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자연사
조나단 실버타운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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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씨앗을 매우 사랑한다. 씨앗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조나단 실버타운 <씨앗의 자연사> pp 7에서 인용) -

 

   

  씨앗 한 개의 기적  

5년 전, 이스라엘의 과학자들은 무려 2000여 년이 된 종려나무 씨앗의 싹을 띄우는데 성공하였다. 이 놀라운 연구 결과는 고대 씨앗으로 싹을 틔운 사례들을 통틀어 역사상 오래된 씨앗의 발아로 기록되었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 최고령인 `므두셀라` 의 이름을 딴 이 씨앗은 기원 후 73년 로마군의 공격을 받은 유대인 9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유명한 마사다 성채의 지하에서 발견되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종려나무 씨앗은 기원전 35년에서 서기 65년의 것으로 추정되었다.  

간혹 해외토픽감으로 고대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데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몇 년 전에는 어느 책에서는 1200년 된 연꽃 씨앗을 소량의 물이 담긴 샬레에 보관해두었더니 싹을 틔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연꽃의 씨앗은 다른 식물의 씨앗보다 수명이 길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심심찮게 수천년 묵은 오래된 연꽃 씨앗의 발아 소식이 학계에서 보고된다. 

이 지구상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씨앗들 중에는 어떤 것은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하고 한 떨기 꽃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불량 씨앗은 쭉정이가 되어 더 이상 크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씨앗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존재,  그래서 시작과 같은 희망찬 단어와 잘 어울린다.  오랫동안 땅 속 깊숙이 잠을 자던 씨앗 한 개가 드디어 땅을 비집고 새파란 새싹 이파리가 나오기 시작한 모습은 생명 탄생의 기적을 연출하기도 한다.   
 

  

  씨앗, 처절한 생존의 역사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남긴 명구처럼 먼지처럼 가볍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씨앗 속에는 식물들의 복잡하고 정교한, 그리고 경이로운 생명의 잠재력이 숨겨져 있다. 

<씨앗의 자연사>의 저자인 조나단 실버타운은 작은 씨앗 속에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힘을 소개하고 있다.  평소에 볼 수 있는 콩에서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로 보잉 747 점보제트기 여섯 대를 합친 것만큼이나 거대한 자이언트 세쿼이아까지 험난한 생태계 속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려는 씨앗들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섹스와 꽃가루받이, 씨앗 퍼트리기 그리고 하나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 스스로 진화를 하는 등 자연선택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씨앗의 생존전략들은 동물들의 번식 과정 못지 않게 처절하기만 하다.  

연꽃과 이스라엘에서 싹을 틔운 종려나무 씨앗처럼 오랜 세월을 견뎌낸 씨앗은 자신의 대사활동을 스스로 중단시킬수 있으며 오랫동안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며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과는 반대로 단명의 운명을 가지는 식물의 씨앗도 있다.  포플러와 버드나무 씨앗은 전파되는 순간 수시간 이내에 심을 흙을 찾지 못하면 썩어버린다.   

이처럼 씨앗이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씨앗이 새싹을 틔울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계절에 따라 변하게 되는 기후, 즉 습도, 온도 그리고 흙 속에 포함되어 있는 영양분 구성 성분에 따라서 자신이 성장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들어맞을 때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식물이 유성생식을 선택한 이유

유성생식은 주로 암수라고 하는 두 가지 성별을 이용해서 다음 세대에 자손을 남기는 방법을 말하며 반대로 무성생식은 암수 개체 필요없이 한 개체가 단독으로 새로운 자손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일부 식물들 중에는 무성생식을 택하는 종(種)도 있지만 동물과 같이 섹스로 생식하여 씨앗과 열매를 생산하기도 한다.   

18세기 중반에 ‘식물의 성’ 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는 했지만 배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난자와 정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은 이어졌다.  배아를 생산하는 역할의 정도에 따라서 난자의 역할을 비중 있게 보고 있는 난자론자와 반대로 정자의 역할을 난자보다 중요하게 보는 정자론자들로 대립되었다.   

완두콩 교배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그레고리 멘델은 수년 동안 조팝나물 교배실험을 통해 식물의 생식을 통한 연구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멘델은 조팝나물이 무수정식물임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계에서 유성생식이 보편적인 이유는 학자들의 호기심을 늘 자극했다.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서 식물의 번식과 유성생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유성생식이 선호되는 유력한 이유는 유익한 유전자들이 서로 합쳐져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이점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매 세대마다 뒤섞임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유전적 다양성이 커지면 한 가지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는 무성생식 번식에 비해 수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가져서,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이 수월하게 된다.  무성생식은 똑같은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지기에 유성생식에 비해 환경 적응에 불리하며 질병에도 취약하다.  

   

 

  씨앗에 숨겨진 자연 형성의 과정  

   


 

르네 마그리트 <천리안> 1936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올 때 자연선택을 통해서 주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아 내려옴으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좋은 형질의 후손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생물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개체와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야말로 생존경쟁인 것이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은 작은 씨앗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중복수정을 통해서 씨앗 한 개 속에 두 개의 배아가 생긴다.  그러나 3, 4억개의 정자들 중에서 단 한 마리가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되듯이 씨앗 속 두 개의 배아 중 하나만 수정될 수 있다.  수정 선택에서 탈락된 배아는 수정에 성공한 배아를 위해서 내배유가 되어 배아가 발육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씨앗의 내부에는 곧 세상 속에 등장할 자연의 세계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여러가지 진화 과정들도 포함되어 있다.  복잡하면서도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씨앗의 종족보존 과정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맛 좋은 열매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씨앗이 만들어낸 초목들은 인간의 호흡 활동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 노자는 ' 씨앗 속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이, 그가 바로 천재일 것이다 ' 라고 말하였다.   

마그리트 속 화가처럼 알을 알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닌 알에서 깨어나게 될 생명, 즉 새의 탄생에 대한 가능성을 인지할 줄 아는 천리안을 가지고 있듯이 노자는 씨앗이 품고 있는 자연의 세계가 실현될 가능성을 눈여겨 볼 수 있는 사람을 천재라고 칭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씨앗 하나가 이루게 될 자연을 탄생하게끔 만드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진화의 과정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의 신비는 풀려지지 않은 이상 자연이 형성되는 과정은 아직 인간에는 여전히 무궁무진하고 예측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이다.   

씨앗 속에 숨겨진 미지의 세계를 100% 이해하지 못한 인간은 노자가 말한 '천재' 의 수준은 아닌거 같다.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조그마한 씨앗 한 개에서 비롯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씨앗의 존재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데 식물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은혜로움마저 모른다.   

