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에 판매되기 시작한 칼 세이건(Carl Sagan)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완전 개역판의 발행일은 올해 228일이다. 아마도 3개월 동안 출판사와 역자가 이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만드는 데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 칼 세이건, 앤 드루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촛불(사이언스북스, 2022)




2001년 구판과 비교하면 확실히 문장이 매끄럽게 다듬어졌으며 오자와 오역이 고쳐졌다국내 독자가 생소할 수 있는 용어나 문장을 부연 설명한 옮긴이 주가 많이 추가되었다그래도 고쳐야 할 곳이 있다(글 마지막에 있는 정오표 참조)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20, 21, 24, 25장은 세이건이 세 번째 아내 앤 드루얀(Ann Druyan)과 함께 쓴 글이다. 이 정도면 앤 드루얀을 공저자로 표기해도 좋을 텐데 저자명에 세이건만 있다.
















* [절판] 마틴 가드너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 마틴 가드너, 사이비과학의 지적 사기를 밝히다(바다출판사, 2002)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개정판까지 나온 마당에 세이건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인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Did Adam and Eve Have Navels?: Debunking Pseudoscience, 2001)도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세이건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가드너의 저서 <과학의 이름으로 벌어진 변덕과 오류>(Fads and Fallacies in the Name of Science, 1957)를 자신의 안목을 열어준 책이라고 언급한다(115쪽)이 책은 1952년에 출간된 과학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Science: An Entertaining Survey of the High Priests and Cultists of Science, Past and Present)의 개정판이다


<과학의 이름으로>가 정식 출간되기 전인 1950년에 가드너는 은둔 과학자(The Hermit Scientist)’라는 제목의 글을 안티오크 리뷰(Antioch Review)에 발표한다. 이 글은 가드너가 처음으로 과학적 회의주의적 관점으로 쓴 글이다이때부터 가드너는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글을 본격적으로 썼다. 출판 대리인의 권유로 <과학의 이름으로>을 출간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으며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았다. 가드너의 증언에 따르면 책의 재고가 너무 많아서 헐값에 팔렸다고‥…. 잊힐 뻔한 책은 5년 뒤에 <과학의 이름으로 벌어진 변덕과 오류>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가드너는 1983년부터 2010년까지 회의주의적 탐구자(Skeptical Inquirer)라는 격월간지에 주변 과학 감시자의 노트(Notes of a Fringe Watcher)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회의주의적 탐구자1976년에 결성된 비영리 단체 초상현상 주장들에 관한 과학조사위원회(the Committee for the Scientific Investigation of Claims of the Paranormal, CSICOP)’가 발행했다. 가드너는 이 단체의 창립 회원이었다(세이건도 CSICOP 창립 회원이다).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주변 과학 감시자의 노트에 발표된 글들을 모은 책이다.

 



















* [절판] 마이클 셔머 과학의 변경 지대: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에서 과학의 본질을 탐구한다(사이언스북스, 2005)




스켑틱(Skeptic, 바다출판사가 발행하는 그 잡지다)의 발행인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과학의 이름으로>현대 회의론 운동의 고전이라고 평가한다(과학의 변경 지대, 81).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에서 가드너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활개 치고 있는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 ID), 뉴에이지 사상, 대체의학, (예전에 비하면 대중의 반응이 시들어졌지만) UFO 등의 유사 과학을 비판한다. 그는 또 그는 또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종말론도 비판하는데 그 사례 중 하나로 1992년 우리나라 전역을 뒤흔든 다미선교회의 휴거 소동을 언급한다.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에도 오류와 오자가 있다. 책 뒷날개에 가드너의 약력을 설명한 내용이 있다. 여기에 주변 과학 감시자의 노트1986부터 연재되기 시작했다고 잘못 적혀 있다. 정확한 연도는 1983년이다.



