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과 종이 만날 때 - 복수종들의 정치 아우또노미아총서 80
도나 해러웨이 지음, 최유미 옮김 / 갈무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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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도나 J. 해러웨이(Donna J. Haraway)20세기 후반기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철학자 중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녀는 철학은 물론 문학, 생물학, 과학기술학, 페미니즘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새로운 문제와 관점을 제시하면서 얽히고설킨 지적 모험의 지평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화려한 명성에 비해 생소하고 까다로운 학자가 해러웨이다. 그녀는 인공지능 기술과 유전공학의 발전 속에서 과학과 페미니즘을 접붙인 철학자로 명성을 누렸다. 해러웨이는 1985년에 발표한 논문사이보그 선언(A Cyborg Manifesto)에서 남성 중심 과학이 초래한 여성과 과학기술의 분리된 관계를 비판하고, 인간과 비인간인 기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그녀에게 사이보그는 /, 백인/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인간/비인간(동식물, 기계) 등의 근대적 이원론을 극복하는 존재이다.


해러웨이의 이원론 해체는 단순히 공동체 안에 있는 서로 이질적인 의견과 정체성을 하나로 융합하기 위한 숙원의 과제가 아니다. 다양한 의견과 정체성이 만날 때 생기는 모순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서 돌보는 주체적인 결속이 가능해진다근대적 이원론의 재료인 인간중심주의는 지구상 모든 존재의 공존을 도모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는 단절과 차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해러웨이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게 만드는 모든 형태의 인간중심주의를 거부한다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인간, 기계, 동물, 주류로부터 배제됐던 그 밖의 존재와의 만남을 선호한다. 그들은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합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모순을 외면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모순에 응답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세상을 만들려는 해러웨이의 지적 모험은 2003년에 나온 반려종 선언(The Companion Species Manifesto)에서 이어진다해러웨이가 첫 번째 지적 모험에서 만난 존재가 사이보그라면, 두 번째 모험 중에 만난 존재는 개는 인간과 아주 친한 반려동물이다. 개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보는 관점은 개와 인간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그렇지만 개를 친근하게 바라보는 인간의 눈앞에 인간과 비인간을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인간중심주의가 아른거린다. 인간중심주의를 투과한 인간의 시선에 비친 개는 반려동물이다반려동물이라는 언어로 된 철창에 갇힌 개는 인간의 손길을 받으면서 자라는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반려동물은 인간이 허용한 관계의 영역 안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반려견은 산책할 때마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한다. 인간의 보호와 통제에 벗어난 반려견이 인간을 공격하는 순간, 그들은 동물이 되고 안락사해야 할 존재가 된다.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온정적이지만, 여전히 개를 인간에게 의존하는 비인간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에 갇힌 개를 구출한다. 반려종은 사이보그와 마찬가지로 종(, Species)의 경계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반려종에 속한 개와 인간은 자연과 문화 또는 동물과 인간으로 구분되는 이원론을 아늑한 거처로 삼지 않는다. 거처 밖에 이원론에 맞지 않은 기이하고, 잡다한 존재들이 돌아다닌다. 해러웨이는 이들을 묶어 크리터(critter)’라고 부른다크리터와의 만남이 지속되면 범주가 무의미해지고, 모든 존재가 뒤죽박죽 섞인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이 관계망 속에서 종과 종은 서로에 대해 관심을 멈추지 않으며 차이를 존중하면서 만난다. 해러웨이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돌보는 함께 되기(becoming with)의 삶을 강조한다.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나온 지 상당히 오래된 글이다. 이 두 편의 글은 2019년에 번역되었다(해러웨이 선언문: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에 관한 전복적 사유, 황희선 옮김, 책세상). 우리말로 번역되기 전까지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일부만 인용된 채 소개되었다. 길어야 서너 줄인 인용문은 해러웨이의 철학을 설명하는 글에 박힌 장식품에 가까웠다. 그동안 독자는 해러웨이의 철학을 장식품에 의존하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접근해야 했다. 이러면 얽히고설킨 해러웨이의 철학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는 오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래서 해러웨이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철학자다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When Species Meet, 2008)해러웨이가 쓴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의 주석서반려종 선언에 일부만 소개된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도 수록되어 있다. 해러웨이는 스포츠 기자로 살아온 장애인 아버지의 삶과 가족 전체의 일상에 영향을 준 반려종을 되돌아본다(respecere).[주1] 독자는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에 기록된 그녀의 지적 모험을 유쾌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해러웨이는 반려 종 선언의 초기 원고를 토대로 종과 종이 만날 때2장과 4장을 썼다. 그래서 종과 종이 만날 때134쪽에 있는 사진은 해러웨이 선언문222(반려 종 선언)에도 나온다.


종과 종이 만날 때을 혼자 읽어도 버겁다면, ‘반려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반려(companion)’는 라틴어 쿰 파니스(cum pains)’에서 유래됐다. 쿰 파니스는 빵을 함께 하다(먹는다)’라는 뜻이다. 해러웨이가 강조한 반려는 식탁에 함께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서로 돌보면서 식사하는’ 존재. 내가 생각하는 해러웨이식 반려 독서는 이렇다. 여러 사람이 탁자에 함께 앉아서 혼자 읽은 책을 다시 본다(respecere). 반려 독서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가 읽은 내용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힌다. 이 모임에서 본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이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존중해주고 받아들이자. 반려 독서의 목적은 지식을 더 많이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반려종인 우리는 ‘함께 읽기를 통해 서로 다른 지식과 정체성이 만나면 생기는 차이(또는 모순) 속에서 함께 번영하는 법[2]을 배워야 한다.






