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독자들은 안경환 교수의 , 셰익스피어를 입다에 높은 평점을 줬다. 그 독자들은 안 교수의 책에 만족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별점 네 개, 다섯 개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에 대해서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예전에 안 교수가 쓴 책을 보면서 느꼈지만, 안 교수의 책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한결같다. 사실에 맞지 않는 사소한 오류, 오자,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의 생각들. 지금부터 언급할 인용문 역시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다.

    

 

 

    

 

 

 

 

 

 

 

 

 

 

 

 

 

*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6월 도서] 안경환 , 셰익스피어를 입다(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미인은 얻기 힘들다. 갖고자 하는 사람은 많으나 줄 몸은 다 하나뿐, 지극히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 서양격언도 있다. 일단 얻는다고 해도 지키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뭇사람의 시샘과 견제를 각오해야만 한다. 조그마한 틈새만 있으면 누군가가 파고든다. 미인은 속성상 현처가 되기 쉽지 않다. 항상 자신의 미모를 의식하고 살기에 큰 권력과 재물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시쳇말로 미인과 별장은 웬만한 사람이 갖는 것이 아니다. 유지하기에 일반 관리비가 너무 비싸다. 그저 범인(凡人)은 먼발치에서 바라다보고 입맛이나 다시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248~249, 필자가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밑줄을 표시했음)

 

 

미인은 현처가 되기 어렵다는 안 교수의 개인적인 생각과 미인과의 교제를 별장으로 비유한 말에 동의하는 독자가 있을까.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밑줄을 표시한 문장에 드러난 안 교수의 여성관이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그런 독자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 독자는 어떤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땐 그 문장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실제로 현처가 되지 못한 미인을 만났거나 미인을 아내로 둔 남자들의 증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은 사례만 가지고 미인은 현처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저자는 미인을 항상 자신의 미모를 의식하며 권력과 재물의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존재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은 부정적인 면모를 지닌 미인은 현처가 될 자격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가부장인 남편은 아내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여성이 남편을 순종하는 아내, 즉 현처가 되려면 미모를 의식해선 안 되며 권력과 재물의 유혹을 피해야 한다. 결혼 제도와 가부장제는 개인으로서의 여성의 삶과 욕망을 제거하고, 가부장제에 편입된 그녀에게 아내’, ‘엄마’, ‘며느리역할을 부여한다. 따라서 현처가 되지 못하는 미인이 있다고 보는 안 교수의 생각은 가부장제 문화에 익숙한 남성의 구시대적인 여성관과 유사하다.

 

안 교수는 미인과의 교제를 별장 관리하는 일로 비유한 시쳇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언급한다. 미인을 만나고 사귀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그 비용이 마치 별장 관리비와 같다는 것이다. 이 시쳇말에는 미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시쳇말을 의심 없이 믿는 사람(특히 여성을 고깝게 보는 남성)은 미인을 경제권이 있는 남성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볼 것이고, 또 재물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미인은 돈을 헤프게 쓴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도 미녀는 돈 많은 남자를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남자들은 그런 여성을 만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불만이 생긴다. 개인적인 불만이 점점 쌓일수록 여성을 냉소적으로 보게 되는데, 모든 여성은 돈 많은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한다. 남성들의 불만은 여성을 교제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빈곤한 자신을 혐오하는 동시에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를 혐오한다.

    

 

 

 

 

 

 

 

 

 

 

 

 

 

 

 

* [절판] 안경환 남자란 무엇인가(홍익출판사, 2016)

    

 

 

여성에 대한 안 교수의 편견은 한때 논란이 되었던 남자란 무엇인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문장은 남자의 독점욕이라는 소제목이 붙여진 글에 있다.

 

 

 남자는 물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특별한 애착을 보인다. 여자에게도 소중한 물건이 있지만, 몇 가지에 한정된다. 보석류, 명품 가방, 옷과 구두 등등 대체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물건들이다.

 

(28, 단행본의 쪽수가 아닌 밀리의 서재에 등록된 전자책의 쪽수이다. 문제가 많은 책이 밀리의 서재에 있다는 게 놀랍다)

 

 

안 교수가 생각하는 남자에 대해서 알고 싶은 남성 독자가 남자란 무엇인가를 읽는 건 자유다. 하지만 편견이 반영된 저자의 글에 동의하는 남성 독자들이 없길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나도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 교수의 생각과 그의 글 쓰는 방식을 잘근잘근 씹기 위해서 이 글을 썼지만, 사실 이 글을 쓴 중요한 목적은 나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나도 안 교수처럼 타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서 살고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편견을 글이나 말로 드러낼 수 있다. 어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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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7-08 16:09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실수하거나 착각해서 잘못 언급한 내용이 있으면 몰래 수정해서 지웠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보니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내가 글 쓰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공개하는 일종의 반성문(?)을 써요. 내가 잘못한 점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면 이런 부끄러운 실수를 다시 하지 않게 돼요. 반성문을 쓰면서 느껴지는 부끄러움과 성찰은 오래 기억에 남아요.

