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 전집 1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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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Wind)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쓴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이 문장으로 빚어낸 생생한 자연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1941년에 나온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카슨이 쓴 첫 번째 책이자 바다 3부작의 시작을 알린 책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카슨은 해양 생물에 관한 라디오 원고를 주로 썼다. 홍보용 소책자에 실린 카슨의 글을 눈여겨본 미국 어업국(Bureau of Fisheries,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와 같은 행정기관) 소속 직원(카슨의 직속 상사)은 그녀에게 대중 매체에 실을 만한 글을 써보라고 격려했다. 평소에 바다와 해양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카슨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서 바다를 주제로 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바닷바람을 맞으며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가장 비중 있게 나온 해양 생물은 갈매기, 고등어, 뱀장어다. 카슨은 책을 쓰기 위해 바다에 직접 가서 해양 생물들을 관찰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유심히 보면 카슨의 정확한 관찰력이 만들어낸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문장들을 읽으면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필자가 이 책을 ‘자연 다큐멘터리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다시 강으로 돌아간 물수리는 수면 가까이로 급강하해 날갯짓을 하며 발을 강에 담갔다. 발톱에 묻은 물고기의 점액을 닦는 것이다. (93)

 

 어부들이 두 번 정도 그물을 더 거둔 후 만조가 되었다. 이윽고 물고기를 잔뜩 실은 배들이 돌아갔다. 회색 바다를 배경으로 흰 모래톱에서 날아온 갈매기 무리가 해변의 물고기를 잔뜩 먹었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놓고 싸움을 벌일 때 작고 검은 깃털을 지닌 새 두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녀석들은 해변의 좀 더 높은 곳으로 물고기를 가져가 먹어치웠다. 그들은 해변 언저리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고기잡이까마귀로, 죽은 게나 새우 등 바다의 부산물을 먹고 살았다. 해가 지자 숨어 있던 구멍에서 나온 달랑게 군단이 해변에 남겨진 물고기의 마지막 잔해마저 깨끗이 해치워버렸다. 그보다 먼저 모래벼룩이 모여들어 고기의 사체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생하느라 바빴다.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가 산다. 생명의 중요한 요소가 계속해서 끝없는 순환을 이어가는 것이다. (104)

 

 

[원문]

 After the fishermen had made two more hauls and then, as the tide neared the full, had gone away with laden boats, a flock of gulls came in from the outer shoals, white against the graying sea, and feasted on the fish. As the gulls bickered among themselves over the food, two smaller birds in sleek, black plumage walked warily among them, dragging fish up on the higher beach to devour them. They were fish crows, who took their living from the edge of the water, where they found dead crabs and shrimps and other sea refuse. After sundown the ghost crabs would come in legions out of their holes to swarm over the tide litter, clearing away the last traces of the fish. Already the sand hoppers had gathered and were busy at their work of reclaiming to life in their own beings the materials of the fishes’ bodies. For in the sea, nothing is lost. One dies, another lives, as the precious elements of life are passed on and on in endless chains.



하지만 카슨은 당시 1940년대의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해양 생물의 참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부지런하게 바다를 산책하면서 세밀하게 관찰했지만, 개인의 능력만으로 거대하고도 깊은 바다 세계의 풍경을 독자들에게 실감 나게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다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다와 해양 생물에 대한 지식과 비교해서 책을 읽으면 정확성이 떨어진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아마도 그녀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뱀장어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해양 생물연구소에 일했을 때 뱀장어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뱀장어가 어떻게 사는지, 어디서 알을 낳는지 등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카슨은 뱀장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그녀는 당시로선 새로운 방식으로 글을 썼다. 카슨은 지식으로 채워지지 않은 해양 생물의 삶에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상상력에서 잉태된 해양 생물들은 흡사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동물을 의인화한 표현 방식은 지식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학적 글쓰기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카슨이 재구성한 해양 생물들의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게 만든 이분법적 구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분법적 구도의 창시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의심하는 인간의 영혼만을 주체로 간주하고, 동물을 생각과 영혼이 없는 객체로 밀어 넣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 유일하게 등장한 인간은 고등어를 잡는 어부다. 그러나 이 어부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높은 자리에 군림한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묘사된 어부는 생존을 위해서 바다로 뛰어든 하잘것없는 동물이며 바다 생태계 속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개체이다.


