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누이들
빌럼 얀 페를린던 지음, 김산하 옮김 / 만복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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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형제’라는 이름의 먼지에 묻힌 반 고흐의 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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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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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민음북클럽 독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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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명문대를 나오고,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 죽어라 공부한다는 건 무척 팍팍한 일이다. 그렇게 공부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치열하게 공부했던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겠다.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입사를 위한 공부는 나의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공부하는 삶은 허하고 질 없다. 공허하고 부질없는 공부는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학벌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부에 매몰된 사람들은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기회를 여러 번 놓친다. 이러면 본인의 흥미와 관심에 전혀 관련 없는 분야를 공부하게 된다. 내가 중심이 되지 못한 공부는 나 자신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할뿐더러 치열하게 공부하다 지친 나를 위로해주지도 못한다. 곽아람 기자의 수필 공부의 위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공부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저자가 생각하는 공부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저자는 무엇을 더 많이 아는 사람으로 변화하지 않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공부의 위로는 대학생 시절 저자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늘날 대학교는 취업을 위한 통과 의례로 취급받는다. 그렇지만 20대의 저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수강한 교양 과목 수업을 통해 읽고 쓰고 생각하는 훈련을 배운다. 1학년 미술사 수업은 저자에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획기적인 창문을 알려주었다. 2학년 영미 단편소설 강독은 공부가 무조건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단편소설을 해석하면서 나름의 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계속 생각하는 훈련을 한다. 4학년 2학기 19세기 미국소설 수업에서 저자는 시대가 변해도 절대로 바뀌지 않을 공부의 본질을 깨닫는다. 나 자신을 위한 공부는 꾸준하면서 성실하게 책을 읽는 일이다.

 

누군가는 먹고사는 데 필요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난 후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문과를 졸업하면 취업에 불리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현실에서 인문학은 찬밥 신세다. 그래도 나를 위한 공부는 젊을수록 빨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20대는 본인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열정이 가득한 인생의 시기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새로운 자아로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나이대다. 코미디언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고 말했지만, 공부는 예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무언가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공부의 위로는 다시 공부하려는 의지의 불씨를 일으키는, 모든 사람을 위한 부싯돌이다. 이 부싯돌이 진짜 나를 알아가면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단단한 마음에 제대로 부딪히기를 바란다.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79




 

 이 그림은 소식의 시 해당(海棠)의 마지막 구절 只恐夜深花睡去 故燒高燭照紅[주1]”(밤이 깊어 꽃이 잠들어 져버릴까 두려워 촛불 높이 밝혀 붉은 모습 비추네.)에서 화제(畫題)를 가져왔다 알려졌는데, 이백(李白)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국내판 중국 회화사의 번역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헷갈린) 젊은 캐힐은 이렇게 썼다.

 

 

[주1] 저자가 아마도 해당의 마지막 글자를 헷갈린 것 같다. 이 아니라 이다. 두 한자 모두 훈과 음이 같은 단장할 장이다.


[수정: 202341]

(단장할 장)(단장할 장)의 이체자. 따라서 책에 인용된 해당의 마지막 글자는 오자가 아니다.

 





* 161





할로윈 → 핼러윈







* 184~185


 혹여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History of Art라는 책도 존재한다.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미술사학자 H. W. 잰슨의 책으로 곰브리치의 책보다 몇 배나 두껍고 무겁다. 내 경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마존 직구를 감행한 책이 그 책이었다.

 친구들이 사는 걸 보니 사야만 할 것 같았고, 보티첼리(Botticelli)이 그려진 하드커버 책[주2]을 끙끙대며 품에 안고 캠퍼스를 지나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나 미술사 하는 여자야.”라는 티를 팍팍 낼 수 있으니까.

 


[주2] H. W. 잰슨(Horst Woldemar Janson)History of Art1962년에 나온 이후로 현재 8판까지 출간되었다. History of Art는 여러 차례 증쇄되고 개정되면서 책 표지도 달라졌다. 구글에 ‘History of Art’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다양한 책 표지가 나온다. 표지 그림의 출처를 알아봤지만, 판본이 생각보다 많아서 출판연도 순서별로 정리하기 어려웠다. 정확하지 않지만, History of Art표지로 사용된 그림 출처는 다음과 같다.

