 거다.
 

  

 

Q) 헝클어져 있다는 것은 이야기의 사건들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렇다. 영화에서도 사건들이 단편적으로 발생한다. 그 사건들이 어떤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발생되고, 하나씩 엮다보면 서서히 줄거리가 나오는 기법 등을 사용하고 있지 않나. 도스또예프스끼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하나의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낳고,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전의 이야기를 잊는다. 그럼 또 등장한 인물이 이전의 인물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왜 등장했는지 하며 자꾸 찾게 되고, 앞을 자꾸 뒤적거리게 된다. 그래서 짜증이 나는 거지. 이야기라는 건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선율이 있어야 하지 않나.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은 그 선율,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또 하나 러시아 문학의 문제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길고 생경하다. 작품을 읽으며 인물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야 등장할 때마다 어렵지 않은데 러시아 문학은 그렇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도스또예프스끼가 한국에서 러시아 문학이 복잡하다는 인식을 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웃음).

하지만 한국에서 문학하는 사람들은 다 도스또예프스끼를 배운다. 이야기를 이리 저리 꼬아 헝클어놓았으면서도, 마치 추리소설처럼 인물들의 행적을 찾아가며 실마리를 풀어 마지막에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소설처럼 결국에 희열을 느끼게 되니까. (이야기를) 끝까지 잘 쫓아간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하고, 만족하는 거지.

그런데 방금 이야기 한 것처럼 가다가 말아버리는 거다. 대부분의 고등학생, 대학생 등의 젊은 사람들이 다음에 읽자, 하고 덮어버린다. 우리나라에서 1960, 7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며 나타난 현상들이 문학에 드러나고 있듯 러시아 문학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작품들에 마음을 내야 하는데, 그걸 어렵게 하는게 19세기 위대한 작가들이다. 위대한 작가들인데 역으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런 영향(어렵다는 인식)을 낳았다는 거지.

   

 

 

Q) 도스또예프스끼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언젠가는 읽어야 할 작가, 평론가들에게는 가장 문제적인 작가, 문인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작가 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가 이렇게 대문호로 추앙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야기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파생이 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특별하다거나 의미없는 등장인물이 없고 하나하나가 모두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징이 있고 의미가 부여되어있다.

또한 도스또예프스끼는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할 때 행위의 저변에 어떤 심리적 작용이 있는가를 그리며 인간의 영혼을 파헤치고 있다. 그래서 읽다보면 어떤 장면들에서는 나도 이렇게 반응했었지, 하며 공감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 뿐 아니라 그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에 대한 동인을 깊이 파헤치고 있기 때문에 작가, 평론가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굉장한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문체가 독특하면서도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내용들이 작품에 담겨있는 것도 큰 이유다.


 

Q) 러시아에서는 도스또예프스끼보다 뿌쉬킨이 더 국민적이고 대중적인 작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이 있는데.

그건 교육의 효과가 큰 면이 있다. 우리가 한국 역대 왕들 중에 가장 위대한 왕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는가? 세종대왕이지 않은가. 그것은 교육의 힘이다. 뿌쉬킨은 왜 국민작가로 추앙받는가? 뿌쉬킨에게서 러시아 문학이 나왔고, 그가 국민문학의 비조라고 교육받기 때문이다. 뿌쉬킨에 의해 러시아적 주제와 소재 등이 러시아 문학으로 확립이 되었다. 그러니 그 뒤에 나오는 훌륭한 작가들도 (뿌쉬낀이 국민작가라고) 인식하고 있다. 뿌쉬킨 동상을 제막할 때에 도스또예프스끼가 '우리 모두는 뿌쉬킨으로부터 나왔다' 고 하지 않았나. 뿌쉬킨은 소설, 산문, 희곡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을 했지만 특히 시에서 ㅡ 원문으로 소리내어 읽으면 ㅡ 러시아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작가다.  

 

 

* cyrus의 딴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나온 고골의 <뻬제르부르그 이야기> 뒷표지를 보면 도스또예프스끼는 ' 러시아 모든 작가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 라고 말했다고 하던데,,,  

고골이나 뿌쉬낀이나 러시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공로는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느게 진짜 도스또예프스끼의 평가인지 아리송하네요, ^^;;  

 



  

 

 

 

 

  

 

 

Q)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죄와 벌」이다. 이 작품에는 인간 행위의 동인, 선과 악의 문제, 죄를 지었으면 필연적으로 벌을 받아야 한다는 필연의 문제, 그리고 그런 것들을 모두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랑의 문제 같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있다.

