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책이 다시 나왔다. 책 제목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그로테스크(Grotesque)의 정의는 다양하다.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면 괴상한’, ‘끔찍한’, ‘불쾌한’, ‘기묘한’, ‘으스스한 등이 있다. 흔히 그로테스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정의는 괴상한이다. 그렇지만 시대와 당대에 유행한 문화 양식에 따라 그로테스크의 정의가 조금씩 달라졌고, 여기에 새로운 의미들이 부여되었다. 미술 및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된 그로테스크의 풍부한 정의를 분석한 책이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 볼프강 카이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아모르문디, 2023)

 



이 책의 저자인 독일의 문학비평가 볼프강 카이저(Wolfgang Kayser)는 그로테스크의 핵심을 생경해진 세계라고 주장한다. 생경하다,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라서 생소하다. 국어사전에 기재된 생경하다의 뜻은 다음과 같다. ‘글의 표현이 세련되지 못하고 어설프다’,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 즉 카이저가 말한 생경해진 세계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한 세계. 불합리하고, 비일상적이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

 

* 움베르토 에코 추의 역사(열린책들, 2008)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의 작중 화자인 아드소는 그로테스크에 매료된 인물이다. 그는 젊은 수련사 시절에 성서를 처음 읽고 난 후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아드소는 <요한 묵시록> 119(‘지금 본 것을 기록하여라.’)을 떠올리면서 교회의 벽과 기둥에 있는 장식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한다. 아드소는 무엇을 보았을까? 지옥에 나타날 법한 기이한 형상의 괴물과 악마를 묘사한 장식인데, 여기에 탄복한 아드소는 장식된 그로테스크한 존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한다(장미의 이름상권, 16시과). 



 악마의 우화집에 등장하는 모든 짐승들이 추기경 회의를 위해 모인 듯, 옥좌를 향해 영광의 노래(자신들에게는 패배를 뜻하는)를 부르며 옥좌를 보호하고 있다. 판 무리, 양성 동물들, 손가락이 여섯인 축생들, 세이네레스 무리, 켄타우로스 무리, 고르곤 세 자매, 하르피아이, 인쿠부스, 용어(龍漁) 무리, 미노타우로스, 스라소니, 표범, 키마이라, 콧구멍으로 불을 뿜는 카이노팔레스, 악어, 꼬리가 여럿이고 몸에 털이 난 도마뱀 무리, 도롱뇽, 뿔 달린 살모사, 거북이, 구렁이, 등에 이빨이 나 있는 양두수(兩頭數), 하이에나, 수달, 까마귀, 톱니 뿔이 달린 물 파리, 개구리, 그리폰, 원숭이, 루크로타, 만티코라, 독수리, 파란드로스, 족제비, , 후투티, 올빼미, 바실리스크, 최면충(催眠蟲), 긴귀곰, 지네, 전갈, 도마뱀, 고래, 두더지, 올빼미도마뱀, 쌍동(雙胴) 오징어, 디프사스, 녹색 도마뱀, 방어, 문어, 곰치, 바다거북. 이 모든 동물의 무리가 한 동아리가 되어 득실거리고 있었다.



장미의 이름이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난 뒤에 에코는 그로테스크 백과사전이라 불릴만한 책을 썼다. 그 책이 바로 추의 역사. 에코는 이 책에서 아드소의 정신을 마비시킨 그로테스크 미학의 특징을 시대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로테스크 미학에 부합되는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들을 모조리 소개하는 등 애서가다운 면모까지 보여준다. 도판이 많이 실려 있지 않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를 먼저 읽은 다음에 추의 역사를 읽기를 권한다. , 고어 장르를 좋아하지 않거나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것을 한 번 보면 시각적 여운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독자는 추의 역사를 펼치지 마시라. 깜놀 주의!

 




















* 이미상 외 2023 14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문학동네, 2023)




2023 14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은 독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고, 대상작보다 더 많이 거론한 소설이라면 아마도 현호정<연필 샌드위치>일 것이다. <연필 샌드위치> 초반부에 묘사된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드는꿈속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기 때문이다. 꿈속 세계는 생경하다. 왜 꿈에서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들려고 하는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여기에 의미를 찾으려고 하거나 억지로 꿈의 상징을 해석하려는 순간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사라지니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3-06-0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코의 <추의 역사>는
오래 전에 사두기만 하고
역시 쓰담쓰담만 하네요.