[주1]레스프레체라고 읽는다. respecere는 종의 어원인 specere로부터 나온 말로 respect의 어원이다. specere보다라는 의미이므로 respecere 거듭해서 보다는 뜻이다. (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 1장 종과 종이 만날 때: 서문, 31쪽 각주)


[주2] 종과 종이 만날 때, 371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96




 

P. T. 바눔 P. T. 바넘(P. T. Barnum)

 

 




* 198쪽 각주(옮긴이 주)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 1883[주3]~1966)는 간호사로산아제한 운동을 활발히 벌였던 여성 운동가이다.


[주3] 마거릿 생어의 출생 연도는 1879이다.

 

 




* 204




 

콜로라도 록키즈(Colorado Rockies) 콜로라도 로키스

   

 

 



* 후주, 381


 



A. N. 화이트헤드, 과학과 근대세계, 오영환 옮김, 서광사, 1990.

[주4]

 


[주4] 2008개정판이 출간되었다.

 

 




* 후주, 402


 



낸시 파머, 아프리카 소녀 나모, 김백리 옮김, 느림보, 2007.[주5]

 

[주5] 초판이 출간된 연도는 2005이다.

 

 




* 후주, 428

 




Brian Harre Brian Hare [주6]

 

 

[주6] 브라이언 헤어는 작년에 화제가 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이민아 옮김, 디플롯)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이다.

 

 




* 후주, 448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닥터 아인의 마지막 비행[주7]



[주7] 번역명: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이수현 옮김, 체체파리의 비법, 아작, 2016.

 


 



* 후주, 449

 




드니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주8]

 


[주8] 김계영 옮김, 한길사, 2006.

 

 




* 후주, 452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여장을 한 발데모트 경 

볼드모트(Lord Voldem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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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선 필독으로 읽어야 할 페이퍼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축하드립니다 *^^*

cyrus 2022-10-08 02:57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어요. 출판사가 제 글을 확인했고, 오자를 고친다고 답변을 주셨어요. ^^

그레이스 2022-10-07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2-10-07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yrus님^^

서니데이 2022-10-07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저자 안병억 교수님이 내가 쓴 서평을 읽고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셨다. 저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내 서평을 검토하고, 서평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 안병억 셜록 홈즈 다시 읽기: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열대림, 2022)




이 글에 서평을 읽은 저자의 반박 의견을 재반박한 내용도 있다저자의 의견이 틀려서 재반박한 것은 아니다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믿는 진리의 불확실성을 인식하고다른 관점으로도 생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 셜록 홈즈 다시 읽기231

 

 영국 소설가 브램 스토커1897년에 드라큘라를 출간했다.



[231쪽에 인용한 내용 비판] 브램 스토커(Bram Stoker)영국에서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저자의 반론] 아일랜드는 1921년에 독립하기 전까지 영국(UK, United Kingdom)에 속했기 때문에 스토커의 국적은 영국이다.


[재반론] 1921년 영국-아일랜드조약이 체결되면서 아일랜드 자유국(Irish Free State)이 출범했다. 하지만 완전한 독립 상태가 아니었고, 1937년부터 아일랜드 자유국은 헌법을 수정하면서 영국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명은 아일랜드(Ireland)에이레(Éire, 아일랜드어)로 변경되었고, 영국 식민지 국가들로 구성된 영 연방을 탈퇴한다고 선포했다. 1949년에 영국은 아일랜드의 영 연방 탈퇴를 승인했고, 아일랜드의 국명은 아일랜드 공화국(Republic of Ireland)으로 변경되었다.


영국령 아일랜드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인물의 국적은 ‘아일랜드’.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는 스토커의 직업이 ‘Irish author’로 기재되어 있다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윌리엄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국적도 영국이다요즘에 이 두 작가를 영국 출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가? 예이츠는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참여한 시인이다. 그런 그가 영국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국적을 영국이라고 주장하는 건 어폐가 있다.
















* [절판] 피터 애크로이드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책세상, 1999)




2019년에 영국 소설가 피터 애크로이드(Peter Aykroyd)가 쓴 평전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엘리엇영혼의 순례자》 431

 

 엘리엇은 영국인으로는 키플링, 타고르, 예이츠, 와 골스워시에 이어 여섯 번째 노벨상 수상자였다.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1907,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1913, 예이츠는 1923,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1925, 존 골즈워디(John Galsworthy)193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타고르가 상을 받을 당시 인도는 영국 식민지였다. 그렇지만 그는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인이다. 영국 식민지 인도에서 활동한 타고르의 국적을 영국이라고 주장하게 되면 아시아인 첫 수상자라는 기록이 소멸한다. 예외로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쇼는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국적이 영국으로 되어 있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 117쪽


 당시 가정교사는 교육받은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이었다. 학생 집에 들어가 함께 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폈다. 가정교사 양성소도 전국에 몇 군데 생긴 것으로 보아 신여성을 꿈꾸는 여성들의 열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을 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었다.



[117쪽에 인용한 내용 비판실제 가정교사의 급여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교양이 있는 직업인데도 하녀로 취급받았다. 그리고 남성 고용주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가정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알 수 있는 사료가 남아 있는데도 저자는 가정교사가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견해는 사실과 다르다.
