* 40

 

 ‘근 지구 물체들(NEOs: near-earth objects)’이란 우리 행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 지구의 궤도를 주기적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체들을 뜻하는 현대적 용어이다. 이런 물체들로는 소행성, 대부분 충돌의 결과로 생긴 소행성 조각들인 유성체, 명왕성 너머 태양계 외곽에서 오는 혜성 등이 있다. 지구와 충돌하는 NEOs에 따른 재앙은 몇 편의 현대 재난영화뿐 아니라 초기 SF에서도 다루어졌던 공통된 주제였다.

 다른 주제들처럼 이 주제의 개척자도 웰스(Herbert George Wells)였다.[] 그의 소설 혜성의 시대(In the Days of Comet)는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갈 때 지구에 닥칠 피해를 다루고 있다. 단편 (The Star)은 거대한 NEO가 일으킨 파괴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 정확히는 그렇지 않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NEOs와 지구의 조우를 주제로 한 소설은 웰스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적이 있다
















* 허버트 조지 웰스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현대문학, 2014)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추리. 공포 단편선(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미스터리 편(코너스톤, 2015)




그 예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에이러스와 차미언의 대화(The Conversation of Eiros and Charmian, 1839)를 들 수 있다이 작품이 나온 당시에 사람들은 혜성이 지구에 접근하면 종말이 일어날 거라고 믿었다H. G. 웰스의 단편 소설 은 단편 선집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에 수록되어 있다.




* 98

 




 이중 슬릿 실험의 작동방식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파이만[주]의 유명한 강의록 레드 북스(red books)의 내용이 종종 인용된다.



[] 파인만(Richard Feynman)’의 오자.





* 121, 157






마호메트 간디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모한다스 간디(Mohandas Gandhi)



* 165: 앨더스 헉슬리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 211쪽 역주




소로나 소노라(Sonora)





* 278

 




 에디슨은 또한 빌리에 드 리슬 아담(Villiers de l’sle-Adam)[]이 쓴 프랑스 소설 내일의 이브(Tomorrow’s Eve, 1886)



















* 빌리에 드 릴아당 미래의 이브(시공사, 2012)

* 빌리에 드 릴아당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바다출판사, 2011)

* [절판] 빌리에 드 릴아당 잔혹한 이야기(물레, 2009)




[] 빌리에 드 릴아당. 이름 철자가 틀렸다. 바른 표기는 ‘Villiersde L’Isle-Adam’이다. <내일의 이브>미래의 이브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 279쪽





리처드 바그너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완전 개역판 정오표 

(읽는 중이라서 오류와 오자가 더 나올 수 있다)



* 149

 

 


하드리아노 1(Hadrianus I, 700~795) 하드리아노 1(Hadrianus I, 700~795)






* 193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보면 황소나 백조나 금빛 소나기로 변신해 여자들을 찾아가 임신시키는 신들[주] 이야기가 나온다.


[] 황소, 백조, 금빛 소나기로 변신해서 여자를 임신시킨 신은 단 한 명, 제우스(Zeus, 로마 신화: 유피테르(Jupiter), 영어: 주피터)제우스는 황소로 변신해서 에우로파(Europa), 백조로 변신해서 레다(Leda), 금빛 소나기로 변신해서 다나에(Danae)에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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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7-04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읽을 때 cyrus님 글 참고해서 읽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cyrus 2022-07-09 16:55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이 궁금한 책이 칼 세이건의 책이겠죠? ㅎㅎㅎ

파이버 2022-07-09 23:25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ㅎㅎ

서니데이 2022-08-10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8-10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무지 추카드려요 *^^*

이하라 2022-08-11 0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cyrus님^^
모쪼록 비 피해 없이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말랑말랑하다

 

[1] 매우 또는 여기저기가 야들야들하게 보드랍고 무르다.

[2] 사람의 몸이나 기질이 야무지지 못하고 맺힌 데가 없어 약하다.