아무래도 「상처받은 사람들」은 「죄와 벌」보다 훨씬 읽기가 편하다. 이야기가 많이 꼬여있지 않다. 쾌도난마(快刀亂麻) 라는 말이 있다. 엉켜있는 실을 칼로 딱 잘라버린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실을 모두 버려야 하지 않나. 그 때 (자르지 않고) 실이 어디가 엉켰는지 마디마디를 풀며 나중에 풀어냈을 때 희열은 말도 못하는 거다. 쾌도난마는 통쾌하긴 하지만 희열은 없다. 그러니 「죄와 벌」과 「상처받은 사람들」을 읽었을 때의 희열을 비교해보면 「죄와 벌」이 사실 훨씬 큰 것이다. 이 어려운 작품을 독파했구나 하는 자기 자신의 뿌듯함도 있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0-12-3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랩 기사 보니까 로쟈님 블로그 같다 ㅋㅋㅋㅋ

난 이런거 할 줄 모르거든 ㅎㅎ

아무튼 새해 복 많이 받으3

cyrus 2010-12-31 18:3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냥 불여넣기 했을 뿐인데요. 꾸랑 형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이에자이트 2010-12-3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러시아 문학 애호가라는 주변의 평가를 듣고 싶어서 읽어볼까 하다가 포기한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cyrus 2010-12-31 18:3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러시아 문학에 대한 또 다른 선입견이 러시아 문학이라면
도스또예프스끼, 고골, 뿌쉬낀만 알고 있다는 것이죠.
이 3인방 이외에도 훌륭한 러시아 작가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러시아 문학의 범위는 협소적일거라는 생각 때문에 덥석
읽게 되는거 같습니다. 러시아 영토가 넒은만큼 이들의 문학 역시
넓고 광대한데 말이죠.
 
눈속임 그림 - 트롱프뢰유, 실재를 흉내 내고 관객을 속이다
이연식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명탐정 셜록 홈즈는 그의 절친한 동료인 왓슨 박사와 함께 사건 의뢰인이 살고 있는 집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홈즈가 맡게 된 사건은 사건 의뢰인의 언니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홈즈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아무리 조그만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방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 저 초인종의 끈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나요? "  

홈즈가 사건 의뢰인에게 물었습니다.  침대 위에 매달린 초인종의 끈은 그 끝이 베개 위에 닿아 있었습니다.  

 " 2년 전에 달았는데, 가정부의 방으로 통해 있을거에요. " 

 " 언니가 달게 했나요? "  

 " 아니에요.  언니나 저는 가정부에게 일을 시킨 일이 없어요. 가정부는 우리 집에 오래 있지도 않았구요. "  

 " 그렇다면 이런 초인종 끈은 별로 필요가 없었을 텐데 , , , , , " 

홈즈는 침대가 다가가 잠시 관찰한 후, 초인종의 끈을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 아니, 이건 초인종 끈이 아니잖아 ! "     

홈즈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 울리지 않나요? " 

 " 울릴 리가 없죠.  자, 잘 보십시오. 끈 끝이 환기 구멍 바로 위 고리에 묶여 있죠? "  

 " 어머, 이상하군요!   전 여태껏 몰랐어요. 아마 언니도 몰랐을 거에요. "   

 " 이상한 건 이것뿐이 아니오. 환기 구멍은 바깥쪽을 향해 뚫려 있어야 원칙인데, 이건 옆방으로 통했군요. 별 얼간이 같은 건축가도 다 있었군그래. "  

 
 -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얼룩 띠의 비밀] 중에서 -

     

 

  추리소설의 법칙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간략하게 정의를 내리라고 하면,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이성적인 사고 능력과 지식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는 소설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의 시초에는 오귀스트 뒤팽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 추리소설들을 쓴 에드거 앨런 포 이며 한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서 추리 소설을 이루게 하는 공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법칙에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추리소설을 확립한 작가는 아서 코난 도일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추리소설들도 다양한 주제와 캐릭터 그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복잡한 트릭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추리소설들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다양한 플롯과 캐릭터들로 무장된 추리소설들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 추리소설은 이렇게 써야한다' 는 식의 불문율은 무의미하겠지만,  추리소설이라는 텍스트를 성립되게 하는 조건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간된 문고판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 추리소설의 법칙에 대한 내용이 소개된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약에 이런 기본적인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추리소설이라면 독자들은 텍스트에 대한 몰입을 하지 못할 것이다.

 1)  수수께끼의 해결에 이르러서는 모든 단서가 명백히 그려져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것을 간파당하지 않도록 트릭을 써야 한다.  

  2)  범인은 추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우연에 따른다든지,  

       자백에 의해 결정되서어는 안 된다. 

  3)  작가는 독자를 상대로 지혜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소개된  

       법칙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맺어진 일종의 신사 협정인 셈이다. 함부로 이 협정을  

       깨뜨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문고판 <셜록 홈즈 시리즈>를 편역한 역자는 코난 도일이야말로 추리소설의 법칙을 충실히 지켜진 작품이라고 평을 하고 있다.  특히, 법칙 3 과 같은 내용은 추리소설 성립에서 중요한 골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추리소설을 읽기 위해 책을 집어든 독자는 소설 속의 범인을 찾아내려는 탐정이 되는 동시에 작가가 만들어낸 트릭을 간파하려는 작가에 대한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의 도전은 쉽지기 않다. 작가는 독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생각지도 못하는 트릭들을 배치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나의 텍스트를 통해서 작가와 독자가 서로 머리싸움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추리소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도 우리가 추리소설을 읽게 만드는 진정한 매력인 것이다.

   

 

  관객을 속이는 그림, 트롱프뢰유  

작가와 독자 간에 머리싸움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추리소설이라면, 반대로 그림으로 화가와 관객이 서로 머리싸움을 할 수 있는 미술에서의 유일한 장르가 바로 트롱프뢰유다. 