인간이 거대한 지구에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씨앗 속의 세계를 볼 줄 아는 '천재' 정도는 되지는 못하더라도 씨앗이 작다고해서 이들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면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은혜로움을 모르는 무지한 '바보' 는 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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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6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구절을 보고, 아 이뻐~ 하고 기분이 사르륵 풀어지려는 찰나,
치열함에 대한 이야기를 홀긋 보고 다시 주저앉습니다. ^^

씨앗은 희망이죠, 실제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끈질긴 진화와 적응을 해왔다 하더라도
희망이라는, 시작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그대로 있는거죠. 그때는 참 이쁜데 말입니다,,,

cyrus 2011-07-07 10:02   좋아요 0 | URL
제가 언급한 부분 이외에도 씨앗이 생존하는 전략과 방식이 다양해요.
그만큼 하나의 세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련과 고통이 수반되는거 같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1881 함께 읽는 교양 9
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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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  깜짝이야! "  

내 동생은 가끔 내 방에 있는 책꽂이를 종종 들러볼 때가 있다. 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학생 때보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동생이지만 본인 말로는 쉬는 날이면 틈틈이 책을 읽는다고 하던데,,,  쉬는 날 집에 오게 되면 하루를 거의 수면과 인터넷 눈팅으로 지내기가 다반사인 동생의 모습은 사회생활에 찌들린 현대인들의 독서수준 실태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다.  (내 동생이 집에서 10분이라도 책을 읽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에는 책꽂이가 내 방에 있는데 8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받은 책들은 따로 꽂아 보관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순정소설을 좋아하는 동생에게는 인문과학 분야의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를 읽을리 만무하지만 어떤 때에는 신간평가단 도서들이 보관하고 있는 곳을 볼 때가 있었다. 아마도 한 권이라도 읽어볼 책이 있을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가보다.   

그동안 8기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들 대부분은 분량이 꽤 상당한 책이 많았는데 8기 마지막 선정도서인 제프 스위머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가 제일 분량이 적은 책이다.  그리고 분량처럼 작은 판형에다가 노란색의 디자인은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읽기에도 편한 책처럼(?) 보이게 만든다.  책제목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딱 좋다.  '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여성 독자들의 감성을 건드리게 하는 순정소설 제목이 연상된다.  

작은 판형, 작은 분량 그리고 순정소설 같은 제목.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동생의 호기심을 증폭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했던 동생은 무심코 작은 노란 책을 펼쳐본 순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어머~~~  깜짝이야!  이 책 뭐야, 이상한 벌레 사진이 있잖아. "   

동생은 이 책이 사랑의 감정을 다룬 작은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고 집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예상했던 것과 다른 책의 내용이라서 한 때 공포의 충격(?)에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동생에게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자, 왜 이런 책을 읽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본의 아니게 신간평가 도서로 공짜로 받은거뿐인데...  동생으로부터 독특한 취향(?)을 가진 오빠로 보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지붕 ' 작은 ' 가족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는 우리가 평생 살아가고 있는 보금자리인 집에서 은밀히 살고 있는 곤충들의 삶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이 낱낱이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있는 '곤충' 을 평소에 자주 보게 되는 나비, 잠자리 등과 같은 친숙한 녀석들이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곤충들은 바로 빈대, 이, 파리, 바퀴벌레, 개미·집먼지 진드기 등 먼지 가득히 쌓인 집안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피부에 누비고 다니면서 인간에게 나쁜 병균을 선사해주는 불편함만 주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불청객이나 다름없는 해충을 ' 가정용 곤충 ' , ' 작은 가족 ' 이라고 친숙하게 표현하고 있다.   

친한 가족마냥 표현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을 현미경으로 근접촬영하기도 하였다. 평소에 곤충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거나 심장이 약한 분들에게 읽기를 권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한 곤충 사진들이 실려 있다.  그동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크기의 곤충들을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지만 몇 몇 곤충들의 모습은 괴수영화에 나오는 형태가 기괴한 괴물이 연상될 정도로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집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등 우리에게 혐오스런 감정을 느끼게해주는 곤충들에 대한 내용은 읽는데 고역이었다.  안 그래도 바퀴벌레 한 마리에도 속으로 쩔쩔매고 기겁하는 성격인데 평소의 크기보다 큰 바퀴벌레의 사진을 보니 살짝 기겁하기도 했다.   

 

 

   가정용 곤충 종결자, 집먼지 진드기  

그리고 이 책 중에서 관심 있게(?) 읽은 내용은 진드기에 관한 것이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진드기는 특정한 곳에 사는 곳마다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모낭진드기는 인간의 속눈썹에서 사는 진드기의 종류인데 우리 인간의 속눈썹에 최대한 25마리(!) 넘게 산다고 한다.  이들은 속눈썹 모낭에 터를 잡고 새로 난 눈썹을 뜯어먹는다. 눈가에 화장품을 바르는 사람에겐 모낭진드기가 더 많이 산다.  하지만 속눈썹에 25마리 사는 모낭진드기보다 더 한 놈이 있으니 그 곤충이 바로 집먼지진드기이다. 침대 한 대에 집먼지진드기가 10만~1000만 마리쯤 산다. 거기에다가 이불, 베개, 우리가 입고 있는 옷에서도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 수만 마리 이상의 집먼지진드기랑 한지붕 아래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피부에서 떨어져나오는 각질을 먹고 사는데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비듬이란다.  그리고 확대된 진드기 사진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실내온도가 21도이면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좋아하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도 가장 좋아하는 온도인 동시에 ... 

책 속에 소개한 곤충들에서 해충 종결자라면 아마도 집먼지 진드기일 것이다. 집먼지 진드기가 온갖 호흡질환와 피부질환의 원인으로 낙인 찍히고 있는만큼 이들을 박멸하기 위한 다양한 약품와 기구들이 나오고 있지만 저자는 집먼지 진드기를 박멸하는게 무척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해충통제회사도 집먼지 진드기를 박멸하기가 어렵다고 인정할 정도이니 작은 진드기가 무섭다.  저자는 해충제 대신에 진드기를 박멸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데 베개 커버를 폴리우레탄으로 씌우고, 60도 이상의 물에서 매주 이불을 세탁하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귀차니즘이 숨겨져 있는 인간들에게는 이런 조건으로 세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말 집먼지 진드기가 혐오스러운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방법에 불과할 뿐이다.  

  

   

  이 책은 해충들을 쫓아낼 수 있는 지침서가 아닙니다

이 책이 우리 눈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해충이라고 불리는 가정용 곤충들의 사생활을 알려준다고해서 이들을 집으로 쫓아낼 수 있는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 하에 책을 읽는다면 도리어 공포 앞에서 연약한 심장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  저자가 알려주는 가정용 곤충들을 박멸하는 방법을 일일이 실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의도로 책을 읽게 된다면 가족으로 여기는 저자에게는 퍽 섭섭하게 느낄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가정용 곤충들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보금자리의 은밀한 구역을 엿볼 수 있는 경이로운 기회라고 생각하자.  굳이 돈을 안 내고도 우리의 눈에 충격과 공포감을 주게 만드는 3D 영상관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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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1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쩐지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신간평가도서로 온 것이군요. 역시나 전 벌레는 워낙 싫어해서...리뷰만 읽어도 대 만족이에요.

성향에 맞지는 않은 책이셨을 텐데 참고 독서하시는 것도 대단하십니다! ^^

cyrus 2011-05-14 15:41   좋아요 0 | URL
리뷰 한 편 쓴다고 이 책 네, 다섯 번은 읽었던거 같아요^^;;
분량은 적어서 참 좋았는데,, 막상 펼치기가 두려운 책이에요ㅎㅎ

루쉰P 2011-05-15 07:56   좋아요 0 | URL
뜨아..대단하심. 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나 많이는 못 읽는데..

