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빨갱이들과 싸운다"

 

 

 

 

 

 

 

 어제 S 방송국에서 하는 '궁금한 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항상 금요일 밤 9시가 되면 뉴스 대신에 꼬박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언론이나 뉴스에서 나오는 화제의 인물에서부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상사의 이면을 일종의 다큐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어제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하여 일명 '박원순 시장 폭행녀'

로 알려진 인물에 대해서 소개했다.  

 이 문제의 인물은 대학생 반값등록금 행사에 참여했던 정동영 위원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사건부터 시작해서 행사에 참석 중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故 김근태 통합민주당 상임고문의 장례식장에서도 난동을 피웠다. 문제는 박시장 폭행사건 이후, 치료감호소에서 한 달여간 수감되었다 풀려나자마자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폭력을 가했으며 장례식장에서까지 난동을 부린 것일까? 프로그램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뉴스나 신문에서 알려지지 못했던 그녀의 속사정을 알 수 있었다.

 문제의 여인은 진보 세력을 적대적으로 보는 극우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내가 오늘 빨갱이들하고 싸웠다. 내가 그렇게 해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고, 우리나라가 잘 돼서 튼튼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게 저의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첫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하는 사람은 ‘친구’이고,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이는 곧바로 ‘적’, 또는 ‘빨갱이’다" "그동안 난동을 피운 것 또한 그들이 자신과 정치적 신념이 다른 ‘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진보적 입장을 가진 정동영 위원, 박원순 시장에게 폭행을 시도했으며 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장례식에서도 '빨갱이들은 다 죽어라'하고 난동을 부린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빨갱이'들은 적이었다.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어제 프로그램에 전파된 '박원순 폭행녀'의 인터뷰를 보면서 순간 섬뜩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소개된 '일곱 계명' 속 내용이 떠올렸다.

 소설 배경인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은 인간의 착취와 살육에 반발하여 폭동을 일으키게 된다. 농장에 있는 인간들을 쫓아내버리고 난 후 농장을 지배한 동물들은 모든 동물들이 농장에서 생활하는 데 준수해야 할 불가변의 7개의 계명을 만들게 된다.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도정일 역, 민음사, pp 26)

 

 

 첫번째, 두번째 계명은 앞에서 언급한 '박원순 폭행녀'의 생각과 유사한 사고방식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적이 아니면 친구라는 생각, 바로 전형적인 흑백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농장을 이끄는 돼지들은 자신들이 적이라고 여겼던 인간들처럼 다른 동물들을 속이고 착취하며 끝내는 팔아먹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쫓겨난 인간들과 어울리면서 두 발로 걷을 수 있을 정도로'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오웰은 사회주의자이면서도 <동물농장>을 통해서 스탈린 치하의 구 소련의 사회상을 풍자하고 있다.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을 통해서 차르를 무너뜨렸을 때에는 소련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 계급 혁명의 이상을 꿈꾸었다. 하지만 레닌이 세상을 떠나고 스탈린이 새로운 소련의 지배자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은 새로운 착취 계급의 등장에 불과한 쇼로 전락하고 말았다.

 흑백 논리와 금지 사항으로 가득 찬 세상. <동물농장>의 세상은 그래서 답답하고 기계적이며, 획일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적'과 '친구'로 나누어진 이분법적 계명으로 인해 동물농장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흑백 논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사회가 되고 만다.

 

 

 

 

 "저 털 없는 괴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오웰의 <동물농장>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이분법적 흑백 논리에 지배당한 사회의 문제점을 동물이 사는 동물농장으로 우화적으로 표현한 소설로 잘 알려졌지만 오웰이 사용한 표현 방식은 <동물농장>이 처음으로 출판한지 정확히 98년 전에 독일의 시인이 이미 사용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아타 트롤, 한 여름 밤의 꿈>은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풍자 서사시다. 이 작품은 1847년에 발표되었고 98년 후에 오웰의 <동물농장>이 발표되었다.

 작품 제목 속 '아타 트롤'은 서사시에 등장하는 주인공 곰의 이름이다. 아타 트롤은 자신의 애인인 뭄마와 함께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묘기 곰으로 살고 있었는데 주인의 착취를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 자신의 발에 묶인 사슬을 끊은 채 탈출한다. 그 이후부터 아타 트롤은 인간을 적대시하고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런 아타 트롤의 생각은 작품 속 5장에서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도 인간을 적대시하는 흑백 논리가 아타 트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인간들아, 왜 너희들이 우리 다른 동물보다
 더 우월하단 말이냐?
너희들이 머리를
 똑바로 치켜들고 있기는 하지, 그러나 머릿속에는
 비천한 생각들이 기어 다니고 있는데, 뭐.

 

 (중략)

 

 인간들아, 두 발 달린 뱀들아.
 왜 너희들이 바지를 입는지
 나는 잘 안다! 다른 동물의 털로
 나희들 뱀의 나체를 감추려는 것이지.

 
 얘들아! 저 털 없는 괴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내 딸들아! 바지를 입은
 비동물적 짐승을 믿지 마라! 

