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성적표 공개

 

오늘 1학기 성적 석차가 발표되었다.  

열심히 공부한만큼 성적은 목표를 두고 있었던 점수보다는 나오지 못했지만 다행히 학과에 소속된 2학년 학생 41명 중에 2등이라는 조금은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종합 평점은 4.08  

간신히 4점대 영역을 넘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이 점수만으로도 장학금은 물 건너 간 줄알았는데 2등 할 줄이야...   사실 등수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에 대해서 약간은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대로 시험을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특히 6과목 중에 정말로 열심히 공부한 행정학이 B학점이라는게 옥의 티이다.  아무래도 전공이 행정학이고 과목 특성상 행정학에 대한 기본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라서 이 과목만큼은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A+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복학하기 전에 미리 복학을 한 선배와 동기들에게 전공과목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S 교수님의 행정학 수업을 듣지 말 것을 권하였다.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며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점수를 잘 받아봤자 B라는 것이다.  그리고 A+은 많아야 두, 세 명 정도 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어떤 이는 S 교수님이 담당하는 수업 자체를 피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학년 전공과목인 행정학 수업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다. 4년 전에 S 교수님으로부터 1학기에는 행정학원론, 2학기에는 행정학각론이라는 전공기초과목을 수강했는데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분의 강의 스타일 그리고 시험문제와 과제 유형 그리고 수업시간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들을 날카롭게(?) 파악하는 평소의 학습 스타일을 고려해서 A+를 받기 위해서 나름 전략적으로 공부하였다.  

학습 방법은 분명히 좋았다.  주위 친구들도 내가 행정학 과목 1등 후보로 지목할 정도였다. ^^;;  

하지만 기말고사 점수가 중간고사 점수보다 낮게 나오는 바람에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게 되었고  만점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과제 점수는 20점 만점에서 10점, 그것도 과제 점수 중 꼴찌라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성적을 받아야했다. 

기말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온 것보다는 과제 점수가 만점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 컸다.  

이번 학기 과목을 포함해서 그동안 수강했던 과목의 과제 점수가 만점이었고 비록 한 개의 과제이지만 각종 신문기사를 인용하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건만 꼴찌나 다름없는 행정학 과목의 과제 점수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평소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나로써는 이번만큼은 과제 점수에 대해서 교수님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성적이의제기를 해봤자 성적을 올려 받아서 득을 본 학생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성적이의제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교수님에게 과제 점수의 불만에 대해 설명하는지도 몰랐던 것도 있었다.   무턱대고 낮은 점수에 대한 불만을 가진 채 이의제기를 하게 되면 자신이 왜 이런 점수를 받게 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하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 학생들은 상대평가에 따라서 받게 된 점수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자신의 점수가 못마땅하게 느껴지게 되고 성적이의신청기간만 되면 평소에 말도 걸어보지도 않은 교수님에게 전화를 한다거나 이메일을 보낸다. 

나는 점수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과제 내용을 훑어봤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과제 초안을 여러번 꼼꼼히 보고 있지만 이 과제 내용이 왜 10점을 받아야하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의제기를 떳떳이 할 수가 없었다.     

   

   

  Scene #2  시험 컨닝보다 더 심각해진 학점 흥정

예전에는 시험 기간만 되면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것이 대학교 시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 컨닝에 관한 것이다.  

대학교 학부생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들 중에 분명 한 번은 컨닝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정 학과에서 전해내려 오고 있는 전공 교수님 시험 족보보다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기상천외한 컨닝 방법이다.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4년 전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친분이 있는 선배에게 그 때 당시 선배가 배우고 있던 전공과목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번 1학기 때 배웠던 행정통계론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선배는 자신이 배우고 있는 과목과 교수님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 동기는 다른 선배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 선배, 대학교 시험에는 대부분 컨닝한다던데,,  교수님에게 걸리지 않는  

   컨닝하는 비결이 있나요? " 

 

그런 질문을 받은 선배는 당연하다는듯이 자신의 컨닝 노하우를 전수하였다.   컨닝 비결을 선배에게 물어본 그 동기는 지금도 시험을 치게 되면 항상 작은 컨닝 페이퍼를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후배에게 컨닝 노하우를 전수받은 선배는 졸업반 4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컨닝 페이퍼를 애용하고 있다.  

 

대학교 내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컨닝이라는 불법 행위가 너무 쉽게 용인되어서 시험 기간만 되면 시험감독이 되어야하는 교수님들이 혼자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에는 감당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제는 시험 기간이 끝나도 교수님들은 쉴 겨를이 없이 피곤하다.  성적을 종합적으로 산출하고나면 학생들이 수도 없이 교수님들에게 학점을 올려달라고 이의제기, 즉 흥정을 하기 때문이다.

 

[‘학점 흥정’에 교수들은 괴롭다]

동아일보  7월 13일자


 

 

교수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시험 컨닝, 과제 무단 도용 및 표절이다.  특히 과제(레포트) 표절은 지금도 모든 대학 교수님들이 골치 아파하는 학생들이 저지르는 심각한 문제이다.  지금도 과제를 대신 써준다거나 적은 가격으로 논문이나 과제를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운영된다. 단 몇 백원만 구입만 하면 과제는 5분만에 끝낼 수 있다.  학생들은 나름 좋은 내용의 과제를 구입하여 자신이 쓴 것처럼 이름만 살짝 바꿔 제출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적 이의제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인터넷에 소개될 정도이니 학점 흥정도 교수님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대학교 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Scene #3  시험지가 도난당하게 된다면,,,?

학점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시험을 치뤄지면 부정 행위가 발생하게 되고 학생들에게는 컨닝이 좋은 성적을 쉽게 얻을 수 있는 ' 악마의 유혹 ' 이다.   

몇 년 전에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휴대폰 문자를 이용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수험생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대학수학능력은 수험생들이 다니게 될 대학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입시제도이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 시즌이 다가오게 되면 수십명의 출제위원이 한 달동안 합숙하면서 시험문제를 만들기도 하며 시험 전날에 박스로 단단히 밀봉한 시험문제지가 전국의 각 시험 고사장으로 배송될 정도로 그야말로 시험문제가 국가적 일급 기밀이다.   