겉표지만 봐도 펼치기 두렵다는 생각에 동감입니다. ㅋ

마녀고양이 2011-05-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눈썹이나 옆구리가 가려우면
음... 진드기가 돌아다니나봐 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울 코알라가
옆에서 질색팔색을 합니다... ㅋㅋ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유전적으로 조금은 타고난 듯 해요.
아마 선사 시대 대형 곤충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사마귀 이런 녀석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더라구요.

cyrus 2011-05-14 15: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곤충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은 없지만 스멀스멀 기어가는
녀석을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소름끼치게 되는 그런 느낌이 오더라구요. ^^;;

잘잘라 2011-05-1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기 시작하면 감당 못할것 같아서,
이 책은 정말 무조건 패~쓰!!!! ㅜㅜ
으으.. 그러나.
정말
모르는게 약,일까요?
아는게 힘,일까요?
ㅜㅜ

cyrus 2011-05-14 15:45   좋아요 0 | URL
이런 곤충들의 습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곤충들의 모습까지
알게 된다면 감당 못할겁니다. ^^;;

BRINY 2011-05-1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게 약이다!를 외치며 이 책은 사지 않을랍니다.

cyrus 2011-05-16 12: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BRINY님 ^^

출판사 입장에서는 미안한 말이지만,,^^;; 확대시킨 곤충 사진만 아니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요. 특히 진드니가 바퀴벌레 사진을 보게 되면,,
기겁할거에요ㅎㅎ

감은빛 2011-05-1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상하게 여기저기 가려운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
싫든 좋든 늘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에 대해 좀 더 아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역시 시루스님! 멋진 리뷰입니다!

cyrus 2011-05-16 12: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 읽고 나니깐 갑자기 쓰고 있던 베개와 침구류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더라구요^^;;

pjy 2011-05-1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은 환경은 곤충에게도 좋은 거죠~~ 우리 쫌 같이 살죠ㅋ 그정도는 괜찮아요~ 다만 서로 잘 모르게! 예의있게!!

cyrus 2011-05-17 13:06   좋아요 0 | URL
pjy님은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군요, 저 역시
그런 편이거든요. 저는 진드기 같은 곤충은 싫어하지만 결벽증에 가깝게
너무 청결하려고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 너무 청결함에 매달리면
나쁜 곤충들을 박멸할 수 있겠지만은,, 살아가는데 피곤할거 같아요 ㅎㅎ
 
<대칭>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승산의 대칭 시리즈 4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 / 승산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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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전공자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한 달 전에 ' 대칭 ' 에 대한 탐구의 여정을 그려 낸 이언 스튜어트<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부제: 대칭의 역사)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 한 권의 책 속에는 대칭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연구를 한 유명한 수학자들의 인생 이야기에서부터 대칭 분야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 군론 ' 등 다양한 수학적 이론들이 들어차 있다.  수학 비전공인 나로서는 본문마다 하나씩 등장하는 수학적 공식과 이론들을 과감히 생략해버리고 대칭을 탐구한 수학자들 이야기 위주로 읽었다.  다행히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수학적 이론들, 즉 앞에서 언급한 군론과 같은 경우, 이름만 알뿐이지 전혀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수학자들이 겪은 흥미로운 일화 같은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수학자들의 이야기만은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 된 마커스 드 사토이<대칭> 역시 전자의 독서 방식으로 울며 겨자 먹듯이 읽었다.  학업에 열중하라 개인적인 활동을 위해서 몇 권의 책을 읽어야해서 이 책만큼은 속독하였다. 군론, 몬스터 대칭군 등과 같은 중, 고등학생 때 배우지 않은 전문적인 수학적 이론에 관한 애용을 수학 비 전공자가 천천히 여러 번 읽게 되면 그 중 하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독서를 하기에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할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수학을 독학하는 것도 아니고 틈만 날 때마다 수학 공식 풀이에 열중하였다던 수학자 오일러처럼 수학 문제 풀이나 연구를 좋아하는 취향이 아닌 이상 굳이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수학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풀이를 하는지 그 과정이 중요하지만 수학 관련 교양도서를 읽을 때에는 수학을 심도있게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상 굳이 풀이 과정을 상세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학 교양도서에 나오는 수학적 내용의 가치를 수학 비전공자의 눈으로 낮추어 보려거나 수학 교양도서는 무조건 어렵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다.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중요한 수학적 개념은 공식이나마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수학 비전공자들가 이 책을 읽기에는 만만치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떻게 본다면 이 책은 수학 전공자들이 꼭 읽어봐야하는 책처럼 느껴진다.  이 책 앞에서 소개되고 있는 전문가들의 서평은 이제 막 페이지 한 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있는 수학 비전공자 독자들의 기를 벌써부터 죽이고 있다.  

<대칭>의 저자 마커스 드 사토이 교수는 여행기의 기법을 이용하여, 196,884차원의 몬스터군과 같은 전문 수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이번 봄 학기부터 대수학 수강 학생들에게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권장하려고 한다.  

- 이기석 (한국교원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의 서평 -

 

  

  이언 스튜어트의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와 마커스의 <대칭>

수학 비전공자 독자들이 저런 전문가의 서평을 보게 된다면 다음 페이지를 넘겨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여기서 책을 덮어야 할 것인지 망설여질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이 신간평가단 도서가 아니었다면 책을 펴본지 1분도 안 되어 벌써 책을 덮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읽은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를 읽은 경험이 오히려 이 책을 읽어낼 수 있는 한 줄기의 작은 힘(?)이 되어 주었다.  이번에 나온 마커스 드 사토이의 <대칭>은 저자 자신이 몬스터군을 탐구하는 기나긴 여정을 수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서술적 특징을 제외하고는 이언 스스튜어트의 책의 서술 방식과 유사하게 대칭을 탐구한 수학자들의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수많은 수학적 이론들의 퍼레이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언 스튜어트의 책도 대칭을 주제로 한 내용이니만큼 마커스 드 사토이의 책에도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다.  

3차방정식의 해법을 둘러싼 니콜로 타르탈리아와 카르다노의 대립, 가난에 허덕이다가 생전에 자신의 수학적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채 요절한 닐스 아벨 그리고 혁명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세상의 소용돌이에 쉽게 휩쓸릴 정도로 감정적이었으며 수학적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놓친 끝에 역시 요절하게 된 불운아 갈루아 등 ' 대칭 ' 의 세계를 알아내고자 했던 수학자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들은 마커스 드 사토이의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수학 비전공인 탓에 확실한 정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읽어 본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언 스튜어트의 책을 먼저 읽어본다거나 아니면 마커스 드 사토이의 책과 같이 읽어보면 대칭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칭의 목록화를 꿈꾸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대칭>은 마커스 드 사토이가 천착하고 있는 몬스터 대칭군에 대한 자신의 연구 과정을 순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몬스터 대칭군은 ' 몬스터 ' 라는 괴물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여져 있듯이 196,884차원(!)에서 볼 수 있는, 수학자들 사이에서는 무시무시한 대칭군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몬스터 대칭군에 대한 개념을 상세하게 소개하기에는 서평 작성의 공간이 부족할뿐더러 내용을 소개한다하더라도 서평이 지루함의 황천포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몬스터 대칭군에 대해서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이 책을 읽어보는수 밖에 없다.  몬스터 대칭군이 대학원생에서 전문 수학자들 사이에서 다루어지는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커스 드 사토이의 수학적 일기를 읽어보게 되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그것도 광대한 세상 속에서 숨겨진 대칭들을 목록화하겠다는 그의 담대한 열정은 실로 대단하면서도 존경스럽기도 하다.  일상에서는 제대로 눈여겨 보지 않는 건축물에서부터 바흐의 음악까지 마커스는 대칭을 발견하여 수학적인 접근으로 증명하고 있다.    

