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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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의 '예술'을 사랑하게 되면 어떤 봉사도 서슴지 않는다'    

- O. 헨리 -

 

 

 

 백년해로 그리고 죽음마저 같이 한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읊은 이백의 <장한가>에는 양귀비가 사랑을 맹세하는 구절이 나온다.     

 

   
 

“하늘에 있을 때는 비익조가 되길 원하오며, 땅에 있을 때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비익조는 날개가 하나 뿐인 새이다. 두 마리가 합쳐야 비로소 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연리지처럼 부부의 깊은 애정을 뜻하는 말이다.  두 나무가 각기 자라다가,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져 한 나무가 된 것을 '연리지'라 한다.   '연리'(連理)라는 말은 처음에는 효성의 뜻으로 쓰였지만, 후대에는 부부간의 깊은 사랑을 표시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요즘 우리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현대인의 사랑에는 깊은 울림이 없다. 목적을 갖고 연애하고 작업으로 사랑을 얻으려는 것이 이제는 현대인의 사랑의 정석인 듯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는 장정일의 시처럼 쉽게 만나고 가볍게 헤어진다.  그리고 한 번 결실 맺은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 까지 변치 않은 사랑을 다짐 했건만 단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는커녕 틀리다고 단언하고 과감하게 돌아서는 성격차이의 이혼율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기도하다.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말의 의미와 부합되는 연인 또는 부부를 만나기란 보기 드물어졌다.

부부의 인연을 맺어 한평생을 같이 즐겁게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죽음마저도 한날 한시에 맞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랑이 만들어낸 숭고함 힘이라면 그 어떤 현실의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는 행동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신좌파의 이론가로서 사회개조와 생태주의의 이념을 추구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 앙드레 고르는 불치병으로 인해 죽음을 앞둔 자신의 아내와 함께 동반자살을 함으로써 2007년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58년 간의 사랑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 때 고르의 나이는 84세, 아내 도린의 나이는 83세였다.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사르트르가 평가했을 정도로, '유럽 최고의 지성' 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그가 왜 길고 긴 사랑의 역사를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것일까? 

 

 

  '지식'보다는 '사랑'을 추구하다  

아무리 앙드레 고르가 사랑하는 부인 도린을 위해서, 그것도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을 받는 지성인이 '자살' 이라는 극단적인 죽음의 방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우리에게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의 입장을 좀 더 깊게 이해해본다면 고르가 부인과의 동반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젋은 시절의 앙드레 고르와 그의 아내 도린  

 

고르 자신에게는 '앙드레 고르'라는 이름을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해 준 자신의 저작물이나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명성 그리고 '사상가'라는 지적인 명함이 단지 자신의 삶을 형성하고 유지하게 만드는 본질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본질적인 것, 즉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가치는 바로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아내 도린이었다.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인 아내를 위해서라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나 사상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위한 소원은 잠시 미뤄 둘 수도 있거나 기꺼이 포기할 수도 있는 비본질적인 가치에 불과했다.    

 

 

귀스타브 모로  <에우뤼디케의 무덤을 지키는 오르페우스>  1891년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pp 88~89)

  

편지의 마지막 내용은 죽음마저 초월하려는 도린을 향한 고르의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애써 아내의 부재를 믿으려는 하지 않는 남편의 심정이 무척 가슴 절절하다.  인생의 일부분이나 다름없는, 가장 중요한 본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사랑하는 도린을 먼저 보내는 두려움에 고르는 '함께 죽음'이라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pp 89)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부부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죽어서도 끝까지 도린과 함께 하고 싶은 고르의 사랑 앞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방해요소가 될 수가 없었다.  오직 사랑을 위해서 고르는 주체적인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자신의 곁을 먼저 떠난 연인 에우뤼디케를 만나기 위해서 혼자서 금단의 영역인 저승의 세계로 넘어 온 이승의 오르페우스처럼 말이다.    

  

 

  '사랑'이라는 예술을 위해서 봉사하다 

미국의 소설가 O. 헨리'누구나 자기의 '예술'을 사랑하게 되면 어떤 봉사도 서슴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와 부합되는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을 꼽으라면 앙드레 고르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애틋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더 뜨거웠던 노부부의 사랑이 만들어 낸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긍하지 못하는 독자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고르가 선택한 방식이 단지 사랑을 추구하기 위한 선택으로서 올바른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고르의 '사랑을 위한 함께 죽음'은 현해탄 한가운데서 투신한 김우진 & 윤심덕이 겪어야했던 상황과는 다르다.   동 서양 두 커플은 사랑의 감정이 계속 이어질 수 없는 극한의 한계에 마주치게 되자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김우진 & 윤심덕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비관적인 입장에서 '함께 죽음'을 택한 것이라면 고르 & 도린의 '함께 죽음'은 죽어서도 자신들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오고 인연의 끈을 돈독하게 유지지할 수 있는 오직 자신들을 위한, 긍정적인 입장이다.  

여기서 확실하게 부언을 하자면, 절대로 '사랑을 위한 자살'을 미화하는 입장을 밝히고자 한 것은 아니다.   (내용면에 그런 문제점이 될 여지가 있다면 문제되는 부분을 수정하거나 또는 삭제를 하겠다)     

지금까지 쓴 내용과 앞뒤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한다고 해서 고통의 감정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의 결과과 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사랑'을 위한 봉사 방식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사랑을 위한 '동반자살'이라는 현상의 결과보다는 오랫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주며 희노애락을 함께 한 노부부의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고르의 편지는 젋은 시절 때의 첫 만남부터 노부부가 되기까지 사랑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편지 내용이 시작되는 처음 부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사랑의 밤을 뜨겁게 보내는 장면을 묘사한 내용이 있다. 은근히 에로틱한 뉘앙스가 묻어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 레옹 제롬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890년경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러자 현실과 상상이 기적처럼 맞아 떨어져, 난 살아있는 밀로의 비너스 상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pp 12) 

 

사랑을 나누었던 일을 회상한 이 장면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실물 크기의 여인상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갈라테이아'라는 이름까지 붙여줄 정도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결국 비너스의 도움으로 대리석 조각상에 생명이 불어넣게 됨으로써 자신의 소원대로 갈라테이아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소원 끝에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게 되었듯이 고르 역시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해준 '예술'은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 수 있는 조형 기술도 아니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식도 아니었다.   

