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길 도중에 버스를 갈아타고 오랜만에 헌책방에 들리게 되었다.  

지갑 안에 10000짜리 지폐 한 장과 5000원짜리 지폐 한 장,  집계 15000원이 있었다. 이 돈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시험한 아이스크림과 맛있는 과자를 살 것인가 아니면 헌책방에 가서 책을 구입할 것인가?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서 고민했다.    헌책방에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내리고 다른 버스로 갈아 타야한다.   퇴근하는 시간대가 햇빛이 강력히 내리찌는 시점이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는 버스에서 내리는 것도 귀찮다.  헌책방에 가지 않는다면 버스에서 중간에 내릴 필요 없다.    

헌책방에 가기 전에 미리 구입할 책들을 따로 메모를 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책을 판매하는 헌책방이 있는데 내가 다니는 곳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동시에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나름 헌책방 매니아들 사이에서 좀 알아주는 헌책방이다.   

오늘따라 10000원짜리 한 장만으로 충분히 헌책 몇 권 살 수 있다는 직감이 왔다.  헌책방에 들리면서 많아야 5권까지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책을 구입하는데 썼던 비용이 15000원였을 것이다.  정말 읽고 싶었던 신간도서 한 권을 발견하면 대략 5000원에서 7000원 선에서 잡아야한다. 그래서 헌책방에 가기 전에 미리 염두해야할 점은 내가 원하는 신간도서가 헌책방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지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넉넉히 준비할 수 있다.    일단 지갑에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비상금(?) 5000원이 있으니 비용 부담 없이 헌책방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뒤로한 채 중간에 내리고 다시 헌책방에 위치하는 곳을 지나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헌책방에 거의 1년 만에 오게 되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손님들을 반겨주는 어마어마한 양의 헌책들은 여전했다.  이상하게 입구에 가득 쌓인 헌책들을 보게 되면 이상하게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헌책으로 이루어진 미로 속 동굴을 탐사하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헌책방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정말 사람 한 명도 지나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헌책이 가득하다.    

헌책방에 처음 오게 되면 성인의 키에 맞먹는 헌책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아무대나 정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다.  헌책방 주인은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분류 방식으로 수만권이나 되는 헌책들을 보관한다. 그래서 헌책방을 자주 찾는 손님은 자신이 즐겨 읽는 분야의 책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매일 자주 찾는 손님이 아니라서 항상 헌책방에 들리게 되면 헌책의 미로 속에서 헤맨다.  그래서 가끔 헌책방에 오면 주인 어르신이 나에게 항상 건네는 말이 있다.  

 

 " 손님, 무슨 책 찾으십니까? " 

 

나는 1년에 두 세 정도는 헌책방에 드리는 편인데도 여전히 헌책방의 분류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주인 어르신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인문학, 사회과학, 문학,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의 책들을 다 한번씩 훑어보지만 그 중에서 많이 구입한 분야의 책이 문학 특히 소설이 제일 많고 그 다음에 사회과학, 인문학 순이다.   소설은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 많이 구입하는 편이며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도서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책이 있다하더라도 독서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지저분하게 낙서가 많으면 구입을 안 하는 편이다.   

그래서 헌책방에서 책 한 권 고르는데 대형서점 책 한 권 사듯이 족히 30분 이상은 잡아먹는 편이다.  이렇다보니 주인 어르신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한 시간동안 책 고르다가 그냥 나가는 손님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읽을만한 책 한 권 나올 때까지 오랫동안 있는 편이다.  절대로 빈 손으로 서점에 나오지 않는 것을 독서와 관련된 나의 철칙 중 하나다.   

결국 이리저래 주인 어르신의 눈치 보면서 한 시간 끝에 책 네 권을 골랐다.   구입한 책 네 권의 총 가격은 9000원.   저렴한 가격에다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책들 골랐으니 이번 헌책방 구입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1. 지식인을 위한 변명 (장 폴 사르트르, 이학사, 2007년 초판 1쇄)

 

 

 

 

 

 

 

 

  

4년 전에 나온 책도 헌책방에서는 신간도서나 다름없다.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상태가 완전 최상급이었다.   정가로는 8000원, 알라딘 판매 가격에는 6800원.  헌책방에서는 2500원에 구입했다.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면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내가 구입한 책이 초판인지를 서지정보를 보는 것이다.  별 중요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구입한 책이 초판 1쇄로 발행된 것이라면 세상에서 제일 구하기 힘든 책을 구입한듯한 성취감이 든다.    이 책은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 책이 초판 1쇄라니,,,   

 

 

 2. 유리알 유희 (헤르만 헤세, 범우사, 1986년 초판 1쇄)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을 보면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리알 유희>를 언급한 내용이 있다.  

소설 내용이 독특하다.  카스터리엔이라는 미래의 이상향에서 2400년경에 쓰여졌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400년 전에 존재하였던 미래의 이상향 카스터리엔에 살고 있는 유희의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 유리알 유희 ' 는  수십 가닥의 철사줄에 갖가지 크기와 빛깔과 모양의 유리알을 늘어 놓는 놀이를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철사줄에 구슬을 늘어 놓는 간단한 놀이는 아니다.   

철사줄은 오선보에, 유리알은 음표로 인식한 채 음악상의 인용이나 착상한 주제를 유리알로 구성하고, 바꿔 놓고, 변조시키고, 발전시킨다.  기술적으로는 독특한 유희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무한반복함으로써 하나의 음악처럼 정립과 반립으로부터 가능한 한 하나의 종합적인 체계를 만들게 된다.   

아직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유리알 유희에 대한 설명이 미약한데 <유리알 유희>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중에서 마지막으로 발표된 동시에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소설에는 음악, 고대 철학, 예술, 명상 등 다양한 사상의 주제들이 축약되어 있어서  헤세 최고 걸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인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보다는 대중적인 인기가 낮은 편이다.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리알 유희>는 1999년에 출간된 것이며 내가 구입한 책은 13년 전인 1986년에 출간되었다.  그래서 표지가 다르다.    가끔 도서관이나 헌책방에 가면 범우사에서 나온 세계문학 시리즈를 종종 보곤 하는데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간된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3. 살인의 철학 (콜린 윌슨, 선영사, 1991년 초판 1쇄)   

 

 

 

 

 

 

 

 

  

  

내가 가입한 공식 출판사 카페 회원분들 중에 헌책방을 자주 애용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 덕분에 콜린 윌슨의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분은 지금까지 헌책방을 여러군데 다니면서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콜린 윌슨의 책을 모은 헌책방 매니아다.   

콜린 윌슨은 24세(헉,,, 나랑 같은 나이다 -_-;;)<아웃사이더>라는 책을 출간함으로써 하루 아침에 '천재' 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문단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문학 평론가다.  직업은 문학 평론가이지만 콜린 윌슨은 문학 이외에도 과학, 초능력, 살인, 미스테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저작을 남긴 다재다능한 저술가로 활동했다.   '콜린 윌슨 매니아' 인 그 분이 언젠가 카페에 국내에 번역된 콜린 윌슨의 책들을 목록으로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가 쓴 책의 분야과 수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살인' 이라는 주제에 대한 책을 저술했는데 최근에 <현대살인백과>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콜린 윌슨의 책이 제목만 바꾼채 같은 내용으로 번역된 책이 많다보니 <살인의 철학>이 <현대살인백과>의 내용과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알고보니 <살인의 철학>이 나온 뒤 8년 뒤에 같은 출판사에서 <살인의 심리>로 이름이 바뀐 채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잔인한 살인사건 사례들만 나열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단 직접 읽어보고 판단해볼 수 밖에. 

