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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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유럽 여행을 갔을 때 드레스덴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미술관들을 짧은 시간이나마 관람했다.

역시 책으로만 봤던 작품들을 직관해서 감개무량했는데 언젠가는 미술 여행이 주된 나만의 여행을 

꼭 가고 싶다. 그 이전에는 아무래도 책으로나마 보고 싶은 작품들을 만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우피치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의 저자가 쓴 이

책은 이탈리아에 있는 주요 미술관의 대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제목에서 언급한 대로 일주일 동안 바티칸을 필두로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를 차례로 방문해

그곳의 대표 작품들을 관람하는 형식인데 그야말로 이탈리아의 핵심 관광지들을 돌면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니 이탈리아 미술 기행의 정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마와 피렌체는 아무래도 이틀씩을

할애해서 먼저 바티칸에선 시스티나 성당, 라파엘로의 방, 벨베데레 정원, 피나코테카를 차례로 다룬다.

시스티나 성당에선 역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 무려 20년 전에 봤던 기억이 지금은

가물가물해졌지만 올해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리움 전시를 통해서 비록 모사본이긴 하지만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원본은 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리움 전시에선 한정된 공간이라 여유롭게 감상하진

못해도 사진은 마음껏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이어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등 바티칸의 명작들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로마에선 보통 미술관을 별도로 잘 안 가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선 국립고전회화관,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보르게세 미술관과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산타 마리아델라 비토리오

성당에 있는 작품들을 다룬다. 주요 성경과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은데 라파엘로가 평생 사랑한

라 포르나리나를 모델로 한 작품들이 소개되었고, 심화학습이라 할 수 있는 '더 깊은 교양'에서 마침

내가 최근 보고 온 '시스티나의 성모'가 나오니 정말 반가웠다. 피렌체에선 우피치 미술관은 물론

바르젤로 국립미술관,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피티 궁전,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소장품을, 밀라노에선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과 브레라 미술관을, 마지막 베네치아는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다루는데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유일하게 현대 미술품을

소장한 곳으로 포함된 게 이색적이었다. 작가와 작품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들로 가득했는데 마리아

막달레나가 창녀로 규정된 게 교황 그레고리오 1세 덕분(?)이라는 등의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심화학습에서 이탈리아만이 아닌 여러 곳에 있는 관련 작품들까지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게 해줘 

미술이 주는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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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그림들 -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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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좋아하는 그림들이 각자 다를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그림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론 별로일

수도 있고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라도 누군가에겐 인생 그림일 수도 있다. 그만큼 그림에 대한

감정은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늘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을

함께 해준 따뜻하고 다정한 그림들을 담아 소개한다.


이 책에선 '슬픔을 건너는 힘',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좋으면 충분하지', '꾸준함이 예술이

될 때'라는 네 개의 장으로 구분해 에세이 형식으로 들려준다. 사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그림들 중에

내가 아는 작품이 거의 없다고 해도 할 정도여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나름 여러 책들을 통해 웬만한

유명 작품들은 대부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그림의 인지도와는 거의 무관한, 오로지 저자에게

의미가 있고, 인상적이었던 그림들로 채우다 보니 대부분은 내겐 낯선 그림들이었다. 그래도 저자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자신의 사연과 선택한 그림의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왜 그 그림이 저자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센강'을 필두로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샐리 스토치의 '그랜드 센트럴 카페, 블루 스커트를 입은 소녀', 호안 미로의 '자화상', 뭉크의 '양귀비를

든 여인' 등이 차례로 소개되는데, 책을 만들고 글을 쓰면서 어린 딸을 키우는 엄마의 일상이 어느

정도 투영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화가와 그림들을 많이 소개받았다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림을 꼭 유명 화가의 명작 위주로만 감상할 필요는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기존에 알던 작품이라곤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과 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 정도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 다룬 그림들 중 상당수는 유명 화가의 내가 잘 몰랐던, 덜 알려진 작품들이었다.