자연 속의 동물을 소재로 한 동물문학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은 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 두 책 모두 각각 곤충과 동물의 생태 연구에 기반을 둔 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에 견줄만한 동물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과학과 문학, 이 두 세계를 가로지른 카슨의 글쓰기가 돋보인 수작이다. 침묵의 봄이 카슨의 유일한 대표작이 될 수 없다. 그녀가 남긴 모든 책은 자연을 향한 따사로운 애정과 치밀한 관찰이 만나서 생긴 결실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117~118

 가장 심한 학살은 밤 시간 동안 일어났다. 넓은 하늘 아래 바다에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그날 밤 작은 플랑크톤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수로, 그만큼이나 밝은 정도로 늘어났다. 빗살해파리, 화살벌레[1], 새우, 해파리[2], 물벼룩, 메두사[2], 투명한 날개를 자랑하는 고둥 무리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어두운 밤 속에 반짝거렸다.

 

[원문]

 It was the nights that had seen the greatest destruction. They had been dark nights with the sea lying calm under a wide sky. On those nights the little stars of the plankton had rivaled in number and brilliance the constellations of the sky. From underlying depths the hordes of comb jellies and glassworms[1], copepods and shrimps, medusae of jellyfish[2], and translucent winged snails had risen into the upper layers to glitter in the dark water.

 

[1] glassworm(유리벌레): Chaoborus(각다귀의 일종)의 유충. 화살벌레와 유리벌레는 서로 다른 개체이다.

 

[2] 해파리는 여러 가지 형태(플라눌라 유생폴립스트로빌라에피라메두사)로 변하면서 성장하는데, 어느 정도 다 자란 해파리를 메두사라고 한다. 그러므로 해파리메두사를 마치 서로 다른 개체인 것처럼 따로 쓸 필요가 없다. 원문에 나온 ‘medusae of jellyfish’는 해파리를 뜻한다.






2

 

 

* 240(용어 설명중에서)

 

심해저[1]


 대륙붕의 가파른 경사면에 둘러싸인 대양 속 깊은 곳의 지형[1]. 심해저의 바닥[1]은 넓고 황량한 평원으로, 보통 깊이는 3킬로미터 정도[2]에 달한다. 때로 8~9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이나 협곡이 자리하기도 한다. 심해저의 바닥은 깊고 부드러운 무기물 진흙과 바다 생물체의 사체로 덮여 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항상 온도가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3]

 

[원문]

 The central deeps of the ocean, enclosed by the steep walls of the continental slope. The floor of the abyss is a vast and desolate plain, lying, on the average, about three miles deep, with occasional valleys or canyons dropping off to depths of five or six miles. The bottom is covered with a deep, soft deposit composed of inorganic clays and of the insoluble remains of minute sea creatures. The abyss is wholly without light and is uniformly cold.

 

 

[1] 심해저는 오역이다. 카슨이 직접 쓴 용어 해설(glossary)’에 제일 먼저 나오는 단어가 ‘abyss’, 심해(수심이 깊은 바다). 심해저(deep sea bottom, deep-sea floor) 또는 심해저 평원(abyssal plain, abyssal floor)은 수심 2000m 이상의 심해의 밑바닥(심해 지형)을 말한다. 그리고 심해저의 바닥은 동의어가 반복된 어색한 표현이다. 심해저의 (, floor)’는 밑바닥을 뜻하는 한자어다. 올바르게 쓰면 심해의 바닥(The floor of the abyss)’이다.

 

[2] 3마일(three miles)km로 환산하면 4.8km이다.

 

[3] 심해는 수심 2,000m 이상의 바다로, 빛과 산소가 거의 없고 온도는 낮은 대신 압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심해라고 해서 무조건 수온이 낮은 건 아니다. 심해저에 화산처럼 지구 내부의 지열로 뜨거워진 물(수온이 300가 넘는다)과 연기(주로 황화수소가 들어 있다)를 분출하는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hydrothermal vent)이 있다. 이 주변에 있는 생물들은 고온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심해가 항상 저온 상태로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 열수공 주변의 수온은 엄청 뜨겁기 때문이다


카슨과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해양생물학자인 카슨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책인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심해생물의 생태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에 등장한 심해생물들은 저온(또는 고온)과 고압에 적응하기 위해 괴상한 모습으로 진화한 개체에 가깝기보다는 수심이 깊지 않은 바다에서도 사는, 평범한 모습의 개체이다


카슨은 심해 지형에 대륙붕과 대륙사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60년대 말에 해양과학자들은 열수분출공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카슨은 1964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녀는 열수분출공의 존재를 몰랐을 수 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인 1977년에 심해 유인잠수정 앨빈(Alvin)호가 처음으로 열수분출공을 확인했다. 카슨이 건강해서 좀 더 살아있었으면 열수분출공에 흥미를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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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0-12-12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슨의 책은 과학책이기에 앞서 문학적이죠. 그는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서를 쓴 작가로 기억될 겁니다. 그 유명한 침묵의 봄도 보면 문학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책이었죠.ㅎㅎ

cyrus 2020-12-13 10:35   좋아요 0 | URL
카슨과 같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책을 쓰는 작가’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카슨과 같은 작가가 누구 있는지 떠오르지 않아요.