트롱프뢰유( trompe-l'œil)는 프랑스어로 '눈속임' 을 뜻하는 단어이다. 지금은 실제의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을 가리키는 미술 용어로 사용한다. 지금까지 그려진 트롱프뢰유 그림들을 소개하는 이 책의 제목인 <눈속임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객의 눈을 속이는 그림인 것이다.  신라 때 활동했다고 알려진 전설의 화가 솔거의 소나무 그림이 트롱프뢰유라고 볼 수 있다.  솔거는 황룡사 벽에 거대한 소나무 그림을 그렸는데 새들이 진짜 소나무인줄 알고 앉으려다가 부딪쳤다고 한다.   

전설 속으로 전해내려 오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솔거의 일화를 통해서 솔거의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강조하기보다는 존재하는 대상을 실물 그대로 그려야한다는 화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 뒤에는 미술가의 능력은 아무도 부여받을 수 없는 특별한 재능이며 현실을 그대로 그리려는 모든 화가들의 원초적인 야망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술가의 일반적이면서도 확고한 관념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이 트롱프뢰유이다. 그릴려고 하는 대상을 완벽히 묘사하되, 캔버스 안에서 담을 수 있는 현실을 왜곡하며 관객들을 속여야 하기 때문이다.      

      

  

  트롱프뢰유의 법칙   

 

 


아드리안 판 데르 스펠트 & 프란스 판 미리스 <꽃이 있는 정물>, 1658년 

(p 194)

 

만약에 당신 앞에 이 그림이 놓여져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림에는 많은 꽃들이 놓여져 있다. 화가들이 주로 그리는 보편적인 정물화이다.  

그런데, 꽃 옆에 오른쪽에는 파란 커튼이 달려 있다. 당신은 커튼으로 반쯤 가려져 있는 꽃을 보기 위해서 커튼을 좀 더 걷어내기 위해서 무심코 캔버스 쪽으로 손을 뻗는다.    

커튼 부분에 손을 닿는 순간, 당신은 당황하게 된다.  꽃을 가리고 있는 파란 커튼이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보니, 파란 커튼은 꽃과 함께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그림인 것이다.  

아드리안 판 데르 스펠트와 프란스 판 미리스가 그린 <꽃이 있는 정물>은  트롱프뢰유의 대표적인 그림이다.  이 두 화가는 캔버스에 커튼을 그리게 함으로써 그림을 보는 관객들에게 캔버스를 가릴 때 사용하는 커튼인양 속임수를 쓴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추리소설에도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가 독자들을 속이기 위한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텍스트는 결말이 뻔하기만한 싸구려 B급 소설이 된다. 트롱프뢰유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알량한 방식만으로 관객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트롱프뢰유를 그리게 된다면 그것은 실력이 미숙한 화가의 그림으로 치부된다. 이것은 그냥 눈속임일 뿐이다.  즉,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관객들을 제대로 속일 수 있는 진짜 ' 트롱프뢰유' 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트롱프뢰유 제작에도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 있었으며 화가들은 이를 그대로 실천하려고 하였다.  

  1) 그리기 용이한 것 

  2) 그렸을 때 효과가 좋은 것 (화려하고 다채로운 것) 

  3) 주변에서 쉬이 보고 접할 수 있는 것  

  - <눈속임 그림> p 122 -

 

<꽃이 있는 정물>은 트롱프뢰유의 성립 조건을 충분히 갖춰져 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물화는 화가들에게는 그리기 쉬우면서도 많이 그리는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꽃과 커튼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꽃들이 놓여져 보이게 하는 2차원적인 구도는 커튼을 3차원의 입체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얀 판 데르 파르트 <바이올린>, 1700년경 

(p 18~19)

얀 판 데르 파르트가 그린 <바이올린>이라는 그림 역시 트롱프뢰유 특유의 조건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문을 열어본 순간, 바이올린 한 개가 걸려져 있는 또 다른 문이 있다. 관객들에게는 문 뒤에 또 다른 문을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 혹은 저 바이올린을 떼어내려고 한다면 이것이 사람을 속이는 그림, 즉 트롱프뢰유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처음에 문은 실제이지만, 바이올린이 걸려 있는 또 다른 문은 벽에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이다.  

  

 

  화가가 이길 것인가 아니면 관객이 이길 것인가?       

 

 


페레 보렐 델 카소 <비평으로부터 도망치기>, 1874년 

(P 167)

트롱프뢰유의 어원에는 사람을 속이다는 뜻의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지만, 미술에서의 트롱프뢰유는 정반대의 의미이다.  화가들은 트롱프뢰유를 그리면서 관객들을 속이는 동시에 평소 그림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눈 앞에 놓여진 그림 한 점을 보면서 ' 좋다, 나쁘다 ' 라는 식으로 그림에 대해서 평가적인 감상을 하게 된다.  만약에 자신이 보고 있는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면 제일 먼저 화가의 실력을 의심하게 된다.  그림을 보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든 말든, 그림에 대한 좋지 않는 평가는 다른 직업과는 다르게 자존심이 강한 화가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화가들 입장에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그림이 절친한 동료인 폴 고갱에게 지적당하자 이에 대한 분노로 반 고흐가 면도날로 귀를 잘라 버렸겠는가?   그리고, 델 카소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쓴쏘리만 하는 비평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캔버스 밖으로 탈출하려고 한다.  