그만큼 내가 그림을 보는 폭이 아직은 깊지 않음을 절감했는데 어떤 그림이든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그림이면 유명한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음에도 그림을 지식의 관점에서 접근해왔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암튼 나와는 전혀 다른 처지에 있는 저자의 삶과 글, 그림을 접할 수 있어 잘 몰랐던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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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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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어느 정도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동안 다양한 미술 관련 책들을 읽으며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나름 높이고 있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그동안 몰랐던 뭔가를 가르쳐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치 하나의 미술관처럼 '취향의 방', '지식의 방', '아름다움의 방', '죽음의 방', 

'비밀의 방'이라는 다섯 유형의 방을 마련해 독자들을 초대한다. 각 방에는 4~5명씩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들이 각 방에 어울리는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독자들을 기다린다. 먼저 평일엔

세관원 주말엔 화가의 이중생활(?)을 했던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주술사'로 포문을 연다. 앙리 루소는

이국적인 자연 풍경을 많이 그렸지만 정작 프랑스 밖으로는 여행 한 적이 없는 독특한 인물이다. 한스

볼롱기에르의 정물화를 통해선 '튤립 버블' 얘기를 들려주고, 당시 상당한 스캔들이 되었던 마네의

'올랭피아'에 얽힌 사연도 알려준다. 무희의 화가 드가는 이 책에서 세상의 가장 어색한 가족 초상화라 

명명된 '벨렐리 가족의 초상화'를 보여주는데 그의 고모 가족 초상화였다. 칸딘스키, 피카소, 뭉크 

등에게 퇴폐예술이라 낙인을 찍은 히틀러가 사랑한 영광(?)을 받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로 첫 번째

방을 마무리하고 '지식의 방'으로 넘어간다. '모나리자'의 도난사건을 시작으로 메디치 가문이 프랑스

프랑수아 1세에게 선물로 보낸 브론치노의 '비너스와 큐피드의 알레고리', 1800년대의 설국열차로 

명명된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 열차'를 거쳐 조토의 '아시시에서 성흔을 받는 성 프란체스코'로 다음

방으로 넘어간다.


'아름다움의 방'은 코코 샤넬과 마리 로랑생의 얘기를 다루는데 포스코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화가의

아름다운 책들'에서 마리 로랑생의 작품들을 만나서 그런지 좀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렘브란트의 

'도살된 소'는 전혀 그의 작품같지 않지만 추함 속에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고, 프랑수아

부셰의 '마담 퐁파두르의 초상화'는 뮌헨 알테피나코테크에서 직관했던 작품이라 더욱 반가웠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으로 마무리를 하고 '죽음의 방'으로 넘어가는데 자살 여부가 논란이 되는

고흐의 죽음을 먼저 다룬다. 테오도르 제리코는 '시체를 찾아다닌 화가'로, 고야는 '식인 괴물을 그린

궁정 화가'로 명명했는데 귀족의 장남감이었던 늑대 소녀를 그린 라비아나 폰타나의 작품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비밀의 방'에선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작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

인지와 밀레의 '만종' 속 숨겨진 아이의 관의 정체, 정말 파격적인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16세기 교회에 무덤을 가지는 영예를 얻었던 유일한 화가 만테냐 등을 다룬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있었지만 새로이 알게 된 내용과 작품들도 적지 않았는데 역시 미술은 알면 알수록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음음 새삼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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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를 보다 1 : 회화사.조각사.도자사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미술여행 한국미술사를 보다 1
심영옥 지음 / 리베르스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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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을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한국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한국 고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만한 책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아 여전히 갈증이 심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에서 한국의

회화사, 조각사, 도자사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고 있어 한국 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먼저 회화사에선 선사시대 암각화를 필두로 삼국시대 고분벽화 등을 거쳐 고려시대에는 불화가 발달

했고 회화가 가장 발달한 조선시대에는 다양성과 함께 독자적인 미의식과 정서가 제대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관련 자료들의 도판이 큼직큼직해서 작품들을 감상하기에 좋았고 이 책을 통해 처음 보는

작품들도 적지 않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보통은 조선시대 미술까지만 다룰 것 같았는데 이 책에선

근대 회화도 다뤄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최초의 여성서양화가 나혜석은 물론 이중섭, 박수근 등

