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클리 - 미국 고딕의 검은 영혼
릴라 테일러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4점   ★★★★   A-






미국의 작가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 에세이 공포문학의 매혹》(홍인수 옮김, 북스피어, 2012)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The oldest and strongest emotion of mankind is fear, and the oldest and strongest kind of fear is fear of the unknown.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

 

(홍인수 옮김, 9)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이 내린 공포의 정의에 부정할 심리학자는 거의 없을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문장은 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정한다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마주치면 긴장한다. 긴장감이 팽팽해지면 공포감은 더 커진다러브크래프트가 생각한 미지의 존재는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 그들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고, 어디에 속하지도 않은 영역 속에 있다미지의 존재가 의인화된 것이 괴물이다괴물로 알려진 존재는 공공의 적이 된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미지의 영역으로 한정시켰다. 우리가 괴물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괴물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지(旣知)의 존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존재 역시 괴물로 치환된다그 괴물은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있거나 때론 숨어 있기도 하다. 


고딕 소설(Gothic novel)은 공포문학의 초기 양식이다. 고딕은 하늘로 향해 뾰족하게 치솟은 첨탑이 있는 중세 시대의 건축물을 뜻하는 단어였다. 고딕 소설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딕 스타일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다. 고딕 소설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한다. 러브크래프트는 공포문학의 매혹에서 고딕 문학의 계보를 설명하면서 앤 래드클리프(Ann Radcliffe)를 거론한다러브크래프트는 잔혹함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소설 속 장면을 효과적으로 묘사한 래드클리프의 필력을 극찬한다. 래드클리프는 결말에 가서야 등장인물들을 벌벌 떨게 만든 망령의 실체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밝힌다. 러브크래프트는 기괴한 환상을 와장창 깨뜨려버리는 작가의 글쓰기를 짜증 나는 습관이라고 표현하면서 비판한다. 러브크래프트는 래드클리프를 비판하면서 다시 한번 책의 첫 문장에 있는 공포의 정의를 상기시킨다.


그렇지만 러브크래프트가 생각하는 공포의 정의와 이를 반영한 비판적인 견해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수 없다. 러브크래프트보다 먼저 태어난 래드클리프도 공포의 정의를 내렸다. 그녀는 공포의 본질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보이는 잔혹성이라고 규정한다. 러브크래프트가 낯설고 불확실한 미지의 존재를 마주하면서 생기는 공포를 선호했다면, 반대로 래드클리프는 예측 가능한 기지의 존재의 행동을 볼 때 느껴지는 공포를 주목했다. 래드클리프가 창조한 망령은 처음에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존재였다가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명백하게 보이는 존재가 된다. 따라서 우리와 가까운 명확한 존재도 괴물이 될 수 있다.


릴라 테일러(Leila Taylor)다클리: 미국 고딕의 검은 영혼》(Darkly: Black History and America’s Gothic Soul, 2019)1927년에 나온 공포문학의 매혹을 더 낡아빠진 책으로 만들어버린다. 재미있게도 테일러는 미국 고딕을 분석한 자신의 책에 단 한 번도 러브크래프트를 언급하지 않는다. 러브크래프트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함께 미국 공포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하지만 생전에 러브크래프트는 흑인을 무척 싫어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는 흑인과 혼혈인이 미국을 세운 백인인 앵글로 색슨족(Anglo-Saxon)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한 공포스러운 존재는 백인 중심 공동체의 평화를 파괴하는 사악한 인종으로 묘사되어 있다. 테일러가 러브크래프트의 인종 혐오를 까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흑인을 ‘미국의 괴물로 보이게 만드는 미국 고딕을 비판한다.


흑인성(Blackness)은 흑인을 괴물로 만드는 데 적합한 여러 가지 설정을 담고 있다가난, 범죄, 마약 중독, 난잡한 성생활. 이 모든 것은 백인의 인종적 편견이 반영된 흑인성이다. 백인은 흑인성을 두려워했다. 일상적인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 흑인을 멸시했고, 그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과격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미국의 괴물을 집단 폭행했고 처형했다.