고급 양장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가족 사진첩은 딱딱하고 무겁다. 책장 깊은 구석에 꽂힌 사진첩을 꺼내면 여간 성가시다. 사진첩에 사진을 소중히 넣어 보관한다고 해도 누렇게 변한다사진에 그날의 순간이 남아 있지만, 그날의 감정은 남아 있지 않다세월이 지날수록 사진만 변색하는 게 아니라 사진에 드러난 감정까지 탈색되기 때문이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기억하려면 글로 기록해야 한다그러면 세월에 의해 닳아져서 사라지기 쉬운 내 인생의 어떤 순간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다.






이도 글 · 그림 이도 일기》 (탐프레스, 2022)




이도 일기말랑말랑한 그림첩이다[1]일상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 대신에 이도 일기처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면 좋은 점이 있다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으며 사진 변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그리고 사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순간의 감정을 힘겹게 떠올리면서 찾지 않아도 된다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도독립출판 단편소설 보름달》(2018)을 쓴 작가다. 출판 스튜디오 탐프레스(tampress)’에서 펴낸 문집 W. 살롱 에디션집필진으로 참여했다글이든 그림이든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일종의 독백이다. 기록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누구든 내 이야기를 봐주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 저자의 독백은 자기 내면과 주변 세상을 꾸준하게 들여다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전혀 가볍지 않다


이도 일기에 나오는 주요 인물은 저자의 반려인과 반려묘. 저자는 단독 주택에서 이들과 함께 보낸 사소한 일상뿐만 아니라 살면서 불쑥 튀어나오는 걱정과 고민을 들려준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머리 안에서만 머물면 가슴이 짓눌린다. 삶을 압박하는 내밀한 고통은 어느 순간 일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더 무거워지기 전에 부정적 감정을 모조리 털어내어 한 자 한 자 기록하다 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의 원인을 찾게 되어 고통이 옅어진다.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하면서 글을 쓴다. 작년부터 쓰기 시작한 저자의 글을 읽으면 그녀의 말랑말랑한 마음[2]이 점점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단어의 의미를 허투루 보지 않을 정도로 민감하다. 그녀는 작년 521일에 쓴 글에서 여성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낡은 속담들을 비판한다.






 사위 관련 속담이 궁금해 검색했다. 10개 중 하나 빼고는 긍정적인 의미였다. 다시 며느리로 검색했는데 관련 속담 109개 중 긍정적인 게 없다. 끝까지 읽기 힘들 정도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여성의 다양한 역할 중 하나일 뿐, 결국 한 사람이다. 자아 분열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려면 오래되고 이상한 속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109개의 속담 중 다음 세대에 남겨줄 만한 게 1도 없다.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51)



누군가는 개인적 생각을 일기로 써서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글 쓰는 사람이라면 특정 대상에 편견을 덧씌우는 단어와 문장에 민감해져야 한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사전에 딱 달라붙은 그 이상한 단어를 펜으로 깨뜨려야 한다펜은 단어보다 강하다.

     




















[레드스타킹 20226월 도서]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 2022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2022)





단어에 균열을 내는 글쓰기올해 젊은 작가상 수상작김지연의 단편소설 공원에서에 나오는 주인공의 비판 의식과 닮았다소설 속 주인공은 여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속담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전에 인간의 온갖 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루한 역사가 반영된 단어를 깨부수면 빈칸이 생긴다. 김지연 작가는 공원에서의 작가 노트 제목을 빈칸을 채우시오로 정했다. 그녀는 사전에 있는 차별적인 단어를 해체하면서 생긴 빈칸에 어떤 말을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소설을 썼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쓸 수 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도 작가는 20211028일 일기에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말을 인용한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은 개인적이고 무의미한 일이 아니다. 이도 작가는 W. 살롱 에디션 Vol. 2: 쓰는 여자에 수록된 자신의 글 소설, 쓰는 사람에서 소설을 쓸 때면 소설가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글쓰기 욕망이 생기면 세상을 향해 쓰겠다고 다짐한다






* 김정희, 권지현, 이도, W.살롱 커뮤니티 참여자들 

W. 살롱 에디션 Vol. 2: 쓰는 여자_ 펜은 눈물보다 강하다》 

(탐프레스, 2020)




이도 작가는 2020년의 다짐을 올해에 지키는 데 성공했다. 이도 일기는 단독 주택과 작업실을 넘어 힘차게 세상으로 나아갔다세상을 향해 꾸준히 쓰고 있는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이도 일기정오표



* 50



 영빈은 J에 비해 나를 훨씬 많이 알고 있지만 J 영빈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할 때가 있다.