예전에 수능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던 교사가 자신의 아들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일부러 시험문제를 알려줘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있었지만 만약에 대학수능 시험문제지가 감쪽같이 도난당하거나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자못 흥미로우면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단, 명탐정 셜록 홈즈라면 이런 사건에 대해서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은 홈즈와 왓슨 박사가 활약하는 내용을 담은 단편소설집을 남겼는데 그 중에 1905년에 발표된 <셜록 홈즈의 귀환(The Return of Sherlock Holmes)>에 수록된 총 13편의 단편 중에 [세 학생]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소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 날 치뤄지게 될 그리스어 시험문제지가 교수의 개인 연구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되면서 홈즈와 왓슨 박사가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  홈즈는 교수의 증언과 사건 현장인 교수의 연구실 내부를 관찰한 결과를 종합하여 그리스어 시험문제를 훔친 용의자를 곧 그리스어 시험을 치룰 예정이었던 세 명의 학생으로 압축하게 된다.  

셜록 홈즈을 열광하는 셜록키언에게는 이 단편소설이 다른 작품보다 비중 있게 조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홈즈의 뛰어난 추리력과 관찰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에피소드이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에서 다음 날 곧 치뤄지게 될 그리스어 시험과 시험 용의자 후보로 선상에 오른 학생들의 묘사가 흥미롭다.  

특히 용의자 후보인 세 학생 중에 마일즈 맥랄렌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시험지 도난 사건과 관련되어 유력한 용의자 후보로 거론되었다. 그 이유는 과거에 컨닝 때문에 퇴학당할뻔한 좋지 않은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홈즈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기숙사에 위치한 그의 방을 방문하려고 하자 마일즈 맥랄렌은 내일 그리스어 시험이 있아서 아무도 만나기 싫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세 명의 용의자 후보인 학생들에게 그리스어 시험은 정말 중요하다.  이 시험에서 합격을 하게 되면 졸업할 때까지 학비 일체를 대주는 장학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명의 학생이 당연히 그리스어 시험 문제지 도난 사건과 관련하여 용의자 후보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그 중의 한 명은 성적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나머지 충동적으로 시험지를 훔치게 된다.

 

  

  Scene #4  대학생들만의 숫자, 학점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른들은 숫자에 애정을 갖고 있다.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면 그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물어보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 말이다.  

" 그 애 목소리가 어떻든? "   . "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  . " 그 애도 나비를 수집하니?" 

오히려 이런 것들만 물어본다. 

" 나이가 몇 살이니? " , " 형제는 몇 명? " ," 그 애의 아버지는 월급을 얼마나 받니? "  

그런 것들을 알고 난 다음에야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그 사람의 가치를 내면의 정신이나 성품 그리고 노력과 같은 행위를 먼저 보는 것보다는 정확히 수치로 산출할 수 있는 결과만 따지고 평가의 잣대로 사용한다.   특히 그 사람의 재산이 얼마 가지고 있으며 그가 살고 있는 집은 몇 평이냐 따져봄으로써 그 사람이 잘 사는지 못 사는지 자가 결정한다.    

재산을 1억 넘게 보유하면 되고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100평대의 집에서 살면 상대방은 당신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면서 우러러 보게 된다.   그리고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  무조건 평점은 3.0 정도는 넘어줘야 하며 TOEIC 기본 점수는 717점이 되어야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숫자의 단위가 높으면 되며 모든 것은 숫자의 수치에 따라 그 가치가 좋으냐 안 좋으냐 판가름하게 된다.

  

오늘 예비군 훈련을 하게 되어서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대부분 나에게 건네는 첫 마디. 

 " cyrus야, 시험 평점 얼마 나왔어?   , " 너, 석차 몇 등 나왔냐? "  

남 성적 알아서 뭐 하려고,,,   학점이 잘 나오면 열심히 공부한 노력의 과정을 칭찬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학점이 못 나오면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을 못 쳤다고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 수군거리는 것이 상대방 시험 점수에 대한 그들이 느끼는 극명한 반응들이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장학금을 받아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고, 그리고 좋은 직장을 다니기 위해서 지금도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또는 정성들여 컨닝 페이퍼를 작성하기도 한다.   

학점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성공적인 학교 생활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되어버렸다.좋고 나쁜 과정을 선택하든간에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결국에는 상대방이 나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점은 대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평가하는 단위일뿐이다.   학점이 높다고해서 그 학생이 성공적인 학교 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여 자신이 좋아하던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였으며 앨런 그린스펀 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대학생 시절에 경제학 점수가 형편없을 정도로 교수들 사이에서는 형편없는 실력의 학생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학점이 낮다고해서 섣부르게 인생이 끝났다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왜 자신의 학점이 낮은지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의 학습 전략에 대해서 반성하여 다음 시험에서만큼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나올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더욱 자극하여 도전 의지를 형성해줘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노력에서 얻은 결과는 참되고 값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부를 해야하는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고 이를 영양분 삼아 좋은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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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07-1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한학기 동안 수고하셨어요 궁디퐈오파포포퐝
이제 진짜 방학인가요?? 열심히 공부한만큼 열심히 놀아야죠 ^^

cyrus 2011-07-14 21:08   좋아요 0 | URL
대학교 방학 기간이 짧아서 이번 기회에 많이 놀려고 해요 ^^

Forgettable. 2011-07-1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대학생이셨군요. 어쩐지 대학원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ㅎㅎㅎ 페퍼를 정독안했나봐요^^;;
열심히 하신만큼 방학땐 즐겁게 지내시길!!!

cyrus 2011-07-14 21: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Forgettable님 ^^
올해 복학한 대학생이에요. 축하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1-07-14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은 이런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해서 신기하고 놀라워요!
그동안 열공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cyrus 2011-07-14 21:1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자녀분들 순오기님처럼 책 많이 읽으실거 같은데요 ^^

굿바이 2011-07-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
제 성적표는 아니지만 보기만해도 좋은데요^^
이제 방학인가요? 뭐든 신나고 알차게 보내세요~!

cyrus 2011-07-14 21:16   좋아요 0 | URL
네, 격하게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7-1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저런 성적표를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어요 대단!

cyrus 2011-07-14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마녀고양이님처럼 올 A+ 성적표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

다락방 2011-07-1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한 성적이네요. 저는 저런 성적표는 구경해본 적도 없어요. 제 친구들도 다 저랑 같은 성적을 받는 아이들이어서..전 대학시절 내내 A를 한번도 받아보질 못했는데 진짜 대단하시네요. 마음같아서는 제 성적표도 올려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학사경고 받았던 그때, F 다섯개 D 세개였던 바로 그때의 성적표를 말입니다.

