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읽는 CEO 읽는CEO 인물평전편 4
량룽 지음, 이은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능력과 업적에 비해 가장 저평가된 인물이 바로 조조가 아닐까 싶다.

사실상 삼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닦은 인물이 바로 조조인데도  

그에게는 늘 '난세의 간웅'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조조를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조조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조조가 간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대표적인 사건이 아마도 도겸에 의해  

자신의 부모형제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조조가 서주의 백성들을 무차별 학살했던 사건일 것이다.

물론 무고한 사람들을 몰살시킨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부모형제가 죽은 사실을 안 조조가 홧김에 저지른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읽은 '사기 교양 강의'에서 항우도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만

소위 영웅이라 불리는 인물들에게 그런 사건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조조만 유달리 그런 사건으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 밖에 여자를 밝힌다는 비난은 대부분 수많은 여자를 거느렸던 영웅들의 모습을 볼 때  

조조만 비난할 만한 점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에서 보여준 조조의 모습은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었다.

문무를 겸비했으며 뛰어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한 조조에 비하면  

유비나 손권은 한 수 아래라 할 수 있었다.

조조의 능력 중 최고의 자질은 역시 인재를 볼 줄 아는 안목이었다.

조조의 인재에 대한 욕심은 정말 남달랐다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아들 조앙과 아끼던 부하까지 잃게 만든 장수를 부하로 받아들인 사건만 보더라도

그의 아량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흔히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한 일화를 많이 거론하지만

조조가 자신의 원수나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까지 용서하고 받아들인 사례를 보면

인재를 대하는 조조의 태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관우가 잠시 조조에게 와 있을 때 관우를 대한 태도만 보더라도 그러한데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하고 능력으로만 인재를 선발하여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한 조조의 능력은
그가 패권을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컴퓨터 게임 '삼국지'를 할 때마다 느낀 거지만 조조 진영에는 정말 인재가 많았다.

그에 비하면 유비는 제갈량이라는 걸출한 인재를 삼고초려로 맞이하지만

그 외에는 의형제나 조운 등 외에는 뛰어난 인재가 별로 없어 결국 조조를 당해내지 못했던 것 같다.

 

천하를 호령한 인물들은 대부분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조조만큼 여러 방면에 두드러진 재능을 보인 인물은 드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이유는 그가 만든 나라가  

결국은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까닭과 황제인 헌제를 허수아비로 삼아  

자기 맘대로 세상을 주무른 점이 후대에 나쁜 인상을 준 게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유비를 추켜세우고  

조조를 악당으로 묘사하여 조조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 같다.

물론 조조가 그런 오명을 쓸 빌미를 제공한 사례가 여럿 있기는 하지만

난세를 살아갔던 영웅치고 그런 잘못이 없는 인물이 없는 점을 생각하면

조조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는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공과 과가 있기 마련인데 공은 온데 간데 없고  

과만 부각시키는 것은 제대로 된 평가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삼국지를 읽는 듯 조조의 전 생애를 여러 사건들을 예로 들면서 보여준 이 책은

난세를 살아간 걸출한 재능의 영웅 조조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에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중국을 대표하는 고전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는

꼭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이었다.

특별히 어려운 책이라고는 생각되진 않았지만 워낙 방대한 양의 책이라  

쉽사리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던 차에 중국 학자가 사기에 관해 북경TV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니 귀가 솔깃해졌다.

 

이 책에선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저자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고른 진시황, 이사,  

항우, 유방, 여후, 한신, 장량, 주아부, 한무제 등의 주요 인물들에 관한 사기속 내용을 정리하여

그들의 삶과 그 당시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래 사기는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의 5가지 형식의 130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건 위주의 서양 역사서와는 달리 인물 위주로 구성하여  

기전체라는 독특한 형식을 확립한 것도 사마천의 공적이다.