마커스는 수학자와 예술가들의 눈과 마음이 대칭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이유가 대칭이야말로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완벽한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어린이들은 빗방울을 그림으로 묘사를 하면 일반적으로 눈물 모양으로 그리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진짜 모양은 완전한 구체다.  구는 3차원에서 가장 대칭에 가까운 형태다. 

특히 마커스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여행 차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에 가게 되는 에피소드는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었다.  마커스는 궁전 내부에 그려진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아라베스크 무늬에서 대칭의 형태를 발견하게 되는데 수십 년 전에 이미 또 다른 사람이 이미 알함브라 궁전에서 대칭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M.C. 에셔의 그림, 

에셔는 알함브라 궁전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철저히 관찰, 연구 끝에  

연속적인 무늬의 변형을 주제로 한 독특한 그림이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의 형태를 표현하기로 유명한 화가 M.C. 에셔였다. 

에셔는 화가가 되기 전인 젊은 시절에 알함브라 궁전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되었는데 무늬의 형식미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오랜 관찰의 노력 끝에 연속적인 무늬의 변형을 주제로 한 독특한 그래픽이 탄생될 수 있었다.  오랜 세월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마커스와 에셔가 알함브라 궁전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아라베스크 무늬의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장면은 인간은 대칭적 대상들에 계속 이끌려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수학자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

마커스의 대칭 목록화 프로젝트는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움베르토 에코는 인간이 목록화에 집착하는 이유가 우주처럼 한계가 없는 세상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표현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그 속성을 이용한다고 하였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에코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그가 찾고자하는 대칭의 세계는 끝없는 반복되는 패턴의 변주로 이어지는 에셔의 그림처럼 무한성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지금 어딘가에 마커스가 찾아내지 못한 대칭의 세계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평생을 바쳐 탐구하게 될 그의 프로젝트는 그가 죽어서도 완수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집요한 탐구가 어리석게 여겨지지 않는다.  마커스에게 대칭의 목록화는 세상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재치있는 명언대로 수학자는 커피를 정리로 바꿀 수 있는 기계, 즉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모든 수학자들이 폴 에어디쉬처럼 괴팍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단 한 줄의 수학 공식이나 어렵기 짝이 없는 이론에 잠과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연구하려는 수학자들의 집요한 탐구욕 때문에 우리는 수학자들을 특이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탐구욕은 단순하게 문제 풀이의 발견이 아닌 어쩌면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무한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P.S> 

사실 고백하자면 이 책을 완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이론에 대한 내용을 무시한 채 속독해버린 탓에 이 책의 서평도 정작 대칭과 관련된 수학적인 내용을 심도있게 다루지 못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이 책에 내용의 오류가 발견되었는데 p 255 에 ' 1940년, 프랑스의 사상가 시몬느 베유의 형제인 반전주의 수학자 앙드레 베유 ,,, '  라고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여기서 언급되는 사상가 시몬느 베유는 노동운동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80년대에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던 여성 사상가 시몬느 베이유를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몬느 베이유는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그래서 형제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이다.  앙드레 베유는 시몬느 베이유의 친동생이므로 문맥상으로는 시몬느 베이유의 친오빠라고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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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
    from 男兒須讀五車書 2011-03-21 09:21 
    수학은 진리와 아름다움에 관한 공부야. 해답을 찾고 그 해답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공부야. - 이언 스튜어트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p 25 - 불광불급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광적으로 덤벼들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불광불급의 열정 없이는 세상에 이룰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 뜨거운 열정을 마음 한 구석에 품으면서 자신감을 갖고 오랜 시간을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한 '대칭'이란 건 자연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에셔의 그림들을 보면 세상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의 이면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서요. 사실 대칭으로 보이지만 전혀 불균형한 것들도 많지 않을까.

전 '수학'은 정말 별루예요..ㅋㅋㅋㅋ
집요한 면이 없고 게을러서 그런 것 같아요.
반면에 수학과 출신인 제 동생은, 자기는 수학에 정말 재능이 없다며 전산쪽으로 전공을 바꾸긴 했지만 정말 집요한 구석이 여전히 있더라구요. 징그런 놈!! ㅎㅎ

cyrus 2011-03-21 23:3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은 수학 공부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거지 수학을 썩 좋아하지는
않아요. ^^;; 제 생각이지만 수학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은근히
끈기 있는 성격을 가진거 같아요.. ㅎㅎ

교고쿠도 2011-03-2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시몬느 베이유...제가 꽤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대칭>은 제게 있어서 일종의 고문입니다. 왜 인문사회팀에서 이런 골치아픈 수학책을!!! ㅜ.ㅜ

cyrus 2011-03-21 23:34   좋아요 0 | URL
간혹 헌책방이나 대학교 도서관에 가면 몇 년 전에 나왔던
시몬느 베이유의 책들이 있던데,,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이 책,, 읽는내내 난감했습니다. ^^;;

blanca 2011-03-2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이 아주 체계적이네요. 게다가 수학관련책을 이 정도면 정말 제대로 잘 읽어내신 것 같은데요. 저는 수학을 정말 싫어했어요. <아름다운 수학>이라는 책을 읽고 멀미 났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수학과 음악이 상통한다는 얘기를 듣고 절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라베스트 무늬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잘 읽고 가용.

cyrus 2011-03-21 23:35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이 읽으신 책의 제목이 아이러니하네요 ^^
이 책에서도 바흐가 작곡할 때 수학, 특히 대칭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언급되는데,, 사실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요^^;;

감은빛 2011-03-2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에 대한 책이라니, 정말 읽기 싫을 것 같아요.
저는 중학교때 이미 수학을 포기했고,
수학 0점도 받아봤어요.

어려운 책에 대해 글을 참 잘 쓰셨어요!
부러운 재주입니다!

cyrus 2011-03-22 10:07   좋아요 0 | URL
사실 이번 선정도서는,, 거의 수학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었어요.
저는 수험생 시절에 수학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20 몇 점 받았어요,, ^^;;

잘잘라 2011-03-2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한번도 수학을 잘하고싶다거나 수학자를 꿈꿔 본 적이 없어요. 수학자의 삶은 어떨까 하는 관심도요. ㅠㅠ

cyrus 2011-03-22 21:15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ㅎㅎ 수학이 살아가는데 정말 유용한건 분명하지만,,
저에게는 친해지기 어려운 과목이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3-2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드레 베이유가 오빠입니다.제가 가진 시몬느 베이유 전기의 화보에 남매 사진이 있어서 알았지요.앙드레는 이미 아홉살 때 어려운 기하학 문제를 술술 풀었다는 천재였다네요.

cyrus 2011-03-22 21:1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몬느 베이유의
동생 역시 누나 못지 않게 남달랐군요 ^^

노이에자이트 2011-03-22 21:45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신지...저는 댓글에 앙드레 베이유가 오빠라고 썼는데요.시몬느가 여동생이구요.