그냥 지나갈 수 없게 하는 성적표에요.

cyrus 2011-07-14 21: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

사실은 저희 과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
다른 학과에 저 성적이라면 10등 안에 들어가지도 못할껄요.


stella.K 2011-07-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훌륭한 학생이세요.
그 와중에도 이처럼 좋은 책도 소개시켜주시고.ㅋㅋ
저 학교 땐 감히 상상도 못한 광경이어요.
어디 감히 교수님한테 학점 흥정을 합니까.ㅜ
요즘 학생들 적극적이어서 좋긴한데
그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걸 어쩌겠습니까?
학점 안 좋으면 취직이 안 되는 걸...참 씁쓸하네요.

그래도 뭐 시루스님 2등이면 아주 잘한 거죠.
원래 1,2,3등중 2등이 가장 없어 보이는 등수라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죠. 2등도 훌륭합니다.
장학금 받을 수 있으면 된 거지.
축하해요.^^


cyrus 2011-07-14 21:23   좋아요 0 | URL
제가 1학년 때는 컨닝이 심했는데,, 요즘은 컨닝보다는
학점 흥정이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문제이더군요.
그래서 수업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교수님들이 대부분은
자신은 학점 흥정뿐만 아니라 학점 이의제기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미리 학생들에게 알려주기도 해요. 괜한 흥점 때문에
정작 이의제기마저도 허용되지 않아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7-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고생하셨어요! ^^

시루스님도 저처럼, 술수에 대한 강박이 있으군요. ㅋㅋ. 고생하시겠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다 생각합니다..) 저희 학교의 동아리 주요 과제가
인터넷으로 출제되는 퀴즈 같이 풀기랍니다. 그것때문에 저는 결국 탈퇴했잖아요.
영..... 기분이 별로인지라, 욕도 먹으면서 탈퇴를.

여하간, 멋지세요!

cyrus 2011-07-14 21:26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마고님처럼 A+ 많은 성적표 받아보고 싶었는데,,
그런 성적표 나오는게 쉽지 않네요 ^^;;

그런데 동아리 과제가 어떻길래 탈퇴하셨나요??

마녀고양이 2011-07-16 01:03   좋아요 0 | URL
저희는 사이버 대학이잖아요.
1-2주에 한번씩 퀴즈가 나오는데, 이게 성적 반영되는거거든요.
그랬더니 모여서 풀어서 만점 받기 대작전을 하더라구요.
제가 속이 좁아서, 그런건 잘 못 참거든요,, 꿍수 같은거요~ ㅎㅎ

감은빛 2011-07-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한 성적표네요!
저는 늘 선동렬 방어율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던 터라,
어떻게 하면 저런 숫자가 나오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 목표는 오로지 학사경고를 피하는 것이었죠.
D만 받아도 좋으니, F만은 면하자. 뭐 이런거요. ^^

그나저나 요즘은 학점흥정이란 걸 한다니 충격적이네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한다니!

시루스님의 전공선택 중에 제 전공과목이 있네요. ^^

cyrus 2011-07-20 00:13   좋아요 0 | URL
예전 대학교 학점에는 D가 있었군요. 위에 다락방님도 D 받았다고
하셨던데,, ^^;; 요즘 제 또래들도 F만은 면하자는 식으로
공부를 하더군요 ㅎㅎ F 받으면 또 수업을 재수강해야되니까요.

교수님들이 수업 첫 시간 전에 학점흥정을 절대로 안 봐준다고 누누이
강조하시던데,, 얼마나 심각했으면 첫 수업부터 방어적인 자세로
나올까요? 학점흥정을 해서 성적이 올라가면 꼭 누군가는
떨어져야하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학점흥정하는 사람 보면
못마땅합니다. ^^;; 그런 사람 때문에 정작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받은 사람만 억울하게되니까요.

알로하 2011-07-2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성적 좋으시네요! 대학원생이신줄만 알았어요. 공부 잘하실 줄은 알았지만!^^ㅋ

cyrus 2011-07-26 16:3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알로하님. 닉네임이 참 이쁘시네요 ^^
올해 복학하고 이제 2학년 1학기 마쳤습니다. ㅎㅎ
 
벚꽃동산 열린책들 세계문학 22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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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님의 썰렁한 농담

예전에 어느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청취자의 재미있는 사연을 듣게 되었다.  

사연을 보낸 사람이 평범한 회사원인데 회사 과장님의 하이 개그(?)에 맞춰 억지로 웃는 게 힘들다는 것이었다.  부장님 입장에서는 회사원들에게 친숙함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거좋은 경영 분위기 형성을 위해서는 유머가 필수이다. 그래서 유머도 경영 리더들이 갖추어야하는 능력중 하나이다.  

