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를 벗기다 - 누드에 관한 불편한 진실
프랜시스 보르젤로 지음, 공민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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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nude)알몸(naked)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단어 모두 벌거벗은 상태또는 나체를 의미한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누드알몸을 구분했다. 누드는 예술의 한 형태이며 교육적인 용어다. 반면 알몸은 말 그대로 옷을 입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 사람은 누드라는 단어만 들어도 부끄러워한다. 왜냐하면 누드를 알몸의 의미로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클라크가 명시한 누드의 정의를 알고 나면 누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화가는 알몸을 그리지 않았다. 누드를 그렸다. 예술의 거장들이 표현한 누드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이다. 예술적인 누드는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므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누드에 대한 클라크의 입장은 1956년에 출간된 누드의 미술사에 나온다.

 

클라크가 명쾌하게 누드의 정의를 내린 덕분에 예술가들은 누드를 마음껏 그릴 수 있었고, 그들이 표현한 누드는 외설로 오해받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은 미술관에 전시된 누드화를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미술사학자 프랜시스 보르젤로(Frances Borzello)는 예술의 일부가 된 지 오래된 누드를 여전히 불편하게 느끼는 대중의 반응을 주목한다. 현대 예술가들이 묘사한 누드는 50여 년 전 클라크의 정의한 누드와 다르다. 그래서 보르젤로는 오늘날 대중은 현대의 누드를 불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현대의 누드는 누드이면서도 누드가 아닌 것’, 불완전한 누드이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보르젤로는 누드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그녀가 누드에 관해 쓴 책의 제목은 누드를 벗기다(The Naked Nude). 이 제목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누드라고 알려진 남성과 여성의 몸은 완벽하고 이상적인 몸이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들은 신화 속 초인적인 인물들을 강인하고 우람한 남성 누드로 묘사했다. 이때부터 예술가들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젊고 탄탄한 남성의 몸을 선호했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시대가 올 때까지 여성의 누드는 인기가 없는 소재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여성의 몸을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중세 시대에 이르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더욱 강화되었다. 기독교는 여성의 몸을 죄악의 근원으로 봤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여성 누드를 묘사한 예술가들이 등장했지만, 그림이나 조각에 나타난 여성의 몸 역시 완벽한 비율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몸이었다.

 

클라크의 누드 이론은 이상적인 몸을 재현하는 전통적인 예술로 회귀한다. 보르첼로는 낡아빠진 누드 이론의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50여 년 동안 지속된 누드의 미술사신화를 벗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드의 미술사로 알려진 책의 원제는 ‘Nude’. 클라크는 전통적인 누드에 대한 예술가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후에 등장한 페미니스트 신체예술가들은 누드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녀들은 자신의 몸을 활용해 누드를 표현했다. 신체예술가들이 선호한 몸은 병들고 아픈 몸, 뚱뚱한 몸, 거식증으로 인해 앙상해진 몸이다. 육체의 추함도 사실적으로 표현한 누드는 전통적인 누드에서 볼 수 있었던 육체미와 에로티시즘과 거리가 멀다. 페미니스트 신체예술가들이 표현한 누드는 이상적인 몸의 허상을 벗기는 동시에 여성의 몸을 눈요기로 소비하는 남성 중심 예술의 실체를 까발린다.

 

현대의 누드는 극단적이다. 벌거벗은 상태에서 자해하는 행위예술가가 있는가 하면, 병든 자신의 몸을 일기 쓰듯이 사진 찍은 사진가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누드를 불편해한다. 누군가는 또 ‘이게 예술이야?’라고 비아냥거릴 것이다. 현대의 누드는 완벽하지 않은 몸’, ‘보기 흉한 몸을 소재로 한다. 그래서 보르첼로는 현대의 누드를 대중에게 불편함과 혼란을 주는 불완전한 누드라고 정의 내린다. 대부분 사람은 비너스(Venus)나 날씬한 여체를 묘사한 고전적인 누드화에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비너스처럼 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없으며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거스르지 못한다. 그것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몸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오늘날 예술가는 인간적인(연약한), 너무나 인간적인 몸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불완전한 누드를 접한 사람들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몸의 불편한 진실을 목격하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이게 예술(누드)이야?’라고 의심했던 사람이 오늘날의 누드를 새롭게 본다면 ‘이건 인간의 몸이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누드를 벗기다누드의 종말을 알리는 책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누드는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인기 있고, 화제성을 가진 소재다. 저자는 앞으로도 계속 불완전한 누드가 나타나 대중을 놀라게 할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 누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누드의 미술사는 잊으시라. 절판된 책을 비싼 가격으로 사서 읽을 필요 없다. 누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누드를 벗기다. 이 책은 누드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싹 벗겨준다.

