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6기 ' 여섯 가지 주제로 본 우리 고전문학 ' 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강연이 대구에서 진행되었다.  

평소에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구에 사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한 달에 두 번 하는 독서모임 때문에 서울에 왕래하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알라딘 인문학 강연이 주말이 아닌 평일에 진행되어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인문학 강연이 대구에서 진행된다는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순간, 절호의 기회다 싶어서 댓글로 신청하였다.  강연 장소도 평소에 많이 가본 도서관이었고 운이 좋게도 강연 날짜가 학교 축제 기간이라 당연히 휴강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강연에 참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강연 이후로 오랜만에 참석하게 되는 강연이라서 예습 차원으로 이 두 책을 읽을 정도로 강연 날짜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수요일에는 유익한 강연을 듣고, 목요일에는 다른 학교 축제에 가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실컷 놀려고 이번 한 주의 스케줄을 딱 잡았다.     

하지만 강연에 대한 큰 기대감은 한 통의 문자 하나로 인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강연 전날에 모 교수님에게 문자가 온 것이다. 원래 축제 기간에는 휴강한다는 공지의 문자가 오기 마련인데 이 교수님은 7시 30분까지 학교 축제 현장으로 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셨다.  하필이면 교수님이 오라는 날짜와 시간이 알라딘 강연 날짜와 겹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교수님의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황당하였다.  문자 내용으로 봐서는 축제 기간에 수업하는 것은 아닌 것은 확실한데 교수님의 문자 한 통 때문에 계획된 일정이 틀어져버려셔 약간 속이 상했다.   나는 그 날 알라딘 강연에 참석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에 가야할까 많이 고민했다. 왠지 학교에 안 가면 결석 처리될 거 같고, 그렇다고 대구에서 하게 된 알라딘 강연이 허무하게 놓치는게 아쉬웠다.     

 

결국 고민 끝에 알라딘 강연을 포기하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내내 머릿속에는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자꾸 맴돌았다. 하지만 아쉬움의 여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해서 문제의 모 교수님을 만났는데 축제를 즐길 겸 학생들과의 친목을 도모 목적으로 같이 주막에서 술 마시자고 문자를 보낸 것이었는데 ,,,  

스쿨버스 타는 시간인 11시까지 3시간동안 교수님과 몇 몇 친한 학생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내가 만난 교수님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교수님이다. (대략 나이를 추정해서 높게 잡으면 40 정도,,,?  노처녀일거라고 예상됨)  그런데 생각보다 술을 잘 마셨다.  

첫잔부터 나에게 소주+맥주 폭탄주를 건네셨다. 

ㅎㅎ 이거 뭐,,   누군가 나에게 소맥을 건낸다는 것은 나에게 도전 신청하는거나 다름이 없다. 나는 술판을 소맥으로 시작하면 소맥으로 원샷 스트레이트로 술판을 마무리한다.   역시 술 중에 금방 취기가 오게 만드는 것이 소맥이 최고 아닌가?  ^^;;  

어느 정도 취기가 오게 되자 나는 어떻게든 교수님 일찍 보낼려고(?) 소맥을 자꾸 권했다. 여교수님답게 못 마시겠다고 내숭은 떨면서도 잘 마셨다 ㅎㅎ;;

역시 마음이 복잡하거나 힘든 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건 역시 술 밖에 없는거 같다. ^^;; 

  

  

 

공교롭게도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고전문학에 대한 글을 작성하려는 계획이 무산될뻔했는데 운이 좋게도 다음 달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선정도서 중에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문학 작품이 선정되어서 ' 그 작품 ' 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허균(1569~1618)의 <홍길동전>이다.   

굳이 길게 설명 안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고전소설이다.  

 

 

   집에 민음사 문학전집 세트 중의 한 권으로  

   소설가 김탁환 씨가 풀어 쓴 <홍길동전>을 가지고 있다.  

   민음사판 <홍길동전>의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백범영 씨의  

   일러스트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읽는데 지루할 수 있는  

   고전소설 속에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으면 읽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민음사 판본도 읽어봐야겠다.  

    

 

 

 

펭귄과 민음사 판은 공통적으로 경판 24장본과 완판 36장본과 수록되어 있는데 부록은 다르다. 

펭귄 판 부록에는 경판 24장본 목판 방각본이, 민음사 판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완판 36장본 영인본이 실려 있다.  

 

  

 

     <홍길동전>은 펭귄클래식, 민음사 전집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책세상판 세계문학전집에도 출간되었다.

     책세상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 펭귄클래식 전집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만, 책세상 전집은 다른 문학전집과 다르게  

     번역자가 쓴 작가와 가상 인터뷰라는 내용을 부록으로 싣고 

     있어서 눈여겨 볼 만한다.  

 

 

 

 

 

 

 

 

 

 

 

특히 책세상 판의 <홍길동전>을 풀어 쓴 분이 허경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다.  (우연하게도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과 같은 성씨다)   

최근에 독서모임에 같은 조에 속한 일명 ' 반장님 ' 이라는 분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 분이 지금까지 쓴 고전문학 관련 저작물 중에는 <허균 평전>(돌베개, 2002), <허난설헌 시선>(평민사, 2008). <매창 시선>(평민사, 2007) 을 집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난설헌(1563~1589이라면 허균의 누나이며 허균 못지 않게 천재적인 시작(詩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삶을 산 비운의 여류 시인이며 매창(1573~1610)은 허균과 교류 관계를 가진 기생이며 여류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청백리에 녹선될 정도로 청렴결백한 관직 생활로 알려진 허엽과 그들의 자녀인 장남 허성과 차남 허봉, 삼남 허균 그리고 딸 허난설헌으로 이루어진 일명 허 씨 패밀리는 중국와 일본에도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왕에 허균의 <홍길동전>을 읽는 김에 허난설헌의 한시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문제집에서 본 허난설헌의 <빈녀음>(貧女吟) 중 제2수가 기억이 남는다.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年年還獨宿(년년환독숙)  



가위로 싹둑싹둑 옷 마르느라면 

추운 밤에 손끝이 호호 불리네 

시집살이 길옷은 밤낮이건만 

이 내 몸은 해마다 새우잠인가

 

남을 위해 밤을 새워 하는 바느질과 자신의 불우한 삶을 대비시켜 조선 시대의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사회적 불평등, 즉 문학적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귀속 지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허난설헌 본인의 처지를 이입시킴으로써 표현하고 있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허난설헌이 쓴 한시 중에서 가장 비장감이 느껴지는 시가 곡자(哭子)이다. 시의 제목을 풀이하자면 ' 죽은 자식 앞에서 울다 ' 라는 뜻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잃은 슬품을 가장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핏덩어리들 말이다.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簫簫白楊風(소소백양풍)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紙錢招汝魂(지전초여혼)

玄酒奠汝丘(현주전여구)

應知弟兄魂(응지제형혼)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縱有腹中孩(종유복중해)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올해엔 아끼던 아들을 보내었네.

슬프고 슬프다, 이 광릉 땅에

두 개의 무덤이 마주 서 있네.

백양나무 숲엔 쓸쓸히 바람 불고

도깨비불은 송추에서 번쩍인다.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현주(玄酒)를 너의 무덤에 뿌린다.

응당 너희 남매의 혼은

밤마다 서로 좇으며 놀리라.

비록 뱃속에 아이가 있다한들

어찌 장성하기를 바랄 수 있으리.

아무렇게나 황대사 읊으며

흐르는 피눈물 소리죽여 슬피 운다. 