그런데 부장님 개그가 얼마나 재미 없고 유치하길래 이런 사연까지 보내게 된 것일까?  만약에 부장님이 이 사연을 라디오로 듣고 계신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나,,,

사연 내용에 의하면 부장님의 유머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면서 하소연을 하였다. 과장님의 유머 실력에 대해서 상황과 분위기를 파악하지 않은채 재미있지 않은 유머를 막 던진다고 표현하였다.  대놓고 지적과 비난은 하고 싶지만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분이기에 욕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웃을 수도 없다.  정말 나라면 청취자와 같은 곤란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부장님 비위 맞추기가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에 어느 캔커피 광고에도 이런 유사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은가.  회사 과장이 차태현에게 ' 커피를 자주 마시면 코피 나 ' 라고 썰렁한 농담을 날려주신다.  그러자 차태현은 과장님의 어이없는 유머에 재미있다는듯이 웃어대지만 과장이 사라지자 얼마 안 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만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지금도 부장님 앞에서 억지로 웃어야 하는 회사원 청취자 말고도 현대인들도 가끔 이런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백화점이나 호텔, 레스토랑에 일하는 종업원들은 그 회사의 얼굴이기도 하다. 고객 앞에서 좋은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얼굴에 웃음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만약 오늘따라 몸이 너무 안 좋다거나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하고난다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절망적인데도 직업의 특성상 그들은 많은 고객 앞에서 밝은 웃음을 유지해야 한다.  

 

비단 서비스에 종사하는 종업원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요즘에는 쿨(cool) 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도 실연의 아픔에 절망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 듯이 생활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쿨하다고 말한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면 마음속으로 불편하고 힘들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상대방에게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둔다.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이 태연한 척 하는 것은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물론 방어 기제는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병이 되고 만다.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억지로 웃어야하는 ‘스마일마스크 증후군’ 으로 발전하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두통, 불면증이 나타난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정신적으로는 삶에 대한 의욕감이 떨어져 결국에는 우울증에 걸리게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것이다. 
  

 

  쿨 하지 못해 미안해

체호프의 희곡에서도 정신적인 외상을 입은 인물들이 등장한다.『벚꽃동산』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막다른 골목에 있으면서도 쿨한 척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부유한 재력을 자랑했지만 낭비벽 때문에 궁핍해진 벚꽃동산의 지주인 라네프스까야
부인은 돈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파티를 벌이거나 구걸하는 농부에게 금화를 주는 등 허영심 가득한 생활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그녀의 오빠 가예프 역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자립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으며 벚꽃 동산의 부가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인간이다. 상인 로빠힌이 이 동산이 경매를 통해서 소유권이 자신에게 넘어간다고 말을 하자, 가예프는 이 곳이 백과사전에도 등재된 곳이라고 내세우면서 끝까지 땅을 파는 것을 거부한다.  여동생은 오빠의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동산을 팔아넘기는 것에 반대하고 나선다. 역시 그 여동생의 그 오빠이다.  

 

두 자매에게는 벚꽃동산은 과거의 화려한 시절로 상징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도 궁핍한 현실로부터 피폐된 심리 상태를 안정시켜주는 그들만의 세계다. 그러나 결국 벚꽃동산이 로빠힌의 소유로 넘어가면서 자매와 그들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은 동산을 떠나게 된다.  

 

이들은 동산을 떠나면서도 쿨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뜨로피모프라는 인물의 대사를 보면 그가 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기 보다는 그에게 동전 한 푼이라도 주고 싶은 동정심이 들게 된다. 

 


  로빠힌  (그를 껴안는다) 잘 가시오. 여러 가지로 고마웠소.  

               필요하다면 여비를 줄 수도 있는데.

  뜨로피모프 뭐 하러? 필요 없습니다.

  로빠힌  동전 한 푼 없을 텐데.

  뜨로피모프  고맙지만, 있습니다. 번역료 받은 게 있죠. 여기 이 주머니 안에.  

                    (걱정스러운 듯) 그런데 내 덧신은 어디에 있지!  

 


  (중략) 
  

 

   로빠힌, 지갑을 꺼낸다.  

 

 

  뜨로피모프  그만두시오. 그만두라니까..... 나에게 2만 루블을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오.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오. 당신들, 부유한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당신들 모두가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나에게는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솜털같이 하찮을 뿐이요. 당신네들 없이도 나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네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말이오. 그렇게 나는 강하고 당당합니다. (하략)

 

  - 체호프『벚꽃동산』(구판, 미스터 노 세계문학) 4막 p 256~257 -

 

뜨로피모프는 자신의 덧신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자기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인생의 루저(loser)임에도 불구하고 처량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알량한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다.  

 

더욱 더 가관인 것은 자매의 모습이다.  동산을 팔고 난 뒤에 반응이 180도 달라진 문제투성자매들은 너무 쿨 한 나머지 희망에 고무찬 '자뻑' 에 빠지고 있다.  예전에 동산이 파는 것을 강하게 거부했던 가예프는 동산을 팔고 나자 모든 것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동생은 오빠의 말에 옆에서 장단을 맞춰 준다.  라네프스까야 부인은 이번에 동산을 팔게 됨으로써 과거에 화려했던 행복한 시절이 다시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희곡이 결말에 이르게 되면 무대 위에는 '자뻑' 자매만 남게 되는데 방금 희망에 한껏 고무되었던 활기찬 모습은 사라진다.  자매는 서로 껴안고 조용히 흐느낀다.  자매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엔딩 장면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마음껏 울어보지도 못하고 겉으로는 쿨 한 성격의 스마일 맨이 되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비극배우

이 책은『벚꽃동산』이외에도 체호프의 다른 희곡 작품들도 수록되고 있다. 특히 책 속의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도『어쩔 수 없이 비극 배우』라는 짤막한 단막극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똘까초프라는 어느 가장과 그의 친구 무라슈낀이라는 두 인물만 등장한다. 똘까초프라는 사람은 관리라는 직업 생활과 가정생활에 너무 지쳐서 우울증에 걸린 나머지 미쳐버리는 인물이다. 똘까초프는 무려 5페이지에 걸쳐서 친구 무라슈낀에게 자신의 힘든 것들을 하소연한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런 비극적인 생활을 동정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똘까초프의 긴 사연을 들은 무라슈낀의 반응은 시답잖다.  똘까초프의 말에 대답해주는 말은 고작 ‘동정하네’. 단 한 마디였다.  

