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펀지 - 최고의 스포츠 기자가 발로 쓴 최강의 스포츠 지식사전
노주환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전혀 몰랐던 의외의 지식을 알려주는 TV 프로그램 스펀지를 재미있게 보곤 했었는데  

이 책은 스펀지의 인기와 방식을 차용하여 스포츠에 관련된 재미있는 상식을 잘 정리하고 있다.

나름 스포츠광이며 스포츠에 관한 지식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꽤 많았다.

 

총 70개의 항목을 소개하고 있는데 축구, 야구, 골프, 농구 순의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먼저 축구와 관련해선 10번이 팀의 에이스를 뜻하게 된 것은 축구황제 펠레 때문이었는데  

재밌는 것은 10번을 펠레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58년 스웨덴 월드컵 당시 브라질축구협회가 선수들  

등번호를 빠뜨리고 명단을 제출해서 우루과이 출신 사무관이 등번호를 자기 맘대로 나눠줬다는 점이다.  

한국 야구에서도 10번이 대부분 잘 치는 타자들의 등번호인데  

그 유래도 알 수 있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축구 관련 종사자가 제일 많은 대륙이 아시아란 점도 예상 외의 사실이었고  

축구 심판이 호루라기 이전에 사용한 것이 손수건이란 점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좀 황당한 사실은 1960년대에는 경고와 퇴장을 몰래 했다는 사실이다.  

당사자에게만 몰래 알려줬다는 것인데 지금같이 판정에 민감한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구와 관련해선 지금은 왼손잡이들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초창기엔 찬밥 신세였다는 점이나  

1800년대엔 주심이 포수 뒤가 아닌 투수 뒤에 있었다는 점은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TV중계를 볼 때 투수 쪽에서 공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일응 과거의 방식이 틀린 게 아닌 것 같다.

농구와 관련해선 맨 처음 사용한 공이 축구공이란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 밖에 육상 경기에서 트랙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은 오른손잡이와 심장 때문이라는데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실의 숨겨진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비롯해 바야흐로 스포츠의 계절이 왔다.

이 책을 통해 스포츠의 숨겨진 재미있는 얘기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스포츠도 역시 아는 것이 많아야 더 재밌다.

각종 기록이나 유래, 사연 등을 알고 보는 경기는 재미가 몇 배는 더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스포츠를 보는 재미를 한 단계 더 높여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개 종목에만 편중되면서 가십거리 위주의 소재가 더러 있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스포츠 기자가 모든 스포츠를 다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각 분야의 전문기자들이 공동작업을 했더라면 좀 더 깊이 있으면서도  

그 종목을 좋아하는 팬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
서명수 지음 / 아르테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베이징 올림픽을 치뤄낸 중국은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증폭되어

중국어를 비롯해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작년에 읽은 '이중텐, 중국인을 말하다'에서도 중국인의 기본적인 성향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지만  

좀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중국인이라는 집단이 아닌 개개의 중국인들의 삶이 어떤지는 솔직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이란 나라 전체가 엄청난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무려 13억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의 개개의 삶의 모습은 아직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중국인들과의 교제를 통해 느낀

중국인의 삶과 중국의 실제 모습을 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라오바이싱'은 공산당원, 군인이 아닌 일반 서민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행해지고,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로 알고 있는 중국에 사는  

보통 사람들인 라오바이싱들은 예상 외로 정치, 경제적인 체제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잘 살 수 있느냐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다.  

우리 같으면 어느 정도 경제성장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라면 벌써 민주화 운동이니 하면서  

정치문제가 부각되어 정부가 이런 국민들의 요구에 못 버티고 손을 들었겠지만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를 일으키고도 끄덕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정치니 민주화니 그런 것에는 무관심함을 알 수 있다.

삼륜차 아저씨 티엔 선생의 얘기를 통해선 중국에도 지역간, 계층간의 차별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후커우라는 제도가 있어서 농촌 사람들의 도시 이주를 엄격히 규제하여 수많은 농촌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는데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농촌이 붕괴되고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현실에서 수많은 농촌 출신 사람들은 사회보장의 혜택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현대판 신분제도가 유지되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었다.  

