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 중에 나랑 맞지 않는 책이 종종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읽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래도 끝까지 다 읽으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으면 책 읽기를 포기하고, 다음 모임에 불참한다. 지난 8월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는 날 힘들게 한 책이다.







  평점


  3점 ★★★ B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류진희허윤김주희 외 페미돌로지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빨간소금, 2022)



 

 


나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모르고, 그 유명한 BTS의 노래를 단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노래 제목만 알고 있다. 이 책에 BTSBTS 팬덤인 아미(A.R.M.Y)를 페미니즘적 관점과 퀴어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 여러 편이 있는데, 읽는 데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페미돌로지를 읽은 다른 분들도 독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그래도 끝까지 읽긴 잘했다. 오탈자와 글쓴이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 57





민혜경 민해경






* 59~60

 

 남성 연예인들의 무교양은 종종 풋풋한 미성숙이나 거침없는 용감함으로 여겨졌다. 보이그룹은 멤버의 역사 인식과 관련한 논란이 생기더라도 당사자가 아닌, 대체로 소속사 차원의 해명 혹은 사과 표명으로 신속히 마무리됐다. 비슷하게 역사 관련 퀴즈에 오답을 외치거나, 설사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논란이 되어도 특별히 남성 아이돌은 인구에 회자하거나 인상에 각인되지 않았다.[]

 강조컨대 역사 인식 부족에 따른 사회적 불쾌감이 유독 걸그룹을 통해서 더 강렬하게 일어난다. 이는 글로벌을 주장하는 초국적 한류가 오히려 민족의식을 촉발하는데, 유독 이 민족국가 사이의 경계가 여성을 통해 상상되기 때문이다.



[] 전범기는 전쟁 범죄의 줄임말 전범()’를 조합한 신조어. 일본 자위대의 공식기(公式旗) 명칭은 욱일기(旭日旗).


욱일기 논란에 휘말린 국내 가수는 다음과 같다.



1. 2000, 서태지

모 스포츠신문이 서태지 6집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 뮤직비디오에 욱일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드럼에 그려진 무늬였는데 사실은 태극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보도문은 스포츠신문이 꾸민 조작인 것으로 판명됐다. 본래 드럼의 무늬는 검은색이었으나 신문사 측이 붉은색으로 바꾼 것이었다.

 

2. 2007, 빅뱅의 탑과 GD

탑과 GD가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었다. 양현석 대표가 사과했다. GD가 입은 문제의 옷에 프린팅된 것은 욱일기라기보다는 욱일기가 떠올리게 하는 무늬에 가깝다.

 

3. 2012, 걸스데이의 혜리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연습 무대에 올라 논란이 됐다. 문제의 티셔츠는 일본 팬이 준 선물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소속사는 사과했으며 걸스데이 외국 팬 페이지에도 사과문이 공개되었다.

 

4. 2012. VIXX(빅스)

욱일기가 그려진 모자를 착용하고 출연했다.

 

5. 2013. 트러블메이커(현아, 장승현)

현아와 장승현은 트러블메이커 활동 당시 욱일기가 있는 후드티를 입고 셀카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문제의 디자인은 욱일기가 아닌 꽃봉오리 모양이다.

 

6. 2016. 티파니

광복절 전날에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욱일기 이모티콘을 올렸다. 티파니는 자필로 쓴 사과문을 공개했다. 나무위키에 티파니 광복절 욱일기 게시 사건항목이 있다. 워마드는 티파니를 향한 대중과 미디어의 과도한 비난 여론이 여성 혐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파니 방송 하차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태극기와 욱일기를 합성한 사진을 게시했다. 반면 소녀시대 팬들은 이러한 워마드의 반응에 반감을 드러냈다.





* 108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ILLIONAIRE RECORDS)의 사장 도끼[2]는 기획사 음악의 대척점으로 인디 정신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하는 이야기는 진짜라는 점을 강조한다.



