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작성한 니체의 우상의 황혼(박찬국 역)에 대한 비판적인 서평에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 그 내용은 정오표니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열을 올리다 보니 정오표 쓴다는 걸 깜빡 잊어버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20년에 나온 1판 4쇄다. 






 빵과 서커스는 독재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제공하는 음식과 오락을 가리킨다. 키르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마녀로, 자신의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물에 빠져 죽게 했다.

 

(역주 25, 18)



[1]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한 존재는 키르케가 아니라 세이렌(Siren)이다. 키르케는 마법에 능숙했으며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변하게 했다.







 쾨니히스베르크는 독일 북부의 도시로 칸트가 일생을 산 곳이다.[주2] 인간이 자신의 노력을 통해 도달할 수 있고 현자가 이미 사는 세계는 아니지만, 약속된 세계였던 참된 세계는 칸트 철학에 와서는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존재하는지 인식될 수 없는 세계로서 한갓 희망 사항, 이념이 된다. [생략]

 

(역주 79, 51)



[2] 칸트가 살았던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는 독일의 영토였다. 동프로이센의 수도였으나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에 패전하면서 소련의 영토로 합병되었다. 현재 러시아 땅이 된 쾨니히스베르크의 명칭은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







 치통을 막기 위해 치아[3] 뽑아버리는 치과의사들을 우리는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다. (55)

 

 

[3] 치아를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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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Nietzsche)는 소크라테스(Socrates)플라톤(Plato)칸트(Kant)라는 우상을 파괴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쳤다그런 자신을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표현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아카넷, 2015)




 과연 새로운 우상의 비밀을 캘 수 있을까? 이 작은 책은 중대한 선전포고. 비밀이 캐어져야 할 대상들은 이번에는 한 시대의 우상들이 아닌 영원한 우상들이다. 여기서는 그것들에 소리굽쇠를 갖다 대듯 쇠망치를 갖다 댈 것이다. 이 우상들보다 오래되고 확신에 차 있고 교만한 우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그것들보다 더 속이 비어 있는 우상도 없다. 그런데도 그것들은 가장 많이 신봉된 우상이었다.

 

(니체, 우상의 황혼》 「저자 서문, 박찬국 옮김, 9)




니체가 미치기 1년 전에 쓴 우상의 황혼의 부제또는 어떻게 쇠망치로 철학을 하는가이 책의 2(소크라테스 문제)에서 니체는 삶을 무가치하다고 본 소크라테스를 비판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이성주의 철학의 원류다. 그러나 니체는 오랫동안 숭배받은 두 사람을 인간의 삶을 병들게 하고, 본능을 말살하는 우상으로 규정한다. 개인의 욕망을 근절하는 그리스도교의 금욕주의는 서양인이 맹목적으로 수용한 가치다. 니체는 그런 가치를 재평가한다. 이런 자신의 작업을 엄청난 과제로 여긴다니체가 밝혔듯이 우상의 황혼영원한 우상을 향한 선전포고다. 그들에게 갖다 대는 쇠망치는 니체의 철학적 무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니체는 위대한 철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면서 니체도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이 글은 우상의 황혼에 있는 문장 한 줄에 대한 선전포고다. 나는 그 문장을 쓴 니체에게 쇠망치를 갖다 대려고 한다.



 완전한 여성은 작은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문학을 한다. 시험 삼아, 일시적으로, 누가 보는지를 살펴보면서, 그리고 누군가가 봐주기를 바라며‥….

 

(우상의 황혼》 「잠언과 화살, 박찬국 옮김, 20)



이 문장은 우상의 황혼의 첫 장 잠언과 화살20이다니체가 생각한 완전한 여성은 어떤 존재일까? 생물학적 여성을 뜻하는 걸까? 지금으로선 완전한 여성의 진짜 의미를 알아내는 일은 중요치 않다. 니체가 보기에 문학을 하는 여성, 즉 글 쓰는 여성은 작은 죄를 저지르는 존재. 그들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글을 쓴다. 자신이 쓴 글이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면서.