 

 

         허경진 교수의 <허균 평전>과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  

         <한국사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인 이이화 선생이 쓴  

         <허균>(한길사, 1997)도 있지만 워낙에 오래 전에 출판된 

         책이라 절판 상태이다.   

         하지만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 평전>(장정룡 저,  

       새문사, 2007)가 출간되어서 보조적으로 읽어보면  

         좋을거 같다.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에 고전문학과 관련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 우리나라 고전문학 독서를 소홀히 한거 같다.   알라딘 고전문학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허균의 <홍길동전>과 허난설헌의 섬세하고 가슴 찡하게 만드는 한시를 감상하면서 달래야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1-05-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학 강좌 4강 <고전문학, 이상향을 꿈꾸다> 광주 강연(이형대 교수)에 참석했었죠. 후기는 안 올렸지만...
허경진 교수가 풀어 쓴 난설헌 시집과 매창 시집은 저도 갖고 있어요.
난설헌 삶과 문학을 조명한 이경혜가 다듬어 쓴 <스물 일곱 송이 붉은 연꽃>이란 책도 좋아요.^^
작년 가을에 홍길동전과 허균에 대한 독서 토론 후 매창공원과 홍길동 테마파크를 돌아봤지요. 제 서재 문학기행&테마여행 카테고리에 홍길동 테마파크 사진은 올렸고 매창공원은 아직 못 올렸네요.ㅜㅜ

cyrus 2011-05-27 15:3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소개하신 책 제목,, 허난설헌 관련 도서를 검색할 때
봤어요, 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매창공원과 홍길동 테마파크라는 장소도 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2011-05-2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7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8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소맥 원샷.
아..... 맛나게 주조한 분의 소맥은 정말 맛있죠!
책도 읽고 싶고, 소맥도 먹고 싶다.
요즘 하고 싶은게 많은 것을 보니,
제가 시험 때가 되었고, 살고 싶은 욕구가 많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홍길동전 잼나게 읽으셔여!

cyrus 2011-05-28 20:33   좋아요 0 | URL
저는 주조는 자신 없어요. 그냥 섞어서 마시면 소맥 폭탄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셔요 ^^;; 저도 이번주 들어서 할 일이 많아졌어요.
방학도 다가오는데 알바도 구해봐야되구요 -_-

루쉰P 2011-06-0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강의를 못 들으셨다니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전 예전에 박홍규 교수님과 로쟈님의 대담에 출판사 덕분에 당첨돼 참여를 했었는데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도 홀로 고전문학을 독파하시다니 대단하세요. ㅋ 그나저나 대구라고 하시면 지금 엄청나게 더우시겠네요. ^^

cyrus 2011-06-02 23:45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네요.
역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 방법으로 명사 강연 같은 곳에 가보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 ^^

오늘 날씨 무척 덥더군요. 여기는 벌써 초여름입니다. ㅎㅎ
 
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어느 여배우의 1인 시위  

 

  

 

"반값 등록금 공약, 안 지키면 우리가 반만 내버리자",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는 바꿉시다"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는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함께 하는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주제로 헌 릴레이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김여진 씨는 "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 반만 내버리자! " 라는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홀로 광화문 광장 앞에 섰던 것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영화배우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홍보다 아닌 생뚱맞게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어필해보려고 별 수작을 다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여진 씨의 독특한 행보는 그저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일회성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지난 달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여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신 있게 발언하기도 하였으며 시위하기 전날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이미 시위 사실을 예고한 바 있었다.  

이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 개념 연예인 " 이라고 불리우면서 그녀의 행동에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김여진 씨의 행보는 대학 등록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고' 쥐벽서 티셔츠' 판매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등 최근 국내에 떠오르고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등록금 폭탄, 이제서야 관심?

김여진 씨의 ' 반값 등록금 ' 1인 시위로 인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까?  폭발하기 일부 직전인 ' 대학 등록금 폭탄 ' 에 대한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국민들의 불만을 정부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가 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가 벌여진지 1주일 뒤에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가 무상등록금을 포함한 모든 등록금 인하 방안을 검토한 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집권당의 최고위급 인사가 일종의 공약을 하게 되자 서민층 학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적잖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포퓰리즘 의혹을 앞세우면서도 차질없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2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은근슬쩍 사라지고,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 수뇌부에서 제기한 문제여서 향후 추이에 더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도 친이계 인사들은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대학 등록금에 대한 정치적 현안이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 반값 등록금 ' 현실화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막상 본선에 들어가자 공약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밝힌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했던 이력이 있는데다가 지난 5년간 등록금이 30% 넘게 폭등할 때까지 ‘ 남의 나라 불구경 ’ 하듯 묵묵부답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여당이 이제서야 관심을 갖게 되자 야당과 국민들이 그들의 입장에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번 일도 선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관적 시각이 많은 편이다.  

 

  

  ' 대학 등록금 ' 포퓰리즘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하지면 여기서 반값 등록금 도입에 대한 사회적 현안이 그저 차기 대선의 포석을 위한 정부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남게 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문제점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마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총이 없다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 없듯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문제의 원인과 요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 반값 등록금 ' 을 외치면서 총장실을 점거하고, 삭발 투혼을 벌여봤자 고착화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경과될수록 더 악화될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로 비싼 편이다. 그야말로 한 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이라도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려면 빚을 얻어야 할 판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한 ‘ 알바 ’ 에 매달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거나,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악순환의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학의 '보수' 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최근에 김여진 씨가 동참하였던 시위를 주도한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는 우리나라가 정말 ' 미쳤다 ' 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솟은 대학 등륵금 인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이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인상의 구체적인 원인과 과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 해결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패배주의적 인식의 배경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옹호하는 입장 세력(대학총장, 학교법인 관계자 등이 만들어낸 왜곡된 레토릭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보수주의자들의 담론, 주장, 수사법과 같은 정치 언어 분석을 통해서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을 파헤친 앨버트 O. 허시먼<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에서 소개되고 있는 세 가지 반동 명제로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역효과 명제 : " 대학 무상교육을 도입하면 나라살림 결딴 난다 "  

2010년 정치권은 무상급식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내세운 민주당 등 야권은 6·2 지방선거를 휩쓸기 시작했고,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도 등록금 정책을 주장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란 이슈를 무상교육과 등록금 조정으로 막아보려한 셈이다. 실제로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그에 맞선 보수세력의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수석도 그랬고, 곽노현 서울 교육감과 맞선 보수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다.  

일부 여당의 정계 인사들이 야당이 제시한 ' 무상 ' 관련 정책의 비현실성을 이유로 비판을 하였고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에 집착하는 좌파의 평등지상주의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색깔론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국가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 보편적 복지 ’ 라는 그럴 듯한 이름의 포퓰리즘을 내세워 선거에서 표만 많이 얻으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정략일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 무상 ' 이라는 단어가 ' 완전 공짜 ' 라는 동등한 의미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맞물려 경제적 상황을 근거로 한 실현불가론이 지배하여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마저도 무상교육에 대해서 회의적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육, 의료, 주거 등과 같은 복지 관련 부분에 투자해야 할 예산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4대강 사업 재정 지출을 늘리는데만 급급하고 고소득자들의 소득제를 감면해주는 ' 부자 감세 ' 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스스로 복지정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조세제도가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대학 무상교육 도입이 가능하다.

