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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어떻게 해야 우아한 연인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연인들의 모습은 그다지 우아함과 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우아함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드물고,
연인관계를 우아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인데,
이 책의 원제는 'Rules Of Civility'임에도 뜬금없이 '우아한 연인'이라는 한글 제목이 붙었으니
전형적인 한국화 제목을 사용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제목을 붙였다면 책 속에 '우아한 연인'이 등장한다는 소린데
책 소개글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인용하고 있어 과연 어떤 연인이 등장하여 로맨스를 펼칠까 궁금했다.
대공황의 끝자락인 1938년을 배경으로 주인공 케이티와 그녀의 친구들의 만남과 이별,
사랑과 우정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그녀가 뉴욕에서 다사다난한 1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킹카 팅커를 같이 좋아하게 된 케이티와 그녀의 절친 이브.
세 명이 같이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이브가 큰 부상을 입게 되자
팅커는 큰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이브와 사귀게 된다.
케이티는 자신이 다니던 법률회사의 속기사 일을 그만두고 문학지의 편집조수로 새 인생을 출발하는데...
1930년대말 대공황 말기의 미국이 배경이라 솔직히 잘 와닿지 않는 점도 있었지만
그 시대에 쉽지 않은 주체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작품이었다.
과거에 비하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신데렐라들이 적지 않은데
케이티는 목매다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호감이 있던 팅커를 이브에게 뺏기지만
그녀는 승진을 시켜준다는 직장도 관두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나선다.
보통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안주하기가 쉬운데 과감하게 도전을 하는 케이티의 용기가 부러웠다.
그리고 사랑에 있어서도 결코 남자에게 끌려가지 않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책에서 만났던 남자들과는 결국 쿨한(?) 이별을 하게 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케이트가 책벌레로 나온다는 사실이다.
무인도에 남게 되면 가져갈 것으로 소로의 '월든'을 꼽고,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등 여러 문학작품들을 언급하고 있어 나와 코드가 맞는 것 같았다.
특히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는 모습은 딱 내 스타일이었다.ㅎ
그녀가 무슨 작품을 읽고 있는지는 직접 언급하지 않아 정말 궁금했는데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인 것 같으니 꼭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겠다.ㅋ
그리고 늘 읽어야지 하고 미뤄두었던 '월든'을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부록에 실려 있는 조지 워싱턴의 '사교와 토론에서 갖추어야 할 예의 및
품위 있는 행동 규칙' 110가지에서 따 왔다고 한다.
쭉 읽어 보니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면 정말 '우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실천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영화로 봤던 '위대한 개츠비'와 비교해서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는데
나름 흥미로운 내용과 맛깔스런 문체를 선보인 작품이었다.
한국판 제목은 결국 이뤄지기 힘든 우리의 소망을 담아낸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