어쩌면, 트롱프뢰유는 자신의 그림 실력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위선적인 독자들과 비평가들을 제대로 골탕 먹일 수 있는, 화가들만의 유일한 스트레소 해소법일지도 모른다.  관객이 자신의 눈 앞에 놓인 트롱프뢰유의 속임수를 미쳐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면 관객은 화가에게 완벽히 패한 것이다.  트롱프뢰유는 단지 관객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을 수 있는 어퍼컷이다. 보이지 않는 화가의 어퍼컷에 맞은 관객은 그림 앞에서 한 순간에 얼간이가 되고 만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그렇게 불쾌하게 여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화가의 속임수를 알아차리게 되면 누구나 다 재미있어 하게 된다.  트롱프뢰유는 화가들의 해학적인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그러나, 화가의 속임수에 당한 일부의 관객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 뭐야,  이거 너무 시시하잖아. 별 것도 아닌거 가지고 속아넘어 갔네. ' 

제발, 트롱프뢰유를 볼 때는 그런 말은 하지 않도록 하자.  

추리소설에서도 작가와 독자 간의 신사 협정이 있듯이 트롱프뢰유에도 화가와 관객 간의 신사 협정이 존재한다. 관객들은 트롱프뢰유는 단순히 시시한 눈 속임수에 불과하며 누구나 다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 협정을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관객들은 그림 보는 안목이 낮아서 문제가 아니다. 트롱프뢰유 보는 재미를 모르는 '진짜' 얼간이들이라서 문제이다.  

 

 

* 그림 출처:  

출판사 아트북스 http://blog.naver.com/artbooks21?Redirect=Log&logNo=60116957364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0-12-3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롱프뢰유, 재밌어요^^ 그림도, 리뷰도.

cyrus 2010-12-30 19:0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메리포핀스님^^ 긴 글인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내년에도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12-3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셜록 홈즈 이야기로 시작해서, 추리 리뷰인가 했네요.
그런데 정교하게 트롱프뢰유로 유도하다니. 대단하십니다, 정녕. ^^

올 여름 방학에 일산 킨텍스에서 트릭아트전 했잖아요. 그게
이런거네요. 사진 찍기 좋았는데... ^^
그림의 커튼... 저두 언뜻 보고 속았다는. 진짜 흥미로운 리뷰였습니다!

앞으로 리뷰 못 쓰게따,, 사이러스님이 점점 멋지게 쓰셔서. 크.

cyrus 2010-12-30 20:23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어떻게 보면 트롱프뢰유라고 부를 수 있는 그림들입니다.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제가 소개한 그림들 외에도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미술 도서치곤 내용도 그리 어렵게 되어 있지 않구요.
약간 흠이라면,,, 책 크기가 작을뿐더러, 분량도 적답니다.
크기도 조금 더 크고, 내용도 더 소개되었더라면
트롱프뢰유 그림 보는 눈도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의 책이 될 수 있었을겁니다.
마고님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아요. ^^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열린책들 세계문학 104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8월 말에 썼던 글입니다.  열린책들에서 주최한 리뷰 대회 때 쓴 글이었는데 이 글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카페 올린 글들 읽다가 이 글이 서재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좀 뒤늦게나마 글을 올려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이 만화가 김태권 씨가 추천한 책이기도 하네요, ^^   

http://blog.aladin.co.kr/celebrities/4316651 

이 때가 서울에 열렸던 퓰리처 상 사진전에 가기 전 쓴 글이었는데 , , ,  지금도 그 때 사진전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몇 달 지나고서야 제가 사는 대구에서도 퓰리처 상 사진전이 열리는 아픈 기억도 있기도 합니다. 

 그 때 왕복으로 KTX 타고 간 비용만 생각하면 , , ,  ㅠ_ㅠ

오랜만에 카페와 블로그에 올린 글들 보니,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손발이 오글거리네요. 무수히 많은 오타 투성이에다가,  제가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모순어법들 ^^;; 

그래도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니 몇 몇 책은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10년에 올해 썼던 글들을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좋은거 같네요.  

