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파티 -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에디션F 6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정주연 옮김 / 궁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점


4점   ★★★★   A-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 때 총을 묘사했으면, 그 총은 무조건 발사되어야 한다. 러시아의 작가 체호프(Anton Chekhov)는 이야기꾼이 복선을 활용하지 않으면, 복선에 몰입한 독자를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복선으로 활용된 문학적 장치를 체호프의 총이라고 한다. 복선은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때로 작중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 변화를 더욱 부각해준다


영국에서 활동한 뉴질랜드 출신의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는 체호프의 영향을 받은 단편소설을 남겼다. 캐서린은 동성 연인인 폴란드 작가를 통해 체호프의 단편을 접하게 된다. 1910년 초에 캐서린은 체호프의 단편소설을 개작한 이야기를 썼다. 아마도 캐서린은 습작기를 보내면서 복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체호프의 필력에 주목했을지도 모른다.


차 한 잔(A Cup of Tea, 1922)가든파티(The Garden Party, 1922)와 함께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캐서린의 대표작이다(번역본 후미에 수록 작품의 원제명이 있다제목 옆에 적힌 연도는 집필 연도이자 처음 소설이 발표된 연도이기도 하다. 이 서평에 적힌 연도는 위키피디아 영문판을 근거로 한 발표 연도이다차 한 잔체호프의 총이 있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 속에 역설적인 결말로 이끄는 복선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 로즈메리 펠(Rosemary Fell)은 결혼한 부르주아 여성이다. 그녀는 앤티크 상점에 마음에 드는 작은 에나멜 상자를 발견하지만, 비싼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구매를 포기한다.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로즈메리는 최고급 차를 마시면서 씁쓸한 순간을 잊으려고 한다. 행색이 남루한 스미스(Smith)라는 여자가 로즈메리에게 갑자기 다가와서 차 한 잔 값을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은 로즈메리는 스미스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한다. 로즈메리의 남편은 낯선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 로즈메리의 행동을 꾸짖으면서도 스미스가 예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미스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부탁한다. 로즈메리는 스미스에게 관심을 보인 남편의 태도에 충격을 받는다. 남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로즈메리는 스미스에게 현금을 주고 돌려보낸다그녀는 남편에게 앤티크 상점에 진열된 작은 상자를 사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다. 남편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로즈메리는 작은 상자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는 예쁜 아내’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작은 상자는 로즈메리가 소유하고 싶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복선이다. 나는 이 문학적 장치를 맨스필드의 작은 상자라 부르고 싶다. 캐서린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 속의 소품을 잊지 않았다. 캐서린은 이야기 초반부에 묘사한 상자를 결말에 다시 언급한다. 남편은 상자를 갖고 싶은 로즈메리를 돈 잘 쓰는 우리 자기라고 부른다독자는 잠시 잊고 있었던 상점의 작은 상자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로즈메리가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작은 에나멜 상자는 로즈메리의 소유물이 되지만, 결말을 전체적으로 보면 로즈메리는 남편의 소유물이다.


차 한 잔이 독립적인 존재로 살지 못한 여성의 상황을 그린 소설이라면, 죽은 대령의 딸들(The Daughters of the Late Colonel, 1921)은 주체적이고 욕망 있는 삶을 살지 못한 여성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준 소설이다죽은 대령의 딸들은 가부장적 분위기에 짓눌려 살아온 자매이다어린 가정교사(The Little Governess, 1915)는 여성 혼자서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없는 세상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소설로 읽힐 수 있다. 가정교사가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과장된 허구가 아니라 오늘날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들이다. 


이 단편 선집에 수록된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Frau Brechenmacher Attends a Wedding, 1910),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Je ne parle pas français, 1917), 서곡(Prelude, 1918), 뜻밖의 사실(Revelations, 1920)은 국내 초역 작품이다. ‘Prelude’전주곡을 뜻하는 단어다. 역자는 우리말 제목을 서곡(overture)’으로 정했다.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캐서린의 소설에 관심 있는 학자와 독자들이 혼동하지 않으려면 하나로 통일된 소설 제목으로 불러야 한다. 나 같으면 프렐류드라 부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1-02-1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책 처음 나온 거 아니지?
암튼 설 잘 지내라. 맛있는 것도 마이 묵고.ㅋㅋ

cyrus 2021-02-12 11:54   좋아요 0 | URL
네, 맨스필드의 단편 선집의 가장 흔한 제목이 ‘가든파티’에요. 누님도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막시무스 2021-02-1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아버님께서 편찮으셔서 마음이 무거우시겠지만 설명절은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cyrus 2021-02-12 11:57   좋아요 0 | URL
위로의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위독할 정도로 크게 편찮지 않아요. 위장에 있는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요. 이틀 입원하고 퇴원해요. 그런데 현재 혹의 상태가 악성이라면 심각해요. 그런 최악의 진단 결과가 안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막시무스님도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헨리 6세 2부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총서 2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오수진 옮김 / 동인(이성모)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0점     F





