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8기 신간평가단 발표 공지 확인한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지금도 설렌다.   

그 심정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제목을 따온다면. . .  

'두려움과 떨림'이라고 해야되나...?

사실 이번 평가단 활동을 통해서 먼댓글이라는 것도 하게 될 것이고. 

평가단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간도서들을 정해야하고 앞으로 6개월동안 꾸준히 활동해야 한다. 

서재 머리말에 있는 다산 선생이 강조하신 '부지런함'의 중요함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왔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신간도서 위주로 리스트에 넣고 싶지만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기에 

같이 활동하게 될 다른 [인문/사회] 평가단원 분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나름 고심한 끝에 5권을 정했다. 다른 평가단원 분들의 마음이 맞아야할텐데. . .   

5권 중에 한 권이라도 포함되면 좋겠지만 안 되어도 좋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평가단원분들이 다양한 독서 편력을 즐기면서  

정신적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랄 뿐이다.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사실 요네하라 마리의 저작을 읽은 것은 <대단한 책> 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가 숨을 거두기 전에 겪어야했던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은
 읽고 있는 나도 고통스럽게만 느껴졌다.
 작년에 돌아가신 故 장영희 교수님도 생각나고...
 그녀의 삶 자체와 책들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신간도 읽고 싶어졌다.
 역시 이번 신간의 제목도 유난히 튄다^^;;  역사 속에서 발견한 속옷 이야기란다.

 정말 책 내용이 궁금할 따름이다.   

 

 

 

 
 


 
   

        

  

 제인 구달. 세인 메이너드. 게일 허든슨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평화적인 동물 보호 운동가인 제인 구달의 신간이다.  

 이번에 개최될 지식포럼에 우리나라에 온다던데...
 자연이 파괴 되어가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그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몇 년 전에 출간된 <괴짜경제학> 이후로
 '괴짜’라는 이름이 붙은 도서가 많이 나온다. 
 이번에는 생태학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잘못된 환경 지식들을 알려준다.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읽어볼 가치가 있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팬티인문학> 다음으로 기대가 되는 책이다.
 박 노자 교수께서 드디어 자신의 주 전공에 관련된 책을 냈다.
 한국사에서 고대사가 다른 시대사에 비해서 비중 있게 다루지 못하고 있고,
 독자들에게는 미지의 시대가 고대사이다.
 고대사 전공 저자가 쓴 우리나라 고대사 이야기.
 우리나라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던 벽안의 논객 박노자는 잠시 잊어두자.   

 

 


 

 

 

 

 

 

 조지 레이코프 지음 / 김영사   


 이벤트 광고 문구에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도덕’에서 대해서 논한다던데...
 아직까지도 베스트셀러를 읽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책-_-)
 이 책도 센델 열풍에 힘입어 또 하나의 사회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될지,
 아니면 반짝 뜨다가 묻어가는 책(?)이 될지 일단 10월 초에 출간되어야 알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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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0-10-05 07:08   좋아요 0 | URL
아! 박노자 선생이 전공관련 책을 냈군요!
cyrus 님이 추천해주신 책들 좋은데요. 언제나 그렇듯 읽을 책들은 너무 많죠. ㅜㅜ

cyrus 2010-10-05 18: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번에 처음 알라딘 신간도서 평가단으로 활동해보는데...
7기에 활동하셨던 분들의 페이퍼를 보니깐...
정말 독서 내공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으면
고를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더군요ㅎㄷㄷ
저는 이제 막 갓 들어온 신입생(?)이라
그나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위주로 골랐습니다^^;;

꽃도둑 2010-10-07 13:05   좋아요 0 | URL
8기는 신나죠?...우리가 직접 고를 수 있으니까요...
키로스 님 처음이라고 하셨죠? 저도 7기가 처음이었어요, 처음은 항상 설레는 법이죠.^^
그렇다고 서평단을 여러 번 하면 익숙해져 수월하다는 말은 아니구요, 저는 알라딘에 서재를 만든지 4년 정도 되었는데 리뷰가 겨우 40 편도 안되더군요, 뭐 그런 거에 크게 연연하진 않지만 그래도 너무하다 싶었지요. 썰렁하고 곰팡이 냄새나고 ...ㅎㅎ 그리하여 서평단에 용기를 내어 신청을 했어요.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에게 지우면 억지로라도 글을 쓰겠구나 싶어서요, 시간에 좇겨 마감을 지키지 못한 성의 없는(?)서평이지만 서재를 지켜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알라딘에는 정말 리뷰 잘 쓰는 분들이 많아요. 부러운 일입니다. 키로스 님도 한 글 하실 것 같은데요...^^

