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품절


그 친구가 나를 책벌레라고 불렀을 때, 불쑥 솟아오르던 분노의 순간을 다시 살(生) 수 있다면! 나는 그 순간 내가 살아오던 인생이 그 말로 집약되어 버린 데 몹시 화를 내지 않았던가? 인생을 그토록 사랑하던 내가 어쩌자고 책 나부랭이와 잉크로 더렵혀진 종이에다 그토록 오랫동안 내박쳐둘 수 있었단 말인가! 그 이별의 날, 내 친구는 내가 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 해 준 셈이었다. 속이 후련했다. (중략) 그의 표정이 내 내부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던 셈이다. 나는 내 원고 나부랭이를 팽개치고 행동하는 인생으로 뛰어들 구실을 찾았다. 나는 이 새로운 인생에 책 부스러기를 동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 인 조르바』pp 14, 열린책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그리스 인 조르바』에서 시인인 '나'는 자유로운 인간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나고 난 후부터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미완성인 채 수없이 원고 뭉치를 만지작거렸던 시인은 그동안의 글쓰기 인생에 대해서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조르바와 동행함으로써 책에만 골몰하게 파묻혔던 '책벌레' 생활을 청산하고 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자유의 바다에 뛰어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조르바는 시인을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때 그를 '책벌레'라고 부른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만 표현할 줄 밖에 모르는, 거대한 사회에 직접 부딪혀 행동하지 못한 사회적 숙맥을 비아냥거렸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다 겪어 본 천하의 조르바도 제대로 모르는 사실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줄 알고 책만 읽는 사람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르바처럼 자신의 생각을 몸소 행동으로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은 문학을 소홀히 하거나 낮추어 보지 않았다.




- 장 코르미에 『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 중에서 -


혁명가와 운동가로만 알려진 체 게바라가 시를 썼다는 사실은 그 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르헨티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체 게바라는 프랑스 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소포클레스, 랭보, 세익스피어에 심취할 정도로 문학을 좋아했던 '열혈남아'였다. 쿠바로 건너가 게릴라로 혁명운동에 동참한 그는 목숨을 건 전투중에도 괴테, 보들레르 등의 책을 베낭속에 갖고 다녔다. 적군의 총알이 자신의 심장을 뚫릴지도 모르는 전장 한가운데서 늦은 밤에 등불의 기름을 낭비하면서까지 괴테 전기를 읽고 있는 체 게바라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혁명가의 색다른 면모이다.

일기에는 수많은 전투기록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간결한 시 같은 글들이 적지 않았다. 그가 쓴 시에는 일찍부터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혁명가의 진지한 내면고백이 담겨 있다.


내 나이 열 다섯 살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체 게바라 '나의 삶' 중에서, 『먼 저편』(문화산책) 수록)



보다 잘 사는 세상에 대한 간절한 꿈은 문학을 좋아했던 남미의 혁명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학 관련 상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문학상, 그 영예를 차지했던 문학의 거장들도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 출신 문학전문기자인 사비 아옌과 스페인 출신 사진기자 킴 만레사는 3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16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대담들을 모은 책의 제목이 『16인의 반란자들』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읽기 수월한 책이 많지 않다.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도 그들의 가벼운 인터뷰를 먼저 접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문학 세계를 이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잘못된 정치이든 폭력적인 민족주의든 어떤 형태로든 권위에 저항을 한다. 부당한 권위 앞에 맞서서 '펜'이라는 훌륭한 무기에서 비롯되는 문장의 힘도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 작가들은 망명이나 이민 등을 선택해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반란자가 되기도 한다. 문학이 아닌 다른 어떤 이유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과 그 사회의 지배 논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올바른 의식은 기득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폄하당하기도 한다. 1995년 수상자인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는 점점 부당한 권위 앞에서 시들어져만 가는 포르투갈인들의 정신을 염려스러워한다. 하지만 그의 조국은 그의 문학과 생각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도 '좌파'의 논리라고 규정짓는 우리나라 사회처럼 우리보다 좀 더 성숙한 사회의식을 형성한 서구 역시 이데올로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내 책들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해요. 그들은 나만 이데올로기적이고 자기들은 아니라는 거요. 그들은 나만 이데올로기적이고 자기들은 아니라는 거요. 그들은 가톨릭은 그렇지 않다고, 급진적 신념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나는 오로지 이데올로기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마르크스주의자거나 공산당이라는 거요. 그런 그들에게 나는 할 말이 있어요. 삼라만상에는 거의 자라지 않는 나무도 있는데, 그건 그 나무가 이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 그렇다고 해서 세쿼이아가 올리브나무보다 낫다는 건 아니오. 그 반대도 아니고."
(주제 사라마구, pp 30)

1997년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다리오 포는 권력에 맞서기 위한 강력하면서도 효과적인 무기로 '풍자와 웃음'을 택했다. 고위층의 권위의식을 신랄한 말투로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희곡을 쓴 작가답다. 현재 그는 이탈리아의 민주화 운동에 힘쓰고 있으며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풍자는 권력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요. 광대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화형에 처해졌어요. 권력은 유머를 견디지 못해요. 하물며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통치자들조차 마찬가지요. 웃음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줘요." (다리오 포, pp 87)


다리오 포만큼이나 터키의 오르한 파묵 역시 특유의 유머로 오만한 엘리트들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할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터키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을 정도로 경호원의 동행이 필요한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호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평소에도 그가 긍정적인 마음과 유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머와 웃음 속에는 세상에 대한 직설적이고도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숨겨져 있다.





"또한 나는 경박한 자들을, 저 위에서 종교와 문화적 신념과 특권층이 아닌 계층들을 경멸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상류층을 증오해요. 나는 엘리트들의 오만함에 분노해요. 그들은 교만과 자존심으로 이 나라를 다스리고 민주주의와 문화를 파괴하고 있어요. 그건 서양이 이라크나 다른 나라들에게 저질렀던 어리석은 짓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어요.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의 오만하고 천박한 행위 역시 마찬가지요." (오르한 파묵, pp 104)


1999년 수상자 귄터 그라스는 정작 참된 세상의 발전을 방해하는 적을 99%의 세계를 지배하는 1%의 존재, 즉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마당에서 자신의 텃세인마냥 휘젓고 다니는 자본가들과 그들과 결탁한 정치권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 사회 불평등 구조에 대한 세계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지금, 그라스의 생각은 세계인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처럼 들려진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소. 민주주의의 적은 극우와 극좌, 이슬람주의자들이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로부터 자유의 내용물을 비워내고 있는 것은 거대기업과 은행들, 입법권을 쥐고 흔드는 정치권력이란 게 증명되고 있어요. 우리를 쫓아내는 기업들은 자기들의 주가가 오르는 동안, 모두한테 익숙해진 파렴치한 타락행위를 일삼고 있어요. (생략) " (귄터 그라스, pp 210)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은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권력이 있으면 자유는 없다. 민주주의 체제도 마찬가지다. 나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차별성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해 정치권력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권력에 직접 맞서기보다는 망명을 선택함으로써 인간적인 존재를 위한 기본 조건마저 허락하지 않는 절대 권력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서 창작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나약해요. 반면에 정치권력은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나를 짓밟을 수 있어요.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쓰는 유일한 희망은 도피요. 나는 도망자이지, 영웅이 아니오. 도피하지 않았으면 그들은 나를 바퀴벌레처럼 짓밟았을 거요. 나를 체제에서 벗어난 탈퇴자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지만, 나는 탈퇴자가 아니며 정치적으로 맞서지 않았어요. 나는 단순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자유인으로서의 작가이며, 내가 거부했던 권력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마저 불허하는 절대권력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쳐야 했어요, 언제나 권력으로부터 멀어져야 했고, 창작을 위해서 망명을 해야 힜어요. (생략)" (가오싱젠, pp 170)




주제 사라마구 부부


다리오 포 부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부부



새로운 사회개혁을 꿈꾸는 혁명가 또는 반란자들에게는 그들의 의지를 꺾으려고 하는 적대 세력이 존재하지만 이에 맞서 저항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든든한 지원자 또는 조언자가 있기 마련이다. 『16인의 반란자들』의 인터뷰는 단순히 16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활동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항상 그들을 오랫동안 바라 봤고 지켜 본 인생의 동반자들 덕분에 16인의 작가들이 저항의식을 갖춘 반란자가 될 수 있었다. 렌즈 속에 담겨진 몇 몇 작가들 부부의 사진은 흐뭇하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동안 이어진 끈끈한 작가들의 부부애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작은 볼거리 중 하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이 단지 하나의 문학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삶에 대해 느끼는 문제에 대해 싸워 나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학은 사상이나 인간의 감정을 언어로 구축한 허구적인 세계로 이루어진 장르가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 삶을 둘러싸 일어나고 있는 실제 세계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사회 문제가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써 문학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글은 현실의 가려진 허위를 벗겨내 진실을 알리는 파급 효과를 지니고 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질수록 문학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살면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에게 멘토를 구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지성과 먼저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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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1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내 맘대로 좋은 책 탑5안에 드는 책이다.ㅋㅋ

cyrus 2012-03-16 22:0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이 책 덕분에 작가들의 소설들이
얽어보고 섶어졌여요. ^^

