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실험 - 세상을 증명하는 실험과학의 역사
필립 볼 지음, 고은주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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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열매는 씨앗 주머니다. 열매는 먹어야 사는 우리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열매가 우리에게 날 먹어도 돼요라고 말한 적이 없다열매가 하는 일이 있다. 열매는 씨앗을 보호한다. 열매가 생겨야 씨앗을 보호해서 온 세상에 퍼뜨릴 수 있다


실험의 머리글자 열매를 뜻하는 한자()실험이 열매라고 하면 그 속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들어있다. 우리는 그것을 이론 또는 법칙이라고 부른다열매가 생기기 전 상태를 씨방이라 한다. 씨방이 변해야 열매가 된다. 씨방은 가설에 해당한다. 가설이 사실인지 알려면 반드시 실험해야 한다. 사실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진리가 될 수 없다. , 열매로 맺어질 수 없다. 가설이 사실로 판명되면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열매가 맺으면 학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법칙으로 영글어진 진리를 섭취한다누군가는 실험을 통과하지 않은 가설을 진리인 것처럼 주장한다제대로 익지 않은 씨방을 먹음직스러운 열매라고 우기는 꼴이다사이비 꾼은 사실이 아닌 본인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억지로 주장한다. 그들은 실험과 검증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왜냐하면 사실이 아닌 사실이 들통나니까. 변하지 않은 씨방은 열매가 될 수 없듯이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가설은 법칙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실험은 공부하는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학문의 열매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반복한다. 실험을 여러 번 해서 비슷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한 치의 오차가 있으면 다시 실험한다. 우리는 그걸 실패라고 부른다. 실패는 우리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실패를 좋아한다. 과학 분야에서 실패는 빈번한 일이다. 실패한 경험이 누적되면 과학자들은 실험 방식의 미흡한 점이나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과학이라는 거대한 나무에 실험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지금도 수많은 과학자가 과학나무를 돌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잘 익은 실험열매를 수확할 뿐만 아니라 과학나무에 기생해서 자라라는 가짜 정보와 유사 과학을 잘라낸다아름다운 실험: 세상을 증명하는 실험과학의 역사과학나무에 열린 실험열매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주는 실험 열매 도감이다이 책에 실험과 관련된 도판이 풍부하다실험 과정의 한 장면, 실험 도구와 장비들의 생김새, 과학자들이 직접 쓴 실험 노트 일부를 알 수 있는 도판들은 독자를 실험 현장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아름다운 실험제목과 내용이 다른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 소개된 실험열매들의 탄생 과정이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앞서 과학자들이 실패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실험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결론에 직면하면 난처해한다. 그래서 자신이 믿고 있는 지식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은 실험 결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1887년에 앨버트 마이컬슨(Albert Abraham Michelson)에드워드 몰리(Edward Morley)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이 실험이 진행되었던 시기에 활동한 과학자들은 빛은 파동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빛을 전달하는 매질은 에테르(aether)’라고 믿었다마이컬슨도 에테르의 실체를 믿었다. 그는 에테르를 증명하고 싶어서 실험했다. 실험 도구는 정밀도가 높은 간섭계였다. 그런데 간섭계는 마이컬슨에게 에테르는 없다라는 결론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얻지 못한 마이컬슨은 처음에 이 실험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은 마이컬슨은 실험을 반복했고 간섭계가 알려준 결론을 받아들인다.


과학자들이 모든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과학 실험도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인 인과 관계에 따라 완벽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험 도중에 불쑥 끼어든 우연이 뜻밖의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우연으로 만들어진 발명이 없다(None of my inventions came by accident)고 말했다. 하지만 우연으로 만들어진 실험이 생각보다 많다.