 

 

 

 4. 베를린 천사의 시 (빔 벤더스 & 페터 한트케, 모아, 1993년 초판)   

  

 

 

 

 

 

 

 

 

 

  

페터 한트케의 작품들 중에서 고작 읽은 건 <어느 작가의 오후>뿐이지만 이 한 권으로 페터 한트케라는 작가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이 한 권만으로 작가의 진정한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지만 페터 한트케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베를린 천사의 시>가 페터 한트케가 쓴 작품들 중에서 훌륭하다고 칭찬의 평가를 주워 들은 적이 있어서 이 책을 보자마자 덥석 집어들었는데,,,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책이었다. 

알라딘에 ' 베를린 천사의 시 ' 로 검색을 하면 책 대신에 영화가 검색된다.  소설보다는 페터 한트케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창작한 빔 벤더스 감독 의 영화가 잘 알려져 있다. 1993년에 영화가 국내에 처음 개봉되었으며 이 책 역시 1993년에 발간된 걸로 보면 이 책은 영화가 국내에 처음 개봉 당시에 맞춰 출간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이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책인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특별한 것은 책 속에 영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지 못해서 더 이상 부연적으로 설명할 내용은 없지만 오늘 산 책들 중에서 구입하기 잘 된 책인 것은 확실하다.   

 

요즘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간도서들 틈 속에서 오늘 구입한 헌책들 역시 읽혀지지 않은 채 책장에서 장시간 대기해야할거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적은 돈으로 읽고 싶었던 책들을 살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   구입한 책을 포장한 종이가방을 한 손에, 또 다른 손에는 책 사다 남은 거스름돈 1000원으로 산 편의점에 파는 아이스 커피를 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달달한 과자보다는 약하지만 먹으면 금방 뱃속으로 사라지는 음식을 포기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한 오늘의 소비만큼은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신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비용으로 생각된다.  

또 언제 헌책방에 가게 될지 기약은 알 수 없지만 다음에도 오늘처럼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기를 ' 만원의 행복 ' 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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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7-2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참 멋지시네요~ 이 더운 날 그런 수고를 마다않는 열정이 있으시네요. 그리고 저 <유리알 유희>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중학교때 헤르만헤세를 좋아해서 저 책을 골라 들었다가 정말 어려웠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제가 읽었던 바로 그 표지네요!!! 그 나이에 사실 <데미안>도 이해하기 어려웠었는데 <유리알 유희> 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웠어요 ㅋㅋ 책을 덮으며 그저 헤세의 문장을 포기하지 않고 읽었다는 뿌듯함을 즐겼었다죠~그 이후로 다시 읽지 못했어요. 조만간 도전해야겠어요.. 고마워요~옛 기억에 잠시 즐거워졌네요^^

cyrus 2011-07-23 12:57   좋아요 0 | URL
저는 헤세의 에세이는 읽어봤는데 소설은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집에 얇은 분량의 민음사판 <데미안>이 있는데 저도 조만간 읽어봐야겠어요^^

맥거핀 2011-07-2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보아도 손때가 묻어있는 헌책들이네요. 왠지 뭔가 나름 사연을 가지고 있을 법한 책들입니다. 오래된 책은 책의 내용과 별개로 나름의 사연을 가지지 않겠습니까.^^
오래된 헌책방에 가면, 주인장 분들이 거의 내공이 있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는 책도 책이지만, 이 분들은 예전에 뭘 공부하시던 분들일까..그런 생각들을 하기도 합니다. 저 책을 보니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가 보고 싶어지네요.

cyrus 2011-07-23 13:0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맥거핀님. 잘 지내고 계시죠? ^^

헌책방에 구입한 책들을 보면 꼭 보는 것이 예전 책의 주인들이 남겼던
흔적들을 보는거에요. 몇 년도 몇월 며칠에 어느 서점에 구입했다는
짤막한 기록이 남긴 책도 있고요. 저는 수많은 헌책더미에서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찾는게 대단한거 같아요. 정말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내공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이겠죠? ^^

stella.K 2011-07-2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유리알 유희는 예전에 저도 갖고 있던 책인데!ㅋ
정말 오래된 책이군요. 요즘 알바 하시나봐요. 더운데...ㅠ

cyrus 2011-07-23 13:06   좋아요 0 | URL
지금도 새 표지로 범우사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소설 내용도
어렵고 헤세의 다른 소설보다 인지도가 낫다보니
요즘 세계문학 전집 리스트에도 잘 안나오는거 같아요.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쉬어요, 기말시험 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도 1주일 밖에 안 남았네요. ^^;;

마녀고양이 2011-07-2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 괜찮은데 기회되시면 보세요.

헌책방에서 9000원에 건진 책들이라니, 너무 좋네요.
그리고 얼마 전에 엄청 지름신을 몰고온 제가 창피하구요....

cyrus 2011-07-23 13:10   좋아요 0 | URL
잠깐 책 속 영화 영상을 훑어봤는데,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구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나온지 좀 오래 되어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책 지름신하는게 창피하긴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주저없이
사는게 좋아요, 저는 항상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지름신이 강림하지
않는 이상 눈도장을 찍는 편이에요, 그래서 눈여겨봤던 책이
갑자기 품절되거나 절판되면 진작에 책을 구입하지 못해서
후회해요, 최근에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도산되어서
정말 아쉬워요, 그곳에서 나온 책들 중에서 사고 싶었던 책이
있었거든요 ^^;;

blanca 2011-07-2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아요. 유리알 유희 저 중학교 대 수학샘이 하도 강권하셔서 울며 자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헤세를 좋아해서 꼭 읽으려 하긴 했지만 지금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오겠지요. 천 원의 아이스 커피, 또 책이 든 가방을 들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

cyrus 2011-07-24 13:21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유리알 유희>를 읽어보신 분들이 많으시군요 ^^
수학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라,, ㅎㅎ 원래 수학 선생님들은
수학자들의 평전이나 수학의 내용을 쉽게 소개한 책들을 많이
추천하는 편인데 왜 하필이면 소설 중에 <유리알 유희>를 추천하셨는지
이해할만하네요. 유리알 유희라는 게임이 아무래도 수리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것이라서 그런거 같아요, 역시 수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거 같아요 ^^;;

산방산자락 2011-09-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글 남깁니다..헌책방을 가끔 다니거나 이렇게 헌책방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 이사를 다니며 엄마의 완강함에 눈물을 뿌리고 정리해 버린 많은 책들이 생각납니다. 지난 달에도 이사를 해서 거의 200권가량 버렸는데..물론 전공책이 대부분이지만...날긍ㄴ 책이니 헌책방 가져가봐야 민폐일뿐일거야..라고 생각한 게 부끄럽습니다..초판 참 많이 있었는데 다 버렸으니..요즘은 어릴 적 읽던 동화전집들이 어찌나 생각나는지..^^ 사촌들에게 다 나누어줘버리신 어머니가 항상 원망스럽군요..ㅎㅎ
 
식코 - Sick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식코(Sicko)‘환자’ 라는 뜻의 속어다. 미국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마이클 무어는 <식코>에는 미국의 공공의료보험제도의 심각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공공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산업 국가다.  미국인 5000만 명은 의료보험에 들지 않았으며, 비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단지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영보험회사에 가입한 2억 5000만명의 ‘행운아’들 역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응급 처치, 중증환자의 수술, 약 처방을 받기 전 보험사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승인이 나지 않으면 환자들은 미국 내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 받을 수 없다.

