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지음, 양미래 옮김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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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 양희은 노래, <작은 연못>(1972) 1절 노랫말, 김민기 작사 · 작곡 -






우주가 까만 사막이라면, 지구는 작은 연못이다. 시푸른 연못이 비좁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우주로 가고 싶어 한다하지만 우주는 온통 위험투성이다. 우주는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거칠다우주 방사선(Cosmic Ray)은 우주인의 건강을 위협한다소행성은 가탈스럽게 우주를 떠돈다. 묵직한 소행성이 이리저리 우주를 배회하다가 갑자기 지구 쪽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같이 놀고 싶지 않은 불청객으로 돌변한 소행성이 작은 연못으로 풍덩 빠져 버리면 연못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다 죽는다. 소행성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중력이다. 천문학자들이 소행성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도 소행성이 움직이는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소행성은 우주여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작은 연못 안은 항상 소란스럽다. 이 연못에서 20만 년을 살아온 인간 때문이다. 인간들은 서로 싸우느라 바쁘다. 민족 및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킨다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연못은 계속 뜨거워진다그런데도 환경 오염을 방관해 온 기업과 정치인들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우주를 까맣고 위험한 사막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주에서 거창한 사업을 하려는 기업인들의 눈동자에 달러($)가 박혀 있다. 오직 돈만 보이는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우주는 까만 노다지.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 아주 알맞은 행성이다. 인간은 지구에서 아주 오랫동안 운 좋게 살아남았다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타인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써가면서 놀린다우리의 눈길을 익숙한 지구가 아니라 낯선 우주에서 시작해 보자. 우주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작은 연못 속 물고기. ‘작은 연못 속 물고기는 지구가 얼마나 살기 좋은 아늑한 행성인지 모른다.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는 책의 부제. 책의 부제에 있는 일상이라는 단어를 우주의 작은 연못또는 지구로 바꿔 보자. 그러면 독자는 우주에 직접 가지 않고도 우주인이 될 수 있다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들은 지구를 바라보는 순간 경외감을 느꼈다. 그들은 지구가 없으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경외감을 느끼는 우주인들의 심리 상태를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라고 한다저자는 우주 비행사의 태도를 취하면서 지구를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2의 지구를 서둘러 찾을 필요 없다. 지구 바깥에 또 다른 지구는 없다.[1] 더 잘 살려고 아등바등 싸우면서 살아가는 것은 지구와 함께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지구로 언제 올지 모르는 소행성보다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어떤 학자는 조망 효과가 우주인들에 미치는 영향을 회의주의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에서 딱 한 번 지구를 바라본다고 해서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단번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구가 아닌 우주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진 우주인들도 있다.


저자는 우주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와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저자는 과학이 낯선 독자들이 어려워할 수 있는 과학 용어를 많이 쓰지 않았다과학 용어 대신에 천문학자와 우주를 몸소 체험한 우주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았다그래서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에 실린 여러 편의 글 곳곳에 지구와 우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묻어 있다


책 속에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채워져 있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69쪽에 저자는 파충류 뇌(reptile brain)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본문 밑에 파충류 뇌에 대한 옮긴이 각주가 있다.






 체온 조절, 숨쉬기, 맥박 조절, 먹기, 잠자기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뇌간을 가리킨다. 뇌의 구조와 기능이 생존에 필요한 행동만 하는 파충류와 닮았다는 이유로 흔히 파충류의 뇌로 불린다.



파충류 뇌’가 있다고 믿는 학자들은 3억 년 전 인류의 뇌는 도마뱀의 뇌와 비슷했다고 주장한다. 도마뱀의 뇌는 음식을 먹고 교미하는 행동을 좋아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뇌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생존 본능을 통제하는 이성이 발달하였고, 인류는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포유류가 되었다.