우리로 말하자면 강남이나 분당 등 부자 동네에 서민이 진입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인데  

중국의 커다란 사회불안요인이라고 생각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디산저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산저는 제3자라는 뜻으로 불륜관계 있는 남자나  

여자를 뜻하는데 고위직 공무원이나 소위 능력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디산저가 능력의 상징이 될 정도다. 우리나라도 불륜이 만연한 세상이 되었지만 사회주의 국가라  

별로 안 그럴 것 같은 중국에서 불륜이 대유행이란 것은 정말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것도 불륜에 대해 그리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오히려 당당하고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불륜의 천국이 바로 이웃 나라였던 것이다. ㅋ

 

중국을 한 때 지배했던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은 이제 중국인에게 잊혀진 사람과 시절이다.  

마오쩌둥은 오직 중국 화폐인 런민비에 그려진 인물이기에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즉 마오에 대한 사랑은 돈에 대한 사랑일 뿐이다.

중국도 우리와 같이 공무원들을 보고 '철밥통'이란 의미의 티에판이라 부르는 점이나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와 이태백이 수두룩한 세상이어서 심지어 가정부로 취업하는 상황,  

대박을 통해 벼락부자인 폭발호가 되기를 소망하는 점은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할 수 있었다.

중국 사람들의 허난 출신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은 우리가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가졌던 편견과  

유사해 중국 사회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의 서민이라 할 수 있는 라오바이싱들도 경제구조의 변화와 개혁개방에 따라 여러 계층으로  

분화되고 있다. 엄격한 통제사회에선 빈부격차나 생활수준의 차이가 없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면서 라오바이싱간에도 격차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사회문제들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에게 종교는 곧 돈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과 가족들이 얼마나 잘 살 수 있느냐인 중국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게 오히려 무색할 정도였다. 중국인들에게 이념이니 체제니 하는 것들은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란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흔히 일본을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부르곤 했는데 중국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우리와 다른 체제였고 오랫동안 교류를 안 한 나라였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친 나라였고 관계 정상화 이후 미국이나 일본 못지 않은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어떤 살고 있는지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대다수의 중국인이라 할 수 있는 라오바이싱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시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한편에선 진보개혁 세력의 대표주자로 자기 주장을 똑부러지게 하는 인물로 생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독설가이자 독불장군이며 노무현의 충직한 신하(?)로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후로 조용히(?) 사라졌던 유시민이  

'후불제 민주주의'란 책을 들고 나타났을 때 그의 달변이자 독설이 그리웠던 사람들은 환영했을 것이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의 등장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자칭 지식소매상인 유시민의 헌법을 소재로 한 에세이 형식의 이 책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만들어준다.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이며 국민들의 합의에 바탕한 국가권력의 원천이자  

국민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헌법은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법학을 전공한 나조차 헌법은 그다지 매력적인 과목이 아니었다.  

헌법은 곧 정치와 맞닿아 있어 정치혐오증을 가진 나로선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나  

헌법의 추상적인 조항들의 의미들이 과연 우리의 생활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사실 헌법 규정들이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헌법의 조항들을 보다 구체화한 법률과 그 하위 명령, 규칙들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생기면서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 등을 통해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를

통제할 수는 있지만 헌법은 역시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유시민은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후불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카드로 구입해서 월말에 결제하는 상품처럼 우리가 민주주의를 미리 누리고 있지만  

젠가는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금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지금의 대다수 국민들이 비용을 지불한 것은 많지 않다.  

소위 민주화투사로 불리워진 인물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 쟁취한 것을  

우리는 무임승차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솔직히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지는 못한다.  

30대인 나도 서슬퍼런 독재 군부정권을 직접 겪진 않았기 때문에 그 소중함이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 세대에게 와닿은 것은 취업대란과 경제불황일 것이다.

이런 우리 세대에게 유시민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대가를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배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언론의 자유나 인권 침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 정부가 지난 10년간의 정권들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까지 현실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어떻게 보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에 위협을 가한다고 생각할 측면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인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굳이 정부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유시민을 비롯한 사람들의 가치관과  

소위 보수라 부르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르다 할 것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보수정권, 보수언론,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유시민의 주장이 일응 옳은 측면이 있지만 마치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인 것처럼  

이분법으로 나누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보수의 나쁜 점은 부각시키면서 진보랄까 노무현 정권의 잘못은 변명으로 일관한다.  