cyrus 2011-03-22 22:04   좋아요 0 | URL
수정했어요,, ^^;; 지금 버스 안이다보니 잘못 수정하고 말았네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 쓰니 눈이 아프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3-22 22:12   좋아요 0 | URL
버스 안에서도 이런 작업을 하다니...역시 요즘은 유비쿼터스 시대입니다.하지만 저는 버스나 기차 안에선 책도 못 읽어요.어질어질해서...버스 안에서는 문자메시지 오는 것도 싫더라구요.

cyrus 2011-03-23 00:21   좋아요 0 | URL
버스를 타게 되면 몹시 흔들려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눈이 더
나쁠거 같아서 글 쓰는 작업 같은 긴 시간이 필요한 일에는
잘 안 쓰는 편입니다. 간단히 댓글 정도는 간간이 남길 수 있는데,,
댓글 한 개 쓰는 것도 조금은 힘드네요,,

그래도 차 안에서 책은 자주 읽습니다. 물론 움직이는 차 안에서
책 읽는 것도 시력을 나쁘게 하는 원인이 되지만요,, ^^;;

카스피 2011-03-2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역시 수학을 싫어해서 리뷰 내용은 선뜻 이해가 잘 가질 않지만 에셔의 그림은 참 신기해 보입니다.

cyrus 2011-03-23 00:22   좋아요 0 | URL
에셔의 그림 한 점 넣기를 잘했네요, ^^
사실 저도 많이 관심을 두지 않는 책을 읽고 서평 쓰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수학 이론들이 뭔 뜻인지도 잘 몰랐구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3-2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결국 이 책이 선정되어 읽으셨군요.
이 리뷰를 먼저 읽었다면 제가 이 책을 설렁설렁 넘기는 일 따윈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암튼 승산의 대칭시리즈는 다시 봐도 엄청 어렵군요.

중3아들이 학교 재량활동 시간에 어찌어찌 하여 수리탐구부에 들었는데, 거기서 배우게 되는게 고등수학이래요.
고등학교용 수학일까 고등수학일까 하며 묻던걸요~^^

cyrus 2011-03-23 08:30   좋아요 0 | URL
요즘 중학교 재량활동에도 수학과 관련된 부서가 있군요,
저는 방과후 활동이라고,, 정규수업 끝나고나면 영어, 수학 과목
중심의 심화학습을 한 적이 있었어요, 솔직히 중학생 때는
수학 공부할만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나니깐 젬병이 되어버렸어요 ^^;;
 
인간, ' 대칭 ' 의 매력에 사로잡히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 대칭의 역사 승산의 대칭 시리즈 3
이언 스튜어트 지음, 안재권.안기연 옮김 / 승산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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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진리와 아름다움에 관한 공부야. 해답을 찾고 그 해답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공부야.

- 이언 스튜어트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p 25 -

 

  

 

  불광불급 (不狂不及)   

'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광적으로 덤벼들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불광불급의 열정 없이는 세상에 이룰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 뜨거운 열정을 마음 한 구석에 품으면서 자신감을 갖고 오랜 시간을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공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를 하든 간에 내가 하는 일에 정신이 나갈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비소로 그때, ' 아! 그래도 내가 열심히 했구나 ' 하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불광불급의 열정인 것이다.  

 

  

  수학벽(癖)에 들린 사람들   

수학자라고 하면 단순히 수학을 연구하고 어렵기 짝이 없는 수학 문제들을 푸는데 공을 바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언 스튜어트<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라는 책을 읽고나서는 수학자라는 직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회의 현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찬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통상 관념 사전> 식으로 ' 수학자 ' 라는 인간을 정의하자면 ' 수학벽(癖)에 들린 사람들 ' 이라고 하고 싶다.

지구상에서 아무도 풀지 못하는 어려운 수학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든 수학자들이 바라는 담대한 꿈이며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도 길이 빛나게 할 수 있는 영광적인 표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해법으로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게 되었을 때 얻는 기쁨의 카타르시스는 어려운 문제 하나에 집요하게 매달릴 수 있는 남들보다 뛰어난 사고력의 힘을 발휘하는 정신적인 근원이며 수학자로서의 삶을 추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폴 에어디쉬 (에르디쉬, 1913~1996)

 

아마도 수학벽에 들린 진정한 수학자를 꼽으라면 바로 헝가리의 폴 에어디쉬일 것이다. 에어디쉬는 이론이나 개념의 틀을 짜는데 치중하는 수학자가 되기 보다는 특별히 어렵다고 여겨지는 문제들만 해결하려고 하는 일반 수학자들과는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하루 최대 4, 5시간밖에 자지 않았고, 극도로 오랜 시간 연구를 계속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그가 수학 해결의 결과에만 집착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문제를 푸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름답고 기초적인 풀이를 얻고자 하였으며 그런 수학 문제 풀이를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방랑 생활을 마다하지 않는 보헤미안이기도 했다.  어려운 수학 문제들을 해결하는 공로로 화려한 수상과 상금 경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의 대부분의 재산을 학생들을 돕거나, 문제풀이 상금으로 내거는 것으로 썼다. 그렇다보니 집도 가지지 않는 무일푼으로 단촐한 삶을 살았다.  에어디쉬에게 수학 문제 풀이는 수학적으로 아름다운 증명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유쾌한 지적 활동이었던 것이다.   

 

   
  * 본의 아니게 폴 에어디쉬 이야기로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사실 이언 스튜어트의 책에는 폴 에어디쉬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지 않는다. 폴 에어디쉬 이야기는 같은 출판사(승산)에서 출간되었던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지호에서 출간된 <화성에서 온 수학자>(품절)에 소개되어 있다.  
   

 

  

 

 

  ' 수학자 ' 라는 이름의 독한 사람들 
 

하지만 이언 스튜어트의 책에서 등장하는 수학자들은 중에는 폴 에어디쉬보다는 더한 사람들도 있다.  에어디쉬의 수학 문제 풀이 앓이를 뛰어넘는 종결자 정도는 아니지만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수학 문제 하나를 풀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았으며 에어디쉬의 생애 못지않은 독특한 생의 이력을 남긴 수학자들도 있었다.    

 

 

  1) 기하학을 연구했던 무명씨의 수학자들

 


 

임의의 각 삼등분하기 (출처: 네이버캐스트)

   


 

부피가 주어진 정육면체 부피의 정확히 2배인 정육면체 작도하기  

(출처: 네이버캐스트)
 

 

 


 

주어진 원의 넓이와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 작도하기 (출처: 네이버캐스트)

 

 

고대 그리스 때부터 기하학으로는 풀지 못했던 세 가지의 불가능한 문제가 전해내려 오고 있는데  '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기 ' , '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 만들기 ' , ' 2배의 부피를 가진 정육면체 만들기 ' 이다.   유클리드의 저서 <기하학 원론>에는 수많은 기하학 명제들과 해법을 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일말의 언급도 없었다는 점에서 비롯되어 후세의 수학자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한 작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하학을 가르쳤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 기하학에서는 오직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사용하여 도형을 작도해야한다고 말함으로써 오랜 세월 기하학의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어 자와 컴퍼스만으로도 이 세 가지 작도를 증명하려고 도전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아무리 똑똑한 현자들마저 해결하지 못하는 나제일수록 오히려 더 불가능한 문제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며 열심히 연구하려는 사람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19세기에 들어서야 수학자들은 비로소 자와 컴퍼스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와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로 분류할 수 있다고 결론을 지었으며 ' 해법이 없다 ' 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천년동안 수많은 무명씨의 수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의에 사로잡혀 불가능한 기하학 문제에 매달려야 했다.    