* [절판] 이영석 영국 제국의 초상: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내면을 읽는 아홉 가지 담론들(푸른역사, 2009)




[저자의 반론영국사 연구의 권위자이자 영국 제국의 초상의 저자인 이영석에 따르면 중간계층의 젊은 여성 가운데 일부는 가정교사로 진출하거나 중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19세기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중간계급 출신 미혼 여성에게 개방된 직업 중의 하나가 가정교사다. 박봉과 나이 때문에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었지만, 미혼 여성에게 인기가 있었다. (영국 제국의 초상5딸들의 반란?193~196)


너도밤나무 집(The Adventure Of The Copper Beeches)에 등장하는 의뢰인인 바이올렛 헌터(Violet Hunter)를 제외한 나머지 가정교사들은 보수를 충분히 받았으며 고용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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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작가님과 의 의견나눔이라니 넘 좋습니다. 근데 왜 전 또 다시 cyrus님 손을 들고싶지요 ㅎㅎ

cyrus 2022-09-12 15:10   좋아요 1 | URL
이 글에 저자의 응답은 오지 않았어요. 글로 저자와 의견 나누기가 쉽지 않군요. ^^;;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 - 세상을 뒤흔든 발칙한 그림들 50, 마사초에서 딕스까지
제라르 드니조 지음, 유예진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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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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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이 말은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워홀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유명해지려면 튀어야 한다찬사를 받으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비난과 조롱을 받으면 반대파(anti)가 늘어나거나 평판에 흠집이 생기는 등 불이익을 겪겠지만,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 되어 잠깐이나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성공하기 위해 평범함을 거부하고, 이전에 보지 못한 파격적인 표현을 시도하는 것은 미술계에선 매우 흔한 전략이다대다수 사람은 화가가 유명해진 이유를 특출난 재능에서 찾는다. 비평가와 대중 모두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탄탄대로를 밟은 화가들이 있지만, 반대로 비평가와 대중의 욕을 많이 먹다가 뒤늦게 인정받은 화가들도 있다후자의 화가들은 생전에 인정을 못 받았다가(그래도 그들 곁에 소수의 지지자가 있었다) 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서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은 미술사를 더욱 화려하게 빛나게 해준 뛰어난 재능이라는 신화를 걷어내는 책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칭송하는 화가의 대부분은 원래 천하에 재수 없는화가였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과거의 문턱을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화가들은 과거의 문턱을 넘어서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을 파괴한다. 그 자리에 새로운 회화의 등장을 알리는 문을 세운다. 과거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의 파격적인 행보가 재수 없어 보인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과감한 표현을 시도한 화가들에게 반감을 표출한다. 그림 한 점이 최악의 작품으로 알려지면 대중의 분노와 거부 반응은 더욱 거세진다. 미술사에서는 이 상황을 스캔들(scandal)로 본.


스캔들이 미술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캔들은 화가의 실력을 돋보이게 해주며 화가를 유명하게 만들어준다. 화가는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대중의 비난을 받으면 당혹스러워하지만, 역으로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 마케팅의 수혜를 입기도 한다. 추문으로 둘러싸인 그림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다.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에 소개된 50점의 그림은 좋지 않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 자리 잡은 걸작이지만, 세상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전시장에 내걸면 안 되는 망한 작품으로 취급받았다. 저자는 50점의 그림에 희미하게 남은 과거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복원한다작품을 열심히 비난하고 조롱한 비평가들의 견해는 유명해진 걸작의 화려한 명성에 가려져서 잊혔다. 걸작을 설명할 때 해당 작품을 무시한 비평가들의 반응이 잠깐 언급되긴 한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구시대적인 안목을 비판하기 위해 그들의 증언을 예시로 들 뿐이다.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의 저자가 생각하는 스캔들은 세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미술의 발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사회적 현상이다. 저자는 스캔들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과 회화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림들이 비난받은 주된 요인을 추려낸다가장 많이 나온 스캔들의 원인은 화가들이 묘사한 여성의 누드(nude).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1863년에 <풀밭 위의 점심 식사><올랭피아>를 각각 선보였다. 여성의 누드가 있는 두 작품이 공개되자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스캔들이 일어났다.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여신의 벌거벗은 몸을 묘사한 그림을 선호했다. 하지만 마네는 평범한 여성의 벌거벗은 몸을 그렸다. 비평가와 대중은 마네의 그림이 외설적이라고 비난했다.


평범한 여성의 벌거벗은 몸뿐만 아니라 평범한 민중을 묘사한 것도 문제가 되었다. 비교적 잘 사는 유산계급(bourgeoisie)에 속한 대중과 비평가들은 자신보다 계층이 낮은 민중의 삶과 문화를 저급하게 여겼다.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는 눈에 보이는 것을 충실하게 그려내는 것이 회화의 진정한 목표로 인식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장례식을 엄숙하게 치르는 장면이 묘사된 <오르낭의 매장>(1850)은 그림 속 인물들이 평범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스캔들은 위대한 걸작에 어울리지 않은 얼룩이 아니다. 이 얼룩 덕분에 화가와 그림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해서 후대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스캔들은 또 다른 스캔들을 낳는다. 소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은 십자가형을 받고 숨을 거둔 예수의 몸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실제로 그는 예수를 그리기 위해 익사한 신체의 몸을 관찰했다고 한다.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1521)은 성서의 가르침과 예수의 신성한 면모를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어긋나는 작품이다. 홀바인의 작품은 4세기가 지난 뒤에 재조명받았고, 이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 태어났다. 그리고 새로운 스캔들이 일어났다. 오토 딕스(Otto Dix)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을 참고한다. 삼단 제단화인 <전쟁>(1932)의 하단에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이 그려져 있다. 시신은 홀바인이 묘사한 죽은 예수처럼 누워 있다. 시신이 놓인 참호는 전쟁이 만든 무덤이다.


