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자연사 - 협력과 경쟁, 진화의 역사
마크 버트니스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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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표준국어대사전은 자연사(natural history)인류가 나타나기 이전 자연의 발전이나 인간 이외의 자연 발전의 역사라고 설명한다. 자연사의 사전적 의미에 인간 생존의 역사, 인류사가 빠져 있다. 자연사와 인류사는 서로 반대되는 의미가 있는 한 쌍의 단어로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을 자연 세계의 일부로 이해한다면 자연사와 인류사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두 발로 제대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공짜 자원으로 활용했다. 자연을 개발 대상으로 인식한 인간중심주의가 득세하면서 자연 파괴 문제가 심각해졌다. 진화론에 심취한 지식인들은 인류의 문명, 특히 서양 문명이 진보의 정점에 있다고 착각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연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동된 무한경쟁 세계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보다 열등한 자연을 얼마든지 이용하고 정복할 수 있게 되고, 자연이 있던 자리에 문명을 세운다. 인간의 자연 지배를 정당화한 문명사는 자연을 배제한 인류사.


문명의 자연사: 협력과 경쟁, 진화의 역사는 문명을 만든 인간을 치켜세우며 자연을 배제한 인류사를 거부한다. ‘인류가 나타나기 이전 자연만 바라보는 자연사와 인류사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보는 관점도 따르지 않는다자연사를 논할 때 인류가 나타나기 이전 자연의 발전에 지나치게 쏠린 채 바라보면 인간은 지구에 민폐만 끼치는 동물로 비친다. 맞는 사실이지만, 자연을 약탈하는 인간의 폐해만 강조하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문명을 만든 인간의 능력이 간과된다이 책을 쓴 생태학자 마크 버트니스(Mark Bertness)는 자연사와 인류사를 서로 얽혀 있는 관계로 본다. 인간을 자연 속의 일부로 보는 문명의 자연사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고 경쟁하는 관계로 엮어진 지구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느 하나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온 집합체다. 






<cyrus가 쓴 주석과 정오표>



* 24







이유 이유





* 54

 




폴 에얼릭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 [주]




* 뒤표지







[]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폴 에얼릭(1854~1915)인간의 본성()(이마고, 2008)의 저자이자 이 책의 추천사(책 뒤표지)를 쓴 미국의 생물학자 폴 에얼릭(Paul R. Ehrlich, 1932~ )과 동명이인이다. 인간의 본성()을 쓴 생물학자는 1964년에 자신의 논문에 공진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노벨상을 받은 폴 에얼릭은 독일 사람이다. 그러므로 ‘Paul Ehrlich’를 영어식이 아닌 독일어식으로 표기하면 파울 에를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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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않은 깊은 산 - 블랙홀에 대한 진짜 이야기
베키 스메서스트 지음, 하인해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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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블랙홀(black hole)은 이름이 많다우리에게 친숙한 블랙홀20세기에 붙여진 이름이다블랙홀의 첫 번째 이름은 검은 별(Dark star)’이었다.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블랙홀에게 이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영국의 성직자 존 미첼(John Michell)이다. 그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상상한 검은 별은 태양보다 무겁다. 검은 별은 질량이 매우 커서 빛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세다미첼은 우주 어딘가에 검은 별이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검은 별을 관측하지 못했다. 렌즈와 거울을 개량한 망원경으로 더 깊숙한 우주를 바라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검은 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블랙홀을 가르강튀아(Gargantua)’라고 부를 것이다가르강튀아는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가 쓴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 나오는 거인의 이름이다블랙홀도 한자어 이름이 있다. 黑洞.[주]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흑동? 흑통?은 두 가지 뜻을 가진 한자라서 음()도 두 개다. 골짜기를 뜻하면 골 동’, 밝음을 뜻하면 밝을 통이 된다.


