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속도
스티븐 M. R. 코비 지음, 김경섭.정병창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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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의 사임

 

며칠 전, 영국의 고든 브라운이 총리직과 노동당 당수직에서 사임의 뜻을 밝혔다.
사임 이유를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 정부 구성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데.....
단지, 그 이유만으로 그가 갑자기 사퇴를 결정했을까? 
 

고든 브라운 총리의 유세 활동 때 일어난 일이다.  

총리 일행은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으로 국민들을 향한 총선을 위한 유세 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 유세 장면을 전국 TV에 생방송으로 방영 중이었다.
그러자 국민들에게 악수를 나누고 있던 총리에게 한 여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에게 총선과 총리의 당에 대한 여러 가지 정치적 내용에 관한 질문을 말했다.
이 두 사람의 대화 시간은 짧았지만 정치 토론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총리는 정곡을 찌르는 여성의 질문에 충실히 대답하였지만, 얼굴은 당황함이 역력했다. 
그 여성에게 혼줄이 날 정도로 진땀을 뺏던 총리는  

자신의 차에 올라타면서 참모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엉망이었어. 그 여자를 왜 만난 거야…누구 아이디어야? 웃긴 여자 같으니라고'  
 

그런데 문제는 혼잣말로 한 험담이 전국 방송을 탔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총리의 양복 가슴에 소형 마이크가 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스컴에서는 총리에 대한 가쉽거리를 쏟아냈고,
총리는 그 여성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였다.
안 그래도 노동당과 자신의 지지율이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미 그가 내뱉은 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일명 ‘혼잣말’ 구설수가 일어난 후
몇 일 뒤에 고든 브라운 총리는 다우닝 가를 떠나게 되었다. 
 

 

 신뢰의 중요성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간에는 ‘신뢰’가 아주 중요하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신뢰가 우리에게 주는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신뢰성’ 이라는 좋은 이미지 하나만으로 말단 직원에서  

사장까지 수직 상승한 직원에서부터
한 순간의 행동으로 인해 신뢰를 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정치인 등
신뢰를 어떻게 여기느냐에 따라 그 한 사람에 대한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것이다.
영국 총리의 사임은 영국 정치의 특수적 상황에 맞물려 결정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총선 중에 생긴 구설수에도 그를 사임하게끔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항상 국민들 앞에서 청렴결백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할 정치인이
국민에게 잘못된 언행을 하거나 부정적인 정치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면
그에 대한 신뢰감이 하락하게 되고 그것은 선거 영향에까지 미치게 된다.
이렇듯 신뢰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알고 지켜야 할 중요한 미덕인데도 불구하고
중요성을 깨닫지도 못하고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신뢰를 측정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신뢰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고치고
좀 더 나아가 살아가면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실천 방안들과
실천하면서 얻게 되는 신뢰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신뢰의 효과를 예로 들면서 신뢰는 실체적이며  

규정할 수 있기에 측정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신뢰 수준이 내려가면 작업 속도도 내려가고 비용은 올라가는 반면
신뢰 수준이 올라가면 작업 속도도 올라가고 비용은 내려간다는 것이다.
일상 생활을 비유하자면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들은  

사회 전반에 이루어진 낮은 신뢰가 만든 현상이다.
어느 대기업에 사장이 된다고 하자.  

그런데 그 기업 문화가 신뢰성이 낮다는 것은
결국 그 기업의 사장도 신뢰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사장은 영문도 모른 채 세금을 내게 된다.
반면 높은 신뢰로 형성된 기업은 임무 수행 속도가 빠르고 성과도 많다.
그리고 성과에 대한 경제적 수익도 많아지고 이에 따른 수입 배당도 상승시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신뢰는 자기가 만드는 것

 

대부분 사람들은 한 번 잃은 신뢰는 평생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회복하는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뢰라는 것은 무조건 상대방에게 ‘받는 것’ 이라고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오해를 반박하면서
신뢰는 행동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함으로써  

거시적으로 대인관계, 조직, 시장, 사회로 확장된다.
대인관계나 조직이든 신뢰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의 문제에 비롯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신뢰를 높여주는 행동들이 13가지나 제시되어 있다. 
 

