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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지감’ 독서모임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손쌤의 소개로 대구 페미니즘 북 클럽 ‘레드스타킹’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틀 전인 월요일(29일)에 레드스타킹이 준비한 영화상영회가 있었습니다. 손쌤의 권유로 저는 영화상영회에 참석했습니다.

 

 

 

 

 

영화상영회 장소는 경상감영공원 근처에 있는 카페 ‘스몰토크’입니다. 이곳은 레드스타킹 공식 모임 장소입니다. 카페 주인장이 레드스타킹을 전폭적으로 팍팍 밀어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카페에 가면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날 상영된 영화는 2010년에 제작된 <하녀와 주인(Maids and Bosses)>입니다. 파나마 출신 영화감독이 만든 <하녀와 주인>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2011년 EBS국제다큐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출품되었습니다. 상영시간은 60분입니다.

 

다행히 영화 상영이 시작하기 전에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사실은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카페에 가기 전에 중앙도서관에 잠깐 들렀거든요. 읽고 싶은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는데 그 책이 없었습니다. 허탕을 친 저는 차가운 바람을 뚫으면서 재빨리 스몰토크로 향했습니다.

 

 

 

 

 

 

카페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분이 스몰토크에 찾아왔습니다. 레드스타킹 정회원, 영화 상영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외부인까지 포함해서 총 스물일곱 명이 영화 상영회에 참석했습니다.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페미니즘 조직을 만든 여고생들도 참석했습니다. 역시 스몰토크는 대구 페미니스트들의 성지답습니다.

 

 

 

 

 

 

레드스타킹이 이끄는 수장(首長)님으로 보이는 분이 북클럽 이름의 유래를 설명했습니다. 페미니즘 역사를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이미 눈치를 챘을 것입니다.

 

 

 

 

 

 

 

 

 

 

 

 

 

 

 

 

 

 

 

 

* [지금 읽고 있는 책]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 한우리 역 《페미니즘 선언 : 레드스타킹부터 남성거세결사단까지, 드센 년들의 목소리》 (현실문화, 2016)

 

 

 

1969년 여성해방운동에 불을 지핀 ‘레드스타킹 선언(Red Stocking Declaration)’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레드스타킹은 ‘혁명’을 상징하는 빨간색문학과 독서를 좋아하는 여성을 조롱하는 단어 ‘블루스타킹’을 합친 조어입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을 비롯한 미국의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이 ‘레드스타킹 선언’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 사회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하녀와 주인>은 파나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라틴 아메리카 출신 가사도우미와 고용주를 각각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다큐멘터리 제목의 ‘하녀와 주인’은 가사도우미와 고용주를 의미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가정부들은 고용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고용주들은 가사도우미를 노예처럼 부립니다. 다큐멘터리는 집안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 고용주의 만족을 위해 시중들어야 하는 가사도우미와 보모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가사도우미는 남성 고용주에게 성폭행당할 뻔한 경험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진술은 뭉개집니다. 왜냐하면, 고용주 입장에서 바라보는 가사도우미는 ‘무식하고 천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그녀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고용주들은 가사도우미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떤 고용주는 가사도우미가 자신을 저주하기 위해 흑마술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쫓아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고용주는 어린 시절에 가사도우미와 함께 목욕했던 경험을 말합니다. 그는 가사도우미의 알몸을 보면서 ‘여성의 신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고용주는 가사도우미의 겉모습만 보고 있을 뿐 그녀들의 진짜 목소리가 있는 내면을 보지 못합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영화가 끝난 후에 참석자들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혁명의 영점》을 다 읽은 레드스타킹 정회원님들은 영화 장면을 언급하면서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여성의 가사노동, 저임금 문제를 낱낱이 지적했습니다. 그분들의 말씀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페미니스트의 성지에 들어온 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저도 영화 소감을 밝혔습니다만,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흑마술을 시도한 가사도우미를 언급하는 고용주의 모습을 보면서 ‘마녀사냥’으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당했을 가사도우미들이 생각났습니다. 레드스타킹 수장님은 페미니즘을 모르는 분도 환영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모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겉핥기식으로 공부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월 레드스타킹 선정 도서케이트 본스타인(Kate Bornstein)《젠더 무법자》(바다출판사, 2015)입니다. 2월 12일 월요일부터 《젠더 무법자》 첫 번째 독서 토론을 시작합니다.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모임 전에 읽은 내용에 대한 간략한 평을 남길 거고, 모임 참석 이후에는 피드백을 반영한 ‘후기’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누구나 제 글을 읽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공격하거나 무례한 태도로 대화를 임하는 분은 제제를 하겠습니다.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저를 ‘여성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애쓰는 남성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을 지적 유희로 받아들이는 가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런 유형의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페미니즘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페미니즘 독서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지식을 여러분들에게 가르칠 생각은 없습니다.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 그리고 제가 잘못 알고 있었거나 몰랐던 것들을 기록으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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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1-31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있다! 굉장하다!!