여성을 하대하는 니체의 편견은 그가 쓴 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점이다. 우상의 황혼에도 여성에 대한 니체의 생각이 심심찮게 나온다. 9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6(106)은 프랑스의 작가 조르주 상드(George Sand)를 혹평한 내용이다. 여기서 니체는 무자비할 정도로 상드를 저격한다. 니체가 본 상드는 남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버르장머리 없는 소년 같은 태도로 여성적 교태를 부리는작가. 그런 그녀를 흡사 시계태엽 감듯이 자신을 조이면서 글을 썼다고 언급한다. 6절은 글을 많이 쓴 상드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마무리된다. 다산(多散)의 글 쓰는 암소.


편력(遍歷)여러 가지 경험한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니체는 루 살로메(Lou Andreas-Salomé)를 포함한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났다. 니체는 여성을 만나본 경험을 토대로 상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것은 편력이 아니라 편견이다. 우상의 황혼6장 제목은 네 가지 커다란 오류. 잠언과 화살20절과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6절은 글 쓰는 여성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니체의 커다란 오류. 나는 쇠망치를 들어 니체의 오류를 부수고 싶다.


글 쓰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글이 독자의 눈길을 받길 바란다. 수많은 독자의 호의적인 반응은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이다. 작가도 사람이다. 좋은 글을 써서 독자와 비평가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여기에 힘입어 돈과 명예를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글 쓰는 행위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활동으로만 볼 수 없다. 글 쓰는 목적은 다양하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쓸 수 있다.


니체는 욕망과 열정을 중요하게 생각한 철학자다. 그런데 글 쓰고 싶은 욕망과 열정을 가진 여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 글을 쓰는 행위를 범죄 행위로 바라본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를 포함한 과거에 여성의 글쓰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반도덕적 행위였다. 서구 남성은 자신들을 태어날 때부터 이성이 장착된 존재로 여겼다. 그들이 생각한 여성은 이성이 없는 데다가 그것을 영영 가질 수 없는 열등한 존재다. 그런 여성이 남성처럼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며 담배 피우면서 글을 쓴다남성은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글 쓰는 여성을 비난했다. 그리하여 여성 작가들은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남성 작가로 보일 수 있는 가명을 사용했다.
















* 리디 살베르 일곱 명의 여자: 문학사를 바꾼 불꽃의 작가들(뮤진트리, 2015)




일곱 명의 여자는 니체의 여성 작가 편견을 부수는 데 쓸 수 있는 쇠망치. 책에 나온 일곱 명의 여자는 가명으로 글을 쓴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를 포함한 여성 작가들을 가리킨다책의 저자 리디 살베르(Lydie Salvayre)는 글쓰기를 삶의 전부로 여긴 일곱 명의 작가를 일곱 명의 미친 여자라고 표현한다. 일곱 명의 미친 여자는 남성의 편견이 장악한 문단 한가운데서 글을 쓰기 위해 미쳐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글 쓰는 행위를 문학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관광객의 가벼운 산책(일곱 명의 여자머리말, 8)’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일곱 명의 미친 여자에게 글쓰기는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삶 그 자체다.

















* 타니아 슐리 글 쓰는 여자의 공간: 여성 작가 35, 그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이봄, 2020)

 

 


글 쓰는 여자의 공간은 글쓰기에 대한 35인의 여성 작가들의 생각과 자신만의 공간에서 글 쓰는 작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함께 소개된 책이다이 책은 다작하는 상드를 암소로 비유하면서 조롱한 니체에게 갖다 댈 수 있는 또 다른 쇠망치다. 니체는 상드가 쉬지 않고 글을 계속 써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글 쓰는 여자의 공간에서 독자는 상드가 글쓰기에 미치게 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는 쉬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내 딸을 키우고, 내가 다른 사람들이나 나 자신을 위해 해야 할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기 위해서다.”

 

(글 쓰는 여자의 공간, 42)

 


상드는 본인과 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다. 그녀는 또 슬픔이 밀려오면 글을 쓴다고 밝혔다. 글을 쓰면 슬픔을 잊을 수 있으니까. 상드를 슬프게 하는 것 중 하나는 글 쓰는 여성을 별종으로 취급하는 암울한 세상이다.

















