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파티 -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에디션F 6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정주연 옮김 / 궁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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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점   ★★★★   A-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 때 총을 묘사했으면, 그 총은 무조건 발사되어야 한다. 러시아의 작가 체호프(Anton Chekhov)는 이야기꾼이 복선을 활용하지 않으면, 복선에 몰입한 독자를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복선으로 활용된 문학적 장치를 체호프의 총이라고 한다. 복선은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때로 작중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 변화를 더욱 부각해준다


영국에서 활동한 뉴질랜드 출신의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는 체호프의 영향을 받은 단편소설을 남겼다. 캐서린은 동성 연인인 폴란드 작가를 통해 체호프의 단편을 접하게 된다. 1910년 초에 캐서린은 체호프의 단편소설을 개작한 이야기를 썼다. 아마도 캐서린은 습작기를 보내면서 복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체호프의 필력에 주목했을지도 모른다.


차 한 잔(A Cup of Tea, 1922)가든파티(The Garden Party, 1922)와 함께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캐서린의 대표작이다(번역본 후미에 수록 작품의 원제명이 있다제목 옆에 적힌 연도는 집필 연도이자 처음 소설이 발표된 연도이기도 하다. 이 서평에 적힌 연도는 위키피디아 영문판을 근거로 한 발표 연도이다차 한 잔체호프의 총이 있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 속에 역설적인 결말로 이끄는 복선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 로즈메리 펠(Rosemary Fell)은 결혼한 부르주아 여성이다. 그녀는 앤티크 상점에 마음에 드는 작은 에나멜 상자를 발견하지만, 비싼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구매를 포기한다.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로즈메리는 최고급 차를 마시면서 씁쓸한 순간을 잊으려고 한다. 행색이 남루한 스미스(Smith)라는 여자가 로즈메리에게 갑자기 다가와서 차 한 잔 값을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은 로즈메리는 스미스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한다. 로즈메리의 남편은 낯선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 로즈메리의 행동을 꾸짖으면서도 스미스가 예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미스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부탁한다. 로즈메리는 스미스에게 관심을 보인 남편의 태도에 충격을 받는다. 남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로즈메리는 스미스에게 현금을 주고 돌려보낸다그녀는 남편에게 앤티크 상점에 진열된 작은 상자를 사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다. 남편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로즈메리는 작은 상자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는 예쁜 아내’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작은 상자는 로즈메리가 소유하고 싶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복선이다. 나는 이 문학적 장치를 맨스필드의 작은 상자라 부르고 싶다. 캐서린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 속의 소품을 잊지 않았다. 캐서린은 이야기 초반부에 묘사한 상자를 결말에 다시 언급한다. 남편은 상자를 갖고 싶은 로즈메리를 돈 잘 쓰는 우리 자기라고 부른다독자는 잠시 잊고 있었던 상점의 작은 상자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로즈메리가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작은 에나멜 상자는 로즈메리의 소유물이 되지만, 결말을 전체적으로 보면 로즈메리는 남편의 소유물이다.


차 한 잔이 독립적인 존재로 살지 못한 여성의 상황을 그린 소설이라면, 죽은 대령의 딸들(The Daughters of the Late Colonel, 1921)은 주체적이고 욕망 있는 삶을 살지 못한 여성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준 소설이다죽은 대령의 딸들은 가부장적 분위기에 짓눌려 살아온 자매이다어린 가정교사(The Little Governess, 1915)는 여성 혼자서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없는 세상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소설로 읽힐 수 있다. 가정교사가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과장된 허구가 아니라 오늘날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들이다. 


