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Chekhov)의 단편소설을 알아보려고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은 전자책이며 제목은 안톤 체호프 단편선이다. 이 책의 앞표지가 재미있다.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 [e-Book] 체호프 안톤 체호프 단편선(안북, 2012)

 

 

러시아 객관주의 문학의 거장이 말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전자책의 정가는 3,000원이다. 번역자가 누군지 나와 있지 않다. 이 책에 무슨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네이버에 이 책을 검색하면 수록작을 알 수 있다. 수록작은 총 여덟 편이다. 작품명은 다락방이 있는 집, 어느 화가의 이야기, 상자 속의 사나이, 골짜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입맞춤, 위험한 손님, 약혼녀이다. 체호프의 대표작이 수록되어 있지만, 이런 책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의 번역자는 체호프의 문학을 잘못 소개했다.

    

 

 

 

 

 

 

 

 

 

 

 

 

 

 

 

 

*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 무엇을 할 것인가(열린책들, 2009)

* 블라디미르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 운동의 절박한 문제들(박종철출판사, 2014)

 

 

내가 방금 재미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바로 앞표지에 있는 문구를 말한 것이다. 문제가 되는 문구는 체호프의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러시아의 소설가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Nikolai Chernyshevsky)의 소설 제목이자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의 논문 제목인 ‘무엇을 할 것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전자의 책이 먼저 나왔다. 체르니셰프스키는 19세기 중반 러시아를 대표하는 사회주의 혁명가였다. 그는 사회주의가 농민 공동체를 통하여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사회주의 이론을 민중 해방을 위한 무기로 삼았다. 그의 글들이 사회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체르니셰프스키는 인생의 반을 감옥에서 보냈다. 수감 생활 중에 쓴 유명한 소설이 바로 무엇을 할 것인가?(Chto delat’?)이다. 이 소설에 사회계급 평등, 여성해방 등 새로운 사회상을 제시하는 등 급진주의적 생각들이 반영되어 있어서 구세대에 지친 젊은 독자들은 이 책을 탐독했다. 레닌도 이 책을 열심히 읽은 독자 중의 한 사람이다.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이 나온 지 40년 뒤에 레닌은 똑같은 제목의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레닌의 혁명 노선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문학동네, 2016)

    

 

 

체호프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체르니셰프스키와 같은 급진주의자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또 세상을 갈아 엎어버리겠다는 그런 의지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체호프의 대표작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번역한 로쟈이현우의 작품 해설은 체호프 문학의 특징을 간략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 문학의 대단한 주인공들이 시대와 세상을 향해 던진 당당한 물음이 있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진보적 비평가 체르니솁스키의 소설 제목이었고, 레닌도 자신의 정치 팸플릿에 같은 제목을 붙었다. 하지만 체호프의 작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반향을 읽어내기가 어렵다. 그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어떻게?”를 중얼거릴 따름이다 (이현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옮긴이의 말, 69)

 

 

체호프의 단편소설들을 자주 읽어보면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의 성격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전자책의 번역자는 체호프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듯하다. 이 번역자가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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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2-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 사람들도 체호프를 대단하게
평가하던데...

정작 체호프를 읽어본 기억은 나지
않네요.

cyrus 2020-02-07 13:05   좋아요 0 | URL
아마도 체호프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공연 작품이 많은 극작가일 거예요. ^^
 
스타 토크 - 천체 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과학 토크 쇼
닐 디그래스 타이슨.찰스 리우.제프리 리 시몬스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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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토크>는 천체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 진행하는 과학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되었으며 2015년부터 작년까지 팟캐스트(podcast) 형식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채널에 방영되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닐은 작고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칼 세이건(Carl Sagan)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과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은 위트가 넘친다.