이들에게 진정한 '예술' 은 곧 '사랑'이었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무식하게 목숨까지 바칠 필요는 없다. 자신의 곁을 언제나 지켜주고 있는 인생의 동반자에게 변함없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사랑이 유지되기 위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봉사이며 결국에는 그 어떤 명화(名畵)보다도 아름다운 '백년해로'라는 자신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위대한 걸작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걸작' 정도는 아니더라도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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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11-0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작년에 후배가 읽고 인상 깊은 리뷰를 남겨서 살려구 하다가 다른 책 때문에 밀려서 못 산건데,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사이러스님 서재에서 볼 줄은 몰랐네요~ㅎ 이 책이 괜찮긴 괜찮나봐요~~^^

아, 후배 구슬려서 내 책 하나하고 바꿔야 겠당~~ㅎㅎ

cyrus 2011-11-10 13:38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이 책 좋았어요. 예전에 다른 서재 이웃분들이 쓴 리뷰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랑의 감정을 읊조리는 듯한 편지 속 몇 몇 구절이
너무나 좋았어요 ^^
댓글저장
 

 

 

 주원의 앨리스 증후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란 질환이 있다. 매일매일 동화 속을 보게 되는 신기하면서도 슬픈 증후군이다. 내가 그 증후군에 걸린 게 분명하다. 그런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 저 여자와 있는 모든 순간이 동화가 되는 걸까?" 

- 드라마 <시크릿가든> 12회, 주원의 독백 -

  

 

작년 12월,  찬 바람이 쌩쌩 불던 그 겨울,  주말 밤 10시만 되면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태워주던(?) TV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한번쯤 '주원앓이' 를 일으키게 만들든 [시크릿가든]이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주원'으로 분한 현빈을 대한민국 최고 스타로 우뚝 서게 만들 정도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한 회가 TV에 방영되고난 뒤에도 드라마 속 대사와 장면들이 시청자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장면 중간에 삽입된 OST뿐만 아니라 주원으로 분한 현빈이 읽은 책들까지도 때아닌 인기 열풍을 얻게 되었다.   드라마 덕분에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책이 루이스 캐럴이 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수백년 전에 쓰여진 고전 동화는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앨리스' 는 드라마 내용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원이 읽은 책으로만 그치지 않고 드라마 대사에 인용될 정도로 '깨알 같이' 등장하였다. 

드라마 12회분에서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은 '다모'가 되어 액션 장면을 멋지게 소화하는 장면이 있다.  혼자 속으로 라임에 대한 연정을 키워 나가고 있었던 주원(현빈 분)은 스턴트 촬영하는 장소까지 따라오게 되는데 라임의 액션 장면을 넋을 놓으면서까지 바라보다 속마음으로 되뇌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란 질환이 있다. 매일매일 동화 속을 보게 되는 신기하면서도 슬픈 증후군이다. 내가 그 증후군에 걸린 게 분명하다. 그런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 저 여자와 있는 모든 순간이 동화가 되는 걸까?" 

라임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앨리스'로 비유하여 낭만적으로 표현한 이 대사 덕분에 라임의 스턴트 액션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현빈의 모습이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이 되었으며 동시에 '앨리스 증후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다.  

'앨리스 증후군' 의 증상은 아주 신기한 시각적 환영이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편두통을 가지고 있는데 물체가 작아보이거나 커보이거나 왜곡되어 보이거나 하는 증상을 호소한다.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동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환상적인 현상들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나도 주원처럼 <앨리스>를 읽어봤지만... 

  

 

최근에 <앨리스>를 읽으면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는  

내심 은근히 이런 모습을 바래왔건만... 

 주위 사람들은 내가 책 읽는 모습은커녕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조차 

그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ㅠ_ㅠ (크흑..) 

 

 

 

 

 

 

  

 

 

 

 

 

 

 

 

지난 달에 시험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틈틈이 독서를 하곤 했었다.  그 때 읽은 책이 바로 <앨리스>다.    친한 친구들과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독서를 하고 있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항상 이 책을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면서 읽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학교 교과서 이외에는 책과는 아예 담 쌓은 남정네들이라 그런지 내가 책 읽는 모습에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도 단 한 명도 물어보지 않았다.    비록 무의미한 상상이지만 공부를 같이 하는 동료들 중에 단 한 명의 이성이라고 있었으면 어떤 반응이 찾아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왠만한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현빈이 나온 [시크릿가든] 정도는 분.명.히 시청했을 터이고 드라마에 나왔던, 주원이 열심히 읽었던 <앨리스> 역시 알고 있지는 않았을까...?   

  

사실 <앨리스>를 이름만 들어왔을 뿐이지 온전한 이야기를 접해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작년에 드라마로 인한 앨리스 열풍이 일어났을 때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앨리스>를 읽어 볼 기회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서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시험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재미난 책을 읽기 위해서 고른 것이 바로 <앨리스>였다.  

하지만 <앨리스>는 장르가 분명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쉽게 읽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현실의 세계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환상적인 사건들이 뒤죽박죽되어 전개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소설 속 인물의 묘사나 대사 속에서는 작가인 루이스 캐럴이 의도적으로 삽입한 풍자와 넌센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수수께끼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마틴 가드너 (1914~2010) 

   
  가드너는 대중들을 위한 과학을 널리 알리는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에 독자들을 위한 유희 수학 게임을 컬럼 형식으로 연재할 정도로 수학 발전에도 기여하였다.  유희 수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 덕분에 가드너는 수학적 유희가 가득한 <앨리스>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앨리스'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앨리스>는 위대한 영문학 작품이 되는 동시에 다양한 관점을 통해서 연구되고 해석되어지는 텍스트로 남게 되었다.  미국의 대중 과학 저술가로 유명한 마틴 가드너 가 광범위한 주석을 단 <앨리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출간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앨리스> 속에 오랫동안 숨겨져왔던 수학적 유희와 넌센스들이 봉인 해제되듯이 독자들에게 공개되었다. 