베키 스메서스트(Becky Smethurst)는 블랙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천체물리학자다. 그녀는 블랙홀이 태양계에서 발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번 빨려 들어가면 절대로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소원을 끔찍한 재앙으로 여긴다. 블랙홀을 사랑하는 천문학자는 자신의 소원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녀가 블랙홀의 또 다른 이름 黑洞을 알게 된다면 매우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黑洞은 블랙홀의 진짜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그녀가 쓴 검지 않은 깊은 산블랙홀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주는 책이다저자는 블랙홀은 이름과 다르게 검지 않으며 거대한 구멍으로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책 제목인 검지 않은 깊은 산은 저자가 평소에 블랙홀을 소개할 때 쓰는 표현이다블랙홀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만 하는 천체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들은 모조리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블랙홀 주변에 빛을 포함한 물질들이 중력에 이끌려 궤도 운동을 한다이때 빛은 휘어진 상태가 된다블랙홀 주변에 맴도는 물질들이 점차 쌓이면 거대한 산이 된다. 물질로 이루어진 산들이 솟아나면 골짜기(洞)가 생긴다. 우리는 아주 멋진 광경이 펼쳐진 우주의 산골짜기를 가까이 볼 수 없지만, 그곳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洞) 곳이다


검지 않은 깊은 산은 상상의 검은 별’이 정식으로 블랙홀로 인정받기까지 수백 년에 걸친 모든 연구의 여정을 보여준다. 블랙홀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의 역사에 너무나도 유명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 그는 죽을 때까지 블랙홀의 존재를 부정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등이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남성 과학자들의 명성에 가려진 여성 과학자들도 주목한다.


책 속에 오류라는 구멍이 보인다. 독자가 금방 눈치챌 정도로 커다란 구멍은 아니지만, 사실과 다르므로 저자나 편집자 또는 번역자가 이 구멍을 메꿔야 한다.



* 91~92





 러더퍼드1907년 맨체스터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방사능 원소가 붕괴하면서 내보내는 물질들을 계속 연구했다. 그는 이미 세 가지 방사선을 발견하여 각각 알파, 베타, 감마(빛의 감마선도 여기에서 비롯된 용어이다)라고 불렀고, 붕괴가 일어나면 원자가 자발적으로 다른 종류의 원자(다른 원소)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이 발견으로 190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원문]


 In 1907, he moved to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where he continued to study what was emitted by radioactive elements when they decayed. He had already identified three different types of radiation, which he dubbed alpha, beta and gamma rays of light get their name from), and showed that when the decay happens an atom spontaneously transforms into another type of atom (another element). It was for this that he won the Nobel Prize in Physics in 1908.



저자는 러더퍼드를 노벨 물리학상수상자로 착각했다. 러더퍼드는 노벨 화학상(Nobel Prize in Chemistry)’을 받았다.




* 100~101





 과학자들이 블랙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첫 번째 결정적인 사건은 1967년에 전파천문대에서 조셀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마틴 휴이시와 함께 초마다 진동하는 미지의 전파 신호를 발견하면서 일어났다. 이듬해에는 1054년에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기록한 초신성 잔해인 게성운의 중심에서도 같은 전파 진동이 발견되었다. 1970년까지 50곳에서 발견된 이러한 전파 진동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지만, 과학자들이 가장 크게 수긍한 설명은 중성자별의 회전이다. 이처럼 전파를 내보내는 별인 펄서(pulsar)는 별이 어떻게 생을 마감하는지에 관한 퍼즐을 완성할 잃어버린 조각이었다.



펄서를 발견한 학자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마틴 휴이시가 아니라 앤터니 휴이시(Antony Hewish)’저자가 휴이시를 펄서 공동 발견자인 천문학자 마틴 라일(Martin Ryle)과 혼동했다. 





[주] 위키백과 블랙홀’ 항목. 위키백과에 적힌 참조 주석에 따르면 黑洞의 출처는 한국천문학회가 편찬한 천문학 용어집》(서울대학교출판부)이다. 하지만 2013년에 출간된 천문학 용어집개정판에 블랙홀’은 있지만 黑洞’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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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차원의 세계 포스트 사이언스 (POST SCIENCE) 18
신카이 유미코.하인츠 호라이스.야자와 키요시 지음, 전재복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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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C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니나가 잡혀있는 마왕의 소굴로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기 있다.