솔직하게 말하기, 상대방 존중하기, 책임 있게 행동하기, 경청하기, 약속 지키기..... 
 

신뢰에 대해 새로운 방안과 인식을 제시한 책이라고 해서
이를 위한 행동도 새로운 것이기를 바라면서 읽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에 나오는 행동 원칙들은 많은 자기경영 도서에 나오는 단골 내용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책 한 번 다 읽고 커버를 덮고 나면
내용들은 머릿 속에 잊혀져버리게 되고 실천하지 않는 위선적인 독자들 아닌가.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약속을 지킬 줄 아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문학가 에머슨이 말한 격언이 생각난다.

 

자기 신뢰는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이자 영웅의 본질이다    

 

많은 사람들의 추앙받고 있는 유명 CEO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자라거나 젊은 시절에 온갖 고생과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있었다.
그들은 항상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자기 자신의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가졌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을 위해 모든 일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였기에
성실성으로 얻은 사람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은 성공한 ‘영웅’ 이 된 것이다.

걷기 힘든 진창길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 길을 가듯이
좀 더 편한 방법으로 택하여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하는 ‘로얄로더’ 가 되고 싶어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는 속담이 있듯이
무엇을 하든 성공만 하면 된다.
그리고 자기 인생에 성공이 일찍 찾아온다면 여생은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루어진 성공은 오래 갈까?
유명 경영인이나 CEO들은 단기간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자신들만의 신뢰를 구축하면서  

지금까지도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 시간 어딘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분명 성공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책을 끝까지 완독을 하든 나처럼 필요한 부분만 읽었던지간에 

책에 있는 원칙들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의 성공할 뿐만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용 관련시가 출처 및 링크 

 

['유권자 험담' 고든 브라운 또 구설수] MBN 4월 29일 입력 

http://mbn.mk.co.kr/news/newsRead.php?vodCode=502250&category=mbn00008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사임] 연합뉴스 5월 12일 입력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32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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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창조성
모기 겐이치로 지음, 김혜숙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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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성 권하는 사회 

 

대형 서점가의 자기계발류 코너를 살펴보면
사회인(주로 직장인)들을 겨냥하여 쓴 ‘창조성’에 관한 도서들이 다양하다.
왼손을 자주 써서 뇌를 자극하면 발달하는 ‘좌뇌형 인간’.
그리고 매스컴에 나오는 명사(名士)들의 창의적인 사고 방식들을 소개하는 책들까지.....
비단 자기계발류뿐만 아니라 창의력 있는 영재를 위한 유아 도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도 창의력, 창조성을 강조하는 글쓰기 방법이나 처세술 도서,
심지어 창조성 향상을 위한 퍼즐 모음집도 나왔다.
이렇듯 남녀노소, 창조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많이 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창조성에 관한 책들은 다 피차일반이다.
하나의 새로운 유행이 나타나면 그 인기의 편승해 비슷한 것들이 나오는 사회 아닌가.
제목만 바꿔져 있을 뿐 내용은 다 똑같다.
그리고 오른손잡이들을 억지로 왼손으로 글을 쓰는 습관을 길들어져야 하는가?
굳이 스티븐 잡스처럼 따라 하면 우리도 창조적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책에 나오는 방식대로 뇌에게 강제로 의식시켜주면  

장기적으로 실행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진지하게 실행한다고 쳐도 여러 가지 요인들과 계획들이  

우리의 삶을 가만히 놔둘 것인가.
일이 늘어나게 되어 시간이 없어서,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 등으로
결국 창조적인 인재 되기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실용도서를 읽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살아가면서도
제대로 실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 생활 속의 창조성 

 