 

똘까초프가 진짜로 미쳐버리게 되자 겁에 질린 무라슈낀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절망적인 단막 웃음극은 막을 내린다. 일상생활이 쪼들리다가 결국엔 미쳐버린 똘까초프가 불쌍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해결해줄 거 같은 쿨 한 모습을 보이다가 마지막에 겁에 질리고 마는 무라슈낀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엔딩이다.  불행하고 슬픔에 빠진 똘까초프 코믹한 무라슈낀이나 결론은 두 명 다 어쩔 수 없이 비극배우였던 것이다.  

 

 

체호프의 희극 제목대로 어쩌면 인간은 삶이라는 커다란 연극 무대 위에서 어쩔 수 없이 정신적인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비극 배우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긴채 스마일 맨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처럼.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웃음의 가면을 벗어 던져야 한다. 이제 힘든 일에 대해서 쿨 하지 못하다고 해서 더 이상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함께 치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과 친구들이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모습도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마음의 고통을 견디면서 항상 슬퍼야만 하는 비(悲)극 배우가 되지 말자.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활기찬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희(喜)극 배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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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2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회사에서 너무 웃는 표정을 짓느라
볼 근육이 뭉쳤던게 생각나는데, 대체 제가 그렇게 웃을 일이 없을텐데 언제 그랬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웃느라 볼 근육 뭉치는거 너무 아프잖아요.. 그때는 정말 가식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구요. ^^

제 친구는 'cool' 이라는 용어를 너무 싫어했습니다. 한국인같지 않고 인정머리 없다나 머라나 그러더군요. 우리 민족은 욱 하지만, 속내를 제대로 표현하거나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이해시키지 못 하는 면이 더 강한 듯 합니다. 저만 해도, 제 속내를 너무 많이 비추면 엄청나게 창피하고 화끈하거든요, 그게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말이죠. ㅎㅎ

cyrus 2011-07-13 20:54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쿨하다는게 좋은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는것도바도 더 힘든게
쿨한 척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저도 왠만하면 저의 속마음을
남에게 표현하려고 고치는 중이에요. 예전에는 남에게 잘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마음속으로 쌓아두는 편이었거든요. ^^;;

비로그인 2011-07-1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싫은걸 억지로 해야 되고,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거기에 어쩔수 없이 맞춰가야 하는 사람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어쩌면 조금씩 그렇게 병들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런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을까요..

며칠 전, 오전 7시 40분쯤. 몸을 구부리고 어느 편의점 옆에서 빵을 급하게 먹던 한 젊은 남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에게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었음 좋겠고, 스스로 웃는 일이 많았으면 합니다. 그 남자를 보던 제 모습이 투영되어 조금은 서글픈 저녁입니다.

cyrus 2011-07-13 20:56   좋아요 0 | URL
저는 남에게 비위 맞추는게 불편하던데,, 사회생활할 때 걱정이에요.
특히 싫은 사람 비위 맞춰주고나면 나중에는 혼자서 속앓이를 하곤했어요.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한국 실업의 역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2주 전 금요일, 우연히 MBC에서 방송된 ' MBC 스페셜 -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 편을 보게 되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청년실업이 200만 명에 달하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9급 공무원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일상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루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단지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두꺼운 공무원 시험 문제집 앞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서울 번화가에 위치하는 공무원 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일부로 서울로 상경하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의지하고 있는 백수 공무원 시험 준비자도 있었다.      

일부 고시생들은 인터뷰 도중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2011년 1/4분기 청년 실업률은 8.8%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취업을 향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5만 명의 청년들이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올해 4월 9일에 치뤄진 국가직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응시자 경쟁률이 평균 93.3대 1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취업난의 현실을 반영해주는 씁쓸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청년 실업률 문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공부를 하는 고시생들뿐만 아니라 지금도 취업을 위해서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스펙을 쌓거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 2~3년씩 대기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들은 ' 88만원 세대 ' 라는 암울한 명함을 달게 되었다.  

이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강구해보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일자리 고용 문제는 사회적 논쟁에서 비켜나 있다. 실업과 취업은 대개 정부 정책과 기업의 고용계획 그리고 통계 언저리에서만 맴돌뿐 정작 청년실업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 문제가 우리나라 역사에 미친 영향  

이 책에서도 강 교수는 그동안 저술활동을 하면서 선보였던 통시적 저널리즘 방식을 통해서 ' 실업 ' 이라는 특정 주제어로 꿰어내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특히 그는 수많은 언론자료 및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겪어야했던 주요 정치적 상황과 사건들의 배후에는 실업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분석을 도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52년에서 1960년까지 대학생 연평균 증가율은 14.5%였다. 이 같은 대학생의 양적 증가는 혁명을 발생하게 한 원인들 중 하나였다.  1960년에 10만명에 육박했던 대학생들의 30%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게 되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가 4.19 혁명 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강 교수는 5.16 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실업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예편 대상 1순위로 곧 군복을 벗게 될 처지였던 박정희는 4.19 직후의 혼란상을 지켜보며 쿠데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는 도시화와 대졸자 수의 증가에 따라 요동쳤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된 이후 농촌을 빠져나와 도시로 집중된 인구는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야기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학생 수가 크게 증가하자 고용시장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이는 또다시 좋은 직장의 전제조건으로서 명문대 입학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점점 파괴적 양상으로 치달아온 전 세대에 걸친 고용불안은 이제 손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것이다.