과거 뇌과학자들은 뇌를 세 가지 층으로 분류했다. 그들의 학설은 삼위일체의 뇌(triune brain)’라고 불린다. ‘삼위일체의 뇌모델에 따르면 뇌간파충류 뇌, 뇌의 가운데 층에 있는 변연계감정적 뇌, 뇌의 바깥층에 해당하는 대뇌피질인간에게만 있는 이성적 뇌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이성적으로 진화한 사실을 강조(자랑)할 때마다 삼위일체의 뇌’ 모델을 언급했하지만 삼위일체의 뇌오류로 판명되었다. 뇌는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뇌는 신경세포를 만들어가면서 진화했고, 점점 커지면서 재조직되었다. 인간,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 등 모든 생명체의 뇌 크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뇌 구조와 기능은 별반 차이가 없다. 전부 다 같은 종류의 신경세포들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대뇌피질이 다른 동물보다 크다고 해서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낭설이다너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삼위일체의 뇌모델은 유전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이 한데 얽혀서 복잡하게 진화한 뇌를 설명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파충류 뇌’는 잘못된 통념이다.[참고문헌]




[참고문헌] 리사 펠드먼 배럿, 변지영 옮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1/2가지 진실, 더퀘스트, 2021. (1뇌는 하나다, 삼위일체의 뇌는 버려라)







<cyrus의 주석>



[1] 아메데오 발비, 장윤주 옮김,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북인어박스, 2024, 244.



* 99, 옮긴이 주

 




[아리안 로켓]

 유럽 우주국이 개발한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 197912월 아리안 1 발사에 성공한 후 아리안 5까지 차례로 개발되었다.[2]

 


[2] 올해 79일 오후 4(한국 시간 710일 오전 2)아리안 6가 발사되었다. 아리안 6호에 초소형 위성 9가 장착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항공대 연구팀이 만든 위성 ‘OOV-CUBE’.




* 185





 

데이비드 포스트 월리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David Foster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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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아메데오 발비 지음, 장윤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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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푸르스름한 집은 거대하다. 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가 이 집에 함께 산다. 푸르스름한 집의 나이는 45억 살이다. 집이 20만 살이 되었을 때 인간이 살기 시작했다. 거대한 집에 정착한 인간은 또 하나의 집을 만들었다. 인간은 자기만의 집을 만들기 위해 동물이 살던 숲 집을 부쉈다. 숲 집이 파괴된 자리에 도시가 생겼고, 도시는 점점 커지면서 국가가 되었다. 인간은 거대한 집을 독차지했다. 욕심 많은 인간은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고 떵떵거렸다. 그들은 계속 민폐를 끼치고 다녔다. 불도저로 숲 집을 싹 밀어버리고, 썩지 않는 쓰레기를 버렸


인간의 행패는 멈추지 않았고 푸르스름한 집은 시름시름 앓았다. 화를 잔뜩 품은 집은 산꼭대기에 구멍을 내서 빨간 고름을 내뿜는다. 모든 것을 다 녹을 정도로 엄청 뜨거운 빨간 고름은 용암이다. 용암이 나오는 이 병의 이름은 화산이다. 푸르스름한 집은 너무 아프면 몸부림을 심하게 치는 편이다. 거대한 집이 한 번 흔들면 땅이 쩍 갈라지고, 도시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푸르스름한 집이 경련을 일으키면 지진이 일어난다. 푸르스름한 집이 예전 같지 않다. 과학자들은 병든 집에 계속 살면 언젠가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기감을 느낀 인간은 푸르스름한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우주선을 만들어 새로운 ’을 찾으러 나섰.


푸르스름한 집의 성격은 둥글둥글하다. 무려 20만 년이나 연약한 인간을 보호해 주었고,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을 쫓아내지 않는다. 성격도, 생긴 것도 둥글둥글한 이 집의 이름은 지구.[주1] 인간의 욕심과 오만함은 하늘을 뚫을 정도로 치솟는 중이다. 이제는 우주까지 넘본다. 인간은 우주에 2의 지구가 될만한 행성이 있기를 바란다. 사업가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인류의 새로운 거주지는 화성이라고 주장한다화성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또 다른 우주 거주지는 달이다. 총 여섯 번이나 우주인들이 달에 발을 디뎠다화성은 제2의 지구가 절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달 유인 탐사에 큰 기대를 건다.