J J






* 61

 




핼로윈 핼러윈






* 152





자세히 보니 검의 때가 잔뜩 묻은 치즈 아깽이었다.

 

검의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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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2-07-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담이 오래된 글이었기에 더욱 성차별적인 내용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속담마저도 자주 쓰지 않는 우리 세대는 과연 얼마나 성차별적인 표현들을 자주 쓰고 있나 검열해봐야겠어요. 22년 수상작품집 다 읽었었는데, 급하게 읽느라 말씀하신 문제 의식을 깨닫지 못했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cyrus 2022-07-03 20:13   좋아요 0 | URL
저는 <공원에서>의 주인공처럼 사전의 단어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식으로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다가 미심쩍은 단어를 마주하면 그냥 못 넘어가요. 종종 사전의 의미를 나름 비판하면서 재해석한 글을 몇 편 쓴 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가다’였어요.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 ‘노가다’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당시에 그 단어를 보자마자 ‘이건 아니다’라고 바로 느꼈어요.
 
파이널 페인팅 Final Painting - 화가 생애 마지막 그림을 그리다
파트릭 데 링크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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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평점


4점   ★★★★   A-






음악가가 만든 마지막 걸작을 백조의 노래(Swan Song)’라고 한다. 이 관용어는 백조가 죽기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딱 한 번 운다는 속설에서 유래되었다. 마지막 울음소리가 아름답다는 백조의 노래는 최후의 걸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 되었다. 하지만 백조는 때때로 운다. 실제로 백조가 우는 소리를 들어보면 썩 아름답지 않다.

 

화가의 마지막 걸작도 종종 백조의 노래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미술비평가들은 유명 화가들의 말기 작품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사람은 태어나서 일정 기간 성장한 후 나이가 들어가면 신체와 인지 기능이 점점 쇠퇴한다. 비범한 화가도 노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비평가들은 쇠약해진 화가의 말기 작품에 원숙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창성이 돋보인 젊은 시절 화가의 작품과 비교하면서 말기 작품이 졸작이라고 혹평한다.


파이널 페인팅(The Final Painting)은 화가의 말기 작품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반박한다. 책의 저자는 말기 작품에 온갖 다양한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성기 시절의 기량에는 못 미치지만, 그 안에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기법과 혁신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이 있다. 황혼기에 접어든 화가들은 주변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방식대로 그림을 그렸다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는 사실적으로 묘사한 풍경화로 명성을 얻었다. 말기에 이르러 그의 작품에 묘사된 형상이 생략되고모호한 색채로 가득 채운 독자적인 화풍으로 발전한다. 비평가들은 나이 든 터너를 세월과 동떨어진 화가로 평가했다. 그러나 터너는 세월을 앞서간 화가였다. 사실적인 묘사의 회화를 고수하는 전통을 깨뜨린 터너의 말기 작품은 추상회화의 탄생을 예고한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말년에 손가락에서 생긴 관절염에 시달렸다. 그래서 붓을 내려놓고, 색종이를 오려 붙인 작품을 남겼다. ‘종이 오리기작업은 마티스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붓을 사용하지 않는 이 기법은 붓을 든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한다. 붓을 들지 않아도 마티스는 화가.