현대 미술에서 스캔들은 필수가 되었다. 성공하고 싶은 화가와 작품을 팔고 싶은 미술상들은 의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킨다. 현재 수많은 화가는 본인을 노출하기 바쁘다. 유명해져야 작품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을 어려워하는 대중은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지나 파네(Gina Pane)], 자신의 똥을 통조림 깡통에 넣어 밀봉하고[피에르 만초니(Piero Manzoni)], 경매에 낙찰된 자기 작품을 그 자리에 바로 파쇄한 미술가의 행위[뱅크시(Banksy)]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대 미술가들은 스캔들을 부추기는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을 즐긴다워홀의 가짜 명언은 이렇게 바꿔야 한다. “일단 유명해지려면 스캔들을 일으켜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반응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거론할 것이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5





 이 그림의 비극적 운명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는데 1911년과 1973, 난도질을 당한 데 이어 1985 염산 테러를 당했다.[주1]



[1] 렘브란트(Rembrandt)<야간 순찰>은 세 차례나 수난당했다. 두 번이나 칼로 난도질당했으며 정신병원에 탈출한 조현병 환자가 뿌린 염산을 맞기도 했다. 이 책 55쪽에 <야간 순찰>이 훼손된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칼질에 훼손된 해는 1911년과 1975년이다. 염산 테러가 일어난 해는 1990년이다.






* 132





 1845년 쿠르베의 친구이자 시인 보들레르는 레즈비언이라는 제목의 시집 출간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 시집의 제목은 악의 꽃으로 수정되어 그로부터 10년 뒤인 1855에야 출간한다.[주2]



[2]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1848년에 시집 제목인 레즈비언(레스보스의 여인들)’지옥의 변경(Les Limbes)’으로 바꾼다. 그 이후로 보들레르는 시집에 수록될 시를 여러 편 쓴다. 1852년에 지옥의 변경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되면서 보들레르는 제목을 바꾸기로 한다. 1855년에 시집 제목이 악의 꽃으로 바뀌고, 이 이름으로 18편의 시를 발표한다. 하지만 서문이 포함된 완전한 형태의 시집으로 정식 출간된 해는 1857625일이다. (참고: 윤영애 옮김 악의 꽃, <악의 꽃의 역사>, 문학과지성사, 2003.)






* 186






알베르 마르크 알베르 마르케(Albert Marq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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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8-15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ontroversy makes money라고 한참 2000년대 미국프로레슬링 전성기 때 유행한 말이 떠오릅니다 ㅎ

그레이스 2022-08-15 1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리 살롱전을 보러 밀려들어오던 관람객들을 보면 당시 전위 미술은 하나의 스캔들이 될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반감을 넘어서 미술사의 전환점을 만드는 작품들 중에는 아직도 이해못하겠는게 있어요.
어디까지가 예술일까 하는!

mini74 2022-08-15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깡통에 금값을 매겼다고 하죠 지금은 더 비싸겠죠? ㅎㅎ저도 현대미술은 넘 어려운거 같아요.

mini74 2022-09-08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좋은 글 *^**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9-08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하라 2022-09-08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행복한 추석연휴 되세요.^^

새파랑 2022-09-08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당선 축하합니다. 추석때도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2-09-08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지난주 목요일에 주문한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를 토요일 오후에 읽기 시작했고, 바로 다음 날에 완독했다. 후딱 읽은 책이지만, 나의 귀중한 주말을 앗아간 문제의 책이다
















* 김동섭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 어원에 담긴 매혹적인 역사를 읽다(책과함께, 2022)




이 문제의 책을 비판하기 위한 자료를 찾느라 주말에 도서관 서너 군데를 이리러지 돌아다녔다.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면서 피와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땀은 많이 흘렸다비판적인 견해를 포함한 서평을 쓰면 글의 분량이 많아진다. 이러면 배보다 배꼽이 큰 서평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일단 배꼽’을 먼저 써보기로 한다.





* 32

 

 헨리 8세는 무려 여섯 왕비를 맞이했다. 그중 둘은 참수를 당했고, 한 명은 화병으로 죽고,[1] 한 명은 해산 중에 죽었으며, 또 한 명은 이유도 모른 채 소박을 맞아 쫓겨나 마지막 왕비만이 왕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1] 헨리 8(Henry VIII)의 여섯 왕비를 결혼한 순서부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라곤의 캐서린(Catherine of Aragon), 앤 불린(Anne Boleyn), 제인 시모어(Jane Seymour), 클레페의 앤(Anne of Cleves), 캐서린 하워드(Catherine Howard), 캐서린 파(Catherine Parr).

