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 완결판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러셀 먼슨 사진 / 현문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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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유명한 문장으로 익히 알고 있던 이 책은

사실 갈매기가 등장하는 우화 정도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갈매기를 주인공으로 하다 보니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는데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명작인지를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대부분의 갈매기들이 먹이를 먹는 것에 안주할 때

혼자서 비행에 관심을 갖고 최고의 비행술을 터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조나단은 갈매기 역사상 최초의 곡예비행을 하는 등 갈매기 비행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부족에서 추방이란 황당한 결과였다.

사실 갈매기의 삶에서 다양한 비행기술이 별로 소용이 없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갈매기들처럼 그냥 먹이를 잡는 정도에 만족하면서 산다면

그냥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면서 살아가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연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인데

조나단은 그렇게 무의미하게 사는 것을 과감하게 거부하게 고독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갔다.

부족에서 추방된 후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갈매기들을 만나면서 조나단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바로 비행이었다.

이 책이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통해 얘기하려 했던 핵심가치 중 하나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인데, 

그걸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게 바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명대사였다.

이렇게 완벽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조나단은 드디어 최고의 위치에 도달했고,

그를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라고 떠받들며 스승으로 섬기는 제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자들에게 조나단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홀연히 사라지는데

이후 조나단을 마치 신처럼 숭배하는 맹목적인 신앙심이 갈매기들 사이에 퍼진다.

마치 인간 세상에서 종교에 빠져 정작 중요한 진실은 외면하는 불쌍한 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는데

조나단이 사라지고 난 후의 갈매기 세상이 딱 그러한 모습이었다.

조나단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 자유를 향한 열망을 본받으려고 하기 보다는

조나단을 등에 업고 그의 명성에 기대어 말만 앞세워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려고 하는 자들만 속출하니

오늘날 신의 이름을 팔아서 대중을 현혹시켜 부귀영화를 누리는 종교인들과 너무나도 유사했다.

원래 조나단이 사라진 후의 얘기를 다룬 4장은 작가가 나중에 추가한 부분이라고 하는데

그냥 자기계발서와 같은 얘기를 사회비판적인 소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분량도 얼마 안 되지만 중간중간에 갈매기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조나단 리빙스턴의 위대한 비행을 곁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일상에 안주하며 세상의 기준에 맞춰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에서 탈피하여

자기 스스로 위대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조나단 리빙스턴의 모습은

꿈과 희망, 열정과 용기를 잃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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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머신
라이언 노스.매슈 버나도.데이비드 맬키 엮음, 변용란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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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이 항상 가진 궁금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태초부터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점성술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곤 했는데

여전히 예상을 할 수는 있지만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소설이나 영화 등에선 이런 미래에 대한 인간의 상상을 단골소재로 삼아 그럴 듯한 얘기들을

만들어냈는데 이 책은 혈액샘플만으로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를 알려주는

데스머신이라는 신기한 기계를 소재로 한 34편의 흥미진진한 SF 단편들을 담고 있다.

진짜 저런 기계가 발명된다면 호기심에서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죽는 방법을 알려고

데스머신으로 자신의 운명이 어떤지 확인할 것 같다.

문제는 데스머신이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이란 제목의 책이 생각날 정도로 익사, 암, 고령, 팝콘,

한 줌에 질식 따위의 정말 가지각색의 다양한 죽는 방법이 등장하는데,

데스머신의 예언은 명쾌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하단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고령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자기가 그냥 나이 들어 죽는 게 아니라

고령의 노인에게 살해된다는 등 전혀 엉뚱한 결과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데스머신이 내놓는 결과지가 100% 적중률을 자랑해서

데스머신의 예언과 다르게 죽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설정 또한 독특한 설정이었다. 

