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 하인리히에서 깨진 유리창까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법칙이 과연 몇 가지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알아야 하는 법칙도 많아지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새롭게 발견된 법칙들은 물론 사회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법칙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특정 법칙을 아는 것이 이젠 상식이 될 정도에 이르렀으니  

이를 하나하나 익히는 것도 험난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을 사례를 통해 쉽게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아야 할 대부분의 법칙을 망라해 정리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다.

관성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멘델의 유전법칙 등 학창시절 과학 시간에 배웠지만  

점점 기억에서 잊혀지던 법칙들을 복습(?)하는 계기도 되었고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롱테일 법칙, 하인리히 법칙, 깨진 유리창의 법칙 등을  

적절한 사례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무려 100가지나 소개된 여러 가지 법칙들 중에는 처음 듣는 생소한 법칙들도 많았다.  

단테의 신곡을 비유해 선량한 방관자를 비판한 '단테의 법칙'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말을 인용해 남보다 앞서려면 2배는 더 열심히 달려야 한다는'붉은 여왕의 법칙',  

조직 내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오를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피터의 원리', 줄다리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상승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을 잘 설명한  

'링겔만 효과' 등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법칙의 이름을 몰랐거나  

정확한 의미를 몰랐던 법칙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세상을 알아가면서 알아야 할 법칙이 이 책에 소개된 100가지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이 책에 없는 법칙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사실 자연법칙이나 사회학적인 법칙이 인생을 사는데 꼭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그런 법칙들의 존재를 모르고도 잘(?) 살았다.  

물론 지금과 같이 복잡한 세상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세상을 사는데 있어 꼭 무슨 법칙을 알아야 사람답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여러 법칙들을 아는 게 좀 더 생활하는데 편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것들이 결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테니까...

단지 여러 법칙들을 익히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좀 더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잘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법칙들을 배우는 목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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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본능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살인자 추적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연쇄살인범의 고백'을 통해 충격적인 범죄와 범인의 면모를 흥미롭게 분석했던  

마르크 베네케가 다시 한 번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사건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으로

우리가 잘 아는 OJ 심슨 사건 등 유명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다.

 

과학수사가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범죄자들이  

이젠 작은 흔적으로도 꼬리를 잡히는 경우가 많다.

현장 감식을 통해 지문, 혈흔, 체모 등을 채취해 DNA를 확인해

피해자나 범인을 특정하는 기술은 완전범죄의 여지를 많이 줄였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은 수사기관만 아니라 범죄자들도 사용하기에  

종종 미궁에 빠지는 사건들이 있기는 하다.

 

가장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바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OJ 심슨 사건이라 할 것이다.  

OJ 심슨 사건은 OJ 심슨을 유죄로 만들 명백한 물증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심제의 단점을 공략한 변호인들에 의해 OJ 심슨을 무죄로 풀려나게 만들었다.

범행 현장의 심슨의 혈흔, 심슨의 집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양말,  

심슨의 집 근처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피가 범벅이 된 장갑 등  

유전자 감식 결과 심슨이 유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배심원으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배심원들은 검찰과 변호인측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골라낼 수가 있고,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배심원 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배심원제도의 취지인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아닌 편견을 가진 배심원들이 선임되고야 말았다.  

그것도 흑인에 대해 동정심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아무리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그들은 설마 흑인 영웅 심슨이 살인을 저질렀을 거라고 애초부터 믿을 생각이 없었다.

결국 엉터리 배심원들에 의해 살인자 심슨은 거리를 활보하게 되었다.

그나마 민사재판에선 심슨에게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어 심슨이 거리에 나앉게 되었지만  

배심원제도의 병폐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우리도 국민참여재판이란 이름으로 배심원제도를 도입하여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운영을 하고 있는데  

심슨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저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잘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건은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했던 린드버그의 아들 유괴사건이었다.  

당대의 인기스타였던 린드버그의 아들이 유괴되자 린드버그는 이상하게도 경찰 수사를 방해하면서  

독자적인 수사(?)를 진행하다가 결국 아들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범인이 이용한 사다리의 조각을 증거로 하우프트만이라는 남자가 체포되어  

전기의자로 가지만 마르크 베네케는 린드버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본다.  

악동이었던 린드버그가 장난(?)을 치려다 아들을 죽게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하였는데  

린드버그의 의심쩍은 행동들로 보면 전혀 허황된 추측은 아닌 것 같았다.

 

최근 심심찮게 발생하게 있는 '묻지마 살인'과 관련해선 자신이 만든 화염방사기를 들고  

학교에 난입하여 학생과 교사들을 무차별 학살한 자이페르트의 경우  

아무리 세상에 불만이 있다 해도 그런 방법으로 해소한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그에 의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가 말이다.

그리고 엽기적인 성범죄 부부인 베르나르도와 호몰카의 사례는

그들의 뻔뻔스러운 행각에 치를 떨면서도 무능한 수사당국이 정말 한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베르나르도를 잡을 수 있던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하고서야  

겨우 그를 잡는 경찰의 무능함은 경찰에게 우리의 치안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사건들은 비록 사건 자체는 끔찍한 사건이 많았지만  

저자의 치밀한 사건의 재구성으로 인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범죄 없는 세상에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범죄가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범죄수사기법이 발달해도 미궁에 빠지는 사건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범죄와의 투쟁은 인류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책이었다.