cyrus 2010-10-07 14:24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사실 저도 7기 때 인문분야에 도전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거든요ㅋㅋ 그 때는 한창 서재 관리에 열중하고
있던 터라 그 충격 이후로 잠깐 관리가 소홀했었답니다ㅎㅎ^^;;
글을 많이 쓰고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을 읽고 어떠한 생각과 새로운 시각의 관점을 얻는 것과
다른 분들의 글도 읽으면서 좀 더 다양하게 관점을
넓혀나가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봅니다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도전해서 성공했구요ㅎㅎ
이번 8기 평가단원분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름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은거 같습니다.
 
조선 풍속사 1 -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 푸른역사 조선 풍속사 1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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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으로 치닫는 교권의 현실   

2개월 전, 어느 학교의 교사가 거짓말을 했다고 의심이 되는 학생을 발로 가격을 하는 장면이 담은 폭행 수준의 체벌 동영상이 공개되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학생에게 폭행을 가한 교사는 '손바닥으로 한번 맞으면 쓰러진다'는 의미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장풍’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체벌을 잘 하는 교사로 알려져 있었다. 이 동영상 한 편으로 인해서 학생 체벌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이번에 새로 선출된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 내 모든 학교에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일회성 체벌로 인해서 해임 처분이 없었던 전례를 뒤엎고 교육청 징계위원은 오장풍 교사를 해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일회성의 체벌을 이유로 교단을 떠나야 한다는 높은 수준의 징계를 내린 점은 가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가 피해 학생에게 가한 체벌 수준은 교사로서의 도가 지나친 것이었기에 해임 처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오장풍 교사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되었지만 교사들의 심각한 체벌 문제는 여기저기서 시한폭탄처럼 한 개씩 폭발하고 있다. 어느 학교의 교장이 학생들의 복장 불량을 검사하는 교사의 행동에 책임을 물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그 교사에게 엉덩이를 체벌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전에도 발생했던 일이지만 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간혹 뉴스에서 접하기도 한다. 이렇듯 교사들 입장에서는 곽 교육감의 체벌 전면 금지 정책을 반기지 않는다. 안 그래도 교권이 추락한 마당에 도리어 교권이 더 약해질까 봐 걱정한다. 심지어 몇 몇 일부의 학생들은 교육감의 정책을 빌미 삼아 교사들의 체벌에 대해 눈 까딱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을 체벌하려는 교사들을 이상하게 여긴다. 제자들이 잘 되기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 담긴 ‘사랑의 매’는 이제 옛 말이 되어버렸다. 

 

 

 

서당 내 분위기 = 오늘날의 교실 분위기 
 


 

 

 

 

 

 

 

 

 

  

 

 

 

 

이 그림은 누구나 다 아는 김홍도의 [서당]이라는 작품이다. 옛날의 교육기관인 서당에서의 한 장면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이 그림을 보게 되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점은 그림 속 중앙에 배치된 울고 있는 아이의 중심으로 하는 인물들에 대한 뛰어난 묘사이다. 훈장님 앞에서 공부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는지 종아리를 맞고 난 뒤, 눈물을 훔치고 있고 주위의 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킥킥거리며 웃고 있다. 그리고 훈장님은 울고 있는 제자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다. 학창 시절 때에 되돌아보면 만날 선생님께 자주 꾸중과 체벌을 감수하는 말 안 드는 친구가 교실에 한 명은 꼭 있다. 선생님에게 자주 혼나다보니 주위 친구들은 이제 그 친구가 선생님한테 혼나는 장면만 보게 되면 재미있어 하게 된다. 해를 당하지 않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라고 해야 되나?  어쨌든 그림 속 서당 안의 모습은 지금의 교실 안의 모습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재미있게도 스승에게 체벌을 맞는 학생들의 생각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선생님에게 거하게 꾸중을 듣고 난 뒤에 자신을 혼낸 선생님에 대한 미움을 친구들 앞에서 뒷담화를 통해 표출하게 된다. 이런 일은 학창 시절에 다 있어봄직한 일들이지만 어떤 학생은 선생님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부모님에게 까지 고하기에 이른다. 대부분 정상적인 부모님들은 이런 자식을 호되게 꾸짖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슴도치가 제 새끼를 이뻐한다는 말이 있듯이 일명 ‘고슴도치 형 부모’들은 이 일을 가만히 넘어가지 않는다. 자식을 혼냈던 선생님에게 따지기 위해서 학교에까지 찾아와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다. 금지옥엽(金枝玉葉) 같은 제 자식이 학교 내에서 불리한 처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손찌검을 하는 부모들 대부분이 고슴도치 형 부모들이다. 어리석은 고슴도치 부모에 그 고슴도치 새끼이다. 조선 시대에도 그런 학생들이 있었던가 보다. 이덕무는 이런 고슴도치 부모와 아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를 하고 있다.     