 

참수당한 왕비는 앤 불린과 캐서린 하워드다. 해산 중에 사망한 왕비는 제인 시모어다. 왕에게 쫓겨난 왕비는 아라곤의 캐서린이다. 클레페의 앤의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학자들은 그녀가 암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캐서린 파는 헨리 8세가 죽은 해에 제인 시모어의 오빠 토머스 시모어(Thomas Seymour)와 재혼했다. 이듬해에 딸을 출산했지만, 며칠 뒤에 산욕열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화병으로 죽은왕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의 출처가 궁금하다. 아라곤의 캐서린이 세상을 떠나자 헨리 8세 또는 앤 불린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문의 진원지는 캐서린의 시신을 부검한 의사가 작성한 보고서였다. 의사는 보고서에 그녀의 심장이 새까맣게 변했다고 썼다. 현대 의학 전문가들은 암세포가 퍼진 심장에 검은 종양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화병은 미국 정신의학회가 편찬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IV>‘hwa-byung’으로 표기되어 등재되었다. 그러나 2013년에 나온 다섯 번째 개정판인 <DSM-5>‘hwa-byung’ 항목이 삭제되면서 현재 화병은 정식 병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 133~134

 




 1537년에 태어난 제인 그레이는 헨리 8세의 증손녀(헨리 8세의 누이동생인 메리의 외손녀)였다. 헨리 8세에 이어 잉글랜드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6세는 병약한 소년이어서[2] 주위에서는 누가 다음 왕이 될지 수군거렸다. (중략) 하지만 메리 공주는 격노하며 자신이 왕위를 계승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고, 왕실 자문회의도 메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제인은 8만에 왕좌에서 내려왔다.[3] 그리고 얼마 뒤에 참수되었다. 역사에서는 그녀를 레이디 제인 그레이라고 부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드워드 6세(Edward Ⅵ)는 태어날 때부터 건강했다. 헨리 8세는 자신의 후계자인 에드워드 6세를 애지중지 키웠다. 헨리 8세의 수석 비서관은 왕의 발육 상태를 정기적으로 지켜봤다. 그는 프랑스 대사에게 한 말에서 왕자의 건강한 상태를 언급했다. 왕자님의 건강이 좋으며, 힘껏 젖을 빨고 계십니다.”
















* [절판] 안드레아 배럼 인문학, 상식에 딴지걸다: 지적인 사람은 절대 참을 수 없는, 황당하고 뻔뻔한 역사의 착각(라의눈, 2015)

   



에드워드 6세는 네 살 때 말라리아에 걸렸다가 완치되었다. 이듬해 다섯 살이 된 왕자를 만난 프랑스 대사는 그가 잘생겼고, 강인하며,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엄청나게 큰 몸집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영국 인명사전에 왕자가 검술과 마상 창술 겨루기를 즐겼다는 내용이 있다. (인문학, 상식에 딴지걸다188~189)
















* 엘리너 허먼 독살로 읽는 세계사: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현대지성, 2021)




궁전 안에 테니스 경기장이 있었는데, 1551년의 기록에 따르면 이 해에 왕자가 뛴 테니스 경기 횟수는 293회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142)

















* 앨리슨 위어 헨리 8세의 후예들: 메리 1, 에드워드 6, 엘리자베스 1, 레이디 제인 그레이(루비박스, 2005)




소년 왕을 미화하는 의도가 보이긴 하지만, 당대 사람들은 에드워드 6세를 건장하고 똑똑한 청년으로 묘사했다. 특이하게도 소년 왕의 왕성한 활동량을 강조한 증언과 반대되는 기록도 있다. 헨리 8세의 후계자들의 저자 앨리슨 위어(Alison Weir)에드워드 6세가 스포츠 활동보다는 머리를 쓰는 지적인 여가 활동을 선호했다고 주장한다. 소년 왕은 운동 신경이 좋았지만, 시합을 보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앨리슨 위어도 에드워드 6세의 병약한 소년 왕 이미지를 부정한다. 소년 왕이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신체가 부실하고, 어렸을 때부터 병약하다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헨리 8세의 후계자들35)



[주3] 제인 그레이(Jane Grey)는 왕위에 오른지 9일 만에 폐위되었다(1553710~1553719). 그래서 그녀의 별명은 ‘9일 여왕이다.





* 169

 

 기원전 52년 골 지방의 알레시아 전투에서 카이사르의 로마 군단에 항복한 켈트족의 수장 베르킨케토릭스(Vercingetorix)의 이름은 rix가 있다. 그러고 보니 전설의 아서 왕과 실존 인물 베르킨게토릭스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두 영웅 모두 이민족의 침략에 맞서 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은 전설 속에 남았고 한 사람은 로마로 끌려가 처형되었다.[4]



[4] 갈리아인(골 족)은 프랑스에 터를 잡은 켈트인이다. 켈트인은 프랑스 이외에 영국 남부, 아일랜드, 벨기에 등지에 살던 부족인데, 여러 부족을 단합하여 로마군에 맞선 인물이 베르킨게토릭스다.
















*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천병희 옮김 갈리아 원정기(도서출판 숲, 2012)

 

* 장 크리스토프 뷔송, 에마뉘엘 에슈트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책과함께, 2021)




베르킨게토릭스는 전술상의 한계와 판단 착오 등으로 카이사르의 로마군에 패했다. 그러나 갈리아족의 후예인 프랑스인들은 침략자 카이사르와 대등하게 맞서 싸운 베르킨게토릭스를 영웅으로 칭송한다. 최후의 항전인 알레시아 전투에서 패배를 직감한 베르킨게토릭스는 자유를 찾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한 부족을 위해서 스스로 로마의 포로가 되었다. 베르킨게토릭스가 항복하는 장면은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7에 나온다.


갈리아 원정기7권은 갈리아 정복에 성공한 카이사르가 자화자찬하면서 마무리 짓는다. 본인을 역사의 승리자로 묘사한 카이사르는 알레시아 전투 이후에 패배자가 된 베르킨게토릭스의 행보와 최후를 언급하지 않았다.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은 카이사르가 쓰지 않아서 생긴 갈리아 원정기7권의 공백을 채워준다.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은 승자 위주의 기록으로 가득한 역사에 가려진 열세 명의 패배자를 재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 있는 베르킨게토릭스의 최후를 서술한 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베르킨게토릭스는 죽었다. 그러나 그의 전설은 살아났다.” 