이 책은 일찍 세상을 떠난 화가들의 마지막 작품들도 소개한다시대와 관점에 따라 사람들은 완성된 작품을 미완성이라 보기도 하고미완성 작품을 걸작이라 칭송하기도 한다폴 세잔(Paul Cézanne)은 말년에 생 빅투아르 산과 목욕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여러 점을 그렸다. 그중에 6년 동안 그린 목욕하는 사람들(1900~1906, Large Bathers, 일명 대 수욕도)은 미완성 작품이다세잔의 목표는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화폭에 구현하는 일이었다. 그는 동료 화가 에밀 베르나르(Emile Bernard)에게 보낸 편지에 과거를 넘어서는 이론을 증명할 때까지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1906921). 세잔의 연작 작업은 전통적인 예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끝없는 도전이다.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는 아내의 초상화에 자신의 좌우명을 새겨 넣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Als ich can).’ 화가의 말기 작품이 혁신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비난할 수 없다. 화가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만의 미술을 추구하기 위해 손에 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들의 마지막 작품은 최후의 작품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3






우구스티누스 성인 아우구스티누스 성인(St. Augustine)






* 74

 

 오랜 경력을 가진 전문가 메리 가라드(Mary Garrard)[주1]는 젠틸레스키의 작품으로 기록되었거나 어느 정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130점이 넘는 그림을 목록으로 만들었다.


[주1] 아르테미시아의 작품을 분석한 메리 D. 개러드의 저서 여기, 아르테미시아: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박찬원 옮김, 아트북스, 2022)가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다.






* 89





 1814년에 독재적인 국왕 페르난도 7세가 집권하면서 구체제가 복원되었다. 프랑스 국왕 요셉 보나파르트(Joseph Bonaparte)[주2]의 궁정화가로 활동을 계속했던 고야는 스페인에 머물며 때때로 새 왕조를 위해 작업하기도 했다.

 


[주2] 조제프 보나파르트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의 형이다. 조제프 보나파르트는 프랑스 국왕이 아니라 스페인 국왕이다. 나폴레옹은 스페인을 지배하기 위해 페르난도 7세를 강제로 폐위시키고, 형에게 왕관을 씌웠. 조제프는 스페인 국왕이 되면서 호세 1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호세 1세는 페르난도 7세와 달리 개혁 정치를 펼쳤지만, 스페인 내정을 간섭하는 프랑스에 반발한 민중은 여러 차례 봉기를 일으켰다. 나폴레옹은 스페인에 주둔한 프랑스군을 동원하여 스페인 민중을 잔인하게 탄압했다(고야의 180852180853은 스페인에서 일어난 프랑스군의 잔인한 만행을 묘사한 걸작이다). 민심을 완전히 잃은 호세 1세는 1813년에 폐위되어 망명길에 올랐고, 이듬해에 페르난도 7세가 복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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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기 전에 - 미리 보는 미술사, 르네상스에서 아르누보까지
아당 비로.카린 두플리츠키 지음, 최정수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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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3.5점   ★★★☆   B+






전시해설사(docent)는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소위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감상해야 한다. 현대미술은 난해함의 극치라서 전시해설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시해설사는 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람객들에게 즐겁고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는 한 권의 책이 된 전시해설사다. 이 책은 미술 비전공자들도 몰입하게 만들 정도로 미술가와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해설사 역할에 충실하다. 놀랍게도 이 책을 쓴 두 명의 프랑스인은 전시해설사가 아니다. 한 사람은 예술 관련 도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미술 연구자다. 두 저자는 서양미술사에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미술가와 걸작들뿐만 아니라 실력은 뛰어났으나 거장들에게 가려진 미술가와 그들의 대표작도 소개한다. 150여 명의 미술가를 시대별 및 지역별로 분류했는데 13세기 중세 말부터 19세기 말 아르누보까지 서양미술사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르누보 이후 현대미술과 고대 및 중세 미술은 다음에 나올 2권에 다룬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의 매력은 사족(Too Much Information)에 가까운 미술가와 작품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두 저자는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작품을 가르치듯이 설명하는 전시해설사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선호하는 미술관은 즐거운 놀이터와 같은 곳이다. 놀이터 같은 미술관은 자유롭다. 이곳에 온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전시해설사와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 감상과 전혀 관련 없는 미술가들의 재미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작품 분석 및 해설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미술가들의 주요 특징과 미술사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작품들의 가치와 같은 핵심 내용을 밑줄로 표시해두었다.