인간은 몰염치하다. 푸르스름한 집이 망가질 정도로 20만 년 동안 제멋대로 이용해 놓고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집에서 얼른 탈출해야 한다면서 주장한다. 그러는 와중에 인간은 계속 공장을 만들어서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한다. 인간이 지구라는 소중한 집을 나가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고난을 겪는다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인간이 지구를 떠나면 안 되는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 준다. 이 책의 저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아메데오 발비(Amedeo Balbi)과학적 회의주의 핀셋을 이용해 동료 과학자와 사업가들이 낙관적으로 보는 우주여행과 2의 지구찾기 프로젝트의 문제점과 현실적인 한계를 꼬집는다. 저자는 우주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곳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주에 중력이 없고, 지구에 살면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물과 공기도 없다. 지구에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을 막아주는 밴 앨런 대(Van Allen Belt)’라는 거대한 자기장이 있다. 하지만 달과 화성에 자기장 보호막이 없다. 우주 방사선을 오래 쬐면 몸이 망가진다. 인간이 우주에 생활하려면 보호 장비를 입어야 하며 완전히 밀폐된 우주선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저자는 우주여행과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계획이 공상과학소설에 나올법한 허구에 가깝다고 주장한다50년 안이든, 100년 안이든 몇 년 안에 인간을 우주로 보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은 천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현혹하는 헛소리천문학은 단순히 지구 밖에 쫙 펼쳐진 무한한 우주를 이해하거나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한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다. 비록 우주는 차갑지만, 천문학은 무수히 많은 소행성에 둘러싸인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 행성인지 다시 보게 만드는 포근한 학문이다. 우주의 실체를 이해하면 인간이 지구에서 20만 년 동안 살았다는 사실이 행운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천문학은 우주뿐만 아니라 진짜 지구를 비추는 거울이다. 천문학자들은 천문학 거울을 만날 들여다보면서 말한다. “거울아, 거울아. 오늘의 우주와 지구의 상태는 어때?” 천문학 거울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크기를 알 수 없는 우주 전체를 담기에 비좁다. 그래서 천문학 거울에 드러난 우주는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 불과하. 여전히 우주에는 천문학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지식이 널려 있다. 천문학 거울은 담담하게 푸르스름하고 거대한 집의 전체 모습을 보여 준다. 천문학 거울은 지구를 비출 때마다 러시아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이 했던 말을 알려 준다.

 

우주는 매우 어두웠지만, 지구는 푸르렀습니다.”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지구에 오랫동안 거주한 인간은 천문학 거울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45만 년 동안 잘 버티고 있는 푸르스름한 집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1] 지구의 형태는 완전한 구체가 아니다. 동서 방향으로 약간 불룩한 타원체로 이루어져 있다(출처: 국토지리정보원, 공간정보 용어사전 편평률항목)






<cyrus의 주석>



* 25쪽, 67








<2001: 우주의 오디세이> <2001: 우주 오디세이> [주2]



[2]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이 만든 영화 <2001: A Space Odyssey>‘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그런데 이 책에 영화 제목이 다르게 나온다. 처음에는 ‘2001: 우주 오디세이로 표기되어 있다(25). 67쪽에 영화 제목이 잘못 적혀 있다. ‘2001: 우주의 오디세이로 되어 있다. 160에 영화 제목이 또 한 번 나오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100



 


우주왕복선 계획(30년간 운영되다 2011년에 종료된 재사용 가능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으로, 두 차례의 큰 재난으로 14명의 우주인이 사망한 비극[3]도 포함된다)

 


[3] 미국 우주탐사 역사상 최악의 참사는 1986챌린저호 폭발 사고2003컬럼비아호 폭발 사고. 챌린저호는 발사된 지 2분이 채 안 돼 공중에 폭발했고,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일곱 명의 우주인이 사망했다. 컬럼비아호는 지구로 귀환하는 중에 공중 폭발하여 우주인 일곱 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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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그 비용으로 어떻게 하면 지구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지 지구는 엉망인데 무슨 얼어죽을 우주여행이냐. 설사 갈수있다고 해도 있는 사람 얘기지 서민들은 꿈도 못 꿀 일을. 하여간 머스크는 참 독특한 사람이야. 맘에 안 들어. ㅉ

cyrus 2024-08-06 06:48   좋아요 0 | URL
민간 우주여행을 긍정적으로 보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주여행을 너무나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주 구체적으로 우주여행을 준비하면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고, 제대로 준비한 만큼 비용이 엄청 많이 들어요.