 

   스승이 엄하면 모자란 아이놈은 반드시 싫어하고 괴로워하여 자기 부형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 선생님은 잘 못 가르칩니다.”  

  그리고는 스승을 배반하고 물렁하고 속된 사람을 선생으로 삼아 따르니, 부형이 된  

  사람은 반드시 그 간사한 거짓말을 속속들이 살펴 호되게 꾸짖는 것이 옳다.

  - 이덕무 <사소절>중에서, 『조선풍속사 1』강명관, p 273~274 -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 서당  


요즘 학교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학생이었을 때에는 대부분 선생님들의 강의는 일명 주입식 교육이었다. 분필가루들이 심하게 흩날릴 정도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들을 칠판 한 가득 안에 써놓고 쭉 설명을 한다거나 어떤 선생님은 수업 시간 50분 동안 내내 스탠딩 코미디언 뺨치는 입담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평소에 학습이 저조한 학생들은 그 날 배운 내용들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30여 명의 학생들을 위해서 목 쉬어가면서 하루 종일 서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수고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당에서 학습 분위기도 주입식 교육 방식과 유사하다. 훈장님이 <천자문>과 같은 한문 책 속의 구절을 학생들 앞에서 암송하면 학생들은 그 구절을 따라 읽고 외우게 된다. 시험 치는 방식도 비슷하다. 교과서 속 중요한 내용을 잘 암기하여 주관식 문제를 풀듯이 조선 시대의 시험 방식도 훈장님 앞에서 배웠던 구절들을 암송해야 하고, 답안지에 풀이를 작성해야 했다.   

 

조선 시대 서당의 주입식 교육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에는 지위 상승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한문 텍스트의 독해 및 작문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유교의 경전들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 눈 앞에 벼슬길이 훤하였다. 그래서 서당은 과거에 응시하기를 원하는 지방 사람들에게는 입신양명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 공간이었다.  박세채가 쓴 <남계서당학규>라는 문헌에서는 서당 내에서 유교를 기본으로 하는 성리학 이외의 학문을 공부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리학 이외의 학문은 도가 사상이나 불교를 포함하고 있다. 오직 과거에서 벼슬을 하기 위해서는 성리학만 잘 이해하고 있으면 되었다.    

 

수험생들이 보다 유리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수능 시험에서 수리와 외국어 영역의 비중을 늘게 하고 탐구 영역을 축소화시키는 최근의 교육 정책과 비교하면 지금과 같은 특정 과목에 편향하는 그릇된 교육 시스템이 옛날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제자들이 좋은 대학을 보내고 싶은게 선생님의 마음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공부해야할 내용들을 충실히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한다. 선생님들 중에서 그럴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제자들에게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편향된 학습을 유도하는 것은 도리어 제자들의 정신적 성장을 막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고 올바른 학습 성취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다.  

 


호랑이 선생님, 누룽지 선생님 그리고 훈장님

28년 전에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했었다.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허봉수라는 교사와 초등학교 5학년 5반 학생들 간의 학교생활을 그린 우리나라 최초 학교를 주재로 한 어린이들을 위한 드라마이다. 필자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방영했던 터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로서는 신선한 드라마였고 5년 동안 방영할 정도로 꽤 인기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허봉수는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답게 제자들 앞에서는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속마음은 자식처럼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씨 따뜻한 교사로 등장한다.