실험과학의 역사는 실패와 우연이 뒤섞인역사다여기에 과학자들의 솔직한 욕망한 움큼도 섞여 있다아름다운 과학이 아니라 지저분한 과학이다지저분한 과학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다. 우연과 실패가 과학자들을 괴롭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처음부터 실험해야 한다. 명예욕이 큰 과학자들은 자기기만의 유혹을 참지 못한다. 자신을 속이는 과학자들은 남들을 속인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얻으려고 실험 과정을 조작하거나 결론에 맞지 않는 오차를 의도적으로 은폐한다과학 교과서는 실패’, ‘우연’, ‘욕망을 말끔히 제거한 아름다운 과학을 보여준다학생들은 실험실이 아닌 교실에 갇혀 있다. 교실에서 보정이 심한과학을 외운다. 실험 과정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성공적인 결과만 본다. 우리나라 과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실험열매가 생기는 과정을 알려주지 않는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열매를 주야장천 먹으라고 강요한다. 과학 교과서에 의존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은 과학이 긍정하는 실패를 용납하지 못한다과학은 지저분해야 한다. 실패와 오류를 두려워하고, 성공과 실적을 중시하는 아름다운 과학나무는 성장이 더디다. 실패가 자라나지 않는 아름다운 과학나무에서 달린 실험열매는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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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4-06-25 06:37   좋아요 1 | URL
책이 크고 사진이 많은데, 글자 크기는 작아요. 그래도 이 책, 재미있어요. 과학의 역사와 과학철학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내용이 알차요. ^^
 



귀한 시간을 내서 세계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역사적인 첫날 밤을 빛나게 해줄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서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진행 방식발제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제가 책을 간단히 소개하고 작품을 해설합니다. 책 속의 역자 해설에 나오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려드릴게요.
















 

(2) 감정의 혼란(하영북스, 2024)은 총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에 실린 작품 순서대로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려 합니다. 읽으면서 느낀 것들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3) 한 작품 감상 공유가 끝나면 그 작품과 관련된 발제문에 중점을 둔 대화가 진행됩니다. 세 개의 발제문을 준비해 봤어요. 발제문을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견해를 말씀해 주세요. 발제문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발제문에 무조건 대답해야 한다는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준비한 발제문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 또는 아쉬운 점도 말씀해도 됩니다. 다음 독서 모임 발제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저녁 독서 모임을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발제 1]

<감정의 혼란> 도입부에 작중 화자인 롤란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기 전에 스승이 했던 말과 비슷한 표현을 언급합니다.

 

 

* 10

 우리는 무수히 많은 순간을 겪지만, 우리의 내부 세계를 끓어오르게 하는 건 늘 단 하나, 오직 하나의 순간뿐이다. 그 순간 온갖 엑기스를 빨아들인 꽃은 순식간에 응축되어 결정(結晶)을 이룬다고 스탕달은 말했다.

 

* 23~24


 “모든 인간의 삶에서 그렇듯, 한 민족의 삶에도 예고 없이 절정의 순간이 단 한 차례 들이닥치곤 합니다. 그러면 온갖 힘들이 한데 뭉쳐서 강력한 한 방을 날리게 되고 그렇게 해서 그 순간은 영원성을 획득합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절정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었나요?

 

 

 

[발제 2]

<감정의 혼란>의 롤란트는 스승의 첫인상을 묘사할 때 혼자 있으면 아무런 열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37)’이라고 말합니다. <아모크>의 의사는 낯선 이국땅에서 십 년을 무기력하게 생활하다가 귀부인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열정을 느낍니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만나야만 열정을 느끼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본인 스스로 열정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인가요? 열정이 생기게 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나요?

 

 

[발제 3]

<책벌레 멘델>의 멘델, <체스 이야기>B 박사는 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바람에 불행해진 인물입니다. 평소에 독서를 즐기고 좋아하는 여러분은 책 때문에 일상이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습니까? 여러분이 읽은 책 중에 개인적으로 위험한 책이라고 느낀 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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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6-17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읽지 않은 책 중에 니체의 <도덕의 계보가> 위험하다고 느꼈어요.
아예 안 본건 아니고 앞의 몆 장을 읽어봤는데 놀랍더라고요. 올해에는 꼭 완독해보고 싶어요.^^

cyrus 2024-06-24 06:44   좋아요 1 | URL
니체가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이긴 한데,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비판하고 싶거나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이 드는 문장들을 만나요. ^^;;
 











보드카를 드릴까요, 아니면 포도주를 드릴까요?”

수잔나가 웃으며 물었다.

 

(안톤 체호프, <진창> 중에서, 사랑에 관하여37)




만약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술과 책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처음 온 손님을 향해 방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보드카(vodka)를 드릴까요, 아니면 보드빌(vaudeville)을 드릴까요?”