모든 게 보수언론이나 보수세력 탓인양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가 노무현이나 자신들을 마치 절대선이고  

나머지는 악이거나 어리석은 자들로 생각하는 오만한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기만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남을 공격하는 사람을 좋게 볼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나 논리가 일면 타당한 면도 있고, 무엇보다 화려한 달변으로 인해  

그와 토론을 해서 이길만한 논객이 그다지 없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이 옳은 것처럼 보여도 말과 행동은 별개라 할 것이다.

말로야 얼마든지 이상적인 얘길 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이 책은 그야말로 유시민의 보수세력에 대한 공격과 자기 미화로 일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양복 입은 침팬지라고 보수적인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태도는 전형적인 유시민식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 그의 독설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ㅋ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더 이상의 이념대립은 무용지물이 될 줄 알았는데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대립은 더 격렬해지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비난 수위가 도를 지나치고 같은 사실을 정반대로 해석하는 이들의 태도는  

국민 화합이니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건설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되는데 우리의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세력들이다. 서로를 악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의 이 책은 진보세력이 헌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보수에 대한 생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결코 공존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헌법이나 민주주의, 보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음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대한민국 개조론. 대한민국을 개조하려는 유시민의 책이니까...ㅋ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노무현과 유시민을 좋아하고, 자신이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림자는 빛의 존재 증명이고 빛은 그림자의 존재 조건이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 

    만사에는 다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p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방과 탈주>를 리뷰해주세요.
추방과 탈주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인 불황과 신자유주의의 팽배로 인한 대규모 실업사태와

비규정직 양산으로 국민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개인과 가정의 위기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와 실용주의로 무장한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국민들은 국가의 보호로부터 추방당해 주변으로 내몰린 상태라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권력과 법으로부터 탈주하는 대중들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가의 국민 추방과 이에 반격하여

국가로부터의 탈주를 선택한 국민들의 모습을 담아 내며

이런 불안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얘기하고 있다.

요즘 많은 국민들이 사회안전망의 붕괴로 인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상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국민이지만 국가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비국민 혹은 내부 난민들의 증가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불안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이 사태가 어디로까지 치달을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각종 위기론이 정말 기우라면 좋겠지만 대중들이 느끼는 위기는  

이미 이를 감내하기가 힘든 한계 상황에 치달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방통행인 정부와 맘을 돌린 국민간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작년 전국을 휩쓸었던 대규모 촛불시위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서 시작되어 87년 6. 10 항쟁을 능가하는 규모로 확대된  

국민들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 할 수 있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데모스 없는 데모크라시가 만연해지자 국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비록 중간에 사제들의 등장으로 인해 촛불의 열기는 수그러들었지만 촛불시위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집단적 소통의 모습은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진정한 권력자로서 국민의 힘을 되찾고,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케 할 실마리를 보여 주었다.  

저자는 이에 더 나아가 '향기나는 전쟁'을 통한 대중 혁명에 이르지 못한 점을 아쉬워 하고 있다.  

여기서 혁명이라는 게 정부의 전복 등을 의미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았던 정부와 국민간의 대결이 사제들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어디까지 갔을지는 정말 알 수 없다.    

 

한편 저자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살아있는 지식인의 모습을 강조한다.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하는 지식인이나 아카데미 캐피탈리즘이라 할 수 있는 상업화된 학문도 아닌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그런 학문을 하는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지식과 행동이 괴리된 무늬만 지식인인 경우가 많다.

많은 것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자신이 배운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식인은 드물다.

현실과 괴리된 말장난도 아닌, 그렇다고 지나치게 돈이 되는 지식만을 추구하는 속세적인 지식도 아닌  

앎을 통해 삶을 창출하는 현장인문학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앎을 실천하기 위해 새만금 개발 중단, 평택 미군기지 이전, 한미 FTA 반대 등을 주장하며  

대중지성 프로젝트와 시민지식네트워크를 통한 독서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코뮨주의를 선언하는데 너무 이상화된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은 누구나 희망하는 바이지만 그 방법론으로 자본주의 화폐경제에

반대한다는 주장 등은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가 지향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지구를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것인데  

그게 과연 가능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치 맑스와 엥겔스가 유토피아로 생각했던 공산주의의 세상이 연상된다.  