테일러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두려움이 수백 년에 걸쳐 전략적 공포로 길러져 왔다고 말한다. 노예로 살아온 흑인은 자신을 가혹하게 대한 백인을 증오한다. 백인은 흑인에게 보복당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흑인의 피 한 방울이 섞이면 더러워진 백인의 피는 흑인의 피라고 믿는다. 흑인은 백인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보이는 괴물이 된다.


흑인을 차별하는 사회제도가 사라졌어도 흑인에 대한 암묵적인 차별과 공포는 여전히 백인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흑인과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을 테러리스트나 야만적인 악마 숭배자로 묘사되는 영화는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백인은 무서운 흑인’ 또는 ‘문란한 흑인 여성이라는 편견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그들은 흑인 인어 공주의 등장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 백인에게 차별당한 아시아인들마저도 흑인 인어 공주를 비난하는 ‘반 흑인 여론에 동참하고 있다. 흑인 인어 공주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어 공주가 하얀 피부와 금발의 아름다운 백인으로 영원히 남길 바란다. 상상의 존재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매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백인성(whiteness)과 순혈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인어는 인간과 물고기의 몸이 합친 괴물이다다른 인종의 피 한 방울도 섞이는 것을 싫어하는 순혈주의자들이 백인 여성의 피와 인간이 아닌 물고기의 피가 섞인 ‘잡종 괴물 인어 공주를 선호하고 있다니. 코미디에 가까운 모순이다.


다클리공포를 협소하게 정의한 러브크래프트의 한계를 반박하는 동시에 그가 공포문학의 매혹에서 다루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미지의 존재에만 집착한 러브크래프트는 인종 차별주의가 반영된 흑인에 대한 전략적 공포를 외면했다. 미국의 소설가 랠프 엘리슨(Ralph Ellison)이 표현한 것처럼 백인은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흑인을 투명 인간(Invisible Man)으로 취급했다. 여기에 테일러의 견해를 덧붙이면 흑인은 미국의 투명한 괴물’이. 백인은 흑인에 대한 공포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들을 때려죽여도 되며 수상한 행동을 하면 총으로 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흑인을 억압하는 전략적 공포는 명백하게 보이는 잔혹성’에 해당한.


공포와 괴물의 정의는 시대가 변하면서 끊임없이 변주된다. 미국 백인 국민을, 미국 백인 국민에 의한, 미국 백인 국민을 위한, 말 그대로 순수한 미국 고딕과 공포 장르는 없다. 괴물을 분류하는 기준은 개인 또는 한 집단의 주관적인 판단과 편견이 뭉쳐진 이분법적 사고다. 이 비합리적인 기준을 해체하면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순혈주의가 만든 고딕과 공포 장르는 불편하다. 자신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타자를 괴물로 몰아세우면서 공포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기이하면서도 더 무섭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원서에 도판이 있지만, 번역본에는 모든 도판이 빠져 있다.

 

 


* 53




 

 9학년 때 영어 선생님이 오래된 포(E. A. Poe) 작품집을 주셨다. 오래전에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붉은색 표지는 해지고 종이는 누렇게 변한 그 책을 약간 경외감을 가지고 받았던 건 기억난다. 비싼 건 아니었지만 그 낡은 책은 대형 서점에서 바로 산 것과는 달리, 대물림되거나 우연히 발견된 것처럼 특별하게 느꼈다. 갈까마귀’[주1]는 내가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암송한 시였다.



[1] 포의 시 ‘The Raven’까마귀(큰까마귀)’로 번역해야 한다. 갈까마귀의 영문명은 ‘Daurian jackdaw’. 큰까마귀와 갈까마귀는 학명도 다른 종이다.





* 58

 

 내가 어렸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 부모님은 내가 백마 탄 왕자/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쓰레기에 세뇌되는 걸 원치 않았고 당시에 흑인 공주가 없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에 대해 처음 배운 사실은 그는 파시스트였다로 기억한다.[2] 어쨌든 나는 그런 종류의 판타지에 흥미가 없었다.