이 단편 선집에 수록된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Frau Brechenmacher Attends a Wedding, 1910),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Je ne parle pas français, 1917), 서곡(Prelude, 1918), 뜻밖의 사실(Revelations, 1920)은 국내 초역 작품이다. ‘Prelude’전주곡을 뜻하는 단어다. 역자는 우리말 제목을 서곡(overture)’으로 정했다.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캐서린의 소설에 관심 있는 학자와 독자들이 혼동하지 않으려면 하나로 통일된 소설 제목으로 불러야 한다. 나 같으면 프렐류드라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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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2-1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책 처음 나온 거 아니지?
암튼 설 잘 지내라. 맛있는 것도 마이 묵고.ㅋㅋ

cyrus 2021-02-12 11:54   좋아요 0 | URL
네, 맨스필드의 단편 선집의 가장 흔한 제목이 ‘가든파티’에요. 누님도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막시무스 2021-02-1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아버님께서 편찮으셔서 마음이 무거우시겠지만 설명절은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cyrus 2021-02-12 11:57   좋아요 0 | URL
위로의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위독할 정도로 크게 편찮지 않아요. 위장에 있는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요. 이틀 입원하고 퇴원해요. 그런데 현재 혹의 상태가 악성이라면 심각해요. 그런 최악의 진단 결과가 안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막시무스님도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6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주석을 단 책]

 

* [절판] 캐럴린 머천트 자연의 죽음(미토, 2005)



















[레드스타킹 2020년 9월의 책]

* 여성환경연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프로젝트P, 2011)


















[레드스타킹 2020년 10, 11월의 책]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05)




















[레드스타킹 2021년 1, 2월의 책]

*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에코페미니즘(창비, 2020)





자연의 죽음은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 멤버 한 분이 추천한 책이다. 그분은 예전에 읽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침묵의 봄 비대면 독서 모임에 나올 때마다 자연의 죽음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분이 왜 자연의 죽음을 추천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해봤다.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에코페미니즘자연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에코페미니즘서론 72,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181). 그분은 이미 에코페미니즘을 다 읽었고, 관심사를 좀 더 넓히기 위해 자연의 죽음도 읽었을 것이다.






1

 

 

* 33

 

루카스 크라나치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 루카스 크라나흐(1472~1553)는 독일의 화가이다.






2

 

 

* 34

 

니콜라스 푸생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 니콜라 푸생(1594~1665)은 프랑스의 화가이다.






3

 

 

* 43

 

 인간 생식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우주에 투사되기도 했다. 16세기에는 보다 높은 하늘의 남성적 천국에 의한 결혼과 여성적 지구의 임신이 자연 속의 생물학적 세대에 대한 흔한 설명이었다. 하늘 천국의 움직임이 정액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이슬과 비의 형태로 잘 받아들이는 여성적 지구에 떨어져 내린다.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1]가 쓴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1943)[2]에 있는 유명한 문구는 태양 중심적 가설의 부활인데, 남성적인 천국과 여성적인 지구 간 결혼을 묘사하고 있다.

 

 

[1] 니콜라우스로 써야 한다. (니콜라: Nicolas, 니콜라우스: Nicolaus)

 

[2]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는 코페르니쿠스가 사망한 해인 1543에 출간되었다. ‘1943’은 오자.






4

 

 

* 52

 

투리우스 시세로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5

 

 

* 75

 

부의 신 매먼

 

마몬(Mammon)






6

 

 

* 97

 

그로닝겐

 

흐로닝언(Gronigen)

 

 

[] 네덜란드 북부에 있는 주()이자 도시. 그로닝겐은 영어식 발음이다.






7

 

 

* 127

 

보딘

 

보댕(Jean Bodin)

 

 

[] 국가론(국역본 제목: 국가에 관한 6권의 책)을 쓴 프랑스의 법학자 겸 정치학자(1529/1530~1596).






8

 

 

* 143

 

타이초 브라흐



* 204


타이코 브라흐 



튀코 브라헤(Tycho Brahe)

 

 

[] 덴마크의 천문학자(1546~1601). 시세로(4번 주석 참조)’를 본 순간 실소가 나왔는데, ‘타이초 브라흐’와 타이코 브라흐를 보면서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9

 


* 158

 

스키너(B. F. Skinner)발도 2

 

월든 2(Walden Two)

 

 

[주]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가 쓴 책. 스키너의 월든 투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되었다.






10

 

 

* 163

 

뮈르

 

뮤어(John Muir)

 

 

[]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자연주의자, 작가(1838~1914). 그가 쓴 몇 권의 책이 번역되었다.  