페넬로페 2024-08-0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우주로 가든, 가지 않든
인류의 먼 미래는 설국열차나 매드맥스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여요 ㅠㅠ

cyrus 2024-08-06 06:5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우주에 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고, 우주에 단기간 머무를 때도 돈이 많이 있어야 해요.. ^^;;

공쟝쟝 2024-08-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으려고 찜해뒀는데.... 냉큼 읽으셨네.. (허탈.. 왜?)

cyrus 2024-08-12 06:50   좋아요 1 | URL
<과학책방 담다> 다음 북큐레이션 주제가 ‘지구와 우주’라서 지난달부터 천문학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

공쟝쟝 2024-08-12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너무 멀리가진 마시고 저는 이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ㅋㅋㅋㅋ
 
한밤의 읽기
금정연 지음 / 스위밍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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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후덥지근한 밤은 무겁다. 시곗바늘이 자정으로 향할수록 밤은 점점 무거워진다. 더위에 지친 몸은 열대야의 무게를 느낀다. 열대야를 견디지 못한 몸은 눕는다. 내가 언제 눕는지 기다리고 있었던 졸음이 찾아온다. 졸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눈꺼풀이 눈동자를 덮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얼른 자야지


그러자 한쪽 손이 뒤척거린다. 손은 빨리 자기 싫다. 항상 붙어 다니는 스마트폰과 더 놀고 싶다. 손도 지쳤을 텐데 마지막 힘을 내서 스마트폰으로 다가간다. 손가락 끝이 스마트폰에 닿자, 쉬고 있던 스마트폰이 네모 눈을 뜬다. 네모 눈에서 빛이 나온다. 스마트폰의 빛은 어둠과 졸음을 깰 정도로 세다. 톡 쏘는 빛에 눈꺼풀이 놀라서 올라간다. 잠에서 깬 눈동자는 스마트폰의 빛나는 눈과 마주친다. 스마트폰이 재미있는 동영상들을 눈앞에 보여준다. 이거 봐봐, 재미있겠지? 눈동자는 줄줄이 지나가는 여러 편의 짧은 동영상을 쫓아간다. 보고 싶은 동영상이 너무 많다. 멈출 수 없는 재미. 눈동자는 즐겁지만 불안하다‘과연 일찍 잘 수 있을까?’

 

사람들은 피곤해도 자기 전에 항상 스마트폰과 눈 맞춤한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은 같이 있으면 힘이 나는 애인이 아니다. 오히려 달콤한 동영상으로 유혹해서 우리의 소중한 힘을 빼앗아 가는 서큐버스(Succubus)와 인큐버스(Incubus). 한밤중에 스마트폰과 놀고 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침이 되자마자 일어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서평가 금정연스마트폰과 함께하는 한밤의 놀이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가 잘못됐다고 진단한다. 한국 사회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대부분 사람은 스마트폰 중독이 나쁜 걸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뇌에서 퐁퐁 솟아오르는 쾌락을 잊지 못한다. 스마트폰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고개를 숙이는 본인의 통제력이 저질이라면서 자책한다하지만 금정연은 사람들이 독서를 포함한 여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스마트폰의 즐거움에 의존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야근과 주말 근무는 노동자의 몸과 정신을 지치게 만든다. 초과 근무 수당은 여가비보다는 생활비로 쓰이게 된다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피곤한 상태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선호한다. 스마트폰은 피곤해도 일찍 자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놀아주는 파트너로 최적이다.


금정연은 한밤의 놀이를 즐기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을 추천한다. 그는 스마트폰이 독점한 한밤의 놀이대신에 한밤의 읽기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그가 말하는 한밤의 읽기는 단순히 심야 독서를 뜻하지 않는다한밤의 읽기는 프랑스의 비평가 헬렌 식수(Hélène Cixous)가 처음으로 언급한 표현이다그녀는 독서를 몰래 읽기라고 정의한다. 밤은 무언가를 몰래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대다. 독자는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종이로 만든 마법의 양탄자를 준비한다. 종이 양탄자를 펼치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종이 양탄자의 정체는 이다


대부분 사람이 주로 읽는 책은 자기계발서와 실용서. 그들이 읽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이다.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금융 정보, 요즘 유행하는 것들이 지금 여기에 다 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은 살아가는 데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는 자신을 보러 온 독자들에게 명령한다. ‘당신, 잘살고 싶어? 그러면 주변을 돌아봐. 현실 감각이 떨어지면 당신은 뒤처져.’ 자신이 남들보다 게으르다고 믿는 독자는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을 찾는다.