  

  2) 무용 명제 : " 그렇게 난리쳐 봤자 등록금 문제는 해결 안 돼 "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불어온 신자유주의라는 바람은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가에도 불어왔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주의 경제학자나 보수적인 교육가들은 대학도 시장 체제에 편입시키려 한다.  그리고 대학됴 기업 못지않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정부의 대학 지원을 반대한다. 이런 추세 덕분에 산학협력 활성화, 민간기금 확보, 적립금 펀드투자와 부동산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대학 등록금이 사용되어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결국에는 대학의 시장화를 부추기는 경제적 보수 세력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논리에 인해서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거덜나게 만든 것이다.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것이 등록금은 대학생이 직접 내야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점이다.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이에 대한 일정한 값을 지불하는 것처럼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대학교육이라는 상품을 구매한 대가로 당연히 지불해야한다고 생각하며 그 가격은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된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몇 년동안 등록금 동결과 인하를 요구한다해도 취업에 매달려야하는 대학생들이 시큰둥해하는 반응을 가지게 마련이다.    

 

  3) 위험 명제:  " 대학 등록금을 내리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      

앨버트 O 허시먼은 위험 명제의 전형적인 특징을  “ 지배적인 여론 상황 때문에 정면으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펼치는 논리 ” 라고 말한다. 즉, 우회하여 공략하는 방법이라는 의미다.   

2010년 초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 " 는 우려 아닌 우려로 등륵금 정책에 대한 답변을 대신한 바 있다. 얼핏 듣기엔 ' 등록금이 싸면 좋겠다 ' 는 바람 같지만, 정작 전하고자 하는 요지는 ' 저렴한 등록금과 질 높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 는 주장이다. 

- <미친 등록금의 나라> p 77 -

   

등록금 인하를 원하는 여론 속에서도 정부와 대학 관계자들은 ' 등록금 액수 ' 와 ' 교육의 질 ' 이라는 대립구도를 결부시켜 설정하게 함으로써 어떻게든 민감한 사안을 우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등록금이야말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복지 향상에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 대학생활을 한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질 높은 대학교육을 받기를 희망하면서 묵묵히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수준이 세계 2위에다가 미국 대통령이 칭찬할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 교육 수준은 선진국의 대학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수입 구조를 가진데다가 부족한 교육공간 확보 및 개선이라는 이유를 들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법인(일명 사학법인)이 대학을 자신의 수익 창출 목적을 위해서 무리한 시설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법인의 엉뚱한 예산 사용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떨어뜨리고 있다.  

     

 

  대학 등록금 문제, 적극적 결단이 필요할 때

반값 등록금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점화되기 시작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도 “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 대신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 고 분명히 했다.  포퓰리즘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접근시 문제는 심각한 이분구도로 비추어 질 수 있으나 교육비의 상승은 다른 측면이다. 현 사교육비 급증에 따른 계층간 교육장벽의 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사회통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접근해야 한다.

등록금 인하는 단순히 당정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당장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이 조달되지 않고선 추진이 아예 불가능하다. 3년 연속 동결로 아우성을 치는 대학에 인하 분을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가 재원으로 부담해야 하는 데 우선 순위에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는 철저히 떠져봐야 할 일이다. 재원 대책없이 무상 운운하는 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재단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대학 금고에 잠을 자고 있는 비용을 등록금 인하 해결에 사용될 수 있다.이미 ' 등록금 인하 ' 라는 검을 빼낸 이상 이제까지 등록금 인상으로 재미를 본 대학이 논의에서 발을 빼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5월에 있었던 최대 사회적 이슈를 손꼽히게 된다면 단언 ' 대학 등록금 인하 ' 논쟁일 것이다. 작년에 쟁점화되었던 무상 교육, 무상 급식에 이어서 또 한 번 대학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놓고 국민과 정부 간의 팽팽한 접전이 오고 갈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몇 몇 대학 광장에서는 대학생들이 여전히 ' 반값 등록금 ' 을 요구하는 시위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에 어느 학교는 학교 축제에 초청된 인기가수의 공연을 보면서 환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등록금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로 대한민국은 미쳐 가고 있는데 요즘 대한민국 젋은이들, 등록금 때문에 자신의 청춘이 시들어가고 있는 것도 모른채 학교를 찾은 인기가수에 미칠 정도로 열광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5-2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대학원 가고 싶어하는 저로서도 굉장히 관심있는 논제입니다.

요즘 하두 사회가 이상해서,
위에 동동 떠있는 이슈들만 보면 한도 끝도 없는 문제와 아이러니한 상황만 보이구요.
저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왜 '복지' 라고 하면 좌파 취급을 하는가에 대해서
'열심히 해서 성취해야만 하는거다' 라는 생각과 '열심히 안 해서 그 모양 그 꼴이다' 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경직된 사고인거죠. 모 아니면 도.

그리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보니
정직하게 하면 바보가 되는 사회에서 누구도 신뢰할 수 없으니
내게 직면된 일이 아니면 신경도 안 쓰는 '내코가 석자다' 사회도 문제라 생각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5 12:37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아파트 경비 용역의 시급이 굉장히 작거든요.
내년부터 인상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관리비가 무려 10만원 가까이 올라가요.
안 그래도 2년 사이에 두배로 뛰었는데, 거의 30만원 넘게 생겼어요.
그래서 감시 단속적 근로자의 법 적용 예외를 위한 서명을 받는데
이걸 안 하자니 당장 내야할 관리비가 문제이고
서명을 하자니 돈을 적게 받는 경비 아저씨와 사회에 죄송하고 머 그런. ㅠㅠ

cyrus 2011-05-26 16: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자마자 조중동 사설에서는
반값 등록금 반대 입장의 내용이 나오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과 유사하더라구요.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면 국가 재정이
파탄난다는 식으로요.

아파트 경비 용역과 관련된 마고님 상황 충분히 이해갑니다.
저도 루쉰님처럼 비싼 등록금만 축내는 학교를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워낙에 대학 졸업이 사회에서 우선시되다보니 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을겁니다. ^^;;

루쉰P 2011-05-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을 자퇴해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죠. 저 역시 자퇴의 기준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그 따위 교육을 받아야 하나란 생각에 과감하게 때려쳤어요.
등록금을 많이 내든 안 내든 교육이 개판인 것은 확실합니다. 답답해요. 정말...

cyrus 2011-05-26 16:35   좋아요 0 | URL
에구,, 저도 마음만 먹으면 학교 그만 두고 싶은데 말이죠.
하지만 요즘 사회에 대학 졸업이 강조되다보니 쉽지 않은거 같습니다. ^^;;

아이리시스 2011-05-2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왜 저 배우가 갑자기 등록금 투쟁을..^^ 이건 뭐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요. 솔직히 전 졸업도 했고.. 아.. 또 갈 일이 있을지도..^^ 그리고 제 자식도.. 헐;;

저는 대학이 아니라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간단하게 따고 하고싶은 걸 배울걸 그랬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막상 이래도 제때에 용기를 갖는 건 굉장한 용기가 아닐까 싶어요.^^

cyrus 2011-05-26 22:35   좋아요 0 | URL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면 정말
다음 세대들에게 악순환이 되물림될거에요. 이번 기회에
여당이 언급한 등록금 문제가 원만히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

루쉰P 2011-06-1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사회적 정의를 위해 불꽃 리뷰를 쓰신 cyrus님이 이달의 당선작이 되실 줄 알았습니다. 너무 축하드리고 알사탕으로 기말 고사 잘 보셨으면 합니다. ^^

cyrus 2011-06-14 14:48   좋아요 0 | URL
마음은 사회적 정의를 외치는데 정작 실천은 못 하는 젋은 소시민이랍니다.^^;; 오늘부터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시험 잘 보겠습니다. ^^
 
제인 에어 세트 - 전3권 펭귄클래식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1001-101] 제인 에어

 

  

  여성들의 필독 도서, <제인 에어>

모 출판사에서 출간된 <제인 에어> 뒷표지를 보게 되면 ' 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은 일본의 부모들이 선물하는 책 1위 '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저 일본인들에게만 제인 에어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제인 에어>는 항상 ' 청소년 필독 독서 ' 라는 거룩한 타이틀의 목록 속에서 빠지지 않았다. 사실 ' 청소년 ' 이라기보다는 순수한 사랑을 꿈꾸었던 ' 청소녀 ' 들이 축약본으로나마 읽었을 것이다.  셜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지금으로부터 160여 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횟수도 자그마치 총 22회에 달할 정도로 현재까지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함께 로맨스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우며 미래를 꿈꾸는 젋은 여성들의 위한 도서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제인 에어>의 줄거리 전개는 부모를 잃고 새엄마와 이복언니의 구박을 받던 소녀가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신데렐라 이야기식과 유사하다. 소설 제목의 동명 여주인공인 제인 에어는 일찍 부모님을 잃고 자신을 학대하는 숙모 밑에서 자라면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귀족 로체스터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인데 설정만 놓고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는 신데렐라식 스토리의 전형이다.   