11

 


* 168

 

 천문학자 존 디(John Dee, 1527~1628)[] 별들과 황도대 궁들에서 나오는 천체의 빛들이 상호 작용하여 각각의 자연물들에 차이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우주를 미리 가정하였다.

 

 

[] 존 디는 천문학자가 아니라 점성술사(astrologer). 사망연도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1608년 또는 1609년으로 추정된다. 으로 고쳐야 한다.






12

 

 

* 185

 

메이사적 비전

 

메시아적 비전

 

 

* 303

 

민중들의 메시야

 

민중들의 메시아






13

 

 

* 187

 

리어 왕콜델리아

 

코델리아(Cordelia)

 

 

[] 자연의 죽음32쪽에 코델리아라고 표기되어 있다.






14

 

 

* 213

 

 반페미니스트적인 소책자 말레우스 메일피카룸(Malleus maleficarum, 1486)이나 독일의 도미니카 수도원의 하인리히 인스티터와 제이콥 슈프랭거의 마녀의 망치(Hammer of Witches) []

 















* 야콥 슈프랭거, 하인리히 크라머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마녀 사냥을 위한 교본(우물이있는집, 2016)




[] 제목이 다른 두 책 모두 동일한 내용이다. 한때 말레우스 메일피카룸은 저자 미상의 책으로 알려졌다.


 





15

 

 

* 277~278


 진보의 개념을 발전시킨 16세기의 집단들은 현재까지도 성장과 발전으로만 몰아붙이는 우파와 비슷한 집단들이다. 기업가, 군사 기술자, 학계의 인문학자, 과학자와 기술자들. 자신들의 저서에서 진보의 관념을 받아들이고 있는 17세기 명장 수공업자들과 기술자들은 다음과 같다. 제라드 메르카터(Gerhardus Mercator)[1], 니콜로 타르타그리아(Niccolo Tartaglia)[2], 사이몬 스테빈(Simon Stevin)[3]. 인본주의자의 관심은 기술 발전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향상하는 것과 온전히 일치할 뿐 아니라, 자연의 희생 위에 인간으로 가득 찬 환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였다.

 

 

[1] 메르카토르(1512~1594). ‘메르카토르 도법을 만든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2] 타르탈리아(1499~1557). 3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탈리아의 수학자. 그러나 사기꾼이자 도박꾼인 카르다노(Girolamo Cardano)에게 속은 바람에 타르탈리아의 3차 방정식 해법은 카르다노의 공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3] 시몬 스테빈(1548~1620). 네덜란드의 수학자, 물리학자.






16

 

 

* 298

 

피에르 가센디

 

피에르 가상디(Pierre Gassendi)

















* 미셀 옹프레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인간사랑, 2011)




[] 프랑스의 철학자, 물리학, 수학자(1592~1655). 미셀 옹프레(Michel Onfray) 반 철학사시리즈의 한 권인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에 한 장(章)을 할애하면서 가상디의 삶과 철학을 소개했다.






17

 

 

* 301

 

플라톤의 타마메우스

 

→ 《티마에우스(Timaeus) [1]

 

 


피시노

 

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io Ficino) [2]

 

 

[1] 가장 잘 알려진 제목은 그리스어 제목 티마이오스(Timaios)’.

 

[2]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1433~1499). 플라톤이 남긴 문헌에 대한 주석 작업 및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18

 

 

* 314

 

사티로스(Satyrs, 옮긴이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 바쿠스를 따르는 숲의 신) []

 


[] 사티로스는 숲의 정령이다.






19

 

 

* 316

 

에피크로스주의

 

에피쿠로스주의






20

 

 

* 318

 

데카르트의 명상(Meditations)

 

성찰






21

 

 

* 334

 

피터 브루겔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

 

 

[] 네덜란드의 화가. 자연의 죽음213쪽과 339쪽에 브뤼겔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22

 

 

* 346

 

호이겐스

 

하위헌스(Huygens)

 

 

[]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천문학자, 수학자(1629~1695).






* 351

 

나피어

 

네이피어(John Napier)

 

 

[] 로그(log) 함수를 만든 영국의 수학자(1550~1617).