한낮의 읽기’가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설과 인문학 도서를 피한다. 이런 책들은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소설에 묘사된 지나간 날들, 과거가 돼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죽은 철학자들이 남긴 생각들은 흥미롭지만 실용적이지 않다한낮의 읽기에 익숙한 독자는 쓸모없는 잡학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상상력을 중시하고, 철학과 잡학에 푹 빠진 독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현실에 아주 밝은 한낮의 독자들이 많아지자, 책 읽는 몽상가와 철학도는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몰래 책을 읽는다.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만나러 떠난다. 은신처가 조금 어두워도 상관없다. 그들이 종이 양탄자를 펼치는 순간, 대낮은 밤으로 변신한다한밤의 읽기는 고요하게 시작된다.


금정연은 한밤의 읽기대낮에 탈주하는 읽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마법의 종이 양탄자는 독자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보내준다. ‘한낮의 읽기는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행위라면, ‘한밤의 읽기는 오로지 읽기 위해서 읽는 행위다. 두 유형의 독서 중에 어느 한쪽만 좋다고 말할 수 없다금정연이 말하길 독자는 고정적인 존재가 아니다. 한낮/한밤의 읽기만 오랫동안 하다가 어느 순간에 한밤/한낮의 읽기를 선호할 수 있다. 한낮의 읽기한밤의 읽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나는 하얀 밤(백야, 白夜)의 읽기라고 부르고 싶다.


무거운 여름밤에 지쳐서 잠들고 싶지 않으면 책 읽는 밤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 책 읽는 밤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피곤해도 책이 눈에 들어오고, 두 손이 스마트폰을 세게 밀칠 힘이 있다면 한밤의 읽기가 이루어진다. 힘이 부족해서 책이 반갑지 않으면 쉬면 된다한밤의 읽기가 즐거우면 무거운 밤이 무섭지 않다마법의 양탄자가 된 책은 절대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다어떻게 하면 낮에 봤을 땐 평범했던 책을 ‘마법의 책탄자로 만들 수 있을까? 책을 펼치기 전에 주문을 외워 보자






책탄자야, 내 눈앞에서 펼쳐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이 무거운 밤을 뚫고 어디든 날아 보자꾸나.



흠, 내가 봐도 정말 이상(李箱)한 주문이군. 

그러니 밤에 몰래 읽기 전에 주문도 몰래 할 것






※ cyrus의 정오표



* 31

 




도블라토프의 책은 고작 네 권이 번역되어 있을 뿐입니다.



* 37





 북쪽에 있는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군복무를 하는데 이때의 경험이 훗날 수용소라는 소설이 됩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고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Sergey Dovlatov)는 미국에 이주한 러시아 작가다.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도블라토프의 책은 네 권이 아니라 총 다섯 권이다. 국내에 출간된 순서로 열거하면 우리들의, 보존지구, 외국 여자, 여행 가방, 수용소: 교도관의 수기. 이 책들 모두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출판사에서 만들었다.







이 책의 첫 번째 글은 원래 강연을 위해 만들어진 글이다. 수용소: 교도관의 수기가 출간된 해는 2020(5)이다. 도블라토프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한 강연이 이루어진 시간이 수용소》가 출간되지 않은 20205월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세 명의 작가 중 한 사람이 도블라토프라고 언급했다. 도블라토프를 좋아하는 금정연이라면 수용소: 교도관의 수기를 분명 입고했을 것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저자가 수용소가 번역된 사실을 정말 모르고 계신다면 다음 입고 도서목록에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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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29 1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너의 글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 뭔말인지 알지? ㅋㅋㅋ
왠지 알라딘이 이 리뷰로 너에게 이달의 당선작을 줄 것 같아. ㅋㅋ
심심찮게 금정연이 많이 나오네. 책표지가 맘에 들긴하는데 페이지 수에 비하면 좀 비싸네. 중고샵에 나오면...

cyrus 2024-08-05 06:55   좋아요 1 | URL
나름 재미있게 써봤어요.. ㅎㅎㅎ
 




책방 <수르채그>에 가면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이 소리는 책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귀가 아닌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예요.소리 나는 책이 바로 희곡(戲曲)’입니다. <수르채그>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희곡도 있는 책방입니다.