하지만 극적인 해피엔딩을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을 집어넣는다거나 어떻게든 결말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과도하게 줄거리 전개를 생략해버리는 요즘 드라마와는 다르게 <제인 에어>에는 여주인공이 당당히 사회의 역경을 뛰어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행로, 그리고 여주인공의 다양한 심리적 변화들을 볼 수 있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여성의 지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당당함과 꿋꿋함을 드러내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귀족과 가정교사라는 신분의 차이에 불구하고 제인 에어는 사랑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제인 에어의 모습은 남성이 만들어 낸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억압에 시달려야했던 소설이 출간되었던 그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쉽게 공감하고 동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제인 에어>를 제대로 읽었을까?

하지만 어렸을 때 <제인 에어>를 어린이용 축약본으로 읽었던 여성들이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 원전에 충실한 번역본으로 나온 <제인 에어>를 읽었다면 어렸을 때의 감동과 낭만이 또 다시 재현될 수 있었을까?   단순히 로맨스적인 요소가 가미된 여주인공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필독 도서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인식하고 있다거나 혹은 아직까지도 <제인 에어>를 그저 그런 여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를 그린 순수 로맨스 소설 또는 어린이용 동화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제인 에어>의 문학적 가치를 자칫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아니, 우리는 <제인 에어>를 제대로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제인 에어> 속에 숨겨진 다양한 문학적 메타포

만약에 누가 나에게 <제인 에어>라는 책이 어떠냐고 물어보게 된다면 불행한 인생을 살았던 여주인공 제인 에어가 사회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신데렐라식 스토리의 소설이라고 대답하지 않겠다. <제인 에어>에는 단순히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제인 에어>라는 소설에 <제인 에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니,,, ?  아직 <제인 에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물론, <제인 에어>를 읽어본 사람들도 이런 애매모호한 간략평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제인 에어> 속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의 대사나 여주인공 제인 에어가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형식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 묘사와 감정 전달의 내용에는 수많은 문학 작품들의 텍스트에서도 볼 수 있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제인 에어> 판본을 보게 되면 수많은 주해를 달고 있는데 주해를 보게 되면 샬롯 브론테가 다양한 독서 경험을 있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맥베스><오셀로>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밀턴의 <실낙원>, 조지 바이런의 시 등 다양한 문학작품 속 문장 문학뿐만 아니라 <성서> 속 구절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여주인공 제인 에어가 마주하게 될 상황 전개라는 원관념은 독자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숨김으로써 다른 문학작품에서 인용된 문장, 즉 보조관념만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형식의 문장을 사용하여 소설 전개에 대한 암시적 은유을 이루고 있다.

  

 

  샬롯 브론테의 분신, 제인 에어     

<제인 에어>가 오늘날에도 읽어야 하는 고전이라고 불리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회 앞에서도 능동적으로 존재하는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백년 전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었던 영국 빅토리아 사회에서 제인 에어의 등장은 보수주의자 입장에서는 썩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여성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파격적인 행위였다.  그래서 샬롯 브론테는 ' 커러 벨 ' 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제인 에어>를 출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작가인 샬롯 브론테가 자신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 소설의 성공을 바랬었는지 모르겠지만(원래 브론테가 처음 쓴 소설이 <교수>(배미영 역, 열린책들, 2009)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할 정도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뻔하다가 그녀가 죽은 후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제인 에어>가 의외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억압 속에 억눌려 남자들을 위한 수동적인 존재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었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표출할 수 없었던 사회적 신분의 상승에 대한 욕구를 제인 에어라는 가정교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제인 에어가 쓴 자서전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작가인 샬롯 브론테 역시 엄격하고 보수적인 시대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난한 생활을 맞아야하는 사회적 불만에 절망했을 것이며 동시에 절망의 해소를 소설 창작으로 승화시켰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가난이란 어른들에겐 달갑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아이들에겐 더 그렇다. 아이들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맞이하게 되는 고상한 가난 같은 건 모른다. 아이들에게 있어 가난이란 그저 누더기 옷과 부족한 음식, 불 꺼진 난로 연료관, 거친 행동거지, 품위 없는 언행 같은 것들과 관련된 단어로 여겨질 뿐이다. 내게 있어서도 가난은 낙오란 말과 동의어였다.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1> 류경희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p 81 -   

 

재미있게도 제인 에어의 인생은 샬롯 브론테의 인생과 유사하다. 제인 에어가 존 리드 부인의 구박을 피하기 위해서 로우드 기숙학교에 입학했던 것처럼 샬럿 브론테도 실제로 어렸을 때 기숙학교에 경험한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제인 에어처럼 가정교사로 일한 전력이 있기도 하다.  ' 여성 ' 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사회적 대우를 받았던 그녀의 경험이 제인 에어라는 자신과 유사한 가공적 분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와 원작 사이 

 

인간이란 평온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헛된 일이다. 인간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활동을 찾을 수 없으면 만들어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운명명보다도 더 정적인 운명에 처해지고 있지만,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무언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략)

대체로 여성들은 지극히 온건한 심성의 소유자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성들도 남성들이 느끼는 만큼의 감정을 지닌 사람들이다. 여성들도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1> p 222 -

 

<제인 에어>가 고전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은 거대한 사회의 장벽을 넘어 삶의 주체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분명 문학사적 관점에서는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제인 에어야말로 알파걸(Alpha Girl)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의 주제적 지위와 능력이 강조되는 사회의 시류 속에서 개봉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 에어>는 국내 여성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가 원작에 충실히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번에 나온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 에어>는 원작소설과는 살짝 다르다고 한다. (영화 내용 스포과 관련이 있기에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제인 에어>에 대한 어느 영화평에 의하면 방대함을 살리는 대신 주체적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여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는데 사회적 관습에 대항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고자 했던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을 통해서 여성 관객들에게 여주인공의 해피엔딩의 감동을 극대화하여 전달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나머지 원작이 그저 멜로가 가미된 여주인공의 신데렐라형 스토리의 소설로만 인식된다면 <제인 에어>가 왜 고전이라고 불리우는지에 대해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독서모임을 통해서 원전으로 번역된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는데 다양한 문학작품을 인용한 샬롯 브론테의 창작 능력과 섬세하게 묘사된 제인 에어의 심리묘사가 이 소설의 압권이라고 생각된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책은 잘 안 읽는 반면에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잘 보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리메이크된 영화 혹은 어렸을 때 읽은 축약본에 대한 독서의 기억 때문에 정작 원작의 문학적 진가가 묻히는거 아닌지, 그리고 ' 제인 에어 ' 라는 자신의 분신을 창조한 샬롯 브론테라는 원작자의 이름이 잊혀지는거 아닌지 쓸데없는 기우(杞憂)를 해보게 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1-05-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초에 영화를 보고 원작을 다시 보는데 민음사 번역된 문장이 좀 별로라 호감도가 떨어져 1권 중간쯤 보다가 덮있어요.ㅜㅜ
펭귄 클래식으로 보면 괜찮을까요?^^

cyrus 2011-05-25 10:5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영화를 먼저 보셨군요, 저도 원작을 먼저 읽고나니 최근에 개봉된
영화가 무척 보고싶더라구요.