23

 

 

* 380

 

 17세기 생태학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관리주의적인 생태학은, 자연을 장기적 계획을 위한 이성적 분석 대상으로 가주한다.[] 식물군을 하나의 생태계로 환원시킴으로써, 물리학적 기술 및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물리적이고 생물적인 구성요소들의 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 간주한다의 오자.






24

 

 

* 415

 

아이작 뉴튼수학 원리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자연 철학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 원제: 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25

 

 

* 418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아이작 뉴턴가트프리트[] 빌헬름 본 라이프니츠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 고트프리트(Gottfried)’라고 써야 한다.






26

 


* 437

 

핵물리학에서의 구두끈 이론

 

구두끈 가설(bootstrap hypothesis)






27

 

 

* 439

 

 17세기의 자연철학자들이 발전시킨 기계론적 세계관은 플라톤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서양의 철학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과학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 자연관은, 자연은 부분으로 분할할 수가 있고 또 그 부분을 다시 배열함에 다라[1] 다른 종류의 존재를 만들어 낸다고 가정한다. ‘사실혹은 정보의 조각들은 주변 상황에서 추출할 수 있고, 논리적, 수학적 작업에 기반을 둔 일련의 법칙에 따라 다시 배열할 수 있다. 결과물을 자연으로 되돌림으로써 그 궁극적인 판단을 검증하고 입증할 수 있다. 수학적 정식화가 합리성과 객관성의 기준을 부여하고, 경험적 타당성 혹은 그 이론을 수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거절해야 하는가의 기준을 자연이 부여한다.

 과학사[2]와 과학철학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의 세계에서는 근대 과학이 외부 세계에 관한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며 상황중립적인 지식이라고 광범위하게 간주되고 있다. 과학은 이러한 기계론적, 수학적 모델로 환원할 수 있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좀 더 과학으로서 권위가 있는 것이 된다.

 

 

[1] 따라의 오자.

 

[2] 과학자의 오자.






28

 

 

* 514

 

로랭 롤랑 


로맹 롤랑(Romain Rolland)

 

 

[] 프랑스의 소설가. 책 마지막에 나온 역자의 글에도 오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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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4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대구는 눈이 왔는지 모르겠네요!ㅎ 에코페미니즘은 침묵의 봄을 읽고난 후 저도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다름 아니라 침묵의 봄에서 제시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 에코페미니즘에서 문제를 구체화하거나 어떤 해결의 비전을 제시해 주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cyrus 2021-02-10 15:24   좋아요 1 | URL
죄송해요. 답변이 늦었어요. 설 연휴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야 돼서 수속 절차라든가 여러 가지 알아보느라 며칠 간 서재에 들어오지 못했어요. 2월 4일 대구에 눈은 오지 않았어요. 날씨가 추운 날이었어요. <자연의 죽음>은 과학우월주의를 비판한 에코페미니즘 고전이라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책이에요. 새로운 번역본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

막시무스 2021-02-10 15: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버님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은빛 2021-02-04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야말로 고유명사를 제대로 체크 안 한 번역자와 편집자의 실수 결정판 같은 것이로군요. 앞의 몇 개를 읽으면서는 좀 꼼꼼하게 봤으면 좋았겠다. 안타깝네. 이런 마음이었는데, 점점 내려올수록 맙소사! 헐! 이럴수가! 이렇게 바뀌네요.

시루스님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네요. 이걸 다 찾아내시다니!

cyrus 2021-02-10 15:25   좋아요 0 | URL
지인이 추천한 책이라서 끝까지 읽었어요. 오자가 어디까지 나올지 궁금하긴 했어요. 그런데 번역 상태가 안 좋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
 
자연의 죽음
캐롤린 머천트 지음, 이윤숙.전규찬.전우경 옮김 / 미토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원서 평점


4점   ★★★★   A-




번역본 평점

(평점을 준 이유에 대한 설명은 미주알고주알’ EP. 6 참조)

 