cyrus 2018-02-01 15:10   좋아요 1 | URL
‘멋있는 남성 페미니스트’는 ‘예쁜 페미니스트’와 같이 모순된 단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멋있어 보이려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게 아니잖아요.. ㅎㅎㅎ

공부하느라 바쁘시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독서모임 후기 보러 오세요. 고견과 비판 부탁드립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8-01-3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노력이라는 단어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노력이 필요한 곳에서는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균형. 사유의 균형을 잡으려고 저도 노력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근데 정말 노력이라는거 하기 싫습니다~^ ^

cyrus 2018-02-01 15:09   좋아요 0 | URL
제가 ‘노력’이라는 단어를 남발합니다. 어떤 분야의 책을 많이 읽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여기서 수십 번 넘게 했을 것입니다. ^^;;

비연 2018-01-3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웃!!

cyrus 2018-02-01 15:1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열공하겠습니다. ^^

다락방 2018-01-3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응원합니다!! >.<

cyrus 2018-02-01 15:14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독서모임 선정도서를 읽어야 해서 <제2의 성> 읽기를 잠시 미루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나중에 레드스타킹 회원님들과 같이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제 후기에 대한 고견과 비판 부탁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18-01-3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시간되세요^^:. ps. 이건 궁금해서 그냥 적어보는 건데, cyrus님은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을 좋아하시나봐요. cyrus 닉네임을 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ㅋ

cyrus 2018-02-01 15:19   좋아요 1 | URL
어렸을 때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 박사>를 읽었어요. ‘시루스’의 철자를 몰라서 그냥 ‘cyrus’라고 생각했고, 이걸 닉네임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cyrus’의 정확한 발음이 ‘키루스’, ‘사이러스’라는 걸 알았어요. 처음부터 키루스 대왕, 마일리 사이러스를 좋아해서 ‘cyrus’를 닉네임으로 정한 건 아니에요. ^^

수이 2018-01-31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먹을수록 멋져지는 어른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 싸이러스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구나!!

cyrus 2018-02-01 15:2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누님. 시간은 먹고, 나이는 그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sprenown 2018-02-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이런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

cyrus 2018-02-01 15:24   좋아요 1 | URL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고 책만 읽으니까 제가 겉돌고 있고,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사람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을 천천히 변화하려고 해요. ^^

단발머리 2018-02-0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응원합니다!

cyrus 2018-02-02 13: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AgalmA 2018-02-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 변증법> 읽기가 쉽지 않아서 읽다가 미뤄둔 상탠데 cyrus님 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cyrus 2018-02-02 13:20   좋아요 0 | URL
《성의 변증법》1장에 ‘베벨‘이 언급되어 있어서 잠시 독서를 멈추고 베벨의 《여성론》을 급하게 읽었어요. 이러다가 마르크스, 엥겔스의 책도 읽어야할 것 같아요. ^^;;

프레이야 2018-02-03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 싸이러스 님! 후기 계속 기대할게요. 애니메이션 속 싸이러스 님 깜찍해요 ^^

cyrus 2018-02-05 19: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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