그러면 창조적인 인재는 특출한 두뇌를 가져야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일본의 뇌 연구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창조성의 신화화’를 깨뜨린다.
창조성은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잡스와 같은 우리가 천재가 부르는
이들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그들은 뇌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했기에
그만큼 이에 대한 결과물이 나오면서 우리가 그들을 천재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창조성은 특별한 사람들의 능력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뇌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창조성이 배어난다고 말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는 일상 속의 대화는 창조적인 뇌 기능의 작용이다.
인간이 활동하는 사회 세계는 불확실의 세계이다.
그만큼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되어 있는 행동을 토대로 뇌는 프로세서를 실행한다.
상대방과의 대화 이전에도 우리가 무의식한 상태에서
뇌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하며 무슨 대화를 나누어야하는지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쳐 느끼지 못하고 있던 불확실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창조성이 키워지고 있던 셈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두껍지 않은 이 책을 읽게 되면 실망감이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자기계발류 도서와는 거리가 멀어 확실한 방법을 찾는 독자에게는
목차부터 훑어보게되면 읽을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뇌 연구가가 쓴 책이라고 해서 뇌와 관련된 전문적인 것도 아니라서
뇌에 관심이 많고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독자에게는 교과서 수준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창조성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창조성의 근원을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 관계에서 찾는  

저자의 관점이 사뭇 독특하였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 라는 존재를 알 수 있을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나’ 와 상대방과의 ‘차이’의 감각을 통해서 

창조성을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2년 동안의 군 생활을 끝내고 사회 생활로의 재적응을 위해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 타인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앞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카오스틱(Chaostic)한 삶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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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대산세계문학총서 18
샤를 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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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무서운 시

 

몇 년 전, 심야 시간에 방송되는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가수이자 아티스트로 유명한 조영남씨가 출연하여
출간된 지 좀 오래 돼 보이는 검은 색 바탕의 시집을 소개하였다.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김붕구 번역 
 

당시 나에겐 보들레르의 시집은 생소하였고
거기에다가 졸음이 마구 쏟아졌기에
조영남씨가 입에 침을 마르도록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를 말하는 사이

힘없는 두 눈꺼풀은 이미  TV의 광선을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렷이 들리는 그의 말은
가수가 젊었을 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느낌은
‘무서웠다’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혹 생각나면 이 시집을 여러 번 읽었고
더 중요한 건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게 돼서 행운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시를 읽었는데 무서웠다니.  

그러고는 읽었다는 것이 행운이란다.  

역시 독특한 언행으로 가끔 매스컴을 뜨겁게 달굴 만한 조영남씨다운 말이었다.
한편으로는 단지 ‘무섭다’는 말이 이 시집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음 날, 동네 도서관에 자료 검색 결과
역시 조영남씨가 소개한 책이 도서관에 소장되어있었지만,
출판된 지 오래되어서 서고자료에 있었다. 
서고자료에 있는 책을 빌리기 위해 사서에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을
소심했던 나는 그냥 지나쳐버렸다.
그러고는 옛날에 나온 책이니깐 활자 상태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자기 위안으로 읽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포도를 따 먹으려다가 포기한 여우처럼 말이다.  

  

 

 악의에 찬 단어들

 

몇 년이 지나고 주말에 도서관의 문학 쪽 서적을 뒤적거리다가
책장에 내가 읽고 싶어 했던 책이 꽂혀있었다.
김붕구 교수가 번역한 판은 아니었지만
그 때의 어리석은 판단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기대로 가득 찬 눈으로 시를 읽어나갔다.
그의 모든 시 구절 하나하나 읽어 나갈수록
가수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을 감정이 내 가슴 속에 치밀어 올라왔다.
그리고 그의 시에 나오는 악의에 찬 단어들이 주는
불쾌감 때문에 읽는 내내 불편하기도 하였다.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여 페이지가 되는 시집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 악, 지옥, 쾌락, 구더기, 시체, 해골, 저주 』

보들레르의 시에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며
그의 시를 한 단어로 축약하여 표현해주는 것들이다.
무시무시한 단어들은 우리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언급하기도 싫은, 일상 속에서도 금기시되는 것들이다.
당시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시의 윤리성 문제로 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법적 재판까지 가게 되어 6편의 시가 삭제 조치를 받게 되었다. 
 