[2] 일리네어레코즈의 영문 표기는 ‘1LLIONAIRE RECORDS’. 앞 글자는 알파벳 I가 아니라 숫자 1이다


일리네어레코즈는 도끼(Dok2)더 콰이엇(The Quiett)이 함께 설립한 힙합 레이블이다. 2018년에 도끼는 미국 활동을 위해 레이블 대표직을 그만두었으며 202026일에 탈퇴했다. 페미돌로지의 초판 발행일은 2022225일이다. 따라서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 전() 대표 도끼라고 써야 한다.






* 115쪽 각주






사림 사임






* 129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Insane in the Brain에서 많이 빌린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 백 홈[3]과 미국 힙합 문화의 강력한 영향은 아이돌 팝 장르 전반에 뚜렷이 보인다.



[3] 많이 빌린이라는 표현은 표절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995<Coma Back Home>을 둘러싼 표절 논란이 일어나자 서태지 측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Coma Back Home>을 사이프레스 힐에게 보내겠다고 해명했다. 1996년에 잡지 <뮤직라이프>를 통해 표절 의혹을 반박했다. 서태지 측에 따르면 <Coma Back Home>이 담긴 테이프는 사이프레스 힐에게 전달되었고, 표절이 아니라는 사이프레스 힐의 답변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서 KBS <연예가 중계>는 사이프레스 힐과의 인터뷰를 기획했으나 표절 논란 이슈가 한참 지나버린 탓에 인터뷰 기획을 접었다고 한다. <Coma Back Home> 표절 논란은 흐지부지 마무리가 된 탓에 지금도 <Coma Back Home>이 표절곡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에 <Coma Back Home>이 표절곡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동영상이 있다.






* 195




 

 더 과거에는 오마이걸바나나 알러지 원숭이[4]라는 곡을 내고 활동하자, 성인 여성의 불필요한 유아화와 그에 대한 물신화의 위험성에 항의하기도 했다.



[주4]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효정, 유빈, 아린으로 구성된 오마이걸의 유닛 그룹인 오마이걸 반하나의 타이틀곡이다.






* 235, 237






인쇄 오류. 9장 제목(‘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이 있어야 할 자리에 10장 제목(‘다시 만나는 여덕’)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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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17페미돌로지》(3부) 함께 읽기, 세 번째 모임 후기

장소: 카페 스몰토크






독서 모임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글 한 편 쓰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요? 제가 게으른 것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가 제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책이라서 그래요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류진희, 허윤, 김주희 외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빨간소금, 2022)





페미돌로지(Femi-dology)페미니즘과 아이돌로지(Idology, 아이돌 연구)를 합친 조어입니다. 페미돌로지의 정의를 쉽게 풀어 쓰면,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아이돌 산업과 팬덤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페미돌로지총 열두 명의 필자가 쓴 글이 실려 있습니다. BTS를 포함한 아이돌을 주제로 한 글이 많은 편이라서 흥미롭지만, 아이돌 중심의 대중문화의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이 어려울 수 있어요. 유행의 흐름에 저만치 떨어진 채 사는 제가 페미돌로지를 힘겹게 읽는 이유가 이렇습니다.

 

페미돌로지3부에 배치된 세 편의 글은 아이돌 팬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7항상 함께할 거예요의 이면아이돌과 팬의 친밀한 관계가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는 아이돌 산업으로 확장되어가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오늘날의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즐깁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소비자인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와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팬이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팬픽, 팬아트 등)는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 되고 맙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팬의 활동을 무보수 노동 및 소비라고 말합니다. [주: 사실은...]

 

8저항하는 팬덤과 소비자-팬덤의 모순적 공존은 소비 위주로 활동하는 팬들의 행동이 아이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글쓴이는 아이돌이 크게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원을 많이 사거나 아이돌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팬덤의 행위가 결국 능력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공을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소비를 일절 하지 않은 팬은 팬덤으로 취급받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떤 가수를 좋아한다고 말만 해도 그 가수의 팬덤 축에 끼지 못하는 거죠. 최근 들어 데뷔하자마자 실시간 음원 순위나 음악방송 1위에 단기간에 오른 아이돌이 많아졌어요. 반면에 꽤 오랫동안 활동했음에도 1위 한 번 오르지 못한 아이돌도 있어요. 1위 가수가 된다는 것은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자신이 만든 가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할 것이고, 팬덤은 가수의 앨범이나 디지털 음원을 소비합니다. 심지어 가수의 방송 출연이 뜸하거나 신곡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팬덤은 매니지먼트사의 운영 방식을 비난합니다. 방송 출연 횟수가 많으면 음악 순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가수와 매니지먼트사를 향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할 정도로 팬의 영향력이 강해졌습니다.