한국셰익스피어학회2012년부터 셰익스피어 전작 번역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에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 총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자에는 자로는 전작 번역 작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글에서 다루게 될 책인 헨리 62는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이지만, 총서에 포함된 다른 번역본들보다 늦게 나온 편이다. 학회는 전작 번역 작업을 기획할 때 작품 발표 연도순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2017년에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마지막으로 총 37편의 희곡 모두 번역되었다. , 셰익스피어가 쓴 두 권의 시집(비너스와 아도니스, 루크리스의 능욕)은 총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 총서의 기획 목표는 무대 공연을 위한 대본을 보급하는 일이다. 그래서 모든 대사가 뜻이 어려운 한자어나 고어(古語)가 없는 구어체로 되어 있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번역 방침 중 하나가 역자의 주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 총서의 모든 번역본은 연구용 텍스트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역자의 주석이 많지 않다. 따라서 공연 기획자가 일반 독자보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 총서를 더 선호할 것이다.


권위 있는 한국셰익스피어학회가 기획한 번역서를 잘 만든 완벽한 책으로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책에 오역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면 일단 직접 읽어야 한다. 역자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역자의 번역본이 무조건 좋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 이와 반대로 역자의 경력이나 이력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역자의 번역본을 외면하는 반응 역시 한 권의 책에 잘못된 평가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 총서의 스무 번째 책인 헨리 62는 잘 만든 책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번역본은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역자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



볼링브로크: 존 서들, 당신이 주문을 읽고 우리가 시작해 보십시다.

 

(14장 11행, 44)



볼링브로크가 사제의 이름을 잘못 불렀다. 존 서들이 아니라 존 사우스웰(John Southwell)’이다. 사우스웰을 약칭으로 서들이라고 부를 수 있나? 나는 처음 들어 본다.




글로스터: 당연이 우리의 이름을 알 거 아니냐.

 

(21130, 56)

 

 

당연이당연히의 오자공연용 텍스트를 보급하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공연용 텍스트를 눈으로 보는 독자도 있다. 편집자는 텍스트를 읽는 독자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교정을 똑바로 해야 한다. 61쪽에 적힌 랑커스터 공작(2막 2장 14행)124쪽에 랭커스터(4막 1장 51행)으로 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정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한다면 랭커스터 공작이라고 써야 한다.







내가 밑줄을 친 마거릿 왕비의 대사는 32290(112)이다. 오 헨리(O. Henry)는 단편소설을 많이 남긴 미국의 작가다. 문장 부호의 위치가 잘못 되었다. 대사를 올바르게 고쳐 쓰면 이렇다. , 헨리. 제게 고결한 서포크를 위한 탄원을 허락해 주소서.”




* 32311~316, 113

 

서포크:

흰독말풀의 뿌리를 잡아 뽑을 때 신음하는 소리처럼

저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듣기에도 끔찍하고 무서운 저주와 같은 매서운 말을 만들어서

역겨운 동굴에 사는 말라빠진 증오의 여신처럼

온갖 증오의 표정을 얼굴에 가득 보이며

이를 갈며, 맹렬한 독설을 퍼부을 겁니다.



흰독말풀은 오역이다흰독말풀’에 해당하는 원문은 맨드레이크(mandrake)’.




* 439~11, 139

 

잭 케이드: 승리의 기념물인 이 갑옷은 내가 지니노라, 그리고 이놈들의 시은 내 말 뒤 굽에 묶어서 런던까지 질질 끌고 가겠다.



시신은’에 ‘신’이 빠졌다. 시신들의 정체는 잭 케이드가 이끈 반란군 진압에 실패하여 살해당한 왕의 부대원들이다. 다음에 나올 두 개의 인용문에도 오자가 있다. 




* 51183~184, 177

 

설즈베리

죄악에 맹세하는 것은 엄청난 죄악지이만,

더 큰 죄악은 죄 많은 서약을 지키는 일입니다.