 




* 176

 




 에드워드라는 이름은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20세기 초에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7세에서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모친이 62[5] 동안 왕좌에 있었기 때문에 에드워드 7세는 왕위에 오른 지 10년도 안 되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5]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은 1837년부터 그녀가 사망한 1901년까지다. 여왕은 64년 동안 왕좌에 있었고, 그녀의 통치 기간을 빅토리아 시대라 한다.





* 184

 




 앙리 2세가 마상 시합에서 사고로 절명한 뒤에 장남 프랑수아 2세가 급사하고, 동생 샤를 9세 역시 유전병인 결핵[6]으로 요절한다.

 

[6] 과거에 불치병이었던 결핵은 유전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일의 병리학자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가 결핵균을 발견하면서 결핵은 유전병이라는 인식이 틀렸음이 밝혀졌다. 결핵은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전파되면서 생긴다.





* 389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와 빅토리아 여왕을 비롯해 여왕이 일곱 명[7]이나 나왔지만, 프랑스에서는 단 한 명의 여왕도 찾아볼 수가 없다.

 

 


* 391




 

 마틸다는 왕이 될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회의 유리천장에 부딪혀서 왕이 되지 못한 불운의 여인이다. 이후 영국에서 첫 여왕이 출현한 것은 1553메리 1에 이르러서다[8]. (중략) 70년 넘게 왕위를 지키고 있는 엘리자베스 2(재위 1953~)[9]가 바로 그런 여왕들이다.

 


[7, 8] 마틸다 이후에 나온 영국 여왕은 제인 그레이다. 고작 9일 동안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그녀를 영국 국왕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다수의 역사가는 메리 1세를 영국의 첫 여왕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영국에 일곱 명의 여왕이 나왔다고 썼다. 따라서 마틸다를 제외한 일곱 명의 여왕은 제인 그레이(재위 1553710~1553719), 메리 1(재위 1553~1558), 엘리자베스 1(재위 1558~1663), 메리 2(재위 1689~1694), (재위 1702~1714), 빅토리아 여왕(1837~1901), 엘리자베스 2(재위 1952~). 그런데 저자는 영국 최초 여왕이 메리 1세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영국 역대 여왕은 일곱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이다.

 


[9] 엘리자베스 2세가 왕위에 오른 연도가 틀렸다. 1953이 아니라 1952이다.





* 440







 신화의 이해의 발행 연도는 201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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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8-11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 관련 책이니만큼 출판사에서 팩트체크를 좀 더 철처하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요 .... 늘 cyrus님의 바로잡기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시고 시원한 여름밤 되시길 바랍니다.

cyrus 2022-08-15 08:27   좋아요 2 | URL
책 속에 검토해야 할 내용이 하나 더 있어서 자료를 알아보는 중이에요. 요즘 쓸 거리가 많아지고 있어요... ^^;;

새파랑 2022-08-12 0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해갈수 없는 사이러스님이군요. 주말을 빼앗은 책이라니 ㅎㅎ 역사책도 있는 그대로 믿으면 안되나 봅니다~!!!

cyrus 2022-08-15 08:31   좋아요 2 | URL
역사를 축약해서 쓴 책은 꼼꼼하게 읽어야 해요. 세부적인 내용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

mini74 2022-08-12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실토실 튼튼해보얐던 에드워드 6세 초상화가 떠오르네요. 그 시대 초상화라 과장도 있었겠지만 ㅎㅎ 사이러스님의 땀이 저 포함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

cyrus 2022-08-15 08:33   좋아요 1 | URL
책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8-12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에게 걸리면 다 죽었어 ㅎㅎ
출판사에서 엄청 감사해야 할 독자입니다!!

cyrus 2022-08-15 08:34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인스타그램에도 공개했어요. 그런데 출판사 측의 답변이 없네요. 제 글에 관심 없는가 봐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2-08-12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병이 공식 질병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닌가 보네요.

대단하십니다 역시나 싸이러스 브로!

cyrus 2022-08-15 08:35   좋아요 2 | URL
화병을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

서니데이 2022-08-12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는 수정해야 할 부분이 꽤 있었네요.
오타나 번역에서 달라진 내용도 있겠지만, 원서에서 잘못 서술된 내용도 있을 수 있겠어요.
잘읽었습니다. cyrus님, 즐거운 광복절 연휴 보내세요.^^

cyrus 2022-08-15 08:38   좋아요 2 | URL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해 수집한 자료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을 비판하는 서평을 쓸 때 자료를 신중하게 살펴보는 편이에요. ^^

2023-03-19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 -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
안병억 지음 / 열대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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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평점