영화 속 한 어머니는 40도의 열이 펄펄 끓는 18개월 딸을 안고 허겁지겁 근처 병원에 가지만 그녀가 가입한 보험과 연계된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 당한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는 몇 시간 뒤 끝내 숨지고 만다. 

이 같은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이 환자가 아니라 보험사의 이익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환자의 치료비 청구를 거부한다. 반면에 병원은 의료비 지출을 할 필요도 없이 고스란히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게 된다.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자신이 스스로 수술을 하고 있는 애덤 씨

 

영화에는 미국 환자들의 온갖 기막힌 사연들이 쏟아진다.   

작업하다 중지와 약지 끝이 잘려나간 남자가 있다. 중지 접합에는 6만달러, 약지 접합에는 1만2000달러가 든다. 돈이 부족했던 남자는 중지를 포기하고 약지 접합 수술만 받는다. 21세에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이 있다. 보험료 지급을 청구하자 보험회사의 대답이 가관이다. “젊은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 없다.”  

보험사의 심사위원들은 보험 지급 거부율을 높일수록 보너스를 받는다. 보험사들은 수천 가지 이유를 들어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가까스로 보험에 가입했다 해도 수만 가지 구실로 지급을 거부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힐러리 클린턴의 의료보험 체계 개혁은 보험사들의 강력한 로비로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이러니 극중 대사처럼 ' 안 아프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 
  

<식코>는 사회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이고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국내에 개봉 당시 외국의 사례를 너무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4월 24일 한국경제 칼럼에서 건강보험의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민영 의료보험이 의료보장의 근간이고 공적 보험이 보조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적 보험이 30년 동안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고 다만 재정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략) 

국민 누구나 사각지대 없이 최소한의 건강보장을 받을 권리 확보와 의료산업 선진화를 통한 양질의 서비스 확대 간에는 상충관계가 있다.  전국민 의무가입이라는 틀 안에서 민영보험의 보장공백 보완이라는 현행 틀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공ㆍ사보험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의료부문에의 경쟁도입,의료기관 당연지정제 완화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의료산업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

영화 '식코'를 둘러싸고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미국 사례를 우리 현실인양 호도하면서 세력 결집의 동인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다. 상당수 진보단체들은 '식코' 관람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 2008년 4월 24일자 한국경제 칼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보장 확대 추진 분위기 속에서도 불거지는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 앞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으며  미국 사례를 우리 현실인양 호도하면서 세력 결집의 동인으로 악용하려는 시도의 세력을 진보단체임을 겨냥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건강보험 축소와 민영 의료보험 확대가 바로 미국식 의료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낙후된 서비스보다는 당연히 질 높은 서비스가 좋은 건 사실이다. 문제는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미국처럼 1인당 월 100만 원씩 보험료를 내면 당연히 훌륭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민영 의료보험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고 나머지 대다수는 질 높은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코> 속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처럼 말이다. 

 

<식코>는 사람의 목숨보다 이윤이 먼저인 미국식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이면이 낱낱이 드러난다.  . 처음으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주제를 심각하지 않게 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다루고 있어서 진지하게 몰입을 하면서 볼 수 있었다.

보험회사의 이윤을 위해 환자의 청구를 부당하게 기각했노라고 고백하는 의사의 얼굴에 드러난 자괴감, 병원비 걱정을 덜었다는 생각에 좋아라하는 환자 가족에게 보험 지급 거절이라는 청천벽력의 메시지를 전해야 했던 전화 상담원의 눈물, 약관 위반을 찾기 위해 저승사자처럼 환자들을 쫓아다니던 자신의 과거를 혐오하는 추심인의 냉소, 세계 최고 부자 나라에서 돈 때문에 환자를 내다버리고는 어쩔 수 없노라고 변명하는 병원 경영진의 피곤한 표정,,,,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은 단순히 먼 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불합리한 체계 안에서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고 있는 선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곧 지금도 어디선가 불합리한 의료제도 때문에 병원의 문턱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름 없는 서민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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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20 13:17   좋아요 0 | URL
제가 시루스님 알고 처음 보는 영화평 같습니다.
역시 시루스님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마이킁 무어 감독은 위트있게 사회적 문제를 잘 꼬집어 내는 것 같아요.
전 예전에 수퍼 사이즈 미던가? 햄버거 먹던...
그 영화 재밌게 봤고, 고등학교내 총기 사용문제를 다룬 것도
무어 작품인 줄 알고 있어요. 제목은 잊어 먹었당...ㅠ

cyrus 2011-07-21 20:31   좋아요 0 | URL
예전에 학교 수업 시간에 절반 정도 보다가 나머지 못본 결말은
시간 있을 때 보게 되었어요. 남의 나라의 일이지만 의료제도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사연을 보니 안타까웠어요.
저도 <슈퍼 사이즈 미> 보고 싶어요, 님이 말씀하신
총기 사용문제를 다룬 작품이 <볼링 포 콜럽바인>이에요 ^^

마녀고양이 2011-07-20 16:19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미국의 건강 보험 제도 때문에 심리 치료 방식이 변화된다고 합니다.
기간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길고 긴 정신 분석 측면의 치료는 완전 도태되고
단기 치료 중심으로 방향이 바뀌는거죠. 그리고 치료가 되지 않아도
건강 보험으로 인해 치료 중단도 하게 되구요. 아마 다른 치료는 더 심하지 않겠습니까?