그런데 이 책에 앙리 루소(Henri Rousseau)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루소는 상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을 남겼다.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아마추어 화가인 그는 원근법을 무시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 자신을 스스로 사실주의 화가라고 평가했다. 루소는 특정 미술사조에 분류하기 어려운 화가다. 피카소(Pablo Picasso)가 극찬한 루소가 왜 이 책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두 저자는 앵그르(Ingres),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를 하나의 범주, 즉 미술사조로 분류할 수 없는 화가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앵그르와 블레이크는 19세기 낭만주의, 마네는 19세기 사실주의 화가로 분류했다. 두 저자의 화가 선정 기준에 의문이 든다.


의문점이 또 하나 있다.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를 소개한 내용이 왜 없을까무하가 관능적인 포스터를 그린 화가로 알려졌지만, 말년에 조국 체코의 역사를 주제로 한 연작 그림을 제작했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이름은 한 번 언급되지만, ‘인명 색인에 그의 이름이 없다.


전시해설사는 정확한 정보를 관람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책이 된 전시해설사가 들려준 이야기에 정확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






라파엘로(Raffaello)<라 포르나리나>는 제빵사의 딸이자 화가의 정부(情婦마르게리타 루티(Margarita Luti)를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52). 그렇지만 <라 포르나리나> 속 인물이 누군지 확실하지 않다. 마르게리타 루티라고 추정한 것은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그래서 이 작품을 젊은 여인의 초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운데에서 플라톤(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목구비를 하고 있음)이 자신의 대화편 중 하나 티마이오스를 들고 손가락으로 하늘과 이데아의 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윤리학을 들고 땅과 인간들의 법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대화한다.

 

 그의 뒤에는 두 천문학자 차라투스트라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천구의를 들고 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설명한 내용 중에서, 53)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저서 윤리학의 정확한 제목은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ka Nikomacheia)’이다. 차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는 고대 페르시아에 발원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그는 마법사점성술사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점성술은 천체 현상을 관측하여 미래를 점치는 기술이다. 점성술은 비과학적인 방식이지만, 과거에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았으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점성술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점성술사의 원어(Astrologer 또는 astrologist, 프랑스: astrologue)는 천문학자(astronomer, 프랑스: astronome)의 원어와 비슷해서 번역하면서 혼동하기 쉽다. 차라투스트라는 천문학자가 아니라 점성술사다.













 <180852>(마드리드 프리도 미술관)은 모든 유럽 국가의 봉기의 상징이 되고 나중에 피카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170)

   


피카소에 큰 영향을 준 고야(Francisco de Goya)의 그림 제목은 <180853>이다. 피카소는 <1808년 5월 3일>의 구도를 참조해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 1951)을 그렸다.






 작업 중인 노동자들을 그린 최초의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날 것의 사실주의로 살롱전 심사위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카유보트의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문 중에서, 218)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1875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카유보트보다 먼저 쿠르베(Gustave Courbet)가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 작품이 바로 <돌 깨는 사람>(1849)이다. 그런데 일하는 노동자의 범주에 여성의 노동을 포함한다면 쿠르베의 작품이 최초는 아니다. 18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화가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부엌에서 일하는 하녀나 부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 몇 점 남겼다.


209쪽에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라고 되어 있는데, 와일드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1840년대의 문인이자 사회주의 투사,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 논쟁에 참여하고 국제주의를 표방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폴 고갱, 239)

 


플로라 트리스탕(Flora Tristan)은 고갱(Paul Gauguin)외할머니.