테레사 2020-07-0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편견은 참 고질병인가 싶네요..자기 멋에 도취된 ...엘리트의 글쓰기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cyrus 2020-07-08 16:1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저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독서모임 참석자분들도 그렇게 느꼈어요. ^^

transient-guest 2020-08-17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종종 그렇게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가면서 그리 되는 것 같습니다.

자강 2020-08-18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자란 무엇인가를 읽고선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 제목인 남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보단 이것 저것 잡다한 내용들이 모여있어서 저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를 지경이더군요.
 

 

 

 

 

 

 

 

 

202073일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쓴 글이다.

 

 

 

매주 한 번씩 동네 책방에 간다. 책방이 된 건물은 원래 노부부가 운영했던 사진관이었다. 작년에 남편이 사진 찍는 일을 그만두면서 사진관은 책방으로 변신했다. 책방 건물 바로 뒤편에 노부부가 사는 집이 있다. 책방 건물과 노부부의 집은 세워진 지 상당히 오래됐다. 그래서 집 밖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은 노부부와 책방에 있는 사람들(책방지기, 책방에 오는 손님들)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책방에 뒷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면 노부부가 사는 허름한 집과 화장실이 나온다. 가끔 화장실을 사용한 책방 손님들이 화장실 전등을 끄는 것을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갑자기 책방 뒷문을 확 열고 들어오면서, 화장실 전등을 끄고 가라면서 잔소리한다.

 

재래식 화장실 안은 상당히 비좁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몸집이 조금이라도 크면 용변을 보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이 펼쳐진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머리를 살짝 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틀 위쪽에 머리를 부딪쳐 다칠 수 있다. 책방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책방에 자주 방문하면서 화장실 사용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정 요일이 되면 책방에서 독서 모임과 그림 그리기 모임 등이 진행된다. 그 와중에 나는 눈치 없이 책방에 와서 나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내가 항상 앉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1인 또는 2인 손님이 앉을 수 있으며 화장실로 향하는 책방 뒷문 근처에 있다. 나는 자리에 한 번 앉으면 독서나 글 쓰는 일에 몰입한다. 내 일에 몰입하게 되면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을 보지 못한다. 한 번은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화장실 문을 열 뻔한 적이 있었다. 그 화장실 안에는 책방 모임에 참석한 여성이 있었고, 그분은 다급한 목소리로 안에 사람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당황해서 그분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이 책방으로 돌아갔다.

 

그날 화장실에 있었던 여성은 나보다 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 화장실 어딘가에 불법 촬영 장비가 설치되어 있을까 봐 두려워한다. 성별이 분리되지 않은 책방의 재래식 화장실은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문제의 화장실이 노부부 소유의 건물 안에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내가 경험했던 아찔한 그 순간을 생각하면, 재래식 화장실은 여성이 안심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재래식 화장실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방 뒷문에 누군가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 반드시 뒷문을 잠그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안심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뭐든 시도를 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본 뒤에 책방지기에게 화장실 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건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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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7-03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에도 그런 화장실이 있구나
난 그런 화장실 다녀오면 꿈에 꼭 나타난다.ㅠ
재래식은 아니지만 예전에 강남역에 한 유명 제과점에서
서너 번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2층에 화장실이 딱 하나야.
것도 남녀공용. 그거 알고 다신 그곳 안 가잖아.
여성용이 하나라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남녀 통틀어 하나라니.

근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엘 가는구나.
난 중고샵 안 간지 오래다. 교회를 못 가고 있을 때 한 달에 한 번은 갔는데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면서 일부러 안 가고 있어. 가면 책 사고 싶을까 봐.
다 읽지도 못하면서 쌓아 놓기나 할 테니.ㅠ

cyrus 2020-07-04 14:29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동네에는 아직도 오래된 가옥이 있어요. 그런 집에 가면 재래식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어요. 책방에 가면 음료 한 잔 시키고 세 시간 정도 책 읽거나 글을 써요.

2020-07-07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7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0-07-0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재래식 화장실 문은 안 잠기나봐요. 화장실 문이 안 잠기면 정말 큰일이죠.