하지만 공산주의 실험은 처절히 실패하고 말았다. 저자가 말하는 코뮨주의 실험은 이상적일진

몰라도 실현가능성이나 그런 실험을 하면서 치러야 하는 대가를 생각하면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추방과 탈주가 일어나는 요즘의 궁극적인 해법으로는 그다지 적절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럼에도 추방과 탈주가 일어나는 요즘에 적절한 문제제기와 논의를 이끌어 내면서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을 제시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국민을 국가의 주변으로 내몰고, 스스로 국가를 탈주하게 만드는 정부에게는 분명 따끔한 충고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지식과 행동이 괴리된 상태면서 지식인을 자처하는 수많은 자칭 배운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던 책이었다.   

 

o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추방과 탈주가 만연해진 요즘에 대한 문제제기와 진정한 지식인상을 제시한 점

o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코뮨주의 선언


o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은 사람들

o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생각'은 갖는 게 아니라 '낳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며 산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몇 가지 선택지 중에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다. 

  생각하는 힘은 삶의 길을 선택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삶의 길을 창출하는 데 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06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 누가 감히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을 막아서는가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데이비드 버사미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인 석학 촘스키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이 책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했던 미국의 적나라한 정체를 폭로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은

중동, 남미를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 나라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는 정부를 옹호하고, 그런 세력의 쿠테타를 조종하며  

지구를 전쟁터로 만들면서 세상을 미국의 입맛대로 요리하고 있었다.

 

이런 폭력을 자신들은 마음껏 휘두르면서 자신들과 비슷한 짓을 하려는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의  

국가들을 악마로 간주하고 무차별적 공격을 해대는 게 미국이다.  

사실 진정한 악의 축은 미국이었다. 감히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힘 없는 작은 나라들이  

하는 걸 가만 놔두지 못하는 게 미국의 속성이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모든 국가는 곧 악이라는 게 바로 미국의 논리이자 그들의 정의였고,  

이것이 그대로 통하는 게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야말로 지구상의 마피아 보스라 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사업가처럼 가면을 쓴 채 위선을 행하지만

뒤로는 각종 범법을 저지르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는 마피아 보스가 바로 딱 미국인 것이다.

그런 마피아 보스의 친한 친구랄까 똘마니(?)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에 의해 인종청소를 당하는 고통을 겪었지만

팔레스타인 땅에 원주민들을 내쫓고 이스라엘이라는 인위적인 나라를 세운 후  

그들은 중동지역에서 끊임없이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는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괴롭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이스라엘이 전 아랍국가들을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스라엘을 미국이 왜 지원하느냐 하면 중동을 자기 맘대로 주무를 수 있도록 해주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게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지구라는 거대한 마피아조직의 중동 지역 보스가 바로 이스라엘인 셈이다.

지금도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지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나치에게 당한 것과  

같은 고통을 가하고 있는 게 이스라엘의 정체였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이런 깡패 같은 미국에 분연히 맞서 싸우는 정의의 투사(?)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겐 독재자이자 돌출행동을 일삼는 인물로 인식되었지만

그는 오히려 미국에 종속된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체제를 개혁하고

자국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영웅(?)과 같은 인물이었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는 무대포 정신의 미국의 악행은  

단지 부시와 같은 극우적 성격의 정권만이 행한 것이 아니었다.  

케네디를 비롯한 모든 미국 정부들이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서는 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고 행했다.

남이 하면 국제법 위반이고, 자신이 하면 정당한 미국의 논리 앞에 

오직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하는, 말 잘 듣는 나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질서가  

현재의 국제질서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최초로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민주당 정권이 새로 들어섰지만

과연 그동안 미국이 행한 악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누린 기득권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런 마피아 같은 미국이 진정 세계의 모범국가가 되기 위해서

촘스키는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권 수용,

교토의정서 조인 및 수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 포기 등을

대안으로 제안하지만 과연 미국이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촘스키와 같은 석학들과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계속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종식시키고 세계 모든 나라들이 평화롭게 서로 도우며  

살아갈 날이 올 거라는 작은 희망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