* 조애나 러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낮은산, 2021)

 

 


SF 작가 조애나 러스(Joanna Russ)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에서 여성의 글쓰기를 억압하는 11가지 수법을 알려준다. 이 수법 중 하나가 금지하기. ‘금지하기수법의 단적인 예는 집안일을 해야 하는 여자가 글을 쓰는 건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이는 비난이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은 글 쓰는 여자를 공격할 때 사용되는 망치의 여러 가지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 장영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민음사, 2020)

 

 


25명의 여성 작가가 글을 쓰면서 살아온 과정을 소개한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일곱 명의 여자에 만족하지 못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상드처럼 오로지 살기 위해 글을 쓴 25명의 미친 여자에 에밀리 디킨슨과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두 사람은 일곱 명의 여자에도 소개되어 있다.


















* 미셸 우엘벡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필로소픽, 2022)

 

 


욕망을 중시한 니체는 시인에게도 욕망이 있다고 봤다. 니체가 생각하기에 그 욕망이란 최고의 시인에게 주는 영광을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며 그것은 창작열을 자극하는 힘이다.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에서 글 쓰게 만드는 시인의 욕망을 정의한 니체의 견해를 개지랄하는 소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비판한다(49). 문학적으로 인정받은 최고의 시인은 여자를 밝혔고, 여성 독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글을 썼다. 이런 유형에 해당하는 최고의 시인은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최고의 시인은 글을 쓰면서 번 돈을 좋아했다. 돈 벌기 위해 그들은 글을 썼다.







상드를 포함해서 글 쓰는 여자를 무시한 니체의 글도 개지랄하는 소리. 니체는 글을 쓰려는 여자의 욕망을 외면했다. 그리고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도덕을 비판한 니체는 글 쓰는 여자의 창작 의지를 꺾는 도덕 천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무지한 니체는 도덕 천장에 쇠망치를 갖다 대지 않았다. 니체! 망치로 맞아 봤음?(코찡긋) 망치로 함 마(hanma)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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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21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이러스님처럼 니체에게 쇠망치를 갖다 대고 싶네요.ㅎㅎ 그러려면 우선 니체를 읽어야하는 책쟁이적 숙명! ^^ 그의 책을 여러권 가지고는 있는데 올해 안에 꼭 망치를 들어보겠습니다. 엣헴

cyrus 2022-03-26 14:41   좋아요 1 | URL
글에서 드러나는 니체의 성격을 봐서는 자신의 철학을 때릴 때 쓰는 망치를 무척 좋아할 겁니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2-03-21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함 마볼래?
보는 순간 이 말을 알아듣는 책쟁이 여기 있습니다^^
니체마저도 그랬군요.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매번 알아가고 있습니다**

cyrus 2022-03-26 14:46   좋아요 2 | URL
저의 언어 유희를 알아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니체의 한계를 단순히 시대적인 문제점으로 볼 수 있겠지만, 비판적인 독서를 하려면 그것에 대해서 짚어야 합니다. 물론 니체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니체 철학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아요. 철학 공부는 니체의 표현대로 ‘모든 가치의 재평가’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

프레이야 2022-03-22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니체, 진짜 함마봐야 정신 차리겠군요.
글쓰는 여자의 공간, 저 책 저도 넘 좋더라구요.
상드 부분도 모두요.
재미나게 읽었어요 페이퍼.

cyrus 2022-03-26 14:48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22-03-22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가 웬만해서 제목을 잘못 쓴 적이 없는데 왜 그러지 했다.ㅋ
니체 시대야 뭐 더 말해 뭐하겠니? 오히려 그 어르신이 여자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면 문학은 휠씬 발전했을거요.
한마디로 똑똑한 바보셨어.

cyrus 2022-03-26 14:49   좋아요 3 | URL
니체는 자신을 ‘천재’라고 여겼는데 정말 ‘똑똑한 천재’였어요. ‘똑똑하고 천하에 재수 없는’ 사람이요... ㅎㅎㅎ