 

가수가 조금이라도 논란을 일으킬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팬들은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사과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아이돌을 포함한 공인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 자필 사과문을 공개합니다. 9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은 자필 사과문이 유행처럼 돼버린 현상을 분석합니다. 아이돌은 팬들에게 친밀감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나 방송 콘셉트를 유지한 채 생활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인 셈이죠. 여기다가 팬들에게 미운털 박히면 분노한 팬심을 달래기 위해 자필 사과문을 씁니다. 이런 행위 또한 감정 노동에 해당합니다. 때론 팬들의 지나친 친밀성은 아이돌 개인의 주체성마저 비난 대상으로 몰아세우게 합니다. 여자 아이돌이 페미니즘 도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팬들은 그녀를 페미니스트 또는 남성 혐오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어떤 팬은 비난받은 가수의 사진이 있는 굿즈를 훼손한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

 

최근 HYBE 공식 유튜브 채널에 걸그룹 르 세라핌의 데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공개됐어요. 이 영상에서 매니지먼트사 팀장은 멤버들에게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병행하고 있는 멤버들은 팀장의 엄한 지적을 받은 게 서러웠던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문제의 영상이 공개되자 팬들은 아이돌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매니지먼트사를 비난했습니다. HYBE는 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을 편집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영상을 공개했을까요? 팬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아이돌 산업을 비난해도 아이돌 그리고 아이돌이 되려고 하는 연습생들은 지금도 굶주려가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팬들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이 악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사 중심의 아이돌 산업에 저항하는 팬덤과 아이돌을 친밀한 상품으로 소비하는 팬덤이 공존하는 문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 사실은...] 퇴고하면서 삭제한 문장은 이렇다.



 ‘입덕을 유발하는 팬픽과 팬아트를 자발적으로 만드는 팬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속담이 있어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 수고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일에 대한 대가는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뜻이죠.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록되는 모임 후기는 레드스타킹 단톡방에 먼저 공개한다. 그곳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모임 회원 한 분이 내가 인용한 속담에 있는 되놈이 인종차별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그래서 문제의 속담이 삭제된 것이다되놈은 만주 지방에 살았던 여진족 또는 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멸칭이다씻지 않아서 더러운 중국 한족을 가리켜 ’라고 표현한 고려시대의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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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2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되놈에 대신 뭘 넣는게 좋을까요? 장사꾼? ^^*
시도때도 없이 K를 붙여 인기를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고
과도하게 외모지상주의로 아이들의 피와 땀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게
좋아보이진 않더라구요. 사생활도 주관도 없어지는 감정노동 맞네요!

cyrus 2022-10-02 12:43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장사꾼’으로 쓰는 게 낫겠죠? 그런데 이렇게 쓰면 장사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요. ^^;;

새파랑 2022-10-0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유행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ㅋ 따라가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산다는게 부가 따르기는 하지만 편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cyrus 2022-10-03 13:5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돌은 브이로그 같은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해요.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한 채 팬들 앞에 보여야 하는데, 이 또한 감정 노동이죠.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아이돌과 팬들의 만남을 아이돌의 본업이라고 생각할 뿐, 노동으로 보지 않아요.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 - 어원에 담긴 매혹적인 역사를 읽다
김동섭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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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평점


2.5점   ★★☆   B-






언어를 쪼개 보면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언어를 만들고 썼던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있다.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그것이 만들어지게 된 시대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언어는 만질 수 없는 유물이다.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는 유물과 같은 100가지 영어 단어를 소개한 책이다. 100가지 단어에 중세 유럽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이었다. 이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전쟁과 휴전을 되풀이하면서 백년전쟁(1337~1453)을 치렀다. 현대 영어가 영국과 미국의 언어라면, 중세 영어는 영국과 프랑스의 언어다. 북유럽에서 터를 잡고 살던 노르만족은 세력 확장을 위해 서유럽 쪽으로 눈을 돌렸다. 프랑스에 정착한 노르만족은 1066년에 영국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고, 그 이후로 프랑스어는 영어가 되었다.