 


2: 고대 이집트 파라오 네페르티티 흉상

3: 사모트라케의 니케

4: 페르메이르의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부분)

5: 작가명, 작품명 확인 불가(16세기 정물화로 추정)

6: 작가명, 작품명 확인 불가

7: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부분)


그 밖의 판본: 라파엘로의 갈라테이아,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보티첼리의 시모네타 베스푸치의 초상,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페르세포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

 


저자는 아마존으로 양장본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책 표지를 확인하면서 보티첼리의 이 그려진 History of Art는 본 적이 없다. 보티첼리의 이 그려진 서양미술사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History of Art1985년에 서양미술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때 나온 표지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에 표현된 아담과 신의 손가락이 맞닿는 장면을 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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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09 11: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가는 사람 ㅠㅠ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ㅎㅎ 보티첼리의 봄이 그러진 미술사의 정체 저도 궁금해지네요 ~

cyrus 2022-04-10 08:55   좋아요 2 | URL
모르는 게 많을수록 책에 눈길을 많이 주게 돼요. 시험을 안 쳐도 되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2-04-09 13: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시절 전공이 저하고 맞지 않아 재미가 없었는데~~
전공말고 교양과목으로 들은 여러 학문에 대한 기초적인 것들이 무척 좋았어요.
그런것들이 지금까지 책을 좋아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전공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일까요?
먹고 사는데는 지금도 허덕입니다 ㅎㅎ

cyrus 2022-04-10 08:56   좋아요 4 | URL
저의 대학 시절을 되돌아보면 전공과목보다 교양과목 강의가 더 재미있었고, 학점을 잘 받았어요.. ㅎㅎㅎ

blanca 2022-04-09 1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cyrus님의 예리한 눈썰미! 한자를 한참 들여다봤네요. 저는 대학 이후로 한자와 담을 쌓아서인지 한자를 거의 다 잊어버렸더라고요. 진짜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군요!

cyrus 2022-04-10 09:00   좋아요 3 | URL
저도 한자 공부를 안 한 지 오래됐어요. 한자 자격증 2급 공부를 한창 했을 땐 일상에 많이 쓰는 한자어를 쓰고 읽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자 공부를 오랫동안 안 하니까 한자를 읽고 쓰는 것을 잊어버렸어요. 모르는 한자가 있으면 네이버 한자 사전을 이용합니다. ^^

미미 2022-04-09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때 공부보다 요즘 제가 스스로 찾아하는 공부가 훨 재밌고 만족스러워요.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간다‘는게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책 제목을 참 잘 지은것 같네요. *^^*

cyrus 2022-04-10 09:01   좋아요 2 | URL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푹 빠진 저의 대학생 시절이 떠올렸어요. 그땐 정말 세상 걱정 없이 책 읽고 글을 썼어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얄라알라 2022-04-09 15: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자까지 ˝한 자 한 자˝. 저도 대학 입학위한 한자 공부 이후 빠이했더니 올려주신 문장 지적해주셨어도 가물가물. 부싯돌 축언 감사드립니다. 한자1800제.고등학교때.쓰던.책.아직 있는데.부싯부싯 꺼내서 다시~

cyrus 2022-04-10 09:03   좋아요 3 | URL
한자 공부를 다시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종종 한문이 섞인 오래된 책을 읽을 때가 있는데, 예전에 배운 한문을 다 잊어버려서 안 읽고 그냥 넘어간 경우가 많았거든요. ^^;;

그레이스 2022-04-10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넘 멋있어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부싯돌!

cyrus 2022-04-10 09:04   좋아요 4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쓰는 것 다음으로 어려운 게 제목 정하는 일이에요. 제목이 마음에 안 들면 만족할 때까지 여러 번 수정합니다. ^^;;

그레이스 2022-04-10 10:05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도 제목 붙이는게 어려워요^^

새파랑 2022-05-07 0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북클럽 독자가 아니신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휴일보내세요 ^^

이하라 2022-05-07 0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너무 축하드립니다.
기쁘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thkang1001 2022-05-07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서니데이 2022-05-07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강나루 2022-05-0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택이 2023-01-30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粧와 妝은 글자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글자로 알고 있습니다. 粧은 妝의 이체자 중 하나로요.