잘잘라 2012-03-1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엇! 이 책.. 포기했었는데.. 결국.. 다시 보관함으로~~~ ㅋㅎ

cyrus 2012-03-17 12:48   좋아요 0 | URL
네, 꼭 읽어보셔요. 위에 스텔라님도 말씀하셨지만 정말 좋은 책이에요 ^^

감은빛 2012-03-2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갖고 있는 책입니다.
시루스님의 멋진 소개 덕분에 조만간 장바구니에 담게 될 듯 하네요. ^^
 

 

 

 Scene #1  노마드한 대학생활

 

노마드는 머물지 않는다.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노마드는 소유하지 않는다. 언제나 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노마드는 정주의 편안함을 버리고 자유의 불편을 택한다. 

 

요즘 대학 생활이 즐거우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작년보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많은데다 개강한 지 얼마 안 되어 벌써부터 과제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늘 하루하루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자기위안식 위로로 학교 생활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있다.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팀별 과제가 많아지게 되면 언제 '멘탈 붕괴'가 될 지 모를 일이다.

 

주간에 경영학 수업을, 야간에 행정학 수업을 듣게 되는데 강의실을 여러 번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많다. 경상대에 있다가, 도서관에, 또 행정학 수업 듣으로 행정대로... 이게 하룻동안 내가 넓은 캠퍼스 내에서 이동하는 경로다. 가끔은 필요한 자료를 찾거나 읽고 싶은 책이 소장되어 있다면 사회과학대나 자연과학대 도서관에도 들리기도 한다. 대학 생활 3년째에 접어들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건물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조형예술대다. 조형예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있으면 가보겠지만 사실 행정학과 학생이 조형예술대 건물을 간다는 것은 뭔가 어색하면서도 웃기다. 올해는 발길이 뜸하지만 1학년 때는 공대 건물도 많이 드나들었다. 그 곳 건물 사무실에서 친한 동기와 선배들이 근무를 했기 때문에 친분상(?) 그 건물을 자주 찾아갔었다.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캠퍼스에 오면 거의 가만히 있었던 적은 없었던거 같다.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제외하면 마음 내키는대로 아무 곳이나 이동했다. 혼자든 동기 친구들이랑 같이 가든 이 놈의 몸뚱아리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사실 도서관에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나름 공부할 분량을 집중적으로 암기할 수 있는 특정 시간이 있는데 왠만하면 1시간 이상은 안 하는게 원칙을 삼고 있다. 그래서 공부하고 난 뒤 머리 식힐 겸 도서관 옆에 위치한 매점의 벤치에서 수다 떨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문 밖으로 나가 당구를 치고 있다거나 볼링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어디 한 곳에 정착하거나 안주하는 생활이 줄어든 거 같다. 독서할 때도 그렇다. 책 많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다수 가지고 있는 독서 습관이지만 한 권만 끝까지 읽는 것보다는 두 권 이상 같이 읽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5권을 동시에 함께 읽는 편인데 그 중에서 끝까지 읽는 책은 많아야 두 권이고 아예 완독을 하지 못한 것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관심 있는 책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자크 아탈리는 정처 없이 방황하며 유랑하는 것이 역마살이 낀 불우한 인간의 역정이 아니라 500만 년 동안 유전자 속에 내장되어 내려온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유랑하는 인간, 호모 노마드가 나오게 된다. 노마드적 삶이 인간의 특수한 생존 양식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삶의 양식인 것이다. 그는 미래의 인류는 하이퍼 노마드, 정착민, 인프라 노마드의 세 부류로 나누어 질 것으로 예언한다. 많은 정보를 창출하고 향유하는 창의적인 직업을 가지고 부유하게 유희적으로 살아가는 극소수의 하이퍼노마드, 농민, 상인, 공무원, 의사, 교사 등의 정착민 그룹 , 반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해 다니는 노숙자, 이주노동자 등의 극빈층의 인프라노마드, 이 세 부류다. 하이퍼노마드들은 미래의 상업적 노마디즘의 주역들이다. 그들은 전 세계를 지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실제와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식민지를 찾고 있다.

 

지금의 일상을 아탈리가 제시한 세 가지 유형의 노마드형으로 비추어 본다면 하이퍼노마드다. '창의적인 직업'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정보를 수집한 것을 토대로 거기서 새로운 정보로 도출하여 과제를 준비해야 하는 일과라면 하이퍼노마드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간단히 말하자면 노마드한 대학 생활이라는 것이다.

 

주간 경영학 수업이랑 야간 행정학 수업 사이에 공강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을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짬이 나면 알라딘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도 한다. 요즘 블로그 활동이 뜸한 건 너무 바쁜게 아니라 집의 컴퓨터가 또 다시 맛이 갔다. 얼른 고쳐야하는데 일과 절반이 학교라서 서비스를 부를 시간이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요즘에는 공강 시간을 이용해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도서관 컴퓨터에서 알라딘 블로그 쓰기가 여간 불편하다. 항상 집에서만 블로그를 활용하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도서관 컴퓨터에서 블로그에서 글을 쓰기란 여간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다. 더군다나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친구들이 항상 곁에 있기에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은밀한(?) 블로그 활동을 하기가 힘들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친구들이 보면 그들은 내가 과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Scene #2  도서관에서 우리 과 학생을 찾는 방법

 

이런 일상을 지내나보니 개인적이면서도 은둔(?) 활동을 하기에 편하다. 간혹 나를 찾는 동기들의 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그 녀석들은 항상 나를 찾지 못한다. 한 곳에 머무르는 성격이 아니라서 항상 특정한 장소에 만나면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기들에게 항상 캠퍼스 도서관에 있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서 그런지 몇 몇 녀석들은 도서관에 와서 나를 찾게 되는데 허탕만 치는 경우가 많았다. 운 좋으면 도서관 건물 안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하지만 나는 도서관에서 내 동기 친구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학교 도서관 내부를 설명하자면 2층은 논문들이 보관되어 있는 참고자료실, 3층은 사회과학, 언어자료실(사회과학, 소설 분야 도서 비치), 4층은 인문. 과학자료실(인문학, 과학 분야 도서 비치)로 나뉘어져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2층에서 4층을 주로 사용한다. 2층은 과제와 관련해서 자료를 찾을 때, 3층과 4층은 각 층에 비치된 책들을 읽기 위해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행정학과 학생들은 항상 3층에 만날 수 있다. 왜냐하면 행정학 관련 도서는 3층 사회과학 자료실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3층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나처럼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4층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많이 오게 되는 시험 기간을 제외하면 4층 과학 자료실에서 우리 과 학생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논문과 학술잡지가 비치된 논참고자료실 역시 자주 애용하는 학생을 찾기가 드물다. 어처구니 없게도 내 몇몇 동기들 중에는 도서관 2층 자료실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르는 녀석도 있었다!  2층 자료실에 최고 성능의 프린트 기기가 있는데도 이러한 용도의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도서관 체험 교육을 하고 있다. 도서관의 내부뿐만 아니라 도서관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 검색 방법, 신입생으로서의 독서 경험의 중요성 등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애용하여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과에서는 거의 늙어버린 '아저씨'나 다름 없는 우리 동기들도 도서관 체험 교육 좀 받았으면 좋으련만... 이건 뭐, 복학생도 아니고 도서관 안에만 들어오면 어리버리해지는 녀석들 보면 웃기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

 

 

 

 

 

....  더 쓰고 싶은 내용이 있는데 방금 폰에서 친구의 카톡 메시지가 떴다.