 

세계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세 번째 선정 도서는 희곡입니다. 세 번째 선정 도서를 쓴 이 작가는 소설, 특히 단편소설을 많이 썼어요. 대부분 독자는 이 작가단편소설의 대가라고 칭송합니다. ‘이 작가는 희곡도 썼는데, 본인 스스로 극작가라고 생각했어요.


올해는 이 작가를 기리는 해입니다. 715일은 이 작가의 손에 쥔 펜이 관 속에 영원히 잠든 날입니다. 그날은 이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20주년이 되는 날이었죠. 715일에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을 펴낸 출판사들이 작가를 기렸습니다. 당연히 자신들이 펴낸 책도 겸사겸사 홍보했죠. 그런데 이 작가가 쓴 희곡을 소개한 출판사는 많지 않았어요.


이 작가의 단편소설은 분량이 짧고, 쉽게 읽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은 독서 모임 도서로 많이 선정되는 편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 중 두 권은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독서 모임 선정 도서였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작가가 친숙해요.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저는 맥주(Hof)’가 생각나요.

















각설하고, 책을 좋아하는 여러분에게 이 작가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장막극 갈매기입니다갈매기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한 편입니다. 장막극이란 2막 이상으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긴 희곡을 뜻해요. 4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눈으로 읽는희곡, 즉 대본의 분량은 얇아요. 하지만 눈으로 보는연극 갈매기는 생각보다 길어요. 공연 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아무튼 연극갈매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따봉! 최고예요!







1갈매기눈으로, 입으로 읽기 : 823일 금요일 저녁 8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8월 모임은 특별히 ‘1‘2으로 나누어서 진행됩니다. 1막에 갈매기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도 읽어 봅니다. 희곡을 읽고 느낀 점을 감상하고, 인상 깊은 극 중 대사를 골라서 연극 배우가 된 것처럼 읽어 봅시다. 부끄럽다고요? 희곡 속 인물의 감정에 이입되어 대사를 직접 낭독하면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2갈매기눈으로 보기: 831일 토요일 낮 1


비록 영상이지만,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느낌이 나도록 2막이 진행되는 시간에 <수르채그> 전체를 대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막에 오시는 분들은 대관비 10,000을 내야 합니다. 대관비는 책 구매비와 음료 구매비와 별개입니다두 시간 조금 넘은 공연을 보고 난 후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연극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2막 진행 시간은 넉넉히 잡아서 3시간입니다. 1막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도 2막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2막은 연극 갈매기<수르채그>에서 함께 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갈매기는 장막극이라 공연 시간이 길어요. 그래서 2막은 토요일에 진행됩니다. 유튜브에 갈매기공연 실황 영상이 있어요. <수르채그>비장의 무기(?)’ 빔 프로젝터로 연극 갈매기를 함께 봐요. 연극 준비 볼 완료됐어요.

 

사모바르로 끊인 홍차 같은 소설가체호프의 맛에 익숙한 애서가라면 8월 모임을 놓치지 마세요. 오래 숙성된 1860년산 보드카 맛이 나는 극작가체호프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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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24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유, 추워~~~
고맙다. 더워 죽는 줄 알았는데...ㅋㅋㅋㅋ

cyrus 2024-07-29 06:37   좋아요 1 | URL
MZ 세대가 알만한 밈(유행어)을 섞어서 써봤는데, 정작 독서 모임에 오질 않네요... ^^;;
 



나는 무신론자다. ()종교인이다.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 어린 시절, 내게 불쑥 다가와서 교회에 다녀보라면서 전도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신이 어쩌고저쩌고 말하는 그들이 이상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위인전을 읽고 나서 적은 독후감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 글이었다당시에 썼던 감상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교회가 싫어요!” 


인간과 유인원은 같은 조상에게서 진화된 종()이라고 주장한 다윈. 종교는 다윈의 진화론을 반기지 않았다성직자들은 만물을 창조한 신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이는 진화론을 비난했다. 종교를 미워한 나는 다윈이 무지하고 편협한 종교에 괴롭힘을 당하는 위인이라고 믿었다.