 


[2] 월트 디즈니와 관련된 음모론이 상당히 많다. 디즈니가 독일의 나치(Nazi)를 지원하는 반유대주의자라거나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의 회원이라는 소문이 있다. 모두 억측일 뿐 사실이 아니다. 디즈니가 파시스트였다라는 주장 역시 근거 없는 소문이다.





* 203~204

 

 현대 폐허의 숭고함은 그것이 가진 상대적인 새로움에 있다. 옛 건물의 용도와 이력은 친숙하고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먼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데서 오는 매혹과 혐오 사이의 이분법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으며, 사진, 폐허 포르노 웹사이트, 다큐멘터리, 공포 영화를 통해 우리 자신의 장례식을 애도하는 사람이 된다. 이렇게 문명의 종말을 흘낏 보는 것에는 묵시록 이후의 세상을 맛본다는 음침한 즐거움이 있다. 유진 태커(Eugene Thacker)는 이같이 모호한 구역을 우리 없는 세상(world-without-us)”이라 불렀다.[주3] 이는 인간 없는 세상, 인간이 하찮은 존재가 된 장소는 어떻게 될 것인지 살짝 엿보는 것이다.

 


[3] 우리 없는 세상”이라는 용어는 유진 새커의 저서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 철학의 공포(김태한 옮김, 필로소픽, 2022)에 나온다.






* 220




 

 외계인에서 복제된[주4] 인간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될 게 명백해지고 진짜 인간 생존자들은 몇 안 남은 상황에서 복제인간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깨어 있는 것뿐이었다.



[4] 오자. 외계인에게 복제된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10-10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배자의 입장에서 타자를 가혹하게 억압한 경험은 그 지배자에게는 타자의 저항에 대한 공포가 내재되어 있을거 같아요. 그런 공포를 지배자 - 백인들은 흑인을 괴물로 나타내는 것으로 또 해소하는거겟죠. 미국 문화에 대한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는 책일듯하여 흥미가 갑니다.

cyrus 2022-10-15 11:41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잘 말씀하셨어요. ^^

청아 2022-10-10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과 비슷한 것에 대한 질투도
마찬가지일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나와 비교 할 수 있는
대상을 질투하고 혐오하는 것일지 모른다고요.^^

cyrus 2022-10-15 11:4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상대방의 약점이 내 약점과 비슷하다면 애써 그 상대방과 비교해서 그를 깔보려고 하죠. 그러면 내 약점이 사람들의 눈에 덜 띄게 되죠. ^^;;

2022-10-10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5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5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클리 - 미국 고딕의 검은 영혼
릴라 테일러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독자 북펀드에 참여했다.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괴물 크툴루는 돌진하는 소형 증기선에 부딪혀 머리가 터져버린 채 죽었다. 얇은 분량의 《다클리》는 흑인과 황인종을 백인을 위협하는 사악한 존재로 설정한 인종차별주의자 러브크래프트의 머리를 제대로 뚫어버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 - 웃기고 때로는 속이 뒤집히는 질병들
데이비드 하빌랜드 지음, 이현정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3점   ★★★   B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의 원제는 ‘How to Remove a Brain: And Other Bizarre Medical Practices and Procedures’. 제목의 의미만 알아도 이 책에 주로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대충 느낌이 온다.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과거에 성행했던 특이한(bizarre) 의료 기술과 처방전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뇌를 제거하는 법(How to Remove a Brain)’미라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 기원전 3500년 전의 고대 이집트인들은 송장을 미라로 만들 때 뇌를 들어냈다. 그들은 심장을 인간 존재의 중심을 상징하는 장기로 여겼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제거한 뇌와 콩팥을 제외한 나머지 장기들은 영혼으로 부활하는 송장을 위해서 병에 담아 관 속에 넣었다. 그렇다면 미라 제작자들은 뇌를 어떻게 제거했을까? 끝에 갈고리가 달린 철사를 코에 쑤셔 넣어 뇌를 조금씩 빼냈다.