저는 민음사에서 나온 거 조금 읽어봤는데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 판본이 좋다고 말할 능력이
없어서 민음사가 좋다, 펭귄클래식이 좋다라고 말 할 수 없네요 ^^;;

그리고 펭귄클래식 판본을 읽게 되면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가 있을겁니다. 원작에는 1840년대 영국 특유의 음습한
배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많은데다가 이야기 전개에 불필요한 장면도
많거든요. 아무래도는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되 관객들에게 이야기의
중점을 최대한 전달하려다보니 영화로 봤던 느낌이랑 원작으로 보는 느낌과
차이가 있을겁니다. ^^

stella.K 2011-05-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에어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작가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쓰게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 허구라고는 해도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하는데
작가의 경험만큼 진실한 것이 어디겠습니까?
그것이 비록 주관적이라고 해도요.
알파걸의 원조에서 피식 웃음이 났지만, 그도 그러네요.
브론테가 그 시절 알파걸이란 말을 알았겠습니까?ㅋㅋ
아, 시루스님 보내주신 책 빨리 읽어야 하는데
늘 다른 책에 묻혀 아직도 못 읽고 있네요.ㅠㅠ

cyrus 2011-05-26 16:27   좋아요 0 | URL
읽기 전에는 큰 기대를 안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천천히,, 생각날 때 읽으세요. ^^
 

 

 

 

 

 

 

 

 

 

 

 

 Sence #1  두 달만의 외출  

정말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중간고사와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모임에서 세 번 빠지게 되었고, 또 한 번은 출판사에서 독서모임 선정도서 배송을 늦게해버리는 바람에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 3회 미참석에다가 기간으로 치자면 이번 <제인 에어> 독서모임이 거의 두 달만에 참석한 것이다.

항상 독서모임할 때 느낀거지만 이런 오프라인 모임이 아니라면 그 어렵다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나 두 권짜리인 <제인 에어>를 읽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제인 에어> 축약본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생전 처음로 <제인 에어>를 원전으로 읽게 되었다. 

  

  

 

  Sence #2  머리숱 있는 움베르토 에코  

원래는 이번 모임이 홍대 북카페인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라는 곳에서 두 반으로 나뉘어진 독서모임조 연합으로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모임장소인 북카페인 <창밖>에서 뒷풀이로 바비큐 파티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제 비가 오게 되어서 야심하게(?) 준비한 뒷풀이 파티는 물 건너 갔지만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아직 홍대 근처 지리를 잘 모르는 나로써는 <창밖> 건물을 찾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는 사림이 북적거리는 홍대 거리를 홀로 헤매기도 했지만 다행히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맨 처음으로 1등으로 왔다.   그 전 모임 때 북카페도 분위기가 아늑해서 좋았지만 특히 <창밖>은 지금까지 가 본 북카페 중에서 최고였다.   

무엇보다도 <창밖>을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독서모임 조를 이끌고 계시, 독서모임 조원들 사이에서는 일명 '반장님' 이라고 부르시는 분과 친분이 있으셨는데 북카페 운영하기 전에 인문학 강연를 맡으신 적이 있었고 반장님은 그 분 밑에서 강연을 많이 들을 정도로 반장님에게는 지적 스승이나 다름 없으신 분이다. 

성함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카페 사장님은 지적인 아우라가 드러나는 동시에 마음씨 따뜻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가지고 계셨다.   딱 이 분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은 머리숱 있는 움베르토 에코가 연상되었다.  

 

 


북카페 <창밖> 사장님은 머리 있는 것 빼고는  

움베르토 에코와 대체적으로 에코와 인상이 닮았다. 

에코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 수백권의 도서를 참고자료로 이용하는 

유명한 애서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창밖> 사장님 역시 3만권의 장서를 보유할 정도로 애서가다.   

 

 

반장님과 나와 셋이서 대화를 잠깐 나누었는데 반장님 말씀으로는 집에 3만 권 정도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애서가란다.  잠깐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 도서관 ' 에 대한 사장님의 정의가 무척 인상 깊었다. 

 ' 도서관은 그저 책을 보유하고 있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공간이다. ' 

역시, 책에 대한 생각 역시 에코와 닮은 점이 많았다.    

 

 

 Sence #3  여성 독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제인 에어>  

이번 독서모임에는 여성분들이 많이 참석하셨다. (남자는 나랑 반장님, 단 둘뿐이다)  두 달만에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참석한 것도 있었지만 사실 여자들이 모인 자리에 서면 은근히 마음 속으로 숙쓰럽고 낯을 가리는 편이다.   정작 책을 끝까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말 한 마디 못한거 같다.   

평소에 책을 읽거나 혹은 독서모임을 위해서 책을 읽으면 작가의 입장이나 텍스트 분석 등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읽기 마련인데 이번에 읽은 <제인 에어> 같은 경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제인  에어의 일대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줄거리가 요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 신데렐라형 ' 여자의 성공 스토리처럼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모임에 참석하신 여성분들이 이번 모임에서 적극적이셨다. 평소 모임에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신다면서 운을 떼시더니, 막상 모임의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자 <제인 에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쏟아내셨다.   

특히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가 결혼하게 되는 결말에 대해서 입장이 엇갈렸다. 과연 로체스터의 결혼으로 결부되는 제인에어의 인생 성공이 결혼 후에도 행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분도 있었고 못생긴 여자와 부르주아와의 결혼이라는 결말이 결국에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그저 동경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신 분도 있었다.  그리고 2권에서 진행되는 소설 속 극적 전개에 대해서 ' 막장 ' 드라마 보는 듯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아무래도 <제인 에어>가 여성 작가가 쓴 여성 독자들이 많이 있는 소설이라서 그런지 제인 오스틴 의 소설과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이번 모임을 통해서 여성 독자들이 바라보는 <제인 에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대화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대화에 나눈 내용들을 채록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여기서 언급한 내용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주제들의 내용이 오고 갔는데 나의 두뇌 용량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 적어 나갈수가 없었다. 내용이 부족하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Sence #4  뒷풀이   

비가 오는 날씨로 인해서 <창밖> 3층 테라스에서 진행된 바비큐 파티는 취소되었지만 카페를 마주 보고 있는 바로 앞에 일식집에서 간단하게 식사 겸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뒷풀이하게 된 일식집은 머리숱 있는 에코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장소였는데  독서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공짜로 와인까지 제공해주실 정도로 많은 친절을 베풀어주셨다.   에코 사장님이 와인 애호가이기도 하셨는데 한 번은 와인 축제하는데 가서 와인은 30잔 정도 마실 정도로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와인에 문외한인데다가 24년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와인이기에 그 날 마셨던 와인이 어떤 종류인지 모르겠지만,,  ^^;; 

도수가 적은 와인이었는데 식사 전에 마시기도 하고, 특히 연인들끼리 있을 때 마시면 좋다고 하셨다. ^^      그 날 이후로 갑자기 와인에 대해서 알고 싶어지는 배움의 욕구가 생겨났다.   