나는 시험이 끝나고 난 뒤에 국내에 번역된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에 수록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같이 읽었다.  한 페이지마다 박혀 있는 어마어마한 주석 때문에 <앨리스> 텍스트만 온전히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오리혀 가독성 떨어지게 만드는 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된 <앨리스> 텍스트를 다 읽고 난 뒤에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를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처음에 읽었던 텍스트에서 알지 못했던 넌센스와 언어 유희의 의미를 <주석 달린 앨리스>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앨리스>의 탄생과 관련된 뒷이야기

 

 

(左)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  

(右) 캐럴이 직접 촬영한 7살의 앨리스 리델 (1860년)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뿐만 아니라 국내에 번역된 <앨리스>에 수록된 역자 해설를 읽었다면 <앨리스>라는 소설이 작가 캐럴이 친분이 있었던 리델 가(家)의 자매들 중 둘째 앨리스 리델을 위해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지금까지도 그의 생애와 관련된 수많은 추측과 의문점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루이스 캐럴' 은 필명이며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다.  그는 원래 수학자로 활동했으며 수학과 관련한 논문 몇 편도 저술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는 실제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내향적이었으면서 말을 더듬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그는 말을 더듬지 않은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린 소녀들 앞에서뿐이었다고 한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그는 자신보다 많이 어린 예쁘고 가냘픈 몸에 영리하고 활발한 소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친구로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어린 남자 아이들은 유독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수학 교수를 지내던 학교의 학장인 딸과 친분을 맺을 수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훗날 <앨리스>라는 명작을 탄생케 한 캐럴의 인생에 유일한 '뮤즈' 앨리스 리델이었다.  

캐럴은 앨리스가 동행한 리델 가의 딸들과 함께 템즈 강을 따라 보트를 타면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러자 앨리스는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고, 소녀의 호의적 반응에 신이 난 캐럴은 앨리스 리델을 위해 직접 글을 쓰고 손수 삽화를 그린 이야기 책을 크리스마스 기념일에 맞춰 선물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땅 속 나라의 앨리스' 이다.   이듬해, 이야기 책은 내용을 좀 더 손질한 끝에 '루이스 캐럴' 이라는 필명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이 때, 당시 영국의 유명한 삽화가인 존 테니얼이 그린 삽화가 추가되었다.  

   

 

[존 테니얼이 그린 <앨리스>의 삽화 일부] 

 

 

 

 

 * 앨리스가 전면으로 나오는 삽화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아기 돼지를 껴안은 앨리스의 모습이 귀엽다. 

 

 

* 앨리스와 체셔고양이와의 만남

 

 

하지만 스무살 남짓 차이가 나는 내성적인 숫총각과 귀여운 소녀와의 교류 관계는 오랫동안 이어질 수가 없었다.  캐럴은 사진 촬영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특히 여자아이들의 사진을 즐겨 찍었다.  그래서 지금도 캐럴이 직접 찍은 앨리스 리델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이 몇 장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캐럴과 앨리스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게 된 이유는 캐럴의 독특한 사진 촬영 때문이었다.  어린 소녀를 찍은 사진들 중 일부는 누드 사진이었다.  어린 소녀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들은 캐럴이 죽고 난 뒤에 불에 태워져 사라졌지만 일부 몇 장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으며 벌거벗은 리델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리델의 부모는 앨리스에 대한 캐럴의 기이한 집착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 그와의 관계를 단절했으며 그가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도 모두 파기시켰다.  심지어 앨리스 리델의 후손들마저도 캐럴와 앨리스와의 친분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을 의도적으로 파기시키기에 이른다. 

오늘날에도 캐럴과 앨리스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단절된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또다른 배경으로는 캐럴이 11살이 된 앨리스에게 청혼했기 때문이라는 원인도 있다.   그리고 어린 소녀에 대한 그의 유별난 관심은 캐럴이 소아성애자였을 가능성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앨리스>, 알고 보면 사랑의 순애보?  

비록 자신보다 나이가 한창 어린 소녀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정상적인 사랑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앨리스> 속에는 귀여운 소녀 앨리스 리델을 향하는 내성적이면서 상상력과 동화적 감수성이 충만한 캐럴의 애틋하고 각별한 감정이 묻어나 있다.   그리고 캐럴과 앨리스와의 관계 그리고 <앨리스>가 처음에는 앨리스를 위해서 만든 이야기라는 것을 비추어 본다면 <앨리스>는 내성적인 말더듬이 수학자가 사랑하는 앨리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면서도 간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는 일종의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앨리스와의 행복한 추억을 잊지 않으려는 캐럴의 순정적인 마음 역시 엿볼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앨리스를 동행한 자매와 함께 한 템스 강에서의 소풍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은 아름다운 내용의 서시(序詩)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황금빛 오후 내내
우린 한가로이 배를 저었네.
솜씨는 없었지만
작은 팔로 부지런히 노를 저었지.
작은 손은 헤매는 우리를
이끌어주는 척 손직했다네.

아, 잔혹한 세 사람이여!  그런 시간에
꿈을 꾸는 듯한 날씨에,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다니.
깃털 하나도 살랑일 수도 없을 만큼 숨이 약한 이에게!
하지만 불쌍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입을 모아 말하는 세 명의 목소리를 어찌 당해 내겠는가!

(후략)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펭귄클래식코리아, pp 106 -

 

시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템스 강 위에 띄운 보트를 타면서 캐럴이 들려준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던 리델 가의 세 자매를 가리킨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 캐럴은 직접적으로 앨리스에 대한 연정을 드러내고 있다.   <앨리스>가 원래 앨리스 리델, 단 한 명의 소녀를 위해서 만든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애정이 담긴 일종의 헌정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헌정사 속에는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들이 그녀가 어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간직하기를 바라고 있다.  '먼 나라에서 온 꽃들로 만든 화관' 은 오랜 세월이 지난 시들어지듯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잊혀질까봐 걱정하는 캐럴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앨리스!  이 어린아이 같은 이야기를 가지렴.
그리고, 부드러운 손길로 이 이야기를 놓아두렴.
어린 시절의 꿈이
신비로운 기억의 띠로 얽혀 자라는 그곳에.
저 먼 나라에서 꺾은 꽃들로 만든
순례자가 쓴 시든 화관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3장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 편에는 인간처럼 대화를 하는 각종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 널리 알려진 동물이 바로 도도새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들 중에서 앨리스를 가장 호의적으로 대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 코커스 경주의 우승자로서 앨리스에게 상으로 골무를 수여하는 도도 (pp 137)   

   
 

재미있게도 테니얼의 삽화 속 도도의 날개 밑에는 인간의 손이 달려 있다. 아무래도 골무를 집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인간의 손을 그려넣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참고로 도도의 양 날개는 퇴화되어서 날 수 있는 기능이 상실되었다.  그래서 도도는 일반 새와는 다르게 날아다니지 못하는 '바보, 얼간이  새'라는 별명이 붙여지게 되었고 인간의 지나친 수렵으로 인해서 17세기 말에 멸종되고 말았다.

 
   

 

자신이 제안한 코커스 경주에서 모든 동물들 그리고 앨리스가 우승한 것으로 선언함으로써 상을 수여하게 되는데 도도는 엉뚱하게도 앨리스의 주머니에 있던 골무를 자신이 직접 상을 수여하는 것처럼 전달한다.  