 

    

 

 

 

Trivia

 

 

* 132

 

  오늘날 나체 모델의 초상화는 이상적인 누드가 회화에서 사진으로 옮겨 갔기 때문에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더 많이 등장한다. 일련의 나체 초상화 사진은 갤러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1920년대 나체를 그린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의 초상화부터 1980년대에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가 여성 보디빌더 리사 라이언(Lisa Lyon)을 아마존의 여전사처럼 묘사한 것을 들 수 있다.

 

사진에 담은’, ‘사진으로 찍은이라고 쓰는 게 적절하다. 스티글리츠는 사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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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1 0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23 22:20   좋아요 0 | URL
요즘 누드사진 찍기가 힘들 걸요. 누군가는 찍고 있겠지만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누드사진을 예술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어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누드사진을 음지의 사진작가들이 찍는다는 편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0-03-2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미술과 관련한 책을 보다가 누드 그림이 나오면 덜 좋아했었죠. 익숙하지 않아서일 거예요. 누드는 마른 사람보다 살이 찐 여성의 그림이 많은데 그 이유는 표현할 게 풍부해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른 사람의 몸은 비예술적인 셈이죠.

cyrus 2020-03-23 22:21   좋아요 0 | URL
네. 저도요. 버스 탈 때 미술 책 읽다가 누드화 도판 나오면 얼른 다음 페이지로 넘겨요.. ㅎㅎㅎㅎ
 

 

 

이산가족은 전쟁이 일어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구미에 사는 동생이 한 달째 대구에 오지 못하고 있다. 자주 만날 수 없다 보니 동생이 매일 한 번 영상통화를 한다. 어젯밤에 동생한테 영상통화가 왔다. 동생의 영상통화가 오면 부모님이 참 좋아하신다. 영상통화 중에 동생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집에 페스트 있어?”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갑자기 집에 흑사병이 있느냐고 물어보지?’라고 생각했다. 나랑 같이 영상통화를 하고 있던 부모님은 페스트의 의미를 뭔지 몰라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나는 웃으면서 , 페스트는 전염병이야. 집에 페스트가 퍼졌으면 우린 벌써 죽었지라고 말했다. 동생은 페스트, 몰라? 요즘 되게 유명하던데?”라고 말했다. 나는 그제야 동생이 말한 페스트의 의미를 깨달았다. 동생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소설 페스트가 내 방에 있는지 물어본 거였다‥….

 

영상통화가 끝난 후에 나는 동생에게 카뮈의 책이 내 방에 있다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페스트는 민음사 판이 아니라 책세상 출판사에서 나온 검은색 표지의 양장본으로 된 카뮈 전집이다.

 

 

 

 

 

 

 

내가 페스트를 사진 찍어 카톡 메시지로 보냈더니 동생은 재미없게 생겼어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흥미 5이라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재미없게 생겼다‥…. 예전에 달궁 독서 모임에 참석했을 때 누군가가 카뮈 전집 양장본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분은 앞표지에 권수를 나타내는 붉은색 숫자가 너무 크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분의 말씀이 옳았다.

 

그나저나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관심이 커지면서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의 책은 페스트가 되지 싶다. 이방인번역 논쟁 이후로 오랜만에 사람들이 카뮈에 관심을 보인다. 이쯤 되면 카뮈 전집을 가지고 있는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카뮈에게 확 끌리지 않는다. 이방인반항하는 인간을 읽어보긴 했다. 하지만 그가 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이것을 글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카뮈는 책 좀 읽어본 독자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그의 책에 대한 독자 리뷰가 꽤 많이 있다. 나름 독창적인 생각과 해석이 담긴 리뷰를 쓰고 싶어도 못 쓰겠다. 내게 카뮈는 정말 어려운 작가다.

 

나는 당장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싶지 않다. 카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식을 때 읽으려고 한다. 나는 항상 책을 읽으면 뒷북(book)친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카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어도 올해는 카뮈를 읽어야 하는 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페스트말고 흑사병을 읽고 싶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가 코로나19와 동생 때문에 이 책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심야에 흑사병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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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0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20 23:52   좋아요 0 | URL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어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연약하고 한편으로는 똑똑하지 않아요. ^^;;

stella.K 2020-03-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래. 요즘 부쩍 페스트가 읽고 싶어졌어.
책 잘 생겼구만.ㅋ

근데 어제 중고샵 다녀왔지? 어떻디? 괜찮나?

cyrus 2020-03-20 23:56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점에 사람이 꽤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서점에 사람이 많이 온 것에 놀라지 않았어요. 제가 놀란 것은 서점 안에 있는 책상이었어요. 책상 위에 손 소독제는 없었어요. 계산대에 손 소독제가 있었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기에 손님들이 책상에 앉지 못하도록 알라딘이 조치를 취해야 했어요.