 

 

* 5229, 180


요크: 싸움이 죽은 네 몸에 편화를 안겨주었다.


[원문] Thus war hath given thee peace, for thou art still.




오탈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일은 책 만드는 사람이 저지른 엄청난 죄악이지만, 더 큰 죄악은 문장을 표절한 것이다김정환 시인이 번역한 아침이슬 출판사의 헨리 622012년에 출간되었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 총서의 헨리 622016년에 출간되었다. 김 시인의 번역본에 있는 대사와 똑같은 문장이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 총서의 헨리 62에 있다.




* 41117, 127


서포크: 난 왕비의 전령으로 프랑스 가는 중이다. 내 네게 명하노니, 이 해협 너머로 날 무사히 실어 가거라.



내가 인용한 서포크의 대사는 아침이슬 출판사 판본 119에 있다. 그것도 프랑스엘이라는 오자가 똑같이. 내 말을 믿지 못하면 아침이슬 출판사의 헨리 62119쪽 대사와 동인 출판사의 헨리 62127쪽 대사를 꼭 확인해보시라. 표절로 보이는 문장이 또 있다.

 



* 47109, 153

 

 폐하, 언제 우리는 칩사이드로 가서 외상 달아놓고 여자 맛을 실컷 보게 되는 겁니까?



잭 케이드의 반란군에 합류한 백정의 대사다. 이 대사는 아침이슬 출판사 판본 146쪽에 있다. 어떻게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대사가 똑같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역자가 이 문제에 대해서 해명해야 한다해명이 나올 때까지 이 번역본의 평점은 최하점이다. 역자가 표절이 아님을 확실하게 해명하면 평점을 수정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 밝힌 내 견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정정문(訂正文)을 쓰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1-01-0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살해 주세요, 타골장인님.

cyrus 2021-01-07 16:25   좋아요 0 | URL
‘타골’이 무슨 뜻이에요? ㅎㅎㅎㅎ 제가 아는 ‘타골’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라서요... ^^

stella.K 2021-01-0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정도면 거의 굴욕감 느낄 것 같은데?ㅎ
진짜 해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첨부터 잘하지.ㅉㅉ

cyrus 2021-01-07 16:30   좋아요 1 | URL
아무리 책이 잘 만들어졌고, 내용이 좋아도 표절이 확실하면 과감하게 최하점의 평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역자의 해명을 들어봐야겠지만, 제가 인용한 두 개의 대사는 아침이슬 출판사에 있는 대사와 100% 똑같아요. 책이 좋은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결국 직접 읽어야 해요.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저자나 역자, 출판사의 명성만 믿고 책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

Jeremy 2021-01-08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Father John Southwell 은 (좌:ㄴ 싸우ㄸ으워ㄹ) 뭐 이런식으로 비스무리하게 발음되면서
저한텐 너무나 어려운 외래어(?) 로 쓰면 ˝존 사우스웰˝ 입니다.
제가 이 책, AudioBook 으로 들었을 때, 아니면
Last Name Pronunciation 찾아 들었을 때 존 서들에 가깝게 발음하는 거, 들어 본 적 없습니다.

뭐, 둘 다 미국 사람들이나 영국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은 비슷하게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죠.
더군다나 세익스피어 전 작품 중 the largest cast 를 가진 것으로,
3 부작 중 제일 잘 쓴 것으로 알려진 Part 2 of Henry VI trilogy 에서는.

이렇게 눈에 거슬리는 게 많은데도 책이 읽히고
내용이 이해가 된다는 게 더 놀라움!

01-08-2021 12:18am PST

cyrus 2021-01-09 09:07   좋아요 0 | URL
셰익스피어의 희곡 텍스트가 다양한 버전이 있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번역본과 다른 버전이 있는데 이런 텍스트의 특징은 내용 순서가 다르거나 대사 일부가 삭제되었어요. 그리고 텍스트에 있는 영어가 고어(古語)라서 현대에 통용된 영어와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서들’이 텍스트의 옛날 영어를 번역해서 나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답니다. ^^;;
 





연극과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희곡이나 연극을 공부한다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그냥 지날 칠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그의 대표작인 4대 비극 못지않게 유명하다. 그런데 역사극은 국내에서는 거의 공연되지 않은 편이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영국 역사에서도 가장 민감한 정치적 사건인 왕위 찬탈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역사적 배경과 작중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역사극을 읽으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 스탠리 웰스 외 셰익스피어의 책: 인간의 정신을 윤택하게 한 문호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지식갤러리, 2015)

 

 

 

나는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을 읽기 전에 ‘ 셰익스피어의 책을 참고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에 접근하기 위한 독해 방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각 작품의 줄거리와 독자가 주목해야 할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 영화나 연극으로 각색되어 재탄생되고 있는 작품의 영향력 등을 소개한다셰익스피어의 책의 공동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극작가라고 치켜세우는 것만으로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통찰을 극적인 형식으로 표현하는 예술적 기교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의 마음을 잘 아는 특출한 소통 능력까지 겸비한 철학자, 심리학자 겸 시인에 가깝다(19).