서니데이 2022-04-09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2-04-09 0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4-09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 전문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

Redman 2022-05-0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의 저 문장이 들어가 있는 부분의 전체 맥락도 제시하지 않고 니체가 저 문장에서 의미한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은 채로 달랑 저 한 문장만 덜렁 제시하면서 니체의 여성관을 비판하는 게 과연 타당한 비판인지 의문이 드네요.

cyrus 2022-05-07 19:38   좋아요 1 | URL
민우님이 언급한 ‘저 문장’은 《우상의 황혼》에서 인용한 문장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제가 인용한 문장은 니체의 아포리즘이에요. 니체는 아포리즘을 쓰면서 본인의 생각을 투영했겠죠? 니체의 아포리즘에 있는 진짜 의미, 저도 알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니체의 아포리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요. 짤막한 문장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니체가 문장을 난해하게 쓰는 편이잖아요.

저는 니체의 책을 이렇게 읽었어요. 철학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니체 철학의 핵심이 뭔지 알고 난 다음에 그가 쓴 문장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독해했어요. 이 글은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한 거예요. 니체의 여성관을 비판한 제 글에 민우 님이 의문을 느낀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니체의 여성혐오주의 관점을 반박하는 견해도 있어요. 천천히, 꾸준히 니체의 책을 읽어나갈 겁니다. 읽다가 니체가 여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문장을 발견하면 글로 언급하겠습니다. ^^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
미셸 우엘벡 지음, 이채영 옮김 / 필로소픽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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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젊은 니체(Nietzsche)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난다. 그 책은 바로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책을 손에 쥔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한다. 하지만 니체가 고전 문헌학자에서 철학자로 변신할수록 쇼펜하우어에 향한 애정이 식어간다. 결국 니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를 망치로 내려친다. 1874년에 쓴 글에서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천재라고 표현하지만, 후기 저작 우상의 황혼(1888)에서 삶에의 의지를 제거하려 한 악의에 찬 천재[]라고 비꼰다.


청년 니체의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게 만든 쇼펜하우어의 책은 오랜 시간이 흘러 문학 애호가인 프랑스 청년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위대한 작가들의 걸작을 섭렵한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은 갑자기 균형 잃은 마음을 잡기 위해 헌책방을 전전한다. 2주 동안 헤맨 끝에 그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드디어 만난다쇼펜하우어 철학을 접한 우엘벡은 과거에 만난 니체 철학과 결별한다십여 년 후에 우엘벡은 실증주의자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라는 새로운 철학 친구를 만난다. 실증주의로 완전히 기울인 우엘벡은 쇼펜하우어와의 지적 동행을 마무리한다.


우엘벡의 에세이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쇼펜하우어를 만나면서 시작된 지적 동행 기록이다국내에 소개된 우엘벡의 에세이는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공포소설 작가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삶을 분석한 러브크래프트: 세상에 맞서, 삶에 맞서가 작년에 번역 출간되었다(원서는 1991년에 발표되었다).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러브크래프트: 세상에 맞서, 삶에 맞서모두 같은 번역자의 손을 거쳤고, 출판사도 같다.


우엘벡은 지독한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 그는 말할 수 없는 것들’, 즉 인간이 살면서 겪는 다양한 고통과 언젠가 마주해야 할 죽음을 말한 쇼펜하우어의 정직함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다우엘벡은 쇼펜하우어를 처음 만나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대지 위에서 살아가는 부담이 덜어진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니체는 삶에의 의지를 제거하려 한 쇼펜하우어를 비판하지만, 역으로 우엘벡은 쇼펜하우어야말로 의지의 철학자라고 주장한다. 우엘벡이 생각하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고통스럽고 역겨운 대지를 한 발씩 밟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자양분이다.