1점   ★   F






태초의 신 가이아(Gaia)는 우주의 어머니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us), 바다의 신 폰토스(Pontus), 산의 신 우로스(Ouros)는 가이아가 낳은 자식이다. 헤시오도스(Hesiodos)의 서사시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가이아는 단성생식(처녀생식)으로 세 명의 자식을 낳는다. 지리를 뜻하는 ‘geo’의 어원이 ‘Gaia’.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관점이다. 살아있는 지구는 생물체가 살기에 적합하도록 능동적으로 환경을 조정한다.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일고, 화산이 폭발하는 현상이 지구의 신진대사인 셈이다. 가이아 이론은 주류 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가설이다. 회의적인 사고를 가진 학자는 가이아 이론이 경계과학(fringe science)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 문제와 지구 온난화가 인류 최대의 현안이 돼버린 지금 살아있는 자연은 주목해볼 만한 개념이다.
 

지구에 정착한 가이아의 자식들은 살아있는 자연을 칭송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면서 과학이 발전했고, 자연친화적 신화는 뒷전에 밀려났다. 가이아의 가호를 잊은 자식들은 지리학(geography)에 열광했다. 똑똑해진 이들은 지리학자와 탐험가, 선교사가 되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대항해 시대, 정복과 확장의 시대였다.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이아의 자식들은 아메리카 대륙과 같은 새로운 땅을 개척한 자신들의 업적을 뿌듯하게 여겼다. 기고만장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을 침범했고, 그곳에 살고 있던 가이아의 자식들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노예로 만들었다. 이 모든 일은 불과 두 세기 동안(16~18세기)에 일어났다.


자연의 죽음: 여성과 생태학, 그리고 과학 혁명(The Death of Nature: Women, Ecology, and the Scientific Revolution)은 자연을 죽게 만든 과학 혁명(scientific revolution)의 어두운 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쓴 캐럴린 머천트(Carolyn Merchant)는 미국의 에코페미니스트다. 저자의 주요 연구 주제는 지구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 여성 문제, 과학사, 환경의 역사 등이다. 캐럴린은 고대의 세계관인 살아있는 자연’이 인류에 지배받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전환된 시기를 과학 혁명이 일어난 16~17세기로 보고 있다. 과학 혁명 촉발에 기여한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업적을 언급하고 있는 자연의 죽음은 과학사를 주제로 한 기존의 책과는 달리 균형 잡힌 서술이 눈길을 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등을 근대의 포문을 연 인류의 영웅처럼 그려지는 백인 남성 중심적인 역사관에서 벗어나 과학의 힘에 취해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과정에 나타난 침략과 착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자연을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닌 기계로 보는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과 여성의 착취를 허용하는 학문으로 발전한다. 그 학문이 바로 과학과 철학이다. 그래서 저자는 베이컨과 뉴턴뿐만 아니라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와 같은 근대 과학 건설의 아버지들이 남긴 유산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이 아버지들은 시대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지만, 그들의 업적은 자연의 죽음을 초래했다.


자연의 죽음에서 저자는 생태주의 관점을 통해 과학진보의 이름으로 착취당한 채 죽어간 자연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이 책의 서론 여성과 생태론은 페미니즘과 생태주의가 손잡으면서 함께 나아가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파생된 경쟁과 침략, 지배의 비용을 비판하는 관점이 저자가 생각하는 여성 운동과 생태주의 운동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여성 운동과 생태주의 운동은 성장지상주의와 과학기술의 힘에 기대는 낙관적인 진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자는 자연의 죽음문제가 재난으로 번진 사건으로 1979년에 일어난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를 거론한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지나치게 믿는 과학지상주의는 결국 인간의 죽음까지 초래한다자연의 죽음이 나온 이후에도 가이아의 자식들은 못된 버릇을 버리지 않았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을 일으켰고, 여전히 지구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중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 재난을 일으킨 가이아의 자식들은 정말로 나쁜 자식()들이다. 저자는 자연과 인간이 모두 공존하려면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 간다고 보는 생태주의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연의 죽음이 나온 해는 1980년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환경운동가와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여러 갈래의 길을 열심히 찾고 있다. 사실 자연의 죽음은 초판 출간 40주년이 된 작년에 개정판으로 나와야 했다. 내가 읽은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은 절판되기 마련이지만, 역자의 무성의한 번역도 책의 수명을 짧게 만든다. 이 책에 세 명의 역자가 참여했다. 그런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책에 오자가 많고, 외국 인명 표기도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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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가 좋은데 번역본 별로나니!ㅠ 관심있는 주제인데 아쉽네요!ㅠ