 

 ('아타 트롤, 한 여름 밤의 꿈' 제5장 중에서, <독일, 어느 겨울동화> 시공사, pp 192)

 

 

 

 서사시에 등장하는 아타 트롤은 신체는 곰이면서도 사고와 생각은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들의 입장과 별 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동물농장>에 언급되는 계명 속의 내용과 유사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오웰의 <동물농장>과 관련해서 더 재미있는 사실은 하이네 역시 진보적인 입장을 지녔으며 한 때 마르크스와 친분적 교류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네는 이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던 당시에 대두되기 시작한 공산주의 사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이네는 항상 자신의 진보적인 입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보수주의자들을 풍자하는 작품들을 남겼는데 <아타 트롤>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을 풍자, 비판하는 내용이 암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등장하는 동명의 주인공인 곰의 일대기를 통해서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들까지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타 트롤이 생각하는 동물사회의 평등 사상은 19세기 중반, 급진적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했던 사유 재산 제도의 철폐 요구를 뜻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사유 재산을 철폐함으로써 모든 인간들이 공정한 부의 분배를 통해 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하이네는 <아타 트롤>을 통해서 이들의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이념의 입장을 풍자, 비판하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를 조장하는 적을 '귀족 세력'으로 간주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구 세력과의 타협을 하고 마는, 뚜렷한 목적도 없는 추상적인 이념에 사로잡힌 독일의 진보 세력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흑백 논리의 위험성  

 

 

 

 

"나라를 망치는 좌파는 빨갱이, 북한으로 가라!"

보수 언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극우주의자들의 편향된 사고방식이다.

 

 

 

 19세기 중반의 하이네에서부터 20세기 초의 오웰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박원순 폭행녀'까지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흑백 논리의 힘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흑백 논리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거나 역사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을 지니게 되면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빨갱이' 또는 '북한으로 가라!'고 말한다.

 소련이 붕괴되었고 독일이 통일된 지 10여 년이 지났건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냉전이 팽배하던 1970년대에 만들어진 반공주의적 사고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박원순 폭행녀처럼 진보 세력을 무조건 '빨갱이' 또는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분법과 흑백 논리는 상대방을 악으로 몰고 자신을 지고지선의 존재로 자처한다. 그와 동시에 제3자에게 악의 세력과 야합할지, 착한 우리 진영에 협조할지를 다그친다. 이분법은 상황을 단도직입적으로 구분하니 속 시원하게 다가온다. 선과 악, 친구와 적, 천사와 악마, 상식과 몰상식, 양심과 비양심으로 나누니 '내 편'과 '네 편'이 분명해진다. 이해가 쉽고 헷갈리지 않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양극단으로 나누다보면 중립, 중간지대가 없다. 시장경제 아니면 좌파이고 좌파는 빨갱이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 사이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중도는 부정된다. 따라서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는 사고의 유연함을 잃는다.  

 흑과 백 사이에 드넓은 회색지대가 있어야 현실의 복잡함을 감당할 수 있다. 좌파적 편견, 우파적 아집 하나로는 복잡다단한 세상을 이끌고 가지 못한다. 이분법과 흑백 논리라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이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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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1-0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과 악, 좌와 우' '천사와 악마'라는 상대적인 용어가'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다'라는 넓.은. 의.미.의 정.치.적.인 용어로 조선에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선에 없는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과 같은 넓은 의미의 정치적 용어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말씀해주신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이러한 이분법을 중.화.시킬 수있는 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cyrus 2012-01-09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날 방송을 보면서 안타깝기보다는 무서웠어요.
아직도 TV 속 여자가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생각나요. 그 사람도
천사와 악마, 선과 악을 언급하면서까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더군요.

감은빛 2012-01-1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빨갱이'인 제 입장에서 보면, 정동영 의원이나 박원순 시장은 그닥 좌파도 아니고 절대 빨갱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데 말이죠.(고 김근태 선생은 조금 다릅니다.)

언제 시루스님과 술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아직 진정한 의미의 새해(설)이 되지 않았으니,
늦었다는 말은 쓰지 않을게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1년 2학기 성적표

 

 

 

 

 

 

 

 

 

 

 

  오늘 2011학년 2학기 최종성적이 공개되었다. 작년 학기도 열심히 공부한만큼 성적도 잘 나왔다. 원래 목표한 성적이 6과목 중에 4과목만 A+ 받는 것이었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 교수님들 대부분 학점 짜게 주기로 학부생들 사이에서 알려졌는데 특히 2학기 때 수강한 <인사행정론>과 <행정통제와 개혁> 같은 경우에는 학부생들이 꺼려하는 과목으로 악명이 높았다.

 전자의 과목의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논술형 약술식 문제와 많은 내용의 답안을 요구하는 논문형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아무리 암기력 좋은 학생이라도 기껏 잘 해봤자 A, A- 정도 받는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유독 여학생들에게 성적을 잘 준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경계(?)의 대상이 되는 유명한 교수님이었다.

 후자의 과목 역시 시험문제가 어렵기로 알려졌다. <행정통제> 교수님은 어떤 과목을 가르치든 항상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셨는데 학생 성적의 변별력을 위해서 몇 문제는 어렵게 내는 편이다. 간혹 공부했던 교과서에 없는 내용들이 보기에 나오는 문제들을 출제하는 경향이 있어서 필자도 이 교수님 수업만은 많은 공부의 시간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작년 2학기 성적은 예상외로 좋은 성적이 나왔다. 솔직히 <인사행정론>과 <행정통제>에서 이렇게 좋은 점수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 문제의 두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4과목에서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반대로 만만히 봤던 <복지행정론>에서 가까스로 B+이라는 학점을 받았다. <복지행정론>에만 A+을 받았으면 전 학기 최고 성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조금은 아쉽다. 

 

 

 

 

 국가장학금과 '반값 장학금'

 

 그래도 거의 3년 여만에 성적등수 1등을 하게 되었다. 2007년년도 1학기 때 1등을 시작해서 2학기 때는 5등 그리고 작년에 복학을 하여 2011년 1학기 때 2등을 했다.