이 책의 장점은 독자의 관심을 끌게 만드는 풍부한 도판이다. 그러나 옥에 티가 많다



에드워드 3는 그 시점에서야 셰익스피어가 일부라도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인정되었고, 토머스 모어 필사본으로만 전해지는 각본으로 적어도 하나의 뛰어난 장만은 셰익스피어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된다. (19)


토머스 모어으로 써야 한다.




 1587년에 오랫동안 수감되었던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이 사촌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죽이려는 음모에 연루되어 처형당했다. 이에 대응해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140척의 무적함대(아르마다)를 파견했다. 엘리자베스의 메리 1세의 남편이던 펠리페 2는 영국을 침공하여 이단자엘리자베스 여왕을 폐위시키고 가톨릭 국교를 회복하려는 심산이었다. (23)


내가 밑줄을 친 구절이 어색하다. ‘피의 메리(Bloody Mary)’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메리 1세는 엘리자베스 1세의 이복 언니. 메리는 영국을 강력한 가톨릭 국가로 만들기 위해 스페인의 황제 펠리페 2와 정략결혼을 했다. 엘리자베스의 메리 1세의 남편엘리자베스의 이복 언니이자 메리 1세의 남편으로 고쳐야 한다.




* 헨리 63》의 줄거리를 소개한 내용 중에서, 쪽수 미확인

 

 릭이 에드워드 4세의 대사로 프랑스의 루이 11세를 찾아갔다가 망신을 당하고 헨리 왕의 편으로 들어선다. 워릭, 클래런스 공작, 랭커스터가의 군대가 에드워드 4세를 타도하기 위해 진군한다.

 

헨리 63의 등장인물 이름인 워릭(Warwick)의 오자이다.




* 리처드 3의 줄거리를 소개한 내용 중에서, 57쪽

 

 리처드가 앤, 엘리자베스 왕비, 공작부인 런던탑의 왕자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사실을 앤이 알게 된다.


공작부인을이라고 써야 한다.




* 리처드 2의 줄거리를 소개한 내용 중에서, 94

 

 해리 볼링브로크가 왕 앞에서 토머스 모브레이를 반역죄로 고발하고, 둘이서 서로 일대일 결투를 신청한다.


해리는 오자다. 정확한 이름은 헨리 볼링브로크(Henry Bolingbroke)’



나는 셰익스피어의 책을 역사극 위주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절반만 읽은 셈이다. 아직 보지 않은 희곡과 비극을 소개한 내용에 오자가 더 있을 수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1-01-0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년맞이 셰익스피어 전문가
로 거듭나시네요. 역시나 대단하십니다.

참고로 셰익스피어 발번역의 정수를
원하신다면 민음사 세문을 추천해
드립니다.

cyrus 2021-01-07 13:05   좋아요 0 | URL
아직 읽지 않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 아니에요... ^^;; 작년 여름에 역사극을 읽었는데, 이제야 독서의 결과물을 쓰게 되었어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오역과 발번역이 있는 번역본이 더 있을 거예요.

2021-01-07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1-07 13:07   좋아요 1 | URL
조심해야겠어요. 남 일 같지 않아요. 대학생 시절에 콘택트렌즈를 잘못 착용해서 실명할 뻔했어요. 지금은 시력에 큰 문제는 없는데 그 일 이후로 눈이 점점 더 나빠졌을 수도 있어요. 책을 더 가까이 하려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횟수를 줄여야겠어요. ^^

Jeremy 2021-01-08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일단 저는 알라딘, 누군가의 페이퍼에 댓글 다는 건 ‘처음‘입니다.
어제 cyrus님 글 읽고 keyboard 전환하기 귀찮아서 영어로 일단 쓰기 시작했다가
길어질 것 같아, 밤운동 하던 것 마저하고 나중에 쓸 생각이었거든요.