  

  

  레포트의 내용대로 이루어진 사회병리현상    

책에서 인용된 자료 중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1997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실업현상을 분석한 [실업자 1백만 명 시대의 과제]라는 이름의 레포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자료를 통해서 고실업 시대에 나타날 8가지 사회병리현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늘날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실업 급증으로 인해 사회불안감이 확산되어 사회범죄가 발생하며 계층간 위화감 증폭,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의 졸업 기피, 경영정상화를 위한 과격한 노사대립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 내용대로 고실업 시대에 접어든 지금,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안정한 경기로 인한 사회양극화가 심화될수록 ' 묻지마 범죄 ' 가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되었으며 취업 시즌이 다가올수록 졸업을 연기하는 것이 예비 졸업생들의 관례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실업의 역사는 돌고 돈다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처한 실업 문제를 거시적으로 깊게 보기를 권한다.  실업 문제는 그 어떤 이념도 뛰어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운영과 작동방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의 좌우 이념의 틀을 벗어나 승자독식 문화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고 공존공생의 자세를 찾지 않으면 영원히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하지만 ' 원수와도 같이 살자 ' 는 식의 자세만 가지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성급하게 마무리짓는듯한 저자의 결론이 통사적으로 우리나라 실업 문제를 접근한 내용에 비하면 아쉽게만 느껴진다.   강 교수의 결론은 그 이전에도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경제학자나 정계 인사들이 내렸던 진부한 해결방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과 맞물린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낸 허무주의적 관점일수도 있다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 비판하는 시늉만 ' 내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취업대란이 심각한 사회문제인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해결방안이 결론으로 제시되기를 바랐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실업 현상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역사적 이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 역사는 돌고 돈다 ' 라고 하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법이다. 책에서 소개된 대한민국 업대란의 역사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실업현상이 야기할 새로운 문제라는 '도전' 에 '대응'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업 문제는 반짝 등장하는 일시적 유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 지속되었던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고질적인 사회문제이다.  실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과거의 문제를 반복, 답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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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사회적 문제가 너무 넘쳐나서
이젠 감당하지 못 할 수준이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어디에서 어디까지 손을 대야, 평등과 자유를 함께 가질 수 있을까요?

비는 엄청 쏟아지고, 기분이 너무 쳐지네요. 요즘 시루스님은 어떠세요?
알바하고 책 읽고, 그러세요? 근황 이야기 요즘은 못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cyrus 2011-07-12 17: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적 문제가 도저히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여기도 오늘 비가 안 올줄 알았는데,, 오네요.
내일 예비군 훈련 있는데 내일도 비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래야 하루 놀 수 있거든요,

학교 학과사무살에서 일하고 있어요, 땜방으로 하게된 것도 있고,,
방학이라서 힘들지 않아요, 예전에 휴학생 때 새벽 편의점 알바보다
편해서 좋아요 ^^

카스피 2011-07-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넘의 실업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cyrus 2011-07-12 17: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부가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들에게 악영향이 이어질꺼 같아요. -_-
 
말괄량이 길들이기 - 전예원세계문학선 310 셰익스피어 전집 1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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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괄량이 아니 '악녀' 길들이기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연극이나 뮤지컬로 자주 공연되는 인기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원작 텍스트로 읽혀지기보다는 연극, 뮤지커를 통해서 오늘날까지 대중들에게 널리 소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아동용 도서로 내용이 축약되어 나오기도 하는데 완역본과 내용 구성과 분위기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전예원 판 <말괄량이 길들이기>(이하 <말괄량이>)를 읽기 전에 중, 고등학생 수준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말괄량이>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축약본과 내용의 차이가 있다면 완역본 제1막에서는 크리스토퍼 슬라이라는 땜장이가 등장하는 도입부가 있다는 점, 그리고 작품 제목의 ' 말괄량이 ' 인 카트리나가 아동용과 청소년판 속 모습과는 다르게 무척 험악하고 거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파두아(책에서는 ' 페두어 ')의 부호 밥티스타('벱티스터')의 큰 딸 카트리나('캐더리너)는 성격이 매우 거칠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땐 고함지르기, 여성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 말이나 행동이 얌전하다 못해 '악녀' 라고 불릴 정도로 사나운 기질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동생인 비앙카의 두 팔을 포박한채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채찍질을 하기도 한다)

 

 당신의 그 얼굴엔 생채기를 낸 피로 화장시켜 멀건이 상판대기로 만들어 드리리다.  

 - 셰익스피어 <말괄량이 길들이기> 1막 1장 카트리나의 대사, 신정옥 역, 전예원, pp 39 - 

  

이런 사나운 기질 탓에 카트리나를 좋아하는 남자는 없다. 오히려 남자들 사이에서는 기피대상 1호다.

반면에 그녀의 여동생 비앙카("비앵커")는 성격이 거친 언니와는 정반대이다.  순전하고 착한 성격으로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노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러나 두 딸의 아버지 밥티스타는 장녀 카트리나가 결혼하기 전까지 비앙카의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비앙카의 구혼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평소에 비앙카와 구혼하기를 바랐던 그레미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카트리나의 결혼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는 계획을 꾸민다.   하지만 루첸티오라는 또 한 명의 젋은이가 비앙카에 첫 눈에 반하게 되면서 비앙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계략은 극이 전개될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밥티스타가 비앙카에게 가정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비앙카의 구혼자들은 가정교사로 변장하여 비앙카에게 구애를 펼친다.  

그러는 와중에 카트리나에게 임자가 나타난다. 베로나의 신사 페트루치오는 카트리나에게 구혼해 결혼에 골인한다.  페트루치오는 카트리나에 대한 연정보다는 밥티스타의 재산을 탐나 말괄량이 카트리나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그녀보다 더 거친 언동과 가혹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녀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페트루치오가 카트리나를 길들이기 위한 방법은 밥도 주지 않고 잠도 재우지 않는 것이다.   결국에는 페트루치오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작전은 성공하게 되고 카트리나는 예전의 난폭한 성격을 버리게 되고 남편에게 순종적인 아내로 변하게 된다. 이로써 사랑을 둘러싼 젊은 남녀의 코믹한 소동을 그린 희극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독을 독으로 다스리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에는 비앙카를 차지하기 위한 남자 인물들 간의 대립도 홍미진진하지만 역시나  페트루치오와 카트리나 간의 대립이 흥미롭다. 

특히 말괄량이의 난폭한 성질을 억제시켜서 길들임으로써 점차적으로 사랑을 싹틔워가는 페트루치오의 계획은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내용이다.   그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녀의 못된 성격에 대하여 그것과 같은 수단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트리나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페트루치오는  하인들 앞에서 난폭하게 행동을 한다. 자신의 비위을 맞추지 않는다고 욕지거리를 퍼붓고 심지어 폭행을 하기도 한다.  페트루치오의 난폭한 행동을 지켜보던 카트리나는 그의 화를 달래기 시작한다.  