 

  

 

 

  잊지 못할 퓰리처 상 사진 전시회 
 

수많은 관람객들이 찾아 큰 인기를 끌었던 퓰리처 상 사진전이 이제 4일 밖에 안 남았다.(전시회는 29일까지다) 이번 사진 전시회가 다음에도 열릴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사진 전시회의 흥행기록만 따져보면 언젠가는 다시 우리나라에 찾아올 것이라고 희망의 기대를 해본다. 필자는 한 달 전에 전시회 관람을 했다. 그것도 큰 맘 먹고 혼자서(!) 한 번 타는데 5만 원 정도 드는 KTX를 타고 서울의 전시회에 갔다. 사실 이런 대형 전시회를 관람해보는 것이 평생소원인 이유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홀로 전시회에 간 이유는 주변 지인들이 이런 문화적 생활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보니 서울에 같이 동행할 사람이 없었다. 교통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도 그렇고 완전 대구 토박이 혼자서 서울에 가는 것이 불편해서 그냥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안 간다는 게 너무 아쉬워서 미지의 서울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전시회에 찾았다. 전시회가 열리는 예술의 전당에 처음 와봤는데 건물 내부도 좋고 TV로만 봤던 건물을 보니 한편으로 신기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전시회에 찾은 관람객들이었다. 그 때가 방학 기간이다 보니 관람객 중에서 초, 중학생 자식들과 같이 온 가족들도 많이 있었다. 서울에서의 일정이 당일치기였고 전시회 내부에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무척 아쉬웠지만 평소에 책에서 봤던 유명한 사진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에서 전하고 있는 현장의 생생함과 어두웠던 역사의 이미지를 통해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무모했던 서울 당일치기는 외로웠기 보다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보람찬 하루였다.


 Truth or Lie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 전시회에 가보셨다거나, 혹은 안 가보셨더라도 이 사진은 많은 매스컴과 책을 통해서 많이 보셨을 것이다.  

  


 

1945년 수상작인 조 로젠탈의 <수리바치 산에 게양되는 성조기>라는 사진이다. 역대 퓰리처 상 수상작 중에서 베스트 포토로 꼽히는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제임스 브래들리의 소설 『아버지의 깃발』의 책 앞표지와 소설을 원작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동명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이 사진이 변주되었다. 사진의 배경과 장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이오지마 섬의 수리바치 산 정상에서 미군들이 성조기를 게양하는 내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미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서 이 사진은 연합군의 승리, 곧 미국의 승리로 상징되는 사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진의 제목과 배경에 대해서 알게 되면 이제 막 미국이 일본에게 승리하여 승리의 상징인 성조기를 세우고 있는 역사적인 장면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 사진은 100% 자연스러운 장면을 찍은 것이 아니다. 사진작가의 연출이 만든 장면인 것이다. 조 로젠탈이 이미 사진을 촬영하러 수리바치 산에 올라왔을 때는 미군 병사들은 이미 성조기를 게양하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병사들에게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재연해줄 것을 요구하여 이 장면을 토대로 사진 작품이 나온 것이었다. 전쟁 종결 이후 연출된 사진은 본의 아니게 의기양양한 전쟁의 승리자 미국의 얼굴과 맞아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숨겨진 사실은 이 사진이 미국이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고 난 뒤에 찍은 것도 아니다.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오지마 섬에서의 전투 기간은 가장 치열했고 미국과 일본을 통틀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속 미군 병사들 중 3명은 사진 촬영 이후 전투 중에 전사하고 만다. 



 역사는 역사다?

우리는 역사를 증명해주는 사진뿐만 아니라 문헌자료, 그림만 봐도 역사 그 자체를 단순히 믿어버리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던 조 로젠탈의 사진을 통해서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은 세계대전을 승리한 미국의 우월감과 자기도취를 확인하게 된다. 진실 되지 않는 사진 덕분에 조 로젠탈은 퓰리처 상을 받았고, 사진 속 병사들 중에서 생존한 병사는 조국으로 귀환하여 대중들에게 전쟁의 영웅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그만큼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은 미국인들에게는 이 사진이 조작되었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 호의 뗏목>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174~175페이지 사이에 그림 사진이 있음



줄리언 반스의 소설『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에서도 로젠탈의 사진과 같은 유사한 내용이 있다. 제5장「난파」라는 제목의 장인데 테오도르 제리코의 그림 『메두사 호의 뗏목』에 대해서 작가가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내용이다. 제리코의 그림은 실제로 난파된 메두사 호의 생존자들이 구조되는 사건을 토대로 한 그림이다. 그림 속 장면에는 뗏목 위에 죽은 사람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데 생존자들이 죽어가는 사람의 인육을 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로젠탈의 사진을 보는 관람객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과 ‘전쟁에서 패한 일본’이라는 이분법적 이미지가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제리코의 그림도 관람객에게 승자를 강조시켜주는 이분법적 관점을 불러일으키도록 의도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 결국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는 죽은 자는 살아남은 자에게 먹히고 마는 약해 빠진 인물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는 그 약한 자들의 시체를 먹으면서까지 목숨을 유지한 강인한 인물이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자들은 쓸모가 없는 약한 자들을 뗏목에서 내다버리고. 심지어 인육을 먹기 위해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비 인륜적인 행동을 했지만 관람객들은 그림 속의 처참했던 현장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불편한 진실을 간과한 채 그림을 감상한다.