댓글 저장의 기능이 임시 ˝저장˝ 인 줄 알고 눌렀더니 바로 ˝등록˝ 되어버리길래 급 당황,
쓰다만 글, 올릴 수 없어 지워버린 것이지, 님의 글에 지적할 게 딱히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누군가 이렇게 Shakespeare 를, 그것도 제가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는
History Plays 에 대해 쓰다니, 급 관심이 가서 평소의 게으름을 극복하고
댓글을 달아보려 한 것이었는데....
제가 한글 typing 을 Laptop 으로 하는게 좀 많이 서툽니다.
집게 손가락 하나로 날아다닐 수 있는 Tablet을 사용하는게, 한글 쓸 땐 더 편하거든요.

잠깐 미루고나니 댓글에의 열정이 식어버려서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cyrus님께서 email 까지 보내주신 이 마당에 답글 안 달면
제가 너무 예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겠죠? 음, 완전 딱 걸린 기분.

저는 작년에 이번 생의 마지막 도전 (완전 비장!) 이라는 생각으로
Shakespeare 4 대 비극과 Romeo and Juliet 을 정말 ˝공부˝ 하듯이 다시 정독을 했고
날마다 남편한테 전기수 빙의해서 요약 들려주는 걸로 일단 5편은 Clear.
Hamlet 의 Metafiction 인 Tom Stoppard 의 ˝Rosencrantz & Guildenstern Are Dead ˝ 까지 읽었어요.

올해는 일단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는 Tempest 와 A Midsummer Night‘s Dream 으로 시작해서
Twelfth Night, Much Ado About Nothing, As you Like It, The Taming of the Shrew, 그리고
The Merchant of Venice 까지만 종이책 없이 그냥 Public Domain 에서 읽을 계획이었는데

cyrus님 글을 읽고 나니 갑자기 History Plays 를 먼저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팔랑팔랑.
언급해주신 Stanley Wells 의 책들도 Amazon 에서 찾아서 일단은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답니다.
정확히 어떤 책인지 모르겠어서 여러 권. 나중에 책 description 을 잘 읽어보려 합니다.

먼저 제 힘(?)만으로 비극들을 다 읽고 난 후에 유명한 A.C. Bradley 의
Shakespearean Tragedy: Lectures on Hamlet, Othello, King Lear & Macbeth 를 쭉 훑어보았는데
나름 열심히 읽는다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제가 놓친 것들이 많았습니다.

역사극은 무작정 시작하지 않고 cyrus님 말씀대로 사전 지식 삼아 Warming-up 정도로
언급하신 책을 먼저 읽는 것도 좌절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겠구나,생각했답니다.

번역은 차치하고 책 읽을 때 cyrus님이 적어주신 것처럼
저렇게 눈에 거슬리는 게 많으면 저는 정말이지 너무 짜증나고 용서가 안 될 것 같아요.
이런 글 읽을 때마다 가끔씩 다른 사람들의 번역이 궁금해서
한국어판 책 사고싶은 유혹이 사라집니다.

01-07-2021 11:27pm PST






cyrus 2021-01-09 09: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이렇게 용기를 내어 댓글을 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발표 연대순으로 읽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었어요. 다른 책들에 관심을 쏟다보니 완독 목표를 이루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후기 작품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폭풍우(템페스트>)는 아직 안 읽어봤어요. ^^;;

저도 혼자 힘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으려고 하니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참고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더 찾아볼 생각이에요. ^^
 
헨리 6세 2부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2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2점   ★★   C





셰익스피어(Shakespeare) 하면 당연히 4대 비극과 희극을 떠올린다. 그는 영국의 유명한 군주와 주변 인물을 소재로 한 역사극도 썼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역시 종종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작품들은 집필 시기와 초연 시기에 따라 총 4기(또는 3기)로 분류된다. 이 글은 셰익스피어의 첫 번째 역사극 헨리 6세 제2에 대한 서평이다. 여기서는 셰익스피어가 본격적으로 극작품을 쓰기 시작한 1기에 해당하는 초기(1589~1594)[]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1580년대 말에 시골뜨기 청년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 정착했다. 학자들은 셰익스피어가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연도를 1590년으로 추정한다. 이 시기에 셰익스피어는 세네카(Seneca)오늘날에는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네로(Nero)의 스승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로 알려졌지만, 극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와 같은 고대 작가의 극작품에 영향을 받아 희곡을 썼다. 그리고 자신과 동시대에 활동한 극작가들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 벤 존슨(Ben Jonson), 존 릴리(John Lyly)의 작품도 참고했다.