cyrus 2021-02-10 15:2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이 책의 공동 역자 중 두 사람은 현재까지도 책을 쓰거나 역자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좋은 책을 최악의 상태로 방치한 채 글을 쓰고 있는 두 역자의 행보가 아쉬워요.
 
냄새 -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A. S. 바위치 지음, 김홍표 옮김 / 세로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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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개 코’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별명이. 개의 후각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그렇지만 개 코는 부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다. 별 볼 일 없이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개코같다라는 말도 있다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이 말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상태를 뜻한다


개 코라는 단어에 후각을 낮잡아 보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인간은 개 코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후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개 코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코같은 별명 때문에 자신이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못마땅하기 때문이다남들보다 유별난 후각 능력이 부끄러운 사람은 냄새: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약칭 냄새’)을 읽고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냄새는 인류가 그동안 홀대했던 후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시각, 청각, 미각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이다. 201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6~22세 응답자 절반 이상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냄새141~142). 후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면받은 감각이다. 인간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후각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냄새는 실체가 없는 속성이다. 그래서 후각과 관련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후각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부차적인 감각이라고 믿었다. 이로 인해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신경과학과 뇌과학이 발전하게 되자 후각 연구도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후각 연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는 1991년에 두 명의 과학자가 발견한 후각 수용체 유전자다. 코 점막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하여 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약 1,000종이나 된다. 각각의 수용체는 서로 다른 냄새를 감지한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후각에 대한 부정적인 가설과 편견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모든 맛은 입안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코의 후각 수용체를 지나 뇌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눈 가리고 무슨 음식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냄새를 잘 맡는 비범한 능력보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즉 후각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그리고 후각을 상실하면 냄새를 맡아야 알 수 있는 유독 가스에 쉽게 노출된다


 

냄새의 저자이자 과학철학자인 A. S. 바위치(A. S. Barwich) 후각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길고 긴 탐구의 여정에 오른 과학자들의 노력과 후각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준 연구 성과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뇌과학과 관련된 용어가 생소한 독자는 책에 나온 모든 후각 연구의 성과들을 이해하는 데 버거울 수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한다면 4장까지 읽으면 된다. 이 정도까지만 읽어도 후각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Mini 미주알고주알

 

 

책의 역자는 생물학 관련 책을 몇 권 썼던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김홍표 씨. 그런데 그가 쓴 역주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





1

 



* 133쪽 역주

 

 retronasal smelling. 침을 삼킬 때 입속의 공기가 코로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냄새.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번역한[1] 강석기가 들숨 냄새, 날숨 냄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꿀꺽 한 입의 과학의 역자인 최가영은 비전방후각, 비후방후각이란 표현을 썼다.

 


[1]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MID, 2014)는 <동아사이언스>에 칼럼 강석기의 과학 카페를 연재하고 있는 과학 칼럼니스트 겸 작가 강석기 씨가 직접 쓴 책이다.






2

 



* 185쪽 역주

 

 이형석의 번역을 따랐다(마르셀 프루스트, 이형석[2] 옮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2] 역자가 이름을 잘못 썼다. 이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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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21-02-0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후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감과 사지 통털어 그 중에서 하나를 잃어야만 한다고 선택하라고 하면 그 중에선 후각 부터 선택할 것 같거든요. 후각에 대한 연구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구요.^^;

cyrus 2021-02-04 13:31   좋아요 0 | URL
후각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기 위한 연구는 대단히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학자들은 후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당연히 후각에 대해서 모를 수밖에 없죠. ‘착시 효과’ 하나만 예를 들어도 시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은 시각이 후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바람돌이 2021-02-0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각이 없으면 밥맛이 없어져요. 맛을 느낄수가 없어요. 그럼 사는 즐거움의 80%정도가 사라지는거예요. 재미없는 세상이 와요. 안돼요. 후각은 정말 중요해요. ^^

cyrus 2021-02-04 13: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외출할 때 조심해야겠어요. 코로나에 걸리면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잖아요.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5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주석을 단 책] 