<호랑이 선생님>이 방영된 지 16년 뒤에는 역시 학교의 교사와 제자 간의 이야기를 포맷으로 한 <누룽지 선생과 감자 일곱 개>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를 본 지 세월이 꽤 지나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7명밖에 없는 어느 시골 마을의 분교에 서울에서 온 선생님(유동근 분)이 새로 부임하여 그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푸근한 인상의 노총각 교사로 분한 유동근 씨의 연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마음씨 착한 선생님과 선생님의 말을 고분고분히 따르면서 성장하는 학생들. 비록 드라마 속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막장 교실 분위기와 비교하면 옛날에는 제자가 선생님에게 대든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때 그 시절의 교실은 선생님과 제자들 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이다. 조선 시대의 생활상들은 이제 단원이 남긴 그림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단원의 <서당> 속 학습 능력이 부진하고 마음이 여린 제자를 보면서 찡그리고 있는 훈장님의 표정 뒤에는 어떻게 하면 올바른 아이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제자가 학습 부진아라고 해서 그를 미워해서 꾸중하는 것이 아니다. 다 잘 되라고 훈계하는 것이다. 단원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 속 훈장님, 그리고 엄격한 호랑이에다가 마음씨가 착한 누룽지 같은 선생님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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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 1001 Books You Must Read Before You Die (2006)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피터 박스올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방대한 분량, 그리고 ‘죽기 전에’라는 단어에 끌리다

시중에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면 사람이 살면서 꼭 읽어야 할 책들이라는 메인타이틀 혹은 부제를 내건 일종의 북 다이제스트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어떤 책은 한술 더 떠서 교양인이라는 고귀한 칭호를 내세워서 목록의 도서들을 꼭 읽어야 한다고 독자들 앞에서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애독가가 아닌 이상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일 년에 책 한 권도 살까말까 한다. 값비싼 명품들이 즐비한 고급 매장에서 강림하시는 지름신은 서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독자들을 ‘교양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자신들을 구입하라고 알랑거리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북 다이제스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북 다이제스트의 도서목록에는 정말 읽어야할 고전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북 다이제스트의 목록들을 비교해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저자와 출판사를 달라도 중복되어 목록에 포함된 책이 꽤 몇 권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일부 몇 권은 새롭게 고전으로 각광받고 있는 근래의 책들도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못한 것들도 있다. 그래서 도서목록의 구성 및 취지, 내용 소개의 충실성 등을 따져가며 자신에게 맞는 북 다이제스트를 골라야 한다.

어떤 북 다이제스트는 꽤 적지 않은 분량을 내세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도 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이 그 중의 한 권이다. 지금까지 접한 북 다이제스트 도서 중에서 분량이 제일 많다. 페이지만 해도 900페이지 넘는다. 방대한 분량만큼 소개하고 있는 작품의 수는 1001권이다. 읽기에는 만만치가 않지만 1001이라는 어마어마한 수는 무의적으로 큰 수에 연연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고 있다. 1001권의 책들이 문학 작품이라서 문학을 좋아하는 애독가들에게는 정말 유용한 책이다. 그리고 제목이 단순해보일지라도 ‘죽기 전에’라는 글자가 독자들을 이끌리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죽기 전에’로 시작하는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는 남자 연예인들이 남자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들에 도전한다. 그리고 중년의 배우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출연하는 영화 [버킷 리스트]의 부제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이다.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황혼기 인생의 두 노인이 죽기 전에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한다는 내용이다.   