 성적 1등 했다고해서 그것이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적이 우수할수록 등록금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는 이전에는 성적우수장학금을 100% 주는 규정이었다. 1등은 등록금 전액이고, 2~3등까지는 등록금의 1/2, 1/3씩으로 지급되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전국 모든 대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 신청 의무화가 되면서부터 교내 성적우수장학금액 범위의 규정이 달라졌다. 학교에서 지급하는 기존의 성적우수장학금은 70% 지급하되 나머지 30%은 국가장학금으로 수혜받게 되었다.

 국가장학금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 정부에서 만든 장학제도인데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작년에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반값 등록금 논의가 결렬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련된 장학금 제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국가장학금 신청 의무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다니는 학교의 성적우수장학금액이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100% 혜택을 받던 성적우수장학금이 올해부터 갑자기 70%로 축소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가계소득이 7분위 이내인 학생들에게 수혜를 받을 수 있는데 만약에 7분위 이내가 아닌 경우라면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사실 작년 12월부터 정부에서부터 언론, 학교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 국가장학금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은 교내 모든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였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게 되면 소득분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학교 측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국가장학금 수혜 신청한 학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부가 학교에서 지원하는 재정 혜택이 많아지게 된다.  

 필자가 다니는 D 학교 같은 경우에는 국가장학금 신청 공지사항이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12월 초에만 해도 그것을 신청하는 학생 수는 대략 1100여 명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대학교의 총 학생 수가 1만 명을 넘는다고 추산하면 국가가 지원하는 장학제도에 자발적으로 신청한 학생 수가 1천 여명에 불과한다는 것은 무척 적은 인원이다.

 국가장학금 신청하는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은 학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신청하는 학생 수가 적어서 정부가 지원하는 등록금 충당 재원을 많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학교의 대대적인 국가장학금 신청 홍보와 불신청 시 교내장학금 수혜 불이익이라는 경고(?) 덕분에 모든 전교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청을 한다해도 가계소득 7분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바뀐 '성적우수장학금 70% + 국가장학금 30%' 제도에 대해서 학생들이 반발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값 등록금'을 원했던 학생들이 국가장학금 제도 때문에 '반값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장학금에 관련한 바뀐 규정에 대해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성적우수장학금은 정말 열심히 학업에 노력한 학생들이라면 받고 싶어하는 장학금 중의 하나이다.  갑작스레 성적우수장학금이 수혜 범위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그동안 성적우수장학금 혜택을 받았다거나 그것을 목적으로 공부했던 학생들에게는 맥 빠질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교내 게시판에 바뀐 장학금 제도에 대해서 몇 몇 학생들 사이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교내 장학복지팀 측에 의하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예산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교내 장학금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적우수장학금의 예산범위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롤즈의 정의 제2원리

 

 필자는 회계학적 지식이 무지한데다 이에 대해 경제적인 관점에서 어떤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 따져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이번에 바뀐 장학금 제도 변경에 대해서 옳은 건지 잘못된 것인지 딱 부러지게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서 장학혜택을 늘리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환영한다.

 

 

 

 

 

 

 

 

 

 

 

 

 

 

 

 

 

 

 아직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만 교내 장학금 제도의 변경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존 롤즈가 말했던 정의의 제2원칙이 생각이 났다.

 롤즈에 따르면 정의의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법칙'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상, 양심, 언론, 집회의 자유, 보통선거의 자유, 공직 및 개인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 등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2원칙에서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하고 있다. 롤즈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조건 아래서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과 지위가 결부되어어야 함을 요구한다. 쉽게 말해 못 가진 자, 덜 가진 자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등록금 문제를 롤즈의 정의 제2원칙 입장에서 비추어 본다면 학교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등록금 부담 완화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성적우수장학금 예산범위 변경을 불가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사실 이번 등록금 변경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의 이면 속에는 학교 내 재정력에 대한 불신도 반영되어 있다. 필자의 학교는 오래전부터 사학재단의 존재 때문에 말썽이 많았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학교 증축 투자에만 추진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지금도 사학재단의 무분별한 학교재원 사용으로 인해서 학교 재정이 파탄이 이르렀거나 재정 부실 학교로 전락, 퇴출되는 사례가 많다.

 학교가 재정력이 탄탄하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재원을 확충할 수 있다. 필자의 학교는 아직 재정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날은 알 수 없는 법이다. 사학재단의 권한을 제재하지 않고 학교 재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게 되며 학교의 재정력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국가장학금 제도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모든 대학교에 정부예산을 지원하는 것만 아니라 지원받은 대학교가 그 예산을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자했던 반값등록금 논의가 물거품이 되었기에 국가장학금 제도가 등록금 마련에 제일 부담이 많았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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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0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알라디너들은 A+ 성적표를 받는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대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저런 성적표를 받을까요?
국가장학금이 현실에선 그렇게 적용되는군요.
울아들도 3월에 신청해봐야겠어요.

cyrus 2012-01-07 23:16   좋아요 0 | URL
올해 대학생이 되는 신입생들은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신청기간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국가장학금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꼭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장학재단'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오해할 수 있어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국가장학금이 시행된다고 해서 모든 학교의 장학금 제도가 축소, 변경되는거
아닙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만 이례적으로 제도가 변경되었을뿐이지
다른 학교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장학금 수혜 범위를 확장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제가 다니느 학교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장학금 제도 변경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답니다. ^^;;

이건 뭐,, 변경이라고 하기 보다는 장학금 축소에 가깝기 때문이죠..

잘잘라 2012-01-0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아- 저런 저런 저런 성적표는 정말이지 생전 처음 봐요. 못볼걸 본 기분이랄까. 흐흐흣 그나마 복지행정론 비뿔 아니었으면 cyrus님 외계인인줄 알았을겁니다. 크하하.