교육이나 의료, 음식...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
장난하지 않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그쵸?

cyrus 2011-07-21 20:33   좋아요 0 | URL
저는 잘 사는 미국에도 저런 심각한 사회문제가 있는줄 몰랐어요.
아무래도 남의 나라 이야기라서 자세히 몰랐을 수도 있지만,,
무어 감독이 있기에 미국의 실체를 알 수 있는거 같아요.
만약에 우리나라도 한국판 삭코 찍으면 미국보다 더한 피해사례들이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꽃도둑 2011-07-21 15:01   좋아요 0 | URL
의료보험 민영화? 개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거죠!...
옛 속담에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게 있잖아요, 딱 그짝일 것 같네요,,
있으신 분들, 특히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긁어 태산 만드신 분들, 수억대의 재산가이면서도 직장다니는 자식들에 이름 석자 얹어 놓고 의료보험 안 내시는 분들 주머니를 털 일이지..
그러면 적자적자 하는 소리도 줄어들텐데...
돈많은 사람들은 어쨌거나 국내 특급병원 특실에서 특급명의에게 진료를 받든(특급으로 구별되는!)미국을 가든 영국을 가든 가서 의료서비스 받으시면 되는거고...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문제인거죠..
의료보험 민영화 추진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랄 수밖에요, 따라할 걸 따라해야지..
경쟁의식을 아무대나 들이대는 전형적인 새머리들!! 정말 싫어요~~~

cyrus 2011-07-21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좀 더 환자들의 경제적 입장을 고려해서 이에 걸맞은
의료제도로 구성되면 좋을텐데 말이죠.

sslmo 2011-07-21 15:31   좋아요 0 | URL
전 식코는 옛날에 봤었고,
얼마전에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를 보면서 복기했었어요.

cyrus 2011-07-21 20:41   좋아요 0 | URL
예전에 나무꾼님 페이퍼에서 그 책 언급하신거 블로그에서 본 적 있는거
같아요. 제가 이 영화를 1학기 수업시간 때 보게 되었어요.
원래 그 수업이 행정학 관련된 과목인데,,
교수님이 독특하신 분이라서 수업과는 관련 없는 영화인데,,^^;;
사회문제의 고발하고 있는 내용을 다룬 다큐라서 인상깊게 봤습니다.
 

  

  

[대구대 14일 오후 8시 분규대학 'U턴']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썩 달갑지 않은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지난주 목요일에 그동안 연기되었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학교 정상화 운영 결정이 난 것이다.  하지만 구 재단 측 인사들로 구성된 정이사 선임을 공식 의결시켰다는 사실이다.  대구대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학분쟁이 있었던 동덕여대와 대구미래대 역시 구 재단 측 인사들이 절반 이상 포함돼 사실상 옛 재단이 학교 경영에 복귀하게 되었다.  

사립대학 내 비리의 유형은 족벌경영, 교비 무단 사용, 학사비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영진과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구대 같은 경우에는 1994년에  교비 무단 전용 등이 발각되어 최근에 정이사 체제 명단이 확정되기까지 무려 17년 간 임사 이사 체제로 운영되어 구재단측과 학교 정상화를 추진했던 범대책위원회 간의 갈등이 이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고액의 등록금을 낸 학생들만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요구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었을 때 대구대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보다는 구재단 복귀 반대 시위를 펼쳐야했다. 이런 대학들에게까지 혈세로 반값등록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나오기도 한다.  

사립대 비리는 일차적으로 교과부측에 있다고 봐야 한다.  철저한 지도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시간이 지난 뒤에 슬그머니 사면해주는 등 비리 사립대를 감싸주기까지 한다.  최근에 학교 정이사 운영을 결정한 사분위는 교과부 산하에 소속되어 있다.  사분위는 앞서 공금횡령, 부정입학 등의 비리로 물러났던 세종대, 조선대, 상지대, 광운대의 구 재단 인사들에게도 길을 터준 바 있다.     

 

 

 

 

 

 

 

 

 

이번에 선임된 이사회 명단에 보면 3명이나 구재단 측 인사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이사 체제로 운영된다고하더라도 구 재단측과 범대책위원회 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분위의 결정이 대학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제니퍼 위시번의 <대학 주식회사><후마니타스, 2011>라는 책에는 기업처럼 사유화되어가는 미국 대학의 사례를 들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소개하고 있다.  비록 미국 대학교 이야기이지만 사학재단의 등장으로 대학교에서 대학 '주식회사' 로 변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교의 행보를 생각하면 이 책 속에 있는 내용이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목차만 간단히 훑어봤지만 이 책을 통해서 기업의 상업화에 물든 대학교의 문제점과 앞으로 마주하게 될 운명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학재단의 복귀 관련 소식은 대학개혁에 역행하는 잘못된 결정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문제가 대학가 사이에서 가장 먼저 시급해야 할 문제로 확산되어 있는 실정으로 봐서는 이번 사분위의 결정 소식은 조용히 묻힐 분위기다.

대학은 설립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공기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대학 스스로 책임지고 경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당국이 나서서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다양한 재원 확보와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좋지만 이를 도입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학재단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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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7-1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 다닐때,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가 쫓겨난 이사장이 다시 복귀하려는 걸 막으려고
총장실 점거도 하고, 학교 안에 갖혀보기도 하고, 뭐 여러가지 고생을 좀 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런 일이 엄청 많은 것 같아요.
게다가 비리 재단의 복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어보이구요.

cyrus 2011-07-20 00:08   좋아요 0 | URL
저는 구재단 반대 시위에 한 번도 참여해본적은 없어요.
구차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학점, 스펙이 우선되는 현실을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무시할 수 없더군요, 잠깐 시위하는건 살짝
구경만 했어요,,^^;; 비록 적극적은 저항은 못하더라도 잘못된 현실에
대해서는 알아가려고 해요, 사실 저희 학교에 구재단 반대에 대해서
남 일이다듯이 관심이 없다거나 아예 모르는 학생들도 상당하거든요.

오늘 뉴스에서 대구대 구재단 복귀 관련 소식을 봤는데
이번 사분위의 결정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하네요.
글쎄요,, 저 역시 이미 비리재단이 복귀한 이상 이를 타개할 방법은
미미하다고 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2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리 사학 재단의 복귀로 지금 와글거리지요.
덕성여대도 그렇지요? (여대인데, 이름이 가물하네요...)
ㅎㅎ, 반값 등록금 어쩌구 하면서, 사학 비리 척결을 외치더니 머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cyrus 2011-07-21 20:42   좋아요 0 | URL
네, 덕성여대 맞아요. 진정 학생을 위한게 맞는건지 모르겠습니다. -_-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 지만지고전천줄 32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태경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엔 이 때 아닌 비극의 음모가 모두 적혀 있어요. 

만면에 웃음을 띤 인간의 얼굴이 살인의 악행을  

감춰두고 있다니 저는 경악스러울 뿐입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제2막 3장 중에서, 지만지 pp 94 -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잔인한 작품     

 

14번의 살인. 성폭행과 생매장. 신체 절단과 인육 먹기. 

잔혹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런 장면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온다고 한다면 믿어지겠는가?   

1590년대 초반에 쓴 걸로 추정되는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의 하나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무척 거칠고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점 그리고 조지 필이라는 작가와 공동으로 집필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로 인해 <타이터스>의 작품성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타이터스>는 ‘고매한’ 셰익스피어가 썼다고 보기엔 너무 심한 잔혹한 묘사가 많다보니 T. S. 엘리엇'지금까지 나온 희곡 중 최악' 이라고 악평을 하였으며 '복수 3부작' 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잔인한 복수극' 이라고 평가했다.   

도대체 내용이 얼마나 잔인하길래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박 감독마저도 혀를 내두르는 것일까?  