 

-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 주제가(1984KBS 방영) 중에서 -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차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속이 꽉 찬 입체를 자르면 단면이 생긴다. 단면을 한 번 더 자르면 이 생긴다. 선을 자르면 이 된다. 입체는 3차원이다. 이 세상은 3차원 공간으로 되어 있다. 3차원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가로, 세로, 높이를 규정할 수 있다면은 2차원이다. 가로와 세로만 있다. 선은 1차원이다. 선 한 개 표시하면 위치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점은 0차원이다. 점은 도형이 아니다. 공간도 아니다. 길이와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는 차원의 정의를 설명할 때 입체가 아닌 점부터 시작한다. (0차원)을 아무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 선(1차원)이 생긴다. 선이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움직이면 면(2차원)이 된다. 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입체(3차원)가 된다푸앵카레의 설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3차원에 차원 하나가 추가된 ‘4차원을 상상했다.


수학자들이 공통으로 정의를 내린 차원(0~3차원)공간이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3차원 공간에 시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추가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합친 4차원을 제시한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은 단순히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개념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에 뉴턴(Isaac Newton)이 믿은 절대 시간절대공간이 없다. 뉴턴은 어느 장소든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절대 시간), 시간이 지나도 공간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절대공간).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상태로 된 차원의 정의를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내세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하는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지나간다. 그런데 운동하는 물체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이 주변 환경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지나간다고 느낀다. 아인슈타인은 관찰하는 사람의 위치나 운동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어디서든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이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아인슈타인 이후에 활동한 물리학자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차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칼루차(Theodor Kaluza)클라인(Oskar Klein)은 상대성이론과 전자기학을 융합한 ‘5차원 시공간을 제시했다. 두 사람이 제안한 5차원 시공간은 크기가 아주 작은 둥근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관측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는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의 연구 대상인 차원이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차원은 생각보다 쉽게 설명하기 힘든 개념이다. 나처럼 차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과학에 접근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수학자가 바라보는 차원과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차원은 차이가 있다. 수학자는 수식과 이론을 이용하면서 차원을 설명한다면, 물리학자는 관찰하고 검증하면서 차원을 이해하려고 한다.


물리학과 수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차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와 같은 입문서를 읽으면 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 두 명과 독일 출신의 저자가 함께 썼다. 책을 번역한 역자는 수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다. 과학책을 읽기 전에 제일 먼저 원서가 출간된 연도를 확인해야 한다. 출간된 지 오래된 과학책은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 13년 전에 나온 책이다. 오래된 외국 과학책을 출간하려는 번역자와 편집자는 새로 발견된 연구 성과를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책에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책의 빈 곳을 역자와 편집자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은 중력파(gravitational wave)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썼다(122). 책이 나온지 4년이 지난 2015년에 중력파를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저자들은 힉스 입자로 알려진 힉스 보손(Higgs boson)’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입자라고 소개했다.



* 165~166

 




 이론물리학자들은 표준이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아직 미지의 입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입자에 힉스 보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중략) 많은 물리학자나 우주론 학자는 이 거대한 장치가 성능을 발휘해서, 힉스 보손의 존재가 확인되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힉스 입자는 중력파와 함께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오래된 숙제 중 하나였으나 2013년에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이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201112월에 힉스 입자의 존재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를 먼저 공개했다.


책의 편집 상태도 좋지 않다. 오류와 오탈자가 너무 많다. 정오표 작성은 생략하고, 오류만 언급하겠다. 







96쪽에 아인슈타인의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880년에 태어나서 1952년에 사망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1879년에 태어나서 1955년에 태어났다. 1880년에 태어나서 1952년에 죽은 아인슈타인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6촌 동생이자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귀화한 음악학자 알프레트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이다.







133쪽 각주에 있는 닐스 보어(Niels Bohr)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연도가 틀렸다. ‘1926이 아니라 ‘1922이다. 192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장 바티스트 페랭(Jean Baptiste Perr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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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상한 나라 폴! 너도 알고있니? 근데 84년이라고? 더 됐을 것 같은데. 나 초등학교 때 본 것 같은데. 암튼 내 최애 만화영화였지. ㅋ

cyrus 2024-05-04 19:25   좋아요 1 | URL
나무위키에 ‘이상한 나라의 폴’ 국내 방영 역사가 나오는데요, 1977년 TBC에서 처음 방영했어요. 그런데 너무 오래돼서 오프닝 영상이 남아 있지 않고요, 1984년 KBS판 만화 오프닝 영상이 유튜브에 있어요. 이때 나온 주제가가 저도 아는, 그 노래에요. 만화가 생각보다 진짜 오래됐어요. 저는 1996년에 나온 SBS판을 봤거든요. ^^

stella.K 2024-05-04 20:1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이게 버전이 여럿 있구나. 96년도에도 있었다니 몰랐네. 난 오리지널 버전으로 본 거지. 진짜 어릴 때 생각난다. 😭