<장미의 이름>은 정말
읽을수록 진국이라는.

cyrus 2023-06-06 09:22   좋아요 1 | URL
요즘 <장미의 이름>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가톨릭 성인과 신학자들에 관심이 생겼어요. 이들 중 몇 사람은 중세 철학과 관련되어 있거든요. <추의 역사>도 언젠가는 절판될 수 있으니 소장하고 있으세요. ^^

삽하나 2023-07-09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름 특집 도서로 딱이네요!! >ㅅ < 잘 읽었어요 :) 어서 장바구니에 주섬주섬...
 




cyrus의 주석이 달린 장미의 이름》 #3


아리마스포이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수도사 호르헤는 고령인데도 학식이 뛰어나다. 젊은 수도사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하다가 어려운 구절을 만나면 그에게 찾아가 자문한다. 호르헤가 성자나 동물을 묘사하는 수도사들을 위해 조언할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면서 묘사하지 말 것. 그리고 독자를 웃게 만들지 말 것.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2009)



 “성자나 동물을 어떤 모습으로 묘사해야 할지 묻기 위해 그를 찾았다. 질문을 받으면 그는, 있지도 않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면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느 책 어느 쪽을 읽고 있는 것처럼, 가짜 선지자는 차림새로 말하면 주교와 흡사하나 자세히 보면 입에서 예언 대신 개구리가 나온다거니, 신성한 예루살렘 성벽은 어떤 돌들로 꾸며져 있다느니, 아리마스포이가 사는 산은 사제왕(司祭王) 요한이 통치하던 땅 근방에 표시해야 한다느니, 그리고 그 괴물 같은 산을 그릴 때는 상징적으로 알아볼 만하게 그리면 그만이지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유혹을 느끼게 하거나 웃게 만들면 안 될 것이라는 등의 조언을 들려주고는 했다.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 양장 합본》 224~225)



장미의 이름》의 역자 이윤기 선생은 아리마스포이라는 생소한 명칭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설명한 각주를 붙였다. 각주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이렇다. 스키타이에 산다는 전설 속의 외눈 부족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 [개정판] 헤로도토스, 천병희 옮김 역사(도서출판 숲, 2022)




아리마스포이가 최초로 언급된 문헌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역사역사4권에 스키타이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스키타이족은 러시아 남부에 해당하는 초원지대에서 살았던 유목민이다하지만 아리마스포이는 역사3권에 처음 언급된다헤로도토스의 기록에 따르면 아리마스포이는 그륍스로부터 금을 빼앗는다(3116). 그륍스는 독수리 머리와 날개에 사자 몸을 가진 괴물인 그리핀(Griffin)의 헬라스어(그리스어) 이름이다. 신화 속 그륍스는 신들의 보물이나 금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종종 묘사된다.


헤로도토스는 4권에서도 다시 한번 아리마스포이를 언급한다. 이번에는 출처 밝혔다. 프로콘네소스(Proconnesus) 출신의 음유시인 아리스테아스(Aristeas)가 쓴 서사시 <아리마스포이족 이야기>(Arimaspea)아리스테아스는 신(아폴론)에게 영감을 받아 아리마스포이가 사는 지역을 여행했고, 이를 소재로 서사시를 썼다고 한다(413, 27).
















* 류싱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현대지성, 2020)




헤로도토스는 외눈 부족 이름의 뜻을 풀이하는데, 스키타이족 말로 아리마하나라는 뜻이고, ‘스푸는 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의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아리마스포이는 좋아하다라는 뜻의 아리아마이라는 뜻의 아스파가 합쳐진 합성어다. 그러면 말을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뜻이 된다. 아리마고독하다, ‘스포망보다를 뜻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대로라면 아리마스포이는 고독한 파수꾼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쓰이게 된다.
