 

제일 먼저 소개되는 진시황의 경우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인물이지만  

분서갱유 등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인데 분서갱유가 우리에게 알고 있는 것처럼 모든 책을 다 태워  

없앤 것이 아니라 동쪽 여섯 제후국 역사책 등 정권 유지 차원에서 통제할 필요가 있던  

정치적인(?) 책만 없앤 것으로 후세에 상당히 과장된 것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진시황을 도와 통일을 이룬 이사의 경우 너무 개인적인 이해득실을 따져 처신을 하다가

나라도 자신도 몰락하게 되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중국 역사의 걸출한 양대 영웅 항우와 유방의 얘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진나라를 무너뜨린 항우와 유방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마치 그 긴박했던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항우나 유방 둘 다 상당히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물들이었는데

항우보단 좀 더 정치적인 지혜가 있고 인복이 많았던 유방이 결국 항우를 물리치고 최후의 승자가 된다.

하지만 사마천은 유방보다는 항우 쪽에 좀 더 점수를 주는 듯하다.

항후가 해하에서 패전하고 유방의 군대에게 포위된 상황을 그려낸

'패왕별희'를 덧붙여 항우의 죽음을 영웅적으로 미화한다.

이에 비해 유방은 비록 패권을 차지한 영웅이긴 하지만 좀 냉담하게 표현해 항우와 대비되게 그렸는데

사마천의 호불호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달라진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사마천이 자기의 선호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역사라는 것이 역사가 개인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마천의 항우나 유방에 대한 대조적인 서술은  애교라 봐줄 수 있을 정도였다.

 

유방의 처인 여후는 권력욕의 화신이라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시골 아낙에서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르지만 여자를 밝혔던 유방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오로지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여후의 모습은 한 문제의 황후인 두씨나 한 경제의 황후 왕씨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권력을 둘러싼 여자들의 무서운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분이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의 주인이 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한신과 장량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운명의 극명하게 대비된다.

뛰어난 전략가였던 한신은 그야말로 유방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오만방자한 태도와 그의 능력을 두려워 한 여후에 의해 토사구팽당한다.

반면 장량은 한신 못지 않은 공을 세운 사람이지만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안목을 가져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 밖에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려다 한 경제의 눈 밖에 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주아부는
아무리 소신을 지키는 사람도 권력자의 비위를 못 맞추면 죽음 밖에 없던 현실을 보여줘 좀 씁쓸했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 36계 '무중생유'의 주인공 한 무제의 경우 초반의 이민족 정벌로  

한나라를 강력한 국가로 만들지만 무리한 원정과 사치,  

그리고 말년에는 아들까지 믿지 못하고 죽게 만드는 등 한나라를 위기로 몰고가게 만든다.

 

사마천이 궁형이라는 끔찍한 모욕을 감내하면서까지 완성한 역작인

사기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를 많이 담아내고 있다.

정말 여러 역사상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 있어 역사서를 넘어선  

문학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데 인물들의 공과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어  

우리가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은 정말 사기의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의 원전은 인물 중심으로 엮어져 있는데 특정 인물의 얘기가 관련 인물들의 얘기에만  

나오는 경우도 있는 등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특정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책처럼 사기 전체를 완전히 소화해낸 이후 이를 각 인물별로 다시 종합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역시 저자와 같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사기를 읽었다면 나열된 인물들과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내용으로 인해 사기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마천의 사기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웅들의 세계사
폴 존슨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인류의 역사는 영웅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영웅들은 지금까지도 그 이름과 업적을 후세들에게 남기며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인류사의 영웅들을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총망라한다.

삼손과 다윗과 같은 성경에 등장하는 영웅부터 시작해서 레이건, 대처, 요한 바오르 2세까지

우리와 동시대의 인물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영웅들을 소개하고 있다.

 

역시 두드러지는 영웅들의 공통점은 전쟁 영웅이라는 점이다.

인류의 역사가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영웅으로 인정하는 인물 중  

대부분이 전쟁 영웅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카이사르처럼 대제국을 호령했던 영웅들이나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 나폴레옹을 무찌른 넬슨이나 웰링턴 등  

누구나 영웅으로 인정할 만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영웅적인 면모 뿐만 아니라 영웅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간적인 약점까지 잘 보여주었다.

 

흔히 영웅이라고 하면 남자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여러 여자 영웅들도 소개하고 있다.

잔다르크처럼 우리가 잘 아는 여자 영웅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자 영웅들은 낯선 인물들이었다.

드보라나 유딧 같이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인물도 있고,

남성들의 세상 속에서 고통을 받았지만 나름의 업적을 이룩한 에밀리 디킨슨과 인물로 선정되었다.