 

   

 

  Sence #5   독서모임이 끝나고 난 후 - 기차 안에서 

독서모임을 위해 서울을 왕래하게 되면 항상 무궁화호 입석을 이용한다.       

동대구역(or 대구역)에서 서울까지 가는데만 해도 무려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에 좌석 없이 서서 간다는게 불편하지만 교통비 절약면에서는 만족한다.   

하지만 입석 이용자도 승무원 눈치 앉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딱 하나 있다. 

무궁화호 안에는 각종 음식과 음료수가 판매하고 미니노래방과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 열차카페라는 공간이 있다.  그 곳에는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의자가 몇 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기차를 타니면 입석 이용자들이 유독 많이 몰리는 칸이 열차카페이다. 

어제 모임은 운이 좋게도 서서 가는 일 없이 대구와 서울 간의 왕래를 열차카페의 의자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대구로 가는 무궁화호에서 나는 500원짜리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하필 그 컴퓨터가 고장이라서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그 의자는 등받이는 물론 약간의 쿠션이 있어서 가는데 편했다.   

 

열차카페에는 먹을 곳과 오락시설이 있는 공간이라서 한창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다.  내가 앉아 있는 근처에 5살짜리 남자 아이와 나이를 알 수 없는, 남자 아이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귀여운 여자 아이가 놀고 있었다.     

 

 

 

 

나는 소리 지르면서 뛰어놀든지 간에 아이들이 노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이번 주 일요일 <나가수>에서 펼쳐질 박정현의 미션곡인 부활의 <소나기>를 들으면서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읽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놀던 5살짜리 남자 아이가 몹시 지루했던가보다.  잘 놀다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혼자서 책 읽고 있는 나를 자신의 심심풀이 상대로 택했던 것이다.  

 

 " 아저씨, 뭐해요? "   

 

저는 웃으면서 책 읽고 있다고 말하자, 한창 호기심 많은 남자 아이는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알고 싶어했다.  이 아이에게 신형철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를거 같고, 그 아이 입장에서는 책이란 동화책, 그림책일 것이다.  그래서 대충 ' 동화책 ' 읽는다고 대답했다.  신형철의 칼럼집이 잠시나마 어린이 동화책이 되어버렸다.  

그러더니, 또 질문하기 시작한다. 얼굴을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살짝 겁난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의 폭풍질문들이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5살치고는 말도 또박또박하고 있었고 미지의 나에 대해서 알려고하듯이 물어볼 기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몇 살이에요? "   

 

그러자 나는 남자 아이에게 되물었다.   

 

 " 그러면 너는 나 몇 살로 보여? "   

  

남자 아이는 똘망똘망한 작은 눈으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대답하는 말...  

 

 " 음,,  11살. "  

 

남자 아이의 대답에 속으로는 살짝 기분이 좋았다. 11살로 보이다니,, ^^;;  

나는 이 순진한 아이에게 장난으로 ' 그래, 나 11살이야. ' 라고 대답해줬다.  

 

어쨌든 그 남자 아이랑 1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한순간에 5살의 나로 되돌아가는듯했다.  게다가 남자 아이의 헤어스타일이 나랑 비슷한 퍼머 머리를 하고 있어서 나 혼자서 오묘한 동질감 같은 기분도 느꼈다.    

남자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임에도 기차 타는데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비록 어여쁜 여자가 말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지만 5살 꼬마와의 뜻밖의 만남과 대화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섯 살 아이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큰 숫자가 11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없이 11살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한순간에 '동화책' 이 되어버린 신형철의 칼럼집 덕분에 5살 꼬마의 눈에 내가 11살로 보였을 수도,,,   

 

 

 

 

P.S> 

홍대 북카페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라는 곳이 6월 안으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홍대에 좀 돌아다녀봤다거나 북카페에 드나드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하지만 다른 북카페보다 책이 많다고 보장할 수 없다. 홍대 일대의 북카페에 많이 가본 것도 아니니까.  개업 당시에는 책이 많았었는데 손님들이 허락 없이 가져가는 바람에 책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 책이랑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돌고 도는 거지. 뭐 "  

일반 북카페 사장님 같으면 골치 아픈 손님들을 처리하는데 혈안이 되는 반면에 에코 사장님은 한결 긍정적이시다.    

 

 

확실한 것은 이 곳에 가면 <살림지식총서> 세트를 만날 수 있고, 

에코 사장님답게 이 책 역시 도 소장되어 있다.  ^^   

먼저 북카페에 도착해서 독서모임 일원분들 기다리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아무리 홍대 거리를 많이 다녀본 사람들도 이 곳을 찾기기 쉽지 않다. (독서모임 일원 한 분이 예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동안 헤매다가 지각하기도 했다) 

여기에 간략한 약도와 내부 사진를 넣겠다. 출처는 공식카페http://cafe.naver.com/cafechangbak/ 이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1-05-2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시루스님도 길치인가 봅니다.
제가 그래요. 얼떨결에 잘 찾아간 길을 다음에 찾아가면
꼭 헤메요. 그럼, '그럼 그렇지. 잘 찾을리 있어?'해요.
그 북카페 문을 닫는다니 섭섭하군요.
여기저기 많이 생긴 탓도 있겠지만, 북카페 자체가 수익성이 별로 보장할만한 것이
못되니 그래서인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사람 심리 참 묘해요. 몇 살이냐고 물으면 바로 가르쳐주지 않고
꼭 시루스님 같이 되물어요.ㅋ
실제 나이 보다 보이는 나이가 중요해졌어요.
3년 전 아는 후배가 내 실제 나이 듣고 전혀 그렇게 안 보인다며,
6,7살 어려 뵌다고 하는데 그게 어찌나 섭섭하던지, 겨우? 했다능.ㅋㅋ


cyrus 2011-05-24 0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홍대 북카페에 대한 실정도 들을 수 있었어요.

어렸을 때 나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 안 썼는데 저도 나이를 먹게 되니
상대방이 저를 몇 살로 보이느냐에 대한 것도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더라구요. ^^;;

잘잘라 2011-05-22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흣.. cyrus님 무척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시로군요!
저같으면 꼬마 질문에 그냥 '책 읽어' 라고 했을텐데 '동화책' 읽는다고 대답하시다니!
다시 봤습니다. 그런데.. 대여섯 살 된 남자아이에게 '열 한 살'은 아마 스물 한 살이나 서른 한 살하고 맘먹는 거 아닐까요? 흐흣.. (저 또 분위기 파악 못한건가요? ㅎㅎ)

cyrus 2011-05-24 00:53   좋아요 0 | URL
나중에 깨달았는데,, 포핀스님 말씀대로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ㅎㅎ
이 꼬마가 생각하는 11살이 어쩌면 아버지, 어머니 나이뻘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라구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5-2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는 어릴 때 만화로 보고 어른이 되어 완역본을 봤는데 꽤 재밌더라구요.유령이 나오는 장면에선 어쩐지 슈피리 <하이디>에 나오는 장면과 헷갈리기도 하구요.

cyrus 2011-05-24 00:56   좋아요 0 | URL
저는 완역본으로 펭귄클래식에서 나온걸로 처음 읽게 되었는데,,
두 권짜리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멜로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멜로 소설 이상의
문학적 요소가 담겨져 있어서 인상 깊었어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나 서술 문장들이 대부분 성서나
다른 문학작품들 속에서 인용되더라구요, 그만큼 샬롯 브론테의
독서 수준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인 에어의 심리적 변화에
대한 묘사도 볼만 했었구요,, 특히 노자님이 말씀하시는 제인 에어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하는 장면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1-05-2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주차장 골목 근처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요,
저 위치는 예전에 만화방 위치랑 비슷하네요. 거기 망하고
그 자리에 생긴건 아니겠죠, 설마~. 그런데 6월에 문을 닫는다니 섭하네요.
하기사 요즘 홍대의 회전 속도가 해를 갈수록 빨라져서, ㅠㅠ.