  

 

  핏빛 복수가 만연한 로마

<타이터스>는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작품 제목은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고대 로마는 제국주의 국가처럼 해외 정복을 해온 나라이다. 타이터스 앤트로니커스 장군이 국력신장을 위해 몇 십 년 동안 영토 확장을 하고 개선을 하는 데서 연극은 시작된다.  그 사이에 로마의 두 왕자 새터나이너스와 그의 동생 배셔너스가 서로 왕권 다툼을 하게 되는데 한 명은 자기가 장자니까 황제 계승권을 가져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자유로운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에는 로마의 영웅 타이터스가 왕권 대립에 중재를 하게 됨으로써 새터나이더스와 로마의 새로운 황제에 오르게 된다.  새터나이더스는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있었던 타이터스의 공을 기리기 위해서 그의 딸 러비니아를 자신의 아내로 삼지만 왕권 타툼에 밀린 동생 배셔니스는 자신이야말로 예전부터 러비니아를 사랑하고 있었으며 그녀를 탈취하고 만다.  

러비니아를 둘러썬 두 왕자의 갈등으로 인해 혼전의 양상이 빚어지게 되었지만 황제 새터나이너스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한때 적국이었으나 포로로 잡혀온 고트 족의 여왕 태모라와 결혼하게 된다.   포로이면서 적국의 여왕이 로마 황제와 결혼하게 되는 갑작스런 전개 장면은 수긍이 안 가는 장면이지만 이 때부터 본격적인 복수극 무대의 막이 오르게 된다.

태모라의 마음 속에는 타이터스로 인해 잔혹하게 희생을 당한 자신의 아들들에 대한 분노와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로마에서는 전쟁에 승리하게 되면 그들이 추앙하는 신을 기리거나 전쟁에서 희생된 동료의 원혼을 추모하는 뜻에서 적국의 포로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관습이 있다.  태모라의 아들들은 사지절단을 당하여 희생 제물이 되어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만다.  

로마의 포로에서 한순간으로 로마 제국 황제의 아내가 된 태모라는 이를 기회삼아 타이터스 가문을 복수하기로 마음 먹는다.  

비밀리에 사귀고 있었던 태모라의 인연 무어인 애런도 핏빛으로 물들이게 될 복수의 무대에 동참하게 된다.  태모라의 두 아들은 자신들의 어머니와 같은 복수심으로 배셔니스를 암살하고 러비아니를 사냥터에서 납치하여 강간하고 손도 자르고 일부러 증언을 할 수 없게 혀도 잘라내는 만행을 저지른다.  또한 태모라와 애런이 꾸민 간계에 휘말려 타이터스의 아들 두 명은 배셔니스의 암살과 관련된 모함을 쓰고 죽게 된다. 타이터스도 모함에 연루되어 자신의 손목을 자르게 된다.  

무서운 음모에 휘말려 아들들은 처형당하고 하나뿐인 고귀한 딸은 불구자가 되었다.  그리고 타이터스 자신 역시 한쪽 손목이 사라지게 되어 로마의 영웅에서 한순간에 로마 내에서 치욕적인 인물이 되고 말았다.   가문의 몰락을 두 눈으로 목격한 외팔이 타이터스는 복수의 화살을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한 새터나이너스와 태모라에게 겨낭한다.  작품 초반에는 태모라의 복수가 전개되고 있다면 작품 중, 후반에는 이를 반격하기 위한 타이터스의 복수가 시작된다.  타이터스와 태모라가 펼치는 복수극은 더욱 극단적이면서도 잔인한 결말로 치닫게 된다.   

    

    

  작가의 문학적 미성숙함을 엿볼 수 있는 <타이터스>   

<타이터스>에는 초기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미성숙함을 볼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로마와 고트 족 간의 대립은 역사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지만 1막에서 전개되는 적국의 포로를 신의 제물로 바치는 잔인한 제사 의식 장면은 작품에 드러나는 잔혹한 복수극의 특징을 부각시켜주기 위해서 셰익스피어가 비약적으로 표현한 면이 있다.   그 밖에도 러비니아와 배셔너스의 결혼을 옹호하는 자신의 아들을 고민할 여지 없이 단칼에 베어버리는 아버지 타이터스의 모습은 셰익스피어가 (혹은 공동 저자인 조지 필이) 복수극 장르에 치중한 나머지 지나치게 유혈이 낭자한 장면 설정을 삽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광대가 깜짝 출연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광대의 역할은 비극적이고 암울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코믹하고 해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간혹 사건 전개와 관련된 단초 또는 중요한 요인을 등장인물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타이터스>에서 광대는 4막에서 잠깐 등장하여 새터나이너스와 태모라에게 타이터스 가문이 보낸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훗날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광대의 역할에 비하면 이야기 전개 도중에 뜬금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굳이 광대의 등장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느끼는 대목이다.    

   

(광대 등장) 

태모라     이건 또 누구지!  내게 할 말이 있느냐? 

광대        그럼요,  아줌마가 황제라면. 

태모라     난 황후다.  저기 앉아 계신 분이 황제 폐하시지. 

광대        오, 저 사람이구만.  폐하께 신들의 축복이 있으시기를.  여기 편지 한 장과 비둘기  

              두 마리를 가져왔나이다.  

(새터나이너스, 편지를 읽는다)  

새터나이너스     이놈을 데려가서 당장 목을 매달아라! 

광대        수고비는 얼마나 주시려나? 

태모라     이놈아, 넌 교수형을 받는 거야.  

광대        교수형이라고요!   그게 내가 이 목을 달고 여기까지 온 이유였군. 

(광대, 군사들에 이끌려 퇴장) 

 

- 윌리엄 셰익스피어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제4먹 4장 중에서,  지만지 pp 164~165 -

 

새터나이너스가 읽은 편지에는 타이터스 집안이 반역을 꾸밀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광대의 무례없는 행동이 자신의 묘를 파게 된 원인이 되었지만 편지의 내용이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고해도 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 광대를 교수형으로 처하는 황제의 행위는 작품에 비중이 없는 광대마저도 복수의 분노가 만들어낸 살육의 피바람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광대의 익살스러운 행동은 살육과 광기로 가득찬 희곡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커녕 더욱 잔혹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작품 속 미친 존재감, 무어인 에런   

로마의 위대한 영웅 타이터스와 고트 족의 여왕이었던 태모나의 모습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사랑했던 자식들의 잔인한 죽음이 원인이 되어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방법으로 통해서 복수의 칼날을 휘두른다.  두 인물의 모습은 후대에 나오게 될 <햄릿><오셀로><리어 왕><맥베스>에서도 이어지는 복수로 점칠된 비극적인 환경 속에서 서서히 이성과 인간성이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주연보다 뛰어난 조연을 뜻하는 씬 스틸러(Scene Stealer)가 있기 마련인데 <타이터스>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무어인 에런이다.  

작품 속 무어인 애런의 역할은 흡사 고대 로마판 <오셀로>의 이아고를 보고 있는 듯하다. 두 인물 다 공통적으로 개인적인 불만과 질투를 해소하기 위해서 간악한 음모를 꾸며냄으로써 작품 전반적으로 비극적인 갈등을 유발시키는 장본인들이다.   