레삭매냐 2020-12-1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레이철 카슨에 꽂혀 일단
책들을 사 모으긴 했으나...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네요.

내년에나 만나 보게 될 수 있을지.

cyrus 2020-12-13 10:36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면 안 읽을 수 없게 됩니다.. ㅎㅎㅎ
 








20201211일 오후 811~ 오후 950





지난 9월 말에 처음으로 비대면 독서 모임(zoom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 횟수로 따지면 어제 모임을 포함해서 세 번째다. 그래도 화상 회의를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다. 비대면 독서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임 진행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독서 모임은 저녁 730분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비대면 독서 모임은 조금 늦게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에 퇴근하는 참석자는 제시간에 화상 회의에 참석하기 힘들다. 퇴근 시간대는 교통이 혼잡하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걸린다. 퇴근하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화상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없다. 러시아워(rush hour)를 뚫고 집에 도착하면 세면하고 식사를 해야 한다. 화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식사를 거를 수 없다. 따라서 비대면 독서 모임은 최대한 늦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모임에 참석하고 싶은 분들이 좀 더 여유롭게 화상 회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저녁 8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모임에 참석하려는 분들은 필자의 제안에 동의했다.


 

어제 비대면 모임은 저녁 811분부터 시작되었다. 이날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존재는 총 아홉 개체다. 필자가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존재아홉 개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비대면 모임 참석자, 즉 사람은 필자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고양이 세 마리와 개 한 마리다. 원래대로라면 비대면 모임 참석자 다섯 명, 고양이 세 마리와 개 한 마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평범하고도 익숙한 표현은 인간과 ()인간인 동물을 구분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이 키우는 동물이 아닌 인간과 함께 사는 가족이다. 반려동물은 화상 회의를 하고 있는 인간의 행동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의도치 않게 화상 회의 중에 반려동물이 깜짝 등장한다. 비록 잠깐 화면에 나온 것뿐이고 말을 하지 못하지만, 반려동물이 화상 회의를 하는 사람 주변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 개체는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고 볼 수 있다. 개체(individual)’는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를 말한다. 동물과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이므로 개체에 속한다그래서 필자는 사람과 동물을 동등한 존재로 보기 위해 사람을 세는 단위(‘’)와 동물을 세는 단위(‘마리’)를 쓰지 않았다
















 

필자는 비대면 모임 시작 전날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모임 참석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반려동물도 독서 모임에 참석하세요?” 그러자 참석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 그분의 언행을 보았을 땐 동물권(animal rights)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집에서 사는 동물도 아니요, 인간의 외로움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살아있는 장난감도 아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사는 존재, 즉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어제 비대면 독서 모임은 저녁 811분에 시작해서 950분에 마쳤다. 화상 회의 참석자들은 침묵의 봄9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어왔고,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 물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다. 대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어제 모임 공식 후기(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는 후기)는 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쓰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준 사람은 카페 스몰토크의 주인장 완 사장님(모임 참석자들이 카페 주인장을 부를 때 주로 쓰는 애칭)’이다. 어제 카페 안에 있었던 사람은 총 세 명(필자, 필자의 노트북을 함께 사용한 모임 참석자 한 분, 완 사장)이다. 필자는 노트북 화면에 나온 반려동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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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12-1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롭네요. 이제 줌으로 하는 모임이 점점 일상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여러 지리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다만 그래도 직접 만나 나누는 교감이 아쉽기는 합니다.

cyrus 2020-12-12 17: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상대방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어요. 그래서 대화가 좋은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

페크pek0501 2020-12-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대면 화상 독서모임은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되니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겠네요.
아무리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도 열정만 있다면 대안을 모색하게 되나 봅니다.
독서모임 응원합니다. 응원 응원!!!

cyrus 2020-12-14 09:15   좋아요 0 | URL
밀폐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일 땐 음식 섭취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대화할 땐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요. ^^
 





지난 9월과 10월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달이었다. 9월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소설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면, 10월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Antonio Skármeta)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었다. 그러고 보니 9월과 10월은 민음사의 달이기도 하군.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평점: 4점   ★★★★   A-