 

‘e-mail’mail은 원래 중세 영어가 된 프랑스어다. mail의 어원은 ‘malle’. malle은 지갑, 여행 가방을 뜻한다. 비스킷(biscuit)두 번 구웠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세에 만들어진 빵은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빵은 장기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휴대 식량이 되기에 부적합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두 번 구운 빵이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비스킷이다. 비스킷은 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노르만족은 영국 사법 제도의 기틀을 다졌다. 영국 법정 단어 대부분은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중세의 재판은 영주의 땅인 마당에서 진행되었다. 마당을 뜻하는 프랑스어 cour법정(法庭)’을 뜻하는 영어 court가 되었다.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는 단어가 된 중세 유럽사를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각 단어의 의미와 관련된 역사를 정리한 글의 분량이 길지 않아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금방 다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중세 유럽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언어학자다. 역사 전문가가 아닌 유럽 언어 및 문화 전문가가 역사책을 썼다. 이렇다 보니 책 속에 역사적 정설로 잘못 알려진 내용이 버젓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주] 이 정도면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를 역사책이라고 소개하기가 민망하다.

 





[주] 책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는 811일에 작성된 배보다 배꼽이 큰 서평이라는 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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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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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점   ★★★★   A-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쓴 유일한 소설 콘택트(Contact, 1985)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앨리 애로웨이(Ellie Arroway)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천문학자다그녀는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인간 이외에 또 다른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세이건은 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올해 92일에 작고한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1961년에 열린 SETI 프로젝트 회의에서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의 수를 계산하는 일명 드레이크 방정식을 제안했다이 방정식을 이용해 계산해 보면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문명의 수는 수십 개에서 최대 수천만 개까지다드레이크 방정식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과학자들은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가설과 계산법을 제시했다. 인류와 비슷한 수준의 외계 지적 생명체는 당연히 존재한다는 믿음이 팽배했던 학계에 이탈리아 출신 미국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에 있는데?”

 

57년간 SETI 프로젝트의 선봉대 역할을 했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2020년에 해체되었다. 그래도 세계 각국 기관과 과학자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전파 신호를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실제로 있다면 그들은 우리가 보낸 전파 신호를 확인하고 우리에게 회답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페르미가 던진 질문에 제대로 한 방 먹어서 얼얼할 텐데 그래도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대답하지 않는 이유를 나름 그럴싸하게 설명한다. 그중 하나가 동물원 가설이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우리를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동물원 가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인간들이 자신들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인간이 지구와 우주의 중심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침묵하는 이유가 못마땅하다. 우주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 이 XX들이 생까고 있는 거라면 우리는 쪽팔려서 어떡하나?”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지구와 인간의 존재를 알리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존중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인간 중심주의를 다 벗어버리지 못했다. 인간이 보기에 지구는 우리의 이다. 인간은 집주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살기 시작한 동식물을 학살했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했다. 자연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인간은 우주도 개발하려고 한다우주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의 집은 더 넓어진다그런데 우주에 정말 우리 인간만 있을까? 우리만 있다고 해서 공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지구와 우주는 인간을 위한 터전이 아니다.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우주에 우리가 볼 수 없는 존재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미생물이라고 부른다우주는 혼자가 아니다.


한 사람의 몸 안에 있는 미생물의 수는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계산해서 나온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의 수보다 많다. 우리 몸 안에 1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미생물은 지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미생물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지구의 집주인이다미생물보다 한참 늦게 나타난 인간은 미생물이 만든 지구에 염치없이 얹혀살고 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는 천문학 관련 팟 캐스트를 진행하는 과학 저술가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Florian Freistetter)와 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Helmut Jungwirth) 함께 쓴 책이다. 두 사람은 과학 대중화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인 사이언스 버스터즈(Science Busters)’ 소속 회원이다. 이 책은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주거나 악영향을 주는 100개의 미생물을 소개한다. 우리는 수많은 미생물과 접촉(contact)하면서 살고 있으면서도 아주 작은 고마운 존재를 모른그저 미생물을 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미생물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빵과 맥주는 미생물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방사성 폐기물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인데도 버리지 못한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지하 암염층에 묻는 것이다. 그렇지만 암염층에 물이 들어가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이 흘러나올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암염층에 사는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Halobacterium noricence)라는 미생물이 필요한데, 이 미생물은 방사성 폐기물의 확산을 막아준다인간이 우주에 정착하려면 미생물과의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우주 온실에 사용되는 비료는 소변이다. 그런데 소변에 있는 암모니아는 해롭다연두벌레라고도 불리는 유글레나 그라실라스(Euglena gracilis)는 암모니아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믹소트리카 파라독사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린 마굴리스는 칼 세이건의 전처다. 