하지만 <오셀로>의 이아고보다는 에런이야말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끝까지 복수심의 끈을 놓지 않는 집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한 때 사랑했던 태모라를 되찾기 위해서 독자적으로 새터나이너스와 타이터스 간의 갈등을 조장하게 만드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그리고 러비니아를 태모라의 두 아들들에게 강간하게 만든 것도 에런의 머리속에서 나온 또 하나의 계획된 음모 중의 일부이다.

그리고 태모라가 낳은 흑인 아기가 자신의 핏줄이라는 것을 상키시킴으로써 작품 후반부에 이를수록 권력욕에 눈이 먼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로마 황후가 흑인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죄 없는 유모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트족의 부활을 염원하게 된다.   

 

나는 고트족에게로 돌아간다.  제비처럼 빨리 날아서 말이다.  거기에 이 팔 안의 보물을 마틱고 비밀리에 황후의 옛 친구들을 규합해야지.  어서 가자, 입술이 두꺼운 아가야.  그곳으로 데려가마.  네 녀석이 이 아비의 갈 길을 바꿔버렸다.  야생의 열매와 풀뿌리로 널 먹여주고 염소의 젖을 빨게 해주마.  깊은 동굴 속에서 널 키워 떠나간 전사가 되게 하고 큰 군대를 이끌 장군으로 길러내겠다.     


  - 같은 책, 제4막 2장, 에런의 대사, pp 153 -

 

그러나 자신의 당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실행되었던 음모는 타이터스의 아들 루셔스에게 발각된다.   포박당하여 곧 죽음의 운명에 처하게 될 에런은 루셔스의 험학한 욕설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모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에런이 스스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그는 정말 작품 속에서 단언 돋보이는 '악마' 같은 존재이다.

 

악마라는 게 정말 있다면 나는 악마가 되어  

영원히 타오르는 지옥의 불 속에 살고 싶다. 

그러다가 너희가 지옥에 오게 되면 이 독 묻은 혀로  

너희에게 영원한 고통을 맛보게 할 수 있을 테니까!  

 

 - 제5막 1장 에런의 대사, pp 181  - 

 

   

  잔혹한 복수극 뒤에 남는 것은,,, 

이 글에서 최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잔혹하거나 살육 장면의 일부를 살짝 언급했지만 <타이터스>를 직접 읽어보게 되면 셰익스피어 특유의 잔혹한 묘사를 실감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후반부에 이를수록 잔인한 묘사는 극에 달한다. (특히 결말부에서는,,,)  이 복수극을 실제로 무대로 오르게 된다면 이전에 나왔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에 견줄만한 복수로 시작된 유혈이 낭자한 장면들이 연출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장르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잔혹한 내용의 고전을 원한다면 셰익스피어의 <타이터스>를 강력 추천한다.  오래 전에 나온 내용치고는 읽는데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글로 묘사되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임산부와 노약자에게는 권하고 싶지는 않다. 

    


 

프란시스코 고야 <싸움> 1820~1823

 

' 잔혹극 ' 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프랑스의 극작가 앙토냉 아르토는 잔혹함의 인식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극에 달한 잔혹함을 경험할 때 영혼의 정화작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관람자는 잔혹한 장면을 통해서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애를 느끼게 된다.

<타이터스>는 줄거리보다는 잔혹한 살육 장면이 많이 부각되는 바람에 이 작품이 과연 문학적 가치와 작품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 독자들마다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잔혹함이 잔혹함만으로 그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타이터스와 태모라 그리고 에런이 연출한 잔혹한 복수극 뒤에 남는 것은 복수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성을 상실한 채 '악마' 가 되어야했던 그들의 비참한 최후뿐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복수의 무대에서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복수의 광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순수한 인간성뿐만 아니라 자신 자신의 삶과 인생마저 산산히 파괴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감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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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7-17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역시나 대학생의 열렬한 방학의 탐구심은 리뷰를 읽는 내내 숙연하게 만드네요. ^^ 밑에 있는 학점 역시 숙연하게 감상했습니다. ^^ 지존이신 듯 ㅋ

마지막 줄에 있는 복수의 광기에 대한 정의가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렇죠. 어떤 감정이 극단까지 올라가 치우친 다는 것은 인간의 균형을 상실하게 만들죠.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극단으로 올라가면 정말 좋은 것이 없습니다.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제대로 한 권도 읽지를 못 했어요. ^^ 게다가 악인들은 모두 흑인으로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 별로 호감도 가지 않구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이기는 하지만요. ^^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에서 이런 셰익스피어의 시각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있었다고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때 당시 시대의 통념상 그것은 받아 들일 수 밖에는 없었겠죠.

암튼 위대한 작가인데 그다지 손이 안 가는 작가이니 저도 참 좀 극단적인 독서가에요.

비 많이 오는 데 시루스님의 집이 좀 걱정입니다. 독서에 집중하시게 비가 안 새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

cyrus 2011-07-18 15:33   좋아요 0 | URL
아직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복수에 사로잡힌
인물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해요.
특히 <햄릿>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한 번 읽어보셔요 ^^

제가 사는 대구, 특히 저희 동네는 비 걱정 안 해도 됩니다. ㅎㅎ
항상 무덥거든요. 오늘도 무척 더워요.
서울 경기도 쪽에도 이제 더워지기 시작한다죠?
열심히 일하시더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혹서기에 들어사게 되니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

sslmo 2011-07-1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만지 책들 좀 좋아해서 하나 씩 사모으고 있는데,
세익스피어의 이 책은 아직이네요~ㅠ.ㅠ

오랜만에 고야의 그림을 보내요~^^

cyrus 2011-07-19 20:28   좋아요 0 | URL
저도 지만지 책을 구입해보려고 하는데,, 축약본이 좀 있는지라
왠만하면 완역본을 구입하려고 해요.

제가 읽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완역본이에요.
내용이 좀 잔인하죠? ^^;;

마녀고양이 2011-07-2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현대 사회가 더 발전된 사회일지 모른다는,
적어도 몇가지 점에서는 더욱 좋아진 사회일지 모른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특히........ 형벌 측면에서는요. 아우, 몸서리쳐져요.
갑자기 조선 시대의 사지를 찢어 죽이는 형벌이 생각나서요. ㅠ

cyrus 2011-07-21 20:47   좋아요 0 | URL
능지처참은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유사한 형벌이 있어요.
정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예전보다 좋은건 사실인거 같아요.
 
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의 독설

 

 

 

1886년, 영국 포츠머스 시 교외에 위치한 작은 병원.  27세라는 젋은 나이에 개인 병원을 차렸지만 환자들이 북적거려야할 접수창고는 썰렁할 뿐이다.  병원에 환자가 별로 없다보니 젋은 의사에게는 시간이 남아 돌았지만 환자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병원 업무만 하기에는 돈에 쪼들였다.    

의사는 남아도는 시간에 추리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결국 그가 돈을 벌기 위해서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자신이 직접 소설을 써서 출판하기로 한 것.   평생동안 시체 해부를 하면서 의학을 전공한 의사는 소설 작법을 정규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지식과 업무 시간 때마다 틈틈이 읽었던 추리소설에서 얻게 된 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훗날 세계적인 명탐정 캐릭터가 탄생되는 소설 한 편을 완성하게 된다.  