쇼펜하우어는 온갖 고통으로 얼룩진 대지를 불행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세계로 본다. 이어서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죽으면 ()존재가 된다. 쇼펜하우어와 일정 간격 거리를 둔 우엘벡은 비존재로 이르는 죽음을 조용히 기다려야만 하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실질적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그렇지만 우엘벡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간 자신의 연약한 마음을 지탱해준 옛 철학 친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젊은 문학 애호가 우엘벡은 쇼펜하우어를 만난 후부터 소설가로 성장한다. 그의 소설들 속에 옛 철학 친구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는 미셸 우엘벡의 소설을 처음 마주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쇼펜하우어는 총체로서의 생의 가치를 허무주의적으로 폄하하기 위해 정반대의 것들, 삶에의 의지의 위대한 자기 긍정이나 삶의 풍요로운 형식들을 제거하려 한 악의에 찬 천재이기 때문이다.” (우상의 황혼, 박찬국 옮김, 아카넷, 123)







※ 정오표



* 12 [역주]







출판연도 오류러브크래프트세상에 맞서삶에 맞서는 2021에 출간되었다. 번역자와 출판사 관계자가 자신들이 만든 책이 나온 연도를 착각하면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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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19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셸 우엘벡이 이런 책도
썼나 보네요.

예전에 받은 <복종>도 읽
어야 하는데...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네요.

cyrus 2022-03-21 21:19   좋아요 2 | URL
저는 <투쟁 영역의 확장>과 <소립자>요... ^^;;

청아 2022-03-19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란 책에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조금 읽어봤는데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우엘벡도 늘 궁금했는데 책이 얇으니 도전해볼만 하네요.^^*

cyrus 2022-03-21 21:21   좋아요 2 | URL
대부분 사람은 쇼펜하우어를 세상을 비관하는 염세주의자, 여성을 싫어하는 사람 같은 부정적인 수식어가 달린 철학자로 생각하죠. 저도 그랬어요. 쇼펜하우어의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가지고만 있지 한 번도 펼치지 않았어요. ^^;;

mini74 2022-03-19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헤겔 질투한거랑 여자 싫어했던것만 기억하는 ㅠㅠ 읽어보고 싶습니다 ㅎㅎ

cyrus 2022-03-21 21:28   좋아요 2 | URL
철학 공부하는 지인이 제게 쇼펜하우어와 헤겔과 관련된 일화를 들려줬는데요, 생전 쇼펜하우어의 인지도는 안습이었다고 해요. 헤겔은 정말 인기가 많아서 그의 강의실에 학생들이 엄청 많이 들어왔어요. 정작 쇼펜하우어의 강의는 학생 수가 적어서 폐강되었어요. ^^;;

초란공 2022-03-19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책에 별 4개 주시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 말입니다^^ 실수는 cyrus님을 비켜나갈 수 없음! ㅋ

cyrus 2022-03-21 21:29   좋아요 3 | URL
제가 오탈자나 오류를 잘 찾아냅니다... ㅎㅎㅎ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 무섭고도 매혹적인 21가지 기묘한 이야기
나카노 교코 지음, 황혜연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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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C





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역사는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로 나뉜다. 정사는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다. 야사는 민간에서 전해지는 역사다. 정사는 엄밀한 고증에 충실하여서 건조한 편이다. 반면 야사는 정사에서 다루지 않는 은밀하고도 은폐된 사료에 주목한다. 야사가 정사보다 더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담(奇談)은 야사에 속하지만, 사실보다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풍문에 떠도는 이야기에 호사가들 개개인의 상상력이 덧붙여지면 기담이 된다어디부터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기담은 역사책에 보기 힘들다. 나카노 교코의 서양 기담은 당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역사책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저자는 하멜른(Hameln)의 피리 부는 사나이, 도플갱어(doppelgänger) 전설, 드라큘라(Dracula), 엑소시스트(exorcist), 백악관에 출몰하는 유령 등 미스터리 마니아가 좋아할 만한 21가지 기담을 소개한다.



 세상에는 과학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이 때때로 일어난다. 이를 거짓이나 착각으로 일축하기보다,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에는 무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 마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아닐까. 어렴풋한 진실의 조각이 묻혀 있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신비로운 사건에는 매력이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기담을 부디 한껏 즐기시기를.