보드카는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만들어지는 술이다. 보드빌은 술 이름이 아니다. 보드빌은 코믹한 연극 장르를 뜻한다. 소극(笑劇)과 비슷하다


체호프가 따라주는 보드카는 그의 중기 작품에 해당한다. 이때 작품 분위기는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체호프의 중기 작품 속 인물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친다. 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 안톤 체호프, 하비에르 사빌라 그림, 이현우 옮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문학동네, 2016)

 

* 안톤 체호프, 오종우 옮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체호프의 단편소설과 희곡을 즐겨 읽는 독자는 보드카에 익숙하다체호프가 직접 종이에 증류한 보드카는 스테디셀러다독자들이 즐겨 마시는 체호프의 보드카는 1898년산 중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안톤 체호프, 이영범 옮김 체호프 유머 단편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 오종우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5)




 

체호프의 보드빌은 젊은 시절 체호프가 쓴 코믹한 단편 소설, 그리고 체호프가 코미디 극작가로 인정받기 위해 쓴 극 작품들이다체호프는 죽기 전에 코믹한 희곡을 썼다. 하지만 연출가와 비평가들은 체호프가 쓴 코믹한 희곡을 단순하게 ‘드라마(drama)’로 이해했다. 체호프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불만을 표출했다. 아니, 내가 쓴 작품은 분명 코미디인데 극장 포스터와 신문 광고에서는 왜 자꾸만 ‘드라마라고 부르는가? 아마도 연출가들은 내 작품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안톤 체호프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시공사, 2010)

 

안톤 체호프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 (연극과인간, 2002)




이번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참가작인 창작 집단 진창 <청혼 소동>체호프의 보드빌 <청혼>을 각색한 공연작이다원작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늙은 지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지주의 딸,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소심한 지주. 










연극은 원작과 다르다. 연극 속 지주는 고인이고, 허영심이 강한 지주의 아내가 나온다. 소심한 지주는 몸이 허약한 총각이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는 너무 소심해서 지주의 아내에게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다행히 지주의 아내는 소심한 지주와 딸의 결혼을 허락한다. 그런데 소심한 지주와 지주의 딸은 크게 다투는 관계가 돼버린다. 두 사람은 영지가 자신의 가문이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지 소유권을 둘러싼 두 사람의 분쟁에 지주의 아내까지 합세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지주의 아내는 딸의 편을 든다. 하지만 딸은 소심한 지주가 자신에게 청혼하러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다. 그녀는 지주에게 화해하고,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소심한 지주와 딸은 아무것도 아닌 문제 때문에 또 한 번 싸운다. 이번에는 각자가 소유한 개가 얼마나 좋은 품종인지 서로 비교하면서 따진다. 두 남녀의 설전은 집안싸움으로 크게 번진다.


모녀와 소심한 지주를 연기한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은 과장되어 있고 우스꽝스럽다. 그들은 대화 도중에 은어(隱語)와 비속어를 내뱉는다. 지주의 딸은 자신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체호프의 코미디가 생소한 관객은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관객이 있다면 체호프의 보드카맛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혼 소동>보드빌이다. 체호프의 보드빌은 오로지 코믹한 상황을 보여준다. 보드빌은 거리에 공연되는 오락적 성격을 띤 소극이다. 민중의 입말은 배우들의 대사가 되고, 배우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른. 따라서 보드빌은 민중 친화적인 통속극이다. 실제로 체호프는 이런 보드빌을 쓰려고 했다. <청혼 소동>을 만든 연출자와 배우들은 체호프의 보드빌을 제대로 이해했다.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는 관객들을 웃게 했다.


체호프는 희곡과 소설을 쓸 때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관객과 독자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려고 애썼다. 체호프에게 연극은 우리 삶의 진실을 묘사한 이야기다. 그의 보드빌은 희로애락이 농축되어 있다










<청혼 소동>인생의 희로애락과 (연출가) ‘천정락을 모두 담아낸 연극이다무대 한가운데에 죽은 지주의 얼굴이 나온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 속 얼굴의 정체는 연출가 천정락이다사진은 올해 1월 중순에 공연된 <진창>에 사용된 소품이다연출가 천정락은 <진창>에 열연했다. 천정락도 락()이다웃음을 좋아한다면 체호프가 따라주는 보드빌 한 잔, 맛보길 권한다.