 

  

  2) 병약한 천재, 닐스 헨리크 아벨   

 

 


닐스 헨리크 아벨 (1802~1829)

 

가난한 형편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병약한 기질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오직 하나의 분야를 해결하기 위해서 끝장 보려는 수학자도 있었다.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은 3세기 동안 수학상의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던 5차 방정식의 해법을 탐구하였다. 19세라는 나이에 아벨은 5차 방정식은 기존의 방정식 풀이 방법으로는 절대로 풀 수 없음을 증명하였지만 그의 증명 방법이 난해한 나머지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수학계의 1인자였던 프리드리히 가우스마저 어려운 수식과 증명으로 가득한 젋은 무명 수학자의 연구 논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정도이다.  젊은 나이에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아벨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증명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5차 방정식 연구에 더욱 매진하였다.  

그러나 열심히 수학을 연구하기에는 아벨은 너무나 가난했으며 날이 갈수록 병마로 인해 쇠약해져만 갔다. 그러나 아벨은 자신의 수학적 공로를 통해서 고정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동료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아벨의 연구 결과는 차즘 인정받기 시작하게 되고 독일의 베를린 대학은 젋은 아벨을 교수로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교수 임명직을 알리는 초대장이 도착되기 이틀 전에 아벨은 26세라는 짧은 나이로 불행한 생애를 마쳤다.  

어떻게 보면 아벨의 생애는 정말 불행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이른 나이에 아무도 이루어내지 못한 수학적 성과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세라는 아직 어린 나이에 사회가 주는 쓴 맛을 맛 본 아벨은 자신의 생활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학 연구를 통한 안정된 일자리를 얻는 것이라는 것을 이미 깨달았을 터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삶을 구제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강박관념 속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생의 모든 에너지를 오직 수학 연구를 위해 소진해버렸다.  그런 아벨의 삶은 젊은 천재의 요절을 재촉하는 지름길이 되고 말았다.   

 

 

  

  3) 불운한 혁명가, 에바리스트 갈루아    

 

 


에바리스트 갈루아 (1811~1832)

 

수학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수학자 2명은 앞서 소개했던 아벨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에바리스트 갈루아이다.  아벨은 26세의 나이로 요절했지만 갈루아는 아벨보다 5살 적은 21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아벨보다 더 불운한 경험을 가득찬 삶을 살아야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공통적으로 이 두 사람은 5차 방정식이 분야의 연구로 인정을 받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점 그리고 죽고 난 뒤에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던 연구로 인해 수학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는 점에서 보면 이 두 사람의 생애는 흥미롭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갈루아는 수학적 신동의 기질이 나타나고 있었다.  다른 과목의 성적은 나빴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수학 성적은 동급생들보다 더 뛰어났으며 오히려 수학 공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17세의 나이로 5차 방정식에 관한 주제로 첫 논문을 발표했지만 그의 논문을 심사하는 교수가 논문을 분실한 탓에 인정받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자신의 능력을 세상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어했던 열혈 청년 갈루아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 논문 심사에서는 탈락하고 말았고 세 번째로 다른 권위 있는 수학자로부터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논문 제출에 응모했으나 하필이면 심사위원 수학자가 사망하게 되렸기 때문에 갈루아의 세 번째 논문은 또 분실되고 말았다. 

정말 아벨 못지 않게 지독하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런 연속된 불행의 좌절 속에서 갈루아는 자신의 혈기왕성한 열정을 새로운 사회로 개선하려는 7월 혁명으로 향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분풀이를 시도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호전적인 기질이 강한 나머지 젋음 특유의 힘을 주체하지 못했던 갈루아는 7월 혁명에 참가했다는 죄목으로 잠시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고 그 사이에 연애 관계까지 맺게 되었다.  자신의 연애 관계가 짧은 수명으로 마감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원인이 될 줄은 그는 알고 있었을까?   

복잡한 연애 관계로 인해 갈루아는 결투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프랑스 남자들에게 결투는 자신의 자존심을 걸린 싸움이며 이 싸움에서 진다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결투 전날 밤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예감하게 되고 갈루아는 자신과 같은 소속인 공화당원이며 절친한 사이의 친구인 슈발리에에게 유서를 남겨둔 채 결투로 인한 총상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갈루아가 죽기 전날에 쓴 유서는 지금도 수많은 역사가들의 연구 대상이며 그의 짧은 생애에 대한 수많은 추측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서에는 단순히 죽기 전에 남기는 보통 평범한 내용만 남겨져 있지 않다.  마무리하지 못했던 연구 내용을 슈발리에에게 논문으로 출판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기 하루 전에 갈루아가 급하게 쓰다보니 유서에는 휘갈겨 쓴 수학적 용어와 수식들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는데 그 내용에는 훗날 5차 방정식에 대한 연구에 대한 ' 갈루아의 이론 ' 으로 불리게 될 내용에서부터 오늘날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해준 군(group)의 이론까지포함되어 있었다.   지금도 갈루아가 고안한 이론들은 물리학, 우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갈루아는 유서에서 자신이 ' 생각해 낸 ' 이론들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을 했는데 그의 말대로 실현되었다.   

갈루아의 유서를 통해서 우리는 그가 생전에 그토록 인정 받지 못했던 5차 방정식 연구를 혁명 참여 와중에서도 천착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죽기 하루 전날에 영영 무덤으로 가지고 갈뻔했던 자신의 연구 내용들을 유서를 통해서나마 알리려고 했던 그의 모습은 뼛 속 깊이 ' 수학자 ' 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학자들만 느낄 수 있는 진리의 아름다움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적 지식 하나 제대로 건지기는커녕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된 기하학 관련 내용이나 군의 이론 등에 대해서 자세하세 설명하지 못했다.  책의 부제는 ' 대칭의 역사 ' 라고 달고 있는데 정작 ' 대칭 ' 이라는 주제에 대한 내용이 아닌 엉뚱하게도 책에도 언급되지 않는 폴 에어디쉬에다가 책 속에서 소개된 수학자들의 생애만 열거하고 말았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와 논지에 벗어난 글이 되었음을 뒤늦게나마 알리려고 한다.  

최근에 같은 출판사에서 마커스 드 사토이의 <대칭>이라는 책이 나온 것을 알고 예비독서 삼아서 읽어봤는데 쉽지가 않았다. (이 책 역시 이언 스튜어트의 책보다 한층 더 수준이 놓은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수학적 개념을 알기 위한 입문용으로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본문 중간에 수식은 당연히 나온다.  

그렇다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수학적 용어와 수식만 보고 막연히 어렵다고 해서 짐짓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언 스튜어트는 대중들을 위한 수학 전문 저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미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읽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정말 수학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으며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수학적 이론들이 소개되고 있다.  