두 작품 모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모임 필독서였다. 그리하여 9월과 10월에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를 집중적으로 읽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기 전에 네루다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예전에 네루다의 시를 접해본 적이 있었지만, 그땐 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네루다의 시가 참 좋은 시라고만 생각했다. 확실히 네루다의 생애를 알고 난 후에 그의 시를 읽으니 정말 시 속에 ‘네루다’가 있었고, 네루다의 삶 속에 ’가 있었다


















* 파블로 네루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민음사, 2007)

평점: 3점   ★★★   B

 


*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옮김 네루다 시선(민음사, 2007)

평점: 3점   ★★★   B

 


* 파블로 네루다, 김현균 옮김 네루다 시선(지만지, 2014)

평점: 4.5점   ★★★★☆   A





네루다가 쓴 시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약칭 스무 편의 사랑의 시’). 1924년 네루다가 스무 살 때 발표한 시집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가 워낙 유명해서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오해할 수 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는 네루다의 두 번째 시집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가 나오기 일 년 전에 네루다는 첫 번째 시집 <황혼 일기>을 발표했다. <황혼 일기>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좋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은 시집은 스무 편의 사랑의 시.


젊은 네루다는 스무 편의 사랑의 시를 통해 자신의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감정과 욕망을 표출한다. 특히 이 시집에서 가장 맨 먼저 나온 한 여자의 육체는 독자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 수 있다. 네루다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정현종 시인은 스무 편의 사랑의 시의 매력이 품격을 잃지 않은 표현의 적나라함과 솔직함이라고 하지만,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시인은 자신에게 내맡긴 벌거벗은 여인을 세계로 상정하여, 자신은 농부가 되어 여인을 정복하려고 한다.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너는 세계와 같다.

내 거칠고 농부 같은 몸은 너를 파 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한 여자의 육체중에서, 정현종 옮김)




이 시에 묘사된 여자(의 육체)’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시인은 우아한 여자의 육체를 사랑하고 소유하면 터널 같은 외로움(이 시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을 벗어날 수 있다. 페미니즘 비평의 관점으로 이 시를 해석하면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데 그치고 마는 여성의 육체를 찬양한 시인의 남성 중심적 시각을 비판할 수 있겠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는 라틴아메리카의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시집이다. 아마도 젊은 시인의 솔직 과감하고 에로틱한 사랑 고백에 공감하는 젊은 독자들이 많았으리라. 반면 보수적인 가톨릭 전통 속에 살아온 독자들은 이 시의 선정적인 표현을 탐탁지 않았다. 이러한 독자의 반응을 반영한 인물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 나오는 과부. 그녀는 네루다의 에로틱한 시를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다. 소설의 주인공 마리오는 과부의 딸을 사랑하는데, 과부는 네루다의 시를 읊으면서 딸에 접근하는 마리오가 못마땅하다. 과부는 네루다의 시에 있는 구절(‘벌거벗은’, 스페인어: desnuda)을 문제 삼는다. 그녀는 이 시의 구절을 트집 잡으면서 마리오가 딸의 벌거벗은 몸을 봤다면서 분노한다. 마리오와 딸의 결혼을 반대한 과부를 설득하려고 온 네루다는 시의 내용이 꼭 실제 상황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한 여자의 육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 한 편만 콕 집어 시집 전체마저 부정적으로 보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에 수록된 나머지 작품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그리고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같은 초기작에 너무 주목하면, 상대적으로 네루다의 중기작과 후기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이후에 네루다의 시는 좀 더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진다. 네루다는 공산주의를 지지한 초현실주의자들과 친분을 맺었는데,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시집 지상의 거처》(Residencia en la tierra, ‘지상의 주소’라고 하기도 한다)에서 보여준 난해한 초현실주의적인 시를 쓰기도 했다. 네루다가 페루의 마추픽추(Machu Picchu)을 여행한 이후에 쓴 모두의 노래는 라틴아메리카의 장대한 역사를 담아낸 역작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네루다의 시의 대부분은 정현종 시인이 번역한 것이다. 시인이 번역한 네루다 시 선집은 영어 중역본이다. 시인이 번역한 시와 스페인어 원문의 시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김현균 교수의 번역 시를 함께 읽어 보면 두 사람의 번역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 34쪽 

[『나는 네가 조용하기를 바란다』 중에서, 정현종 옮김)


나는 네가 조용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네가 없는 것 같고

그리고 너는 멀리서 나를 듣고 내 목소리는 너에게 닿지 않는다.

마치 네 두 눈이 날아가 버린 것 같고

키스가 네 입을 봉한 것처럼.