그레이스 2024-05-0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폴, 저도 봤죠. 신밧드의 모험을 볼 때랑 비슷한 느낌을 받맜던듯 해요^^

cyrus 2024-05-04 19:27   좋아요 0 | URL
<신밧드의 모험>, 이 만화도 제가 초등학생 때 봤어요. KBS에 방영했어요. ^^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술 책 읽기 모임 <두루미> 뉴스 레터입니다.

무료로 읽는 특별한 글입니다.

글을 읽어 보시고 모임 참석을 결정하시면 됩니다.







[예술 책 읽기 모임 <두루미> 5월에 읽는 책]

박보나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바다출판사, 2019)










책 제목은 1969년 스위스에서 열린 전시회 제목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rom)’에서 따온 것입니다. 스위스 출신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이 기획한 이 전시회는 당시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전시회를 보러 온 관객들과 비평가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전시장에 가면 으레 볼 수 있는 그림과 조각품이 단 한 점도 없었거든요.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예술가들의 행동이었어요. 제만이 기획한 전시회에 참가한 예술가들은 스스로 작품이 된 것이죠.

 

백남준과 친했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1969년 스위스 전시회에 참여한 예술가입니다. 그는 전시장 이곳저곳에 지방 덩어리를 채웠습니다. 그는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만의 예술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1965년에 보이스는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이미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금박을 칠하고, 죽은 토끼 사체를 안은 채 관객들 앞에서 세 시간 동안 작품을 설명했습니다. 사진으로만 남은 그의 행위예술은 <죽은 토끼에게 예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태도가 형식이 될 때는 틀에 박힌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면서 치켜세우는 관객과 비평가들 모두에게 반기를 든 전시회였습니다. 그동안 예술가들은 선배 예술가들의 걸작을 모사하고, 그들이 이미 시도한 표현 방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과거 예술가들이 선보인 독창적인 표현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가라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하랄트 제만은 틀에 박힌 규칙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새롭지 않았던 것이죠. 제만은 과감하게 규칙을 위반하는 예술가의 태도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단조롭고 뻔한 아름다움을 좋아하지 않고, 기존 사회질서를 비딱하게 바라보는 예술가들을 소개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땐 저자의 작품 설명에 쫓아가지 마세요. , 저런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읽으세요.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만의 태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런 분들도 모임에 오시면 좋겠어요.

 


내가 예술이라는 게 뭔지 직접 보여주마.”

 

본인 스스로 , 예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의 예술을 보여주세요. 본인이 직접 만든 예술 작품도 좋고요, 악기를 가져와서 연주해도 됩니다. 멋진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짧은 일인극을 보여줘도 좋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나를 마음껏 드러내 주세요.

 



좋은 예술가가 있으면 소개해 줘.”

 

나만 알고 싶은 독특한 예술가아니면 나만 알기 아까운 독특한 예술가를 소개해 주세요. 책에 소개되지 않은 예술가도 좋습니다. 본인은 괜찮은데 정작 다른 사람들은 어렵고 이상하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 예술가들이 있을 거예요. 익숙하지 않고, 난해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을 테니 당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자랑해 주세요.

 

독서 모임에 오는 분들의 태도가 다음 달 <두루미> 모임 분위기를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 분이라도 왔으면 좋겠어요. 모임 참석자가 두 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아무 책 아무 말 대잔치를 하겠습니다.