 

<스타 토크>에 출연한 초대 손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과학 마니아를 위한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역대 초대 손님들을 살펴보면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제인 구달(Jane Goodall), 과학저술가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우주 비행사 버즈 올드린(Buzz Aldrin)등이 있다. 과학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명사들도 <스타 토크>에 출연했다.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영화배우 수잔 서랜던(Susan Sarandon), 가수 케이티 페리(Katy Perry), 소설가 조지 R. R. 마틴(George R.R. Martin), 전 농구 선수 카림 압둘 자바(Kareem Abdul-Jabbar) 등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방송에 전임 미국 대통령 두 명이 출연했다. 지미 카터(Jimmy Carter)빌 클린턴(Bill Clinton)이다.

 

책으로 만들어진 <스타 토크>는 라디오 방송과 팟캐스트 방송 중 최고의 내용을 선별한 것들로 구성되었다. 제목에 있는 ‘스타’ 때문에 이 책이 우주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주 광범위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책의 1부는 우주이고, 2부는 지구, 3부는 인류에 관한 것, 4부는 미래를 주제로 한다. 네 가지 주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살면서 한번쯤은 궁금할 법한 내용을 진행자인 닐과 방송에 손님으로 출연한 전문가들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책에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

 

 

* 화성에 갈 때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가?

* 만약 우주 개척 시대가 온다면 소행성을 사고 팔 수 있을까?

* 지구에 있는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 과학이 진정한 사랑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

* 슈퍼맨은 블랙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왜 아직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없는 것일까?

* 빅풋(Bigfoot)은 외계에서 온 생명체인가?

 

 

이 책은 방송에 출연한 초대 손님들의 주옥같은 말들도 소개한다. 이 항목의 제목은 ㅋㅋㅋㅋㅋ. 우리나라에서만 쓸 수 있는 초성체이기 때문에 옮긴이가 이렇게 썼을 것이다. 신박한(참신한) 번역이다. 방송 중에 닐이 바텐더들과 함께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책에는 저녁의 한 잔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닐은 트위터리안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트윗만을 골라 공개했다. 이러한 책의 구성 방식은 라이브 방송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곁가지가 너무 많아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닐과 초대 손님들이 쏟아내는 미국식 유머가 낯선 독자들은 이 책에 반영된 토크쇼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마치 잔뜩 기대하면서 미국의 화려한 파티에 참석했는데 막상 와보니 맛있는 음식이 많지 않은 느낌이랄까. 소문난 미국식 과학 잔치의 음식이 생각보다 별로다. 이 책은 분명 흥미롭고 유익한 과학 상식들이 나오지만, 산만한 구성과 들고 다니기 힘든 책의 크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최악인 건 가름끈이 없다는 점이다. 가름끈 없이 어떻게 이 커다란 책을 읽으란 말인가. 이 책의 오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의 글씨 크기가 작아서 자세히 보지 못하면 오식을 발견할 수 없다.

 

 

 만일 여러분이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와 충돌하러 날아오고 있다고 혜성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78)

 

 

지구와 충돌하러 날아오고 있는으로 고쳐야 한다.

 

 

왜 보름달이 뜨는 동안 동안에는 파도가 더 높을까요 (100)

 

 

한 문장에 동안이라는 표현이 중복되어 나온다.

 

 

 인체는 잘 설계되어 있는 것이 맞나요? 사실 인체 중 일부는 디자인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지만은 많다고 닐은 주장하네요.”  (170)

 

 

많다고않다고로 고쳐야 한다.

 

 

 SF 소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SF 소설은 사고방식, 사는 장소, 유러 코드, 심지어 입는 의복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260)

 

 

유머 코드의 오식이다.

    

 

책의 만듦새는 전체적으로 실망스럽다. <스타 토크> 번역본은 과학교양서의 스테디셀러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의 아성을 뛰어넘기 힘들어 보인다. 두 권 모두 같은 출판사(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책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번역자와 편집자님. 당신들 때문에 독서의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까 책임지세요.