하지만 페트루치오는 실제로 하인들에게 못 되게 굴 정도로 악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그는 카트리나처럼 똑같이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까칠남(?)으로 연극한 것이다.  

주인 페트루치오의 행동을 지켜본 두 하인의 대사를 통해서 그가 카트리나를 길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도 카트리나와 똑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성격을 카트리나를 동일시하게 만든다.  

 

나다니엘 : 피터, 이전에도 그러셨나?  

  피이터 : 독을 독으로 다스리는 셈이지.   

  - 같은 책, 4막 1장 pp 106 -  

  

이런 페트루치오의 모습에 카트리나는 자신이 그동안 행했던 모습들이 선연히 떠오른 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치밀하게 짜여진 페트루치오의 연극에 빠져들게 된다.  

   

  

  남편은 왕,,?   

결국 카트리나는 페트루치오의 전략 덕분에 사나운 성격을 버리게 되었지만 남편에게 순종적인 여자로 180도 완전히 변하게 된다.    

 

남편은 우리들의 주인이요 생명이자 보호자며 머리요 군주이십니다. 우리들을 걱정해주며 우리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바다에서 육지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시잖아요.   

 (중략) 

그러면서도 우리들에게 무엇을 바라던가요?  사랑과 상냠함과 순종을 바랄 뿐이지요.  그토록 큰 빚에 비하면 우리의 지불은 너무나 미미한 거예요.  그러니 아내가 고집 부리고 짜증내고 퉁명스럽고 깔쭉대면서 남편의 착한 심정에 순종치 않는다면 어진 군왕에 반역하는 간악한 신화와 같을 지니 배은망덕한 배신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전 여자의 좁은 소견머리가 부끄럽기 그지없답니다.   평화를 위해서 무릎을 꿇어야 할 경우에 되려 전쟁을 선포한다든가, 봉사 사랑 순종을 바쳐야 할 경우에 우위와 지배를 요구하니 말입니다.  

 - 같은 책, 5막 2장 pp 145 -

  

우리의 말괄량이 카트리나, 변해도 너무 변해버리고 만다.   페니미즘 문학비평가들이 이 작품을 읽었더라면 무조건 남성차별적이라고 맹비난, 아니 맹렬한 비평을 퍼붓고도 남을 문장이다. 

조선 시대 때 부부 사이 간에 지켜야 했던 여필종부(女必從夫)로 상징되는 유교적 윤리관이 여전히 남아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희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어도 카트리나의 기나긴 설교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대사 속에는 남성우월적이면서도 남성 앞에서의 여성의 존재를 비하시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조선 시대의 사대부들처럼 여필종부라는 도덕관념에 사로잡힌 16세기 엘리자베스 시대의 남성 귀족에게는 카트리나의 대사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통쾌감을 느꼈을 것이지만 오늘날 점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무조건 남편이 왕이라는 부부 간의 미덕은 구시대적 유물로 전락되었다.   

 

 

  진정한 승리자는 누구일까?

하지만 이 문장만을 가지고 셰익스피어가 남성우월주의자이며 여성차별자라고 단언하기에는 섣부르다.    오늘날에는 권위적인 남성이 강조되는 가치관의 중요성은 남녀평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퇴색되었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그 당시 16세기 영국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16세기 영국에서는 훗날 셰익스피어의 재능을 인정해준 엘리자베스 1세가 등장하여 여왕이 등장하가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남성들처럼 동등하게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고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은 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결말을 놓고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보면 카트리나가 페트루치오에 굴복당하는 모습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페트루치오는 이제 카트리나와 정식으로 부부로 맺어지게 된 이상 책임감에 억눌린 처량한 남편으로 전락하게 된다.  카트리나가 한발짝 물러나 고개를 숙임으로써 오히려 그녀는 앞으로 가만히 앉아 페트루치오를 조종하는 여자로서 역으로 볼 수 있다.   

결말 이후에 대한 지극히 주인적인 상상이지만 카트리나가 일부러 순전한 성격으로 변한 척하는 연극을 한거 아닌가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결국에는 뛰는 페트루치오 위에 날아다니는 카트리나인 것이다.   부부가 된 이후부터 의도적으로 숨겨진 그녀의 말괄량이 성격이 나오게 된다면...   굳이 안 봐도 뻔한 비디오다.  

카트리나가 이전과 다른 제대로 된 말괄량이로 돌아온다면 과연 페르루치오는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전략을 내세울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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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로맨스 소설이 말이죠
(둘 다 요즘 쓰여진거지만) 현대물하고 중세물하고 여성의 역할이나 성격이 확연히 달라요.
중세물은 보통 드센 여자가 남자에게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끝나구요
현대물은 약한 여자가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끝난답니다.

잼나요, 관점이란게. ^^
글구 로맨스 물을 보면, 여자의 소망도 나타나죠.
자유롭고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힘들 때는 든든한 보호막을 원하는. 남자도 그럴까요?


cyrus 2011-07-11 19:04   좋아요 0 | URL
힘들 때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하는 남자도 있을거에요,
제가 그런 편이거든요,, ^^;;
그렇다고 든든하다고해서 엄마처럼 매달리는 마마보이는 오바라고 생각해요.

꽃도둑 2011-07-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량광이 길들이기 아주 오래전에 영화로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크크 카트리나에게 동종요법이 먹혀들었군요.,..
ㅎㅎㅎ 근데 관계가 너무 복잡해요..
반면에 그녀의 여동생 비앙카("비앵커")는 성격이 거친 누나와는 정반대이다.(맨인용문 밑)
누나? 에잉~~ 읽다가 한참 웃었습니다. ,,^^

cyrus 2011-07-11 19:06   좋아요 0 | URL
저 같은 경우에도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을 처음 읽게 되면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이해 못해요. 읽다가 중간에 책 앞장에 있는
인물 소개도를 꼭 보곤해요, 그러다가 두번, 세번 읽게 되면
어느 정도 인물의 이해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정확하게 지적해주셨네요. 가끔 여성 인물에 대한 소개를 적을 때
그런 실수를 하곤해요. 바로 고칠께요 ㅎㅎ
 

 

 

  

 

펭귄클래식 2기 독서모임 모집 공지사항을 올려봅니다.    