데스머신이란 희대의 발명품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알게 되면서

정말 다양한 반응들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역시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는 방법과 관련된 건

무조건 피하는 건데 그래봐야 죽음의 운명에서는 벗어날 수 없기에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렇게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다수지만 일부는 아예 검사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이 책의 설정처럼 데스머신이 예언한 죽는 방법을

피할 수 없다면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자기 삶을 살아가면 되는데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되고

나면 거기에 연연하는 게 바로 불쌍한 인간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여러 작품에서 데스머신의 예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 잘 드러났는데

오히려 죽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그 이외의 일들에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는

현명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한편, 데스머신의 죽음 예언은 또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해서

정부나 기업 등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는데 데스머신이란 동일한 소재로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얘기들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데스머신이란 기계가 실제 존재한다면 그 결과가 궁금해서 재미로라도 시험을 해볼 것 같은데

자신의 운명을 알고 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처럼 거기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집착할 것 같긴 한데 역시 미래는 모르고 사는 게 오히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SF소설은 그리 자주 만나지 않는 편이지만 흥미로운 설정과 스토리텔링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SF소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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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움의 왕과 여왕들
대니얼 월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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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이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소녀 레이철과 세상에서 장 못 생긴 그녀의 언니 헬렌.

소녀들의 증조부 엘리야 메컬리스터가 세운 도시 로움에서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부모님들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헬렌과 레이철 자매만 남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단둘뿐인 자매 사이에 엄청난 비밀이 있었으니, 헬렌은 레이철에게 동생이

자신의 얼굴을 갖고 있으며 로움의 바깥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영화 '빅 피쉬'의 원작소설의 작가 다니엘 월러스의 작품인 이 책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날마다 나의 삶을 조금씩 훔쳐가고 있다면'

이라는 띠지의 문구만으로도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내 삶을 누군가가 훔쳐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열 받는데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고 있다면

그 충격이 얼마나 클 것인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에서 바로 헬렌이 레이철에게 한 거짓말이 바로 그런 역할을 했는데, 

자신의 못 생긴 얼굴을 맹인인 동생에게 줌으로써 안 그래도 암흑 속에 살아가야 하는 레이철에게

자신이 현실에서 겪는 끔찍한 고통을 고스란히 선사한다.

레이철이 헬렌에게 뭘 잘못했기에 이런 무서운 거짓말을 했는지는 납득하기 쉽진 않지만

자신과는 정반대의 외모를 가진 동생을 보면서 느낀 질투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이해할 여지도 없진 않다.

게다가 부모님이 죽은 이후 동생을 책임지게 된 헬렌의 상황을 보면 측은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너무 심한 거짓말을 했기에 과연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지 궁금했는데

레이철이 언니에게서 홀로서기를 시도해 로움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 책을 보면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 딱 연상되었는데,

배경이 된 로움과 마콘도가 거의 유사한 역사를 가졌다.

로움은 엘리야 메컬리스터가 중국인 밍카이를 납치해와서 뽕나무의 누에를 이용해 비단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 만든 도시였는데, 엘리야 메컬리스터는 기술을 배워 더 이상 밍카이가 필요 없자

그를 내치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립한다.

부엔디아 집안이 마콘도를 개척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무엇보다 유사한 점은 유령이라 할 수 있는 죽은 자들이 등장해 산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술집을 운영하는 난장이 딕비와 헬렌이 바로 죽은 사람들의 혼령을 볼 수도 있고

그들과 대화도 나누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 안 그래도 기묘한 얘기가 점점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어떤 병이든 낫게 해주는 강물을 비롯해 이 책에는 동화같은 얘기들이 여기저기 포진되어 있어

풍성한 이야기의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해주는데, 이야기꾼은 남을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지만

거짓말쟁이는 자신을 위해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문장이 딱 이 책의 핵심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었다.

동생에게 엄청난 거짓말을 한 헬렌은 물론 레이철이 진실을 알게 될까봐 거짓말을 하는 마커스 등

자기 딴엔 레이철을 생각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레이철에게 크나 큰 상처만 남긴 사실을 보면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때문에

당장은 아파도 솔직한 게 정도가 아닌가 하는 교훈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다채로운 얘기거리를 담아낸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다니엘 월러스라는 또 한 명의 이야기꾼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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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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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느 고전 작품들처럼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퓰리처상 수상에 꼭 읽어야 할 미국 문학작품으로 항상 손에 꼽히는 책이고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영화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는데

역시나 고전이란 대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주의 메이콤이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스카웃이란 애칭의 한 소녀가 겪는 일들을 그린 성장소설인 이 책은 제목부터 문제가 있었다.