*네이버 사전 참고

妝의 이체자

妆간체자 / 妆속자 / 粧속자 / 娤동자/ 䊋동자 / 糚동자 / 𤖩와자

cyrus 2023-04-01 15:24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택이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 글을 쓸 당시에 저도 네이버 한자 사전을 참고했는데 본 자와 이체자를 확인하지 못했어요. 잘못 쓴 내용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색은 대체로 불길한 느낌을 만들어주는 색이다. 밝은 분위기와 정반대로 칙칙하다. 그렇지만 몇몇 화가는 검은색이 최고의 색이라면서 추켜세웠다. 르누아르(Renoir)는 화려한 색채로 행복한 일상과 젊은 여성을 주로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검은색을 잘 안 쓸 것 같은 그가 검은색을 색의 여왕이라고 했다. ‘무색(無色)’이라 하면 투명한 흰색을 떠올린다. 하지만 르누아르 이전에 활동한 화가들은 검은색을 무색으로 여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보기에 검은색은 빛이 없는 상태일 뿐이다. 그걸 색이라고 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검은색을 무시한 화가들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검은색은 색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미술문화, 2021)

 

 


검은색에 대한 인식은 문화에 따라 다르다. 또 시대가 변할수록 검은색의 상징도 달라졌다. 해시태그 아트북(hashtag art book)’ 시리즈 첫 번째 책인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는 검은색은 그저 어둡기만 한 단색이라는 편견을 깨뜨린다. 검은색이 권력과 우아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검은색을 썼다. 검정은 고대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검은색이 품어온 다양한 시각적 해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프리즘(prism)이다. 우리는 예술적 프리즘에서 나온 검은색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미국의 화가 제임스 휘슬러(James Whistler)는 그림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검은색도 마찬가지다. 검은색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런데 이 예술적 프리즘에 흠집이 있다. 그 흠집이란 오역과 오류다. 먼저 오역부터 언급해본다

 


 휘슬러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자유분방하게 살았다. 어머니가 미국에서 발발한 시민전쟁을 피해 그의 집에 왔을 때, 그는 매우 긴장했다고 한다. (38)

 

시민전쟁은 남북전쟁(Civil War)’의 오역이다.

 

80쪽 왼쪽 부분에 상징주의’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한 글이 있다. 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상징주의는 1876에밀 졸라가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을 상징주의자의 작품이라고 명명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상적이고 염세적인 미학을 추구했던 상징주의 작가들은 몽상과 심령, 잠재의식에 심취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구스타프 클림트, 오딜롱 르동, 귀스타브 모로, 페르낭 크노프, 제임스 앙소르, 스테판 말라르메,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 등이 있다. (80)



에밀 졸라(Emile Zola)는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인간의 삶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있는 그대로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에밀 졸라 실험소설 외(책세상, 2007)




졸라의 논문 실험소설은 자연주의 문학의 등장을 알린 알린 선언문이다. 이 책에서 졸라는 자연주의 작가라면 상상력이 아닌 현실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랬던 그가 공상을 중시한 상징주의를 인정한 작가라고? 졸라가 이 내용을 보면 졸라 어리둥절하겠는데. 본인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으니까.



















* 조이스 카를 위스망스 거꾸로(문학과지성사, 2007)


 


상징주의라는 명칭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 모레아스(Jean Moréas). 그는 1886년에 상징주의 선언(Le Symbolisme)을 발표하면서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이론적 지도자가 된다.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를 상징주의자로 평가한 사람은 조이스 카를 위스망스(Joris-Karl Huysmans). 재미있는 사실은 상징주의자 위스망스가 문단에 등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자연주의자 에밀 졸라다. 위스망스는 모로의 작품들을 상당히 좋아했다. 위스망스의 대표작 거꾸로의 주인공 데 제셍트(Des Esseintes)는 고독한 탐미주의자다. 그는 모로의 그림 두 점을 사들인 다음, 매일 밤 모로의 그림을 보면서 몽상에 잠긴다.