이 책에 미국의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가 언급해서 유명해진 미생물 믹소트리카 파라독사(Mixotricha paradoxa)가 나온다.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는 흰개미 몸속에 있다. 이 미생물의 몸에 있는 25만여 개의 섬모는 박테리아다믹소트리카 파라독사에 섬모처럼 생긴 수많은 박테리아가 기생하고 있다그런데 박테리아가 없으면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끈적한 소화액이 가득한 흰개미 내장 속에 살지 못한다.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은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보답으로 박테리아에게 양분을 공급해준다. 해러웨이는 이들의 공생 관계에 주목하면서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를 독립적인 하나의 개체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두 생명체는 한 몸이 되어 서로 도우면서 살아간다.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를 읽으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가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 폭발로 우주를 떠돌던 별의 물질들이 뭉쳐져 지구를 만들고, 이것을 재료 삼아 모든 생명체와 인간이 만들어졌다. 이 책에서 세이건은 인간을 별의 먼지라고 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를 읽으면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에 또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병균에 맞서고, 우리 몸에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서 공급해준 미생물 덕분에 우리는 지금 여기에 서 있다. 인간은 미생물로 만들어졌. 아주 오래된 우리의 친족(kind)인 미생물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들을 알면 더 잘 보인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1





카톨릭 가톨릭

 





* 71





로버트 코흐 로베르트 코흐[주1]



[1] 코흐는 독일인이므로 ‘Robert’독일식으로 표기하면 로베르트. 94쪽과 222쪽에 로베르트 코흐로 표기되어 있다.






* 95





페트라의 접시 페트리의 접시






* 106






탐사선 호이겐스 탐사선 하위헌스 [주2]



[2] 네덜란드어 이름인 하위헌스의 구() 외래어 표기는 영어식 발음인 호이겐스였다. 토성 탐사선의 정식 명칭은 카시니-하위헌스(Cassini-Huygens)’.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이탈리아 우주국(ASI)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토성의 고리 사이에 있는 틈인 카시니 간극을 발견한 이탈리아 출신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시니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을 발견한 하위헌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본체인 우주선 카시니호와 부속 착륙선인 하위헌스호로 이루어져 있어서 카시니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327쪽에 언급된 우주탐사선 카시니는 하위헌스호다.






* 167쪽


 세균은 아주 미세하다. 전형적인 박테리아는 1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다. 100만분의 1미터로, 우리 머리카락 지름보다 60배 정도 작다. 이런 점에서 1999년에 발견된 티오마르가리타 나미비엔시스(Thiomargarita namibiensis)라는 박테리아는 아주 거대하다.[주3] 최대 0.75밀리미터 크기다. 이 문장의 마침표만 한 크기다. 현미경 없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3] 세상에서 가장 큰 세균은 티오마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 올해 623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보고된 이 박테리아는 서인도 제도의 과들루프섬의 맹그로브 숲에서 발견되었다티오마가리타 마그니피카의 길이는 1cm로 일반 박테리아보다 5,000배나 크다(사진 출처: <“에베레스트만한 사람 나온 셈길이 1초거대 박테리아 발견>, 조선일보, 2022624)

 





* 308





 요나트는 2009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토머스 스타이츠,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과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네 번째 여성이었다.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은 그보다 45년 전 상을 받은 도러시 호지킨(Dorothy Hodgkin)이었다.[주4]




[4]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은 마리 퀴리(Marie Curie). 그녀는 190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1911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 354





 울프사이먼 팀이 ‘GFAJ-1’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모노호에서 서식하는 할로모나다세아(Halomonadaceae)에 과의[5] 박테리아는 유독한 비소가 보통의 생물에서 인이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5] 오자. 할로모나다세아과 또는 할로모나다과로 써야 한다.