 

....  배고파 ....   밥 먹으로 가잔다 ....  -_-;;

 

 그래, 일단 밥 부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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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난 학교 때 학교를 싫어해서 주말과 방학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녔다.
그런데 4년 전 시나리오 배우러 다녔을 때 처음으로 공부하러 어딘가를 다닌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는 걸 깨달았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딱 두 가지만 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연애하고.ㅋㅋ
얼마 전 김연수 작가 보러 갔다왔는데 그가 그런 말을 하더군.
싫은 책 억지로 읽지 말라고. 좋아하는 책만 읽어도 다 못 읽는다고.
맞는 것 같아. 그런 점에서 넌 아주 잘하고 있는 거야.ㅎㅎ

cyrus 2012-03-16 01:04   좋아요 0 | URL
저는 졸업할 때까지 연애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보면 연애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만 하면 할수록 정말 암울해지네요 ㅎㅎ


stella.K 2012-03-16 11:33   좋아요 0 | URL
니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면 돼.
너를 좋아해 줄 사람 기다리지 말고.
별 도움 안 되는 말이지?ㅋㅋ

cyrus 2012-03-16 22:1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인거 같아요 ㅎㅎ 그런데 쉽지가 않아 보이죠?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3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자연재해, 기근, 종족분쟁은 선진국의 정부나 국제원조 기구, 국제여론 등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자들은 점차 망각의 제물이 되고, 문제 자체의 존재마저 잊혀버리지. 그리고 깊은 고독 속에서 죽어가게 돼. 처음에는 강했던 국제적인 연대감도 시들해지고.

 

 - 장 지글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pp 152 -

 

 

 

 

 

 

 

 

 조용히 닫혀버린 세계의 창문

 

 

 

 

 

 

2010년 10월 29일 새벽 12시 50분 경. 광산에 69일 간 매몰되었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들 이야기를 끝으로 MBC '김혜수의 W'은 방송을 처음 시작한 지 5년 만에 폐지되었다. 방송에서 'W'의 마지막 메시지가 전해졌다. 평화, 반전 그리고 희망이었다. 'W' 5년의 역사를 되짚는 영상물도 공개됐다. 프로그램 진행자 김혜수는 클로징멘트로 "W에 힘이 되고 싶었다. 짧은 만남, 시청자에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오래전부터 프로그램 폐지설과 관련된 갖가지 논란이 거셌던 것과 비교해 조용했다. 종영 사실은 방송 말미 진행자의 짧은 작별인사로 전해질 뿐이었다. 'W'는 늦은 심야 시간대에 방영되었고 시청률도 그리 높지 않았지만 매주 금요일만 되면 피곤함에 눈꺼풀이 무거워져도 꼭 '본방사수'했다. 단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빼어난 미모를 지닌 김혜수를 보려고 한 것은 아니다. 'W'는 세계 대륙별 곳곳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는 시사 소식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던 '세계의 창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본 해외 시사 프로그램 중에서 기존에 있었던 해외 시사 정보를 뉴스 형식으로 전달되는 진행 방식을 탈피한 수준 높은 교양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비록 낮은 시청률과 높은 제작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MBC 경영진에겐 얼른 폐지하고 싶은 골칫거리였지만.  세계의 평화, 반전 그리고 희망에 대한 염원을 간직한 채 'W'는 늦은 밤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다.

 

우연의 장난일까?  폐지된 ‘W'의 빈자리에는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이 채워지게 되었다. 그 당시 케이블 채널의 '슈퍼스타 K' 열풍을 공중파인 MBC도 무시 못했던 것이다. 오디션. 재능 있고 끼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꿈과 목표를 위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 오디션에 참가한 100만 명의 인물들 중에서 단 한 사람이 최종 우승하게 되고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는 우승자, 단 한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약육강식’의 냉혹한 논리가 지배된 지나친 경쟁주의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신자유주의적 사회의 모습과 별 반 다를 게 없다. 'W'에는 신자유주의의 힘에 사로잡혀 고통과 억압을 당하는 제3세계 및 개발도상국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신자유주의'라는 화려한 옷을 걸쳐 입었지만 '자유'를 누리기는커녕 더욱 더 불평등, 빈곤 그리고 기아에 허덕여야 했다. 심지어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같은 민족들끼리 서로 총을 겨눠야 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 (EBS를 제외한) 3사 공중파 방송 중에서 ‘W'만큼의 수준 높은 해외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유일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 남게 된 KBS 2TV의 '세계는 지금은' 마저도 존립성이 위태위태하다. 지금은 토요일 아침 8시에 방송되고 있지만 원래는 금요일,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밤 8시 20분부터 방영했다. 'W'보다는 시청자들의 눈에 띌 수 있는 좋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저조한 시청률의 부진을 면치 못했나보다. 토요일 아침으로 개편된 이후 방송 분량은 전보다 축소되었다.

 

'W'의 폐지 그리고 '세계는 지금'의 개편 확정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아웃 오브 안중'에 불과할 뿐이다. 세계 지구촌의 사회 모습을 생생하게 안방으로 전달하는 공익성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거나 점점 방송 분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 개편 그리고 방송 제작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송국의 선택에도 잘못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부족한 인식 탓도 간과할 수 없다. 한반도 땅 덩어리를 넘어 저 멀리 바다 건너 세상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인식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심지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아프리카 대륙까지도 'K-Pop' 열풍의 근원지인 한국의 문화를 주목하고 있는 반면에 정작 우리는 그런 나라들의 문화를 제대로 바라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관광, 여행 가고 싶은 동경의 국가 아니면 먹고 사는 데 있어서 자신과 별 상관없는 남의 나라일 뿐이다. 그나마 여행지로 가고 싶고 많이 알고 있는 나라는 미국 그리고 유럽 국가들뿐이다. 부르키나파소, 라이베리아, 르완다를 알고 있고,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드물다. 가난한 나라들을 찾아가 보거나 그런 나라에서 살아 보지 않은 우리는 그 곳에 사는 아이들을 죽어가게 만드는 영양실조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그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북 내에서 금기시되는 기아

 

 

 학교에서는 기아문제를 가르치는 일이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건가요?

 

 

 맞아. 일종의 터부로 여겨지지. 이런 현상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단다. 브라질의 조슈에 데 카스트로(전 FAO 이사회 의장)은 1925년에 이미 자신의 유명한 저서 『기아의 지리학』에서 이 '금기시되는 기아'를 언급했지. 그의 설명은 흥미로워.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는 거야. 그래서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는 거야. 오늘날 학교와 정부와 대다수 시민들도 이런 수치심을 가지고 있단다.

 

 

 - 장 지글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pp 82~83 -

 

 

장 지글러의『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단지 드라마에 출연한 현빈이 이 책을 서 너 번 읽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건 아니다. 그동안 알려지지 못했던 기아 문제의 냉혹하면서도 현실적인 사정을 낱낱이 밝혀내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여러 가지 잘못된 원인들을 다각도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지적대로라면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대중의 잘못된 시선도 기아 문제를 금기시하려는 인식의 영향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초, 중, 고등학교를 통틀어 북한의 기아 실상을 소개하는 교육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북한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한 채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설명만 언급할 뿐 뼈만 보일 정도로 말라가는 북한 아이들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가난, 정부가 배급하고 있는 식량마저 손대지 못하는 기아의 실태를 우리나라 학생들이 제대로 알지 못할 우려가 있다. 비단 학생들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계의 기아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외국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폐지는 세계 기아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만들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하는 원인이 된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굶주릴 위기에 처한 북한 주민이 3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일보, 2011년 12월 1일자) 이 수치는 작년에 북한에서 굶주림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된 600만명의 절반 수준으로, WFP와 FAO가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작년보다 8.5% 증가할 것이라는 추산치를 반영한 것이다. 보고서 내용만 봐도 희망적이다. 하지만 최근의 정세를 감안한다면 죽한 민의 기아 문제가 보고서의 내용대로 낙관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보인다.

 

WFP 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치를 토대로 식량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곡물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규모가 지난 해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이 발생하더라도 자체적 핵 억지력을 포기하지 않을 북한 정권의 노선을 고수하게 된다면 아무리 곡물 생산량이 증가한다 해도 기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자연 재해의 피해를 무시할 수 없다. 홍수와 같은 자연 재해는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곡물 재배에 피해를 줄 뿐더러 대량으로 난민이 발생할 시, 문제는 심각하다. 물 난리 속에 살아남아도 난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굶주림에 의한 죽음뿐이다. 더욱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백두산 화산 폭발 조짐에도 어떠한 피해 방지 대책도 강구하지 못하는 정권의 태도가 북한 기아 주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현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의 초미의 문제"라면서 식량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건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길을 핵무기 문제와 결부시킴으로써 북한 내 기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 기아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남한 정부나 굶주리는 주민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핵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노선을 주민들이 '위대한 수령'의 은혜에 입고 있다는 날조된 언론으로 무마하려는 북한 정부나 상황은 다를 뿐 기아 문제를 금기시하는 인식과 태도는 비슷하다.  