제인 에어를 첨으로 읽었을 때
이게 왜 고전일까 싶었죠. 그때만 해도 좀더 심오한 이야기를 원했었거든요.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20년 만에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요.

cyrus 2011-05-24 00:58   좋아요 0 | URL
만화방이라면,, 마고님의 페이퍼에 언급된 거 본 적이 있는거 같아요.
예전에 자주 갔었던 만화방이라고 했죠? ^^

저는 이런 좋은 곳을 이제야 알게 되어서 아쉬워요, 역시 홍대가
참 좋은 장소임을 분명한거 같아요 ㅎㅎ

언젠간 시간이 된다면 원전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분량이 좀 많아서
그렇지,, ^^;; 저는 <제인 에어> 재미있게 읽었어요.


blanca 2011-05-2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궁화호 입석. 그리고 다섯 살 아이. 이 페이퍼 읽으며 싱긋 웃었어요. 기차를 타고 독서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시루스님의 정열, 젊음도 참 부럽고요. 저는 그 때 정작 중요한 게 뭔지를 잘 몰랐던 것 같은데 님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cyrus 2011-05-24 01:00   좋아요 0 | URL
ㅎㅎ 아직 세상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게 많은 청년이랍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일을 하고 있을뿐이에요. ^^

2011-05-24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카페, 가보고 싶군요. 햇빛 들어오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놀고 싶어요.
그러나 너무 많이 먼 곳!
세상이 저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하고 멀리서 상상만 해야 하는 일이 참 많아요.^^

cyrus 2011-05-25 10: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섬님 ^^

오늘 같은 날씨 좋은 날에 가보면 참 좋은 장소입니다. 항상 독서모임차
서울에 가게 되면 느끼는거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저로써는 이런 좋은 곳에
자주 못가서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답니다. ^^

2011-05-25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5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5-2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테이블이 죄다 침대로 보여요.ㅋㅋㅋㅋ 피곤해.. [제인 에어]가 두꺼웠던 것 같긴 한데 세 권이라니 우웩; 그냥 파란만장 테스의 일대기였던 걸로 기억나는데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민음사 좋아하는데 펭귄은 웬지 친해지기 어려워요. 번역에 크게 구애받을 정도로 날카롭거나 민감하지 못하지만 신경쓰여요,ㅋㅋ 저희 집엔 고딩 때 들여논 전집에 있어요, 이거.ㅋㅋ

cyrus 2011-05-26 22:37   좋아요 0 | URL
실제로 들어가보니까 구조가 독특하더라구요, 펭귄클래식으로
나온거 원래 두 권짜리인데 나머지 한 권은 원서랍니다. ^^

아이리시스 2011-05-27 01:32   좋아요 1 | URL
제가 미쳤었나 봐요. 테스의 일대기래요, 어쩔; 저는 [제인 에어]도, [테스]도 다 가지고 있고 예전에 다 읽었어요. 흐흐. 근데 시루스님은 왜 가만 계시는 건데요? 저 누나 잠이 모자라구나 뭐 그런 거였어요?ㅋㅋㅋ

cyrus 2011-05-27 15:43   좋아요 0 | URL
ㅎㅎ 어젯밤에 이 글 쓰고 있을 때 취기가 있었는데,, 저도 몰랐어요.
이제 학교 축제도 끝났겠다,, 슬슬 기말고사 공부와 레포트 준비해야겠네요.
-_-;;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 꿈을 향한 도전 ' 에 매료된 대한민국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열정’ 이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면접관은 구직자에게, 광고는 소비자에게 ‘ 당신은 과연 열정적으로 살고 있느냐.’ 고 물어본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취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입사 면접은 물론 ‘슈퍼스타 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그렇다.  ‘열정적으로 부딪치면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 는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대표적 논리로 통하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꿈’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끝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청자들 역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게 만들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그 어떤 조건보다 도전자가 가진 ‘재능’ 과 ‘열정’ 과 ‘노력’ 의 크기로 평가되면 큰 사랑을 받았으며 유사 프로그램들도 양산되고 있다.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과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인 ‘신입사원’ 등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 외에도 '성공신화' 오페라 가수 폴 포츠를 탄생시켰던 영국의 브리튼 갓 탤런트를 표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에도 나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평범한 대중, 특히 젋은 세대들에게  ‘꿈을 향한 도전’ 이라는 열망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정이라는 또 하나의 본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단순히 꿈과 열정만 가지고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어제 스승의 날을 맞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특강하게 되었는데 김 총리는 그 날 특강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 꿈, 열정, 사랑의 정신으로 G20 세대인 학생들이 선진 인류국가를 향한 대한민국의 희망이 돼 달라" 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세계의 찬사를 받는 중심국가로 도약했다면서 학생들의 무대는 국내가 아닌 세계무대라고 강조하였다.   

'열정' 이라는 단어 속에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에 대한 열정은 충분한 보상을 필요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열정의 정신만 가지고도 G20 세대들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무대까지 주름 잡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말이야 정말 쉬워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직업으로 삼는다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이니까.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는 사회, 정말 좋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젋은 청춘의 세대들이 열정만 가지고 희망의 씨앗을 틔우기에는 너무나 척박하다. 

  

 

  열정의 미학화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작년에 슈퍼스타 K2에 허각이 우승하여 대중들로부터 이목을 끌었던 무렵에 정치인들 사이에서 '너도나도 허각처럼' 될 수 있는 공정사회를 외쳤던 적이 있었다. 특히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던 대정부 질문 중에 한나라당 소속 홍일표 의원은 허각의 등장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며 불공정에 지친 국민들에게 공정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하였다.  

홍 의원은 허각을 앞세워 공정사회의 화두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여기서 이 글에서 말하고자하는 열정을 강조하는 사회의 문제점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환풍기 수리공' 허각의 성공 스토리는 성공에 목말라 있던 대한민국 젋은 세대들에게는 자신도 허각처럼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단비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젋은이들은 노래실력을 가지고 성공한 허각을 통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꾸준히 노력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실현시키고 싶어했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 성공을 위한 프로세서의 유형은 비단 허각의 등장에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해찬 前 국무총리가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에 주장한 '하나만 잘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 ' 는 평등교육을 표방하기 시작할 즈음에 게임 실력만 가지고 대기업 임원 못지 않는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등장이 겹치게 되면서 많은 학생들과 청년들 사이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하여 성과를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무모하게 하나만 가지고 매달렸던 학생들과 청년들이 맞닥뜨린 진짜 현실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사회였다. 일명 '이해찬 세대' 라고 부르던 젋은이들은 거대한 경쟁 사회 시스템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눈여겨 봐야할 점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활동하던 시절이나 제2의 허각을 꿈꾸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에는 공통적으로 젋은이들 사이에서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이 아름답게 포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면서까지 젋은이들이 성공을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부으면서 하고 있는 작업의 행위들이 '노가닥' 즉 노동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시나리오 작가 故 최고운 씨와 인디음악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꿈을 자본주의가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도 영화의 꿈을 안고 충무로로 들어온 젊은이들은 '돈보다는 경력이 중요하다' 는 논리에 임금 한번 받지 못한 채 날을 새며 일하고 있으다.  게임을 좋아하는 젋은이들은 스타리그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바라면서 24시간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다. 과연 이 수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제2의 박찬욱, 제2의 택뱅리쌍이 몇 명이나 나올 수 있을것인가?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게 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열정이 부족했음을 느끼면서 스스로 '루저' 가 되고 반면에 경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은 공장의 기계처럼 열정을 권하는 사회 속에서 열정을 바쳐야하는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열정 노동의 등장  

열정이 노동이 되어버린 오늘날, 청년들은 자신의 열정이 노동이 되고 있는지 모른채 다음과 같은 귀납법적인 프로세서를 형성하게 된다.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2) 그러므로 나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3) 고로 나에겐 노동자의 권리가 필요 없다.    