* 377





 롭 던(Rod Dunn)집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미생물에서 다지류, 꼽등이, 꿀벌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 자연사 [주6]




[6] 집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2020년에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생물학자의 집 안 탐사기(홍주연 옮김, 까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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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과 종이 만날 때 - 복수종들의 정치 아우또노미아총서 80
도나 해러웨이 지음, 최유미 옮김 / 갈무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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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도나 J. 해러웨이(Donna J. Haraway)20세기 후반기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철학자 중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녀는 철학은 물론 문학, 생물학, 과학기술학, 페미니즘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새로운 문제와 관점을 제시하면서 얽히고설킨 지적 모험의 지평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화려한 명성에 비해 생소하고 까다로운 학자가 해러웨이다. 그녀는 인공지능 기술과 유전공학의 발전 속에서 과학과 페미니즘을 접붙인 철학자로 명성을 누렸다. 해러웨이는 1985년에 발표한 논문사이보그 선언(A Cyborg Manifesto)에서 남성 중심 과학이 초래한 여성과 과학기술의 분리된 관계를 비판하고, 인간과 비인간인 기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그녀에게 사이보그는 /, 백인/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인간/비인간(동식물, 기계) 등의 근대적 이원론을 극복하는 존재이다.


해러웨이의 이원론 해체는 단순히 공동체 안에 있는 서로 이질적인 의견과 정체성을 하나로 융합하기 위한 숙원의 과제가 아니다. 다양한 의견과 정체성이 만날 때 생기는 모순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서 돌보는 주체적인 결속이 가능해진다근대적 이원론의 재료인 인간중심주의는 지구상 모든 존재의 공존을 도모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는 단절과 차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해러웨이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게 만드는 모든 형태의 인간중심주의를 거부한다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인간, 기계, 동물, 주류로부터 배제됐던 그 밖의 존재와의 만남을 선호한다. 그들은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합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모순을 외면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모순에 응답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세상을 만들려는 해러웨이의 지적 모험은 2003년에 나온 반려종 선언(The Companion Species Manifesto)에서 이어진다해러웨이가 첫 번째 지적 모험에서 만난 존재가 사이보그라면, 두 번째 모험 중에 만난 존재는 개는 인간과 아주 친한 반려동물이다. 개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보는 관점은 개와 인간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그렇지만 개를 친근하게 바라보는 인간의 눈앞에 인간과 비인간을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인간중심주의가 아른거린다. 인간중심주의를 투과한 인간의 시선에 비친 개는 반려동물이다반려동물이라는 언어로 된 철창에 갇힌 개는 인간의 손길을 받으면서 자라는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반려동물은 인간이 허용한 관계의 영역 안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반려견은 산책할 때마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한다. 인간의 보호와 통제에 벗어난 반려견이 인간을 공격하는 순간, 그들은 동물이 되고 안락사해야 할 존재가 된다.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온정적이지만, 여전히 개를 인간에게 의존하는 비인간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에 갇힌 개를 구출한다. 반려종은 사이보그와 마찬가지로 종(, Species)의 경계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반려종에 속한 개와 인간은 자연과 문화 또는 동물과 인간으로 구분되는 이원론을 아늑한 거처로 삼지 않는다. 거처 밖에 이원론에 맞지 않은 기이하고, 잡다한 존재들이 돌아다닌다. 해러웨이는 이들을 묶어 크리터(critter)’라고 부른다크리터와의 만남이 지속되면 범주가 무의미해지고, 모든 존재가 뒤죽박죽 섞인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이 관계망 속에서 종과 종은 서로에 대해 관심을 멈추지 않으며 차이를 존중하면서 만난다. 해러웨이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돌보는 함께 되기(becoming with)의 삶을 강조한다.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나온 지 상당히 오래된 글이다. 이 두 편의 글은 2019년에 번역되었다(해러웨이 선언문: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에 관한 전복적 사유, 황희선 옮김, 책세상). 우리말로 번역되기 전까지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일부만 인용된 채 소개되었다. 길어야 서너 줄인 인용문은 해러웨이의 철학을 설명하는 글에 박힌 장식품에 가까웠다. 그동안 독자는 해러웨이의 철학을 장식품에 의존하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접근해야 했다. 이러면 얽히고설킨 해러웨이의 철학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는 오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래서 해러웨이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철학자다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When Species Meet, 2008)해러웨이가 쓴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의 주석서반려종 선언에 일부만 소개된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도 수록되어 있다. 해러웨이는 스포츠 기자로 살아온 장애인 아버지의 삶과 가족 전체의 일상에 영향을 준 반려종을 되돌아본다(respecere).[주1] 독자는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에 기록된 그녀의 지적 모험을 유쾌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해러웨이는 반려 종 선언의 초기 원고를 토대로 종과 종이 만날 때2장과 4장을 썼다. 그래서 종과 종이 만날 때134쪽에 있는 사진은 해러웨이 선언문222(반려 종 선언)에도 나온다.