세균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과거의 사람들은 나쁜 공기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믿었다. 흑사병은 유럽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전염병이다.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이 사실을 몰랐던 의사들은 나쁜 공기보다 더 고약한 악취로 흑사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의사들이 권고한 악취의 종류는 다양했는데, 그중 하나가 인간의 방귀였다. 의사의 처방전을 따르는 사람들은 방귀를 유리병에 저장했다. 자신이 사는 곳에 흑사병 환자가 생기면 병을 열어 방귀를 들이마셨다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는 특이한 의료 기술뿐만 아니라 과학적이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돌팔이 의사들의 엉터리 치료법도 소개한다그렇다고 이 책이 의학사의 어두운 면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인류의 목숨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의사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우리는 양질의 의료 기술을 받으면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유사 의학과 민간요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다달이 뜨고 지는 주기와 인간의 행동 및 건강 상태의 연관성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특히 몇몇 과학자와 페미니스트는 여자들이 함께 살거나 일하면 월경 주기가 같아진다동기화 이론을 신봉한. 동기화 이론을 주장한 학자의 연구 방식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 반론들은 오래전에 나왔다.


책의 저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기반으로 상식으로 둔갑한 가짜 의학 정보를 비판한다. 이런 유익한 내용을 전달하는 저자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 책에도 잘못 알려진 내용,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




* 29




 

 1942에 교황 인노첸시오 8세는 혼수상태에 빠진 후, 세 명의 어린 소년으로부터 수혈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넷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1942‘1492의 오자. 인노첸시오 8(Innocentius VIII)의 주치의 자코모 디 산 제네시오(Giacomo di San Genesio)는 세 명의 소년에게 뽑아낸 피를 교황에게 마시게 했다. 의사가 실패한 치료를 기록으로 남겼고, 교황은 세계 최초로 수혈을 받은 사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치의의 증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Jacalyn Duffin, History of Medicine: A scandalously short introduction,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99, p. 171.)




* 91


 해파리에 쏘이면 고통스럽겠지만 다행히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다. 또 통증은 대개 24시간 정도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몇 시간 안에 죽음을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가진 해파리도 있다.




* 145

 

 잭 더 리퍼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가운데 한 명이다. [중략] 그는 (그가 여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1888년에서 1891년까지 대략 5~11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잭 더 리퍼가 여장 남자라고 주장한 사람 중 한 명이 코난 도일(Conan Doyle)이다.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가 저지른 것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살인 사건은 총 5이다. 이를 ‘Canonical Five’라고 부른다.




* 170




 

 60cm에 달하는 가이드 와이어 사타구니에서 가슴 상부까지 이어져 있어서 제거해야 했던 환자도 있다.



오탈자. 가 빠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10-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92년의 수혈은 비극적인 결과네요. 네 명 모두 피해자가 되었으니까요.
의학사를 보다보면 이전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데, 지금과는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cyrus님, 차가워진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cyrus 2022-10-10 13:30   좋아요 1 | URL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그때 당시에 어린이나 젊은 사람의 피가 몸에 좋다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에요. 놀랍게도 지금도 젊은 사람의 피를 수혈하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젊은 사람의 피에 근육을 되살리는 성분이 발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부작용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거든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네요. 서니데이님도 마지막 휴일(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공휴일입니다..ㅠㅠ) 잘 보내세요. ^^
 




니체 읽기 모임에 참석한 이후로 니체의 저서와 니체 관련 도서를 꽤 많이 샀다내가 가지고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번역본은 총 4이다. 민음사(장희창 옮김), 펭귄 클래식(홍성영 옮김), 열린책들(김인순 옮김), 청하(최승자 옮김)이다. 책세상 판본(정동호 옮김)과 사색의숲 판본(백승영 옮김) 살지 말지 고민 중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김인순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열린책들, 2015)

 

* 프리드리히 니체, 홍성광 옮김, 서문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옮긴이 진은영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 클래식 코리아, 2009)

 

* 프리드리히 니체, 장희창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2004)

 

* 프리드리히 니체, 최승자 옮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청하, 1984)




책이 많아졌지만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펼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면 미처 보지 못한 오자를 발견할 때가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아침놀》 (책세상, 2004)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번역자가 쓴 주석에 있는 오류도 종종 발견한다. 박찬국 교수가 번역한 아침놀3번 역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르케(Kirke)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법에 뛰어난 여신인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해 돼지로 변하게 한다.