현재 인기 있는 화가들도 등장한다. 심지어 현대 회화까지 범위를 넓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까지 한국 회화사의 개략적인 흐름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조각사로 선사시대에는 뼈와 뿔을 이용한

생활미술이었다고 불교가 전파되면서 삼국시대에 불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인 국보 금동미륵 반가사유상 등을 거쳐 통일신라시대 석굴암 본존불로 불교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려 전기까지는 불상 등 불교조각이 발달했지만 후기부터는 사경이 유행함에 따라 불상

제작은 점점 시들해지고 불교가 억압받던 조선시대에는 소박하고 절제미를 갖춘 불상들이 등장한다.

근대 조각으론 한국 근대 조각의 아버지 김복진을 필두로 김만술, 윤승욱, 권진규 등이 소개되고 현대

조각가로는 김정숙, 김종영, 최만린, 최종태, 이불, 권오상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 도자사는 선사 시대 토기들로 거슬러 올라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에서 봤던 삼국 시대의 여러 특이한 토기들을 다룬다. 화려하고 신비한 문양의 남북국 시대를 

거쳐 비색과 곡선미의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준 고려청자에서 절정을 이룬다. 조선시대에는 고려와는

다른 백자의 매력을 선보였고 근대 이후 산업화된 도자기들이 현재는 창작성과 실용성이 만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 회화, 조각, 도자사를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별, 장르별로 

간략하게나마 정리를 하면서 대표 작품들의 도판을 충실히 수록하여 작품들을 시대적 위치와 의미에

대해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줬다. 대중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한국 미술의 역사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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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림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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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이 내는 책은 주로 종교 서적이거나 철학, 에세이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 책의 저자 장요세파

수녀는 그림에 관한 책들을 내고 있어 좀 특이하다. 전에 '그림이 기도가 될 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이 책이 두 번째인데 이전 책에서 비록 종교적인 면이 없진 않았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와

저자 나름의 해석도 흥미로워 이 책도 충분히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총 네 장으로 나눠 다양한 그림들을 소재로 수녀의 감상을 들려준다. 먼저 첫 번째 장에선

주로 예수를 다룬 그림들을 소개하는데 대부분 내가 처음 보는 그림들이었다. 최연희 마리아의 '예수

그리스도'라는 성화 스타일의 작품으로 포문을 연 후 막스 리버만의 12세 소년 예수, 렘브란트 버전의

아기 예수, 한스 히르츠 버전의 체포되어 끌려가는 예수, 카라바조 버전의 유다의 배신으로 잡혀가는

예수 등 다양한 모습의 예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보통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된 예수를 주로 보다가

이 책에 소개된 그림 속 예수의 모습을 보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2장에선 친숙한 마티스의 

'댄스'로 시작해 비교적 유명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고흐의 '울고 있는 노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등 소위 명화들을 소재로 그림 속 인물들에 대한 얘기와 저자의 감상을 들려준다.

특히 러시아 화가인 일리야 레핀의 작품이 세 점이나 포함된 것이 특이히다. 3장에선 고흐의 '아몬드

나무' 그림으로 시작하여 '아를의 침실' 그림까지 따뜻함으로 빈 자리를 채움에 대한 얘기들을 다룬다.

마지막 4장에선 주로 화가들의 자화상들이 소재가 된다. 마치 예수처럼 그린 뒤러의 자화상을 필두로

얀 반 에이크, 틴토레토, 티치아노, 푸생, 반다이크의 자화상을 만나볼 수 있다. 자화상으로 빼놓을 수

없는 렘브란트가 빠진 게 좀 섭섭할 수 있지만 기존 자화상들에 대한 해석과는 약간 결이 다른 해석을

들려주는 것도 흥미롭다. 저자의 일리야 레핀에 대한 사랑(?)은 계속되어 톨스토이의 초상화와 얼마

전에 읽은 '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에서도 봤던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도 다시 만났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은 물론 김호원 작가 등 우리 작가들의 작품까지도 다루면서 저자가 수녀라는 

선입견만 갖고 보지 않는다면(물론 종교적인 내용이 적지 않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흥미진진한

그림 에세이라 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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