축하드려요. cyrus님^^

cyrus 2012-01-07 23:19   좋아요 0 | URL
포핀스님, 제가 작년까지만해도 2학년이었는데 사실 2학년 학생들 중에는
저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이 별로 없어요,
저희 과 3학년 같은 경우에는 1등이 올 A+인 4.5점을 받았고요...

제가 다니는 과가 야간인데 주간 학생들의 성적 차이가 엄청 많이 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주간 행정학과 2학년에서 1등에서 6등까지는 거의 학점이
4.0을 넘을 정도라니 성적우수장학금 받는게 어려렵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전쟁인거죠 ^^;;

제가 속한 야간 같은 경우에는 정말 4.0을 넘는 학생이 한 학년에 많아야 세 명 정도에요 ㅎㅎ

비로그인 2012-01-0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역시나. 훌륭한 성적이 눈앞에 펼쳐지는군요 ^^

배경은 그린에 붕어빵.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배경이겠지만. 밝아보여서 좋습니다.
또한 학교 공부에, 책도 많이,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으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장학금 받게 되시는 것이지요? 우선은 축하 드립니다 !!!

cyrus 2012-01-09 19:36   좋아요 0 | URL
작년 1학기 때는 노력한만큼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2학기 때는 다행히도(?) 성과가 좋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말은 있어도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말이 없는 걸로 보니, 그 이상을 동시에 잡는다는게 쉽지 않은가봐요.
대학생활에 있어서 연애도 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제가 복학하기 전에 바람결님이 저에게 연애 꼭 하시라고 바랬던
댓글이 기억나네요. 도서관에서 그저 공부만 하다보니
예쁜 여자 한 명도 보지 못하고 말았네요 ㅎㅎ ^^;;

세도나 2012-01-0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와 같은 생각이시네요. 전 국가장학금 신청기간을 놓쳐서 이번에 교내장학금 반액 놓치게 될 사람입니다...;
시간있으시다면 제 글도 한번 읽어주세요...;제 블로그 입니다.
http://blog.naver.com/songsiw/70128511270
 

 

 

 뉴스나 신문을 보게 되면 정부 최측근 비리 사건과 관련된 소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MB의 멘토', '방통대군'이라는 불리면서 정권의 언론통제를 주도해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최측근 인사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리 혐의를 받게된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과 방통위는 사실무근이라면서 부인을 하고 있지만 일단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한 이상 결과를 지켜봐야할 거 같다.

 

 작년 2학기 때 <한국정부론>이라는 수업을 듣었는데 그 때 기말시험으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관련하여 현 정부의 언론통제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기말시험이 '한국정부'에 대한 자유 주제에다가 오픈테스트 형식으로 치뤄진 것이라 '정부의 언론통제'라는 주제를 정해서 각종 신문기사와 참고문헌 속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쓴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학교 약술형 시험은 논술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서론-본론-결론'식으로 쓰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약간 자랑을 좀 하자면 중간고사 때도 오픈테스트형으로 시험을 치뤘는데 그 때 쓴 글이 작년에 서재 블로그에 썼던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두 개의 역사>였다.  나름 열심히 독서와 자료 수집 덕분인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점수가 잘 나왔다. 중간, 기말 모두 30점 만점에 둘 다 27점을 받았다. 내심 29, 30점을 받기를 바랬지만 27점도 그렇게 부족한 점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꽤 높은 점수를 받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라고 생각한다. 결론에 이를수록 한국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정부론>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한국정부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었고 한국정부의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각설하고, 기말고사 시험 때 썼던 답안을 올려본다. 글 중에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 댓글로 지적하는 것을 환영한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에 대한 간섭이나 통제와 관련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전 정부보다 늘어났다는 응답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의 5배에 이르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에 대한 간섭이나 통제가 이전 정부보다 늘었다는 응답이 45.1%, 이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9.5%,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29.4%로 조사됐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16.1%로 나타났다.

 한국의 언론 역사는 언론통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언론은 유신독재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으며,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발동을 통해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연행하고 고문하는 등 언론 자유를 억압했다.

 전두환 정권 때는 언론기관통폐합으로 1000명이 넘는 기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또 언론사의 등록을 문화공보부 장관이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언론기본법으로 언론통제의 기초를 마련하고, 일상적으로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문화공보부 산하에 홍보조정실을 신설했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은 ‘언론 장악·통제’‘보수언론 특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언론특보인 김인규씨를 KBS 사장에 앉힌 것과 종합편성방송채널 사업자에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친여보수언론을 선정한 것은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언론장악은 '지배구조 개편-측근 낙하산 투입-비판 언론인 숙청' 수순으로 진행됐다. 첫 단추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었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쳐서 신설된 방통위는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어느 기관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했지만 정부는 합의제 기구에 독임제 성격을 가미해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씨를 수장으로 앉혔다.

 이후 언론장악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동의대가 KBS 이사인 신태섭 교수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자 방통위는 신 교수를 KBS 이사에서 내쫓았다. 감사원은 KBS 특별감사에서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배임을 주장하며 해임을 권고했고 KBS 이사회는 권한에도 없는 사장 해임을 강행했다. 이병순씨와 김인규씨가 사장에 앉으면서 KBS에 정권 홍보·찬양 프로그램이 넘쳐났고 이에 반대하는 사원들에 대한 해고와 징계가 줄을 이었다.

 YTN은 방송특보인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를 반대한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6명이 해직됐다. MBC도 김재철씨가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PD수첩」 등 비판적 프로그램에 대한 검열과 탄압이 일상화됐다.

 언론통제는 5공화국 수준으로 강화됐다. 청와대는 사사건건 엠바고를 내세워 정당한 언론보도를 통제했고 기자단이 엠바고에 동의를 하지 않아도 출입정지 등 징계를 강행했다. 최근 삼호주얼리호 보도 엠바고 파기 논란과 관련, 청와대는 부산일보 등 해당 언론사 출입기자의 등록 취소 및 범정부적인 제재를 강행하기도 했다.