 

1592년과 1594년 사이에 런던에서 흑사병이 유행했다. 이 시기에 런던의 모든 극장이 문을 닫는다. 셰익스피어는 극작을 잠시 중단하고, 시집 비너스와 아도니스루크리스의 능욕을 발표했다. 이 두 권의 시집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셰익스피어는 전도유망한 시인으로 알려졌다. 1593년에 셰익스피어에게는 기라성 같은 존재였던 말로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다른 선배 작가들의 명성이 주춤해지자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헨리 6세 제2》는 1590년에 발표되었으나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극작품들의 발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5막으로 구성된 헨리 6세 제2헨리 63부작중에서 제일 먼저 집필된 작품이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는 2부를 1부보다 먼저 썼다. 2부의 초연 시기는 1591년이다. 2부는 하얀 장미의 요크 가문(House of York)과 빨간 장미의 랭커스터 가문(House of Lancaster)이 충돌한 장미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헨리 6세는 랭커스터 가문 출신의 왕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야심 많은 왕비 마거릿(Margaret)에 고분고분 따르는 연약한 심성의 인물로 묘사된다. 요크의 리처드(Richard of York) 공작은 호시탐탐 왕위를 노린다. 2부에 등장한 왕족과 귀족들 모두 실존 인물이다. 요크 공의 계략에 넘어가 농민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 잭 케이드(Jack Cade)도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1381년에 농민 반란을 주도한 와트 타일러(Wat Tyler, 워트 타일러)를 모티프로 한 가공인물이다. 궁핍한 생활고와 장기간 지속된 장미전쟁에 지친 영국의 백성들은 무능한 왕권에 불만을 가졌다. 잭 케이드는 영국 백성들의 민심을 대변하고 있지만, 그도 권력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다.


아침이슬 출판사의 헨리 6세 제2는 시인 김정환 씨가 번역했다. 시인은 자신의 번역본을 한 권의 시집을 대하듯 읽으면 적당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인물들의 대사를 읽으면 마치 한 편의 시를 읊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역자가 직역한 탓인지 어떤 대사는 매끄럽지 않게 읽힌다. 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마거릿 왕비의 애인 서포크(Suffolk, 서퍽) 공작의 대사 중 일부이다. 3막에서 서포크는 헨리 6세를 대신하여 섭정한 글로스터(Gloucester)를 암살한 죄로 추방당한다. 내가 인용한 문장을 보면 이 번역본이 연극 공연용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염병할 놈들! 왜 내가 저놈들을 저주해야 하오?

저주로 죽일 수 있다면, 흰독말풀 비명 소리가 그렇거니와,

내가 뱉어 낼 저주는 못지않게 신랄하고 사무치는 투,

못지않게 저주스럽고, 못지않게 거칠고, 끔찍하게 들릴 터,

악물은 이빨 새로 강렬하게 퍼부어지고,

가득 찬 치명적인 증오의 내색들이 숱하기,

역겨운 동굴에 사는 여윈 여인 시샘과 같을 터.

 

(32105)



이 번역본에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 빠졌다. 기본적인 사항이란 몇 행인지 알 수 있는 숫자시인이 번역하면서 참고했을 원작 텍스트의 출처이다. 그리고 오자와 오역일 가능성이 있는 단어도 보인다.


내가 인용한 서포크의 대사 중에 흰독말풀이라는 식물 이름이 나온다. 흰독말풀에 해당하는 원어는 맨드레이크(mandrake)’. 이 식물은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된다. 뿌리가 둘로 나뉜 형테인데 사람의 하반신 모습처럼 생겼다. 이런 뿌리의 모양 때문에 맨드레이크와 관련된 불길한 미신과 전설이 많다. 옛 사람들은 만드라고라(mandragora)라는 작은 악령이 맨드레이크에 산다고 믿었다. 그래서 맨드레이크의 이명이 만드라고라이며 학명은 ‘Atropa mandragora’다. 교수대 밑에서 자라는 식물로 알려져 그 뿌리에 교수형을 당한 죄수의 영혼이 숨어 있다고 전해졌다. 흰독말풀(학명: Datura stramonium)은 가지과의 한해살이풀에 속한 식물이다. 만다라화(滿茶邏花)라고 부른다. 꽃과 이파리, 씨앗에 독성 물질이 있어서 악마의 나팔(devil’s trumpet)’이라는 별명이 있다. 일본에서는 흰독말풀과 맨드레이크를 같은 식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 두 종의 풀은 서로 다른 식물이다. 따라서 맨드레이크’로 번역해야 한다.