그 작품이 바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최초로 등장하게 되는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1887년 작)이다.    

추리작가이기 전에 무명의 젋은 의사에 불과했던 코난 도일이 즐겨 읽었던 추리소설은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과 오늘날에는 잊혀졌지만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뒤팽 이후로 등장한 두번째 탐정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르콕 탐정이 등장하는 프랑스의 에밀 가보리오의 소설이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탄생되기 전에는 미국의 뒤팽과 프랑스의 르콕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코난 도일은 추리소설 장르의 선배격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동경하여 셜록 홈즈라는 추리문학사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영국의 탐정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이라는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형사의 모습과 달리 아무도 풀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추고 있는 기본이며 악한들 앞에서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 강인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코난 도일 역시 세상에 첫 선을 보게 된 셜록 홈즈가 이전에 등장한 선배 작가들의 탐정 캐릭터들보다 대중들에게 더 오랫동안 각인시키길 바랬다.  좀 치졸한 방식이지만 셜록 홈즈라는 탐정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도일은 작품 속에 셜록 홈즈의 말을 빌어 선배 작가가 창조한 탐정들을 평가절하시켜버렸다.  

<주홍색 연구>에서 왓슨 박사가 홈즈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면서 그의 추리 이론과 원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장면이 있다.  왓슨 박사는 홈즈를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 나오는 뒤팽과 같다고 말하자 홈즈는 냉담하게 왓슨의 의견을 반박한다.   홈즈는 뒤팽의 추리력은 얄팍한 방법일뿐이며 뛰어난 탐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깎아내린다.   

그러자 왓슨 박사는 가보리오의 르콕이라면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역시 르콕 역시 홈즈의 독설을 비켜갈 수 없었다.     

 

뭐, 르콕이라고?   실수만 저질러 차마 볼 수가 없지. 단 한 가지 장점이라면 정력뿐이야.  그 책은 정말이지 답답할 만큼 따분해문제는 입을 열지 않는 피고의 신원을 알아낸다는 것이었어.  나라면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걸 루콕 선생은 반 년이나 걸리고 있지.  그 책은 탐정이 빠지기 쉬운 잘못을 나타내는 교과서라면 쓸모 있을 거야.

  

자신이 숭배하고 있던 탐정 두 명이 홈즈 한 사람에 의해 한순간에 내리깎이는 모습을 지켜본 왓슨 박사는 홈즈의 첫인상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나이는 머리가 매우 좋을지 모르지만, 꽤나 잘난 체하는 친구로군.

 

셜록 홈즈의 독설을 통해서 도일은 추리소설 장르의 선배격이나 다름없는 두 작가의 탐정을 잘근잘근 씹어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지만 냉철하면서도 런던의 차도남 홈즈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반장     

만약에 셜록 홈즈는 40여 년 뒤에 등장하게 될 프랑스 출신의 매그레 반장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매그레 반장 역시 홈즈의 독설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그의 모습과 수사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셜록 홈즈와 정반대이며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전에 홈즈가 독설을 날렸던 르콕 탐정처럼 매그레 반장의 장점이라면 110kg의 육중한 덩치에서 나오는 정력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매그레 반장의 수사 방식은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포아로처럼 천재적 두뇌를 밑바탕이되는 추리력과는 거리가 멀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여려 가지 증거와 단서를 종합하여 범인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홈즈처럼 독자나 범인을 허를 찌르게 할 정도는 아니다.  개인적인 비유를 하자면 홈즈의 추리력을 단단한 물건이라도 단칼에 싹둑 베어낼 수 있는 날카로운 검이라면 매그레 반장의 추리력, 아니 두뇌력은 조금은 날이 무딘 검이다.

매그레 반장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수상한 라트비아>는 우리의 주인공이 라트비아 출신의 국제적 사기범 피에트르라는 인물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와 관련하여 갑작스레 벌어진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남으로써 라트비아 인 피에르트를 둘러싼 사건의 내역을 본격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줄거리다. 

그러나 피에트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도중에 그의 절친한 동료이자 자신이 소속된 기동 수사대원이 토랑스 요원이 살해됨으로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건은 더욱 미궁 속에 빠지게 되며 토랑스의 죽음에 매그레 반장은 정신적인 충격을 빠지기도 한다.  

 

  

 범인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바윗덩어리' 매그레 반장   

 

  


 

르네 마그리트 <보이지 않는 세계> 1954년 

매그레 반장을 미술 작품으로 표현한다면 마그리트의 그림으로 비유하고 싶다.  

그림 속에는 넓은 바다가 보이는 방 안에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놓여져 있다. 

마그리트가 이 그림을 통해서 관람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지만 

제목대로 비록 살아 움직이지 않은 무생물이라도 인간이 보지 못하는  

내면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매그레 반장은 이전의 탐정의 모습과는 다르게  

범인을 잡기 전에 범인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는 관념론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매그레 반장은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법한 범인의 마음 한 구석에도 

인간적인 면으로 상징되는 '균열' 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탐정과 형사들이 보지 못하는  

범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 보이지 않는 세계 ' 를  

매그레 반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저 그림 속 바윗덩어리처럼...  

 

 

하지만 매그레 반장이 허점이 많고 추리력도 없는 날이 무딘 검이라고 해서 그의 수사 실력은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매그레 반장을 홈즈의 독설처럼 추리력을 보유한 탐정형 인물과 거리가 먼 캐릭터라고 평가절하는 것은 금물이다.  

매그레 반장은 남의 처지가 되어보면서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하면서 결정적 단서보다는 미묘한 분위기와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유추해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그래서 범죄보다는 범인의 삶에 더 관심을 갖고, 범인을 잡아 자신의 공을 세우려하기보다는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편이다.  

그리고 동료의 죽음 때문에 잠깐 마음이 동요되는 매그레 반장의 모습만 가지고 그가 정신적으로 유약한 것은 아니다.  키 180㎝에 몸무게 110㎏의 육중한 덩치에 담배 파이프를 즐기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저돌적인 성격이다.   

 

마제스틱 호텔에서 매그레의 존재는 일종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호텔 분위기상 도무지 소화되기 어려운 하나의 바윗덩어리와도 같았다.  (중략)  

파이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꽊 다문 턱 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장소가 마제스틱 호텔이라고 그걸 입에 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건 어쩌면 자신감이랄지, 아예 투박하기로 작정하고 취하는 태도인지도 몰랐다.   (중략)     

어쨌든 그는 주위의 시선일랑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움직임으로부터 초연한 자세였다. 지하실 댄스홀로부터 새어 나오는 재즈의 소음조차 도무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난 것처럼, 그의 몸에 부닥쳐 튕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 조르주 심농 <수상한 라트비아인> 성귀수 역, 열린책들, pp 22~23 -  

  

매그레 반장이 어떤 인물인지 정확히 묘사하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위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 맡은 일에 묵묵히 수행하는 그의 모습이 든든하지 않은가.  재즈의 소음뿐만 아니라 어떤 악당도 그를 공격했다간 그의 육중한 바윗덩어리 같은 몸에 힘없이 튕겨나갈 것이다.