* 헤시오도스, 천병희 옮김 신들의 계보(도서출판 숲, 2009)




저자는 또 아리마스포이가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신들의 계보 304행에 언급된 아리스모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세계 괴물 백과》 202~203쪽). 그런데 아리스모이가 아니라 아리모이(Arimoi)’아리모이가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신들의 계보를 번역한 천병희 선생은 각주에서 아리모이가 지명인지 부족 이름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의 주석이 달린 장미의 이름》 #2


중세인들의 목욕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은 베네딕트회 수도사인 멜크의 아드소가 쓴 수기(手記)를 바탕으로 쓰였다. 에코는 당연히, 이것은 수기이다라는 제사(題詞)를 썼다. 서문에 등장한 화자(움베르토 에코)는 아드소가 실존 인물임을 확인한다. 하지만 아드소는 소설을 위해 에코가 만든 허구적인 인물이다. 아드소의 수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문헌이다.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


 


아드소는 바스커빌의 윌리엄과 함께 장서관이 있는 수도원에서 7일 동안 머무른다. 그는 7일 동안 일어난 일들을 베네딕트 수도회의 전례 시간에 맞추어 썼다. 아드소가 기록한 23시과(오전 9시 전후)’ 편의 묘미웃음의 기능을 놓고 윌리엄과 호르헤가 설전하는 장면이다. 호르헤는 웃음을 허용하면 신의 절대적인 권위가 흔들리게 되고, 결국 신의 뜻을 부인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신을 믿는 인간이라면 웃음과 우스갯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반면에 윌리엄은 웃음이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는 웃음을 목욕으로 비유하면서 웃음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나는 웃음이라는 것은 좋은 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웃음은 목욕과 같은 것이지요. 웃음은 사람의 기분을 바꾸어 주고, 육체에 낀 안개를 걷어 줍니다.”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 양장 합본》 227)

 


호르헤도 목욕의 순기능을 인정한다. 목욕은 흐트러진 기분을 올바르게 세워 준다. 그러면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비탄을 사라지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목욕을 권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웃음을 부정적으로 보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믿는 대다수 사람은 중세인들이 고대 로마인들의 목욕법을 잊어버린 채 살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즉 중세인들은 목욕하지 않았다고 단정한다.
















 

* 캐서린 애쉔버그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써네스트, 2019)


* [절판] 캐서린 애셴버그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예지, 2010)

 



목욕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 많지 않다. ‘목욕역사’, 이 두 개의 단어가 포함된 제목이 붙은 책이 단 두 권뿐이다.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가 있는데, 이 두 권의 책을 쓴 저자는 같은 사람이다. 두 권의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온 목욕과 청결의 정의를 보여준다. 그리고 시대별로 유행했던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목욕법도 소개한다.

 

윌리엄과 호르헤는 목욕을 좋게 보고 있지만, 실제로 성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씻지 않았다. 성 히에로니무스(St. Jerome, 성 제롬)는 목욕하면 신에 관한 관심을 잃을 수 있다고 믿었다. 성인들의 가르침을 물려받은 기독교인들은 더러움을 성스러움의 징표로 여겼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St. Francis of Assisi)는 때를 찬양했다고 한다. 우리는 피부에 묻은 더러운 때를 없애기 위해 씻고 있지만, 중세 성인들은 때를 소중하게 여겨서 일부러 씻지 않았다.

 














 

* 자크 르 고프, 니콜라스 트뤼옹 공저 중세 몸의 역사(이카루스미디어, 2009)

 

* [품절] 쥘 미슐레, 정진국 옮김 마녀: 마녀의 탄생, 마녀축제, 마녀재판과 화형의 역사 또는 슬픈 추방자들을 위한 자유의 이야기(봄아필, 2012)

 


 

이렇듯 중세가 경건한 기독교적 삶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보니 중세를 오해하는 우리는 중세인들은 목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역사가 쥘 미슐레(Jules Michelet)마녀에서 중세 천 년 동안 목욕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썼다. 하지만 중세사 연구의 권위자인 자크 르 고프(Jacques Le Goff)는 미슐레의 주장에 반박한다. 중세인들은 목욕했다. 중세에도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십자군 전쟁이 끝난 뒤에 고국으로 돌아온 전사들은 튀르키예식 목욕을 전파하여 발전시켰다. 그래서 중세의 공중목욕탕에는 한증탕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중세인들은 씻기 전에 먼저 몸에 증기를 쐬었고, 나무로 만든 욕조에 몸을 담갔다. 중세의 공중목욕탕은 혼탕이었는데 중세의 남자와 여자는 벌거벗은 몸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공중목욕탕 안에서 매춘이 성행했다.