2.5점   ★★☆   B-






1837년부터 시작된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는 소설의 황금기다. 이 시대에 훌륭한 작가들이 무수히 활동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였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번영에 가려진 각종 사회적 문제와 빈민층의 애환을 묘사했다. 윌리엄 새커리(William Thackeray)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소설은 베스트셀러였다남성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한 브론테 자매(Brontë sisters)는 앞의 세 사람에 비하면 생전에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사후에 그녀들의 작품은 걸작으로 칭송받는다조지 메러디스(George Meredith)앤서니 트롤럽(Anthony Trollope)국내에 번역된 작품이 없지만, 이 두 사람의 이름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이 소설의 생산 주체이자 소비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통속소설이 유행했다. 이혼, 삼각관계, 불륜, 사기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통속소설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이 바로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홈스 팬들은 셜록 홈스 시리즈 전 작품을 경전이라고 부른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추리소설 또는 범죄소설로 분류된다. 이렇다 보니 이 작품을 빅토리아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소설로 언급되는 경우가 드물다홈스는 종종 방 안에서 리볼버 권총으로 사격 연습을 한다. 머즈그레이브 전례문(The Adventure of the Musgrave Ritual)[주1]에 그가 맞은편 벽에 총을 쏘면서 ‘V.R.’이라는 글자를 새기는 장면이 나온‘V.R.’은 빅토리아 여왕(Victoria Regina)의 머리글자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빅토리아 시대의 정치 · 사회 · 문화적인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이다셜록 홈즈 다시 읽기: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는 홈스와 그를 창조한 코난 도일이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자세히 보여주는 돋보기. 소설 속에 사는 인간과 소설 밖에서 산 인간의 삶에는 급속한 산업화와 제국주의의 부상 등이 겹친 영국의 시대상이 스며 있다책으로 된 돋보기는 <경전>을 깊이 읽기 위한 열두 가지 주제를 확대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첫 번째 주제는 컨설팅 탐정(consulting detective)’이다. 홈스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탐정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또 한편으로는 시대가 만든 컨설팅 탐정이기도 하다. 산업화의 물결이 출렁이는 런던은 자본주의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빈곤과 무질서가 얼룩져 있었다. 도시가 번성할수록 빈민들은 더 가난해졌다. 경찰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범죄가 판을 쳤다. 자본주의가 뿜어낸 수증기는 스모그(smog)가 되어 런던 전역을 덮쳤다. 누런빛을 띤 스모그는 무지와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유능한 컨설팅 탐정 홈스는 독한 스모그에 갇힌 런던을 구원하는 존재이다. 그합리적인 이성을 지향하는 계몽주의와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혼재된 빅토리아 시대가 낳은 인물이다.


책 돋보기 렌즈는 홈스의 명성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코난 도일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제국주의의 영화를 누린 런던의 지식인과 작가들은 대영제국의 패권주의를 옹호했다. 코난 도일은 대영제국이 일으킨 전쟁을 지지하는 글을 썼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쟁에 참전해서 대영제국의 첨병이 되고자 했다. 몇몇 단편에는 식민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도일의 편견이 드러나 있다. 창백한 병사(The Adventure of the Blanched Soldier)[주2]는 식민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둘러싼 영국과 보어인(Boer, 남아공에 정착한 네덜란드인)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단편이다. 보어전쟁을 지지한 도일은 이 소설에서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을 영웅처럼 묘사했다.


계몽주의적 탐정 홈스는 이성의 범위에서 한참 벗어난 초자연 현상과 유령의 존재를 부정한다. 이와 정반대로 홈스를 창조한 도일은 심령주의에 심취했다. 그는 과학과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한 현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도일을 흥분하게 만든 유명한 초자연 현상이 코팅리의 요정(Cottingley fairies)’ 사건이다이 사건의 발단은 코팅리라는 마을에 사는 소녀와 요정들이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가짜로 판명된 사진이었지만, 도일은 사진 속 요정이 진짜라고 주장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던 도일은 어쩌다가 심령주의에 빠졌는가. 그는 이 세상에 이성의 힘이 미치지 못한 불가사의한 스모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희뿌연 스모그를 걷어낼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 심령주의라고 믿었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단순히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빅토리아 시대라는 이름으로 남은 역사를 품은 지층과 같은 소설이다. 독자는 역사의 지층 속에 있는 영국인들의 삶과 가치관을 발굴하면서 읽을 수 있다지금도 수많은 홈스의 열혈 팬 셜로키언(Sherlockian)과 홈지언(Holmesian)은 <경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는다. 그들은 사소한 문장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문장 속에 감춰진 색다른 의미를 찾아내거나 거기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한다셜록 홈즈 다시 읽기는 <경전>을 다시 읽게 만들며, 홈스와 코난 도일을 다시 보게 만든다. , 홈스 시리즈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이 책을 권할 수 없다. 작품 결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드시 홈스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 책 돋보기를 사용하시라.


그런데 셜록 홈즈 다시 읽기 홈스 마니아라면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 몇 개 보인다책 돋보기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후속 개정판 셜록 홈스 또다시 읽기가 나와야 할 듯하다.


 얼룩무늬 밴드(The Adventure Of The Speckled Band)[주3]는 도일 본인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한 단편 중 하나다. 이 작품에서 홈스는 추론과 소거법을 사용해서 한 여인의 목숨을 앗아간 존재를 밝힌다. 홈스는 그 존재의 정체가 인도에서 제일 위험한 연못 독사(swamp adder, 늪 살모사’로 번역한 책도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홈스 연구자들은 홈스의 결론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인도에 늪 독사라는 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홈스가 목격한 독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윌리엄 스튜어트 베어링굴드(W. S. Baring-Gould)는 가장 유명한 셜로키언이며 경전연구가다. 그는 경전을 토대로 홈스의 (가상) 일대기를 정리한 베이커 가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of Baker Street: A Life of the World's First Consulting Detective, 1962)를 썼다이 책에 홈스의 가족사가 나온다.



* 72

 



 부모님은 형 마이크로프트와 누나 쉐린포드 그리고 홈스를 데리고 

유럽 대륙을 자주 여행했다.