 

 

 

 

Trivia

    

 

만일 1980년에 레이건이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저의 동료인 미합중국 국민 여러분, 정말로 걸리기에 어려운 병이 있는데, 이 병에 걸리면 정말 괴롭습니다. 그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열 가지 비결을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 AIDS는 의학 학술지에서 겨우 한 문단을 차지하는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안내문만 갖고도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을 퇴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이렇게만 했다면 AIDS를 멈출 수 있지 않았을까요?” (240)

 

 

이 문장을 얼핏 보면 그저 평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여기에 미국을 잘 아는 사람 아니면 알 수 없는 유머가 들어있다. 내가 밑줄 친 문장에 유머가 숨어 있다. 그 문장은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미국 대통령이 에이즈에 대한 방송 연설을 하는 모습을 가정한 내용이다. 실제로 레이건은 질병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행동을 한 적이 있다. 1994년에 레이건은 자필 편지를 통해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치매) 진단받은 사실을 미국 국민에게 고백했. 이 편지 한 통이 미국 전역에 공개된 직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내가 인용한 문장은 레이건의 편지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장에 숨어 있는 유머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이 에이즈의 심각성에 대해 일찍 언급했다면 에이즈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을 줄일 수 있고, 에이즈 퇴치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빨리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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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2-0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건의 선견지명인가요?

cyrus 2020-02-07 13:10   좋아요 0 | URL
선견지명이라기 보다는 가정법이죠.. ^^

파찌니 2020-02-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건이 암살당할뻔 했을때 사람들의 엄청난 동정(?)표 지지를 얻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레이건이 신자유주의를 제창하면서도 서민들의 지지를 얻은 아이러니를 이용한 풍자라고 생각하네요 윗댓글에 대한 제 의견입니당
 
TABULA : 현대미술의 여섯 가지 키워드
오시안 워드 지음, 이슬기 옮김 / 그레파이트온핑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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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혼자 보는 미술관의 저자인 미술평론가 오시안 워드(Ossian Ward)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 책에서 백지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인 타블라 라사(TABULA RASA)를 강조한다. 선입견이 없는 상태로 그림을 보라는 것이다. ‘타블라 라사는 열 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인데, 이 책에서는 작품 감상과 관련된 열 가지 공식의 앞 글자를 뜻하기도 한다. ‘TABULA’시간(Time), 관계(Association), 배경(Background), 이해하기(Understand), 다시 보기(Look Again), 평가하기(Asses)를 의미한다. ‘RASA’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 분위기(Atmosphere). 이 공식들은 20세기 이전에 나온 고전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미술 작품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혼자 보는 미술관이 국내에 출간되기 전에 이미 현대미술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을 설명한 워드의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 TABULA: 현대미술의 여섯 가지 키워드. 원제는 ‘Ways of Looking’이다. 이 제목을 보자마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느낀 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존 버거(John Berger)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을 읽었거나 그 책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1972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미술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책이다. 이 책 역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을 알려준다. 버거는 작품을 감상하려면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작품을 미술사적 의의로부터 분리하고자 했다. 미술평론가들이 작품에 부여한 미적 가치와 해석들에 의존하지 않고 그림을 바라보는 감상법을 제시했다. 워드는 이 책에 영감을 얻어 ‘TABULA RASA’라는 미술작품 감상 공식을 만들게 된다.

 

TABULA: 현대미술의 여섯 가지 키워드혼자 보는 미술관의 전작이라 할 수 있다. ‘TABULA’는 현대미술 작품에 접근하기 위한 여섯 가지 열쇠이다. 현대미술은 관람객들을 당혹스럽게 할 정도로 난해하며 공격적이다. 그리고 현대미술 작품에서는 그것을 만든 창작자와 그 작품을 보려는 관람객 간의 경계가 없다. 관람객이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가 될 수 있다. 현대미술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워드가 말한 대로 현대미술 작품도 백지상태, 즉 영(zero)의 상태로 감상하면 된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반응과 생각들을 미술평론가들의 해석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가면서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한다. 워드는 이런 미술 전문가들이 현대미술의 문턱을 터무니없이 높아지게 만든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워드 자신도 전문가의 한 일원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현대미술에 대한 선입견(‘현대미술 자체가 어렵다’, ‘미술을 공부해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고급문화’)을 해체하기 위해 ‘TABULA’를 제시한다.