「난파」의 내용 중에는 제리코의 그림에 대한 주해가 나오는데 나폴레옹 파들은 메두사 호가 좌초되는 장면을 그리지 않은 것을 빌미로 이분법적 이미지의 구도를 당시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으로 빗대어 투영하였다. 그리고 메두사 호의 좌초가 결국에는 무능한 왕당파의 모습이라고 비꼬아서 공격하기도 한다. 당시 기득권자인 왕당파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리코는 그림 제작에 약간의 설정을 가했던 것이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역사 다큐멘터리나 박물관에서 보고,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역사가 줄리언 반스의 소설 제목처럼 기득권자들이 조작하고 남은 불과 10과 1/2 정도일지도 모른다. 반스가 세계 역사를 임의대로 10과 1/2장으로 축약한 것처럼 좁은 시야로 보고 있는 10과 1/2의 역사가 진짜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삭제시키고 화려했던 환락의 역사는 항상 보존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역사의 범위와 관점이 10과 1/2로 줄어들게 된다. 


   

 반스가 만든 역사의 미로 속에서 찾은 것

반스의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10장의 역사는 픽션 또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내용이다. 그러나 제목의 1/2로 상징되는「삽입장」은 에세이다. 작품을 이루고 있는 각 장의 내용들이 독립적으로 따로 놀다보니 각 장이 미로로 된 역사를 보는 듯하다. 하나의 장을 읽으면 다음 장들과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각 장은 헤어날 수 없는 하나의 폐쇄된 줄거리 공간이다. 그래서 그나마 허구가 없는 내용이라는 삽입장마저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열린책들 세계문학 중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다음으로 난해한 작품인거 같다) 삽입장의 내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화자(아마도 작가 본인)가 사랑하는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주제가 ‘역사’로 전환된다. 그리고 어느새 ‘사랑’에 대해서 설명하다 가 결말에는 잠을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으로 끝난다. 작가가 언급했던 ‘사랑하는 그녀’, ‘역사’, ‘사랑’이 결국에는 역사를 비유하여 사랑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제목 그대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삽입장을 써서 독자들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작가의 의도된 장난인지는 알 수 없다. 역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답다. 정형적인 소설 형식의 틀을 거부하고 있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작품의 각 장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도 복잡한「삽입장」속 내용에서 그나마 인상 깊었던 것은 역사에 대한 언급이다. 역사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맹점을 작가 는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객관적 진실은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는 수많은 주관적 진실을 끌어내고 이것들을 평가하고 우화화해서 역사를 만들고, 어떤 신의 이름으로 <실제의> 사건을 각색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렇게 신의 이름으로 각색한 것은 속임수이다. (중략) 이렇게 객관적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객관적 진실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줄리언 반스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삽입장」p 337 -



역사가 기록된 문헌이나 이미지 등은 당시 사회의 관점과 기준에 따라서 사건의 불필요한 잔상들을 거둬내고 진정한 하나의 역사로 가공된다. 하지만 왜곡되어 삭제된 불필요한 잔상들 속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진실의 내용도 있을 수가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믿고 넘어가기보다는 보이지 않은 역사의 진실을 알려고 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 사진  출처

http://www.segye.com/Articles/News/People/Article.asp?aid=20060821000284&ctg1=02&ctg2=00&subctg1=02&subctg2=00&cid=0101120200000&dataid=200608212052000309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100.nhn?type=image&media_id=590409&docid=700897&dir_id=09040204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0-12-30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역사가 많이 취약하여 요즘 세계사와 국사를 다시 들춰보고 있는데요.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때로 '관점'인 것 같습니다.

cyrus 2010-12-30 14:07   좋아요 0 | URL
역사를 공부할 때 무조건 글자 그대로 보려고 하는것보다는
균형적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의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그래서 김태권 씨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일거구요^^

다이조부 2010-12-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태권 관심저자인데 그이가 추천했군요 ^^

아참 그리고 퓰리처 사진전을 못 봤는데 어마어마했나 보네 ㅎㅎㅎ

근데 대구에서 몇 달 후에 전시가 있었다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을듯

작품이 똑같이 전시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리고 몇 달 먼저 볼 기회가 있었잖아요

그리고 막상 동네에서 했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못갈 확률이 높아요 ㅋ

cyrus 2010-12-30 14:0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듣고보니 그런거 같네요. 예전에 저도 그런 경우가
많았거든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12-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TX를 타고 퓰리처 사진전을 보러온 사이러스님을 보니
오늘 넘 춥다고 코 끝 하나 베란다 내밀어보고
샤갈 전을 포기하려는 제가 좀 한심하다눈..........

아아, 역시나 나가볼까요?

cyrus 2010-12-30 14:12   좋아요 0 | URL
시간이 되시면 코알라 손 잡고 꼭 보러 가보세요.
춥다고 계속 미루다보면 못 갈 수도 있어요^^
아직 안 가봤지만, 내년에 꼭 가보고 싶은 전시회거든요.
열린책들에서 매월 리뷰 대회가 진행중인데
12월 리뷰 대회 상품이 샤갈 전 초대권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벤트만큼은 당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 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 양희은 노래, <작은 연못> 중에서 -

 
   

 

 

  " 혹시 소금꽃나무라고 들어본 적이 있나요? " 

 

누군가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면 무슨 대답을 할 것인가?  

' 소금꽃나무  , , , ?   