* 칼 세이건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20)






1

 

 

* 43

 

 “열두 살 때, 나는 에우클레이데스(Eucleides, 기원전 300년경)[1] 평면 기하학을 다룬 작은 책 한 권에서 완전히 성질이 다른 두 번째 경이를 경험했다.”

 

 

[1] 에우클레이데스는 기하학 원론의 저자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고대 이집트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의 그리스어 이름이다. 유클리드는 영문 이름이다. 본 책 51쪽에 유클리드 공간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2

 

 

* 51

 

 1919년에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 전, 영국에서는 개기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별빛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하는 바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굴절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아프리카 서해안 앞바다의 프린시페 섬과 브라질로 가는 원정대가 소집되었다. 결과는 예측과 일치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입증되었으며, 두 나라가 아직 전쟁 중인 가운데 이루어진, 한 독일 과학자의 업적에 대한 영국 원정대의 검증과 인정은 과학 공동체의 선량한 찬성을 대중에게 호소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2]

 







 









[참고 도서]

 

* 매튜 스탠리 아인슈타인의 전쟁: 상대성 이론은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했나(브론스테인, 2020)

 

* 애덤 하트데이비스 슈뢰딩거의 고양이: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시그마북스, 2017)





[2] 프린시페 섬에 파견된 영국 원정대를 이끈 사람은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 경(Sir Arthur Stanly Eddington)이다(본 책 124, 207, 209쪽에 그의 이름이 또 나온다). 프린시페 섬 팀과 브라질 팀은 동시간대에 개기 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브라질 팀은 스물여섯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프린시페 팀은 단 일곱 장의 사진만 가까스로 건졌다. 관측 사진을 찍는 날에 프린시페 섬의 날씨는 좋지 않았다(아침에 심한 천둥이 쳤고, 오전 내내 하늘에 짙은 구름이 드리워졌다). 운이 나쁘게도 프린시페 섬 팀이 찍은 사진 전부 화질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쓸모 있는 사진 일곱 장을 건졌지만, 이 사진들만 가지고 태양 부근에 지난 별빛은 휘어진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할 수 없었다. 반면에 브라질 팀이 촬영한 사진들은 화질이 좋았고, 사진으로 확인 가능한 측정값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1911년 말에 영국왕립학회와 영국왕립천문학회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입증되었다는 사실을 공동 발표했다


에딩턴을 비롯한 영국 과학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소원해진 영국 과학계와 독일 과학계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국 과학계는 자신들의 대선배인 뉴턴(Newton)의 역학을 뒤집어버린 독일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양국의 평화를 위해 에딩턴이 브라질 팀의 측정값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브라질 팀이 촬영한 사진의 측정값은 뉴턴 역학에 근접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일반 상대성 이론과 크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에딩턴의 개기 일식 관측 결과와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과정에 논란이 있었지만, 1979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의 효과로 별빛이 태양 근처를 지난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3

 

 

* 64

 

 오늘날 살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비행기가 만들어지기 전에 태어나서 바이킹 호가 화성에 착륙하는 광경과 최초의 성간 탐사선인 파이오니어 10호가 태양계 끝에 도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3]

 





 










[참고 도서]

 

* [품절] 돈 벌리너 목숨을 건 도전 비행: 열기구에서 비행기까지(지호, 2002)




[3] 책의 초판이 나온 해는 1979년이다. 바이킹 호가 화성에 착륙한 날은 1976720일이다. 파이오니어 10호는 197233일에 발사되어 1974124일 목성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동력 비행기를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1903년에 날린 플라이어(Flyer) 1를 최초의 동력 비행기로 보고 있다


본문에 적힌 오늘날의 시점을 1979년이라고 한다면, 우주로 향한 바이킹 호와 파이오니어 10호를 본 사람이 있을까? 1879년부터 190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오래 산다면 두 번의 역사적인 순간(바이킹 호가 화성에 착륙한 일과 파이오니어 10호가 목성에 접근한 일)TV로 전달된 장면을 볼 수 있다.