* [절판]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상징주의 미술(열화당, 1987)

 

 


국내에 상징주의 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미술평론가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Edward Lucie-Smith)상징주의 미술이 전부다. 스미스는 이 책에서 상징주의 문학을 졸라와 같은 소설가로 대표되는 고압적인 자연주의에 대한 항거(58)’라고 평가한다. 상징주의 미술1987년에 나온 책이라 절판되었고,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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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03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 책 예전에 미니님 리뷰로 봤었는데 또 보니 반갑네요~! 검정색이 불길한건 까마귀 때문일까요? 😅 검은색이 부재 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니 예술은 신비한거 같아요~~!

전 그래도 옷 살때는 검정색을 즐겨삽니다 ㅋ

cyrus 2022-04-09 10:57   좋아요 2 | URL
저 같은 패션 테러리스트는 검은색 옷을 선호해요.. ㅎㅎㅎㅎ 검은색 옷만 있으면 다른 색깔의 옷을 고를 필요가 없거든요.. ^^;;

Angela 2022-04-04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검은색 수트 시크해요~ㅎ

cyrus 2022-04-09 10:57   좋아요 1 | URL
검은색 정장에 잘 어울리는 남자를 보면 부럽습니다.. ㅜㅜ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
미셸 우엘벡 지음, 이채영 옮김 / 필로소픽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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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젊은 니체(Nietzsche)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난다. 그 책은 바로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책을 손에 쥔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한다. 하지만 니체가 고전 문헌학자에서 철학자로 변신할수록 쇼펜하우어에 향한 애정이 식어간다. 결국 니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를 망치로 내려친다. 1874년에 쓴 글에서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천재라고 표현하지만, 후기 저작 우상의 황혼(1888)에서 삶에의 의지를 제거하려 한 악의에 찬 천재[]라고 비꼰다.


청년 니체의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게 만든 쇼펜하우어의 책은 오랜 시간이 흘러 문학 애호가인 프랑스 청년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위대한 작가들의 걸작을 섭렵한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은 갑자기 균형 잃은 마음을 잡기 위해 헌책방을 전전한다. 2주 동안 헤맨 끝에 그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드디어 만난다쇼펜하우어 철학을 접한 우엘벡은 과거에 만난 니체 철학과 결별한다십여 년 후에 우엘벡은 실증주의자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라는 새로운 철학 친구를 만난다. 실증주의로 완전히 기울인 우엘벡은 쇼펜하우어와의 지적 동행을 마무리한다.


우엘벡의 에세이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쇼펜하우어를 만나면서 시작된 지적 동행 기록이다국내에 소개된 우엘벡의 에세이는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공포소설 작가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삶을 분석한 러브크래프트: 세상에 맞서, 삶에 맞서가 작년에 번역 출간되었다(원서는 1991년에 발표되었다).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러브크래프트: 세상에 맞서, 삶에 맞서모두 같은 번역자의 손을 거쳤고, 출판사도 같다.


우엘벡은 지독한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 그는 말할 수 없는 것들’, 즉 인간이 살면서 겪는 다양한 고통과 언젠가 마주해야 할 죽음을 말한 쇼펜하우어의 정직함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다우엘벡은 쇼펜하우어를 처음 만나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대지 위에서 살아가는 부담이 덜어진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니체는 삶에의 의지를 제거하려 한 쇼펜하우어를 비판하지만, 역으로 우엘벡은 쇼펜하우어야말로 의지의 철학자라고 주장한다. 우엘벡이 생각하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고통스럽고 역겨운 대지를 한 발씩 밟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자양분이다.