오 내가 신이라면, 벼락을 내릴 텐데

이 지질한, 비굴한, 비천한 장일 종놈들한테.

사소한 걸로 교만해지지 천한 것들은. 여기 이 악당은,

고작 쌍돛대 작은 배 우두머리 주제에 불호령이

바르굴루스, 그 강력한 고대 일리아의 해적보다 더하구나.

딱정벌레들은 독수리 피를 빨지 않지, 벌집을 약탈할 뿐.

불가능하다 내가 죽게 된다는 것은

네놈처럼 비천한 신분의 종자한테 말이다.

네놈 말은 내게 분노를 일으켜, 후회가 아니라.

 

(41, 119)




두 번째로 인용한 문장 역시 서포크의 대사이다. 딱정벌레들은 독수리 피를 빨지 않지, 벌집을 약탈할 뿐”이라는 대사의 원문은 이렇다.

 


Drones suck not eagles’ blood but rob bee-hives.

 


‘drone’수벌을 뜻하는 단어다. 딱정벌레들은 오역이다.





난 왕비의 전령으로 프랑스 가는 중이다

내 네게 명하노니, 이 해협 너머로 날 무사히 실어 가거라.

 

(41, 119)

 

 

이 인용문도 서포크의 대사이다. ‘프랑스엘’을 프랑스에로 고쳐야 한다.




시저가 쓴 언급에서 [생략]

 

(47, 142)

 



언급율리우스 시저(Julius Caesar)가 쓴 책 갈리아 전기(Commentarii de Bello Gallico)를 말한다. 이 구절도 오역이다. ‘시저가 쓴 언급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 스탠리 웰스 외 셰익스피어의 책(지식갤러리, 2015) 참조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1-01-05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김정환.... 전 90년대 초에 이이를 손절했습니다. 소설 <그 후>, 산문집 <내 영혼의 음악>을 읽고,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이를 위해 지갑을 열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고, 아직 다짐을 지키고 있습니다. 80년대 초 무크지 실천문학을 통해 읽은 황색예수가 얼마나 그럴 듯했는지, 마치 배신당한 기분이었습니다.

cyrus 2021-01-06 12:01   좋아요 0 | URL
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저는 처음 듣는 얘깁니다. 시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어요.

Redman 2021-01-05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었네요 확실히 이 역본은 연극용으로는 적합치 않아 보이네요. cyrus님의 서평 덕분에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21-01-06 12:02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1-01-06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 님 글 보면서 항상 많이 배웁니다.

붕붕툐툐 2021-01-06 10:03   좋아요 1 | URL
저두요!!

cyrus 2021-01-06 12:05   좋아요 2 | URL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다행입니다. 저도 배우는 사람입니다. 저보다 먼저 태어나서 책을 읽은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배웁니다. 그 글 속에 담긴 유익한 내용이 다음에 태어날 독자들에게 전하는 일이 저의 역할이며 서평을 쓰는 이유에요. ^^

2021-01-06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이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외교관이자 정치인이기도 했다. 네루다의 생애와 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영화가 <일 포스티노>(Il Postino).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집배원이라는 뜻이다. 영화의 원작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Antonio Skármeta)의 소설 불타는 인내(Ardiente paciencia).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일 포스티노>는 아름다운 지중해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화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네루다의 실제 삶에 착안해 만들어졌다(소설과 영화의 세부적인 설정과 묘사, 결말이 다르다). 공산주의자인 네루다는 노동자들을 탄압한 정부를 비판한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망명길에 오른다. 네루다가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작은 섬에 정착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원작 소설의 배경은 말년의 네루다가 정치적 탄압을 피해 조용히 살았던 이슬라 네그라 섬이다. 이 섬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백여km 남짓 떨어진 위치에 있다. 


네루다는 생전 그가 사랑했던 해변이 있는 이슬라 네그라에 묻히고 싶어했지만, 쿠데타를 일으켜 칠레를 장악한 피노체트(Pinochet) 정권은 그의 유해를 산티아고 공동묘지에 묻었다. 네루다는 망명을 계획했지만, 출국 하루 전 돌연 사망했다. 피노체트 정권은 네루다가 지병인 전립선암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부가 그를 독살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네루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네루다의 유해가 무덤에서 다시 꺼내어지긴 했지만, 네루다의 소원대로 이슬라네그라에 안장되었다


섬의 우체국장은 네루다에게 오는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배달할 전담 집배원으로 마리오를 고용한다. 처음에 마리오는 시인과 친하게 지내면 여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네루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는 네루다에게 매일 편지를 전해주며 친구가 되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사실 <일 포스티노>는 네루다의 실제 삶과 그의 시 문학 세계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네루다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려면 자서전과 평전을 참고하면 된다.



