 

《네루다 시선》(지만지) 19쪽 

[김현균 옮김]


마치 곁에 없는 것 같아 말 없을 때의 네가 좋다.

널 멀리서 내 말에 귀 기울이고, 내 목소리는 네게 닿지 못한다.

네 두 눈은 멀리 날아가 버린 듯하고

한 번의 입맞춤이 너의 입을 걸어 잠근 것만 같구나.




필자는 시인의 영어 중역본과 스페인어 원문을 우리말로 옮긴 김현균 교수의 번역본 중에 누가 더 번역이 낫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래도 이 두 권 중 하나를 골라 추천해야 한다면 김현균 교수가 번역한 네루다 시선을 고르겠다. 김 교수 번역의 네루다 시선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네루다의 시집 <에스트라바가리오>(Estravagario, 1958)에 수록된 아홉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정현종 시인의 네루다 시선에는 <에스트라바가리오>에 수록된 시가 단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김 교수 번역의 네루다 시선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한 역자의 상세한 해설은 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가 다가서려는 독자에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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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1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파블로 네루다의 인생에 대해 그의 시에 대해 다시금 찾아봤었는데.. cyrus님 글 보니 한 권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네요.

cyrus 2020-12-12 07:51   좋아요 1 | URL
민음사에서 나온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 언급된 시집이에요. 저는 이 시집이 좋았어요. ^^

Angela 2020-12-12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미문학도 벅찬데 cyrus님은 스페인 문학까지~

cyrus 2020-12-12 07:53   좋아요 0 | URL
안 벅찬 분야가 있겠어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가 벅차면 다른 분야에 끌리게 되더라고요. 저의 독서 스타일이 이렇습니다... ㅎㅎㅎ
 
재미있는 화학
브라소프 트리포노프 지음, 전파과학사 편집부 옮김 / 전파과학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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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단순한 과학책 재미있는 화학‘젊어 보이기 위해 나이를 속인 책이다. 연예인들은 나이가 중요하다. 이들은 한 살이라도 어려야 방송에 더 자주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출판연도는 인간의 나이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올해 10월에 출간된 새 책 같아 보이지만, 초판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 초판의 출판연도는 1996년이다. 초판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24년 만에 다시 나온 재미있는 화학은 개정판인 척하는 개판이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주기율표를 하나의 건물로 비유해서 설명한 방식이다. 현재까지 주기율표에 기재된 원소는 건물 거주자인 셈이다. 제목만 보고 책이 재미있을 거로 생각한 독자는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화학보다 더 재미있는 화학책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는 이 책이 재미있어 보여서 고른 게 아니다. 책의 제목과 출판연도를 확인하자마자 이 책은 개정판이 아니라 개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필자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의 문제점은 원소 명칭이다. 이 책에 나온 원소들의 이름이 오래되고 촌스럽다. 해당 책을 만든(구판의 내용을 거의 고치지 않은 채 떳떳하게 개정판이라고 소개하면서 책을 냈는데, 과연 만들었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칭들을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곧 후술할 내용이지만, 오자가 너무 많다. 책의 구판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출판사의 편집자들(역자 이름이 편집부’로 되어 있다)이 맡았는데, 이는 요즘에 보기 드문 출판 형식이자 역자가 누군지 묻지도 따지지 않았던과거에 횡행했던 출판계의 악습이다.

 

책의 부록은 1번부터 118번까지 모두 등록된 주기율표다. 책에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41)”라고 적힌 본문을 생각하면 책을 대하는 출판사의 태도가 성의 없다. 편집자들은 번거롭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과학 지식(이제는 쓰지 않는 과학 용어나 명칭)이 언급된 본문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여기에 주석을 달아 보충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얼음물이 생체에 유익하다라는 저자(해당 책에 저자 약력이 없다)의 견해이다(‘생명에 부여하는 물이라는 소제목의 글 참조). 저자는 얼음물을 섭취한 병아리의 체중이 늘어난 것을 관찰하면서 얼음물이 우리 몸에 유익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저자의 결론을 믿으면 곤란하다. 얼음이 투명하고 깨끗해 보여도 그 속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 등의 세균이 살 수 있다. 얼음 속에 있는 세균이 다 죽어도, 그 세균에서 나온 유해 물질은 얼음에 그대로 남아있다. 오염된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얼음이 들어있는 음식(냉면)이나 음료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장점보다 단점이 너무 많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건 이 책의 전자책도 판매되고 있으며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등록되어 있다. 이런 재미없는 화학책은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1

 화학자가 수소를 완전히 길들여서 중요한 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물리학자들도 이 기체에 훙미[]를 가졌다. 그들은 이 기체로부터 많은 지식을 얻었고, 그것이 과학을 몇 배나 풍요롭게 만들었다.