마이크로프트(Mycroft Holmes)는 <경전>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홈스의 혈육이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저자는 쉐린포드(Shellingford)누나라고 잘못 소개했. 베어링 굴드의 책에 언급된 쉐린포드는 홈스의 ‘맏이다. 마이크로프트는 둘째 형이다. 쉐린포드는 1845년에, 마이크로프트는 1847년에, 그리고 막내 셜록은 1854년에 태어났다. 셜록 홈스의 아버지는 장남 쉐린포드가 자신의 땅을 물려받아 대지주가 되길 원했다[주4].


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여섯 번째 주제는 신여성이다. 너도밤나무 집(The Adventure Of The Copper Beeches)[주5]에 등장하는 의뢰인인 바이올렛 헌터(Violet Hunter)의 직업은 가정교사. 가정교사는 당시 영국의 젊은 신여성이 선호한 직업이다.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가정교사는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을 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117). 하지만 저자의 견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가정교사의 급여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교양이 있는 직업인데도 하녀로 취급받았다. 그리고 남성 고용주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주6].



* 231




 영국 소설가 브램 스토커1897년에 드라큘라를 출간했다.



브램 스토커(Bram Stoker)는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이다.




* 참고 문헌 240




시공사 시간과공간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이 설립한 출판사와 시간과 공간사는 서로 다른 회사다.






*


[1] 셜록 홈스의 회상록(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에 수록.

 

[2] 셜록 홈스의 사건집(The Case-Book of Sherlock Holmes)에 수록.

 

[3] 셜록 홈스의 모험(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에 수록.

 

[4] 정태원 옮김, 베이커 가의 셜록 홈즈, 태동출판사, 2011, 10쪽과 16쪽 참조.

 

[5] 셜록 홈스의 모험에 수록.

 

[6]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및 편집, 승영조 옮김,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셜록 홈즈의 모험, 현대문학, 2013, 509~510쪽 주석 12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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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06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좀더 정교한 조사가 필요했는데 부족했나 봅니다. 이런 걸 탁 캐치해내시는 cyrus님 완전 신기~!!

cyrus 2022-08-07 14:14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사실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 책을 더 찾게 되고, 읽으려고 해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옳다고 믿었던 지식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

얄라알라 2022-08-06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모그를 걷어낼 유일한 학문이 심령주의라고, 도일이 믿었다는 점은 cyrus님의 글을 읽지 않고서는 반대로 생각했을 점이네요. 이런 깊이로 공부하고 책 읽어야 하나봅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 좋아했다면서도 수박 겉만 핥다가 뜨끔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22-08-07 14:25   좋아요 0 | URL
셜록 홈스 이야기를 깊이 읽으려면 영국사와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를 알아야 해요. 이런 방식으로 읽으면 단편 한 편 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려요. 공부하듯이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

새파랑 2022-08-07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협찬받아 쓰셨다면 별 두개를 안주셨겠죠? ^^ 역시 사이러스님의 날카로움을 피해갈 수 없군요~!!

cyrus 2022-08-07 14:33   좋아요 1 | URL
협찬받은 책이 생각보다 완성도가 떨어지고, 개선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솔직하게 씁니다. 그리고 낮은 평점을 매깁니다. ^^

안병억 2022-08-07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세심한 리뷰와 문제 지적 감사합니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머리말은 국내외 셜록키언의 다른 해석이나 비평을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쓰고 있습니다(p.7). 아래의 답변을 드립니다. 저자가 수용한 사실상의 오류는 2판 인쇄에 반영하겠습니다.
1) 셜록의 누나를 쉐린포드로 오해했습니다. 유명한 홈지언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본 출판사도 착각했습니다.
2) 아일랜드는 1921년 독립하기 전까지 통합왕국 영국(UK)에 속했습니다. 브램 스토커는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국적은 영국입니다.
3) 신여성의 표본으로서 가정교사의 처우 문제
-지적하신대로 가정교사의 봉급은 낮았고 종종 집주인의 범죄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영석 교수의 저서 <<제국의 초상>>(푸른역사, 2009) 5장 딸들의 반란에서 분석하듯이 당시 교육받은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매우 제한되었고 남녀 간 임금차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또 ‘경전’에 의뢰인으로 나오는 가정교사 가운데 <너도 밤나무집>의 바이올렛 헌터를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은 비교적 집주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보수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들은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을 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수 있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어느 정도를 강조합니다.

cyrus 2022-08-07 14: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안병억 교수님. 제 서평을 보시고 이에 대한 답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램 스토커가 살았던 시기에 아일랜드는 영국의 속국이었죠. 그 당시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스토커의 국적은 영국이 맞아요. 하지만 이제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 태어난 인물의 국적을 아일랜드로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브램 스토커’ 항목에는 ‘Irish author’로 되어 있어요. 안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윌리엄 예이츠와 제임스 조이스의 국적도 영국이어야 합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 건데요, 그 책을 쓴 저자는 영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에 아일랜드인까지 포함했어요. 다른 사람은 이 부분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으나 저는 영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와 아일랜드 출신 노벨상 수상자를 구분해서 보는 편입니다.

안 교수님이 언급한 <영국 제국의 초상>을 읽어 보겠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가정교사의 실상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 제국의 초상>을 읽은 후에 빅토리아 시대 신여성과 가정교사를 주제로 한 글을 새로 써보려고 합니다. 새로 쓰는 글에서는 일방적으로 안 교수님의 견해를 지적한 저의 견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영국 제국의 초상> 속 내용을 반영하겠습니다. 제가 찾아보지 못한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