 

(에필로그 나카노 교코의 초대장중에서, 175)



저자는 기담을 모아놓은 자신의 책을 독자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고 말한다그래서 에필로그 제목이 나카노 교코의 초대장이다저자의 초대장을 받는 독자들은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기담을 거짓이 아니라고 믿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마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기담을 모으는 것과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진실 한 점 찾기 힘든 기담을 무조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우기면 바람직하지 않다. 기담에 향한 지나친 믿음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나카노 교코의 서양 기담은 독자들에게 선뜻 내놓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책이다. 21가지 기담을 채워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저자의 초대장에 문제가 많다. 여기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저자는 와전된 내용을 검증하지 않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고 있다나는 이 초대장을 찢어버리고 싶다허구에 가까운 기담을 재미로 즐기면 안 되느냐고 생각하는 혹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실이 아닌 이야기가 퇴색되어가는 일말의 진실마저 지워버리면 곤란하다.



 현재 일반에 공개된 고문실에는 철의 처녀(여성 형태의 사람을 집어넣고 쇠못이 박힌 문을 닫아서 죽이는 도구), 가시 의자, 손가락 나사, 달군 인두, 거꾸로 매달아서 가두는 우리 등 무시무시한 고문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41)

 


영국의 칠링엄 성(Chillingham Castle)에 전쟁 포로를 죽이기 위해 만든 고문실이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고문실에 실제로 중세 시대에 사용된 고문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곳에 철의 처녀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도 있다. 아이언 메이든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중세의 형벌을 상징하는 고문 도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세 시대에 아이언 메이든을 고문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아이언 메이든은 실제로 사용된 고문 도구가 아니다18세기 작가들이 쓴 문학 작품에 묘사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길을 지배하는 저승의 여신 헤카테와 여행자의 수호신인 헤르메스에게 십자로를 바쳤으며 길 위에 신성한 돌을 올리고 기도했다. (141)



헤카테(Hekate)마법과 주술의 신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또는 저승으로 향하는 문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하프의 명수 오르페우스는 바쿠스의 무녀들에게 찢겨 죽었다. (147)

 


하프와 비슷하게 생긴 발현악기가 리라(lyra). 그래서 아폴론(Apollon)이나 오르페우스(Orpheus)가 연주하는 악기를 하프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지만, 리라는 구조상 하프와 다르다.



 한 사람의 옷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여자는 갈비뼈가 9개나 부러지고 심장에서 출혈이 다량 발생하였으며 입에서는 혀만 통째로 사라진 참혹한 모습이었다

                                    (165, ‘21화 디아틀로프 사건)

 


디아틀로프 사건195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아홉 명의 탐사대가 전원 사망한 미제 사건이다. 디아틀로프(Dyatlov)는 희생된 탐사대장의 이름이다. 당시 소련 정부는 단순한 조난 사고라고 발표했지만, 사고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조난 사고라고 보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특히 호사가들이 주목한 의문점은 두 명의 희생자가 입은 옷에 검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 혀만 사라진 여성 대원의 시신이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두 명의 희생자는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일을 했으며 그들의 옷에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과하게 높은 수치는 아니었다. 시신의 혀는 금방 부패하기 쉬운 부위다. 사망한 여성 대원의 혀는 예리한 도구로 잘려 나간 것이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썩으면서 사라진 것이다. 나머지 사망자들의 혀 역시 금방 썩어서 없어진 상태였다. 희생자와 관련된 사실과 다른 내용은 사건을 과장되게 보도한 황색언론이 만든 허위 정보다. 문제는 이 잘못된 정보가 필터링되지 않은 채 지금도 인터넷에 공유되고 있다. 저자는 사실인 걸로 착각하고 그대로 썼다. (참고 자료: 이상한 옴니버스 [우랄산맥 미스터리 실종 사건의 진실]) https://blog.naver.com/medeiason/12014114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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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1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이심전심입니다 ~

cyrus 2022-03-19 15:08   좋아요 1 | URL
명화 몇 점이 포함된 불가사의 모음집 같았어요.. ^^;;