 - 한윤형, 최태섭 외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p 186 -

  

이렇다보니 열정이 곧 근면, 성실함이라고 생각하는 젋은이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열정이 가져다주는 성공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산업의 노동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리고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 열정이 부족하다고 자신 스스로 반성해야했다.

열정 노동이 우리나라에 등장하게 되는 시점은 IMF와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1990년대 이후의 상황에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만이 신지식인이다.’, ‘영화 한편이 자동차 몇천대보다 낫다.’ 등의 논리를 펴며 산업 구조를 대폭 재편했고 동시에 고용의 안정성을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빈자리를 채우려는 수단의 일환으로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 경영하라.’ 는 식의 탈노동자화가 장려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수용하여 한국적으로 변신하게 된 신자유주의는 직업에 관계없이 열정적으로 한 우물만 파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만들었다.  ‘유연화’ 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노동시장 재편은 ‘더 많은 해고’ 의 자유를 기업에 주었을 뿐 노동자들의 현실은 갈수록 나빠졌다. 자본이 열정을 동원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자본은 ‘꿈을 좇으라’는 구호를 유포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근면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꿈을 좇아 나선 청년 노동자들이 결국 마주치는 것은 ‘노동 의 유연화’ 의 결과 비약적으로 늘어난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으로의 편입이었다.  자신의 열정이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다가 한순간에 비정규직 인생으로서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열정이 죽어버린 대한민국 사회     

제도화한 열정은 20대들을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있다. 열정노동은 힘들다 토로하는 20대들에게 기성세대들은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  ‘그 정도 열정이 없어서야…’ 라고 자극하며 끝없이 일하라 한다. 열정을 뒷받침된 근면과 노력은 성공을 위한 미덕이 되어버려 세상 물정 모르는 젋은 청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면서 열정을 매개로 개인의 노동력을 시장 경쟁에 편입시키는 ‘열정 노동’ 의 세계에서 실패는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된다.   

그렇다면 열정 노동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견고한 체제로 이루어진 제도화된 구조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서야 열정 노동의 구조를 비판한다하더라도 열정이 성공을 위한 미덕이 되어버린 지금, 상황을 극복하기가 어렵기만 하다.  지금도 수많은 젋은 구직자들은 여러번 대기업 면접 심사를 통해서 자신의 '열정' 을 강조하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그 '열정' 은 도서관에 틀어박혀 앉아 정작 좋아하는 일과 관련이 없는 각종 자격증, TOEIC 공부에 한창 쏟아붓고 있다.  경쟁 사회 속에서 만약에 조금이라도 '열정'적인 자세가 보이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쳐진다거나 죽을 때까지 평생 하류 사회 속에서 살아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듯, 젋은 세대들은 열정 노동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학교에서는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에 나오는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면 성공할 것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오늘날로서는 개미처럼 단순무식하게 성실함의 노동을 강조하다가는 정작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열정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의 열정은 한낱 노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정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서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면접관의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 평소에 하지 않은 생각과 행동들을 자신의 열정이라고 포장해야 한다.  그리고 열정이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라는 극명한 결과로 나뉘어진다.

이렇듯, 경쟁과 지본이 우선시되는 탐욕에 점칠된 사회구조 속에서 수많은 젋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열정은 본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쉰P 2011-05-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대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꼭 읽고 싶다고 찜 해둔 책이에요. ^^ 다른 말로 하자면 젊은이들의 꿈에 빨대를 꼽아서 쭉쭉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지금 사회의 존재들이 문제죠. 열정을 가지고 일 했다가 완전 배신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읽고 싶은 책입니다. 조만간 저도 쓰고 리뷰 도전할려구요. ^^
cyrus님은 절대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먹이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가서 일하지 마세요. ^^ 반드시 말이죠!!

cyrus 2011-05-16 12:31   좋아요 0 | URL
이 책,, 예전에 읽었던 엄기호 씨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이 많이 떠올렸어요. 그동안 우리 세대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보이지
않은 사회현실의 부정적인 구조를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 여건이 되지 못해서 한편으로는 읽는 내내 막막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요,, ^^;;

마녀고양이 2011-05-1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이제 사이러스님이라 부르던 고집을 버리고, 타인들처럼 시루스님으로 부를게염. 홍홍. (시루떡 생각나서 맘에 안들고, 한국식 영어 발음같아 싫지만~)

훌륭한 리뷰네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인 면에서 다른 시각을 가진 부분이 있답니다.
일단 '열정'이라고 말하는 분야가 너무 한정되어 있고, 감각적인 부분이 많다는거죠.
끝없는 인내심이나 노력, 타인의 찬사가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젊음의 '열정'이 없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전제한다는 자체가 문제라 생각합니다.

끝없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상위권 클래스에 든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 부각.
하지만 지루하고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분야는 어떻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좀 더 반짝이지 않는 분야의 행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도 들구요.

물론........ 열정이기에 제대로된 노동권이 형성되지 않은 것은
이슈화되고 비판받고 수정되어야 마땅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본 전제 조건이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어떻게해도 부작용이 만연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한주되시구요~

cyrus 2011-05-16 12:40   좋아요 0 | URL
제 글에서 언급하지 못했는데 책에서도 마고님이 지적하신대로 열정을 전제하는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저자도 인정을 했어요.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정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직업군이 서비스 종사자(네일아트), 프로게이머, 영화 관련 종사자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어요.

사실 이 책 읽으면서 염려되는 부분이 저와 같은 젋은 또래나 저보다 나이 어린 독자들이 읽을 때 열정이 포함되어 있는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저 스스로 생각해봅니다. ^^;;

저는 아직도 열정이 담긴 노력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창년이거든요 ^^

노이에자이트 2011-05-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8년에 대학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이른바 IMF세대...이들이 이제 30대 중반을 넘기고 40이 가까와 오고 있습니다.이들이 지금의 20대와 세대적인 공감을 가질까요? 참 궁금합니다.

cyrus 2011-05-16 12:42   좋아요 0 | URL
그들도 이제 어느덧 기성세대로 접어들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기성세대로 접어들었다면 오늘날 세대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들어요. 정말 우리 사회에는 세대 간의 대화와 공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5-16 17:03   좋아요 0 | URL
친구가 되어야 공감하는 마음이 생길텐데 우리나라 처럼 나이가 다르면 위계질서를 적용하니 세대 간 공감지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참 문제입니다.

네오 2011-05-1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읽었습니다~

cyrus 2011-05-16 12:42   좋아요 0 | URL
긴 글인데 읽어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은빛 2011-05-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읽었지만, 한윤형씨가 저자에 들어가있어서 관심 갖고 있던 책입니다.
이 글 읽으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조금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네요.
어쨌거나 한번은 읽어줘야 할 책인 것 같네요.

cyrus 2011-05-16 12:45   좋아요 0 | URL
벌써부터 이 책에 대한 감은빛님의 리뷰가 기다려지는데요(무언의 압박^^;;)
오늘날 세대와 기성세대들이 이 책을 동시에 읽게 된다면 어떤 의견이
나올게 될까요? 감은빛님이 언급하신 생각이 다른 부분이 어떤건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