  

 

  매그레의 균열 이론  

매그레 반장은 홈즈처럼 뛰어난 추리력과 추리 이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도 사건 수사 방식에 관련된 자신만의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이름까지 정한 ' 균열 이론 ' 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균열 이론이란 모든 범죄자, 모든 악당의 내부에는 ' 인간 ' 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매그레 반장이 직접 창안한 것이다.  범죄자들은 경찰과 대면하게 되면 ' 게임 상대 ' 로 변하게 되는데 적의 모습을 취하게 되면서 경찰의 추적에 저항하게 된다.  그러나 게임 상태한테 균열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면 그 사이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드러나게 되며 매그레 반장은 범죄자의 마음 속에 생기는 균열을 통해서 체포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범죄자의 심리 속에 숨겨진 약점을 잡아내는 방식이 치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매그레 반장은 일부러 범죄자의 '균열' 을 굳이 부단히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셜록 홈즈의 사건 수사 방식이라면 독심술 쓰듯이 범죄자의 정신적 약점까지 집어내어 범인을 체포하는 올가미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그레 반장은  나쁜 죄를 지어 자신에게 체포된 범죄자라도 그가 범죄를 일으켜야만했던 이유를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매그레 반장  

 

아침에 마제스틱 호텔의 어느 여자 투숙객이 뇌까린 말...  <저 꼬락서니 좀 보라구!> 

세상에...!  <저 꼬락서니>라니!  계속 수작을 부릴 위험성이 다분한 악당들을 처단하기 위해, 그것도 바로 같은 호텔에서 살해당한 동료의 복수를 위해 노심초사 동분서주하는 형사한테 그게 할 말인가!  

<저 꼬락서니>라니! 영국 재단사의 솜씨로 멋지게 빚어낸 옷 한 벌 갖춰 입지 못하고, 매일 아침 손톱이나 다듬을 여유 따윈 꿈에도 기대할 수 없는 빡빡한 일정에 사흘 전부터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주인공 없는 식탁만 꼬박 지키고 있을 마누라를 둔 사내에게 그게 어디 할 소리인가!   

 - 같은 책, pp 165 -

  

홈즈도 매그레 반장의 수사 방식을 보고 있다면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 속 대사처럼 ' 꼬라지하고는,, ' 이라고 하면서 혀를 찼을 것이다.    하지만 홈즈도 매그레 반장한테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상대방, 특히 여성이라면 차갑게 대하고 잘난척하는 '차도남' 홈즈보다 무뚝뚝한 면도 있지만 자신의 일에 혼자서 묵묵히 수행하고 자신의 부인, 경찰 동료들뿐만 아니라 범인의 마음까지 이해해주는 실제로는 '따도남' 인 매그레 반장이 더 친숙해보인다.         

하루종일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식사와 잠을 미루어가면서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소설 속 매그레 반장의 모습은 우리가 볼 수 없는 24시간동안 국민의 보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경찰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언론에서 대한민국 경찰들의 허술한 면이 자주 노출되고 있는 요즘,  매그레 반장 같은 경찰이 우리나라에 많다면 범죄율도 줄어들게 되고 국민들로부터 '민중의 지팡이' 라는 좋은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중간에 사건 해결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눈 밑에 다크써클이 생기기도 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매그레 반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아하니 닭 튀김을 좋아하는거 같은데 몸 보신하라고 삼계탕 한 그릇 권해드리고 싶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될 매그레 반장의 활약상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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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나오더니, 시루스님도 읽으셨군요.
저는 최근 나온 것은 못 읽었고, 예전 문고판에서 읽은 것 같은데...
영 깜깜하니 기억을 살리지 못 하네요. <죽음을 부르는 개>라는 책을 읽었는데, 영. ㅡㅡ;;

홈즈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군요. 어릴 때 워낙 좋아했는데
그때는 좀 순화된 이미지로 나왔잖아요. 그래서 정말 멋지다 생각했죠. 하지만
저 까만 책에서 원 이미지를 살린 홈즈는... 으, 까칠하고 마약하는데다 자폐 성향도.
여하간 편안한 이미지가 홀랑 날아간. 그렇게 생각하면 메그레 경감 쪽이 훨 낫겠네요. ^^

cyrus 2011-07-16 16:42   좋아요 0 | URL
이번에 열린책들에 나오게 될 매그레 시리즈가 심농의 아들인가,,?
여하튼 작가의 후손과 확실히 계약해서 국내에 소개된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75권의 시리즈가 발간될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아가사 크리스티
처럼 국내에 가장 많은 시리즈가 소개된 추리작가가 될꺼 같네요.

홈즈가 까칠하고 코카인을 때때로 흡입하기도 하죠.
사실 매그레는 파이프담배를 주구창창 피워대는 거 빼고는
괜찮아요. 사건을 혼자서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이
진정 사나이답고요.. 또 한편으로는 부인을 생각하는
가정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어요. ^^

2011-07-1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6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7-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해주신 책이 눈 앞에 좀 있는데, 좀 손에 들어야겠습니다. 얘기해주신 내용도 좀 참조 해 가면서요 ^^

참 비오는데 피해는 없으실지.. 지금 사는 집이 곰팡이는 좀 피지만 달동네 비슷한 곳이서서 물이 차거나 하지 않는게 다행입니다.

cyrus 2011-07-16 16:49   좋아요 0 | URL
ㅎㅎ 리뷰까지 참조 안하셔도 되요. 항상 리뷰를 쓰면서 느끼고 있지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다분히 개인적인 감정 위주로 쓰다보니
책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궁금하시는 분들에게 도리어 해가 될까봐
걱정도 들어요. 책의 내용에 대해서 정말 궁금하다면 거리낌없이
읽어보는게 상책인거 같습니다. ^^;;

여기는 심각하게 비 피해는 없고요,, 대구의 여름은 장마보다는
무더위의 고통이 크답니다. ㅎㅎ

sslmo 2011-07-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메그레 경감 시리즈다.
장르소설까지 두루 섭렵하시는 님, 좀 멋지십니다~

전 하나 하나 사모으고는 있지만,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있고...^^
완결된 다음에 읽는 못된 버릇도 갖고 있어서 말이죠.

밑의 페이퍼 봤어요, 대단하세요~.
잘 지내시죠?^^

cyrus 2011-07-16 16:54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네요. 나무꾼님 ^^ (갑자기 댁에서 나무꾼으로 개명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나무꾼님도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뭐 잘 살고
있습니다. ㅎㅎ 위쪽에는 장맛비가 주말까지 계속 온다는데
비 피해 없기를 바라요.

그전부터 매그레 시리즈가 출간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한 번 읽어보고 싶었어요. 출판사가 제가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인 것도 있었고요.
하필 시험기간이랑 겹쳐서 못 읽다가 여름을 맞아 읽게 되었어요.
제가 그전에 홈즈나 괴도 루팽 시리즈를 정말 좋아해서 다른 추리작가의
시리즈에 대해서 낯설게 느껴졌는데,, 1권만 읽었지만
매그레 반장의 모습이 매력적이더군요. 나무꾼님도 꼭 한 번 읽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