4

 

 

* 85

 

 20세기 초반에 읽고 계산할 줄 알며 세상의 정치적인 사건들에 깊은 식견을 보이는 말이 있었다. 혹은 그렇게 보이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영리한 한스(Clever Hans, 1895~1916)[4]라고 불렸다.

 

















[참고 도서]

 

* 프란스 드 발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세종서적, 2017)

 

* [절판] 조엘 레비 프로이트의 말실수: 프로이트도 몰랐던 매혹적인 심리학 사전(휴머니스트, 2014)



 

[4] 영리한 한스는 수를 세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영리한 말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뛰어난 지능을 가진 게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감지하여 계산 문제의 정답을 맞힌 것이다(실험자의 기대나 행동이 피험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실험 결과에 반영된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영리한 한스 효과’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스의 주인과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말이 고도의 지능을 가졌다고 믿었다. 말이 계산 문제를 푸는 과정이 알려지자 한스의 주인은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한스를 저주한 채 1909년에 사망했고, 한스는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1차 세계 대전 기간인 1916년에 한스는 군마로 징발되었는데, 그 후로 한스의 생사는 알려져 있지 않다.






5

 

 

* 106

 

 화성에는 약 10억 년 전에 만들어진 높이가 거의 24킬로미터에 이르는 화산이 있다. 심지어 금성에는 이것보다 더 큰 화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5]

 

 

[5] 화성에 있는 올림푸스 산(Olympus Mons)은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화산이다. 이 화산의 높이는 25km에 이른다. 본 책 255쪽에 올림푸스 산이 언급된 내용이 나온다.






6

 

 

* 369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들 10명은 아직은 어떤 컴퓨터도 두려워할 일이 없다. 최근 한 컴퓨터가 미네소타주 체스 대회에 첫 출전할 만큼 충분히 좋은 성과를 냈다. 지구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가 주요 스포츠 게임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로봇 골퍼나 로봇 지명 타자가 출전할지도 모른다. 돌고래가 자유형 수영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말한 것도 없고 말이다.) 컴퓨터가 체스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대회에 진출할 만큼 충분히 잘한 첫 번째 사례였다. 체스를 두는 컴퓨터의 실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6]

 

 

 

[6] 인간과 (슈퍼)컴퓨터가 체스로 맞붙은 최초의 공식전은 1989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 IBM의 딥 소트(Deep Thought). 이 대결의 승자는 가리 카스카로프다. 1996년에 IBM은 성능이 향상된 딥 블루(Deep Blue)를 선보였고, 가리 카스파로프에게 재도전했다. 딥 블루는 인간 체스 챔피언에게 한판승을 거둔 최초의 컴퓨터다. 하지만 624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가리 카스파로프에 완패했다. 이듬해에 가리 카스카로프 대 딥 블루 2차전이 열렸고, 딥 블루가 승리했다.


세이건이 언급한 미네소타주 체스 대회가 언제 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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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2-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시루스님!
이런 글을 쓸 수 있군요.
정말 흥미진진한 글이예요.

주1번은 한국 출판사의 실수인 듯 한데, 번역원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고유명사를 옮기는 일이죠.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인물이라면 그래도 찾아볼 자료가 있으니 다행이지만, 간혹 우리말로 된 자료가 아예 없는 경우는 난감해요. 제가 출판사에 있을 당시 책임편집을 맡은 책 중에 그런 고유명사들 때문에 엄청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요.

cyrus 2021-02-04 13:34   좋아요 0 | URL
에우클레이데스와 유클리드 중에 하나만 쓰면 되는데, 이 두 개의 이름을 같이 쓰면 (에우클레이데스와 유클리드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독자 입장에서는 혼동하기 쉽죠. 1번 주석은 그걸 지적하고 싶어서 이 글에 언급했어요. 제 의도를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