 

그러나 ‘TABULA’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나온 다양한 반응들은 무조건 정답이 될 수 없다. ‘TABULA’를 모든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완벽한 공식으로 여겨선 안 된다. 이러한 생각들은 미술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선입견이 될 수 있다. 열쇠를 너무 오래 쥘 필요가 없다. 우리가 열려고 하는 현대미술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TABULA’ 열쇠가 맞지 않는 기상천외한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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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2-0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쇠를 너무 오래 쥐어선 안 된다 ^^

cyrus 2020-02-03 20:28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장은 나름 기발한 문장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초란공 2020-02-0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보는 미술관을 쓴 분이군요.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20-02-03 20:30   좋아요 1 | URL
<혼자 보는 미술관>을 읽다가 예전에 저자의 또 다른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내용의 순서에 상관없이 <혼자 보는 미술관>, <TABULA> 순으로 읽어도 됩니다. ^^

2020-02-0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2-03 20:33   좋아요 1 | URL
설 연휴 때 연락한다는 게 깜빡 잊고 못했네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른 사라져야 할텐데... 날씨가 좋아지면 한 번 봬요. ^^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 CRACKING 시리즈
브라이언 크레그 지음, 박지웅 옮김 / 북스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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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양자역학)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과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우리 일상에 절대로 없으면 안 되는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도 양자물리학의 도움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는 양자물리학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독자를 위한 책이다. 사실 양자물리학은 물리학 전공자들도 어려워한다. 대부분 사람은 아인슈타인(Einstein)을 지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생각하는데, 그런 그도 양자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똑똑한 아인슈타인마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양자 세계는 확실히 기묘하다. 왜냐하면 양자 세계에서 원자나 분자와 같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에 나올 입자의 상태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오직 확률로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움직이는 모든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양자 세계는 일상 세계와 다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양자 세계를 기이하게 생각했고, 아인슈타인은 이상하기 짝이 없는 양자 세계를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했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는 양자물리학만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현대물리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20세기가 아닌 아득할 정도로 오래된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의 과학을 주목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과학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과학의 전통이 고대 그리스 시대에 시작했기 때문에 현대물리학을 살펴보기 전에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과학의 출발은 만물의 근원에 대한 자연철학자들의 탐구에서 시작한다. 자연철학자들은 모든 물질이 물, , 흙 등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모든 물질이 더는 쪼개지지 않는 원자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물질이 원소로 구성되었다는 학설에 완전히 밀렸으며 수천 년 동안 원자설은 잠들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을 부활시킨 사람은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John Dalton)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과학자들은 원자의 실체를 믿지 않았다. 이러한 믿음은 20세기 초까지 지속되었다. 원자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다. 그 이후로 러더퍼드(Rutherford)보어(Bohr)는 원자 모형을 제시했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빛이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증명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그 빛을 구성하는 입자를 광양자(光量子)라고 불렀다. 원자, 광양자, 전자 등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운동량은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양()으로 측정되기에 이런 물리량을 양자(量子)라고 한다. 어쩌면 양자물리학을 어렵게 만든 주범은 불확정성 원리가 아니라 양자일지도 모른다. 양자의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의 발견으로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과학이 모든 현상의 숨겨진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런 와중에 슈뢰딩거(Schrodinger)는 빛이 입자가 아니라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양자역학 다음으로 어렵다는 파동역학이 등장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고,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하이젠베르크(Heisenberg)는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 불확정성의 원리를 주장했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계속 움직이면서 운동하는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의 과감한 주장은 오히려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슈뢰딩거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아인슈타인이 가세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법칙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고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불확실한 양자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매번 보어를 따라다니면서 설전을 펼쳤다고 한다. 보어는 하이젠베르크의 스승이었고, 제자와 함께 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했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는 우리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과학 상식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난 비화들도 공개한다. 그러나 이 책 한 권만 읽는다고 해서 양자물리학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자가 너무 많은 내용을 설명하다 보니,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과학 이론들을 간략하게 축약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 파인만(Feynman)의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빈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이 책의 단점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독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책의 편집 방식이다. 생소한 과학 용어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옮긴이의 역주는 많이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책에 나오는 과학 용어의 의미들을 보기 쉽게 정리한 부록도 없다.