감은빛 2022-03-11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건조하고 딱딱한 정사보다는 이런 류의 야사에 훨씬 더 관심이 있고, 그래서 금방 널리 퍼지죠. 인터넷 시대에는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cyrus 2022-03-19 15:14   좋아요 1 | URL
소문과 괴담을 재미로 가볍게 받아들이면 괜찮은데, 이걸 진짜라고 박박 우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아요. 그냥 무시합니다. 소문이 사실로 판명되면 자신의 주장이 옳았다면서 과시할 겁니다. 우연히 얻어걸렸을 뿐인데 말이죠. ㅎㅎㅎ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 이상한 나라의 언어적 판타지
정계섭 지음 / 어문학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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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는 정말 이상한이야기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 줄 알고 읽었다가 도무지 읽히지 않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담배 피는 애벌레(caterpillar), 씩 웃으면서 스르륵 몸통부터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Cheshire cat), 정답 없는 수수께끼를 내는 미친 모자 장수(Mad Hatter).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도 그렇고, 이들이 앨리스와 주고받는 말은 난해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 약칭 거울 앨리스’)도 상당히 난도 높은 문학작품이다. 앨리스는 거대한 체스판으로 이루어진 거울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 소설에 진화생물학 용어로 알려져 유명해진 붉은 여왕(Red Queen)’이 나온다. 거울 앨리스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세한 주석 없이는 읽기 힘들다. 수학자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는 앨리스 연구가로 유명하다. 그는 앨리스거울 앨리스의 난해한 농담뿐만 아니라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내용에 대한 주석을 곁들인 주석 달린 앨리스(The Annotated Alice)[주]을 펴내기도 했다. 두 편의 앨리스에 매료된 어른들은 지금도 이야기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자신만의 견해를 덧붙인다. 앨리스의 무엇이 어른들을 매료시켰나. 앨리스는 읽을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정계섭의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는 두 편의 앨리스에 나오는 언어로 된 퍼즐과 철학적 대화를 분석한 해설서다. 저자는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철학 연구소 교수를 지낸 적이 있다캐럴은 수학, 논리학, 언어를 이용해 난센스(nonsense)와 말장난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앨리스가 어려운 이유는 상식을 전복시키는 난센스와 무의미한 말장난이 이야기 곳곳에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작중인물 간의 대화에 나오는 말장난과 농담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의 사회적 분위기와 수학 및 논리학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거울 앨리스험프티 덤프티(Humpty-Dumpty)는 문장에서 중요하지 않은 단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언어학자이자 궤변가다모자 장수는 앨리스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까마귀와 책상은 어떤 점에서 닮았나?(Why is a raven like a writing desk?)” 앨리스는 수수께끼에 흥미를 느끼지만, 나중에 답을 알지 못해 포기한다. 저자는 답 없는 수수께끼를 국면 전환용 논점 일탈이라고 주장한다. 모자 장수는 궤변을 늘어놓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을 교묘하게 가리기 위해 앨리스(그리고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절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낸다.


앨리스거울 앨리스는 언어학, 수학, 논리학으로 세워진 텍스트의 미로다. 이 미로에 설치된 장애물은 독자의 생각을 중지하게 만드는 온갖 말장난과 역설이다.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는 텍스트의 미로를 즐겁게 헤매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 주는 책이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주1] 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최인자 옮김북폴리오, 2005.




* 117[저자 19]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 1767~1835), 베를린대학[2] 설립자. [중략] 그의 동생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자연의 발명[3]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감동적이다.


[주2] 독일 베를린에 있는 대학교는 총 네 개다. 이 중에서 제일 먼저 설립된 대학교는 베를린 훔볼트대학교(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이다. 1810년에 설립된 당시 대학교 이름은 베를린대학교. 1826년에 교명이 베를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대학교(Friedrich-Wilhelms-Universität zu Berlin)로 변경되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분열되면서 수도인 베를린도 분열되었다(서베를린, 동베를린). 소련이 점령한 동독에 속한 베를린대학교는 1949년에 현재 교명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맞서 서독의 자유주의 진영 교수들은 1948년에 베를린 자유 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를 세웠다. 베를린에 있는 두 개의 종합대학교를 베를린대학교라 부르면 어느 대학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훔볼트대자유대라고 각각 구분해서 써야 한다.