호르헤는 기독교적 교리에 부합하지 않은 것을 이교도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배격한다. 그런 보수적인 수도사가 목욕을 긍정적인 행위로 보고 있는 점은 의외다. 호르헤는 신의 권위를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면서 살았던 성인들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그런데 호르헤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아퀴나스가 웃음을 권장했다는 사실을. 아퀴나스의 스승은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 그 역시 웃음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신학자다. 장서관에 보관된 모든 책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호르헤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만약에 윌리엄이 웃음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마그누스와 아퀴나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호르헤를 논박했다면, 호르헤는 자신이 너무 늙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갔을 것이다그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무너질 수 있는 다른 견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무시한다. 이런 얍삽한 인간을 실제로 만나서 대화하면 답이 안 나온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 중에서, 58


 사람들은 흑사병이 쥐를 통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왔고 쥐의 몸에 기생하는 벼룩 때문에 인간에게까지 전염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흑사병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주] 한다.



[] 흑사병, 즉 페스트의 가장 주된 감염 경로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한 벼룩이다. 이 벼룩에게 물린 사람은 패혈증성 페스트에 걸린다. 폐렴형 페스트페스트 환자가 배출한 침과 콧물이 호흡기에 전파될 때 발생한다따라서 좀 더 정확하게 써야 한다. 폐렴형 페스트는 페트스 환자의 몸에서 나온 비말(침방울과 콧물)이 공기를 통해 전염되면서 일어나는 질병이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blog
    from blog 2024-02-03 08:30 
    [개썅마이리딩-천의 얼글] : 알라딘
 
 
 




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온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뒤표지에 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모파상, 러브크래프트, 스토커 등 대작가 10인의 숨은 명작

국내 최초 공개


 


국내 최초 공개라는 표현을 누가 썼는지 궁금하다사실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처음 소개한 것처럼 뻔뻔스레 쓰다니.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외, 정진영 옮김,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책세상, 2023)

 

* [구판 절판] 정진영 옮김, 세계 호러 걸작선 1(책세상, 2004)




윌리엄 W. 제이콥스(William W. Jacobs)부적, 몬터규 로즈 제임스(Montague Rhodes James)부르시면 갈게요,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오를라, 이 세 편의 단편소설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편의 단편소설은 2004년에 출간된 구판 세계 호러 걸작선 1에 수록되어 국내 최초로 공개된 것은 맞다. 하지만 2004년 이전에 한 번 번역된 사실이 확인되면 내 견해는 틀리게 된다.











* [절판, No Image] 정태원 엮음 공포특급 5 : 세계 편(한뜻, 1996)




부적의 원제는 <The Monkey’s Paw>.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 제목이 원숭이 손 또는 원숭이 발이다말라비틀어진 원숭이 손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부적이다부적1996년에 출간된 공포특급 5 : 세계 편에 수록된 적이 있다. 제목은 원숭이 손’이다. 1990년대에 장르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 정태원(1954~2011)이 이 책의 엮은이로 참여했다. 그 이후로 부적은 1997년과 1998년에 나온 단편소설 선집에 수록되었다.


모파상은 매독으로 인해 생긴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다가 정신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그를 죽을 때까지 괴롭힌 정신 착란증(섬망증)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을 쓰게 만든 원인일지도 모른다. 오를라』(The Horla)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두려워한다. 그는 오를라라는 이름의 괴이한 존재에 필사적으로 저항해보지만 끝내 미쳐버리고 만다. 모파상은 정신이 점점 피폐해지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실감 나게 묘사했다.
















* [절판] 기 드 모파상, 한용택 옮김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장원, 1996)

 



1996년에 출간된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에 오를라』가 수록되었다. 이 책에 총 2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여기에 모파상이 쓴 최초의 단편소설과 죽기 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모파상은 오를라를 두 가지 버전으로 썼다. 1886년에 발표된 오를라1판의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환각 증세를 설명한다. 이듬해에 나온 오를라2판은 주인공 자신이 겪은 기이한 체험을 일기에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전개된다.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은 두 가지 버전의 오를라가 실린 단편 선집이다.
















기 드 모파상한용택 옮김 《박제된 손: 기 드 모파상의 판타스틱 스토리》 (우물이있는집, 2007)




2007년에 출간된 모파상 단편 선집 박제된 손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의 역자가 번역한 책이라서 어떻게 보면 1996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 할 수 있다. 박제된 손도 두 가지 버전의 오를라를 만날 수 있는 책이지만,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에 소개된 25편의 작품 모두 수록된 건 아니다. 박제된 손에 수록된 모파상의 단편소설은 총 19편이다.
