Trivia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검은 옷을 입은 수도승 두 명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혹시 창작 집단 진창이 다음에 선보이게 될 공연작을 예고한 것일까? 












 




* 안톤 체호프, 석영중 옮김 지루한 이야기(창비, 2016)



체호프의 중편 소설 <검은 수사>(검은 옷의 수도사)는 연극으로 자주 각색되는 작품이다. <검은 수사>검은색보드카라고 할 수 있는,숨은 걸작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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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6-1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처럼 연극에도 숨은 그림, 단서를 심어 놓나봐요. ^^ 수도사 두 분이 예고편이라니 재미난 해석인데요

cyrus 2024-06-17 07:02   좋아요 1 | URL
연극이 시작되는 부분이 아무리 생각해도 <청혼 소동>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고, 그 장면을 보자마자 검은 수도사가 먼저 생각났어요. 제 견해가 틀릴 수 있어요. 연극 도입부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요. ^^
 










2024년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를 위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카프카 서거 100주년, 체호프 서거 120주년이다. 카프카가 쓴 글뿐만 아니라 카프카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한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카프카는 죽기 전에 자신이 쓴 모든 글이 불 속으로 들어가서 완전히 사라지길 바랐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에게 원고를 모조리 태워버리라고 유언을 남겼지만, 브로트는 약속을 어겼다.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솔출판사, 2017)


*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옮김 변신(열린책들, 2009)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민음사, 1998)




체코 프라하 출신의 카프카는 생전에 독일어로 글을 썼다. 이제 카프카의 글은 프라하를 넘어서서 전 세계 언어의 옷을 입은 채 변신하여 수많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 안톤 체호프, 오종우 옮김 아내. 세 자매(열린책들, 2024)


* 안톤 체호프, 박현섭 옮김 상자 속의 사나이(문학동네, 2024)



 

카프카에 비하면 체호프에 대한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저조하다. 올해 절반에 들어선 지금까지 출간된 체호프의 책은 세 권이다. 체호프가 쓴 장편 범죄 소설 사냥이 끝나고(최호정 옮김, 키멜리움), 단편소설과 희곡 두 편을 엮은 아내 · 세 자매, 단편 선집 상자 속의 사나이


상자 속의 사나이표제작을 포함한 총 열세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귀염둥이>는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귀염둥이>귀여운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상자 속의 사나이>, <>,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구스베리>(산딸기), <사랑에 관하여>사랑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체호프 단편 선집을 통해서 이미 소개된 작품이다.

 

올해 하반기에 체호프의 글이나 관련 책들이 나올 수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체호프의 소설들이 조용하게 주목받고 있는 반면에 희곡들은 꾸준히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 안톤 체호프, 오종우 옮김 벚꽃 동산(열린책들, 2009)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 안톤 체호프, 강명수 옮김 갈매기(지만지드라마, 2009)

 




2014년에 문을 연 안똔 체홉 극장(ACDC)’은 매년 체호프의 장막극과 단막극, 그리고 무대극으로 각색한 소설을 공연한다. 사이먼 스톤(Simon Stone)이 연출한 <벚꽃 동산> 전도연, 손석구, 최서희 등이 출연한다. 올해에 내가 극장에서 본 체호프 작품은 <진창><갈매기>.


<진창>은 매혹적인 여자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두 남자의 욕망과 허세가 많이 낀 남성성을 예리하게 묘사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을 연극으로 만든 극단 이름은 원작 제목과 비슷한 창작집단 진창이다. 소극장과 여러 극단이 모여 있는 대구 대명동 대명공연거리에 활동하고 있다.

















* 안톤 체호프, 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시공사, 2010)

 

* 안톤 체호프, 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연극과인간, 2002)



 

<진창>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집단 진창’의 체호프 작품은 <청혼 소동>이다. 이번 달에 열리는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출품작이다. 원래 제목은 청혼이며 7장으로 이루어진 단막극이다.