지나치게 우울하고 퇴폐적이면서도 이 단 한 권의 시집으로 인해
그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선구자로 추앙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미적 가치의 이중성

 

보들레르의 시는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사고 방식들을
대립적인 이원성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들레르의 시들은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이라는  

대립적인 개념이 부딪히고 있다.
선과 아름다움은 인간의 정신적인 면을 나타내고
악과 추함은 동물적인 경향이면서도 인간의 육체적 타락으로 빠지게 만든다.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잔느 뒤발과의 연애 속에
보들레르는 끊임없이 갈등을 겪으면서 고뇌한 것들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잔느 뒤발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쳤으나
잔느 뒤발은 어떻게든 그에게 돈을 타내려고 하는 방탕한 여자였다.
그래서 시집 몇 편의 시에는 그녀를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 되어진다.
그리고 이 시에서 잔느 뒤발은 추악한 여자로 표현된다.

   
 

   넌 전 우주를 네 규방에 끌어 넣겠구나.
  추악한 여인이여! 권태가 내 마음을 악독하게 만드는구나.

  

  (중간 생략)  

                             

  은밀한 섭리를 품은 위대한 자연
  너, ― 계집아이 오, 죄악의 여왕이여 
  비천한 짐승이여, ― 너를 가지고 어느 천재를 반죽해 낼 때에 

                                       - [넌 전 우주를 네 규방에 끌어 넣겠구나] 중에서 -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는 그녀를 ‘위대한 자연’ 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는데
비록 추악하지만 본연에는 여자로서의 출산의 기능
즉, ‘자연’ 으로서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보들레르는 선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추한 것은 악마적이라는 일반적 통념을 깨뜨리고 있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모두 내재하고 있는 미적 가치를 추구하려고 한다.
그 결과 보들레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도덕성에 탈피하여
영원성을 지닌 대상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추하다고 할지라도
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집의 제목인 '악의 꽃' 처럼 악의에 가득 찬 꽃에도  

사람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향기가 뿜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는 현실적이다.
그가 살았던 프랑스의 시단의 주류는
속세에 초연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추구하는

예술 지상주의적인 고답파(高踏派)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가치들을 표현했다.
하지만 보들레르는 인간 내면으로 느끼는 이중적인 가치를 주제로 삼아
인간이 불편하다고 느끼게 되는 단어와 감정들도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시집의 서문에서는 독자들에게 위선자임을 대놓고 말하는 동시에
결국 이 시집을 읽는 그들도 ‘악의 꽃’의 향기에 취했음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보들레르는 기성 문단의 비난과 모욕을 감수해야만 하는 비주류,   

파리의 Outsider로 살아가야만 했다. 
  

 

 저주받은 시인

 

   
 

  이 날개 달린 항해자여,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파이프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낸다. 
 

                                                               - [알바트로스] 중에서 -

 
   


보들레르는 자신의 삶은 저주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위대한 문학성에 대해 세상을 알아주지도 않고
잔느 뒤발과의 마약 같은 사랑은 그녀가 먼저 죽은 후  

상실감의 고통 속에 얼마 안가 그도 죽음을 맞게 된다.
그래서 후세는 그를 ‘저주받은 시인’ 이라고 부른다.

이 시가 그의 불운한 삶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알바트로스는 항해자들에게 앞으로 가야 할 바닷길을 알려준다는 전설이 깃든 새이다.
이처럼 하늘을 날 때는 자유와 위엄을 누리는 멋진 항해자이지만
뱃전에 내려오면 선원들의 비웃음을 사는 현실에서 낙오된 알바트로스였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들볶이고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야하는 자신의 운명을 자각했던 것일까.