* 몬터규 로즈 제임스, 조호근 옮김 몬터규 로즈 제임스: 호각을 불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 외 32(현대문학, 2014)

 

* 안길환 옮김 영국의 괴담(명문당, 2000)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 부르시면 갈게요』(Oh, Whistle, and I’ll Come to You, My Lad)는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고대에 만들어진 청동 호각(호루라기)을 불면 유령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2000년에 출간된 영국의 괴담에 처음 소개되었다. 제목은 <피리를 불면 내가 가지>영국의 괴담괴담은 익명의 작가가 만든 도시 괴담이 아니다. 영국 출신 작가들이 쓴 단편 공포소설을 모아 놓은 책이다영국의 괴담을 펴낸 출판사는 동양 고전을 주로 펴내는 곳이다. 아무래도 한문에 제일 관심이 많은 출판사가 만든 책이라서 그런지 문장에 한문으로 된 단어가 많이 보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3-05-16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도 깜놀할 듯,ㅎㅎ

cyrus 2023-05-16 06:38   좋아요 0 | URL
출판사는 제 글에 관심이 없어서 그 정도 반응은 보이지 않을 거예요. 이런 글이 있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어요... ㅎㅎㅎ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패닉룸
H. P.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2.5점   ★★☆   B-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첫 번째2004년에 나온 세계 호러 걸작선 1의 개정판이다. 세계 호러 걸작선 1서양 작가들의 단편 공포소설 선집이다. 구판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총 열네 편이다이 중에서 네 편의 단편은 개정판에 실려 있지 않다. 개정판에 빠진 작품은 다음과 같다.

 



*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숨 막힘(Loss of Breath)


* 아서 매첸(Arthur Machen) - 악마의 뇌(The Immost Light)


* 로버트 체임버스(Robert Chambers) 옐로 사인(The Yellow Sigh)


* 사키(Saki) - 스레드니 바쉬타르(Sredni Vashtar)




그뿐만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는) 삽화와 작가를 간략하게 소개한 글도 삭제되었다. 그런데 작가 소개 글이 삭제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장르문학,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서양 작가들의 공포 문학 작품을 주로 번역한 정진영 씨의 해설에 작가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윌리엄 W. 체임버스(William W. Jacobs)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구판에 있는 오탈자나 문장의 오역을 고치지 않고, 책값을 올려서 개정판이라고 펴내는 비양심적인 출판사들이 종종 있다. 개정판인 척하는 구판은 잘못 만든 책이다. 이런 책도 절대로 독자들에게 팔면 안 되는 파본이다. 출판사는 독자들을 속인 책을 펴낸 것에 사과해야 하며 그 책을 구매한 독자들에게 책값을 돌려줘야 한다.


6년 전에 나는 구판 세계 호러 걸작선 1에서 발견된 문장의 오역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문제의 구절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사냥개에 있다.



* 세계 호러 걸작선 1228


 그 무슨 사악한 숙명이었기에, 우리는 그 오싹한 폴란드의 교회 묘지로 이끌렸던가? 그것은 오백 년 전 그 자신이 구울로서 권력자의 무덤에서 중요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인물의 이야기와 관련된 음산한 풍문이며 전설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원문]


 By what malign fatality were we lured to that terrible Holland churchyard? I think it was the dark rumor and legendry, the tales of one buried for five centuries, who had himself been a ghoul in his time and had stolen a potent thing from a mighty sepulchre.

 


‘Holland’네덜란드의 영어식 표기. 그런데 역자는 폴란드라고 썼다. 개정판에서는 네덜란드로 고쳐졌다.



*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287~288


 무슨 사악한 숙명이었기에, 우리는 그 오싹한 네덜란드의 교회 묘지로 이끌렸던가? 그것은 오백 년 전 그 자신이 구울로서 권력자의 무덤에서 중요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인물의 이야기와 관련된 음산한 풍문이며 전설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세계 호러 걸작선 1종이책은 절판되었지만, 전자책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절판되지 않은 세계 호러 걸작선 2.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첫 번째책날개에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두 번째출간을 예고하는 글이 없다. 하지만 세계 호러 걸작선 2도 언젠가는 절판될 수 있다. 구판의 형태가 남아 있는 2권이 절판되기 전까지는 새 옷을 갈아입으면서 판형이 줄어든 1권과의 어색하고 기묘한동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 <네덜란드 구울> 2017115일에 썼음.

https://blog.aladin.co.kr/haesung/90553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