한편으론 전혀 영웅과는 안 어울리는 파티의 여왕 패멀라 베리,

세계적인 섹스 심벌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매릴린 먼로도 영웅의 반열에 올려 놓아

과연 영웅이 어떤 인물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나폴레옹 같은 경우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영웅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전범(?)으로 취급하면서 영웅으로 선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전쟁 영웅들이 사람을 많이 죽게 만든 점은 똑같다 할 것이지만

그것이 순전히 개인적인 그릇된 욕망에 기인한 것인가 아니면 대의(?)를 위해서인가에 따라

저자는 영웅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영웅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 것 같다.

 

세계사를 장식한 수많은 영웅들을 저자의 나름의 기준에 따라 소개한 이 책은

영웅들의 진짜 영웅다운 면도 잘 소개하면서도 그들의 좀 모자란 모습도 소개하여 영웅들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별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보다 조금 다른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에 저자는 오늘날의 영웅의 특성을 네 가지로 소개한다.

절대적인 독립심, 결의와 일관성을 가지고 행동에 나서기, 언론의 화살을 일체 무시하기,

자신에게 미칠 결과에 상관없이 개인적 용기를 발휘하기를 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웅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라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과 영웅을 구별해주는 가장 큰 기준이 바로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가는 용기인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서양 사람이라 서양의 영웅들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좀 아쉽고

이 책에 소개된 영웅들이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기준이 애매한 점이 있지만

서양의 역사를 장식한 수많은 영웅들의 영웅적 면모와 인간적 면모를 잘 소개한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란 무엇인가? - 알기 쉽게 풀어쓴 (한글판 + 영문판)
E. H. 카 지음, 이화승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에 늘 빠지지 않는 역사에 대한 고전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과연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린이용 역사서를 많이 읽었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국사나 세계사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 중의 하나였다.

거창하게 말하면 과거에 지구상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것이  

곧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었고, 역사를 배우면서 지금 우리보다 전에 있었던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역사속 영웅들의 얘기를 접할 때면 마치 내가 그들이 된 것처럼

그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얘기에 울고 웃을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매력 때문에 역사에 빠졌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역사란 것이 진실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승자가 곧 선이고 패자는 악으로 기록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패배는 곧 죽음이었기 때문에 패자를 대변해줄 기록을

찾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나마 요즘 세상에는 워낙 많은 기록이 남아 기록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사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같은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어떤 입장과 생각을 가졌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을 정반대로 해석하여 더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카는 이 책에서 역사를 '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로지 있었던 사실의 기술이 역사가 아니라

역사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사실로 인정한 것이 역사라는 것이다.

사실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어떤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도 사실 관점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카는 역사에 역사가의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역사가의 주관이

들어가서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역사라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가 순수하게 과거의 일로만 기록된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카가 말한 것처럼 현재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는 관계,  

즉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 바로 역사이다.

일을 할 때 흔히 선례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바로 과거의 유사한 경우에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확인하여 현재의 문제를 해결 하는데 도움을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와 동떨어져 나홀로 존재하는 과거는 역사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카의 강연을 정리한 역사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50년이 더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지닌다고 할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오늘날에 관점에선 좀 식상한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당시 실증주의적인 역사관이 판을 치던 상황에서 사실 뿐만 아니라

역사가의 주관이 중요함을 부각시킨 점에서 분명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와 과학, 도덕간의 관계 등에 대해 고찰하면서 과거를 통해 현재의 해법을 찾는 그의  

역사관은 역사학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역사를 배우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역시 고전이라 불리는 책이 왜 읽을 가치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차세계대전사>를 리뷰해주세요.
1차세계대전사 (양장)
존 키건 지음, 조행복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대전이라는 이름 그대로 여러 나라가 개입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낸 인류 최악의 사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히틀러가 나치를 통해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제2차 세계대전에 비하면  

우리의 관심도 떨어지고 그에 대한 자세한 연구도 적은 편이다.

 

이 책은 가장 뛰어난 전쟁사학자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존 키건이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제1차 세계대전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까지를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재현해 낸 책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단은 역시 분쟁의 화약고였던 발칸 반도에서 벌어진 암살사건이었다.  