 

 

 

 

 

 기아 문제를 외면하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세계질서

 

 

풍요가 넘쳐나는 행성에서 날마다 10만 명이 기아나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간다. 기아로 인한 떼죽음은 참으로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이다. 가장 약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당하는 사회적 고통이 굶주림이다. 그래서 기아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구조적 폭력이다.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꼴이다. 세계인구의 7분의 1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120억명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 식량은 풍부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를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다. 세계시장에서 농산품의 가격은 투기의 영향을 받는다. 투기꾼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높은 식량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부자나라들은 자국의 농민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한다며 남아도는 농산물을 폐기처분하거나 생산을 제한한다. 식량가격이나 생산량 결정, 식량의 공평한 분배에 구호기구는 속수무책이다. 세계시장만이 힘을 갖고 있고 그 시장은 잔인하다.

 

배고픔을 무기로 삼는 자들도 있다.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는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매일 0.5ℓ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분유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다국적 기업 네슬레는 제값을 주고 사겠다는데도 협력을 거부한다. 미국이 사회주의 개혁 정책으로 미국기업의 이익이 침해받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칠레 군부의 쿠데타를 도왔고 아옌데는 1973년 대통령궁에서 최후를 맞는다. 부르키나파소의 젊은 장교 토마스 상카라도 인두세 폐지와 토지 국유화로 4년 만에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만들었지만 역시 프랑스의 사주를 받은 친구에게 살해당했다.

 

이 두 사건은 '민영화, 규제철폐, 예산감축'이라는 신자유주의의 경전이 어떻게 해서 제3세계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와 높은 유아사망률로 이어지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국주의적 자세를 멈추지 않는 선진국과 곡물자본이 굶주려가는 나라를 둘러싸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곡물시장의 '균형가격'을 맞추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반군에 대한 지원도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기아의 비극이 실은 부패로 유지되는 그 나라 정부와 관료, 그리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거나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으면 결코 관심을 갖지 않는 국제사회가 저지른 '범죄'라는 분석은 여러 사례로 명백하게 입증된다.

 

 

 자연도태설이 만들어 낸 잘못된 진보의 신화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어.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소비하고 활동하다 보면 지구는 점차 질식사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적당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얘기지. 그런 사람들은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단다. 산소 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어.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pp 38 -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에 인구 법칙에 관한 내용이 담긴 『인구론』을 발표했는데, 세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25년마다 두 배가 되지만, 식량의 증가는 산술서열을 따르므로, 가난한 가정은 산아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조가 지원은 중단되어야 하고, 질병과 배고픔은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해도 이 사회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책이 출판되자마자 유럽의 지배층에서 널리 읽혔고, 산업화 초기의 국민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맬서스의 주장이 오늘날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여 기아 문제에 있어서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지구의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이 변화함에 따라 생물 종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종이 변하는 원인을 설명했다.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나타나는 '적자생존의 원리'를 통해 종의 변화를 설명한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원리는 사회도태 논리에도 적용하게 된다. 허버트 스펜서는 '사회진화론'을 주장하여 자연에서의 적자생존처럼 사회에서도 사회도태가 발생하고 경쟁에서 생존한 자들의 역사는 진보해 나간다는 생각했다. 기아의 위협이 없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촌 기아 문제에 대해 일정한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자연도태설에서 비롯된 잘못된 '기아예찬론'은 기아 문제에 대한 책임회피일 뿐이며 비양심적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저자는 그러한 인식 속에 숨겨진 무의식적 인종차별주의가 기아 문제를 외면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세계의 기아 문제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최우선 과제는 먹을 것을 섭취하는 일이다. 너무도 뻔한 말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굶주리는 기아의 어린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  이 말 역시 기아 문제를 해결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끝없이 반복되고 있는 비극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

 

저자는 기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각국이 자급자족 경제를 스스로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머니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자급자족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대안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리고 자급자족 경제를 고집하다가 국가 경제가 몰락하고 주민들을 굶주리게 만든 북한의 역사를 기억해본다면 썩 설득력이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기아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들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 '인프라 정비'에 대한 그의 설명은 다시 한 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제3세계 나라들의 인프라를 정비하기 위해 시급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자본, 도로, 적당한 종자, 비축식량, 농경 전문지식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  (중략)  아프리카 남쪽에는 엄청난 땅들이 놀고 있다. 그 땅들은 투자가 없이는 경작되지 못할 것이다. FAO의 통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정상적으로 경작되는 땅은 7억 헥타르 정도인데, 작은 투자로도 경작 면적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나무를 베거나 보호 구역에 손대지 않아도 말이다. 현재 북아프리카에서 사용하고 있는 농경 기술이 있다면 토지를 중대하게 손상(살충제를 많이 사용하거나, 다량의 비료를 사용하거나)하지 않고도 민감한 지역을 보호하고 환경 시스템의 재생력을 고려하면서 남쪽에서 경작지를 늘릴 수 있다.

 

 - 장 지글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pp 167~168 -

 

 

 

 

기아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황폐한 자연 조건, 전근대적 농업 시스템이나 후진적 정권의 미숙한 국가 운영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식량을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철도를 세우거나 인간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땅에 농작물들을 심는다면 주민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식량이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한 자급자족 경제 대안의 허점처럼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는 대안 역시 과거의 실례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상황에서 비롯된 오류로 이루어져 있다.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의 바람이 유럽 대륙을 휩쓸게 되면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세계로 진출, 자본 창출의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강 열강들은 그 당시 미개한 아프리카 대륙을 개척하기 위한 사업 수단으로 철도를 건설하였다. 넓은 땅에 철도를 세워 놓음으로써 그 곳에서 자라나고 생산되는 식량들을 손쉽게 운반하기 위해서였다. 서강 열강의 기업들은 철도 건설 목적을 아프리카의 토착민들에게 식량을 쉽게 제공할 수 있고 배 불리게 먹을 수 있는 '공공 사업'이라고 말했찌만 거짓일 뿐이었다. 주민들을 위한 공공 사업은커녕 철도 건설에 수많은 토착민들의 노동을 착취했다. 결국에는 철도 사업은 식량 생산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지극히 기업을 위한 사업의 일환인 것이다.

 

세계 여론을 동원하면서까지 모든 경제 지배자들이 서로 합의 하에 기아 문제가 심각한 제3세계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단순히 기아 무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강대국들이 인프라 구축에서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협약과 회의를 통해서 인프라 구축을 마련하는 데 힘 쓰면 좋겠지만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사례처럼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장 지글러의 대안은 기아 문제 해결에 있어서 분명히 현실에서 필요한 해결책인 것은 사실이나 벌
써 자본의 무시무시한 힘에 이끌려 간 채 '경제 불황'의 질환을 낳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 세계의 상황을 봐서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 그만큼 세계의 기아 문제는 모든 국가가 서로 머리를 맞싸매어 오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져버린 것이다. 이제는 식량지원이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라는 대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진부한 논리가 되어버렸다.

 

 

 

 

 가까이 있었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

 

 

 

 

세계의 부를 탐식하고 있는 '사회지도층'들이 주원처럼 가난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신자유주의' 비판서를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읽게 될 날이 과연 찾아 올까?

 

 

 

콜럼비아 대학 최우수 졸업생으로 졸업한 수재에다가, 가난한 사람을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김주원(현빈 분).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만나온 모든 여자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길라임(하지원 분)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자 그녀의 가난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는『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을 서 너번 정도 읽어가면서 접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현실'에 대해서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가상하지만 그녀의 가난은 책 한 권으로 이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평생 '몸'으로만 먹고 살아온 길라임과 달리 평생 '머리'로만 세상을 이해해 온 김주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육체가 뒤바뀌는 기괴한 현상을 겪고 나서야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성별의 몸을, 그것도 전혀 다른 계급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상대방의 몸을 '입고' 살아가야하는 비현실적이고도 우발적인 사고가 역지사지의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만약에 두 사람 간의 신체가 서로 바뀌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주원은 라임의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쟁취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장 지글러의 책을 세 번 이상 읽는다고 해서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가난'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어쩌면 우리가 남의 '가난'에 대해서 어떠한 동정심이나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첨단의 미디어를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진 무관심과 몰이해에서 비롯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는 '가난'의 비극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지각하지 못하는 무지에 너무 관대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것은 전쟁이라고 배웠지 기아에 대해서는 배운 바가 없었다. 이런 무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책이다.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가슴으로 지구촌 최악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은 새롭게 대학생 필독 도서로 입에 오를 정도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주원처럼 단순히 '가난'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원 역을 맡은 현빈처럼 나름 폼 나게 독서하기 위해서 유식해 보이면서도 심각한 제목이 달린 이 책을 '읽은 척'하지 않길 바란다. 실제로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가난'에 대해서 소개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가 목도해야 할 전지구적인 사회 문제, 바로 '기아'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텔레비전 속 다큐멘터리나 해외 토픽을 통해 볼 수 있는 '타인의 삶'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불편하고도 잔혹한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비록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들은 조금은 오래된, 세계적인 시차가 어긋나 있지만 시간만 다를 뿐 최악의 상황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책은 금융자본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내세워 인권을 외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세계의 불편한 진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W'의 창은 닫혀버린만큼 기아 문제의 심각성과 신자유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이 책만큼은 특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대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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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1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참 무지 맘에드는 리뷰를 만나는군요.
이 책은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추천도서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기아문제는 단순한 굶주림의 문제가 아니라
세게 경제가 굴러가는 작동원리인 것을 알게합니다.