저주받은 알바트로스. 
  

비단 보들레르를 지칭하고 있는 것만 아닌 거 같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장밋빛 기대감에 가득찼으나
막상 현실 속에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거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우리의 젊은 세대를 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하루 종일 우울한 시인의 우울한 시를 읽어서 생긴 우울감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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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 판으로 이 책을 가지고 있어요.

주인장의 리뷰 잘 봤어요. 감상문 보니까 저도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서 봐야겠네요

구입 후 방치중이었는데 --

시 란 장르에 관하여 보통 번역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대학문학 개론 시간에

첫 시간에 나오는 시니피앙 시니피에..... 결국 강사가 말하고 싶은것은 의미는 남아도

미묘한 뉘앙스는 도저히 번역불가능 한것이라고 받아들여 지더군요.

외국어를 모르기에, 상상은 안 가지만 한국의 시 가 외국어로 도대체 어떻게 번역될까

상상해보면, 대충 짐작만 가요.

이외수가 자신의 소설을 번역한 외국교수의 책을 봤는데 자기가 영어가 짧아서 다른 것은

확인 할 수 없어서 호리병 만 확인해 봤는데 번역자는 병 을 질병 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cyrus 2010-11-06 15:59   좋아요 0 | URL
저는 김붕구 씨의 번역본으로 보들레르를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헌책방 돌아다니면서 구하고 있답니다.
아마도 김붕구 씨의 번역과 윤영애 씨의 번역에도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이조부 2010-11-0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민음사 판 이 김붕구 번역본이네요.

필요하다면 보내드릴께요~

cyrus 2010-11-06 21:39   좋아요 0 | URL
제가 말한 김붕구 씨의 번역본이 민음사에서 나왔군요.
감사합니다. 꾸랑님은 책 한 권 한 권을 소중히 여기는 분 같은데
제가 이 책 다 읽게 되면 다시 꾸랑님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다이조부 2010-11-0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요.

근데 책주인은 따로 있다는 생각은 가끔 해요.

주소 알려주시면, 짬 날때 보내드릴께요~

cyrus 2010-11-06 23:29   좋아요 0 | URL
그러면 꾸랑님 서재에 있는 메일보내기를 통해 주소 보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꾸랑님.
 
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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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교육 프로그램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K 방송에서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요즘 TV에서 자주 나오는 행위예술가 낸시 랭과 K 방송국 유명 개그맨들
그리고 유치원에 다닐듯한 어린이들이 나와
미술을 소개하고 직접 체험하는 유아용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호기심이 생겨 잠깐 그 채널을 고정하고 있을 때
내가 봤던 장면은 어린이들이 밀레의 명화 <이삭 줍는 여인들>을 보고  

감상한 것을 이야기하고 낸시 랭이 아이들에게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애들 나이 또래 때에는 미술이란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그리기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TV에 나오는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방법뿐만 아니라
벌써 그림을 ‘보는’ 방법도 배우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교육에 참 좋은 프로그램인 거 같은데 

왠지 얼마 안 가 종영할 거 같았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보게 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는데
이 시간이면 어린이들이 집에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유아 교양 프로그램이 예전만큼 시청률도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예상을 들어맞았다. 프로그램은 1년도 채 안 되어 종영되었다. 
 

 

 미술에 대한 선입견 깨뜨리기

 

예상대로 종영되었지만  

아마도 유아를 위한 수준 높은 미술 교육 프로그램은 그것이 최초일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거 같다.
예전 유아를 위한 미술 교양 프로그램은 단순히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그리거나
우리가 일상 생활에 쓰고 있는 물건들로 공예 작품을 만드는 등
딱 ‘어린이’들을 위한 수준으로만 그쳤다.
과연 유아 교육 프로그램의 황금기에 자란 아이들은 ‘미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TV에서 그림이나 공예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조건 TV에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하면 멋진 미술 작품이 나온다고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은 계속 시도하다가
결국은 TV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술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감정을 지닌 채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닐수록
어렸을 때 느낀 미술의 즐거움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이 때 미술은 단지 ‘성적’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고등학생 때는 대입 내신 성적을 위해 미술 과목을 암기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미술은 자신의 삶과 관련 없는 쓸데없는 일이다.
미술관에 그림 감상하는 일은 돈이 있고 특별한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유아를 겨냥한 미술 프로그램을 봐야하는가.