'연쇄살인범의 고백'에 이어 '살인본능'까지 읽었는데

마르크 베네케의범죄 3부작 중 남은 책인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도 꼭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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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못 읽는 남자 - 실서증 없는 실독증
하워드 엥겔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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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가인 하워드 엥겔의 실화를 담은 이 책은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읽을 수는 없는  

실서증 없는 실독증의 경험담을 잘 보여준다.

먼저 하워드 엥겔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추리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그리고 있는데  

활자중독이라 할 정도의 책을 좋아하는 습관이 결국 그를 추리소설 작가로 만들었지 않나 싶었다.

캐나다에선 유명한 추리소설가라는데 솔직히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은 아직 국내엔 소개되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쓰는 것이 직업이자 책을 읽는 것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하워드 엥겔에게  

느닷없이 뇌졸중이 찾아온다.

그나마 그는 자신의 증상을 바로 자각하고 아들과 함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며  

시각의 4분의 1을 상실한 것 외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어 다행인 것 같았으나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라는 작가에겐 정말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특이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좀 불편한 정도겠지만 글을 쓰는 작가에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정교한 트릭을 구사하기 위해 자신이 쓴 글을 여러 번 퇴고해야 하는  

추리소설 작가에겐 거의 사망선고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연상에 의한 기억하는 방법이나 모든 걸 기억 공책에 적기, 끊임없는 읽기 노력 등으로  

정상인과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읽기능력을 회복해나간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어려운 상태에서 이 책을 비롯해  

그의 본업인 추리소설까지 작품을 계속 내놓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계속 책 읽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데  

그의 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요즘에는 오디오북까지 등장한 상태라 이런 매체를 이용한다거나 녹음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면  

어느 정도 책 쓰는 것이 가능할 것도 한데 그는 여전히 고전적인 읽는 방법을 통해 책을 쓴다.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면 글 쓰는 방법을 바꿀만도 한데 그의 고집 역시 대단한 것 같다.

 

책을 쓰는 사람이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글을 읽지 못하게 되는 끔찍한 상황을 담담하게 그린  

이 책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책 못 읽는 남자가 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책 못 읽는 남자가 된다면 정말 살아도 사는 게 아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훨씬 더 살 맛 난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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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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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쓴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 제3장에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라는 제목으로 마약 판매상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가 그들이 최저 임금보다도 못한 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란 내용이 나온다.

거기서 인용하는 자료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수디르 벤카테시가 직접 갱단과 동거동락을 하면서  

얻어낸 적나라한 흑인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인도 출신 이민자인 수디르 벤카테시는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다른 대학원생들과는 전혀 다르게 논문을 쓸 생각을 한다.

그것은 바로 흑인 빈민들의 적나라한 현실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거기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사회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연구방법 중에 주로 사용되는 것이 설문조사 등을 통한  

통계학적 방법인데 저자는 그 방법보다는 연구대상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자가 후자에 비하면 훨씬 수월한 방법이고 나름 객관적이라 인정받는 방법임에도  

저자가 후자의 방법을 택한 것은 아무래도 연구대상의 특별함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흑인 빈민으로서 산다는 것은 직접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제대로 알기 어렵다.  

그리고 조사대상인 흑인 빈민들과의 접촉이랄까 그들에게서 진솔한 얘기를 끌어내는 것은  

같은 흑인 빈민이 아니고선 극히 어려운 일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저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흑인 빈민가를 직접 찾아간다.

물론 흑인 빈민들이 저자를 환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낯선 동양계 이방인의 등장에 경계심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동네 흑인 갱단과 마주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갱단 보스인 제이티에게 조사 허락을 받으면서 그의 연구는 탄력을 받게 된다.

 

주로 제이티를 통해 알게 된 흑인 빈민가에서 갱단의 의미는 예상 외로 필요악과 같은 존재였다.  

사실 정당한 공권력이라 할 수 있는 경찰들이 해야 할 일을 갱단이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경찰이 흑인 빈민가를 무관심 속에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 빈민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경찰 뿐만 아니라  

각종 관공서와 병원, 소방서 등 생활에 밀접한 시설들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 원인은 명확하게 부각되진 않는데 아마도 그들이 돈이 안 되고,  

그들에겐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암튼 백인이라면 당연히 무료로 누려야 할 것들은 흑인 빈민들은 갱단에게  

보호비(?) 비슷한 것을 지급하면서 그나마 안전 등을 보장받는다.  

그래도 그런 갱단이라도 있으니 조금이나마 안전한(?) 삶을 누리기 때문에 흑인 빈민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갱단도 오히려 자신들의 질서유지자로서의 역할에 자부심마저 갖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착취구조가 공권력의 무관심 속에서 발생한다.

 

갱단의 수입원은 주민들에게 뜯어내는 수수료(?)가 아니고 주로 마약 판매라 할 것이다.