 언론통제 와중에도 입맛에 맞는 보도를 일삼는 보수언론에는 ‘당근’을 내주었다. 친여보수언론 조·중·동에 방송사업권을 주기 위해 미디어법 개정안을 불법·탈법 논란 속에 날치기 통과시켰고 결국 지난해 말 조·중·동은 모두 종편 사업자에 선정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방송장악과 비판적인 신문의 통제로 여론시장을 독점하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에는 특혜를 베풀어 자발적 협조를 얻어내고, 비판적인 언론은 철저히 옥죄는, 이중적인 ‘프레스 프렌들리’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에는 정부광고를 주지 않았고, 특히 진보성향의 인터넷 언론의 경우 이 대통령 초청 편집국장단 간담회 등에 철저히 배제됐다.

 과거 정부들의 언론통제 사례를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정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언론을 강제로 통, 폐합을 한다거나 정부에 반하는 기사 내용들은 암묵적으로 삭제 및 탄압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제악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힘이 정치적 권력을 넘어서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현 정권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 이념이라는 프레임으로 인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보수 언론을 대표하는 일명 ‘조중동’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였고 반대로 진보적 관점의 ‘한겨레’ 또는 ‘경향신문’은 노무현 정권을 옹호라는 입장으로 기사를 전달, 서술하고 있다. 이념 대립의 양상으로 치닫는 언론의 행보는 지금의 MB 정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보수적인 MB 정부가 들어서게 되자 조중동은 현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과 같은 진보적 입장의 언론은 현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이렇듯 정권이 변화함에 따라 정권의 성격에 따라 언론의 입장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국민들에게 균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제약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편향적인 언론의 행보 속에 정부마저도 자신의 정당성을 보호해주고 옹호해주는 언론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중립적인 뉴스 전달이나 기사를 보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방송사 내에서 친정부적인 인사를 채용하는 점은 암묵적으로 언론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MB 정부의 친정부적 언론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호의는 최근에 불거진 종합편성채널 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엄청난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조중동의 영향력이 이제는 방송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문제는 MB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의 채널 번호 선정이 유리하도록 개입했다는 특혜 의혹이 있다는 점이다. 특혜 의혹 논란이 일어나자 최 위원장 본인은 종편 채널 번호 선정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여론의 비판을 무마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일으킨 불을 완전히 끄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국민들에게 균형적이고 올바른 방송을 전달하는 환경 여건을 조성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정부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방송을 편성하도록 만든다면 언론뿐만 아니라 방송마저도 보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인 성향분석’, 불리한 기사에 대한 외압 행사,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외압과 ‘소송 위협’,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동원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 등등 과거 군사독재정권 뺨치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더 강력한 언론통제 수단을 찾으려하면 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데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비협조적인 언론 환경’과 ‘홍보 부족’이 국정운영의 걸림돌이자 지지율 폭락의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비협조적인 언론을 협조적인 언론으로 만들기 위해 언론사에 ‘전화’도 걸어보고, ‘소송 카드’도 꺼내보고, ‘대책회의’도 해보지만 이런 언론통제 시도가 계속 폭로되면서 국민의 비난 여론만 키우고 있다.

 

 ‘언론통제 시도→진실 폭로→여론 악화→더 강력한 언론통제 시도’로 이어지는 ‘프레스 프렌들리’ 정부의 언론통제 악순환이 야기되고 있는 언론통제의 문제점이 무척 심각하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언론과 정부를 ‘협조관계’로 보는 시각을 교정하고, 지지율 폭락이 ‘언론 탓’, ‘홍보부족 탓’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80년대식 언론통제가 통할 수 있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 ‘쓴소리’를 하고 있는 진정한 비판언론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감행하려는 언론장악의 위험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이를 막아내기 위해 통제, 감시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근본에서부터 위협당하는 현실에 대해 시민사회가 감시를 게을리 한다면 그 피해는 공동체 전부가 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개혁 진영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편법, 위법을 불사한 현 정부의 언론 장악은 이미 진행됐다. 정권의 홍보에 긍정적인 언론에게는 자유를, 이에 반하는 언론에게는 단호한 채찍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정부가 정보를 권력의 의지대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존 언론 뿐 아니라 SNS의 폭발적 성장과 확장으로 인해 이제 정보는 통 안에 가두어 둘 수 있는 재료의 성격을 벗어났다. 지금 정보는 수많은 관계망을 통해 유통되는 흐름 그 자체이며, 이에 대한 활용과 판단 또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개인 또는 집단의 자체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러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으려 하고, 이를 위해 공권력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조지 오웰의 유명한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가 되려 하고 있다. 이른바 통제를 통한 정보독재를 꿈꾸는 것이다.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정부의 언론통제로 인해 예상되는 민주주의의 훼손이 심각할 것이다. 오직 해법은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는 것뿐이다. 우선적으로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민주적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

 

 

 

 

 

 

 

 * 참고도서

 

 

 

 

 

 

 

 

 

 

 

 

 

 

 

 

 

 

 * 참고기사

[YTN 사장 ‘날치기 통과’ 등 新권위주의 정부 ‘언론장악’]  경향신문 2008.7.17

[최시중 방통위원장 연임 확정 ‘MB식 언론장악’은 계속된다]  한겨레 2011.3.4

[툭하면 주의·권고… '공안 방송 통제' 도 넘었다]  부산일보 2011.8.5

[비판 언론 겁박하는 원칙 없는 사후 검열]  미디어오늘 2011.9.22

["최시중 위원장 압력에 조중동매 종편 '황금채널' 꿰차"]  프레시안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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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0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루스님은 공무원 시험 준비가 아닌 기자 시험 준비를 해야하는게 아닐까요? 지금부터 알라딘 활동도 열심히 하지만, 언론의 일반인 기자로 뛰어보는게 어때요?