그런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면서도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미학자인 진중권 씨가 <교수대 위의 까치>를 펴냈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림은 화가와 감상자의 공동 창작의 산물이다. 그래서 감상자 역시
  창조적이어야 한다.

말은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저자가 진심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생각과 방법으로 창조적으로 그림을 보는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물론 화가가 그린 그림에 대해 올바른 의도와 해석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스스로 그림을 감상하여 깨닫는 것은 미술이라는 분야를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미술을 바라보는 의지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은 말한다.

   미술사를 움직이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의지’이다.

미술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중세의 그림들을 보게 되면 뭔가 부정확하고 어수룩한 면이 있다.
르네상스부터 근대 고전주의로 갈수록 그림 그리는 방법이 정형화되면서
더욱 정확해지고 그림다운 그림으로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근대부터 현대로 오게 되면서 그림은 다시 부정확해지고  

감상자는 이해 불가능해진다.
세잔은 원근법을 무시하고 피카소가 그린 사람은 형체가 쪼개져서 나온다.
잭슨 폴록은 커다란 캔버스 위에 아무 생각 없이 물감을 뿌려댄 것을 그림이라고 하고
마르셀 뒤샹은 화장실 변기를 예술 작품이라고 우긴다.

알로이스 리글은 현대로 갈수록 중세 미술보다 못한 그림들이 나오는 이유는
화가가 표현을 지향하는 것보다 자신이 느끼는대로 그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들뢰즈의 철학 개념을 빗대어 ‘창조적 역행’ 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화가가 그림을 그리게 하는 원동력은 화가의 ‘의지’인 것이다.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은 창조적 역행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만큼 예술가들은 자신의 다양한 생각들을 작품으로 표출한다.
과거 미술은 획일화되면서도 정립되어진 이미지의 감상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현대 미술은 다양성과 동시에 해석의 난해성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자면
도상학에서는 그림 속의 해골은 ‘죽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불문법적 감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전통 미술에 자리 잡고 있던 기존의 관념을 바꾸는 사건이 있었다.
영국의 대중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해골을 작품으로 출품한다.
작품명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  

고가의 보석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보험에 가입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세계 곳곳 전시 투어를 하게 된다.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결국 허스트의 의도는 전시 투어를 통해
이 작품을 구입할 상류층 컬렉터를 찾고자 하는 것이며  

마케팅을 미술 판매 전략에 적용한 것이다.
작품 이름만 들어도 알다시피 데미안 허스트의 해골은  

예전의 부정적인 죽음의 이미지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고귀한 그리고 사람들에게 팔기 위한 미술품으로 되어 있었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미술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감상자들도 이에 부응하듯 변하고 있다.
정확성과 아름다움, 틀에 박힌 정형적인 감상이 아닌
이제는 ‘나는 그림을 이렇게 그렸다’ 라는 화가의 의지를
감상자도 스스로 미술을 보는 의지를 가지면서 다양한 감상을 해야 한다.

미술을 보는 의지를 가지게 됨으로써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을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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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을 이 책을 5년 동안 나온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던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cyrus 2010-11-06 15:5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만 들었지
내용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 안했답니다.^^;;
그나마 이 책에서 진중권 씨가 언급했던 창조적 감상자에
대해서는 공감이 갔었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구판절판


이제 남은 절반의 꿈. 가슴 속에 품어 온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쏟을 차례다. 승리자의 얼굴은 저마다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빛났겠지만 내일의 운명은 누가 알까?-p.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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