지원 순서 방법은 간단합니다. 

  

 

1) '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 ' 에 들어가 회원으로 가입합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 ' 를 클릭하면 바로 카페로 이동합니다) 

  

2) [공지사항]을 클릭하여 독서모임 모집 공지사항 내용을 확인합니다.   

3) 모집 내용을 확인하고  

    카페 위에 첨부된 ' 독서모임 지원서 ' 를 클릭하여 메일로 작성된 지원서를 보냅니다. 

 

  

제가 지원 방법을 쉽게 써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댓글(비밀 댓글도 가능)이나 쪽지로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독서모임 2기 활동 방법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Q 1) 2기 독서모임 활동 기간은 얼마 정도 하는건가요?  

 

2기 활동은 8월부터 시작할 예정이고 10월까지 총 3개월동안 이루어집니다.  

정확한 활동날짜는 7월 27일 이후 독서모임에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려드릴겁니다.  

 

 

Q 2)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하는건가요?     

 

2기 독서모임은 펭귄팀과 클래식팀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펭귄팀2주 1회 오프라임 독서모임(한 달에 2번)에 참석해야 하며 독서모임 이후에는 모임 후기와 리뷰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지방에 사신다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참석에 제한이 있으신 분들은 클래식팀에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팀은 독서모임 선정도서를 읽고 리뷰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하여 둘 중 한 팀을 지원하시면 됩니다.  

  

 

Q 3) 독서모임 선정도서는 어떻게 정하는건가요?   

독서모임 도서는 출판사에서 정하고 독서모임 참여자들에게 지원해줍니다.  그래서 모임 전날부터 책을 따로 구입 안 하셔도 됩니다.

  

 

 

Q 4) 펭귄팀 또는 클래식팀으로 활동하면 모임 후기와 리뷰를 써야한다는데,,   

       부담스러워요..  ^^;;

   

리뷰 작성 때문에 지원하기가 망설이신 분들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리뷰 작성하는데 특별한 양식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시면 됩니다.  

굳이 저처럼 길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 

 

하지만 리뷰를 작성할 때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만 게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 본인이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도 작성하시고  

링크 출처를 달아주셔야합니다.

  

 

   

Q 5) 모임 장소와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펭귄팀 지원자만 참고)   

 

1기 때는 홍대 주변 북카페나 정독도서관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장소는 회원분들의 추천을 통해서 새로운 모임장소를 물색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거의 오후 2~3시부터 모임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Q 6) 오프라인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펭귄맘 지원자만 참고)   

 

1기 때는 독서모임 발제를 준비하여 모임을 진행하는 진행자와  

모임 때 나온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서기를 회원분들 한 명씩 돌아가서 맡아  

진행했습니다.

  

정확한 모임진행 방식은 2기 모집 발표 이후에 개별적으로 공지가 내릴 것입니다.  

만약에 2기도 1기처럼 진행 방식을 유지한다고해서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수유+너머 연구원처럼 작품을 하나하나씩 독해하고 분석하는 모임 방식이 아니구요,,, ^^;;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부분, 인상깊은 점 등 주로 책에 대한  

감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그래서 모임 전에 책은 꼭 읽어오시면 됩니다.  

 

   

 

Q 7) 모임하는 날에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서 불참해야 됩니다,,,  

       (펭귄반 지원자만 참고) 

 

모임날이 있는 주에 카페 [공지사항]란에 모임장소와 모임참여 여부를 묻는 공지문이 게시될 것입니다.  

공지사항을 읽어보시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이 불가피하신다면  

댓글로 불참 의사와 사유를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단,  오프라인 모임에 불참하더라도 그 날 모임 선정도서 리뷰는 꼭 작성해야합니다.  

 

 

Q 8) 만약에 오프라인 모임에 불참한다거나 리뷰를 작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1기 때는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모임 당일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참해버리고 심지어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계속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자연스럽게 모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뷰 작성을 미룬다고 해서 특히 펭귄팀 같은 경우 오프라인 모임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은 없습니다.    

하지만 2기 독서모임 활동이 끝나는 기간까지는 모든 독서모임 선정도서 리뷰를 

꼭 작성해야 합니다.      

리뷰 작성은 독서모임 활동하는 참여자들(펭귄팀 & 클래식팀)에게 

주어지는 임무이면서도 꼭 해야하는 의무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덧붙이자면,,, 

온라인 활동만 하는 클래식반은 리뷰 작성을 꼭 하셔야됩니다.  

클래식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활동이라고 해서 리뷰 작성을 소홀히 할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바쁜 일 때문에 책 한 권 읽는 것도 어렵고  

심지어 리뷰 한 편 쓰는 것도 시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 한 권 공짜로 받은 심보로 의도적으로 리뷰 작성을 피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클래식팀에서 그런 참여자가 있을 경우에는 활동하는데 제제를 가할 것입니다.  

 

  

 

 

나름 1기 모임 활동 경험을 토대로 독서모임에 대해서 질문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 있고 지원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최대한 아는대로 정리해봤는데 

오히려 독서모임 지원하는데 여전히 망설임과 거리감을 느끼셨다면,,    

제 불찰입니다.  ^^;;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2기 독서모임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은 독서모임 참여자가 결정나는대로   

개별적으로 카페 스텝이 공지하거나 공식 카페에 관련 공지문이 올려질 것입니다.  

그러니 독서모임 활동에 대한 내용은 ' 아,,, 모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구나,, ' 하고 

참고하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또 추후에 2기 모임 관련에 대한 새로운 내용의 공지문이 올리게 되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평소에 고전 읽기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던 분들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  

그리고 이외에 궁금한 사항 있으면 댓글 또는 비밀댓글 그리고 쪽지로 보내주세요, 

최대한 아는대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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