인간은 평생 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죽기 전에 다 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이 무한하기에 ‘죽기 전에 해야 한다’라는 조건은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강한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거나 삶의 의욕 같은 것이 나지 않는다면 인생을 헛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말 [버킷 리스트] 속의 두 노인들처럼 흰 머리가 다 된 마당에 불현듯이 아프리카 세렝게티에 가서 짐승들을 사냥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현실적으로 실천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죽음의 신은 짓궂다. 언제 인간의 목숨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죽고 나서야 우물쭈물했던 세속의 삶에 후회하게 된다. 독서라는 정신적 활동도 죽으면 못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뇌 기능 이상 혹은 실명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살아있으면서도 독서라는 유쾌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우둔한 애독가, 북 버킷 리스트에 도전하다 
 

양이 많다고 해서 북 다이제스트의 내용이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집필에 참여한 저자들은 각 국의 권위 있는 100명의 문학가, 평론가, 학자들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동, 서양, 라틴 아메리카, 제3대륙 등 대륙별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 고전뿐만 아니라 추리소설, SF, 판타지 등 장르도 다양하다. 그러나 소개된 작품이 많다보니 모든 책이 우리나라에 다 번역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1001권의 번역은 현재진행형이다. 『죽기 전 1001권』이 2007년에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생소하지만 유명한 외국 문학 작품들이 조금씩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한 작품의 소개에 활자만 구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작품 속 삽화와 작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들이 있다. 그렇다고 1001권의 모든 작품에 그림이 딸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그림들이 그 작품에 대한 내용을 각인시켜주는데 시각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양도 많고, 가격도 꽤 많은 터라 이 책을 소장하고 있지 않지만 가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하는 데만 해도 8번 정도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는 한국 독자들에게 생소한 라틴 아메리카 작가와 지금까지 활동 중인 외국 작가들을 이 책을 참고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책 덕분에 살면서 읽어보지도 못했던 괴테의 『파우스트』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일게 되었다. 만약에 『죽기 전 1001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런 훌륭한 문학고전들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 문학으로 편향되어 있었던 편식적인 독서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 고대부터 근대 이전의 문학고전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필자는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죽기 전 1001권』에 소개된 1001권의 책을 읽으려는 개인적인 독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 책이 자칭 애독가의 심장 속에 1001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작품을 읽을 때마다 리뷰로 작성한다. 일종의 북 버킷 리스트라고 해야 되나?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되었지만 고작 읽고 리뷰로 남긴 작품이 달랑 10여 편이다. 강렬한 독서 의욕과 비교하면 활동 결과물이 부진한 것은 인정하고 있으며 필자가 백발이 성성하고 노안이 찾아오는 그 날까지 독서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미래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들 부양하다가 살다보면 독서 프로젝트가 잊혀버릴 수 있다. 그러나 죽어서도 후회하지 않는, 정말 제대로 된 독서를 하면서 살다가 죽는 것이 독서를 끔찍이도 좋아하는 필자의 커다란 소망이다. 독서는 인간의 정신을 성숙하게 만드는 정신적 운동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처럼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한다면 나름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우둔한 애독가는 믿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커버린 책 
 

그러나 좋은 책에도 나름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책의 최대 단점이라면 소설 작품으로 구성된 지나친 편향성이다. 1001권 중 대부분이 소설이다. 희곡도 몇 편 소개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더구나 시가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 유일하게 소개된 시가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뿐이다. 워즈워스, 심지어 노벨상을 받은 T.S. 엘리엇, 파블로 네루다와 같은 시인들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 책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구성이었다. 문학이라는 배보다 소설이라는 배꼽이 큰 책이었다. 이미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제외하고 조금씩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현대 작가의 작품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고전들을 발굴하려는 집필진의 의도는 좋았지만 장르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동양 문학에 대한 소개 분량도 적었다. 대부분 중국, 일본 작가가 많았으며 한국 작가는 고작 2명(故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아직까지도 외국 땅에서 융숭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한국 문학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언 맥이완? 이언 매큐언?