 

 

[] 흥미의 오자.







2

 

 




* 35

 “2개의 평행직선은 결코 직교하지 않는다?”라는 고대의 대()수학자 유클리드(Euclid, B.C. 320~275)의 말을 들먹이며, 기하학은 주장해 왔다.

 “아니다, 직교한다!”라고 19세기 중엽에 러시아의 수학자로 바체프스키(N. I. Lobachevskii, 1793~1856)[]는 선언했다.

이리하여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새로운 기하학이 탄생했다.

 

 

[] 로바체프스키의 오자. 로바체프스키의 출생연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1792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3

 




* 35

 알렉세이 톨스토이(A. K. Tolstoi, 1817~1879)[]의 작품에 기사가린의 쌍곡면이라는 소설이 있다.

 “훌륭한 공상 소설이다하고 온 세계의 문학자들이 칭찬했다.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허튼 공상이다라고 과학자는 맞섰다.

 톨스토이가 15년만 더 오래 살아 있었더라면, 그때까지 본 적도 없는 밝기와 위력을 지닌 광선이 루비의 결정에서 뻗어나가고 레이저라는 말이 일반 사전에도 실리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알렉세이 톨스토이는 1883년에 태어나 1945년에 세상을 떠났다

 








4

 




* 41

사람들은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

 

 

[] 현재까지 발견된 원소는 118이다.








5

 

 

* 42

 1866626, 프랑스의 모아상(Henri Moissan)[]이 유리 플루오린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파리의 과학아카데미에 보고했을 때, 그의 한쪽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 무아상으로 표기한다.







6

 

 

* 42~43




   

[] 프레온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1987년에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되어 프레온의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프레온 사용이 금지되었다.








7

 

 

* 종이책 쪽수 확인하지 못함

 우리는 염소로 소독한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수돗물은 해가 없으나 그 맛은 샘물 같지가 않다. 오존으로 처리한 음료수 속에서는 병원균이 완전히 사멸되어 있다. 더욱이 염소의 꺼림칙한 맛도 없다.

 오존은 낡은 자동차의 타이어를 회생시키거나, 직물이나 섬유를 표백하거나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와 기술자는 강력한 공업적 오존발생기(Zoonizer)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 오존을 이용하여 상수 및 하수 처리를 하는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시행되었지만, 값싼 염소가 보급되면서 오존으로 소독하는 방식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염소 소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오존을 사용하기도 한다. 책에 언급되었듯이 염소 소독은 살균 효과가 좋고, 화학물질 특유의 꺼림칙한 맛이 나지 않는다. 물론 오존 소독에도 단점이 있다. 염소 소독 방식에 비해 설치비와 유지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오존이 대기 중에 다량으로 방출되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







8

 

 

* 88~89

 핵화학의 덕분으로 화학자들은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라늄의 핵이 분열할 때, 파편 이외에 많은 중성자가 튀어 나간다. 이들 중성자가 아직 분열하고 있지 않은 핵에 흡수되는 일이 있다. 이리하여 93번과 94번 또는 그 이상의 번호를 가진 원소가 합성될 가능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핵화학에서는 이 초우라늄원소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초우라늄원소는 넵트늄(Np, 93), 플루토늄(Pu, 94), 아메리슘(Am, 95), 퀴륨(Cm, 96), 버클륨(Bk, 97), 칼리포르늄(Cf, 98), 아인시타이늄(Es, 99), 페르븀(Fm, 100), 멘델레뮴(Md, 101), 노벨륨(No, 102), 로렌슘(Lr, 103)에 다 러시아(구소련)가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크르챠토븀(104)까지 12개의 원소이다. 104번 원소의 이름으로는 러시아(구소련)의 연구그룹이 주장하는 크로차토븀이란 이름과 미국의 연구자들이 제창한 라더포르듐이란 것이 있으나 아직은 결정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명법에 따라 원소 명칭을 고쳐 쓰면 다음과 같다.