마약 판매를 비롯해 각종 이권에 개입해 부정수익을 쌓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이지만  

이런 부정수익을 얻는 인물이 단순히 갱단만은 아니었다.  

제이티에 이어 동네 넘버2라 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인 베일리 부인은  

동네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정부기관 등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브로커를 통해서야 겨우 얻어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착취구조는 아마도 어느 빈민가에서나 공통된 사실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처절한 현실들은 저자가 1일 갱단 보스 역 등을 하면서 직접 알아낸 사실이다.  

저자로서는 범죄에 거의 발을 담글 아슬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할지 고민하기도 하며, 빈민들이 돈 버는 방법을 갱단 보스인 제이티와  

또 다른 착취자인 베일리 부인에게 말해 주민들의 원망을 듣기도 한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저자가 완성한 이 책은 그야말로 빈곤과 착취의 현장을 생중계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흑인 빈민들이 왜 빈곤의 악순환을 겪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지 않는 더 큰 사회적 원인들이 존재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경찰 등 공권력이나 의료 서비스 등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록 돈을 치르더라도 갱단이나 부정수익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 뿐이었다.  

그들을 통해야지만 그나마라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부패와 착취구조가  

그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근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적나라한 사실들을 목숨을 걸고 조사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빈곤 문제에 대한 생색내는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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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무엇인가>를 리뷰해주세요.
아버지란 무엇인가
루이지 조야 지음, 이은정 옮김 / 르네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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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버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때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막강한 권위를 가진 존재였던 아버지들이

지금은 완전히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밀리고, 회사에서는 후배들에게 밀리고 어디에서도 환영해주는 사람이 없다.

오직 아버지로서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은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다.  

아버지들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건 이미 오랜된 일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이런 서글픈 상태에 처하게 된 부성의 정체에 대해 인류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부성의 정체를 파악하는데는 역시 모성과의 비교가 효과적이다.  

모성이 출산을 통해 생기는 천부적이고, 자연적인 것이라면  

부성은 인간의 문화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이다.

사실 부성이 천부적인 것이 아닌 인위적인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도 생물학적인 아버지의 의미를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생물학적인 아버지의 가치는 큰 의미가 없음을 이 책이 잘 보여준다.  

요즘 늘어나고 있는 싱글맘들을 보면 생물학적인 친부의 의미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성이 천부적인 것일 수 없는 까닭은 역시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경우 아이가 바뀌지 않는 한 자신의 아이일 수밖에 없지만  

남자들의 경우 자신의 아내가 낳은 아이라고 해서 꼭 자신의 아이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요즘같이 개방된 성문화와 불륜이 급증하고 있는 세상에  

아버지와 자식간이 혈연관계인지를 확실히 담보하지 못한다.  

그나마 지금은 유전자 검사니 하는 과학문명의 힘으로 확인이라도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그냥 믿거나 아님 부정하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컷들은 자식에 대한 애정이 암컷과는 달랐다.

임신과정을 거치고 출산 후에도 상당 기간 아이를 돌봐야하는 모성에 비해  

부성은 자식과의 유대감이 그만큼 부족했다.

인류가 문명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일부일처제라는 가족제도를 확립해나가기 시작하면서  

부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남자들에게 요구되기 시작한다.    

가정을 지키고 가족들을 부양할 임무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선 이런 부성의 역사를 그리스, 로마신화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 등을 원용하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일리아스'에선 트로이의 헥토르가 부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아킬레우스는 부성이 없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부성이 없는 존재는 그야말로 야만적인 존재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을 보여준다.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는 부성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가부장적 사회를 유지하면서 어머니의 존재보다는 아버지의 존재가  

절대적이고 아버지로부터 자식으로 인정을 받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상황까지 이른다.

  

이후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왕의 권위가 실추되자 아버지의 권위도 실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산업혁명에 이르면 부성을 상실한 불량한 아버지들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세계화와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남자들은 부성을 상실한 동물적인 수컷으로 살아가거나  

아니면 오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아버지와 부성의 몰락은 한편으론 평등하고 자유분방한 가족과 사회를 만들어냈지만  

자식들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가치관을 심어줄 존재를 잃고 만다.

 

요즘 아버지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불쌍한 마음이 든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한 가정의 어른으로 가정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등 그 권력이 막강해서  

가부장제의 폐해에 대해 여기저기서 공격을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종이 호랑이에 찬밥 신세가 되어

가족들의 눈치를 보고 사는 뒷방 늙은이(?)가 같은 처량한 모습이다.

가족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그들이 벌어오는 돈 뿐이니

이런 현실 앞에 부성이 어떻다고 하는 얘기 자체가 어쩌면 허황된 얘기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버지와 부성의 위기 속에 이 책은 부성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부성이 요즘 세상에서도 충분히 그 의미가 있고 해야할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성에 비해 천대받고 사라질 위기에까지 몰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설 자리를 잃은 부성이 모성에 버금가는 가치를 인정받고 가정과 사회를 지키는 역할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위기에 빠진 가정과 사회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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