<이상한 나라>에 등장한 도도는 루이스 캐럴, 작가 자기 자신을 희화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자기 이름을 '도-도-도지슨(Do-Do-Dodgson)'이라고 발음한 것에서 차용하여 '바보, 얼간이 새'로 상징되는 '도도(Dodo)'로 소설 속에서 분장한 것이다.   

그런데, 많고 많은 부상(副賞) 중에 왜 하필이면 '골무'를 수여했던 것일까?   

아쉽게도 마틴 가드너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내용의 주석을 달지 않았다. <앨리스>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해석의 대상이 되어지듯이 도도가 앨리스에게 수여하는 '골무'에 대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직접 추측하고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골무'는 영어로는 Thimble이다.  이 단어를 영어사전에 찾아보게 되면 골무라는 뜻 이외에도 '고리'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골무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헝겊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플라스틱, 금속제품으로 된 것도 있으며 손가락 끝에 끼우는 캡 모양과 가운데 손가락에 끼는 링 모양,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포털사이트에 '영국 골무'로 검색하게 되면...  예쁜 무늬가 그려진 영국 골무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 과연 사진 속 고급(?) 골무가 진짜로 영국산인지 제대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

캐럴이 활동하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19세기 중후반) 때 부유한 사람들이라면 도자기 형태의 아름다운 무늬가 그려진 고급 골무를 사용했을 것이다.  특히, 리델의 아버지은 유명한 영국의 명문대 옥스퍼드 대학 크라이스트처지 학장이기 때문에 고급 골무를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을 가졌을 것이다.

 
   

   

영국산 골무는 아름다운 무늬가 그려진 조그만한 도자기를 연상케 한다.  바느질할 때 주로 사용하는 유용한 도구이면서도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소중히 보관할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앨리스 수준의 연령의 소녀라면 작고 아름다운 물건에 한창 관심을 가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리고 앨리스 수준에 딱 어울리는 작고 아름다운 선물로도 알맞다.   

캐럴이 이런 의도를 정확하게 헤아리고 있지 않았을테지만...  ^^;;  

앨리스가 가지고 있던 골무를 자신이 직접 상품으로 수여하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앨리스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캐럴의 조크(Joke)로도 볼 수 있다. 

 

 

 한 소녀를 향한 사랑이 만들어낸 판타지  

'앨리스 증후군'에 시달렸던 주원은 끝내 길라임과의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루이스 캐럴은 <앨리스>라는 작품 하나만으로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었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었다.  주원은 '라임앓이'로 인한 앨리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소심한 루이스 캐럴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앨리스 앓이'를 하는 독신으로 살아야만했다.    

지금까지도 캐럴이 실제로 앨리스 리델과 사랑에 빠졌는지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말로 자녀뻘인 앨리스 리델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결혼을 하려고 했는지 확증할만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캐럴은 어린 소녀들에 대한 순수하면서도 각별한 애정을 자신만의 이성애로서 표출했다는 것이다.   후대의 독자들은 소녀에 대한 캐럴의 애정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롤리타>에 등장하는 험버트 험버트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캐럴이 그저 육체적 쾌락을 탐닉하기 위해서 어린 소녀들의 모습에 강하게 이끌렸던 것은 아니었다.   

 " 불쌍하고 가엾은 꼬마 앨리스! "

1932년, 루이스 캐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글에서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G.K. 체스터턴은 <앨리스>가 학자들에 의한 텍스트의 무분별한 해석으로 인해 '오래된 비석처럼 차갑고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한탄하였다.  그는 <앨리스>가 재미있는 동화로서 읽혀지기보다 어려운 시험문제를 풀듯이 텍스트 해석에 치중하는 독서를 문제 삼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농담과 많은 생각이 요구되는 수학적 유희 그리고 터무니없는 의미를 가진 넌센스 때문에 오히려 <앨리스> 읽기를 기피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캐럴은 독자들로 하여금 곤란하게 만드는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가 아니다.  그리고 독자들을 골탕 먹이려는 괴퍅한 의도도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복잡하고 머리를 아프게 만들만한 언어적. 수학적 유희와 넌센스들은 오직 자신이 사랑했던 앨리스를 위한 캐럴의 은밀한 밀어(蜜語)다.  앨리스를 향한 사랑이 흥미롭고 독특한 판타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불쌍하고 가엾은 사람은 바로 루이스 캐럴이다. 

<앨리스>가 동명의 소녀를 위해서 말더듬이 수학자가 손수 제작한 사랑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평생동안 한 소녀를 향한 사랑앓이를 하다가 독신으로 지내야만했던 '왕소심' 말더듬이 수학자의 이루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 이야기와 행복했던 템즈 강에서의 추억은 이제는 '순례자가 쓴 시든 화관' 으로만 남게 되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에도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였었지 하지만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법이니까
난 멈출수가 없었어 이미 내 영혼은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조관우의 <늪>에는 이런 가사 구절이 있다.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법이니까"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또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 속으로 도피함으로써 스스로 극복하려고 한다. 

노랫말처럼 캐럴은 <앨리스> 속 환상의 세계를 통해서나마 실현 불가능한 사랑을 이루고 싶어했으며 자신의 감정을 앨리스 리델에게 표출하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말 더듬는 자신을 어리석은 도도새로 둔갑할 정도로 말이다.   상상력이 충만했던 캐럴이라면 자신의 사랑을 상상 속으 동화로마나 가능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지금도 <앨리스>를 읽게 되면 앨리스가 체험하게 되는 황당한 사건들이 재미있고 유쾌하다기보다는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인생을 살아야했던 어느 말더듬이 수학자의 슬픈 사연 때문에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루이스 캐럴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저 간직한 어느 사내의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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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1-0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뉘 이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당!!! ^^

cyrus 2011-11-08 14:57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세요, 읽다보면 황당한 내용도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답니다. ^^

아이리시스 2011-11-0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석달린 앨리스 맨날 두 페이지 넘기다가 다시 덮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주석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ㅠㅠ 주석이 나를 잡아먹고, 내가 주석에게 잡아먹히는 느낌이 든다니까요.ㅋㅋㅋ

cyrus 2011-11-08 14:58   좋아요 0 | URL
저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만 먼저 읽고난 후에 다시 읽을 때 주석을 읽었어요.
그 중에 정말로 궁금한 내용과 관련된 주석을 중심으로요. ^^