말씀처럼 책방 뒷문에 화장실 이용중과 비어있음을 표시하는 판을 잘 보이게 달고 뒷문을 밖에서 잠그도록 해야겠네요.

제가 오랜 회원으로 있는 동네 작은 도서관은 실내에 화장실이 있어요. 여성용 칸은 2개였는데, 몇 년 전부터 1칸이 고장나서 1칸만 사용할 수 있고 남성용 소변기가 하나 있어요. 예전에는 그 화장실 문이 잘 잠겼는데, 어느날부터 고장나 잠기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남성용 소변기를 이용할 때는 혹시라도 여성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지퍼를 내리게 되었죠. 문을 딱 열자마자 너무 잘 보이는 위치에 그 소변기가 있거든요.

그렇게 불편하게 소변기를 사용하던 어느날 성별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1칸만 남은 화장실을 쓴다는 걸 알았어요. 그 문 붙어있던 표시도 처음엔 여성만 그려져 있었는데, 어느순간 보니 남녀 모두 그려져 있더라구요. 그 칸은 안에서 문이 잠기니까 남녀 모두 걱정없이 쓸 수 있었던거죠. 괜히 저 혼자 문이 열리면 어쩌지 걱정하며 화장실을 썼네요.


cyrus 2020-07-04 14:43   좋아요 0 | URL
화장실 문이 나무로 만들어졌고요, 잘 닫히지가 않아요. 그래서 잠그는 것도 불가능해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건물의 통로 근처에 있는 화장실은 불편해요. 그 화장실 문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화장실 내부가 보여요. 가끔 그런 화장실 근처를 지나가면 일부러 고개를 숙입니다.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생기는 게 쉽지 않아요. 트랜스 여성, 트랜스 남성은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아예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성소수자 운동가들이 있는데 오히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반대를 해요.
 
초끈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26
박재모.현승준 지음 / 살림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사는 세상에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질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여기서 퀴즈. 네 가지 힘 중에 가장 약한 힘을 무엇일까. 하나 찍어보시라. 대부분 사람은 약한 핵력을 고를 것이다. ‘약한(weak)이라는 단어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답은 중력이다. 중력이 약하다 보니 중력을 전하는 파동인 중력파(gravitational wave)의 효과도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5년에 중력파의 실체가 알려지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검출하지 못해 고전했다.

 

전자기력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합친 힘이다. 서로 다른 힘으로 생각됐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전자기력으로 통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Maxwell)이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를 만드는 힘이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quark)라는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 강한 핵력은 쿼크를 결합한다. 약한 핵력은 강한 핵력의 역할과 반대로 작용하는데 원자핵을 붕괴시킨다.

 

맥스웰은 전기의 힘과 자석의 힘을 전자기력으로 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일한 이론이 발표되었고, 1974년에 강한 핵력까지 통일한 이론이 나왔다. 문제는 중력이다. 중력까지 통일한 궁극의 이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소립자는 만물, 그리고 네 가지 힘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소립자를 (point) 형태의 입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초 끈 이론(super-string theory)에 따르면 만물과 네 가지 힘의 기본 요소는 소립자가 아니라 아주 작은 끈이다. 초 끈의 종류는 두 가지다. 고리 형태의 닫힌 끈과 두 개의 끝점이 있는 열린 끈이다. 초 끈 이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소립자의 형태를 초 끈이 진동하면서 생기는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초 끈 이론이 궁극의 이론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초 끈 이론이 성립하려면 우주를 ‘10차원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궁극의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차원을 추가했다. 초 끈 이론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는 ‘M 이론은 우주를 ‘11차원 공간으로 본다. 하지만 초 끈 이론과 M 이론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실험으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126번째 책 초 끈 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는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그리고 초 끈 이론과 M 이론에 대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초 끈 이론의 분량이 적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이 책을 참고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11~12쪽에 중력자(graviton)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중력자는 중력을 매개하는 소립자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는 중력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인 것처럼 설명했다. 중력자는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다. 중력자를 설명할 땐 반드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론상의 물질이라는 식으로 부연 설명을 해줘야 한다. 중력파와 중력자를 혼동하지 말 것!