과학과 종교. 이 두 단어를 한자리에 모아놓으면 대부분 사람은 제일 먼저 갈등충돌을 떠올린다. 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 손에 성경을 들고 다니면서 창조론을 주장하는 종교인들을 비난한다. 종교인들은 기적과 천국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을 싫어한다. 그들 중에는 종교를 비판하는 과학자들이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와 같은 전투적 무신론자에 속한다고 인식한다. 종교인이 과학자들을 싫어하면 과학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학을 외면하는 종교인들을 싫어하면 종교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과학자와 종교인들은 과학과 종교 사이에 커다란 갈등의 벽이 세워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분리의 역사가 아닌 ‘상호보완의 역사였다는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과학책방 담다의 두 번째 큐레이션 주제는 과학과 종교 톺아보기. 국어사전은 톺아 보다의 뜻이 샅샅이 살피다라고 말한다과학과 종교를 톺아보는 일은 과학과 종교에 오랫동안 달라붙은 편견을 씻어내는 일이다. 과학과 종교를 둘러싼 편견의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과학과 종교의 갈등 관계이다.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편견이 지속되면 또 다른 편견을 낳는다. 과학의 입지가 줄어든 중세를 암흑시대로 규정하는 관점 역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오해해서 생긴 편견이다.


















* 로널드 L. 넘버스, 코스타스 캄푸러키스 엮음, 김무준 옮김 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 뉴턴에서 멘델까지, 과학을 둘러싼 역사적 오해들(글항아리사이언스, 2019)

 

* [절판] 로널드 L. 넘버스 엮음, 김정은 옮김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뜨인돌, 2010)




과학이 종교보다 우위에 서 있는 학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종교의 부정적인 면을 바라본다. 이러면 과학과 종교가 서로 만나면서 발전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지 못하게 된다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라는 두 권의 책의 집필에 참여한 역사가와 과학철학자들은 과학과 종교의 갈등 관계중세는 암흑시대라는 상식이 잘못된 통념이라고 입을 모아 주장한다.

















* 토머드 딕슨, 김명주 옮김 과학과 종교(교유서가, 2017)




과학과 종교는 과학과 종교, 두 분야 모두 생소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과학과 종교 관계는 갈등또는 조화로 너무나도 쉽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진화론 대 창조론과 같은 과학과 종교가 충돌한 역사적인 사례를 분석한 이 책은 과학과 종교가 만나는 지점에 정치적 이해 관계도 작용하고 있음을 설명한다과학 대 종교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은 과학과 종교가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 바이올렛 몰러, 김승진 옮김 지식의 지도: 일곱 개 도시로 보는 중세 천 년의 과학과 지식 지형도(마농지, 2023)


* 김주연 김주연의 철학사 수업 2: 고중세 그리스도교 철학(사색의숲, 2022)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2009)




중세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어둡지 않았다중세에도 과학이라는 학문이 있었다지식의 지도고대 그리스의 과학 지식을 보존하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연구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지적 풍토를 주목한 책이다. 이 책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유럽 학문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을 보여준다.


중세 영국의 신학자이자 스콜라 철학자인 로저 베이컨(Roger Bacon)실험을 통해 지식이 옳은지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험과학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강조한 학자.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윌리엄은 자신의 스승이 로저 베이컨이라고 언급한다김주연의 철학사 수업 2: 고중세 그리스도교 철학에 로저 베이컨의 철학을 자세하게 소개한 내용이 나온다.
















* 도널드 R. 프로세로, 류운 옮김 화석은 말한다: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바다출판사, 2024)




화석은 말한다화석과 같은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잔뜩 널려 있는데도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창조론자들을 반박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는 종교의 긍정적인 사례들도 언급한다. 진화론을 이해한 종교가 있었기에 진화론 연구가 발전되었다. 현재 활동 중인 고생물학자들 대다수는 기독교인이다. 이들은 교적 교리와 별개로 반복된 실험을 거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연구한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내가 고른 책들에 담긴 모든 지식은 오류 가능성이 있다. 정설에 반하는 증거가 나오면 정설을 의심해 보고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실행하는 학문이 바로 과학이다.








[과학책방 담다]

2021421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5476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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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7-20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다˝ ˝담다˝^^

cyrus 2024-07-21 20:43   좋아요 2 | URL
‘갈다’보다 ‘담다’라는 표현이 더 좋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