누군가가 굶주려줘야 다른 누군가의 배가 부르다는
그야말로 인간 최악의 걸작품 인 것이죠.

저는 이 책을 읽고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작동원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정말 무기력감을 느꼈습니다.

언제 그 희망이 보일지...

cyrus 2012-03-16 01:07   좋아요 0 | URL
고등학생부터 시작해서 대학생들도 읽어보면 좋은 책이죠.
이 책뿐만 아니라 국내에 번역된 지글러의 다른 책들도 좋고요 ^^

저는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량 조달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면서도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하는 수 없이 기아 문제를
미화하여 낙관적인 전망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것도 안타깝고요.
무엇보다도 식량을 무기로 삼아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려는
정치권력들의 작태가 씁쓸했습니다.

stella.K 2012-03-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김주원이가 콜롬비아 대학교 출신이었나? 웃겨.ㅋㅋ
이책 참 불편했어.ㅠ

cyrus 2012-03-16 01:09   좋아요 0 | URL
제가 그냥 지나치는 작은 정보도 기억하고 있는 편이에요.
웃긴 게 사실 장 지글러의 책을 읽는 현빈의 모습을 TV에서 본 것도
친구들이랑 곱창 먹다가 잠깐 봤던거에요. 제가 은근히 기억력이
좋은 편이거든요 ^^

그런데 막상 현빈처럼 책을 읽어보니 그리 편안하게 읽을 책이
아니더군요 ^^;;

아이리시스 2012-03-1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제목 기억 안나던 책이네요ㅋㅋㅋ 한비야님의 추천도서라 꽤 오래 전에 읽었는데도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이후로 음식은 웬만해선 적게 먹고(꾸역꾸역 먹어도 결국 탈나거나 도로 나온다는;;) 조금만 해서 버리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도 노력해요!! 책 읽는 동안에는 쌀을 좀 싸들고 여행을 가야하나;; 가서 밥을 해줘야지;; 생각까지 들었던 슬픈 책이었어요.

cyrus 2012-03-16 01:13   좋아요 0 | URL
아~~~ 알겠어요! 아이리시스님 서재 댓글 남기다가 장 지글러의 책에
대해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기아 문제를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게
불편했어요. 막상 기아 문제 해결은 이렇게 해야 된다고 말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지만 한비야씨처럼 직접 그 곳에 가서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는 게 어렵잖아요. 최근에는 몇 몇 아프리카 국가에
여행을 금지하는 규정도 내리게 되었고요,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유니세프 같은 곳에서 기금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거 같아요 ^^;;

차트랑 2012-03-16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암울하게 하는 것은
화폐전쟁의 쑹홍빈은 유니세프마저도 첨단 경제 저격수의 일부라더군요
제가 아는 학생 중 하나가 유니세프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ㅠ.ㅠ
정말 이거..ㅠ.ㅠ

하긴 케인즈가 세상을 더 굶주리게하는 데 앞장서는 인물인데
말다했지 뭡니까요

그나저나 그 기억력,
쩜 많이 부럽습니다 ㅠ.ㅠ
 

 

 

 모로 가도 학점만 잘 따면 된다?

 

이번 주는 수강변경 기간이다. 듣고 싶은 과목이 있으나 수강인원이 차는 바람에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담당교수에게 수강허가서를 제출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요즘 대학가에서는 수강변경 기간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어진 듯하다.

 

이 기간동안에는 취업에 유리한 과목,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과목을 파악 할 수 있다. 개강 첫 날에는 수강변경 기간이라고 해서 교수들은 출석 점검을 하지 않는다. 오리엔테이션(OT)를 통해 한 학기동안 배우게 될 교과목의 내용들을 거시적으로 학생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통해서 학생들은 이 과목을 공부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수업을 변경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 일단 여기까지 과정은 좋다. 자신이 듣게 될 수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거나 학점 관리하는 데 있어서 공부할 자신이 없으면 변경할 수 있는 재량적 의지는 모든 학생들마다 있으며 나 또한 그러하다.

 

여기서 문제는 대부분 학생들의 귀가 얇다는 것이다. 자신의 동기 또는 선배들로부터 '모 교수님의 과목은 학점 잘 준다', '이 과목은 공부하기가 쉽고 편하다.'라는 식의 이야기에 혹해 그러한 과목을 수강하는 쪽으로 변경하게 된다는 것점이다. 하긴 학점 관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학부생 3년차를 경험함으로써 느낀 것은 학과 내에서는 쉬운 과목이란 절대로 없으며 공부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한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서 편의상 학점을 잘 주는 교수님도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번 주 내내 동기들로부터 전화, 카톡, 문자들이 수도 없이 찾아왔다. 개강하는 첫 주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며 친한 친구 이외에는 전화, 문자 교류도 잘 없는 나에게는 조금은 황당했다. 이런 상황에 더욱 황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대부분 전화나 문자를 보낸 목적은 수강 변경에 관한 사항이었다. 자신이 이런 교수님의 과목을 듣고 싶은데 이 수업, 학점 주는 데 괜찮냐는 식으로 물어봤다. 내가 왠만한 전공 학과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봤고 학점도 잘 나왔기에 평소에 전화도 안 하는 몇 몇 동기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동기들의 질문에 친절하면서도 상세하게 답해주었다. 물론 설명하기 전에 먼저 다분히 주관적인 입장이 있다는 단서를 붙이고. 동기들이 물어본 몇 몇 교수님의 수업 스타일이나 수업시간에 내주는 과제 등 정말로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을 해도 동기들의 선택은 이미 공부하기가 편할 것처럼 보이는 교수의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과 학생들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공부하기 편한 교수의 수업' 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제가 많이 없다. 한 학기동안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세 개 이상 넘어가면 벌써부터 포기하는 생각부터 든다. 둘째, 팀별 과제가 없는 과목을 좋아한다. 팀별 과제 상 낯선 학생들과 한 팀으로 이루어 서로 합심하여 과제의 성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팀 구성원 능력 부족, 팀 내 단결력이 부족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팀별 과제를 꺼려한다. 오히려 팀별 과제는 자신과 과 친분이 있는 학생들과 같이 하려고 한다. 셋째, 학생참여형 과목을 싫어한다. 여기서 말하는 학생참여형 과목이란 단순히 교수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데만 그치는 주입하는 형식의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질의를 유도함으로써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과목을 말한다. 넷째, 주교재가 없는 과목을 선호한다. 특히 네번째 사항은 학생들이 많이 오해하고 착각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은 주교재가 없다고 해서 굳이 3만원 넘는 비싼 돈을 들어가지 않는다고 좋아하는 데 천만의 말씀이다. 주교재가 없는 강의가 공부하는 데 있어서 어렵다. 주교재가 없기 때문에 그 수업내용과 관련해서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할 수 밖에 없다. 평소에 수업시간에 했던 공부와 관련해서 좀 더 관련자료를 찾아보거나 더 깊이 공부하려는 습관이 없다면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벅차며 결국에는 학점 관리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다섯째, 오픈테스트로 시험을 치는 과목을 좋아한다. 이 또한 역시 학생들이 많이 착각하는 사항이다. 오픈테스트는 머리 아프게 암기를 안 해도 된다. 그냥 정해진 자료 혹은 교재 텍스트 외부의 자료를 찾아 그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막연하게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서 정리만 한다고 생각하는 데 말로만 쉽지 실제로는 객관식, 서술형 시험보다 더 까다롭다. 자료를 수집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자료가 많다고 해서 중요한 건 아니다. 그 많은 자료를 한 가지 주제의 통일성에 맞게 결론을 도출할 줄 알아야 한다. 양으로 승부하다가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내용의 질이 중요하다. 결국에는 글쓰기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시험 성적 결과가 판가름 나게 된다. 과제 심지어 논리적 문장력이 요구되는 서술형 답안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오픈테스트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사항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공부하는 과정보다는 공부의 결과에 연연한다. 즉, 그 내용을 학습함으로써 사회에 나가서 써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학점을 잘 받으면 그만이다. 이러한 학습 태도는 매 학년이 올라가면 할수록 혼자서 공부하기가 어려워진다. 남에게 의존하고 너무나 편하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어려워지고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과목 앞에서 기가 죽어 버린다. 그러면 사회에 나갈 때도 공부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쉽게 하는 공부도 그리 좋지만 않다