 

넵트늄 넵투늄


칼리포르늄 캘리포늄


아인시타이늄 아인슈타이늄

 

크르챠토븀 쿠르차토븀(현재 사용되지 않는 명칭)


라더포르듐 러더포듐

 


1964년 러시아 합동 원자핵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방사성 원소. 플루토늄에 네온 원자를 충돌시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서 쿠르차토븀(Ku)으로 불렀다. 하지만 1969년 미국의 연구팀이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행했으나 쿠르차토븀을 얻지 못했고, 캘리포늄에 탄소 이온을 충돌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 러더포듐이라 지었다. 원래는 먼저 발견한 러시아에 명명권이 있었으나, 추가 실험이 불충분하다는 등 양쪽이 각자 주장을 했고, 물리학자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이름을 딴 러더포듐(rutherfordium, Rf)이라는 이름이 결정되기까지 무려 3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1992년에 러시아와 미국의 연구팀을 함께 공동 발견자로 인정했다. 쿠르차토븀, 러더포듐, 더브늄(Dubnium, Db)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1997IUPAC에 의해 104번 원소 이름은 러더포듐으로 확정되었다.

 







9

 

 



* 100

 독일의 스빈은 유명한 북극탐험가 노르덴시될드가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수집한 운석(陽石) 속에서 초우라늄원소를 찾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운석 속에서 원자번호 108번의 원소를 발견했노라고 보고했다.

 

 

[] Nordenskiöld(1832~1901). 노르덴시욀드’, ‘노르덴쇨드’, ‘노르덴셸드로 표기한다.







10

 

 



* 102

 천문학자 허셀(S. F. W. Herschel, 1738~1822)이 발견한 천왕성(Uranus)[]의 이름에 연유해서 이 원소에는 우라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허셜로 표기한다. 실질적으로 천왕성을 발견한 사람은 허셜과 그의 여동생 캐롤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이다.









11

 

 



* 106

 1912년에 옥스퍼드 대학의 건터(E. Gunter, 1581~1626)[] 교수가 나폴리 근처에서 고대 로마의 유적을 발굴하여 놀랄 만큼 아름다운 유리 모자이크의 벽화를 발견했다. 2000년 전 유리의 색채는 전혀 색깔이 바래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건터 교수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2

 

   




* 108

 지금까지 주기율표와 그 위대한 건축가에게 많은 찬사를 바쳐 왔으나, 이 건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기율표의 7(7주기)은 아직도 절반 정도 밖에는 이룩되지 않았다. 7층에는 32개의 방이 있을 터인데 현재는 18개 방밖에 완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7층의 거주자는 어딘지 좀 달라서 정말로 거주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곳의 거주자들은 환상 같은 데가 있다.

 

 

[] 7주기(87~118)에 속한 총 32종 원소 모두 발견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고 있던 당시에 발견된 7주기 원소는 총 18(87~104)이었다. 그래도 주기율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현재 화학자들은 8주기 원소(119~164), 9주기 원소(165~172)를 찾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주기율표에 기입될 마지막 원소 번호는 164(9주기 원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또는 172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13

 

 

* 110

104번 원소인 크르차코붐[]의 반감기는 고작 0.3초이다.

 

 

[] 8번 주석의 쿠르차토븀과 러더포듐참조







14

 

 

* 116~117

 

 


 

[]

 

가리아 갈리아(Gallia)

 

루테늄(루테니아는 라틴어로 러시아를 말함) 소련이 해체되면서 루테니아(Ruthenia)라고 불리던 지역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가 되었다.

 

루테툼(파리의 옛 이름이 루테시아Lutetia라 불렸다) 루테시아가 아니라 루테티아.







15

 



 

* 127

 의학에는 의학 자체와 같을 만큼 오래된 독자적인 심벌이 있다. 술잔과 그 주위를 휘감고 있는 뱀이다.[]

 이것과 비슷한 심벌이 화학에도 있다. 그것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다.

 

 

[] 의학을 상징한 심벌은 지팡이와 뱀이 그려져 있다. 이 심벌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의 지팡이와 죽은 생명을 살려내는 약초를 가져온 뱀에서 유래했다








전설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Zeus)의 번개를 맞아 죽은 글라우코스(Glaukos)를 치료하던 중, 병실에 들어온 뱀을 발견해 지팡이로 때려 죽였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뱀이 약초를 입에 문 채 병실에 들어왔고, 그 약초를 죽은 뱀의 입 위에 올려놓았다. 약초의 효능 때문에 죽은 뱀이 살아났고, 아스클레피오스는 이 약초로 글라우코스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자신의 심벌로 정했다고 한다.