 

(박찬국 옮김, 아침놀424)

 


키르케의 마법으로 돼지로 변한 사람은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그의 부하들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우상의 황혼》 (아카넷, 2015)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박 교수의 역주 오류는 우상의 황혼에도 있다. 재미있게도 잘못 쓴 역주 역시 키르케와 관련이 있다.



 빵과 서커스는 독재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제공하는 음식과 오락을 가리킨다. 키르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마녀로, 자신의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물에 빠져 죽게 했다


(18)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한 존재는 키르케가 아니라 세이렌(Siren)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비극의 탄생》 (아카넷, 2007)







 반성이 아니라 참된 인식이, 무서운 진리에 대한 통찰이 햄릿은 물론이고 디오니소스적 인간에게도 행동을 유발하는 모든 동기를 말살해 버린다. [중략] 인간은 한 번 보게 된 진리를 의식하고 있는 한, 도처에서 삶의 공포 혹은 삶의 부조리를 보게 된다. 이제 그는 오 리아의 운명이 상징하는 것을 이해한다


(117)



오 리아햄릿(Hamlet)의 연인 오필리아(Ophelia)의 오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10-09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책 덕후이십니다. 👍👍👍
아 저는 진짜 같은 책을 출판사 다르다고 사지는 않아요. ㅎㅎ

cyrus 2022-10-10 13:32   좋아요 2 | URL
같은 내용의 책을 안 사는 게 현명한 결정입니다. ^^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 신해철 노래 <나에게 쓰는 편지> 중에서 -






오늘 진행되는 니체(Nietzsche) 읽기 모임을 위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줄여서 차라투스트라’)를 오랜만에 펼쳤다. 11년 만에 다시 읽었다.





















* 프리드리히 니체, 김인순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열린책들, 2015)


* 프리드리히 니체, 홍성광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이번에 읽은 번역본은 열린책들 판본이다11년 전에 읽은 책은 펭귄클래식 판본인데, 그때도 읽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읽었다지금도 11년 전의 읽기 모임을 기억하고 있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발제를 맡았기 때문이다.


당시 읽기 모임에 관한 기록이 알라딘 블로그에 있다. 읽기 모임 날짜는 2011312, 그날도 토요일이었다! 20대의 나는 발제를 준비하느라 니체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가며 읽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책만 잔뜩 빌렸지 제대로 읽지 않았다. 어떻게든 발제문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앞섰고, 니체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의 내용을 발췌했다내 기준으로 괜찮은 내용을 모아 짜깁기한 셈이다허술하게 발제문, 아니 발췌문을 만들었으니 모인 진행이 미숙했다. 모임 후기도 썼는데, 이 글에 발제문이 수록되어 있다니체의 철학을 간략하게 정리한 발제문이라기보다는 니체의 생애를 요약 정리한 글이다글이 허접하다. 내용이 너무 뻔한데다가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면서 접한 니체 철학에 대한 내 견해가 단 한 줄도 없었다니체를 만난 20대의 내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과거의 나를 볼 수 없어서 슬프면서도 부끄럽다그때 책을 읽었을 때 나를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지적 허영심이 강해서 책을 제대로 읽은 나를 잃어버린 걸까?


읽기 모임을 하기 5일 전에 쓴 글에 나는 이렇게 썼다. 늘 그랬지만, 과거에 쓴 글은 비문에다가 띄어쓰기가 엉망이다.



 만약에 니체의 사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면 본격적으로 니체의 다른 책들도 섭렵하고 싶다. 단순히 독서 모임 발제를 위한 수박 겉핥기식 독서보다는 깊이 있으며 나의 정신적인 성장을 위한 거쳐야[주] 할 어려운 공부라는 마음으로 독서하고 싶은 것이다. 혼자서 어려운 고전을 공부한다는 게 무모한 일이지만 스스로 즐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P.S 

 이 책들 이외에도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읽어볼만한 책들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주] 성장을 위해 거쳐야라고 써야 한다.