*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민음사, 2008)


평점: 4점   ★★★★   A-

 

 

* [절판] 애덤 펜스타인 빠블로 네루다(생각의나무, 2005)


평점: 4점   ★★★★   A-

 

 

* 김현균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21세기북스, 2019)


평점: 4.5점   ★★★★☆   A





네루다의 자서전은 1994년에 추억이라는 제목의 두 권짜리 책으로 나온 적이 있다자서전은 시인이 살아온 과정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독자는 이 자서전을 통해 시인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를 관통했던 굵직한 시대적 상황들(스페인 내전, 칠레의 정치적 상황)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네루다의 삶은 양면적이다. 칠레를 대표하는 민중 시인으로 추앙받지만, 그의 개인사와 여성 편력은 객관적인 입장의 제3자가 봤을 땐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네루다의 시를 번역한 김현균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공동 번역으로 참여한 빠블로 네루다는 단순히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한 평전이 아니다. 시인의 주관적인 서술로 이루어진 자서전과 극적인 허구가 가미된 감동적인 장면만 기억되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한 권의 주석이다평전을 쓴 저자에 따르면 네루다 자서전은 이제껏 쓰인 가장 유쾌한 회고록의 하나지만 동시에 곳곳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부분(빠블로 네루다44)”이 있다.


네루다 평전도 자서전 못지않게 두꺼운 분량이다. 그렇지만 평전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주 작은 옥에 티’를 발견하지 못한다.



* 빠블로 네루다55

 

 네루다는 이탈리아 시에 등장하는 이름인 파올로를 좋아한 데서 파블로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의 새로운 성은 위대한 체코 작가 얀 네루다에게서 빌려온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의 말라스트라나 이야기중에서 한 편이 산티아고의 한 저널에 번역 · 소개되었는데, 네프탈리는 이 작품을 읽고 감탄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 명의 비평가는 네루다라는 성이 피아니스트 빌헬미나 노르만-네루다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녀는 첫 번째 셜록 홈스 이야기인 주홍색 연구에서 언급되는 실존 바이올리니스트



윌마 네루다(Wilma Nerud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빌헬미나 노르만-네루다(Wilhelmina Norman-Neruda)는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녀의 아버지는 작곡가 겸 오르간 연주자였다. 그는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어린 네루다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아버지의 가르침을 순순히 따랐으면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 빠블로 네루다217


알렉시스 톨스토이

 

 

알렉시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소설가 알렉세이 톨스토이(Aleksei Tolstoy, 1883~1945)의 오자다. 알렉세이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알렉시스(Αλεξις)’이긴 하지만, 그래도 러시아식 발음에 가까운 이름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전을 만든 출판사가 부도가 나서 사라졌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야만 평전을 구할 수 있다. 평전의 분량이 많아서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는 서가명강 시리즈로 나온 김현균 교수의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를 선택하면 된다. 김현균 교수는 앞서 필자가 언급한 네루다 평전 번역에 참여했다. 네루다의 시에 있는 구절에서 따온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시인들의 삶과 시를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특히 네루다를 포함한 여러 라틴아메리카 문인들에게 영향을 준 루벤 다리오(Rubén Darío)에 관한 내용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이나 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에 입문한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0-12-15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책, 아옌데에 대해 찾아 읽게 한 책이에요. 도서관에서 평전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cyrus 2020-12-15 16:50   좋아요 0 | URL
저도 네루다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자연스럽게 아옌데 대통령을 알게 됐어요. 국적과 이념을 떠나서 아옌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

수이 2020-12-15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 좋은데_ 모두 읽지 않은 책들. 콕콕 짚었다가 읽어야겠어.

cyrus 2020-12-15 16:52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세요. ^^

레삭매냐 2020-12-15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밌게 읽었던 책이네요.

<일 포스티노>라고 오래 전에
비디오테이프 선물해 준 분이
있었는데 비디오가 맛탱이가
가는 바람에...

영화로도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네요.

cyrus 2020-12-15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일 포스티노>를 유튜브로 봤어요. 그것도 한글 자막이 있는 영상이요. 지금은 한글 자막 있는 <일 포스티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