노이에자이트 2011-11-0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리타>에서도 어린 소녀가 육체적 쾌락의 대상은 아닌데,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용어 때문에 음란한 작품인줄 아는 이들이 많죠.정작 읽어보고 "뭐 이래~야한 소설이 아니네~" 한다는...

cyrus 2011-11-08 14:58   좋아요 0 | URL
앨리스를 읽어본 김에 이번 기회에 롤리타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yamoo 2011-11-0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틴 가드너의 책들은 정말 멋지죠~ 저두 번역본은 한 권 빼놓고 모두 갖고 있습니다. 윌리엄 파운드스톤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과학 저술가입니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만만한 책이 아닌 거 같아요. 논리와 수학적 사고의 핵심이 담겨 있는 동화같은 이야기랄까요~

cyrus 2011-11-08 15:00   좋아요 0 | URL
마틴 가드너가 쓴 이야기 패러독스라는 책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책도 참 좋았어요. ^^

논리적, 수학적 사고가 요구되는 요소들을 이야기에 넣다보니 읽을 때
간혹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주석을 읽다보면 작가의 창작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카스피 2011-11-1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마틴 가드너 주석달린 앨리스와 펭귄 클래식 앨리스 세트를 가지고 있어요.위 사진에 있는 합본으로 된 앨리스도 살려고 했지만 솔직히 읽기 불편해 아직 안사고 있는데 가지고 있는 분권된 앨리스가 읽기 편하서지요.하지만 약간 주석이 다르다고 하니 살까 말까 고민되기도 하네요^^
댓글저장
 

 

   

 Scene #1  10월의 마지막 밤에 나는...  

 

어제, 인터넷 접속을 하면서 유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잊혀진 계절' 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봤다.   

좀 웃긴(?) 사실이지만 나는 이 노래를 잘 안다.   

참고로 이 노래는 내가 태어나기 6년 전에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7080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가요를 섭렵하게(?) 되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가사 내용대로 가을, 특히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떠올리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이다.   애상적인 가사와 멜로디에 걸맞은 가을만 되면 유독 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을이 아니더라도 종종 이 노래를 신청하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계절'의 가사처럼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딱 맞은 노래인 것이다.  

  

비록 가사 내용처럼 10월의 마지막 밤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하는 슬픈 일은 아니었지만...  어제 같은 경우에는 내 인생에서 절대로 잊혀질 수 없는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기억되었다.  

 

  

 Scene #2  야심차게 준비한 발표 수업, 그러나... 

 

지난 주에 중간고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토론 수업 준비 때문에 제대로 쉴 여유가 없었다.  물론 시험 마지막 날에 모든 시험을 다 치뤄진 후에 친구들과 함깨 시원한 맥주와 치킨으로 그동안의 시험 준비에 대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했지만..  기쁨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2학기 일정은 너무나 촉박했다.  

지난 주말에는 이번 주 월요일, 즉 10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 진행된 수업과 관련한 프리젠테이션 발표 때문에 장기간 시험공부로 인해 지친 두뇌의 가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중간고사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시험을 치는 학생들을 위해서 독서실을 24시간 개방한다.  그 때부터 시작해서 시험 마지막 날까지 공부하느라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없었다.   

시험치기 전부터 미리 틈틈이 복습을 해놓았다면 굳이 잠을 안 자면서 공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복습을 제대로 안 해놓으면 수많은 시험 범위 내용을 단기간에 학습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특히 2학기는 1학기보다는 학사일정이 짧은 편이라 시험범위는 1학기 때보다 적지만 단기간 벼락치기 공부하기에는 힘들다.  내 친구중에는 시험을 치기 3일 전부터 이제서야 공부를 하는 녀석도 있는데..    좋은 성적 받을리가 없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공부하지 못한 분량을 잠을 미뤄면서까지 끝내야 하는 성격이다.   

앞에서도 단기간동안 잠을 안 자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좋지 않는 공부 습관이라고 했지만, 다행이 내가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      대체적으로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다.  그렇게 공부해서 제일 못 나온 성적이 B+ 정도...       

그냥 머리가 좋다기보다는 단기간 안에 시험에 나올만한 핵심내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나만의 학습방식이 있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거 같다.

 

어쨌든, 주말이었던 이틀만에 먼저 발표해야 할 내용을 조사, 정리하고 난 뒤에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완성하였다.   지난 달에 수업 발표를 해 본 적이 있어서 자신감이 100% 충만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준비를 한 덕분에 수업 당일날에 굳이 준비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내가 먼저 발표 준비가 100% 완료되었기에 먼저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교수님이 사용하시는 컴퓨터에는 내가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달 수업 때는 프리젠테이션에 에러가 없었는데,,,  주말 내내 수많은 효과를 넣으면서까지 프리젠테이션을 야심차게 준비했었는데..     

교수님 컴퓨터에는 내가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자표에는 화려한 사진이 곁들어진 바탕화면마저 없는,,,   완전 텍스트만 남아 있는 '하다 만 듯한' 허접한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되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파워포인트 기능이 작동되지 않으면 당황스럽기 마련인데..   그 날은 당황스럽기보다는 너무나 어이가 없고 적잖이 화가 나기도 했다.     주말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프리젠테이션 때문에 나의 능력을 100%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프리젠테이션으로 인한 불만 탓일까...? 

나 다음으로 발표한 사람들이 내가 준비한 내용을 조금씩 모방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발표를 했으며 발표하기 전에 수업 홈페이지에 발표 자료를 먼저 게시했으니 충분히 도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음 발표자를 위해서 최대한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5~6분 정도 발표를 했는데 나의 선의적인 의도 덕분에 내 다음에 시작한 발표자들은 15~20분 정도 자신들이 준비한 내용들을 마음껏 설명하였다.     

이 수업을 계기로 발표를 먼저 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발표 당일날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Scene #3  수업시간 몰래 야구 중계 보기 

 

발표 수업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수업 시간 내내 몰래 스마트폰으로 야구 중계를 봤다. ^^;;   

어제가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대 SK 경기가 있었다.  그 경기에서 삼성이 우승하게 되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일전이었다.   

어제는 야간 수업이 두 과목이다.  프리젠테이션 발표가 있었던 '한국정부론' 수업이 끝나고 난 뒤에 바로 '인사행정론' 수업으로 이어져 있다.   수업이 쭉 이어져 있다보니 학교 시간표 상에는 쉬는 시간이 단 5분뿐이다.   

당연히 그 날은 수업보다는 야구 중계에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점수는 1:0,   삼성이 한 점차로 앞선 상태에서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다가 3위의 성적으로 대망의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승승장구의 SK라서 경기의 분위기기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그야말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막강 불펜진의 호투로 한 점차로 5차전을 삼성이 이김으로 써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삼성 라이온즈가 5년 만에 우승하게 되었다.   그것도 10월의 마지막 밤에...

