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스타킹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 되면 놀랄만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두 달 전에 제가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했던 날에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그다음 달에 독서모임이 있었던 월요일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혐의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김생민이네요. 김생민이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는군요.
오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마지막으로 읽는 날입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나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으면 학술적인 페미니즘 책을 혼자서 다 못 읽었을 거예요. 지난주에 이미 완독했지만, 오늘 모임을 위해 6장과 7장을 다시 읽었어요. 4, 5장을 함께 읽었던 지난주 모임의 공식 후기를 공개합니다. 여성이라면 이 글을 꼭 읽어보셔야 해요.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이 제일 중요해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세 번째 모임!! 4,5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충주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두 분을 이나영 교수님 강연장에서 만나서 급! 모임을 참관하러 오셨답니다. 인스타에서 보고 저희 모임을 알고 계셨다고 하셔서 신기하고, 너무 반가웠어요. 말씀하셨던 여성 인터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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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4장의 내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본이 제3세계 여성을 발견하였다.”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포주’처럼 나서서 “아시아 여성은 고분고분하고, 손이 야무지고, 순종적인 노동자들입니다.”라고 다국적 기업에 홍보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과거 상황과 연결되었어요. 저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오빠와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딸들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공장에 가야 했습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혁명의 영점>과 공통되는 부분도 많지만, 마리아 미즈는 소위 말하는 ‘제3세계 여성’과 ‘1세계 백인 여성’의 연대를 더 고민하는 것 같다고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다들 3세계라는 표현이 싫다고 했지만, 대체할 언어가 부족한 것이 슬프네요.) 미즈는 1장에서 ‘자매애’로 모든 여성을 퉁쳐 버리는 것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는데요. 4장을 읽으니 결국 중요한 건 각각 다른 위치에 있는 여성들 간의 차이나 공통점 그 자체가 아니라 페미니즘이 어떻게 이 모두를 떠안을 수 있는 정치 운동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억압받지만, 결국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제3세계와 1세계 어딘가에 끼여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어머니 세대는 ‘제3세계 여성 노동자’로 불리다가 지금 우리 세대는 ‘번식자’이자 ‘소비자’로 강요당하는 급격한 변화가 아이러니했어요.
그리고 여성은 전 세계 노동의 2/3를 해내지만, 언제나 일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당합니다. 남편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 여성은 무보수로 일하며 노동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한 분의 할머니는 평생을 농사일, 자녀 양육으로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했지만 직장에 안다녔기 때문에 “나는 평생 일해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에서 전부 여성은 끊임없이 노동하고, 남자들은 빈둥거리고, 자본은 착취하고.....무한 반복. 또 미군 기지촌에서 한국 여성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이 채운다는 것에 다들 절망했어요. 제조업 공장도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또 베트남으로.... 과연 끝이 있을까요? 자본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여성들을 착취할 수 있을까요?
5장에서는 인도의 결혼 지참금 살해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돈을 더 가져오지 않는다고 불태우고, 자살로 위장하고, 독살하고. 여성이 심지어 ‘돈을 내고’ 결혼해서 평생을 일하고, 학대받으며 고작 얻는 건 ‘아내’라는 허울뿐인 지위라는 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혼 지참금 살해는 ‘근대화되지 않은’ 인도의 시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결혼정보 회사도 여자들 돈으로 굴러가고, 혼수 문제도 심각하니까요.
마지막은 역시나 ‘미투’ 이야기였습니다. 가해자 처벌 강화와 정책 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건 가정, 직장, 사회에서 저평가 되고 있는 여성노동입니다. 은○씨가 나영 님이 이어말하기 대회에서 하신 발언을 적어 와서 읽어주셨어요.
“놀고먹는 아내,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놀고먹는 아내로만 계속 여겨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야기하고 그런 성적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저평가되고 있는 여성노동, 또 사회 곳곳의 보이지 않는 노동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여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일하는 존재였습니다. 취집한다, 남자들 군대 가는 동안 여자들은 쇼핑하고 논다, 집에서 남편 돈으로 브런치나 먹으며 수다 떠는 아줌마들 타령하는 새끼들아! 제발 이 책 좀 읽어라!
다음 주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6, 7장 읽고 만나요. 제가 책 안 읽어온다고 막 너무 뭐라고 해서 죄송해요...... 안 읽어도 오세요! 여러분 ㅋㅋㅋㅋ
지난주 토요일에 진행된 ‘본격 월경 토크’는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이날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 김보람 《생리 공감》 (행성B, 2018)
*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마이 리틀 레드북》 (부키, 2011)
저는 이 행사 준비에 많이 한 건 없지만, 《생리 공감》(행성B, 2018)과 《마이 리틀 레드북》(부키, 2011)을 기증했습니다. 《생리 공감》 속표지에 책의 저자인 김보람 감독님의 친필 사인이 있습니다. 《마이 리틀 레드북》은 지금도 저랑 친분이 있는 알라디너가 제게 직접 주신 선물입니다.
이번 달 선정도서와 레드스타킹 내부 행사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4월 9일 월요일에 영화 상영회가 있습니다. 상영작은 미정입니다. 레드스타킹이 ‘봄맞이 페미니즘 강좌’를 주최합니다. 강좌명은 ‘꽃보다 페미니즘’입니다. 잘 지었죠? :)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 [읽을 예정인 책] 앨리스 에콜스 《나쁜 여자 전성시대》 (이매진, 2017)
* [읽을 예정인 책] 수전 팔루디 《백래시》 (아르테, 2017)
4월 16일 월요일 오후 7시에 권김현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강연에 맞춰서 《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나쁜 여자 전성시대》(이매진, 2017), 《백래시》(아르테, 2017)를 미리 읽고 오신다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이 될 것입니다. 얼른 신청하세요!
4월 28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나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성, 노동, 동의, 권력, 폭력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강연 장소는 대구 시민공익활동 지원센터입니다. 각 강좌 당 수강료는 1만 원입니다. 16일, 28일 두 강연 모두 신청하면 5천 원 할인된 1만 5천 원의 수강료를 내면 됩니다. 수강 신청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하면 됩니다.
* 강연 신청하기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 [레드스타킹의 선택]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
책은 4월 23일 월요일부터 읽습니다. 레드스타킹이 선정한 4월의 책은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입니다. 요즘 많이 주목받고 있는 책이죠. 벌써부터 이 책을 사서 읽고 있는 레드스타킹 멤버들이 있어요. 저도 곧 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