처음 들어본 생소한 나무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답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왠지 그런 나무가 있을 것이라는 반신반의한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 그런 나무는 없다 ' 고 말한 사람이 정답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식물도감들을 샅샅이 뒤져봐도 나올 수 없는, 아니 이 지구상에 그렇게 부르는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이 소금꽃나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그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대한민국에서 , , ,    

  

 

  노동자들이 피워내는 소금꽃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나 역시 소금꽃나무의 존재를 며칠전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실제로 소금꽃나무를 본 적도 없다.  대한민국 최초의 '처녀 용접공' 으로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들어가 지금도 민주노조운동을 하고 있는 김진숙 씨가 쓴 <소금꽃나무>라는 책에서 알게 되었다.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침 조회 시간에 쭉 서 있으면 그들의 등짝에는 하얀 가루가 묻어있다. 그들이 뼈 빠지게 일하면서 뿜어져 나온 땀들이 소금 결정체로 굳어버린 것이다.  김진숙 씨는 한진중공업 노동자 시절 그 모습을 자주 보면서 등짝에 묻어 있는 하얀 것들을 소금꽃이라고 생각했다.  소금꽃을 주렁주렁 달린 채 서 있는 노동자들은 소금꽃을 피워내는 나무인 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소금꽃나무의 존재와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니, 모른다기보다는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소금꽃나무가 ' 노동자 ' 라는 사실 때문에.  

   

 

  그녀가 지금도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  

김진숙 씨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검색 포털 사이트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였다. 나는 그녀의 근황까지 알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에 대한 뉴스는 2010년 2월 달로 멈춰져 있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여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매일 오전 7시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희망적인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굳센 심지 같은 성격을 그녀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지금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을 것이다.  ' 비정규직 ' 이라는 이름 아래에 아직도 일 할 권리를 얻지 못한 수많은 이들을 위해서.  

그들이 붙잡고 있던 노조라는 가느다란 나무뿌리가 제법 그늘까지 드리운 산별노조라는 고목나무가 되도록 피를 섞어 물을 주어 살을 깎아 비료를 주며 알뜰살뜰 가꾸어 갈 사람들. 투쟁의 시기가 되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집행부의 실천 지침을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들.  한 번도 앞서거나 빛나지 않은 채 30여 년을 그렇게 살아왔고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  

 - <소금꽃나무> 김진숙, 후마니타스, p 77 -  

그녀는 그동안 참고 지내야만 했던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그녀에게는 거대한 세상에 부딪혀 쓰러져야만 했던 동지들이 못다 이룬 한을 풀어줘야만 했다. 2003년에 한진중공업에서 장기 노사 갈등을 겪다가 김주익, 곽재규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김주익 지회장이 35m 크레인 위에서 129일 간 농성을 하다 스스로 목을 맸고, 뒤이어 곽재규 씨가 도크로 뛰어내려 사망했다. 산재사고가 워낙 많은 조선소라지만, 순식간에 두 명의 동료의 죽음은 가족이나 다름없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그리고 김진숙 씨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픔의 기억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되찾기 위해 흩날리는 눈발과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지금도 김진숙 씨는 현대중공업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 노동자 ' 란 . . .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 노동자 ' 라는 단어에 대해서 거리감을 갖기 마련이다. 쥐꼬리만한 수당으로 왠만한 사람들도 하기 힘든 고역에 쉬지도 않고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학창시절에 학생기록부에 장래희망을 적을 때도 '노동자' 라고 적는 사람이 있었던가?   

거기에다가 오늘날에는 노동자들의 활동을 ' 노가다 () ' 라고 경시하면서 부르게 된다. 토목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높여서 부르는  どかた는 원래는 ' 토가다 ' 로 읽지만, 변형되어 사용하면서 ' 노가다 ' 로 읽게 된 것이다.

 ' 할 일 없으면 노가다라도 뛰지. 뭐 , , , '  

젊은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는 ' 노가다 ' 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지금은 힘들고 고된 일을 지칭하는 은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앞에서 제시된 예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가다는 할 일 없을 때 하는 힘든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할 일 없어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 힘든 일을 하는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다.  김진숙 씨가 생각하는 ' 노동자 ' 는 그동안 우리가 왜곡되어 알고 있었던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버리고 있다. 

그 나무들이 500여 년 남해 바다를 주름잡던 거북선을 만들었다.  배를 만들고, 차를 만들고, 집을 만들고, 전기를 만들고, 전화를 만들고 , , , , ,  (중략)  그야말로 세상을 만들어 온 것도 그들이고, 청소를 하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그들이고, 온갖 재화를 생산하는 것도 그들이고, 그 재화를 지켜주는 것 또한 그들이다.  

 - <소금꽃나무> 책을 내며, p 9 -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가 지금까지도 수천년 세월의 모랫바람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왜구의 침략을 막아 조선이 승리할 수 있었던 거북선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름 없는 수많은 일꾼들, 즉 노동자들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는 단순히 일만 하는 그런 하찮은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 중에서도 故 김주익, 곽재규 씨처럼 스스로 끊임없이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동시에 세상과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스마트폰, 컴퓨터, TV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만들었는지, 그것을 만들어낸 노동자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겪는 말 못하는 고충과 자존심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노동자' 에 대한 김진숙 씨의 정의는 노동자에 대한 우리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 내가 빨리 일자리 찾아줄게요! '

양희은 씨의 노래 가사 속 이야기처럼 ' 대한민국 ' 이라는 작은 연못에  ' 정규직' 이라는 붕어와 ' 비정규직 ' 이라는 붕어가 함께 살고 있다.   ' 정규직 ' 붕어가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비정규직' 붕어를 억압하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 비정규직 ' 붕어는 죽게 된다. 죽은 ' 비정규직' 붕어의 시체가 썩어가면서 ' 대한민국 ' 연못 역시 썩어가게 된다.  하지만, '정규직' 붕어는 자신의 연못이 썩어가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이런 최악의 상황이 생겼는지도 영영 모른채 자신도 오염된 물 때문에 죽게 된다.  