삼성이 우승하는 장면을 보니 전에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을 잊을 수가 있었다.  만약에 5차전에서 역전패당했으면 2011년 10월의 마지막 밤은 좋지 않은 일들만 기억되는 날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와서 글을 남겨보는데 깨알같은(?) 책 소개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집에서 프리젠테이션을 만들 때 사용하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의 버전이 2007이다.   

이번 학기만 해도 해야 될 프리젠테이션 발표 수업이...  3번이나 있다.  -_-;;

좀 더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완성하기 위해서 시간 날 때마다 파워포인트 기능을 배우려고 한다.    독학이라서 어느 교재가 좋은지는 잘 모르지만,,   백과사전 형식으로 된 책으로 공부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백과사전'이니깐 일단 이 책을 구입하고.. 

 

이외에도 프리젠테이션 기능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컴퓨터 관련 교재를 알려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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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1-0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애늙이 같이 그런 노래를...!
하긴 10월의 마지막을 기리는데 아직 그 노래에 필적할만한
노래는 없지.
요즘 젊은애들 노래는 낭만이 없어서 말야.
요즘 같이 야구가 뜨겁기는 80년대 이후 처음인 것 같아.
나 같은 문외한도 야구는 알고 싶더라.
특히 9회말까지 가 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말이 왤케 유혹적으로 들리던지.

비록 수업은 그렇게 됐어도 야심이 있다는 게 어디야?
그런데 또 뭐야, 수업시간에 야구를 보다닛!
나 때는 결코 있을 수 없는...거의 반역이라고 봐야지.ㅋㅋ

cyrus 2011-11-07 14: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젋음에는 낭만이 있어야 하죠 ^^
그리고 가끔 대학 생활에 한두번쯤은(?) 비뚤어진 생활도 필요해요ㅋㅋ

아이리시스 2011-11-0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건 자랑질(?)로 시작해서 야구 그리고 책으로 끝나는 페이퍼군요!
행정학이 벼락치기로 된다니, 나도 막 힘이 나는중.ㅋㅋㅋ
근데 저는 공부하다가 잘 시간 되면 언제나 자기 때문에, 푸하하.
스텔라님이 요즘 젊은애들이라고 하시면........................ㅜㅜ

stella.K 2011-11-01 19:4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대는 나를 너무 젊은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에헴~ㅋㅋ

cyrus 2011-11-07 14:27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공무원 시험 같은 경우에는 절대로 벼락치기 성공 못해요^^;;
학교 시험은 머리만 좋다면 벼락치기는 어느 정도 가능하기는 해요.

잘잘라 2011-11-0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흐흐흐흐흣 그저 한참 웃고 갑니다.

혹시 이 노래도 아시려나요?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아하~
아- 아- 태양같이 젊은 그대
젊은 그으대에~

cyrus 2011-11-07 14:28   좋아요 0 | URL
김수철의 젋은 그대 아니에요? 지금도 대학가 내 응원가로
많이 불리우고 있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1-11-0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김수철 이 용이라니~ 아마 이런 분들은 티아라 씨스타 시크릿 레인보우 멤버 이름은 모를 걸요~

cyrus 2011-11-08 15:00   좋아요 0 | URL
(^^)
댓글저장
 

 

  

* 관련강의: 한국정부론 5주차 강의 (2011년 10월 10일)  

   관련동영상: EBS 지식채널 '직선과 곡선' , '1.3cm의 권력' 편

  

 

 

내가 원하는 것은 ‘사실’ 입니다. 이 어린아이들에게 사실만을 가르치십시오.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 뿐입니다.    

- 찰스 디킨스 -

 

 


  지구는 둥글지 않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물의 단면만을 보고 그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갖는다. 어떠한 현상이 객관적인 사실로 확인되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예측불가능, 불확정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지금, 현상의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객관적 진실에 대한 확인은 직관력과 통찰력에 의해서 출발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진리의 지속성을 찾기가 어렵다. 결국에는 오류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만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즉 객관적 진실로의 접근은 그에 반하는 현상이 존재하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확인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그에 반하는 논리나 설명에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 검증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다양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어렵다.

객관적 진실 접근의 어려움은 인간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구가 평평한 모양이라고 생각한 시대가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인식은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고착화되었다.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등장했던 대항해 시대가 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지구의 끝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감히 먼 바다를 향해 항해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젤란이 세계 일주에 성공함으로써 비로소 사람들은 지구는 ‘둥글다’ 라는 진리를 알 수 있었다.    

 

 

 

 유럽우주국(ESA)에서 공개한 지오이드 사진 속 지구의 형태  

(사진출처: 한국경제)

   
 

지구 중력장 지도 '지오이드'는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으로 지구의 중력 차이를 나타낸다. 밝아질수록 중력이 강함을 의미하며 밝은 노란색이 가장 강한 중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양은 단순한 회전 타원체인데 '지오이드'는 실제의 지구 모습에 가깝게 지구의 모양을 나타낸다.

 
   

 

하지만 진리는 절대불변하지 않다는 것을 또한번 증명해주는 사례가 등장했다.  

유럽우주국(ESA)에서 지구의 중력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한 장의 지오이드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었는데 사진 속 지구의 형태는 둥글다기보다는 상당히 찌그러진 모습이다. 사진 속 지구는 찌그러진 모양으로 평소에 생각하던 '지구는 둥글다' 는 고정관념을 한순간에 깬 것이다.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는 무명의 학자가 이미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확고부동하게 지켜온 지식이 한순간에 폐기되고 바꾸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진리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웃사이더’ 라는 단어가 있듯이 기존 사회에서 벗어난 진리를 배반한 소수의 의견은 열렬히 환영받기보다는 오히려 배척당하는 편이다.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옹호하다가 화형에 당할 뻔했던 것처럼 객관적 진실이라도 소수의 의견이라거나 혹은 기존의 다수의 의견이 이미 확고한 진리로 자리 잡고 있는 환경 속에서는 그저 ‘허튼 소리’ 에만 불과했다.  