이 글을 쓰고 10년 후에 나는 본격적으로 니체의 다른 책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작년 5월에 시작한 니체의 저서 열 권을 읽는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어떤 변화를 겪어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세창출판사, 2019)


* 프리드리히 니체, 강영계 옮김 30% 원서 발췌, 선악의 저편: 미래 철학의 서곡(지만지, 2020)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선악의 저편》 (아카넷, 2018)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도덕의 계보(아카넷, 2021)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우상의 황혼(아카넷, 2015)

 

 


첫 번째 책은 이 사람을 보라니체가 자신의 생애와 철학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쓴 마지막 책이다이어서 읽은 책은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이다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우상의 황혼을 마지막으로 읽기 모임이 중단되었다. 만약에 읽기 모임이 계속 진행되었으면 올해 여름에 읽기 모임 마지막 책인 차라투스트라를 완독했을 것이다. 오랜 휴식기를 마치고 차라투스트라로 읽기 모임이 다시 시작된다.


철학에 무지했던 20대의 나는 추신으로 니체와 관련된 책을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20대의 싸군(싸이러스 군)! 네가 정말로 니체 철학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이 사람을 보라부터 먼저 읽어. 차라투스트라》는 나중에 읽어당부하건대, 제발 시간에 쫓기듯이 책을 급하게 읽지 마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아침놀(책세상, 2004)




니체는 글을 느리게 쓰는 편이야. 그래서 아침놀 서문에서 자신의 책을 느린 가락의 친구라고 했어. 니체의 친구들을 읽으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해. 깊이 생각하면서, 섬세한 손과 눈으로, 천천히, 깊이, 전후를 고려하면서(아침놀)’ 읽어야 해. 그러면 니체를 잘 읽을 수 있을 거야.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2-10-08 10: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잘 알려진 철학자의 책 앞에서는 일단 읽어내고 싶다는 허영심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진정한 욕구가 항상 경합하는것 같아요. 저도 늘 허영심에 자리를 내줬는데 남은 삶은 니체,프로이트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사이러스님 응원합니다!

cyrus 2022-10-09 11:55   좋아요 2 | URL
맞아요. 책 읽는 저의 20대는 무슨 책이든 열심히 읽으려는 의욕이 넘쳤고 내가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 것을 뽐내고 싶었어요. ㅎㅎㅎ

stella.K 2022-10-08 1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읽고는 싸군이 가을을 타는가 보구만 했더니 니체 옹 얘기였구만. 11년만이라니 감회가 새롭겠어. 열심히 잘 해 봐.😊

cyrus 2022-10-09 11:56   좋아요 3 | URL
올해 연말에 니체와 관련된 글이 많이 나올 거예요. ^^

얄라알라 2022-10-08 18: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항상 탄복하면서 cyrus님의 정교한 거름망 읽기 흔적을 따라가는데요.
본인의 11년 전 글에서도 고칠 부분을 찾아내셨네요...

신체능력이나 암기력(?) 등등 많은 부분에서 나이가 들수록 후퇴 흔적을 보는데
사람이 쓰는 글만큼은 그렇지 않을 수 있겠구나

희망을 가져봐야겠습니다^^

cyrus 2022-10-09 11:58   좋아요 3 | URL
글을 다 쓰면 태그를 반드시 남겨요. 그러면 태그를 통해서 예전에 쓴 글을 확인할 수 있어요. 20대에 쓴 글을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부끄럽고, 슬프고, 신기하고, 아무튼 여러 감정이 듭니다. ^^;;

mini74 2022-10-08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공부라는 마음으로 독서하고 싶은 것이다 란 사이러스님 마음가짐 참 좋고 배우고 싶습니다. ㅎㅎ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어요 *^^* 고맙습니다 ~

cyrus 2022-10-09 11:59   좋아요 3 | URL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려고 합니다. ^^

새파랑 2022-10-09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딩때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듣고 니체랑 고흐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만 니체는 감히 읽을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ㅋ

cyrus 2022-10-09 16:44   좋아요 3 | URL
어른도 어려워하는 니체인데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워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2-10-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
읽다 만 책이 도덕의 계보 등 여러권 있습니다.
니체전집 보고 뿌듯해만 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