현재 정규직뿐만 아니라 대다수 대중들에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운동은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남 이야기일뿐이다.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존이 달린 투쟁을 부르짖어도 정규직들에게는 쇠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비정규직들의 투쟁은 노동운동에서조차 소외되고 있으며 정규직뿐만 아니라 정부 그리고 시민들까지 스스로 회피하고 침묵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낳은 사회적인 갈등의 상처가 깊어가는 것도 모른채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낸 불신의 병은 깊어만가고 있다. 특히 이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우리가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모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갈등의 폭이 커져버린 정규직, 비정규직간 격차의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아빠, 그런데 내가 일자리 구해줄테니까  

  그 일, 그만하면 안되요? 

  그래야지 운동회, 학예회도 보잖아요!  

  다른 애들은 아빠자랑도 하는데 . . .  

  내가 빨리 일자리 찾아줄게요!  화이팅!  

  참!  어제 무서웠죠?  우리는 오빠가 아빠 노릇 잘 해요.  

  사랑해요!  

  - 크레인 위에 있는 아빠에게, 故 김주익 씨의 딸이 쓴 편지, P 111 -  

오늘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라는 가느다란 나무뿌리를 산별노조라는 나무로 자라기 위해서 자신들의 피와 살을 스스로 깎아가면서까지 비료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노동자들을 위한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 자신들이 희생하면서 비료로 만들기에는 지금 현실로서는 턱없이 부족하기만하다.    

 ' 내가 빨리 일자리 찾아줄게요!  화이팅! '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이 순진한 아이가 쓴 편지 속에 있는 이 구절처럼 아버지 故 김주익 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격려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작은 격려와 관심이 이들이 가꾸는 희망의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훌륭한 비료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12-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끊임없이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동시에 세상과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아, 갈길도 멀고 별로 실현될거 같지도 않은 제 목표네요.
한방에..... 라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불안해요. 막판까지 온 듯 한 느낌. 아마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부는 자유 시장이라는 개념의 부작용이 커질대로 커진 느낌입니다.
크게 한번 흔들릴거 같은 생각도 들구요. 그럼 나는 어떤 신념을 가져야 할지
재테크는 어떻게 하여 쥐꼬리만큼 가진 재산이라도 보호할지 그런 걱정도 하구요.
온갖 상상이 머리를 들끓고 있는 요즘입니다. ^^

cyrus 2010-12-29 20:3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실 비정규직의 애환을 바라보면서 병든 사회에 대해서
지적하고 한탄을 해도 먹고사니즘의 미련을 못 버리는게 사실이죠.

양철나무꾼 2010-12-30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책 못 읽어요, 가슴이 메어 와서...

참 외롭게 우뚝 서신 분이죠.
이 겨울 춥지 않아야 할텐데...

님 리뷰 덕분에,
저 혼자 넘 호사스러웠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cyrus 2010-12-30 14:04   좋아요 0 | URL
저 역시 편의점 카운터에 앉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을 알게 되어서 불편했고, 저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친분이 있는 출판사 카페 매니저님의 소개를 통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그 분 역시 나무꾼님처럼
가슴 아프게 읽었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비록 불편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진실이라는 것은
분명한거 같습니다.

다이조부 2010-12-3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싶은 목록리스트에 있는데 먼저 읽었군요~ 배신자 ㅋㅋㅋ

제가 주인장 또래에 친구랑 서준식선생의 뚱땡이책 옥중서한 을 읽은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원래 두꺼운 책이었는데, 더 퉁퉁해진 책인데 님이 읽으면 분명 만족할거라 확신합

니다. 김규항 인터뷰집에서 김진숙씨를 비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구절에서 걸리더군요


다이조부 2010-12-3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주의자 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김규항의 발언에 저는 유감스럽더군요!~

새해에도 주인장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싶네요. 대구 내려가면 막창 먹어요 ㅋㅋㅋㅋ

cyrus 2010-12-30 14:05   좋아요 0 | URL
미안해요, 꾸랑 형^^;;
꾸랑 형이 소개하신 서준식 씨의 책뿐만 아니라 김진숙씨를 비판하는
김규향 씨의 글도 읽어보고 싶네요.

글샘 2011-01-1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진숙 씨 지금 타워 크레인에 올라가서 고공 농성중입니다.
마음이 쓰리고 시리고 그렇네요. ㅠㅜ
고 김주익 생각도 나고...

cyrus 2011-01-14 20: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제 곧 날씨가 추워질텐데 그 분의 건강이 악화될까봐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