정오표

 


* 119: 다비트 테니르스(David Teniers) 

인명 색인(283)에는 다비트 테니어르스로 표기되어 있다.

 





* 211: 에술적 허용 예술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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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28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라 트리스탕과 고갱 이야기 소설로 본 기억나요. 카유보트의 대패질 그림 넘 좋아요 *^^*

cyrus 2022-07-02 08:40   좋아요 1 | URL
mini님은 호세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을 읽어보셨군요. 고갱과 플로라 트리스탕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별세하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1995)이 재출간되었다. 2001김영사 출판사에서 펴낸 지 21년 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개정판을 펴낸 출판사는 명저로 손꼽히는 코스모스》(Cosmos, 1980)를 포함한 세이건의 책들을 번역 출간한 사이언스북스.

 















 

* 칼 세이건, 앤 드루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촛불(사이언스북스, 2022)

 

* [구판 절판] 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작은 촛불(김영사, 2001)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애서가도 추천할 정도로 코스모스는 워낙 유명한 과학 도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독자는 칼 세이건을 과학 대중화에 일생을 바친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기억한다. 하지만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일에 앞장섰던 그의 생전 활동을 인상 깊게 본 독자라면 세이건이 제안한 헛소리 탐지기(Baloney detection kit, 구판에 나온 번역어는 엉터리 탐지 장비’)’를 떠올린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 언급된 헛소리 탐지기엉터리 논리로 이루어진 유사 과학을 색출할 때 쓰이는 아홉 가지 검증 기준이다.


 














 

* 칼 세이건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20)

 


 

세이건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뿐만 아니라 코스모스가 나오기 일 년 전에 쓴 브로카의 뇌》(Broca’s Brain: Reflections on the Romance of Science, 1979)에서 이미 여러 차례 과학적 회의주의(scientific scepticis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적 회의주의는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초자연 현상과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태도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구판의 서평을 남긴 어떤 독자는 미신과 유사 과학을 맹신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한 세이건을 과학 지상주의자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책에 세이건의 지적인 오만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 서평을 마무리했다. 나는 이 독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독자는 과학 지상주의와 과학적 회의주의를 혼동했다. 과학 지상주의는 과학이 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태도다. 과학 지상주의의 또 다른 이름은 과학만능주의. 하지만 세이건은 과학의 맹신자가 아니었다. 과학적 회의주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과학 이론이나 지식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실험해서 검토한 끝에 기존의 과학 지식을 뒤엎는 새로운 가설이 타당하다고 여겨지면 기꺼이 받아들인다. 세이건은 브로카의 뇌에서 회의주의적 태도를 통해 발전된 과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과학은 실험, 오래된 도그마에 기꺼이 도전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우주를 실제 그대로 보려는, 편견 없는 태도에 기초한다. 따라서 과학은 때때로 용기최소한 전통적인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32)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의심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와 과학을 무조건 최고로 여기는 과학 지상주의는 같다고 할 수 없다과학을 맹신하는 과학 지상주의자는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과학이 우리 삶에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과학에 대한 낙관적 믿음이 지나치면 대중을 기만하는 유사 과학을 냉철하게 분석하지 못한다.


이번에 나온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완전 개역판이다. 구판에 오역과 오자가 있다는 독자들의 평이 있는데, 직접 읽어 보면 그들의 지적에 수긍하게 된다내가 구판을 읽으면서 찾은 오역과 오자는 다음과 같다.


어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개정판을 주문했다. 수령 예상일은 오늘이지만, 월요일에 책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구판과 개정판 역자는 같다. 개정판이 구판보다 번역의 질이 좋아졌는지 궁금하다. 개정판이 개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20

 

 앨러배마 주 투스키제[주1]에 있는 물리학자들은, 일단의 퇴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그 전까지 치료된 적이 없는 새로운 병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이들이 매독 치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속였다.