원제엔 'Mockingbird'라 흉내지빠귀가 정확한 번역임에도 앵무새라고 잘못된 번역이 대중에게

너무 익숙해서 국내판에선 계속 앵무새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원제만 보면 헝거게임 3부작의 '모킹제이'연상시키기에 충분했는데,

과연 제목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초반부는 전형적인 소녀의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었다.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와 오빠 젬과 함께 집안 일을 봐주는 캘퍼니아 아줌마와 함께

사는 스카웃은 오빠 젬과 딜과 함께 셋이 어울려 노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날 아버지를 '깜둥이 애인'이라고 놀리는 소릴 듣고 깜짝 놀란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백인 처녀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게 되자

이에 불만을 가진 백인들이 그런 식으로 아버지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이야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진 못하지만 1930년대라면 형식적으론 노예해방이 되어 흑인도 인간으로 대접을 해주지만 백인과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받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여전히 백인들의 하인 노릇이나 하면서 차별받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심지어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톰 로빈슨은 메이엘라 바이얼릿 유얼이란 백인 처녀를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지만 제대로 된 증거가 전혀 없었다.

단지 피해자라 주장하는 처녀와 그 아버지의 진술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허황된 것인지를 법정에서 제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은 톰 로빈슨에게 유죄 평결을 하는데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란 미국에서도 말로만 평등을 부르짖었지

그들이 말하는 평등은 오직 백인 남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어디 감히 백인 여자를 건드려' 하는 심리가 톰 로빈슨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게 만들었는데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고도 뻔뻔하게 자신들을 모욕했다며 복수를 벼르고 다니던 인간은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마는데 어쩌면 자업자득이자 인과응보라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시대 분위기에선 어쩌면 백인들이 흑인들을 저렇게 대우하는 게 그리 특별하진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카웃 남매를 비롯해 순수한 영혼들이 보기에는 분명 부당하고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버젓이,

그것도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으니 정말 통단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소수였던 시대에서 잘못된 것들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주는 게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었다.

그 이후 세상은 많이 변했고 조금씩이나마 법 앞의 평등이란 가치가 실현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강자와 약자간의 불평등한 일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 과연 뭐가 진정 옳은 가치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그런 소중한 가치들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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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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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그의 작품읽어볼 기회는 아직 없었다.

우연히 그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전통 SF와는 사뭇 다른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소원을 들어주는 2센티미터짜리 악마 아자젤과 얽힌 흥미로운 단편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악마를 불러내는 법이 적힌 스벤의 책을 찾아낸 조지는

아자젤이라는 2센티미터의 악마를 불러내게 된다.

악마와의 거래를 다룬 괴테의 파우스트 등의 작품을 연상시키지만

이 책에서 조지와 아자젤의 관계는 예상 외로 건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조지가 종종 주변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아자젤을 불러내지만

아자젤은 조지에게 특별한 대가를 요구하진 않는다.

그저 조지가 아자젤의 비위를 조금만 맞춰 주면 아자젤은 자신의 능력을 못 이긴 척 발휘해서

조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데 문제는 인간 세상을 전혀 모르는 악마이기에

조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실행하다 보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한다.

농구 선수를 도와달라고 하니 자기 편 골대에 골을 넣게 만들지 않나

지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해를 입힐 수 없게 만들어놨더니

어이없게도 운석을 맞고 죽는 등 기상천외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아무래도 인간과 악마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관계로 인한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오히려 반전의 묘미를 안겨주었다.

분명 아자젤은 조지가 부탁한 대로 소원을 들어줬지만

그야말로 원론적인 해법을 제시하다 보니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항상 식당에서 만나 조지와 화자가 티격태격 다투는 장면이나 식당에서 식사비 내는 걸 가지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장면 등 전반적으로 코믹한 장면들로 가득했는데

까칠하지만 귀여운(?) 악마 아자젤까지 읽는 내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를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조지가 정말 부러웠는데

한편으론 조지가 자기 소원을 직접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아자젤의 능력을 전적으론 믿지 않음을 반증하기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단편들에서 아자젤이 신기한 능력을 발휘해서 일응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하나같이 안 좋은 결말을 맺었기 때문에 아자젤의 능력을 이용하는 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멀리 보면 큰 화를 입는 악수였다.

액면 그대로 소원을 들어주는 천진난만한 악마 아자젤의 유쾌발랄한 얘기들이 매력적인 단편집

이었는데 SF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기발한 상상력과 톡톡 튀는 유머가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그의 본업인 SF 작품들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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