그런데 한가지,
노무현 대통령 때 한겨레나 시사인, 경향에서 반드시 노무현 정부를 옹호하지 않았어요. 반대로, 완전히 등을 돌리다시피 할 때도 많았죠. 그렇기에 노대통령께서 서거하신 후, 진보(?) 언론에서 무척 죄송해했구요.

여기에서 참 이율배반적인 생각인데,
보수의 반대편(진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탄생하면 진보 언론이 무조건 편들지 않고 오히려 기대에 못 미치면 비판을 하죠. 그런데 보수 언론은 엄청 똘똘 뭉치잖아요,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분명 진보 언론이 잘하는건데, 그로 인해서 진보 및 중도의 힘이 흩어진단 말이죠. 그렇다고 잘못한 것을 무조건 잘했다고 하랄 수도 없고, 참 어려워요..

cyrus 2012-01-06 21:14   좋아요 0 | URL
기자로서의 직업은 한번도 생각해본적은 없어요. 기자도 체력이 요하는
직업인데 체력에서는 안될거 같아요 ^^;;

노무현 대통령도 진보 언론의 비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군요, 그때는
제가 중딩이라서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제가 착각하고
있었네요. ^^;;
 

 

 

 

 

 "내가 브랜드니까"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흥미로운 제목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제목이 '아내를 존경하게 된 순간'이라는 글이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아내를 존경하게 된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SNS를 캡처한 사진이 공개한 것인데 일본인이 트위터에 올린글을 캡처한 뒤 번역하여 소개되었다. 우리말로 번역된 일본인의 트위터 글에는 "어떤 술자리에서의 일. 명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를 물어봐서, 아내가 했던 한 마디. ‘내가 브랜드니까’ 마음으로부터 아내를 존경한 순간이었습니다"라고 쓰여있다.

 짧은 말이지만 긴 여운이 감도는 글이다. 남편이 기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명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를 재치있게 말한 아내의 임기응변이 대단하다. 그리고 그런 멋진 아내를 둔 남편이 부럽기도 하다.

 여성들은 남성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선물이 '명품 브랜드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선호하고 의식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그동안 원했던 고가의 브랜드메이커가 있는 명품 백이나 구두를 사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성 176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고 싶은 설문조사에서 1위로 명품가방(38%, 67명)이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커플링, 향수, 귀고리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명품 가방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값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상대방이 어떠한 브랜드, 어떠한 디자인을 좋아할지에 대해서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둔 남성 입장에서는 특별한 기념날이나 여자친구의 생일날이 다가올수록 두려워질 법하다. 오죽하면 선물을 사주는 것도 싫어하는 못된 마음도 가지게 된다.

 한 달 전 쯤에 SBS 라디오 '컬투쇼'에서 소개된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의류 및 액세서리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직접 겪은 실화를 담은 사연이 많은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어느 날 매장에 한 커플이 방문했고 남자는 여자를 위해 신용카드로 액세서리를 구입하게 된다. 사연을 보낸 아르바이트생이 남자에게 서명을 해줄 것을 요구하자 남자는 또박 또박한 글씨체로 '사주기 싫다'라고 적은 후 "영수증은 버려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남성들마다 입장에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와 같은 경우에는 여성들이 남자친구로부터 고가의 명품 백을 선물 받기를 원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가 경제적 여건이 어느 정도 되며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값비싼 명품 백 하나는 사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사준 값비싼 선물을 통해 자신 주변에 있는 여성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전형적인 심리다.  

 다만 남자친구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허영심만 채우기 위해서 값비싼 명품을 선물로 받기를 원하는 것은 잘못된 점이다. 그것은 진심어린 애정이 담긴 선물이 아니다. 선물이란 남자친구가 자신을 향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가늠할 수 있지만 단지 자신외면적인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한 물질적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명품 백 하나 못 사주는 남자친구가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직설적으로 무시를 한다거나 일방적인 이별통보 사유가 되기도 한다.  

 

 

 

 

 

 "내 브랜드는 내 아이들입니다"

 

 최근에 소개된 남편의 입장을 이해할 줄 아는 배려심이 강하고 똑똑한 현모양처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전해내려 오고 있는 고대 로마의 전설에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

 

 일명 '대(大) 스키피오'라고 불리우며 포에니 전쟁을 통해서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무찌른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딸인 코르넬리아다.

 세계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도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딸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더욱이 그녀가 로마 공화정 때 농지개혁을 추진하다가 보수파 원로원들에게 살해당한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파도바니노 (추정)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르넬리아> 17세기경

 

 

 

 코르넬리아는 고귀한 성품을 지닌 여성으로서 고대 로마 여성의 완벽한 표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현모양처'라고 보면 될 듯하다.

 자신의 남편이 죽은 뒤에도 재혼하지 않고 집안을 지켰으며 자녀의 교육에 헌신하였기에 그라쿠스 형제는 뛰어난 자질과 개혁적인 정열을 지닌 형제 정치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라쿠스 형제와 관련하여 그녀가 위대한 여성의 표상이 될 수 있었던 유명한 일화가 지금도 전해내려 오고 있다.

