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에 판매되기 시작한 칼 세이건(Carl Sagan)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완전 개역판의 발행일은 올해 2월 28일이다. 아마도 3개월 동안 출판사와 역자가 이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만드는 데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 칼 세이건, 앤 드루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북스, 2022)
2001년 구판과 비교하면 확실히 문장이 매끄럽게 다듬어졌으며 오자와 오역이 고쳐졌다. 국내 독자가 생소할 수 있는 용어나 문장을 부연 설명한 옮긴이 주가 많이 추가되었다. 그래도 고쳐야 할 곳이 있다(글 마지막에 있는 정오표 참조).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20, 21, 24, 25장은 세이건이 세 번째 아내 앤 드루얀(Ann Druyan)과 함께 쓴 글이다. 이 정도면 앤 드루얀을 공저자로 표기해도 좋을 텐데 저자명에 세이건만 있다.
* [절판] 마틴 가드너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 마틴 가드너, 사이비과학의 지적 사기를 밝히다》 (바다출판사, 2002)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개정판까지 나온 마당에 세이건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인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의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Did Adam and Eve Have Navels?: Debunking Pseudoscience, 2001)도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세이건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가드너의 저서 <과학의 이름으로 벌어진 변덕과 오류>(Fads and Fallacies in the Name of Science, 1957)를 자신의 안목을 열어준 책이라고 언급한다(115쪽). 이 책은 1952년에 출간된 과학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Science: An Entertaining Survey of the High Priests and Cultists of Science, Past and Present)의 개정판이다.
<과학의 이름으로>가 정식 출간되기 전인 1950년에 가드너는 ‘은둔 과학자(The Hermit Scientist)’라는 제목의 글을 『안티오크 리뷰』(Antioch Review)에 발표한다. 이 글은 가드너가 처음으로 과학적 회의주의적 관점으로 쓴 글이다. 이때부터 가드너는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글을 본격적으로 썼다. 출판 대리인의 권유로 <과학의 이름으로>을 출간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으며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았다. 가드너의 증언에 따르면 책의 재고가 너무 많아서 헐값에 팔렸다고‥…. 잊힐 뻔한 책은 5년 뒤에 <과학의 이름으로 벌어진 변덕과 오류>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가드너는 1983년부터 2010년까지 『회의주의적 탐구자』(Skeptical Inquirer)라는 격월간지에 「주변 과학 감시자의 노트」(Notes of a Fringe Watcher)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회의주의적 탐구자』는 1976년에 결성된 비영리 단체 ‘초상현상 주장들에 관한 과학조사위원회(the Committee for the Scientific Investigation of Claims of the Paranormal, CSICOP)’가 발행했다. 가드너는 이 단체의 창립 회원이었다(세이건도 CSICOP 창립 회원이다).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는 「주변 과학 감시자의 노트」에 발표된 글들을 모은 책이다.
* [절판] 마이클 셔머 《과학의 변경 지대: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에서 과학의 본질을 탐구한다》 (사이언스북스, 2005)
『스켑틱』(Skeptic, 바다출판사가 발행하는 그 잡지다)의 발행인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는 <과학의 이름으로>가 ‘현대 회의론 운동의 고전’이라고 평가한다(《과학의 변경 지대》, 81쪽).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에서 가드너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활개 치고 있는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 ID), 뉴에이지 사상, 대체의학, (예전에 비하면 대중의 반응이 시들어졌지만) UFO 등의 유사 과학을 비판한다. 그는 또 그는 또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종말론도 비판하는데 그 사례 중 하나로 1992년 우리나라 전역을 뒤흔든 다미선교회의 ‘휴거 소동’을 언급한다.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에도 오류와 오자가 있다. 책 뒷날개에 가드너의 약력을 설명한 내용이 있다. 여기에 「주변 과학 감시자의 노트」가 1986년부터 연재되기 시작했다고 잘못 적혀 있다. 정확한 연도는 1983년이다.
* 40쪽
‘근 지구 물체들(NEOs: near-earth objects)’이란 우리 행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 지구의 궤도를 주기적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체들을 뜻하는 현대적 용어이다. 이런 물체들로는 소행성, 대부분 충돌의 결과로 생긴 소행성 조각들인 유성체, 명왕성 너머 태양계 외곽에서 오는 혜성 등이 있다. 지구와 충돌하는 NEOs에 따른 재앙은 몇 편의 현대 재난영화뿐 아니라 초기 SF에서도 다루어졌던 공통된 주제였다.
다른 주제들처럼 이 주제의 개척자도 웰스(Herbert George Wells)였다.[주] 그의 소설 『혜성의 시대』(In the Days of Comet)는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갈 때 지구에 닥칠 피해를 다루고 있다. 단편 「별」(The Star)은 거대한 NEO가 일으킨 파괴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주] 정확히는 그렇지 않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NEOs와 지구의 조우를 주제로 한 소설은 웰스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적이 있다.
* 허버트 조지 웰스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편》 (현대문학, 2014)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추리. 공포 단편선》 (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미스터리 편》 (코너스톤, 2015)
그 예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에이러스와 차미언의 대화」(The Conversation of Eiros and Charmian, 1839)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이 나온 당시에 사람들은 혜성이 지구에 접근하면 종말이 일어날 거라고 믿었다. H. G. 웰스의 단편 소설 「별」은 단편 선집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편》에 수록되어 있다.
* 98쪽
이중 슬릿 실험의 작동방식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파이만[주]의 유명한 강의록 「레드 북스」(red books)의 내용이 종종 인용된다.
[주] ‘파인만(Richard Feynman)’의 오자.
* 121, 157쪽
마호메트 간디 →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모한다스 간디(Mohandas Gandhi)
* 165쪽: 앨더스 헉슬리 →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 211쪽 역주
소로나 → 소노라(Sonora)
* 278쪽
에디슨은 또한 빌리에 드 리슬 아담(Villiers de l’sle-Adam)[주]이 쓴 프랑스 소설 『내일의 이브』(Tomorrow’s Eve, 1886)
* 빌리에 드 릴아당 《미래의 이브》 (시공사, 2012)
* 빌리에 드 릴아당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바다출판사, 2011)
* [절판] 빌리에 드 릴아당 《잔혹한 이야기》 (물레, 2009)
[주] 빌리에 드 릴아당. 이름 철자가 틀렸다. 바른 표기는 ‘Villiersde L’Isle-Adam’이다. <내일의 이브>는 ‘미래의 이브’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 279쪽
리처드 바그너 →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완전 개역판 정오표
(읽는 중이라서 오류와 오자가 더 나올 수 있다)
* 149쪽
하드리아노 1세(Hadrianus I, 700~795년)이 → 하드리아노 1세(Hadrianus I, 700~795년)가
* 193쪽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보면 황소나 백조나 금빛 소나기로 변신해 여자들을 찾아가 임신시키는 신들[주] 이야기가 나온다.
[주] 황소, 백조, 금빛 소나기로 변신해서 여자를 임신시킨 신은 단 한 명, 제우스(Zeus, 로마 신화: 유피테르(Jupiter), 영어: 주피터)다. 제우스는 황소로 변신해서 에우로파(Europa), 백조로 변신해서 레다(Leda), 금빛 소나기로 변신해서 다나에(Danae)에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