그리고 옥의 티가 있다면 ‘이언 맥이완’에 대판 표기의 문제이다. 영자로는 Ian R. McEwan. 우리나에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작품에서는 ‘이언 매큐언’으로 표기하고 있다. 영국 출신이며 우리나라에 그의 작품이 꽤 번역되어 있는 작가이다. 이언 매큐언이라는 이름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14년이 되었다. 지금도 ‘이언 매큐언’이라는 표기로 통용되고 있다. 『죽기 전 1001권』에서도 이언 매큐언의 작품이 세 편 정도 소개되고 있을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아무리 외래어 한글 표기가 완전한 통일안으로 협의되지 못했더라도 이미 우리나라에 꽤 소개된 작가의 이름을 잘못 표기되어 있으면 독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좀 더 나은 훌륭한 북 다이제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죽기 전 1001권』은 분량 면에서나 내용면은 훌륭한 문학 작품 다이제스트이다. 『죽기 전 1001권』에 버금가는 책이 다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출간된 지 3년이 지난 만큼 내용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이언 매큐언의 외래어 표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3년이라는 세월동안에 변방 국가의 문학 작가와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우리나라의 독서계에 외국문학이 제대로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현세에 걸맞은 내용으로 보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2007년 첫 출간 당시, 1001권 목록에 포함된 에밀리오 살가리의『산도칸: 몸프라쳄의 호랑이들』은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년 뒤인 2009년에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작품 이외에도 뒤늦게 서야 번역 출간된 작품들이 꽤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올해 출간된 다니엘 파울 슈레버의『한 신경병자의 회상록』(김남시 역, 자음과모음 출판) 이다. 지금『죽기 전 1001권』에서는 미출간 상태로 소개되고 있다.


애독가들을 위한 훌륭한 북 다이제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개정판이라도 재출간되어야 한다. 물론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분야에도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특히나 여행지 같은 경우 시대가 변할수록 여행 정보도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죽기 전에' 시리즈가 일상 생활에서 유용하고 깊이 있는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는 만큼 내용 개정을 통해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해보고 싶어하는 열혈 독자들을 위한 시리즈로 각인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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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그린 그림 - 미술사 최초의 30가지 순간
플로리안 하이네 지음, 최기득 옮김 / 예경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미술사적 사실, 진실 혹은 거짓  

 


 

 

 

 

 

 

 

 

 

 

 

 

 알브레히트 뒤러 <멜랑콜리아 I>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875525   
  

 #1 인간의 꿈을 그림으로 표현한 최초의 화가는 살바도르 달리이다. 
 

 #2 팝 아트라는 장르를 최초로 시도한 화가는 앤디 워홀이다. 
 

 #3 동판화를 처음 그린 화가는 알브레히트 뒤러이다.   

 

 

미술사에 조금이라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 세 가지 미술사적 사실들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달리의 그림들은 의식 속의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주제를 하고 있다. 팝 아트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앤디 워홀이다. <기사와 죽음과 악마><멜랑콜리아Ⅰ><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는 뒤러의 3대 동판화 걸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뒤러는 판화의 대가이다. 지금까지 출판되어 온 각종 미술사 관련 도서에서 세 명의 거장들이 남긴 미술의 발자취를 많이 볼 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이들이 미술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 가지 사실들은 틀린 내용이다. 이들은 그 분야에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남겼을 뿐이지 최초로 시도한 것은 아니다. 

 

뒤러가 목격한 꿈 속 세상   


플로리안 하이네라는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딱히 눈에 띌만한 내용이 없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을 뿐이지 저자는 전문적인 미술사가가 아닌 프리랜서 사진작가이다. 저자의 이력 때문에 책의 내용이 깊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부제에도 밝혔듯이 미술사에 관한 책이지만 지금까지 출간된 미술사 관련 도서와 차별화 하고 있다. ‘최초’라는 키워드를 통해 미술사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트마다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각종 미술사적 용어 위주로 미술사를 풀어내지 않아서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으며 관심 있는 챕터를 골라 읽을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잘못된 세 가지 사실들과 관련된 내용은 각 챕터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 내용에 대해 살짝 언급해보자면.....  

 

동판화를 처음 그린 화가는 오락용 카드를 만들었던 ‘오락 카드의 대가’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는 무명 화가가 그렸다. 팝아트 장르를 최초로 선보인 화가와 작품은 리처드 해밀턴의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 이토록 특이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가?>이다.

그리고 최초의 꿈 그림을 그린 화가는..... 놀랍게도 알브레히트 뒤러이다.   