쇼펜하우어는 온갖 고통으로 얼룩진 대지를 불행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세계로 본다. 이어서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죽으면 ()존재가 된다. 쇼펜하우어와 일정 간격 거리를 둔 우엘벡은 비존재로 이르는 죽음을 조용히 기다려야만 하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실질적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그렇지만 우엘벡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간 자신의 연약한 마음을 지탱해준 옛 철학 친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젊은 문학 애호가 우엘벡은 쇼펜하우어를 만난 후부터 소설가로 성장한다. 그의 소설들 속에 옛 철학 친구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는 미셸 우엘벡의 소설을 처음 마주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쇼펜하우어는 총체로서의 생의 가치를 허무주의적으로 폄하하기 위해 정반대의 것들, 삶에의 의지의 위대한 자기 긍정이나 삶의 풍요로운 형식들을 제거하려 한 악의에 찬 천재이기 때문이다.” (우상의 황혼, 박찬국 옮김, 아카넷, 123)







※ 정오표



* 12 [역주]







출판연도 오류러브크래프트세상에 맞서삶에 맞서는 2021에 출간되었다. 번역자와 출판사 관계자가 자신들이 만든 책이 나온 연도를 착각하면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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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19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셸 우엘벡이 이런 책도
썼나 보네요.

예전에 받은 <복종>도 읽
어야 하는데...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네요.

cyrus 2022-03-21 21:19   좋아요 2 | URL
저는 <투쟁 영역의 확장>과 <소립자>요... ^^;;

미미 2022-03-19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란 책에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조금 읽어봤는데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우엘벡도 늘 궁금했는데 책이 얇으니 도전해볼만 하네요.^^*

cyrus 2022-03-21 21:21   좋아요 2 | URL
대부분 사람은 쇼펜하우어를 세상을 비관하는 염세주의자, 여성을 싫어하는 사람 같은 부정적인 수식어가 달린 철학자로 생각하죠. 저도 그랬어요. 쇼펜하우어의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가지고만 있지 한 번도 펼치지 않았어요. ^^;;

mini74 2022-03-19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헤겔 질투한거랑 여자 싫어했던것만 기억하는 ㅠㅠ 읽어보고 싶습니다 ㅎㅎ

cyrus 2022-03-21 21:28   좋아요 2 | URL
철학 공부하는 지인이 제게 쇼펜하우어와 헤겔과 관련된 일화를 들려줬는데요, 생전 쇼펜하우어의 인지도는 안습이었다고 해요. 헤겔은 정말 인기가 많아서 그의 강의실에 학생들이 엄청 많이 들어왔어요. 정작 쇼펜하우어의 강의는 학생 수가 적어서 폐강되었어요. ^^;;

초란공 2022-03-19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책에 별 4개 주시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 말입니다^^ 실수는 cyrus님을 비켜나갈 수 없음! ㅋ

cyrus 2022-03-21 21:29   좋아요 3 | URL
제가 오탈자나 오류를 잘 찾아냅니다... ㅎㅎㅎ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 무섭고도 매혹적인 21가지 기묘한 이야기
나카노 교코 지음, 황혜연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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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점   ★★   C





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역사는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로 나뉜다. 정사는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다. 야사는 민간에서 전해지는 역사다. 정사는 엄밀한 고증에 충실하여서 건조한 편이다. 반면 야사는 정사에서 다루지 않는 은밀하고도 은폐된 사료에 주목한다. 야사가 정사보다 더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담(奇談)은 야사에 속하지만, 사실보다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풍문에 떠도는 이야기에 호사가들 개개인의 상상력이 덧붙여지면 기담이 된다어디부터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기담은 역사책에 보기 힘들다. 나카노 교코의 서양 기담은 당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역사책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저자는 하멜른(Hameln)의 피리 부는 사나이, 도플갱어(doppelgänger) 전설, 드라큘라(Dracula), 엑소시스트(exorcist), 백악관에 출몰하는 유령 등 미스터리 마니아가 좋아할 만한 21가지 기담을 소개한다.



 세상에는 과학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이 때때로 일어난다. 이를 거짓이나 착각으로 일축하기보다,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에는 무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 마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아닐까. 어렴풋한 진실의 조각이 묻혀 있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신비로운 사건에는 매력이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기담을 부디 한껏 즐기시기를.

 

(에필로그 나카노 교코의 초대장중에서, 175)



저자는 기담을 모아놓은 자신의 책을 독자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고 말한다그래서 에필로그 제목이 나카노 교코의 초대장이다저자의 초대장을 받는 독자들은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기담을 거짓이 아니라고 믿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마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기담을 모으는 것과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진실 한 점 찾기 힘든 기담을 무조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우기면 바람직하지 않다. 기담에 향한 지나친 믿음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나카노 교코의 서양 기담은 독자들에게 선뜻 내놓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책이다. 21가지 기담을 채워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저자의 초대장에 문제가 많다. 여기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저자는 와전된 내용을 검증하지 않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고 있다나는 이 초대장을 찢어버리고 싶다허구에 가까운 기담을 재미로 즐기면 안 되느냐고 생각하는 혹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실이 아닌 이야기가 퇴색되어가는 일말의 진실마저 지워버리면 곤란하다.