나는 수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읽는데 애먹었지만 그렇다고 이번 독서가 시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수학 지식은 건지지 못했지만 수학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면 오늘날에도 중요한 내용으로 자리잡은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수학적 개념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학의 역사 속으로 남게된 수많은 수학자들의 업적을 확인하면서 이들이 남들보다 수학 연구에 매달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반인과는 다르게 수학 문제를 풀면서 얻게 되는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었으며 고생해선 찾아낸 진리라는 결과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그 속에서 수학자들은 진리라는 빛나는 진주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나머지 일반인과 다른 독특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생전에 제대로 된 평가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발견한 수학의 진주들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느낄 수 없는 진리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집중력을 하나의 수학 문제 해결에 쏟아부었다. 인정을 받는냐 못 받느냐에 떠나서 수학자들은 오직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불광불급의 열정을 발산시켰다.  

수학자가 아닌 나로써는 수학자들이 발견해낸 진리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무엇이다라고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어려웠던 수학 문제를 풀어본 경험을 생각해보면 수학자들이 느꼈던 진리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해답을 찾고 그 해답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인고의 과정 속에서 나온 결과가 나오면서 느끼게 되는 짜릿한 기쁨, 그것이야말로 진리라는 진주가 뿜어내고 있는 수학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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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2-19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자인=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결과
디자이너=문제를 찾아내고 문제를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해내는 사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 리뷰를 읽었어요. 그랬더니 그렇다면 수학자도 디자이너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데 몰입한 수학자와, 누군가에게 발생한 어떤 문제(또는 필요)를 해결하는데 몰입한 디자이너의 모습이 다르지 않군요. 흠..

cyrus 2011-02-20 11:26   좋아요 1 | URL
수학자를 디자이너라는 표현이 멋집니다. 디자이너들도 자신만이
창조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서 몰입하기도 하죠. ^^

마녀고양이 2011-02-19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자는 약간 미친겁니다 란 에세이를 읽고,
수학자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게 되었었죠. 너무 멋지다구요.
무슨 일이든 한가지에 미쳐있고,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해 행복하다면
그 생애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구요.

수학자에게 중요한 것은 미학이라잖아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아름답고 단아한 공식으로 풀어내느냐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이해가 가더라구요. 사이러스님두 그렇죠?

cyrus 2011-02-20 11:32   좋아요 1 | URL
저는 고등학생 때 수학 선생님이 폴 에어디쉬 관련 책을 추천하셔서
읽어봤는데 이 사람 참 괜찮더군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요. 수학 용어와 수식이 있는 책보다는
오히려 수학자들의 생애나 에세이가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마고님 말씀 듣고보니 아르키메데스가 생각나네요. 자신이 죽고나면
묘비명에 자신이 발견한 수학 원리들을 새기라고 유언을 남겼거든요.
정말 수학자들에게는 어려운 문제를 간결한 공식으로 풀어내는 과정과
결과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양철나무꾼 2011-02-20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칭'은 가지고 있어서 설렁설렁 넘겼어요.
(넘 어려워요~)
'대칭'을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랑 엮으시다니...좀 멋지십니다~^^

cyrus 2011-02-20 11:33   좋아요 0 | URL
<대칭>이라는 책,,, 어,, 어렵나요? ^^;;
아무래도 이언 스튜어트의 책의 부제가 ' 대칭의 역사 ' 라서
읽어봤습니다. 여전히 ' 대칭 ' 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수학의 역사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어서 좋았습니다. ^^

2011-02-20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0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1-02-20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파란 나비 사진은..제가 오래~전에 어떤 나비박물관에서 찍어온 녀석과 똑같군요.
그걸 자랑한답시고 한 번 어딘가에 인터넷으로 올렸는데..그 이후로 자주 보이는..
설마 그 때 그 사진이 저 사진은 아니겠지이~ㅎㅎ

그나저나, 오랜만에 싸이러스님한테 댓글을 멋지게 달아야지! 하고 왔는데..
수학이라뇨,수학이라뇨...OTL (털썩);;

cyrus 2011-02-20 16:30   좋아요 1 | URL
그래도 오랜만에 댓글 달아주시다니 반갑습니다. ^^
제가 독서 취향이 독특하니 엘신님이 이해해주세요. ^^;;


아이리시스 2011-02-21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학을 엄청 못했어서, 그래도 고등학교 때 이과반으로 갔고, 수학에 대한 책은 이해 못해도 한 번 들춰봐야 속이 시원하고 그럴 때가 있었어요.
학창시절엔 수학에 관한 재미있는 책이나 이야기를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재미조차도 못붙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전 정답없는 사회과학쪽엔 자신 있었지만 수학공부도 답안지 펴놓고 맞춰가곤 했었어요. 말이 안되죠.

이젠 별 쓸때도 없지만 미드 <넘버스> 보고 수학 엄청 못했던 과거가 좀 억울하던데요.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은 이유불문하고 멋져요. 나쁜 일 빼고요. 제목이 멋진 책인 것 같아요. 수학 아니고 미학 책인줄 알았잖아요,ㅋㅋㅋ

cyrus 2011-02-21 19:35   좋아요 1 | URL
죄송해요, 아이리시스님도 제 글 때문에 착각하셨네요.^^;;
저도 솔직히 수학 문제 푸는 건 좋아했는데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수능 때 수리영역 점수가 개판으로 나왔던거 생각하면,, ㅠ_ㅠ
지금은 수학 문제 푸는 거 좋아하지는 않지만 수학자들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거 같습니다. ^^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 질병의 역습과 인체의 반란
이은희 지음 / 해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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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이의 목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그리스가 트로이를 격퇴시킬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 트로이의 목마 ' 가 등장한다.   

그리스는 트로이를 함락시키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치열한 전쟁을 벌였지만 거의 패배할 정도로 이르게 된다. 승리의 반전을 위해서 오디세우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병사들을 매복시켜 트로이를 침략하기로 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작전대로 목마를 트로이 성벽 앞에 놔둔채 거짓으로 퇴각한 척 한 발 물러났다. 성벽 앞에 떡하니 서 있는 거대한 목마를 본 트로이의 프라이모스 왕은 이 거대한 목마가 승리의 상징인마냥 도취되어 성 안으로 들여놓으려고 하였다.   

트로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쟁에 승리했음을 판단하였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트로이 병사들은 비무장한채 화려한 향연의 즐거움에 빠져버렸다. 목마 안에 잠복하고 있었던 그리스 병사들에게는 이 때야말로 반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철옹성의 트로이 성벽 안으로 침투하기를 호시탐탐하던 그리스 군은 목마에 잠복하고 있었던 병사들 덕분에 쳐들어올 수 있었으며 결국,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남게 된 ' 트로이의 목마 ' 는 오늘날에는 유용한 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하여 컴퓨터 사용자들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설치를 유도하게 만드는 악성 코드의 이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트로이의 목마 안에 그리스 병사들이 몰래 잠입한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악성 코드를 숨겨 놓은 것이다. 