 

이 책의 각 챕터에는 최초의 누드화, 최초의 정물화, 최초의 초상화, 최초의 풍경화 등을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기억이 남고 흥미로웠던 챕터는 단언 최초의 꿈 그림에 대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미술사 관련 도서를 뒤적거리지는 않았지만 뒤러가 자신이 꾼 꿈의 내용들을 그림으로 기록한 사실은 어느 미술사 도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뒤러가 꿈에서 본 세상을 그린 그림은 단순하다.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하늘 위로 솟아올라 여러 개의 거대한 물폭탄이 되어 떨어지는 장면이다. 꿈에서 이루어진 허구의 장면이지만 직접 꿈을 꿈으써 가상 현실을 체험한 것이나 다름없는 뒤러에게는 그 장면이 무섭게 느껴졌는가 보다. 그는 꿈에서 본 장면들을 그림만 그린 것이 아니라 장면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느낌까지 글로 남겼다.       

 

  물기둥은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들판 전체를 휩쓸어버렸다. 땅을 내리쳤던 물기둥은  

  너무나 빨랐고 바람소리와 함께 무섭게 울렸다.

  - 뒤러가 쓴 글의 일부(1525년 기록), 플로리안 하이네 『거꾸로 그린 그림』p 228 -  

  

이전 미술사의 그림들은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그렸다. 현실이 아닌 상상이 가득한 그림을 그렸지만 대부분 성서 속의 신비적인 종교적 내용을 그린 것이 고작이다. 수면 중에서 일어나는 환상적인 심상인 '꿈'을 그림으로 기록한 점은 미술사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뒤러가 최초의 꿈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후세의 화가들로 이어진다는 것은 비약적일지도 모르나 꿈을 그림으로 남긴 새로운 미술의 시도가 초현실주의가 등장했던 20세기 초가 아닌 이보다 먼저 수백 년 전인 16세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놀라운 점이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위대한 미술사의 오리진(Origin)  


책 한 권에는 30가지의 미술사 최초의 순간들을 담아냈지만 일부 내용들은 나름 미술사 지식의 정도가 중, 고급이라고 자부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읽고 배우는 미술사가 기록된 종이에는 순차적으로 구성된 미술사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유명 미술가들의 이름과 명화들로 가득 차 있다. 이상하게도 미술사에서는 ‘최초’라는 내용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세세한 미술사적 기록들이 후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화가’라는 시대상의 인식이 작용했다. 중세부터 르네상스까지 화가는 단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 때는 미술은 오랜 세월을 연마하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멋진 그림 한 점 남겼다 치더라도 그림을 그렸을 화가에 대한 기록과 증거를 일절 남기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동판화가 ‘오락 카드의 대가’라는 이름 없는 화가가 처음 그렸다는 사실을 지금까지도 알지 못하게 된다. 역사속에서 기록되지 않은 화가들은 후세에 와서도 무명으로 알려진 현실에 대해 서러울 판에 자신의 위대한 공로가 다른 이에게 돌아가게 된다면 하늘에서 억울해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미술사에서 가려져 있던 이름 없는 오리진(Origin)들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다른 미술사 책들과 비교하면 전문성이 떨어지지만 이전에 미술사 책에서 볼 수 있었던 구성 형식과 다르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미술사를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제 막 미술사라는 흥미로운 학문에 발을 내딛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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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 경제학 최대의 변수는 '애정'이다, 개정판
존 러스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물 펌프 우화  


하루 종일 햇볕이 내리쬐는, 살아 숨 쉬는 생물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죽음의 땅인 사하라 사막에는 물을 퍼다 마실 수 있게 설치한 펌프 하나가 있었다. 광대한 사막을 건너는 카라반(Caravan)들에게는 그 펌프는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의 오아시스이다. 그런데 펌프 옆에는 다음과 같은 푯말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이 펌프에 물을 붓고서 펌프질을 하면 그대가 간절히 원했던 시원한 물이 틀림없이  

 나옵니다. 그리고 바위 밑을 파면 물이 가득 담겨진 병이 있을 겁니다. 
 그 병을 꺼내어 펌프에 물을 채우십시오. 
 만약에 병에 든 물을 한 모금이라도 먼저 마시게 되면 물은 모자랍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물은 틀림없이 그대가 충분히 마시고도 남을 만큼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물을 다 쓴 후에는 그 병에다 다음에 오는 카라반들을 위해 물을 채우고 마개를  

 꼭 닫아주십시오. 

 추신: 병에 든 물을 급하다고 먼저 마시면 안 됩니다.