 

독서 모임의 주인공은 책도, 모임장이 아닙니다. 낯선 모임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당신이 독서 모임을 이끄는 주인공입니다. 당신의 태도가 그날의 독서 모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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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2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모임인 것 같다. 특히 아무 말 대잔치라니 부담도 없고. 근데 왜 시간하고 장소는 없노?
이러고 저러고 지간에 난 넘 멀어서 못 갈 것 같다. ㅠ

cyrus 2024-05-04 10:51   좋아요 4 | URL
모임 날짜와 장소는 정해졌어요. 여기 일정 공지해봤자 홍보 효과가 없어서 안 올렸어요. 지금 딱 한 분만 모임에 참석한다고 했어요. ^^;;

페크pek0501 2024-05-04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날짜와 장소는 써 놔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라도 보고 문의할 수 있죠.
좋은 모임이 될 것 같아요.

cyrus 2024-05-04 19:28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모임 날짜와 장소를 공지하겠습니다. ^^
 




Scene 1

노동절 일(work)기 시작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방에 있는 책들을 정리했다. 책 정리는 읽고 싶은 책 한 권 찾기 시작하면 해야 하는 나만의 노동(일)이다.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책 탑 하나를 조심스럽게 무너뜨리면, 바로 뒤에 우뚝 솟은 또 다른 책 탑이 나를 기다린다. 산 넘어 산이 아니라 ‘(내가) 산 책 탑 넘어 산 책 탑이다. 가까스로 원하는 책을 찾으면 다시 책 탑을 만든다. 종종 찾아야 할 책을 끝내 찾지 못하고 책 탑을 다시 만들 때도 있다. 책 찾는 것을 포기하고 분류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아무 책이나 집어서 다시 책 탑을 건설하는 일은 건설적이지 않다.





Scene 2

굴러온 책이 나의 독서 계획에 박힌 책을 뺀다

 


서평을 쓰기 위해 참고해야 할 책은 필요한 내용만 찾아서 읽는다. 그런데 참고 도서의 내용에 문제가 많으면 책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달라진다. 책이 얼마나 못 썼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끝까지 읽는다. 참고 도서가 생각보다 재미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오늘 읽기로 정한 책은 제쳐두고 참고 도서를 읽는다굴러온 책이 나의 독서 계획에 박힌 책을 뺀다책 정리가 끝나면 오전에 서평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써야 할 글은 못 쓰고 참고 도서를 절반까지 읽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책이 흥미진진했다. 재미있게 읽은 참고 도서를 소개한 서평 한 편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결국 해야 할 일이 한 개 더 생겼다.





Scene 3

다시 한번 도서관과 친해지길 바라
















* 금정연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북트리거, 2024)

 

* 우치다 다쓰루, 박동섭 옮김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처음 듣는 이야기(유유, 2024)




4월 말부터 동네 도서관에 자주 들랑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 나온 금정연의 일기와 장서로 가득한 도서관의 부활을 바라는 우치다 다쓰루(内田樹)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를 같이 읽기 시작한 이후로 확실히 스스로 다짐했다. 책을 덜 사고, 되도록 책을 빌려서 읽자고. 금정연과 우치다 다쓰루. 이 두 사람 모두 엄청난 양의 책을 가지고 있는 활자 중독자금정연은 일기를 쓸 때 다른 작가가 쓴 일기의 문장을 따서 자신의 삶에 포갠다. 그는 다른 작가의 일기를 보면서 일상을 반추하고, 일이 진척 없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남의 일기를 보면서 위로받기도 한다나는 금정연의 일기를 보면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었다. 일기에 적힌 두 개의 문장은 책만 보면 신용카드와 함께 말랑말랑해지는 내 마음을 때리는 죽비가 되었다.



, 음악, 영화에 빠지는 것은 쇼핑 중독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금정연, 1119일 일기 중에서, 19)


 책장에 새 책을 둘 자리가 없어서 한참 노려보다가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맨날 책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면서 또 책을 사는 걸까? 마조히스트인가?

 

(금정연, 68일 일기 중에서, 93~94)



죽비가 된 문장에 두 번이나 맞고 나서야 책을 많이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도서관과 친하게 지내야겠다. 





Scene 4

나도 페미니즘을 잘 모른다

 









과학책방 담다<담담 책방>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주] 고로 실체가 없는 책방이다<담담> 책방지기가 감사하게도 나를 일일 책방지기로 소개했다. 책방에 일하지 않는, 책방에 나타나지 않는, 얼굴 없는 책방지기가 되었다내가 만든 담다가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하러 <담담>에 갔다. 오랜만에 <담담>에서 책을 읽으면서(오전에 쓰기로 한 글은 언제 쓰려고‥…?) 반 정도 남은 휴일을 알차게 보내려고 했다.
