 

  코르넬리아는 어린 그라쿠스 형제와 함께 친분이 있었던 귀부인의 집을 방문했다. 그 귀부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보석들을 과시하면서 손님인 코르넬리아도 가진 것이 있으면 보여 달라고 하면서 은근슬쩍 과시를 하게 된다. 그러자 코르넬리아는 자신을 안고 있는 아들들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보석은 바로 이 아이들입니다. "

 

 

 코르넬리아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여 남편을 잃은 과부로서 평생을 살다 갔지만 위대한 로마의 영웅을 배출한 가문에 시집을 왔다고 해서 남들에게 과시를 하지 않았으면 검소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아름다운 보석이란 훗날 로마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재목으로 성장하게 되는 아들들이었다. 코르넬리아에게 아들들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보석보다 더 오래토록 빛날 수 있으며 남들에게 그 위대함을 자랑할 수 있는 그녀만의 가치 있는 브랜드였던 것이다.

 

 

 

 

 

 가는 마음이 고와야 오는 마음도 곱다

 

 지금까지 소개된 일본 트위터의 문구와 코르넬리아의 일화를 통해서 여자친구 혹은 아내를 두고 있는 남성분이라면 공감을 한다거나 그동안 여자친구와 아내에 대한 무심한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반성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지금까지 여자친구라고는 한 번도 사귀지 못한 미혼남이지만 지금도 글을 쓰면서도 남녀 간의 사랑이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스갯소리지만 만약에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남자가 자신의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일본인 아내가 처한 상황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이고~~ 지X하고 자빠졌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입장을 이해해주고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크는 법이다. 하지만 애정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그런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볼 것도 다 본(?) 연인 관계라면 한창 사랑의 감정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유지한다는 게 어렵다.

 남편이 아내에게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가 무능한 경제적 능력을 자신을 친구남편과 비교를 한다거나 '돈 적게 번다'고 잔소리하는 것이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에게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야!, 너!'와 같이 반말로 대화를 시작해서  "~해라"는 식의 명령조로 대화를 끝내는 것 그리고 '뚱뚱하다, 못생겼다'라는 식으로 외모를 핀잔줄 때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속될수록 식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한 방법은 있다. 그것은 서로 간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담겨 있는 애정을 주고받을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서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눈에는 사랑스러운 연인,  자기만 가질 수 있는 브랜드로 보일 수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연인의 감정과 입장을 조금만 더 존중해주고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진다면 당연히 가는 마음이 고와야 오는 마음도 고와지게 된다.. 아내, 여자친구를 존경하게 되면 자신도 언젠가는 그녀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멋진 남편, 남자친구라는 아내, 여자친구만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기사

 

[여자친구 선물로는…스테디셀러 `가방`]  한국경제 2011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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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2-01-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읽었던 책의 내용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좋은 부모, 좋은 남편, 좋은 아내, 좋은 자녀' 과연 '좋은~ '이라는 말을 붙인 부모, 남편, 아내, 자녀 외에도 좋은 남자 친구와 좋은 여자 친구를 추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물론 '좋은'이라는 말을 붙인다는 것의 의미는 '훌륭한'이라는 말과 상통하는 것인데...이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게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ㅠ.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 위에 보이는 마그리트의 그림은 마치 공중부양 중인 누군가의 뒷모습 같아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cyrus 2012-01-04 21: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듯이 '좋은'이라는 단어의
의미에도 차이가 있을거에요. 하지만 그것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형성, 유지할 수 있다고 봐요 ^^

노이에자이트 2012-01-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품백을 선물받고 싶은 여자는 많으나 명품백을 사 줄 능력이 있는 남자는 적다는 것...그게 비극이죠.

cyrus 2012-01-04 21:15   좋아요 0 | URL
수요는 많은 반면에 공급이 안 된다는거죠 ^^;;
 

 

 

 흑룡의 진실

 

 

 

 

 

 

 

 2012년을 여는 첫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올해 같은 경우는 유독 부산스러운 느낌이 든다. 임진년(壬辰年), 그것도 그냥 단순한 용이 아닌 60년 만에 온 흑룡의 해라고 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길하면서도 특별한 해임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용이라는 동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십이지신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구름과 비를 만들고 물과 바다를 다스리며 자유자제로 자신을 숨기고 또 변신할 줄 아는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나 최상의 비상을 염원하는 고시 준비생들에게 “용꿈 꾸었지?”라며 용기와 희망이 담긴 격려의 메세지를 던져준다. 처지가 어렵다거나 비천한 신분의 사람이 크게 성공하여 걸출한 인물이 되었을 경우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용꿈 그리고 용의 상징은 진정 좋은 의미의 상스러운 뜻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하도 '흑룡의 해'라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흑룡'이라는 게 정말 좋은 줄 알고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기업들은 흑룡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쳐 고객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우연히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용은 '흑룡'뿐만 아니라 백룡, 청룡, 황룡, 적룡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황룡, 청룡과 백룡이야말로 길한 의미를 지닌 반면에 흑룡과 적룡은 불운을 몰고 올 수 있는 '폭룡'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적룡은 반란을 주도하는 역신(逆臣)이라면 흑룡은 백룡도 이기지 못하는 반란을 도모하는 역장(逆將)이라고 한다.