 

책의 앞표지에 아인슈타인의 얼굴이 있다. 그는 빛이 광자라는 사실을 설명함으로써 양자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 그의 태도를 생각한다면 아인슈타인을 내세운 책 표지는 과연 적합한가. 양자물리학이 들어있는 제목의 책에 아인슈타인의 얼굴이 있는 것은 난센스(nonsense). 책 표지는 책의 얼굴이다. 이는 출판사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없다. 여전히 아인슈타인을 최고의 과학자로 기억하는 대중의 인식이 ‘이상한 책 표지가 나오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라. 이 책의 표지에 하이젠베르크나 보어의 얼굴을 넣는다면 독자들의 눈길을 받지 못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도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아인슈타인이 워낙 유명해서 독자들은 너무나도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과 사진이 있는 책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확실히 증명된 건 아니지만, 아인슈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내용인데도 제목이나 표지에 아인슈타인이 있는 과학 교양서가 팔리는 현상을 아인슈타인 효과라고 해야 하나. 이제는 하이젠베르크와 보어도 기억해두자. 과학의 세계는 넓고, 기억해야 할 과학자는 많다.

 

 

 

 

Trivia

 

* 사실 천동설이 을 뒷받침했다기보다는 5원소설이 천동설의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14쪽에 오탈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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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기 Mystr 컬렉션 58
안톤 체호프 / 위즈덤커넥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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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Anton Chekhov)가 남긴 수많은 단편소설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걸작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1888년에 발표된 내기(The Bet, 러시아어 원제: Пари).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은행가와 변호사는 사형제와 종신형 중에 어느 형벌이 더 나쁜지에 관해 토론한다(이 소설에서 두 사람의 실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사형과 종신형 모두 부도덕한 제도라고 비판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종신형을 선택할 거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한 번뿐인 생명은 소중하므로 죽지 않고 삶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은행가는 변호사가 거짓말하고 있다면서 그에게 황당한 내기를 제안한다. 처음에 은행가는 변호사가 감옥에 5년 동안 살지 못한다는 데에 200만 루블을 건다. 그 당시 200만 루블은 어마어마한 돈이다(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764만 원이다). 그런데 패기로 뜨겁게 타오르던 변호사는 5년이 아니라, 15년을 감옥에서 살 수 있다면서 은행가가 제안한 내기를 받아들인다.

 

변호사는 은행가의 저택 정원 안쪽에 있는 작은 건물에 수감 생활을 한다. 그의 수감 생활은 1870111412시부터 시작되어 1885111412시에 종료된다변호사는 15년 동안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없으며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수단(편지와 신문)을 금지한다. 이를 어길 시 은행가는 내기의 승자가 된다. 변호사가 생활하는 독방은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다. 그래도 건물에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창문이 달려 있는데 이것은 변호사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다.

 

작품은 수감 생활에 점차 적응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해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호사의 생활 패턴이 다양하게 변한다. 수감 생활 첫해에 변호사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두 번째 해에 그는 고전 작품을 읽다가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글을 쓴다. 여섯 번째 해가 끝날 무렵에 변호사는 언어와 철학, 역사를 공부한다. 열 번째 해가 지나자 변호사는 책상에 앉아 신약 성서를 읽는다.