 

사실 모든 사람이라면 머리가 아프지도 않을 정도로 쉽게 공부하는 과정을 선호하다. 나 역시 그렇다. 어찌 보면 시간 관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보다 편리하게,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편한 공부야말로 무척 실용적인 방법이다. 그러한 추세는 요즘 서점가에서도 그런 유형을 볼 수 있다. 딱딱하고 여러운 고전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그것도 핵심적인 내용만 발췌해서 소개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오늘은 또 신문에서 보니 2014년 수능 때부터는 문제 난이도가 나뉘어져 수험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바뀐다는 소식을 접했다. 학생들의 수준을 맞추기 위한 '수준별 수능'이라고는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저 '쉬운 수능'으로만 보였을 뿐이었다. 본 수능을 치기 전에 예비 수험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이 세 과목을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택일하여 시험을 칠 수 있다.  새로운 수능 제도에 대한 사전 점검 차원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예비 수험생들은 새로운 출제 유형과 수준을
미리 접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대학별 국영수 난이도 반영 방법이다. 국어와 수학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A. B 난이도가 나뉘지만 영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영어과목에서 어려운 B형을 채택,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의 반응이다. 영어 과목 시험이 난이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난이도가 높은 시험에 학생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수준별 수능'의 제도적인 맹점이라고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능시험이 수험생들에게는 공부하기에 많이 부담되고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험이기도 한다. 고득점을 얻어야만 자신이 원하는 좋은 일류 대학에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3년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소수만이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특히 매년마다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수능 난이도가 쉽다고 항상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상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수능 난이도는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등장된 것이 '수준별 수능'인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이 점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개정된 수능시험 제도가 학생들에게 쉬운 공부 방법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난이도가 쉬운 A형 과목에서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이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고등학교와는 다른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걱정이 담긴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내가 공부 잘 하는 방법을 운운하기에는 내 수준을 스스로 봐서는 많이 어수룩한 면도 있고 나 역시 한창 공부를 해야 할 '학생'이다. 나도 학창 시절에 성적이 좋지 않은 슬럼프를 겪었을 때에는 소위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공부 비법을 따라 하기도 하고 그러한 사람들의 수기를 읽음으로써 노하우를 얻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공부'라는 것을 제대로 해보기 시작한 중학교 1학년부터해서 지금까지, 총 10여 년의 경험을 통해서 느낀 것은 이미 공부를 많이 해봤고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성과를 이루어 낸 사람들의 면모를 본다면 공통적으로 항상 빼놓지 않은 공부 방법이 있었으며 아무리 공부 잘 하는 사람의 비결이라고 해서 그 사람처럼 100% 통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에는 공부 고수들의 비결의 일부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올바른 공부 과정으로 만들 줄 알며 그것을 체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강 첫 날에는 교수님들은 과목의 개요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해주신다. 매 학기 개강 첫 날만 되면 자주 학생들에게 언급하는 레퍼토리다. 하지만 이런 교수님의 말씀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공부를 많이 해 본 사람이 바로 학과 교수님이다. 이분들도 '인간'인지라 지금의 학생들처럼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봤을 터이다. 그러기에 공부에 대한 교수님들의 말씀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학기에는 주간에는 경영학을 수업을 듣고, 야간에는 주전공인 행정학 수업을 듣는다. 과목의 내용이 다른만큼 강의 환경, 교수님의 학습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르다. 하지만 과목이 달라도 교수님들이 첫 강의 시간에 항상 말씀하시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공부하는 습관 그리고 태도의 중요성'이었다. 이번 주는 경영학과 행정학 수업을 넘나들면서 많은 교수님들로부터 공부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는데 나름 도움이 되었다.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만 역시 공부를 많이 해 본 분답게 공부하는 과정, 방법 그리고 태도에 대한 사항은 비슷했다.

 

 

 

 

 첫째,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에 대한 갈망의 자세이다. 이러한 열정은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요소이다. 으레 학기 초만 되면 주위 친구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지.'

 

그런데 그런 학생들 중 대다수는 학기가 끝나고 나면 절망적인 성적표를 쥐게 된다.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에는 공부를 해야하는 어떠한 목표와 목적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열정 없이 시작하면 중간에 포기하게 되고,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게 마련이다.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이 중요하다. 열정이 있다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둘째,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김득신이라는 학자는 사마천의『사기열전』의 첫번째에 등장하는 '백이열전'을 무려 1억 1만 1천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정말 무식한 암기식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김득신이 왜 이러한 노력을 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와 친분이 있었던 선비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득신은 많은 책을 읽은 똑똑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암기력에서는 많이 부족했다는 평이 있다. 그래서 김득신은 '백이열전'만 해도 수없이 반복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사기열전』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무조건 소리내어 읽었으며 1만 번을 반복해서 읽은 책은 아예 읽은 횟수로 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김득신만 이런 공부 방법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훌륭한 위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도 종이가 닳아지도록 반복해서 읽었다.

 

김득신의 사례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하는 공부 방법만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이를 참고 견디는 능력, 바로 인내라는 점이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은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와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 사실, 공부는 결코 쉽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재미가 없는 게 보통이고, 외워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수많은 정보에 한숨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갈망하는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동시에 인내가 꼭 필요하다.

 

 

 

 

 셋째, 두뇌가 제대로 가동되는 시간을 파악해라


집중은 공부 외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정신을 분산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가지에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집중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바심 내지 말고, 한 자리에 끈기 있게 앉아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한 자리에 앉으면 적어도 2시간 이상은 진득하게 앉아 있어야 하며, 공부하는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집중력이 분산되어 공부의 능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력이 요구되는 시간은 사람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어떠한 사람은 2시간 이상 같은 곳이 앉아 있어서 공부가 잘 되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30분동안 공부해야 집중이 잘 되고 공부할 내용의 암기가 잘 되는 경우도 있다.

 

흔히 학생들은 공부 고수들의 모든 비결은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칫 공부하는 흥미를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이 뇌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은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으며 나 역시 그러한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험생 시절에는 쉬는 시간 10분동안 소변이 마리지 않는 이상 책상에 앉아 교과서와 문제집으로 공부를 했다. 주위 학생들이 떠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당시에는 수능 고득점만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모습에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에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하녀고 은근히 질투심 섞인 핀잔을 주는, 소위 '열폭'(열등감 폭발)에 휩싸인 공부 못하는 친구들의 불평도 있었다.

 

그 때는 5분이나 10분만 쉬고 한 두 시간 넘게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는 최적의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에 해야 될 공부 분량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꼭 잠을 미루어가면서까지 해야 했다. 그래서 시험 전날에 새벽까지 뜬눈으로 공부해본 적도 많았다. 말 그래도 수험생 시절은 정말 공부만 죽어라 했던 것이다. (내용 자제만 보면 부모님의 강요 하에 의한 공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님은 그 당시, 온전히 나의 능력을 '과대 평가'했었기에 오히려 공부하라는 강요는 없었다. 오직 내가 필요한 문제집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과감히 투자를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수험생 시절만 따로 통틀어 헤아려본다면 오히려 실패한 결과가 더 많았다. 혹자는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교훈에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정해져 있는 시간 내에서 알맞게 노력한 공부 방법 및 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공부 방법을 제대로 몰랐기에 그저 많은 시간에 투자하는 공부를 할수록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무조건 믿게 되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서 수험생 시절의 공부 방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되면서 선택한 공부 방법이 '살라미 공부 방법' 이다. 정치나 외교 용어 중에 '살라미(salami) 전술' 이라는 것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는 살라미 소시지에 유래되었는데 이 소시지를 오랫동안 보관함으로써 조금씩 얇게 썰어 먹는다고 한다. 이를 외교 용어, 특히 협상 전술의 한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협상하는 데 있어서 단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순차적으로 목표를 성취해나가는 전술 방법이다. 말 그래도 살라미 소지지를 조금씩 썰어 먹듯이 협상 과정도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조금씩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술 방식은 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외교 태도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방식인데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조금씩 풀어 놓으며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전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공부 방법에서는 '살라미 전술'의 방식이 유용하다. 1시간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해서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령대마다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라고 한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집중한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집중력을 높여가면서 공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길어도 1시간, 짧아도 30~40분 내로 공부하고 20분동안 쉰다. 하룻동안 암기해야 할 분량이 있다면 한 챕터당 40분씩 공부한다. 만약에 하나의 챕터에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다면 시간의 양을 늘려야겠지만 왠만하면 1시간 이상은 안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짧은 내용은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서 공부하는 것이 내가 선호하고 있는 공부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을 통해 암기한 내용은 반복한다. 조금씩,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게끔 공부함으로써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장시간동안 공부하는 시절보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공부하기가 수월하고 최근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사람이 이러한 방식이 모두 적용되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공부 과정이 공부하는 과목 특성상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공무원 고시 공부 할 때 이러한 방법이 먹혀 들지는 스스로 의문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만의 공부 방식까지 설명했던 이유에는 자신에게 적합한 나만의 공부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방법을 따라하다간 더욱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다.