 

[주1] 투스키제 터스키기(Tuskegee)






* 66


 천문학자들은 수억 광년 거리에까지 퍼져 있는 은하들의 분포도를 작성했는데, 그때 자신들이 도박판의 시중꾼(Stickman)[주2]이라고 불리는 미숙한 인간적 형상의 윤곽을 그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원문]

 

 When astronomers mapped the distribution of galaxies out to a few hundred million light years, they found themselves outlining a crude human form which has been called ‘the Stickman’.

 


[2] 번역자는 ‘the Stickman’도박판의 시중꾼(윗사람의 곁에 있으면서 온갖 심부름을 하는 사람)으로 직역했다. 단어의 뜻은 맞다. 하지만 이렇게 번역하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천문학자들이 표현한 은하들의 분포 형태가 도박판의 시중꾼형태의 윤곽과 비슷하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형태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내세운 번역자의 정직한(?) 번역으로 인해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번역문이 나오고 말았다.








 


‘the Stickman’은 인간의 머리를 원, 몸통과 사지를 직선으로 나타낸 형상(stick figure)을 뜻하므로, ‘막대 인간으로 번역해야 한다. 백여 개의 천체(성단, 성운, 은하)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진 메시에 목록(Messier object) 성도(星圖)를 보면 ‘the Stickman’을 왜 막대 인간으로 번역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색깔의 점으로 표시된 모든 천체를 선으로 연결해보면 얼추 막대 인간형상이 나온다.






* 78


볼테르(Voltaire)마이크로메가스》[주3]


 

















* 볼테르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문학동네, 2010)

* [품절] 볼테르 미크로메가스(바다출판사, 2011)




[3] ‘Micromégas’는 고대 그리스어 μικρός(아주 작은)’μέγας(아주 큰)’를 합성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 발음에 따라 볼테르의 소설 제목을 우리말로 표기하면 미크로메가스.





* 118쪽: 골드바흐의 억측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 Conjecture)



* 146쪽: 카글리오스트로 칼리오스트로(Cagliostro)



* 243원주엔리오 페르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 254쪽: 에드가 카이스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





* 265

 

 대표적인 예로, 1528년부터 1536년까지 몇몇 동료들과 함께 극심한 궁핍 상태에서 플로리다에서 텍사스 거쳐 멕시코까지 육지와 바다를 떠돌던 알바르 뉴네즈 카베차 드 바카 이야기가 있다.

 

텍사스 텍사스






* 284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그 시기에 도가니(The Crucible)라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것은 예루살렘의 마녀재판[주4]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 아서 밀러 시련(민음사, 2012)




[4] Salem Witch Trials. ‘Salem’은 예루살렘이 아니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도시 세일럼이다.





* 329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스트레인지러브>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 334, 357: 칼라하리 사막의 쿵 산 족(Kung San

!Kung San, ‘!’가 없음.

 




* 345: 콩고(Congo Republic) 콩고 공화국 [주5]

 

[주5]콩고가 들어간 두 개의 국가가 있다. 콩고 공화국(Republic of the Congo, Congo Republic)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이다. 두 국가 모두 콩고로 부르기도 하지만, 혼동을 피하려면 국명을 제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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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6-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_@; 꼼꼼히 읽으시고 찾으셨네요. 저였다면 뭐가 이상한 건지도 모르고 어렵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넘어감-_- 모드가 될 것 같아요. 존경합니다. cyrus님^^

cyrus 2022-06-27 22:55   좋아요 0 | URL
너무 꼼꼼하게 읽어서 완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이렇다 보니 책 한 권 읽고 나면 진이 빠져요... ㅎㅎㅎ

다양한세상 2022-06-26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개역판이라더니 오탈자가 몇개 없네요? 구역판소장중이라 언급하신거 몇개외에는 뭐가 틀린지 잘 모르고 넘어간것들이지만 개역판을 굳이 부담스런가격을 지출하며 또 사야할정도는 아니구나싶어서 글써주신 작성자님의 도움이 많이 컸습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22-06-27 22:55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는 이 정도도 많다고 보는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