 

중쇄를 찍을 때 외국어 표기를 고쳤으면 한다. 밍코브스키(17)민코프스키(Minkowski), 슈뢰딩어(23)슈뢰딩거(Schrödinger), 보즈 입자(35)보손 입자(boson particle)로 써야 한다. 독일어로 발음하면 슈뢰딩어에 가깝지만, 국립국어원의 외국어 표기법에는 슈뢰딩거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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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셰익스피어를 입다 셰익스피어 에세이 3부작
안경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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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작품들을 보면 과 관련된 장면이나 대사가 많이 나온다. 특히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재판 장면은 가장 유명하다. 젊은 귀족 바사니오(Bassanio)포셔(Portia)와 결혼하고 싶어서 친구 안토니오(Antonio)에게 결혼 자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 무역 상인 안토니오는 무역용 배들에 실은 자산을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Shylock)에게 돈을 빌린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배들이 모두 침몰하는 바람에 안토니오는 빈털터리가 된다. 안토니오를 증오하는 샤일록은 신체 담보 계약서에 쓰인 대로 안토니오의 심장 가까이에서 살 1파운드를 베어 내려고 한다. 하지만 재판관으로 분장한 포셔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확히 1파운드의 가슴살을 떼어내라고 판결을 내린다. 포셔의 판결로 인해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운명이 달라진다. 안토니오는 목숨을 구하지만, 샤일록은 전 재산을 날리고 기독교로 개종까지 하게 되는 수난을 겪는다. 독자들은 안토니오를 살린 포셔의 지혜와 명판결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몇몇 법률가는 포셔의 판결을 비판하면서 샤일록이 정의에 어긋난 재판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미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은 판결을 내릴 때 셰익스피어 작품 속 대사를 인용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왜 유독 법과 관련된 장면과 대사가 많이 나올까? , 셰익스피어를 입다는 이 궁금증을 해갈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안경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문학에 조예가 깊은 법조인이다. 그는 문학 작품 속에 투영된 법의 모습을 다룬 글을 써왔다. , 셰익스피어를 입다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에 나오는 법과 법조인들의 모습을 분석한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한 책이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 영국은 소송 폭주의 시대이다. 한 해 평균 1백만 건의 소송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법에 의지하는 국민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법원의 종류도 많아졌다. 왕립법원에 나온 수많은 판결은 시간에 지나면서 누적되어 관습법(Common law)이 된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명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여러 번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크고 작은 소송들을 겪으면서 법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동시에 법 제도의 한계 등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작품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거름이 된다.

 

저자는 문학 작품을 사회적 텍스트로 본다. 사회적 텍스트로서의 문학 작품에 시대가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문학 작품은 시대의 거울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법 제도의 변천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니스의 상인의 재판 장면에 대한 법조인들의 분석 다음으로 이 책에 주목해야 할 내용은 햄릿(Hamlet)의 유명한 독백에 대한 법적인 해석이다. 그동안 학자와 독자들은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햄릿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 해석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기존의 통설을 반박하면서 법률가적 해석을 주장한다. ‘법률가적 해석에 따르면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실패한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복수에 눈이 멀기 쉬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그가 당장 삼촌을 죽였으면 살인자가 된다. 햄릿은 살인죄의 책임을 면하는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삼촌이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포착해서 언젠가 공격할 수 있는, 법적 복수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햄릿은 신속한 사적 복수와 지루한 법적 복수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한 것이다. 저자는 햄릿의 고민을 영리한 법률가의 계산된 이성적인 행동으로 본다.

 

햄릿에 대한 법률가적 해석은 참신하지만, 다수의 사람이 동의하기 힘든 비주류 해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햄릿의 성격에 대한 분석이 달라진다. ‘법률가적 해석을 주장한 저자는 햄릿의 대사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라고 의역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문이다. 원문을 직역하면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다가 된다. 직역을 선호하는 역자나 독자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의역한 문장이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햄릿의 대사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면서 번역하기 힘든 문장이다. 그러므로 의역한 문장만 가지고 햄릿을 고민하는 영리한 법률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마도 저자는 문학에 문외한인 법학도와 문학을 좋아하는 법학 비전공자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래서 , 셰익스피어를 입다멀찌감치 떨어진 문학과 법이라는 두 문화를 왕래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다리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문학 애호가와 법학도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기 위해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다. , 셰익스피어를 입다에 소개된 열두 편의 작품 중에 국내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 역사극(헨리 62, 리처드 2, 리처드 3)’이 포함되어 있다. 지루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알고 나서 , 셰익스피어를 입다를 읽으면 작품 속 장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이해할 수 있다. 법률 용어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한 각주가 없는 저자의 글은 책을 읽으려는 법학 비전공자에게 부담감을 준다. 이렇다 보니 에세이집’이 아닌 논문 모음집을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이없는 오자와 오류가 눈에 걸린다. 15쪽에 있는 웨스터민스터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사원의 오자다. 112쪽에 햄릿의 삼촌을 클라우디우스라고 잘못 썼다. 클라디우스라고 써야 한다. 148~149쪽에 영국의 수필가 겸 언론인 조셉 애디슨(Joseph Addison)조셉 에디슨(Joseph Edison)으로 잘못 썼다(조셉 애디슨보다 조지프 애디슨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있)157쪽에 보조관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보좌관의 오자로 보인다. 293쪽에 한 여름 밤의 꿈의 등장인물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타니아너'티타니아(Titania)'로 고쳐야 한다. 348쪽에 보면 동성애자옆에 소괄호로 ‘LGBT’로 표기한 문장이 있다. ‘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첫 글자를 합친 것으로 성소수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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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몸이 안 좋을 땐 교장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곤 했다. 이때부터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 사색하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 20대의 데카르트는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한다. 어느 날 그는 막사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바둑판 형태의 무늬가 그려진 천장 위에 달라붙은 파리를 발견한다. 데카르트는 천장에서 움직이는 파리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좌표평면을 생각한다.