 

18851114일 전날에 은행가는 15년 전에 자신이 먼저 내기를 제안한 것에 후회한다. 다음 날이 되면 변호사가 어처구니없는 내기의 승자가 되고, 은행가는 전 재산인 200만 루블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면 은행가는 내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한다. 파산에 이르는 내기의 결과에 두려워한 은행가는 변호사를 죽이기로 한다. 변호사를 죽이면 내기는 무효가 된다. 은행가는 15년째 자유를 포기한 채 살아온 변호사를 죽이기 위해 직접 독방에 들어간다. 은행가는 빈사 상태에 빠진 변호사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불쌍한 영혼이라고 말한다. 은행가는 변호사가 종이에 쓴 글을 읽는다. 그 글을 읽고 난 후 은행가는 독자의 예상에 벗어난 행동을 한다.

 

내기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의 단편소설이다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주게 만드는 결말은 체호프 단편소설의 특징이. 이 작품은 처음에 우화(Fairy Tale, 러시아어 원제: Сказка)라는 제목으로 잡지 <Novoye Vremya>에 게재되었다. 이야기는 3로 이루어졌는데, 소설의 제목이 바뀌면서 3부는 삭제되었다. 3부가 있는 원고는 사라져서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체호프는 1903년에 쓴 편지에 결말이 너무 냉소적인데다가 잔인하게 느껴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3부를 삭제한 이유를 밝혔다.[] 체호프 본인이 생각하기에 나름 충격적인 결말을 구상했던 것 같은데 그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만약 내기두 개의 결말로 이루어진 이야기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되면 내기는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거론되지 못하더라도 체호프 연구자와 독자들의 뇌리에 잊지 못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내기는 별 네 개를 주고 싶은 작품이지만, 오역이 있어서 별 하나를 뺀다. 수감 생활 중인 변호사가 은행가에게 보내는 편지 속 내용에 번역이 잘못된 문장이 있다.

 

 

 나의 경애하는 간수님, 지금 이 글은 6개의 언어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보여 주세요.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이 글을 큰소리로 읽게 하세요. 만약에 그들 중 한 명이라면 실수를 발견한다면, 정원에서 총알을 발사하도록 하세요. 그 폭음이 들리면, 내 모든 노력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겠죠.” (TR 클럽 옮김)

 

 

 친애하는 나의 간수님! 당신에게 이 문장들을 여섯 개의 언어로 쓰겠습니다. 이것을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하세요. 만약에 그들이 틀린 곳을 한 군데도 찾아내지 못할 경우에는 간청하건대 사람을 시켜 정원에서 총을 한 발 쏘도록 해주세요. 그 총소리는 나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나에게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박현섭 옮김, 체호프 단편선, 139)

 

 

두 번째 인용문은 민음사에 나온 체호프 단편선의 문장이다. 내가 러시아어를 잘 몰라서 내기》 영문판[주2]을 참고했다. 인용한 문장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My dear Jailer, I write you these lines in six languages. Show them to people who know the languages. Let them read them. If they find not one mistake I implore you to fire a shot in the garden. That shot will show me that my efforts have not been thrown away.”

 

 

민음사의 번역문이 맞다. ‘그들 중 한명이라면 실수를 발견한다면(문장 형식도 잘못되었다)이 아니라 그들이 실수 하나라도 발견하지 못한다면으로 고쳐야 한다. 그 다음 문장인 ‘내 모든 노력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겠죠’는 ‘내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겠죠’로 고쳐야 한다. 원문에 나온 ‘mistake’실수보다는 틀린 곳’, ‘잘못된 곳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들 중 한 명이라는 표현을 영어로 쓰면 ‘one of them’이다.

 

 

 

 

[1] 위키피디아 영어판 내기항목에 있는 원문: “As I was reading the proofs, I came to dislike the end, it occurred to me that it was too cold and cruel,”

 

 

[2] The Bet, translated by Constance Garnett in The Schoolmistress and Other Stories(1918).

링크: https://en.wikisource.org/wiki/The_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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