[주3]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자연의 발명이라는 제목의 책을 쓰지 않았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삶과 업적을 조명한 안드레아 울프(Andrea Wulf)자연의 발명: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The Invention of Nature: Alexander von Humboldt‘s New World, 양병찬 옮김, 생각의힘, 2021)라는 책이 국내에 번역되었다. 저자는 자연의 발명을 훔볼트의 저서로 잘못 소개했다. 훔볼트의 저서는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코스모스(Kosmos).




* 146[저자 33]


 샘 로이드(Sam Loyd, 1841~1911), 신문과 잡지에 1만 개가 넘는 퍼즐을 연재하여 퍼즐의 왕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그의 해답 까마귀와 책상 모두 에드거 앨런 포가 썼으니까라는 억지에 가깝다.[반론]

 

[저자의 주석에 대한 반론] 샘 로이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7장에 나오는 미친 모자 장수의 답이 없는 수수께끼에 대한 세 가지 답을 제시했다. 저자가 한 가지 답(‘까마귀와 책상 모두 포가 썼다’)만 언급해놓고선 억지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억지에 가깝다. 샘 로이드가 제시한 세 가지 답은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116쪽에 있는 5번 주석에 나온다그런데 5번 주석에 있는 내용에도 오류가 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시 까마귀소설로 잘못 소개했다


참고로 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번역한 최인자는 조앤 K. 롤링(Joan K. Rowling)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와 불의 잔(문학수첩, 2000)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문학수첩, 2003)를 번역했다. 하지만 원문을 무시한 오역과 비문이 상당히 많아 독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 162[저자 42]

 

 데모크리토스(Democritos), 원자로 세상 만물을 설명한 형이상학적 원자론을 주창한 그리스 사상가. 연금술이 화학의 발전에 못지않게 근대 화학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주4]



[4] 고대 원자론의 창시자는 레우키포스(Leukippos). 그의 제자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론을 완성한 학자다. 현재 일부만 남아 있는 데모크리토스의 글에 레우키포스의 원자론이 언급되어 있다. 최근에 나온 철학 분야의 책들을 살펴보면 레우키포스와 데모크리토스를 고대 원자론자로 소개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정오표


* 10





엘리스 → 앨리스




* 40





앨리스는 부끄러워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영낙없는 7살의 소녀이다.


영낙없는 영락없는





* 45





새앙쥐 생쥐





* 46





모리스 모리셔스(Mauritius)





* 51[저자 24]

 




 이 책과 <논리 게임> 등에서 발췌하여 이상한 나라의 추리 파일(조은희 역, 보누스, 2015) 번역되었다.

 

보누스, 2015) 보누스, 2015)





* 60[저자 1]





유크리드 유클리드(Euclid)

 

 



* 64[저자 3]





화엄일승법화엄일승법(華嚴一勝法)





* 113





프레게(G. Frefe) 프레게(G. Frege)

 




* 186쪽: 윌리암 제임스 윌리엄 제임스



* 203[저자 19]: 네델란드 네덜란드



* 211쪽: 디지탈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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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09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본적이 없군요 😅 왠지 읽었던 기분이 드는건 너무 유명해서 그런거겠죠?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cyrus 2022-03-10 21:03   좋아요 1 | URL
디즈니의 앨리스가 유명해서 원작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거예요. ^^

초란공 2022-03-09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꼼꼼하게 주석에 대해 언급해주셔서 놀랍네요. 출판사에서 꼭 확인해야 할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cyrus 2022-03-10 21:07   좋아요 0 | URL
어문학사가 양질의 문학 해설서를 잘 만드는 출판사 중 하나인데, 좋은 책에 간혹 오탈자가 많은 편이에요. 몇 년 전에 제임스 조이스 권위자인 김종건 교수가 쓴 조이스 해설서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도 오탈자가 많이 보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