페크pek0501 2020-03-2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스트>를 재밌게 읽었었어요. 그래서 다 읽은 뒤에 밑줄 친 곳을 몇 번이나 본 적도 있어요. 요즘 다시 읽는다면 실감날 것 같습니다. 사색적인 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cyrus 2020-03-23 22:23   좋아요 0 | URL
카뮈의 <페스트>가 재미있는 책이었군요. 내년 독서모임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해야겠어요. ^^
 
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조르주 뒤비 지음, 양영란 옮김 / 동문선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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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은 프랑스 주간지 르 익스프레스(L’Express)에 게재되었고, 라디오 방송 유럽 1(Europe 1)에서 전파된 대담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조르주 뒤비(Georges Duby)가 대담자로 참석했다. 책은 1995년에 출간되었다(국내 번역본은 1997년에 나왔다). 뒤비는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뒤비는 서기 1000년 유럽 중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두려움과 2000년 밀레니엄(millennium)을 앞두고 있던 그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을 비교했다. 그는 과거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기 시대의 문제를 끈기 있는 성찰하는 일이 역사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담 주제는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현대사회가 처한 여러 가지 문제들(세기말에 들어서면서 부각된 문제들, 예를 들면 환경오염, AIDS, 종말론 등)을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엄청 철 지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흥미롭다. 책은 다섯 장으로 이루어졌다. 이 다섯 장의 제목은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두려움이다. 궁핍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 대한 두려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폭력에 대한 두려움,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 지금부터 천 년 전에 살았던 중세 사람들도 현재의 우리만큼이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았다. 그들은 생존 문제에 고통을 받았다. 사나운 이방인들의 침입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고, 전염병의 공포 속에서 비참하게 살았다. 2020년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근으로 허약해진 중세의 유럽인들은 순식간에 흑사병의 포로가 되었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은 혼란과 공포를 부추겼다. 중세 사람들은 흑사병의 발병 원인을 신이 내린 형벌로 간주했고, 유대인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다고 중세 사람들이 흑사병에 무기력하게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산 사람들은 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가 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생명마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를 간호하고, 사망자를 매장했다. 그리고 시 의회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행동 강령을 제시했다. 성벽 안으로 생활 반경을 줄이고, 외지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현 지도자의 능력을 의심하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과거에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지도자를 소환한다. 어떤 사람은 만약 지도자가 ○○○였다면 나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현 지도자가 무능하다고 비판한다. 현 지도자의 능력을 비판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과거 지도자와 현 지도자의 능력을 비교하는 일은 소모적인 논쟁이다. 아무리 훌륭한 과거 지도자들도 현재 우리나라를 이끌었다면 비판적인 여론을 비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뒤비는 한 사회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으면 과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들은 과거를 생각하면서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한다. 최근 야당은 구치소에 있는 수감번호 503번의 옥중 편지를 공개하면서 수구세력을 결집하려고 한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람들은 현재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다. 지금 우리는 알게 모르게 두려움의 흔적들을 남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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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외로움은 치유돼야 할 질병처럼 인식된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의 정서적 거리에서 비롯된 괴로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 라르스 스벤젠 외로움의 철학(청미, 2019)

* 올리비에 르모 자발적 고독(돌베개, 2019)

 

    

 

외로움의 철학(청미)의 저자는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한다. ‘외로움은 사람이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괴로운 감정 상태다. 그러나 고독은 개인이 혼자 무언가를 하려고 타인과의 거리를 두면서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고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은 외롭지 않다. 외로움과 고독의 의미를 구분한 저자의 입장은 새로운 건 아니다. 자발적 고독》(돌베개)의 저자는 고립과 고독을 구분했다. 고립은 외부적 요인들로 의해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고립된 사람은 외로움을 잘 느낀다.

    

 

 

 

 

 

 

 

 

 

 

 

 

 

 

 

*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사월의책, 2013)

 

    

 

외로움의 철학자발적 고독원서는 2017년에 나왔고, 번역본도 작년에 같이 나왔다. 그러나 둘 중 먼저 나온 책은 자발적 고독이다. 이 두 권의 책이 나오기 훨씬 전에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사월의책)를 쓴 노명우 교수는 혼자 산다는 것은둔을 구분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자전적 사회학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혼자 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혼자 살면서 느꼈던 일상을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혼자 사는 것을 독신 풍조의 확산이나 가족 공동체 몰락의 징조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을 비판한다.

 

이 글에 언급된 세 권의 책 이외에도 고독의 장점을 설명한 책들이 더 있다.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고독을 주제로 한 책들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 저자는 고독과 외로움(고립)의 의미를 구분한다. 고독에 대한 정의를 내린 다음 고독의 장점을 몇 가지 설명한다. 그리고 스스로 고독을 선택해 사유와 성찰을 적극적으로 한 철학자나 작가의 사례를 든다. 고독을 예찬한 저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은 몽테뉴(Montaigne)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앞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 혼자 살기의 장점을 설명한 책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사실 글 좀 쓰는 사람이라면 고독에 대한 책 한 권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이런 책들은 아직도 혼자 사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고독에 익숙한 사람들은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나도 이제 고독에 대한 책을 그만 읽으련다. (라고 말해놓고선 또 읽을 것 같다‥….)