 현재 일반에 공개된 고문실에는 철의 처녀(여성 형태의 사람을 집어넣고 쇠못이 박힌 문을 닫아서 죽이는 도구), 가시 의자, 손가락 나사, 달군 인두, 거꾸로 매달아서 가두는 우리 등 무시무시한 고문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41)

 


영국의 칠링엄 성(Chillingham Castle)에 전쟁 포로를 죽이기 위해 만든 고문실이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고문실에 실제로 중세 시대에 사용된 고문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곳에 철의 처녀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도 있다. 아이언 메이든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중세의 형벌을 상징하는 고문 도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세 시대에 아이언 메이든을 고문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아이언 메이든은 실제로 사용된 고문 도구가 아니다18세기 작가들이 쓴 문학 작품에 묘사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길을 지배하는 저승의 여신 헤카테와 여행자의 수호신인 헤르메스에게 십자로를 바쳤으며 길 위에 신성한 돌을 올리고 기도했다. (141)



헤카테(Hekate)마법과 주술의 신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또는 저승으로 향하는 문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하프의 명수 오르페우스는 바쿠스의 무녀들에게 찢겨 죽었다. (147)

 


하프와 비슷하게 생긴 발현악기가 리라(lyra). 그래서 아폴론(Apollon)이나 오르페우스(Orpheus)가 연주하는 악기를 하프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지만, 리라는 구조상 하프와 다르다.



 한 사람의 옷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여자는 갈비뼈가 9개나 부러지고 심장에서 출혈이 다량 발생하였으며 입에서는 혀만 통째로 사라진 참혹한 모습이었다

                                    (165, ‘21화 디아틀로프 사건)

 


디아틀로프 사건195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아홉 명의 탐사대가 전원 사망한 미제 사건이다. 디아틀로프(Dyatlov)는 희생된 탐사대장의 이름이다. 당시 소련 정부는 단순한 조난 사고라고 발표했지만, 사고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조난 사고라고 보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특히 호사가들이 주목한 의문점은 두 명의 희생자가 입은 옷에 검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 혀만 사라진 여성 대원의 시신이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두 명의 희생자는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일을 했으며 그들의 옷에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과하게 높은 수치는 아니었다. 시신의 혀는 금방 부패하기 쉬운 부위다. 사망한 여성 대원의 혀는 예리한 도구로 잘려 나간 것이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썩으면서 사라진 것이다. 나머지 사망자들의 혀 역시 금방 썩어서 없어진 상태였다. 희생자와 관련된 사실과 다른 내용은 사건을 과장되게 보도한 황색언론이 만든 허위 정보다. 문제는 이 잘못된 정보가 필터링되지 않은 채 지금도 인터넷에 공유되고 있다. 저자는 사실인 걸로 착각하고 그대로 썼다. (참고 자료: 이상한 옴니버스 [우랄산맥 미스터리 실종 사건의 진실]) https://blog.naver.com/medeiason/12014114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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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1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이심전심입니다 ~

cyrus 2022-03-19 15:08   좋아요 1 | URL
명화 몇 점이 포함된 불가사의 모음집 같았어요.. ^^;;

감은빛 2022-03-11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건조하고 딱딱한 정사보다는 이런 류의 야사에 훨씬 더 관심이 있고, 그래서 금방 널리 퍼지죠. 인터넷 시대에는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cyrus 2022-03-19 15:14   좋아요 1 | URL
소문과 괴담을 재미로 가볍게 받아들이면 괜찮은데, 이걸 진짜라고 박박 우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아요. 그냥 무시합니다. 소문이 사실로 판명되면 자신의 주장이 옳았다면서 과시할 겁니다. 우연히 얻어걸렸을 뿐인데 말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