사라예보를 방문했던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페르디난트가 암살되자 오스트리아는 암살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세르비아의 주권에 위협을 가한다.  

사실 이 두 나라 사이의 국지적인 문제로 한정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오스트리아ㆍ헝가리가  

동맹국인 독일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세르비아는 자신들의 큰 형님 뻘인 러시아에 의지하면서  

러시아와 동맹관계던 프랑스와 영국이 개입되어 전 유렵이 전쟁의 포화에 휩싸이게 된다.  

암살 사건 이후 거의 한 달 정도의 소강기간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때 강대국 간의 외교적 수완이  

잘 발휘되었더라면 수백, 아니 수천만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발단은 오스트리아ㆍ헝가리와 세르비아가 제공했지만 전쟁의 주역은 역시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영국이었다.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이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해외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제국주의 열강으로 자리잡은 이후 후발주자였던 독일은 이미 다른 나라들이 차지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벅찼다. 당시 국력으로는 충분히 세계 최강을 겨룰 능력이 되었지만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여러 나라들에게 밀려 자신의 몫을 제대로 차지 못하는 점에 대해 늘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독일은 내심 이미 전쟁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슐리펜 계획이 이를 잘 증명해준다.

독일은 지정학적으로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끼여 있어 양 국가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기엔  

여러 모로 불리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슐리펜은 프랑스를 단기간에 굴복시키고 군대를 동부전선으로  

옮겨 러시아를 물리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슐리펜 계획이었다.

전쟁계획은 대부분 계획으로만 그치기 때문에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침 발칸반도에서 전쟁의 빌미가 생기자 독일은 옳다구나 하고 슐리펜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하지만 전쟁은 독일의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예상 외로 프랑스의 저항이 거셌던 것이다.  

영국의 지원군 등이 독일의 전진을 가로막자 서부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만다.  

결국 독일은 동부와 서부 양 전선에서 모두 싸워야 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아무리 그당시 독일이 강국이었다고 해도 사람이나 물자가 무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동맹국에선 사실상 독일 혼자 싸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연합국 측에는 프랑스, 영국, 러시아를 비롯해 마지막에 참전하는 미국까지  

사람이나 물자 동원 능력이 동맹국을 압도했다.

결국 초반에 우세했던 전쟁의 여세를 몰아붙이지 못하고 질질 끌던 독일은  

4년만에 연합국에게 항복하고 만다.

 

이 책에선 전쟁의 시작부터 주요 전투들을 사실감 넘치게 재현해내고 있는데  

끔찍한 사실은 몇 만, 몇 십만의 병사들이 의미도 없이 죽어갔다는 점이다.  

전쟁 후의 상황을 보더라도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알 수가 없는데  

그런 무의미한 살육전으로 수백만명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는 사실은 전쟁의 잔혹성을

여실없이 드러냈다. 몇몇 국가의 탐욕이 아무 죄 없는 생명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중간중간에 흑백 사진이 곁들어져 있는데 사실 전쟁의 참혹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쟁에 끌려나온 사람들의 지친 모습은 느껴졌지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긴박함이  

느껴 지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순간에 한가롭게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암튼 이 책을 등장하는 여러 권력자나 장군들에겐 병사들은 그냥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평시에나 살인사건이 충격적인 사건이지 전시에는 오히려 얼마나 많이 죽이느냐에 따라

영웅이 되는 상황이니 수만, 수십만의 목숨 정도야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죽도록 만들어도 상관없는 것이  

바로 전쟁의 속성이니까 말이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경험하고 확인한 것처럼  

저자는 전쟁을 생생하게 재구성해냈다. 어떻게 수많은 자료를 이렇게 잘 정리해냈는지  

감탄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쟁사학자라 그런지 온통 군대들의 교전과 이동, 작전에 치우치고 있어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상당히 지루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그리고 교착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계속 대치하던 서부와 동부의 전선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독일이 항복하게 되는 전쟁의 후반부가 좀 엉성한 느낌이 들었다.

용두사미라는 느낌이 든 것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암튼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전개, 그리고

결말을 특히 군사적인 면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1차세계대전의 원인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군사적 측면의 

모든 자료를 집대성하고 있는 책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2차 세계대전사'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