 

 

 

 

 

 

Trivia

 

 

*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204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몽테뉴, 아버지라는 역할까지 일시 정지시킨 몽테뉴, 남편이기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몽테뉴는 절대적인 자신만의 공간, 자신의 질문에만 몰두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괴테에게 영향을 받아 치타델레(Zitadelle)라 불렀다.

 

 

책 뒤에 치타델레의 의미를 설명한 주석이 있다(288). 주석 내용은 이렇다. 몽테뉴가 괴테의 자아 개념을 따서 탑에 붙인 이름으로 요새 안에 독립된 별채 성()을 뜻한다.” 몽테뉴는 괴테보다 먼저 태어났다(몽테뉴는 1533년 생, 괴테는 1749년 생). 그런데 어째서 몽테뉴는 괴테의 자아 개념을 자신이 거주하는 탑의 이름으로 정할 수 있었을까. 내가 봐도 이 내용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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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했을 때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것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한혁섭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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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대항해 시대가 오기 전까지 누구도 목숨을 담보로 한 항해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상식이 되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바다가 끝나는 지점까지 항해하면 낭떠러지로 추락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항해자 마젤란(Magellan)이 세계 일주에 성공하여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 믿어진다면 유튜브(Yotude)‘flat earth’를 찾아보라. 평평한 지구를 믿는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지구는 평평한 원반 모양으로 생겼으며 그 지구 중심에 북극이 있다. 남극은 원의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얼음벽이다. 코로나19 관련 소식 때문에 묻혔는데, 지난 달 말에 미국의 모험가가 자신이 직접 만든 로켓을 타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 모험가는 ‘flat earth’ 지지자다. 지구가 평면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로켓을 만들었다.

 

가짜 뉴스 중에는 마치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인 체하는 수상한 논리들이 있다. 유사 과학은 그저 우스개로 가볍게 받아들이면 모를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경우도 있다. 유사 과학은 단순한 허위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피해를 주기도 한다. 또 유사 과학을 이용한 상술은 금전적 피해를 준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는 과거에 사람들이 과학이라고 믿었던 잘못된 이론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은 믿기 힘든 일이겠지만, 담배는 한때 기적의 약초라고 환영받았다. 담배의 효능을 믿은 의사들은 담배 연기로 환자를 치료했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정력 향상에 관심이 많다. 오늘날 아보카도(Avocado)는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과일이다. 대항해 시대의 스페인 탐험가들은 멕시코에 열린 아보카도에 최음제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그렇게 믿은 이유가 황당하다. ‘아보카도는 멕시코어로 고환을 의미한다. 과일 모양이 고환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뿐인데 스페인 탐험가들은 이름만 듣고 지나친 상상을 했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flat earth’도 나온다.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은 콜럼버스(Columbus)를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묘사한 소설을 썼다. 사실 콜럼버스는 지구가 서양 배 모양처럼 생겼다고 믿었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는 교과서에 완전히 퇴출한 이론만 소개하지 않는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유사 과학도 나온다. 군인들은 다리를 지날 때는 발을 맞춰 걷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발걸음에서 나오는 진동과 다리의 고유 주파수(한 번 움직이면 계속 진동하는 빈도수)가 맞아떨어지면 진동이 더 커져 다리가 무너진다고 믿었다. 생각보다 이 가설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과학책에서 봤다고 말할 것이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를 보기 전까지 나도 군인들의 행군이 다리를 무너뜨리는 원인이라고 믿으면서 살아왔다. 어렸을 적에 사고가 일어난 순간의 장면들만 편집하여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방송 프로그램에 군악대가 지나가면서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 방송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한 성우는 사고 원인을 군악대의 발걸음에서 생긴 진동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군인의 행군이 진동의 위력을 과장한 사례로 보고 있다. 사람의 고음으로 유리잔을 깰 수 있다는 믿음도 과장되었다고 한다.

 

이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이 살았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사람들은 보편적인 상식에 벗어난 황당한 이론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시대의 아집으로 만들어진 것이 유사 과학이라고 말한다. 아집에 갇힌 그들만의 이론은 고여서 썩은 물과 같다. 썩은 물을 맛 보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의 건강은 나빠진다.

 

 

 

 

 

 

Trivia

 

 

* 59

 

실제로 콜럼버스가 살던 시대에 세계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인기 소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인생과 항해(1928)에서 만들어졌다.

 

본문에 발표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어빙의 소설이 나온 해는 18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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