  

 

 

 

 깊이 있으면서도 폭 넓게 공부를 하라


대학의 영어인 University의 어원이 '다양한 학자들의 집합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과 같이 대학은 본질상 매우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다양한 가치와 사고 체계를 가진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이들 간의 자유로운 학문적인 교류와 연구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전수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은 '자유로운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스템과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

많은 대학들이 선택과 집중을 발전전략으로 부각시키고 있지만, 지방대학과 같이 인적, 물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 교육과 관련된 시설 및 학문 분야에 고르게 투자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특히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은 다양한 학문분야 간의 자유로운 경쟁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상적이며, 소수의 사람에 의해 폭넓은 의견 수렴도 없이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특정분야에 집중하되 대학의 학문적 다양성의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학문과 연구도 유행의 바람을 타서 특정분야 및 이슈가 단기간에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이를 해결할 능력은 학문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 집단에게 있다. 대학의 미래는 이러한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달려 있다.

대학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은 학문적 편협성에 빠질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공할 학문 분야를 미리 정해놓고 이에 관련된 분야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미래를 일찍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식의 습득을 특정분야에 편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지만 자신의 미래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래에 필요할 것 같은 지식만을 예측하여 습득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앞으로 학문의 추세는 점점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방향으로 간다. 재미있게도 경영학과나 행정학과 교수님들은 똑같이 학문의 '융합'을 강조했다. 용어는 다르지만 요즘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의 의미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통섭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식융합의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다.   

 

오늘 오전에 경영학 수업 첫 시간에 모 교수님의 재미난 일화를 소개하셨다.

 

유명한 모 기업의 직원과 친분이 있어서 한 번은 대학생들의 취업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모 기업 직원에 의하면 수도권 대학생들과 지방권 대학생들의 수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점 때문에 아무래도 지방권 대학생들이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수준의 차이는 면접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면접에서 수도권 대학생과 지방권 대학생 두 명에게 공통적으로 '개구리'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되면 이에 대한 대답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지방권 대학생은 면접관의 질문에 '개구리는 양서류이며..' 식으로 시작해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알만한 상투적인 내용들만 대답했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생들의 대답은 달랐다. '개구리'라는 질문에 대해서 과학적인 관점으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사회과학적인 관점이든지 간에 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두 대학생들의 면접 대답을 비추어 본다면 면접관이 선호하는 학생은 당연히 수도권 학생일 수 밖에 없다.

 

 

 

 

 

 

 

 

 

 

 

 

 

 

 

 

 

 

결국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편협적인 학문 태도에 갇힌 모습은 비단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학문 간의 융합과 교류가 필요하는 학계에서도 예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지금도 이과와 문과 간의 장벽은 여전히 굳건하다.

 

영국의 시인이자 과학자였던 C.P. 스노우는 인문과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괴리와 상호 몰이해, 의사소통의 단절을 '두 문화'라고 규정함으로써 현대 서구문명의 중대한 장애물이자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강연에서 스노우는 인문과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에게 아인슈타인의 E=mc2를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스노우의 질문에 알고 있다고 손을 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스노우는 인문과학 전공자들이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모른다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탄식했다.

 

이러한 스노우의 우려 섞인 탄식은 결국 우리나라 사회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는 학문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이과'와 '문과'로 구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구분은 실체가 있는 본질적인 구분이 아니라 지극히 임의적인 구분이다. 문과와 이과 사이의 장벽은 각각에 속하는 분야들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머릿속에 관념상으로 존재하거나 사회 속에 제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과와 이과 사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뚜렷한 차이라는 것은 양쪽 분야들의 내용과 성격에 실재하는 것이기보다는 이런 관념적, 제도적 장벽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일본의 유명한 '지(知)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러한 허상의 장벽을 만들어 낸 일본의 공부 환경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와 현대적인 교양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문부성의 교육 정책에 의해서 정해진 틀과 방향이 결정되는 일본의 고등교육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교양교육의 붕괴라는 문제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도쿄대 학부생들을 똑같은 '찻잔'으로 생산되는 것과 똑같다고 비유했다.

 

교양은 세분화돼가는 학문을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눈을 갖는 일. 대학은 교양인을 키우는 게 첫번째 사명이지만 요즘 대학교는 교양 있는 지식인 대신 법률가, 회계사, 행정가, 경영인 같은 스페셜리스트를 만드는 데 골몰해있다.

 

큰 그릇의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지닌 학생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균형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고의 다양성과 보다 넓은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이다. 낮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가 기술을 모르는 단순 교양인이라면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는 전문분야의 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되 사회전체를 보는 안목을 갖춘 교양인이다. 그리고 이런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높은 수준의 교양교육이다.

이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특별한 공부비법이 있다기 보다는 위에서 열거한 가장 기본적인 세가지 요소인 열정, 인내, 집중 그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공부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중요한 진리를 몸소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공부 방법이 스펙을 쌓는 데 유리하거나 좋은 성적의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나를 둘러싼 주변의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터득할 수 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논어』 첫 장에 등장하는 '학이편'의 유명한 구절처럼 사람들이 공부하는 데 있어서 괴로움보다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면서 생기게 되는 기쁨을 누려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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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0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이 말씀 참 좋습니다.
어느 대학 신입생이 자기네 학교는 서양미술사를 필수교양으로 들어야 한다고 불만이 많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이야~ 니네대학교 짱인데?? 나는야 서양음악, 미술사를 찾아다니면서 들었다야~
좀 좋으니~ 그런 걸 필수로해주고??'
했더니 죽을 맛이라더군요..

페이퍼를 읽으니 대학시절이 떠오르는군요..
어느 학기에는 평소 관심두던 서양철학을 교양으로 선택하고 강의실에 들어가보니...
아 글쎄 Aristotle!! 헉~
500쪽짜리 원서를 턱~ 하고 던져주시더니 하시는 말씀,
'꽈대표~ 복사해서 한 부씩 돌리도록~' 이거 완전 전공철학이었던 것입죠.
그때만해도 국내에 들어온 교재가 아니었던 고로...복사해서 돌렸습니다.

나중에 교수님과 우연히 마주쳤는데 하시는 말씀...
'자네 참 배짱 좋으네~ 영문과가 전공 철학 듣는다고 설쳐대는 꼴은 첨이야~
내 기특해서 이번 학기 학점으로 자네를 실망시키지는 않겠네, 다음 학기에는 오지 말게나'
하시는 거 있죠.. 참 고마우신 교수님 ㅠ.ㅠ

저는 관심 분야라 듣고 싶었던 것인데 이것이 녹록하지가 않더라는 말씀...
여하튼, 학구열 하나로 학점을 버텨내기란 취업의 관문이
학생들을 너무 괴롭게 한다는 현실...

그러나 대학은 인생의 황금기...이 때 안목을 터득하는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아까운 시간들입니다..

