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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로 유명한 이윤기의 유작인 이 책은
플루타르코스 영웅 열전에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영웅들의 얘기를 흥미롭게 소개하면서
관련된 내용들을 소재로 한 유물들의 사진을 싣고 있어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영웅들과의 편안한 만남의 시간을 제공한다.
먼저 1권에서는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 아리스테이데스 5명을 소개하고 있는데
뤼쿠르고스와 아리스테이데스 두 사람은 좀 낯선 인물들이라 할 수 있었다.
미궁의 정복자로 유명한 테세우스는 사실 실존 인물이라기보다는
신화 속 인물이라고 하는 게 더욱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에 읽은 '미로관의 살인'의 배경이 된 미로관의 여러 방들에 테세우스와 관련된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이 붙어 있어 예전에 읽었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1'에 나오던 내용들이
어렴풋이 생각이 났는데 테세우스와 관련된 신화적인 내용들은
정말 파란만장한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었다.
테세우스는 마치 우리의 유리왕 설화와 흡사하게 편모 슬하에서 자라다가 왕인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프로크루스테스 등 유명한 여섯 도둑을 죽인 후에야 아버지 아이게우스를 만나지만
다시 미노타우로스가 살고 있는 미궁에 제물로 자청해서 간다.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미궁을 탈출해 아테나이로 돌아와서 왕이 된 테세우스의
말년도 그리 좋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이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 죽고,
자신도 새로운 아내감으로 페르세포네를 훔치러 저승으로 갔다가
헤라클레스에게 처참한 꼴을 당한 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데
한때의 영웅도 영원히 영웅으로 남기에는 결코 쉽지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테세우스가 신화 속의 영웅이었다면 알렉산드로스는 인류 역사상의 가장 먼저 등장한
전국구(?) 영웅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세계를 정복한(물론 세계라고 하기엔 지나친 점이 있지만)
영웅으로 여전히 명성이 자자한데 이 책에선 그의 영웅적인 면모 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인간적인 면모도 잘 보여주었다.
스파르타의 아버지 뤼쿠르고스와 공평한 의인 아리스테이데스는 사실 낯선 사람들이었다.
뤼쿠르고스는 스파르타를 아테나이와 동격의 강력한 국가로 만든 사람으로
엄격한 금욕생활을 몸소 실천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스파르타의 아버지라 호칭까지 얻게 되었다.
스파르타에 뤼쿠르고스가 있었다면 아테나이에는 아리스테이데스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공명정대하고 청빈했던 그의 삶은 오늘날 공직자들의 모델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현자이자 입법가로 유명한 솔론에 대해선 생각 외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몇몇 일화를 통해
이전에 알던 막연한 이미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솔론을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플루타르코스 영웅 열전에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영웅들에 주목한 이유는
역시 서양 문명의 근원이 바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문화도 서양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서양의 고대 영웅들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언어에도 삼투해 들어와 있는 서양 문화의 무수한 표현법과 수사법의 출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동시에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영웅들을 통해 영웅이 실종되어 버린
요즘 세상에 필요한 영웅이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영웅 이야기라 그런지 여러 일화가 소개되고 있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데다
관련 예술 작품들의 사진까지 곁들여 있어 눈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던 책이었다.
과연 2권에선 어떤 영웅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