종과 종이 만날 때을 혼자 읽어도 버겁다면, ‘반려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반려(companion)’는 라틴어 쿰 파니스(cum pains)’에서 유래됐다. 쿰 파니스는 빵을 함께 하다(먹는다)’라는 뜻이다. 해러웨이가 강조한 반려는 식탁에 함께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서로 돌보면서 식사하는’ 존재. 내가 생각하는 해러웨이식 반려 독서는 이렇다. 여러 사람이 탁자에 함께 앉아서 혼자 읽은 책을 다시 본다(respecere). 반려 독서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가 읽은 내용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힌다. 이 모임에서 본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이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존중해주고 받아들이자. 반려 독서의 목적은 지식을 더 많이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반려종인 우리는 ‘함께 읽기를 통해 서로 다른 지식과 정체성이 만나면 생기는 차이(또는 모순) 속에서 함께 번영하는 법[2]을 배워야 한다.






[주1]레스프레체라고 읽는다. respecere는 종의 어원인 specere로부터 나온 말로 respect의 어원이다. specere보다라는 의미이므로 respecere 거듭해서 보다는 뜻이다. (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 1장 종과 종이 만날 때: 서문, 31쪽 각주)


[주2] 종과 종이 만날 때, 371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96




 

P. T. 바눔 P. T. 바넘(P. T. Barnum)

 

 




* 198쪽 각주(옮긴이 주)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 1883[주3]~1966)는 간호사로산아제한 운동을 활발히 벌였던 여성 운동가이다.


[주3] 마거릿 생어의 출생 연도는 1879이다.

 

 




* 204




 

콜로라도 록키즈(Colorado Rockies) 콜로라도 로키스

   

 

 



* 후주, 381


 



A. N. 화이트헤드, 과학과 근대세계, 오영환 옮김, 서광사, 1990.

[주4]

 


[주4] 2008개정판이 출간되었다.

 

 




* 후주, 402


 



낸시 파머, 아프리카 소녀 나모, 김백리 옮김, 느림보, 2007.[주5]

 

[주5] 초판이 출간된 연도는 2005이다.

 

 




* 후주, 428

 




Brian Harre Brian Hare [주6]

 

 

[주6] 브라이언 헤어는 작년에 화제가 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이민아 옮김, 디플롯)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이다.

 

 




* 후주, 448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닥터 아인의 마지막 비행[주7]



[주7] 번역명: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이수현 옮김, 체체파리의 비법, 아작, 2016.

 


 



* 후주, 449

 




드니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주8]

 


[주8] 김계영 옮김, 한길사, 2006.

 

 




* 후주, 452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여장을 한 발데모트 경 

볼드모트(Lord Voldem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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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선 필독으로 읽어야 할 페이퍼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축하드립니다 *^^*

cyrus 2022-10-08 02:57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어요. 출판사가 제 글을 확인했고, 오자를 고친다고 답변을 주셨어요. ^^

그레이스 2022-10-07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2-10-07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yrus님^^

서니데이 2022-10-07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