오늘 저녁 5시에 하는 <청혼 소동> 마지막 공연을 예매했다. 이 시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연극을 보는 주말만 되면 왜 비가 내리는지. 주말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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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15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요즘 두 양반의 책이 그래 많이 나오는 거군. 오래 전 카프카의 일기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군. ㅠ
연극은 재미있겠다. 그래도 안 더운게 어디니?
손석구 전도연 연기 보고 싶은데 요원하다. ㅠ
근데 너 오늘 연극 본다고 은근 대놓고 자랑하는 것 같다. 그래. 재밌게 봐라. 이 젊은 청춘아! ㅎㅎ

cyrus 2024-06-16 09:52   좋아요 2 | URL
<청혼>이 코미디라서 웃으면서 봤어요. 코믹 연극도 재미있어요. 오늘도 연극 한 편 보러 갑니다.. ㅎㅎㅎ 다행히 연극 보는 시간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어요. ^^

페넬로페 2024-06-15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날의 연극 관람이 더 운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연극 관람 후 그 느낌으로 비오는 날 막걸리 한 잔도 좋을 것 같고요.
카프카는 워낙 유명하고 그의 작품도 많이 알려져 있어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직 안 읽은 작품도 많아요 ㅎㅎ

cyrus 2024-06-16 09:53   좋아요 2 | URL
연극 다 보고 난 후에 집 근처 돼지국밥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어요. 막걸리도 마셨어요. ^^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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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안데르센(Andersen)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화려한 옷을 좋아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왕이 나온다재단사는 왕을 위해 만든 옷이 멍청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천으로 만들었다면서 거짓말한다왕은 사기꾼 재단사에 속아 벌거벗은 채 백성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행차한다.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은 신하와 백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을 마치 진짜 있는 것처럼 칭찬하며 감탄한다왕이 위풍당당하게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외친다. “임금님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어요벌거벗은 임금님이에요.”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한다노동자가 일하면서 겪는 차별과 위험성이 주목받지 못한노동자에게 무관심한 세상에 만들어진 작업복은 투명한 옷이다노동자의 몸을 제대로 보호하는 기능이 없는 작업복은 입으나 마나다결국 제대로 만들어진 작업복을 입지 않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다치기 쉬운 벌거벗은 사람.



저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옷을 입었는데, 

작업복이 아니에요

벌거벗은 노동자예요.”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에 소속된 기자들이 벌거벗은 노동자들을 세상에 알렸다. 기자들은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작업복의 열악한 실태를 취재했다. 신문에 연재된 기획 시리즈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는 이번에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작업복과 안전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작업복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은 잘 안 입는 평상복을 가져와서 입거나 직접 작업복을 제작해서 입는다. 어떤 고용주는 예산이 부족해서 품질이 좋은 작업복을 배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하거나 산업 재해가 일어나기 쉬운 위험한 일터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작업복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사가 지급한 작업복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노동자다.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은 일할 때 불편하다. 엉터리 작업복은 일하다가 다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남성 노동자가 많은 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남성의 신체 치수에 맞춘 작업복을 입는다여성 노동자는 본인의 몸에 맞는 작업복을 만드는 재단사가 된다그들도 벌거벗은 채로 일한다호텔, 은행, 항공사,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입는 유니폼은 작업복에 속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을 차별하게 만드는 옷이다. 여성 노동자가 몸에 딱 달라붙은 유니폼을 입으면 벌거벗은 여성이 된다. 작업복이라 할 수 없는 옷을 입고 일하는 벌거벗은 여성은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모만 부각하는 유니폼을 입은 여성은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한다.


옷과 관련된 영어 속담 중에 ‘Clothes make the man’이라는 말이 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우리말 속담은 옷이 날개. 보잘것없는 사람도 멋진 옷을 입으면 품위가 느껴진다우리는 옷을 잘 입으면 멋있어 보인다고만 생각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람을 만드는 옷에 작업복도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 없으면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긴다. 작업복이 없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크게 다칠 수 있다작업복은 일하는 노동자를 만들지 않는다. 작업복은 건강하게 일하는 노동자를 만든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다시 연재된다면 기자들이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복에 대해서 취재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안산에 작업복 전용 세탁소가 있다고 한다. 세탁소에 일하는 노동자 모두 장애인이다. 장애인 노동자는 무슨 옷을 입고 일할까?

   


관련 기사 출처


<[경기도 블루밍 작업복 세탁소에 가다

쇳가루 · 화학물질 찌든 작업복 맡겨 주세요”> 

매일노동뉴스, 20231014, 강석영 기자.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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