  

 

 침묵하는 마이너리티    

 

 

 

 

침묵의 나선형 이론 모델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twinklelily?Redirect=Log&logNo=70087268764

 

 

사회학에서는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대중들은 자신의 의견이 우세한 여론에 속하면 더 크게 주장하지만, 열세에 속하면 침묵하려는 경향의 현상을 비유한 이론이다. 또한 대중의 의견이 설사 소수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대중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다를 때 더욱 침묵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다수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의견이라면 혼자 고립되는 것을 꺼려해서 계속 침묵하게 되고, 결국 다수의 의견은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소용돌이처럼 확산된다. 결국 사람들은 대세를 따르는 대중의 의견을 추종하는 경향을 나타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숨죽일 수밖에 없는 목소리에 언론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양쪽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바라보지 않는다거나 그리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언론은 진실이 아닌 조작과 선동의 기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든 교수든 개인이 국가의 이슈에 대해 어떤 소신을 갖고 견해를 밝혀야 할 경우 무언의 압력을 느낀다면 문제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는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이 공유할 수 있는 건전한 대화와 토론의 장이 좁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침묵의 나선’ 이 확산되면 개인과 사회의 획일화로 민주주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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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10-1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나선형,
아주 흥미로운데요... 객관적 진실은 어디에 묻혀 있는 걸까요?
침묵 속에?...
사이러스님, 시험기간이죠?... 좋은 결과 있길요..^^

cyrus 2011-11-01 11:34   좋아요 0 | URL
시험 끝나도 과제가 기다리고 있어서 뒤늦게서야 답변을 하게 되었네요. ^^;;
중간고사는 지난주에 끝났답니다.

잘잘라 2011-10-1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아- 지오이드 사진으로 본 지구, 왜 이렇게 웃기죠?
음.. 강의실 분위기는 진지했을것 같은데, 제가 강의실에 앉아있다가 저 사진 봤으면 아마 큭큭대느라 뒷얘기는 못들었을것 같아요. ^^;

cyrus 2011-11-01 11:36   좋아요 0 | URL
한국정부론 수업이 한국정부만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관점이라고 해야되나요,,? 어쨌든 수업내용이
재미있고 토론식으로 진행되어서 참 좋아요 ^^ 그래서 수업이 자유분방한거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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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순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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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수난받는 우리나라 문화유산들

  

 

  

 세계적인 암각화 유물인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에 남겨진 문제의 낙서  

(사진출처: 연합뉴스) 

 

 

최근에 한 고등학생이 수학여행을 갔다가 국보인 암각화에 장난삼아 낙서를 해서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울산시 울주군이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 에 낙서한 범인을 잡기 위해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수사를 확대한 것을 계기로 네티즌들 사이에 한국의 낙서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는 문화재 보호법 위반죄가 적용되어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지며 이를 신고하게 되면 1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문화재 낙서 사건 이후로 국보 문화재에 대한 정부당국의 관리 소홀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었다.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인력의 부족과 숭례문 화재 사건 때처럼 초동 대처가 미흡한 관리 체제는 문화재를 훼손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비단 관리 부실에 의한 문화제 훼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의 도난과 해외반출이 매년 급증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국보 문화재가 수난받아야하는 이유에는 정부당국의 허술한 관리도 문제지만, 문화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역시 문화재를 훼손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하지만 암각화 낙서 사건 이후 문화재 관리에 대한 처벌을 성토하는 대중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만 본다면 문화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그리 야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MBC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 에 출연한 이후부터 그가 쓴 문화재 소개 관련 저작들의 판매가 급증되는 동시에 유 교수가 언급한 문화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다.   '무릎팍 도사' 에 출연한 유 교가 자신이 답사한 문화유산 중 순천에 위치한 선암사를 최고의 문화재로 꼽게 되자 방송이 전파된 뒤에 선암사가 때 아닌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유 교수의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동안 외면받았던 우리나라 국보 문화재의 진면목을 알릴 수 있어서 좋지만 때아닌 문화재 관심 현상의 이면에는 문화재라고 하면 낯설고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인식과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대중들의 심리도 숨겨져 있다.  

만약에 유 교수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문화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었을까?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 으로 우리 마음속에 간직할 우리나라 문화재들을 소개한 유 교수의 신작 <국보 순례>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문화재들의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해외 한국 문화재의 존재와 문화재 관리 보존의 중요성 역시 강조하고 있다.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 문화재의 가치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 신라 5세기, 국립경주박물관  (pp 89) 

 

흔히 삼국시대 금관 하면 신라 금관으로 대표되는 금속제 머리띠에 세움 장식을 갖춘 머리띠 형태의 관(冠)을 연상하기 쉽다.   저자의 표현대로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은 '어느 왕관보다도 화려하고 장엄한 구성미' (pp 88)를 보여주고 있다.    

 

 

삼국시대 금관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왕이 머리에 썼던 화려한 왕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금관의 용도는 왕의 부장용으로 만든 위세품이다. 

(드라마 '선덕여왕' 의 한 장면)

  

오늘날 사극에서 보면 왕의 머리 위에는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금관이 씌어져 있다. 하지만 사극에서의 금관의 용도는 잘못된 사실이다.  금관은 생전에 왕이 머리에 쓰던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금관의 용도에 대해서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금관이 고분에서 출토된 당시에는 박물관에 소장되었던 것처럼 장식들이 뻗쳐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장용으로 만든 위세품(威勢品)이라고 하며 혹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관이 쓰던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서양의 종은 귀에 들리고 한국의 종은 가슴 깊은 곳에 울린다. "

에밀레종,  통일신라 771년,  국립경주박물관  (pp 105~106)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한 대중의 낮은 관심과 무지는 국보 문화재로써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국보 문화재들이 수두룩하지만 '에밀레종' 만틈 대중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채 외면당하고 있는 비운의 문화재가 또 어디 있을까? 

에밀레종의 '에밀레' 는  아이가 어머니를 찾는 울음소리 '에밀레 에밀레(어머니 어머니)' 소리를 낸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종의 실제 명칭은 성덕대왕 신종이다.   통일신라 742년 신라 경덕왕이 부왕인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해 경덕왕의 아들이 혜공왕이 다스리던 771년에 완성되었다.    