의학을 상징한 또 하나의 심벌은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이 그려진 것이다. 이 지팡이의 주인은 헤르메스(Hermes)이며, 명칭은 카두케우스(caduceus). 미국 육군 의무병 휘장에 카두케우스가 그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학자들은 미 의무대가 심벌의 의미를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야말로 의학을 상징한 심벌이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필자가 알고 있는 의학 심벌은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 심벌 모두 술잔이 들어가 있지 않다. 뱀과 술잔이 들어간 의학 심벌이 실제로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아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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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빵점.. ;;;;

cyrus 2020-12-10 16:59   좋아요 0 | URL
1점도 아까운 책입니다.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박균호 2020-12-1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비판적인 리뷰 너무 좋습니다. 정성 스러운 글 잘 읽고 가요.

cyrus 2020-12-10 17:02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제가 지적한 것 중에 틀렸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어요. ^^

2020-12-10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10 17:18   좋아요 1 | URL
글쎄요. 알라딘에 건의해보지 않고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알라딘은 팩트 체커 코너 운영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알라딘 블로거 중심으로 팩트 체커 코너를 만든다면 알라딘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들이 좋아할까요? 알라딘은 알라딘 회원이 좋아할만한, 그러니까 많이 팔릴 만한 책을 홍보하려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이 그 책에 팩트 체커를 한다고 하면 알라딘 입장에선 난처할 거예요. 지금까지 저의 의견은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저는 알라딘 직원이 아니고 알라딘의 회사 운영 방침을 자세히 모르니까요.

‘이달의 마이 리뷰’ 당선작 중에 별점 1개, 2개를 받은 리뷰는 본 적이 없었어요. 악평을 쓴 리뷰가 당선작이 된 적이 있는데 제가 못 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태까지 당선작 목록을 보면서 악평을 쓴 리뷰 당선적은 못 봤어요. 책을 비판적으로 평한 글은 ‘이달의 마이 페이퍼’ 당선작이 될 수 있어요. 어쨌든 리뷰를 쓰는 팩트 체커가 알라딘에 많이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출판사, 저자, 역자들이 비판적인 리뷰에 좀 더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어제 공개한 피은경의 톡톡 칼럼리뷰에 책의 아쉬운 점 몇 군데를 언급했다. 그날 밤에 해당 책의 저자인 페크는 필자가 리뷰에서 지적한 것들을 해명한 글을 써서 공개했다. 저자는 필자의 비판적 의견들을 조목조목 반박했으며 그중 하나는 필자의 오해와 무지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 피은경 《피은경의 톡톡 칼럼: 페크의 생활칼럼집》 (해드림, 2020)




* 피은경의 톡톡 칼럼141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장발장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배고파하는 어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19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석방한다.

 


* 피은경의 톡톡 칼럼174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이란 소설의 내용이다.




필자는 리뷰에서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가난한 사람들>은 내용이 같은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페크는 해명 글에서 <레 미제라블><가난한 사람들>은 내용도, 형식도 다른 소설이라고 알려줬다. 저자의 말이 맞다.

 














 

* 빅토르 위고 빅토르 위고 동화(그린북, 2005)

 

 


<가난한 사람들>(Les Pauvre Gens)1859년에 나온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의 서사 시집 <세기의 전설>(La Légende des siècles) 1집에 포함된 글(정확히 말하면 시편)이다. 이야기가 있는 시라서 단편소설로 소개되었다. <세기의 전설>은 총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집은 1877, 3집은 1883년에 발표되었다.

 

<레 미제라블>은 국내에 다양한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비참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국내에 알려진 <레 미제라블>의 이명(異名)이라고 오해했으 피은경의 톡톡 칼럼에 언급된 위고의 소설 제목을 지적했다. 필자는 제목을 잘못 알았다. 또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위고의 글이 있다는 사실과 피은경의 톡톡 칼럼에 언급된 <가난한 사람들> 줄거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독을 반성하고, 책의 저자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 글을 쓸 땐 더 신중하게 살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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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0-12-09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장 발장이 빵을 훔친 것만으로 19년을 복역한 것은 아니죠. 몇 차례 탈옥을 했기 때문에 가중처벌 받았죠. 아무리 19세기의 일이지만 빵 하나 훔쳤다고 19년 복역하는 것은 아닙니다 ㅎㅎㅎ

cyrus 2020-12-09 19: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착각했어요. ‘빵 훔친 죄’가 워낙 임팩트가 크다 보니 사람들은 빵 하나 훔칠 걸로 19년 감옥 생활을 했다고 생각해요. ^^;;

페크pek0501 2020-12-09 22: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착각했어요 2

빵 하나로 감옥 19년 어쩌구 하는 글을 여러 책과 인터넷에서 너무 많이 봐서 고정 관념으로 박혀 있어서요. 잘 따져 보면 알 텐데 말이죠.

페크는 항복, 하겠습니다. ^^

2020-12-09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