* 박민경 《사람이 사는 미술관: 당신의 기본 권리를 짚어주는 서른 번의 인권 교양 수업》 (그래도봄, 2023)




손님이 아무도 없는 한적한 책방을 바라면서 왔는데, 책방 안에 이미 여러 사람이 모여서 앉아 있었다. 오늘이 <담담>에서 하는 인권 공부 독서 모임날이었다. 작년 10월 중순, 쉬는 날에 <담담>에 갔다가 인권 독서 모임에 합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독서 모임 선정 도서는 사람이 사는 미술관이라는 책이었다. ‘읽지 않은 책과 관련된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말을 많이 안 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해 보지만, 어느새 내 입과 머리는 말하느라 바빠진다.

















* 한우리 번역, 기획 《페미니즘 선언: 레드스타킹부터 남성거세결사단까지, 드센 년들의 목소리》 (현실문화, 2016)




이번 달 인권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는 반 페미니즘노선을 취한 젊은 저자의 책이었다. 독서 모임 참석자 모두 나이가 중년이다. 이분들은 페미니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독서 모임 선정 도서 저자의 견해를 요목조목 비판했다. 물론 지금까지 페미니즘 운동을 지켜보면서 느낀 아쉬운 점과 한계도 밝혔다. 인권 독서 모임 정규 회원인 중년 남성은 문제의 독서 모임 선정 도서와 가장 유명한 페미니즘 선언문들을 모아놓은 페미니즘 선언을 같이 가지고 왔다. 그분은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몇 권 봐도 페미니즘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다. 나도 페미니즘을 잘 모른다





Scene 5

절망

 


독서 모임이 한참 진행 중일 때 두 개의 슬픈 소식이 찾아왔다. 하나는 폴 오스터(Paul Auster)가 별세했다는 소식, 또 하나는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라는 상사의 문자 메시지. 오늘 하루에 글 한 편 다 쓰지 못하고, 책 한 권 다 읽지 못한 것보다 더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노동 절망 일기 끝. 





[] 가상의 책방 <과학책방 담다>가 궁금한 분은 이 글(링크)을 참조하면 된다.

https://blog.aladin.co.kr/haesung/15476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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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5-0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찍 출근하라는 상사의 메시지...정말 안 반갑네요. 저도 요새 저의 책 구입에 대해 반성하고 자아비판을 하는 중입니다만, 또 사고 싶어요. 흑.

cyrus 2024-05-04 10:54   좋아요 0 | URL
예전에 한 주에 책을 열 권 이상 샀어요. 요즘은 한두 권만 사고 있어요. 요즘 보고 싶은 신간 도서가 지금 많이 나왔는데 주문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요. 이번 주에 신간 도서 세 권, 알라딘 중고 도서 두 권을 샀어요. 이 정도면 정말 적게 산 거예요. ㅎㅎㅎ

stella.K 2024-05-0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의 선비적 경향이 물씬나는 페이퍼로구만. 나는 책 사는데 내 돈 쓴적이 별로 없어. 사도 주로 중고책 위주로 사고. 우리가 책 사는 사치 정도는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술 먹고 노름질 하는 것도 아닌데 지극히 건전하잖아. 모은 책중엔 훗날 귀한 자료가 될 수도 있고. ㅋㅋ
아, 그리고 네가 당하는 고난은 책 좋아하는 사람의 숙명 같은 거지.
받아들이라구.ㅋ

cyrus 2024-05-04 10:58   좋아요 1 | URL
제 방에 책이 너무 많아서 이제 놔둘 자리가 없어요. 제가 서재 사진을 여기서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어요. 제 서재를 보면 사람 사는 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충분히 잠잘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한데, 부모님의 눈에 들어오는 건 책뿐이니 책을 많이 산 저를 한심하게 쳐다봐요. ^^;;

공쟝쟝 2024-05-0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일기 하루종일 일기 쓰기 위해 직장을 때려 치운. 맞습니다. 자랑.) 일기 중독자는 금정연의 일기를 반가워하며 담습니다. 주섬주섬ㅋㅋㅋ

cyrus 2024-05-04 10:59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일기가 금정연 씨의 일기예요. 분량이 조금만 두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