성덕대왕 신종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종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지니고 있지만 정식 명칭보다는 '에밀레종' 이라는 독특한 이름과 함께 종소리가 신비롭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종은 세월이 지나면 부식되거나 깨져서 더 이상 칠 수 없게 된다.  성덕대왕 신종 역시 세월의 흐름을 비껴갈 수가 없었다.  심지어 지난 과거, 긴 세월동안 사람들에게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종으로 홀대 받은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원래는 봉덕사에서 걸었던 것을  1460년(세조 6년) 영묘사에 옮겨 걸었는데, 홍수로 절이 떠내려가고 종만 남았으므로 현 봉황대(鳳凰臺) 옆에 종각을 짓고 보존하다가 1915년에 지금의 경주박물관으로 옮겼다.  적지 않은 이동에다가 두 번째로 오래된 종임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형태의 종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세계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종의 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졌다.  2002년 타종식 이후로는 에밀레종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면 에밀레종 소리가 더욱 그리워진다.  (pp 106)  

저자의 생각처럼 에밀레종이 울리는 소리를 마지막이라고 들어본 세대들 중에는 죽기 전까지 딱 한 번이라도 그 종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을 것이다.  반면 에밀레종이 울리는 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나를 포함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마음 속 깊이 울리게 만드는 에밀레종의 신비로운 소리의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고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온전한 형태를 갖추면서도 아름다운 소리가 울리는 종을 이제는 소리마저 듣을 수 없는 그냥 박물관 앞뜰에만 걸려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물로 남아 있다. 종의 진정한 가치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채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점은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지금도 박물관 견학 차 에밀레종을 구경하면서 지나가는 학생들에게는 그냥 '커다란 종' 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왼쪽)  목조반가사유상, 일본 아스카 7세기, 일본 고류지 (pp 143) 

(오른쪽)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삼국시대 7세기 전반, 국보 제83호,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 문화재의 멋과 예술적 가치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도 그 빛을 발하고 있 다.    해외에 있는 몇몇 문화재들 중에는 과거 서강 열강들의 약탈로 인해 지금까지도 고국으로 귀환하지 못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예술 양식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도 보급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외국의 박물관이나 유명한 유적지에 가면 심심찮게 우리나라 문화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오랫동안 일본 국보 제1호로 불렸던 일본 교토 고류지에 보하고 있는 목조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과 비슷하다.   이것만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보낸 것인지, 혹은 목조만 일보에 들여와 만든 것인지 단정할 수가 없지만 일본의 미술사가들은 불상의 양식이 일본식의 불상과 다른 도래(渡來) 양식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불상이 보관된 고류지는 진하승이라는 신라인이 세운 절이기 때문에 목조반가사유상이 당시 신라에서 유행하던 예술양식이 일본으로까지 유행, 보급되었다는 학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본에 있는 불상과 우리나라에 있는 구리로 만든 불상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사진만으로도 목조 불상과 금동 불상의 미묘한 멋의 차이가 느껴진다.  처음 제작했을때만 해도 금박을 입힌 구리를 통해 미륵의 신성스러운 존재를 한층 부각시키고자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상은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해 녹이 슬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화려한 금빛만 퇴색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불상의 아름다움 역시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목조 불상은 그렇지가 않다.  목조 문화재 역시 습한 날씨, 화재, 흰개미에 취약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문화재를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서 오랜 세월 속에도 제작 당시 아름다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오히려 목조 불상이 금동 불상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금동 불상은 녹이 슨 탓에 보는 이로 하여금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미륵의 미소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반면에 목조 불상에서는 미륵의 미소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미륵의 미소를 보는 순간 근심과 번뇌가 사라지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는 듯한 은은한 미륵의 미소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탄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일본에 방문하면서 목조 불상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찬사의 소감을 남기기도 하였다.     

 

지금 나는 이 미륵상에서 인간 존재의 가장 정화되고, 가장 원만하고, 가장 영원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 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 칼 야스퍼스,  <유홍준의 국보순례> pp 142 재인용 -

 

  

 

 문화유산 보존, '반짝 관심' 이 아닌 '친숙한 관심' 이 필요할 때 

 

 

경복궁 근정전의 박석 (pp 184) 

 

<국보순례>에 수록된 '궁궐의 박석' 편에서는 박석의 아름다움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유 교수는 경복궁관리소장에게 근정전은 어느 때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관리소장은 장마철 큰 비가 내릴 때 빗물이 박석의 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며 대답을 했다고 한다.  (박석 일화는 유 교수가 출연한 '무릎팍 도사' 방송에서도 언급되기도 했다)

사실 딱 한 번 경복궁 근정전에 가본 적이 있는데 <국보순례>를 읽기 전까지는 박석의 존재에 대해서 몰랐다.  그저 돌로 만든 바닥으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박석을 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박석의 자연스러움을 오히려 마감에 충실하지 못한 우리 건축의 폐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pp 183) 

하지만 유 교수는 박석은 자연과 인공의 어울림을 꾀한 우리나라 특유의 건축 미학에 잘 맞아떨어진 건축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릎팍 도사' 출연 당시 비 온 날에 한 번 박석을 구경할 것을 권하기도 하였다.    

 

박석 일화를 통해서 알 수 잇듯이 문화재라는 것은 박물관 속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는'보물' 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일상에서도 볼 수 있는 친숙한 '문화유산' 일 수도 있다.   우리는 '보물' 문화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국보',  또는 '값어치가 있는 물건' 이다.  문화재를 그저 재화적 가치가 높은 '보물' 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전통적 멋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대중이 문화재를 '보물' 로만 인식하게 만들었던 것은 문화재를 꼭꼭 숨겨두면서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의 관리 방식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지나친 신비주의는 오히려 대상에 대한 타자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는 역효과를 낳는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도난당하지 않게 철저하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으로 유물 자체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대중들에게 '어필' 할 줄 알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유홍준 교수 효과' 만으로도 우리나라 문화재의 가치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오히려 대중의 '반짝 관심'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에 힘입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기보다는 문화재 낙서 사건 같은 교양적이지 못한 행태가 늘어나지 않을까 되레 염려되기도 한다.

 

천전리 각석 낙서 사건 이후로 울주군은 더 이상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늘려 첨단 감시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방안을 마련하는 지자체의 행보는 보기 좋지만 과연 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과거 이전에도 문화재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와 법규가 마련되었다.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관련 인력과 예산이 크게 늘고, 훼손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었지만, 잊혀질 때만 되면 문화재 훼손과 관련된 유사 사례가 반복되었다.

오늘날 귀중한 문화유산들은 기후변화, 기상재해 등으로 파괴되거나 손상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문화재 관리 및 보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소중한 우리나라 문화재를 미래의 후손들까지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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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5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6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5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6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0-1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하시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정말 좋은 곳, 볼거리가 많은데 무조건 해외로만 나가는 것 같다고.

그래서 나중에 차를 갖게 되면 그렇게 숨어있는(?), 아니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곳을 꼭 찾아 보려고요!! ㅎ

cyrus 2011-10-16 20: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늘 1박 2일에서 경주 7대 보물 편을 재미나게 봤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견학으로 경주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참으로 의미 깊은 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을 TV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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