만약에 자신이 뜨거운 햇살 아래 사막을 건너고 있는 카라반이나 여행자라고 생각해보자. 물 펌프의 우화처럼 이런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일부는 푯말대로 다음 사람을 위해서 병에 물을 채워 놓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펌프질하는 것보다는 바위 밑에 있는 병에 담겨진 물을 마셔버린다. 너무나 목이 말라서 죽을 것만 같은데 펌프질 여러 번 해대는 것보다는 간단히 병에 든 물을 마시는 것이 쉽고 간편한 방법이니까. 하지만 물 펌프에 거쳐 가는 카라반들이 푯말대로 양심을 지켜지지 않으면 뒤에 오게 될 카라반들도 후자의 행동을 취하게 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의해서 되레 손해를 받게 되면 괜히 또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 ‘나도 손해를 봤으니 너도 나처럼 당해봐라’는 식이다. 결국 본인도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며 마음속에 담아둔 피해 의식은 고스란히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지게 된다.  

 

 

  

 

우화 같은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 현실  


비록 짤막한 우화이지만, 우리 삶에는 사막의 물 펌프를 마주한 것처럼 이런 유사한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8.15 광복절 행사에 언급된 이후에 불거진 통일세 도입 논란, 무상교육 찬반 논쟁 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떠오르고 있는 두 쟁점은 다음 세대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크게 갈라져버린 여야당의 찬반 의견을 정부는 쉽게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현 세대에게는 손해 볼 일은 없다지만, 나중에 미래의 세대들에게는 치명적인 손해를 부담을 주게 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찬반 의견 양상에도 세대 간의 갈등 및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세대인 유신 세대부터 386 세대까지 이어져 온 승자 독식 체제로 인해서 세대 내 경쟁이 불가피해진 현 20대들을 ‘88만원 세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성세대에게 저임금노동으로 착취당하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서 직업 시장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20대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20대들에게는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좁은 취업의 문을 넓혀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내놓지만 우리나라 20대 취업률은 제자리걸음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 사회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인류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해준다고 말하지만, 모든 인류 전체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빈부 격차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자본주의 경제의 과제이다. 결국에는 인류는 분배의 불평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부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혹은 가지지 못한 자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어 그 경쟁 속에 밀려나면 평생 가난 속에서 살아야 한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한창 자본주의의 나무가 자라고 있던 19세기 중엽 영국 역시 빈부 격차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해 존 러스킨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라는 책에서 개인의 이익을 최선으로 치고 있는 자본주의를 비판하였다. 그는 모든 이들이 이익이 될 수 있는 인간적인 경제학을 제창하였다. 그 인간적인 경제학에는 ‘정직’이 존재하는 믿음이 바탕 되어 있다. 그리고 불평등한 부의 분배를 고용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잘못된 노사 관계 시스템이 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러스킨은 노동다운 노동을 위해서는 고용주는 자신이 부여한 임무에 걸맞은 보수를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지급해줘야 하고,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이끌고 있는 고용주를 믿고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Win-Win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노사 관계가 이룩되기 위해서는 서로 위하여 아껴주는 애정과 그 애정을 통해서 형성되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고용주가 24시간 열심히 일 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쥐꼬리만 한 급여에다가 쉬지도 않고 노동자를 부려먹는다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일 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돈을 벌어도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Working poor)의 삶을 살게 된다. 
 

러스킨의 주장은 자본주의의 폐해가 지배당하고 만 현재 사회에서는 진부하지만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가 않다. 고용주가 노동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임무를 부여하여 합당한 급여를 지급해준다면 노동자들도 좋은 노동 환경 속에서 일을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가 있다. 그리고 공장 전체의 운영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듯이 윗사람이 잘하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잘하게 되는 법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직에 기초한 정책 
 

하나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수식과 용어로 가득 찬 경제학 지식과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사회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에게는 믿음과 정직이라는 정신적인 가치가 구축되어야 한다.  러스킨은 정직이 정책에 기초해서는 안 되며 정책이 정직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지는 마당에 국민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 정부는 ‘공정한 사회’ 만들기를 내세우고 있다.  ‘정직’이라는 단어의 뜻에는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바른 미덕을 내포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취업률이 상승하는 사회, 세대 간의 갈등과 불신을 벗어나 화해의 장을 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정직이라는 두 글자를 가지고 정책에 기초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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