 흑룡의 길한 상징만 부각되는 각종 언론과 기업 마케팅의 홍보 때문에 임진년 흑룡의 무서운(?) 진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

 흑룡은 우리 말로 하면 검은 용이다. 검정색에서 발하는 어두움은 부정, 불행과 연관되는 색이다. 그래서 언론과 기업 광고에서 홍보하고 있는 길운을 불러일으키는 흑룡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흑룡이 반란을 일으키는 역장을 의미한다고 했으니 길한 상징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임진년에 일어난 역사적 변고

 

 실제로 과거에 흑룡의 임진년에는 역사적인 변고가 많았다고 한다. 1232년에는 몽골의 제1차 침입으로 인해 고려의 도읍이 개경에서 강화도로 천도하게 되었는데 이 사건 이후로 고려는 또 한 번 몽골의 침입을 받게 되어 몽골와의 전쟁이 지속되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발생했고, 그리고 올해에는 2012년 종말설까지 다시한 번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2011년 말, 북한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남북 관계 그리고 전쟁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어서 2012년의 남북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르놀트 뵈클린 <페스트> 1898년

 

 

 

 

 그런데 임진년은 과연 우리나라에만 역사적인 변고가 많았던 것일까?  필자는 그것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세계사 연표를 통해 임진년에 일어난 세계사적인 변고가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사실 오랜 세계사에 임진년에 일어난 변고가 일어난 해가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임진년의 불운과 관련해서 눈길이 가는 흥미로운 연도가 있다면 바로 1352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760년 전인 1351년에는 전 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한 해이기도 하다. 유럽의 흑사병은 유럽의 사회구조를 붕괴시킬 정도로 약 2천 5백만 명 정도의 유럽 인구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갔다.

 당시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왜 생기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거지, 유대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 등이 흑사병을 몰고 다니는 자들로 몰려서 집단폭력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학살을 당하기도 하였다. 물론 실제로는 흑사병 기간동안 일어난 학살들은 마녀사냥처럼 흑사병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전가한 희생양적인 폭력이었다.

 흑사병은 유럽인들의 종교적인 사고에도 영향을 주어, 일부 사람들은 하느님이 흑사병으로 심판하니 고행을 함으로써 죄를 씻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 당시만해도 흑사병은 세계를 멸망하게 이를 수 있는 '신이 내려주신 무서운 형벌'이었다.

 

 

 

 

 새해 새희망 용솟음치는 해가 되기를... 

 

 요즘 흑룡의 해라고 떠들석하길래 '한 때'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한 용띠라고 여겨졌던 '88년 용띠'인 필자가 임진년의 흑룡에 대해서 글을 써보게 되었다.

 새해가 시작하는 마당에 2012년 첫 해의 글을 흑룡에 대한 불길한(?) 이야기를 다룬 점에서 글을 보는 분들에게는 내용에 대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용은 용기와 희망을 상징하며 힘차게 비상하는 동물로 믿어왔다. 용은 십이지신의 동물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흑룡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일들만 일어난다는 법은 없다. 앞에서 언급한 역사적 사례들은 종말론에 관심을 가지는 호사가들이 좋아할 법한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 뿐이다.

 잘 생각해 보면 용띠의 해에 역사적으로 큰 획을 긋는 의미있고 좋은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1952년에 6.25 전쟁이 발발했다고 해서 흑룡 임진년과 관련된 역사적 재난으로 보고 있는데, 1952년이 아니라 1950년에 발발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 6.25 전쟁 발발 연도를 모르거나 착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내용과는 반대로 1952년에는 비록 휴전선이지만 2년동안 진행된 6.25 전쟁이 휴전할 수 있는 물꼬를 텄으며 필자가 태어난 1988년에는 6.29 민주화선언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렸으며 동시에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해이다. 그리고 2000년에는 15년 만에 남북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었으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글에 다룬 내용만 가지고 벌써부터 2012년에 대한 쓸데없는 기우(杞憂)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임진년 올 한해는 모든 사람들이 잦은 용꿈으로 건강하고 늘 행운이 함께하는 다복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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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1-03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년이 용띠해였군요^^
전 그때 뭘 하고 있었을까요? ㅎㅎㅎㅎ
cyrus님의 해인만큼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랄께요!!

cyrus 2012-01-03 23:51   좋아요 0 | URL
현맘님도 건강하시고 좋을 일만 가득하길 바라요 ^^

이진 2012-01-0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룡이 그냥 이름만으로도 멋있고, 또 이미지화 하면 포스가 장난아니라서 그러는게 아닐까요 ㅎㅎㅎ 그런데 페스트라... 무섭습니다. 페스트 무척 흥미있어하는 사람인데 저 그 림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cyrus 2012-01-03 23:53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도 맨처음에 흑룡이 길한 상징이라고 해서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답니다. ^^;;

검색창에 '뵈클린'이라고 쳐보시면 제가 소개한 것 이외에도 멋진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이 화가는 '죽음', '환상'을 주제로 한
어두운 표현이 강한 그림을 그려서 유명합니다.

비로그인 2012-01-0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에 아놀드 뵈클린의 그림을 보게 되는군요.
어떤 음반 표지에 나와 있던 그림이 생각납니다.

얘기하신 것처럼 흑룡하니, 좀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좋은 일이 좀 많았음 좋겠네요~

cyrus 2012-01-03 23:54   좋아요 0 | URL
뵈클린의 그림을 표지로 쓴 음반이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는 레퀴엠 혹은 미사곡의 표지로
사용했을거 같아요 ^^;;

차트랑 2012-01-03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글 입니다. 더불어 추천도 한 방^^

cyrus 2012-01-03 23:54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

stella.K 2012-01-0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내 큰 조카하고 나이가 같은 것 같아.
조카의 정확한 나이도 가물가물 하지만.ㅠ
그렇지 않아도 임진왜란을 생각했는데
올해가 참 의미가 많아 보이네.
잘 살게 되려나? 뿌잉뿌잉~ㅋㅋ

cyrus 2012-01-03 23:5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올해는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도 있고 올림픽도 있고요ㅎㅎ
벌써부터 2012년이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되요 ^^;;

맥거핀 2012-01-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상이 불순해서 흑룡 하니까 조폭만 연상되는데..흑룡파..;

cyrus 2012-01-03 23:55   좋아요 0 | URL
ㅎㅎ 흑룡파라... 이름만 들어도 포스가 무시무시한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