   

 

  인간의 몸 속으로 침투한 미생물  

인류의 문명사를 되돌아보면 수많은 질병들이 등장하여 인류를 괴롭힌 사례가 많다. 중세 유럽를 휩쓸었던 페스트에서부터 스페인 독감,  오늘날에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신종플루까지.  그야마로 인간은 무수히 많은 질병들의 역습을 받아왔고, 견뎌내기 위한 다양한 대처방안들을 마련해왔다.  인간과 질병을 야기시키는 미생물과의 관계는 영원히 종결되지 않는 전쟁이기도 하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하기 전부터 미생물은 벌써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인간이라는 동물이 등장한 순간부터 미생물과의 치열한 전쟁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은 유독 ' 인간 ' 만을 노려서 질병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동물의 몸 속에서 서식하던 미생물들은 좀 더 안정적인 번식을 위해서 삶의 터전을 인간의 몸 속으로 전향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러니한 것은 그리스 병사들이 목마를 통해서 적군의 내부로 침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미생물들이 우리 몸 속에 침투하여 정착, 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인간들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인간의 집단생활은 도시라는 공동체적인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하나의 도시가 건설되면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도시에는 점점 인구의 수가 증가되어 도시의 생활 양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오래전부터 문명이 발달하여 도시의 수가 늘어났다하더라도, 오늘날의 도시의 모습으로 구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날에는 질병의 등장을 쉽게 막을 수 있는 위생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만, 옛날의 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악취와 쓰레기가 넘쳐난 비 위생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비 위생적인 환경은 쥐, 바퀴벌레, 벼룩, 이, 진드기 등이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특히, 벼룩을 몸에 키우고 있는 쥐들로 인해서 유럽은 수 년 동안 페스트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페스트의 역풍이 휩쓴 유럽에는 수많은 인구들이 사망하게 되는데 대규모의 인구 손실은 노동력의 손실로 이어졌으며, 이는 유럽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던 장원제도와 봉건제도를 뒤흔들었다.  페스트 균을 가지고 있는 쥐 한 마리 때문에 수많은 유럽인들의 목숨을 단숨에 앗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질병의 세균을 번식할 수 있게 만든 원인은 애초부터 인류의 생활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발달만으로 미생물들이 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가축을 키우는 방식을 터득하는 순간, 그 전까지 동물의 몸 속에만 기생하던 미생물은 손쉽게 인간이라는 새로운 숙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미생물이 인간의 몸 속에 쉽게 침투하고 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생활 방식 그리고 노동력 보충과 식생활을 충당하기 위해서 도입된 가축 사육 방식 때문인 것이다. 문명을 발달할 수 있게 만든 진보의 과정 속에서 미생물들은 인간의 몸 속으로 쉽게 침투하였다. 

 

 

  미생물이 살아있어야 인간도 산다.  다만 , , ,

진보의 단계를 통해서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오랫동안 인류는 자신들을 괴롭히는 질병의 명확한 존재와 발생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중세 시대 때 ' 신이 내린 가혹한 벌 ' 이라는 규정하던 페스트는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페스트 균의 정체와 전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진보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문명을 세우고 지구의 주인인마냥 기세등등한 인류는 미생물의 존재와 그 위력을 오랫동안 간파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진보의 발명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적을 침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트로이 군은 자신들의 눈 앞에 놓인 거대한 목마의 웅장함에 사로잡혀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착각하였으며 무방비한 상태에서 승리의 향연을 즐겼다.  승리의 상징이라고 말하던 목마 안에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던 그리스 적군들이 숨어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나마 트로이 목마의 위험성을 직감한 이는 카산드라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트로이 전쟁은 목마를 이용한 오디세우스의 계략으로 인해 승리했다기보다는 작은 방심이 패망의 지름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인류를 괴롭히는 악명 놓은 미생물과 질병의 존재를 규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오늘날에는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질병의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미생물은 무조건 질병을 야기시키는 인류의 해로운 존재라고 말할 수 없다. 미생물은 종족 번식을 위해서 인간의 몸을 숙주로 선택했지만, 인류도 미생물 덕분에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단번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세균이 등장했다고 하자.  과연, 그 세균은 오랫동안 종족이 보존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답은 세균들도 살아남지 못하고 멸종하게 된다.    미생물에게 숙주는 단순히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먹잇감이 아니다.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이다. 너무 지나치게 숙주에 기생하여 영양분을 빼앗게 되면 그 숙주는 죽게 되며 숙주의 몸 속에서 살고 있던 미생물에게는 보금자리를 잃은거나 마찬가지다.  보금자리 없는 미생물에게는 찾아오는 것은 죽음이다.  그래서, 미생물은 일부러 독성을 낮추어 숙주와 공존하는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내에는 수많은 세균들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쉽게 배탈이 나지 않는다. 배탈이 나지 않은 이유는 장내에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정상 세균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들이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내에는 면역세포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항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독특한 공생 관계 덕분에 장의 면역력을 증가시켜 배탈이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듯, 미생물의 존재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우리에게 해로운 질병을 선사해주지만,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어야 우리 인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인만큼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의학적 방안을 찾기 위한 인간의 탐구는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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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리하라의 책을 두권이나 샀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눈,, 끙.

저는여, 임신해서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를 읽었어요... 그리고
아주 심오한 경험을 했다눈. 크크. 사이러스님의 리뷰가 비슷한 느낌이네요.
미소생물학,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공생과 경쟁. 결국 숙주를 죽이면 안 되는거잖아요.
숙주를 죽이면, 자신도 멸망하니 현명한 바이러스는 적절한 정도로 숙주를
공격하겠죠. 옮겨가는 방법도 고려해야 하구... 참... 심오한 세계예요.

어느 책인지 까먹었는데,
아프리카의 미개척지에 있는 유인원을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거래요.
가장 좋은 예는 에볼라 바이러스. 그녀석은 유인원을 죽이지는 않지만,
인간에게 옮겨지면 치명적이라는군요.
인간과 접한적이 거의 없는 녀석이라서, 인간을 죽여먹는대요. ㅎㅎ.

cyrus 2011-01-24 14:27   좋아요 0 | URL
마고님이 구입하신 책 두 권이 뭔지 궁금하네요.^^
과학 관련 도서는 구입을 잘 안하는 분야의 책이기도한데,
두 권이나 구입하셨다니,, 하리하라의 책이 재미있고 유익해서
구입 가치로는 충분히 있는거 같네요.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라는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카스피 2011-01-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SF소설중에 블러드 뮤직이란 책이 있어요.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어느 과학자가 바이러스한테 지능을 부여하고 그 바이러스들이 발달하여 결국 인간의 몸속에서 문명을 건설한다는가 하는 내용인데 결론은 인간의 몸이 바이러스한테는 광활한 우주라는 뭐 그러 내용이더군요.

cyrus 2011-01-24 23:45   좋아요 0 | URL
그런 내용의 책이 있군요. 이제 SF소설에도 관심을 가져봐야할 거 같아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이리시스 2011-01-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관심분야가 아닌 것도 이렇게 리뷰로 읽으면 좋군요.

저는 좀 똑똑해지고 싶을 때 시루스님 따라읽기 하면 딱 좋을 거예요.
이렇게 멋진 리뷰를 쓸 수는 없겠지만.^^

cyrus 2011-01-25 19: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잘 쓰는 편이 아닌데요.^^;;
저는 아이리시스님이나 마고님, 양철나무꾼님 등과 같이
멋진 페이퍼를 쓰는게 부러워요 ^^
그리고 이렇게 엄청 읽고나도 나중에 뒤돌아보면 까먹어요,ㅎㅎ ^^;;
그래서 책 한 권 읽은 뒤에 뭐라고 기록을 남기는거 같아요.
정말 독서 후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블로그를 하면서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