대학 공부의 적극적고 좋은 태도를 일깨워주는
당신의 페이퍼는 참 짱입니다~

cyrus 2012-03-09 12:15   좋아요 0 | URL
랑공님도 공부를 제대로 하셨네요. 역시 요즘 대학 강의실 풍경이랑 너무 다르네요, 어느 경영학과 교수님 말씀으로는 자신이 경영학과
학부생 시절에는 강의 내내 세미나 형식으로 했대요. 그래서 세미나에
제대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직접 자료를 찾아 공부를 했대요.
그래서 자신도 학생들에게 세미나 형식의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취업 준비로 인해 힘들까봐 안 한대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09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과 분야도 재밌는 게 많은데...스노우의 저 일화는 유명하지요.저는 청소년용으로 나온 과학서적도 꽤 갖고 있어요.얼마전에는 과학학습만화로 물리학시리즈가 있어서 구입했어요.동물이나 기후 지질 쪽도 재밌는데 문과 출신들은 영 관심이 없어요.

cyrus 2012-03-14 17:08   좋아요 1 | URL
저도 초등학생 때 읽은 과학학습만화 시리즈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만화라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쉽고 재미있는 책이 없을거에요.
가끔 모르는 내용을 공부할 때 과학학습만화를 다시 읽어보기도 해요 ^^
 
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한창우 감수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세상을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에 서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

 

지난 해, 세계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게 된 소식이 있었다. 현대물리학의 절대 진리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천재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실험실의 기계'를 앞세운 학자들에게 도전받는 형국이다. 만약에 특수 상대성 이론의 오류가 사실이라면 20세기 이후 생성된 대부분의 물리학 이론과 가설은 정도에 상관없이 원초적으로 오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과학자들은 '소립자인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는 측정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빛보다 빠른 물질이 없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이 틀렸다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옳다고 전제한 뒤 쓰여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발표에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예외적으로 반응이 시큰둥했던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이과 학생들을 제외하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를 제대로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고 그런 과학 원리가 먹고 살기가 바쁜 실생활에서는 많이 동떨어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왜 전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물리학계의 판도를 뒤집을만한 위대한 발견인 것만은 아니다. 만약에 빛보다 빠른 물질이 실재할 경우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타임머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비견할 정도로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이 될뻔한 이 연구 결과는 실험 오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졌다. 맥이 풀리게도 관측장치의 전선을 잘못 연결하는 바람에 생긴 잘못된 결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과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물질에 대해서 검증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절대적인 이론이 흔들릴뻔한 위기를 겪은 과학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타임머신의 등장을 바라왔던 대중들에게는 잠깐이나마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 해프닝으로만 남게 되었다.  

 

 

 

 E=mc2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E=mc2, E(에너지)는 m(질량)에 c(속도)를 2제곱한 값과 같다. 상대성원리의 정확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기호상으로 말할 수 있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를 바꾼 이 유명하고도 간단한 공식이 갑자기 하늘에서 아인슈타인의 두뇌 속으로 내려온 것은 아니다. 이 간단한 공식 속에는 뉴턴, 라부아지에, 패러데이 등이 통찰한 과학적 발견의 역사와 원자폭탄, 원자력 발전, 각종 첨단기기의 발전 등 이 공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역사적 파장이 함축돼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고 들어보는 '에너지'라는 단어는 20세기 초, 그러니깐 현대에 들어서면 등장한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에너지는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하나하나씩 탐구, 증명되어 오기 시작했다. 에너지라는 단어의 개념이 탄생하는 데는 마이클 페러데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페러데이는 전기와 자기 그리고 구리선이 움직이는 힘을 가역적인 양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밝혀 포괄적인 에너지라는 개념이 정립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화약이 폭발하게 되는 화학 에너지나 추위에 양손을 문지르면 발생하는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따뜻함도 에너지 개념으로 정리됨을 알게 되었고 에너지가 변화 될 뿐 보존된다는 에너지 보존법칙 측 에너지의 합이 불변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었다.

 

질량(m)의 대한 개념은 아이작 뉴턴의 법칙이 영향을 미쳐 개념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프린키피아』에서 제시한 법칙은 운동의 법칙이 지구상에서뿐 아니라 보이는 모든 행성에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되므로 필연적으로 전 우주적인 물질에 동일한 무엇이 존재해야했다. 그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은 물체가 힘을 통해 운동량을 교환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훗날 특수상대성이론에 적용될 수 있었다. 모든 물질이 같은 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고 모든 물질의 연관성이 있어야했는데 이러한 작업에 공헌한 사람이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였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결합하거나 압축을 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 변화를 가하더라도 질량의 총량은 불변하다고 주장했다.

 

'빛의 속도'(c)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측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시대상으로는 빛의 측정을 할 수 있는 실험 환경을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 후 과학자들은 빛의 속력이 무한할 것이라는 심증을 가지게 되었다. 몇 십 년이 지난 후 빛의 속도는 덴마크의 뢰머에 의해 계산되었다. 그는 목성 측정을 통해 빛의 속도가 유한하며 300000km/s임을 계산해냈다. 놀랍게도 뢰머의 측정은 현재 측정할 수 있는 빛의 속도와 근사한 수치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리고 빛의 속도 측정이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중요한 상수로 에너지와 질량을 연결하는 환산인자가 되었다. 앞에서 쭉 설명하는 내용을 비추어 본다면 아인슈타인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의 모든 성채들을 결합시켜 과학사의 위대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다.  

 

하지만 E=mc2 공식이 발표되었을 때 처음에는 거의 무시를 당했다.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아인슈타인의 통합은 당시의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 방향과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인슈타인은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하지 못했던 고전물리학을 대표하는 뉴턴의 어깨 위에 올라 간 것이다. 그것도 아마추어에 가까울 정도로 과학을 전공했고 스위스 특허국 직원이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물체를 다루는 전자기학에서는 뉴턴의 고전역학과 패러데이의 법칙이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전자기학에 내재하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빛의 속도 불변의 원리'를 바탕으로 등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측자들에게 전자기 법칙이 불변으로 유지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고속으로 가속되면 질량이 증가한다. E=mc2이 말하는 것은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하면 에너지 값이 된다. 따라서 두 물리량은 언제든지 상호 변환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 하거나 수소가 핵융합 한 후 질량은 반응 전의 질량에 비해 적다. 이러한 공식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나의 공식 속에 숨겨진 강력한 세상의 힘

 

E=mc2는 간결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불과 몇 개의 기호로 이뤄진 수식이지만 그것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에너지로부터 작용되는 현상부터 까마득히 멀고 광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에너지 변환을 설명하는 방대한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 원자폭탄은 이 공식이 적용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낸 지극히 현실적인 수식이다.

 

스티븐 호킹은 무(無)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E=mc2는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색(色)과 모든 존재의 근원자리인 공(空)은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질량은 에너지로 바뀔 수 있으며, 이 에너지는 허공(空)에 퍼져 있게 되니 말이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과 자연, 우주에 대한 인식의 확대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물질과 에너지로 구성된 것이 우주이다. 자연과 우주는 신비의 영역이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그 베일이 벗겨져 왔다.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 그리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꾸준히 축적되어 온 것이 오늘의 과학문명이다. 알고 보면 과학이란 학문은 우주와 삼라만상의 법칙을 파헤치는 커다란 정신의 활동이기도 하다.

 

1세기의 과학기술은 인류 문명과 삶에 또 다른 기적 같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비록 실험 오류에 의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오랫동안 절대적인 원리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뒤흔들 새로운 원리들이 발견하는 날이 오는 것도 곧 멀지 않은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위대한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과학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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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3-0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은 시루스님 따라읽기 좀 해야겠어요. 맘먹어도 잘 안되고요, 막상 책을 펼쳐도 잘 모르겠어요. 이건 또 뭡니까!!! -_-;; 자꾸 한걸음 두걸음 시루스님과 멀어지는 이 느낌은;;

cyrus 2012-03-08 15:34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은 재미있는데(^^;;) 제가 리뷰를 좀 어렵게 쓴거 같군요.
사실 과학도서 리뷰가 제일 쓰기 어려운거 같아요. 쓰다보니
과학 법칙들만 기록한 내용만 남게 되었네요 ^^;;

반딧불이 2012-03-0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재미있지요? 내용도 형식도. 우주의 원리를 하나의 수식으로 나타내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참 지나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cyrus 2012-03-08 15:3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처음 책 제목 보고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책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과학사의 뒷이야기도 재미있었고요 ^^

차트랑 2012-03-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과학의 세상이여...
스티븐 호킹의 말은 무극과 태극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어보입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 또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니..
글을 읽으니 과학은 분명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심증이 이는군요^^
멋진 페이퍼입니다~

cyrus 2012-03-08 15:3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쓰다보니 과학 법칙만 설명하는 글이 되고 말았는데요.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 내용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과학이
세상을 돌아가는 데 있어서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헌책방 가보시면 소련이나 동구 쪽에서 교과서로 쓰던 변증법적 유물론 번역본을 구입해 보세요.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을 변증법에서 어떻게 접근하는지도 나와 있어요.

cyrus 2012-03-14 17:07   좋아요 0 | URL
간혹 헌책방 가면 변증법이라는 제목이 달린 책을 발견하곤 해요.
다음에 들리게 되면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