 

 

 

 

 

 

 

 

 

 

 

 

 

 

 

 

 

* 김승태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좌표 이야기(자음과모음, 2008)

    

 

 

좌표평면은 x축과 y으로 이루어져 있다. 좌표평면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점의 위치를 수치로 도출해 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가로축(x)의 숫자와 세로축(y)의 숫자만 있으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으며 점이 어디에 있는지 측정할 수도 있다.

 

 

 

 

 

 

 

 

 

 

 

 

 

 

 

 

 

* [절판] 차원이란 무엇인가?(아이뉴턴, 2009)

* 차원의 모든 것(아이뉴턴, 2019)

 

    

 

좌표의 개념을 이해하면 차원의 정의도 이해할 수 있다. 좌표를 고안한 데카르트가 차원을 정의한다면 한 점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의 개수라고 말할 것이다. 앞서 좌표평면에 있는 점의 위치는 가로축의 숫자와 세로축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언급했다. 가로축의 숫자, 세로축의 숫자는 한 점을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이므로 2개이다. 따라서 좌표평면은 2차원이다. 그렇다면 좌표평면이 아닌 곳에 있는 점은 몇 차원일까? 0차원이다. 왜냐하면 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직선은 1차원이다. 임의의 두 점 사이를 연결하면 직선이 된다. 두 점 사이의 거리만 알면 직선 위에 있는 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3차원이다. 기준점으로부터 가로’, ‘세로’, ‘높이방향을 나타내는 세 가지 수치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말로 풀어쓴 차원의 정의는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림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하는 방식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러므로 도판과 일러스트가 가득한 일본의 과학 잡지 <뉴턴(Newton)>을 추천한다. 매달 나오는 잡지를 구독하지 않아도 <뉴턴>을 접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뉴턴 하이라이트(Newton Highlight)>는 잡지 정기 구독자가 아닌 독자들을 위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다.

 

필자가 데카르트의 좌표 개념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한 내용은 2009년에 나온 차원이란 무엇인가?와 작년에 나온 차원의 모든 것을 참고하여 요약한 것이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인쇄본은 현재 절판되었다. 그런데 전자책(e-Book)은 판매 중이며 지금도 구매할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자들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차원의 모든 것차원이란 무엇인가의 개정판이다. 그래서 두 권의 책 초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 차원의 정의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려진 일러스트도 똑같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 방식은 복사하기, 붙여 넣기(Ctrl+C, Ctrl+V)수준에 가깝다.

 

일러스트가 많다고 해서 <뉴턴 하이라이트>를 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 독자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선 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원 공간(3차원 공간과 시간을 합친 개념)을 넘어선 고차원 공간이 우주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론이 바로 브레인 이론(brane theory)과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이 두 개의 이론은 과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론으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증을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자들은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에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난해한 내용을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압축한 편집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에 생소한 독자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를 수집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절판된 차원이란 무엇인가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차원이란 무엇인가2009년에 나온 책이라서 당연히 2010년대에 발견된 과학적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09년은 중력파와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차원이란 무엇인가는 오래된 책으로 느껴지지만(이 책이 나온 지 십 년이 지났으니 그렇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이 책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Lisa Randall)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녀는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중의 하나인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을 주장했다. 리사 랜들의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차원의 모든 것에도 언급된다. 그러나 리사 랜들의 인터뷰 내용은 차원의 모든 것에 수록되지 않았다.

 

 

<뉴턴 하이라이트>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책이라서 그런지 직소 퍼즐(jigsow puzzle)’이 지그소 퍼즐로 표기된 점이 눈길이 간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을 보면서 발견한 사실인데,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초끈 길이의 수치가 다르다. 그런데 초끈 이론을 설명한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살펴보면 초끈 길이가 제각각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끈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아주 미세해서 현재의 측정 기술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초끈 길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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