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것들의 세계 - 가장 크고, 가장 빠르고, 가장 치명적인 생물의 진화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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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점   ★★★★   A-





다 자란 골든 리트리버만한 고양이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전 세계 애묘인과 고양이 집사들이 새로운 종()의 등장에 열광할 것이다하지만 거대 고양이의 습성과 생태를 모른다면 그것이 미지의 생물(Cryptid)’ 또는 괴물로 보일 수 있다. 인간은 거대한 생물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호기심과 막연한 두려움에 그친다는 점이다.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과학이 특이한 생명체의 정체를 밝혀 주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특이한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학계에 보고할 뿐이지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구에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들 중에 우리보다 몸집이 큰 생물이 있으며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 아주 작은 생물도 있다. 수명이 아주 긴 생물은 인간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 엄청 뜨겁고, 엄청 추운 곳에도 생물이 있다. 극단의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대부분 사람에게 낯설다. 극단의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무지는 실례가 된다. 극단의 생명체들은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나타난 존재이기 때문이다극단의 생명체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은 지구라는 좁은 행성 위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연약한 존재다. 극단의 생명체는 온갖 열악한 환경을 개척하고 적응하는 프런티어(frontier)’ 정신을 가지고 있다. 굉장한 것들의 세계(Superlative: The Biology of Extremes)는 가혹한 환경에 적응해온 존재들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몸집이 크다.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임신 기간이 길고, 새끼를 많이 낳지 못한다. 거대한 몸집은 아프리카코끼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코끼리가 진화론적 약점을 극복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암 억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 억제 유전자는 변이 분열을 일으키는 세포(암세포)가 자살하도록 유도한다. 몸집이 큰 대형 동물은 인간보다 유전자 수가 많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암 억제 유전자는 인간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


심해에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가 있다. 유리해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노라피스 쿠니(Monorhaphis chuni)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온도계. 심해 연구가들은 유리해면을 관찰해서 심해의 기후를 관측한다. 영화 <짝패>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것이다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오래 가는 놈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이 나무늘보. 사람들은 느림보의 대명사인 나무늘보가 생태계의 최약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무늘보는 느릿느릿한 습성 덕분에 다른 포유류에 비해 신체활동을 위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지 않는 체질이다. 나무늘보는 주변에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먹으면서 생활한다. 그들은 잘 먹고, 새끼를 잘 낳는방식으로 진화했다. 먹이를 구하러 이동하지 않는 나무늘보는 자손을 퍼뜨리는 일에 집중한다.


극단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식은 인간이 보기에 소소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생존기는 소소하지만 굉장하다. 극단의 생명체는 우리가 적응하지 못한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의 생명체는 인간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 살려고 한다면 극단의 생명체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먼저 배우기 전에 그들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 인류를 구원해줄 수 있는 극단의 존재에게 미지라는 수식어를 계속 붙여줄 수 없지 않은가.






교열 보이 cyrusMini 미주알고주알



* 14

 

 중국 고대 신화에서 우주 창조자로 등장하는 뿔 달린 거대한 신 반고(盤古)에서부터 현대 미국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엄청나게 큰 고릴라 킹콩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례가 있다.


[] 반고의 몸에 커다란 뿔이 달려 있지 않다. 반고가 죽으면서 남겨진 육신과 체액은 산, , 바람, 해와 달 등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문헌: 위앤커, 중국신화전설 1, 민음사, 1999)





* 244





티라노사우르스 티라노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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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21-03-17 1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열보이 cyrus 님! ㅎㅎ 수수하지만 굉장해!는, 드라마군요! 검색해봤더니 줄여서 ‘수수굉‘이라고, 돈가스 음식점(부산)도 3개나 나오구요. ㅎㅎ

cyrus 2021-03-17 15:24   좋아요 2 | URL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는 누군지 알겠는데, 드라마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제목만 아는 드라마에요. 앞으로 ‘교열 보이’라는 닉네임을 자주 써야겠어요. ^^

얄라알라 2021-03-17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uperlative
요 단어를 ˝굉장한 것들˝로 옮겼네요^^
소개해주신 굉장한 생명들과 딱 어울리는 제목입니다.
코끼리 상아가, 밀렵꾼 피해 점점 사라지는 쪽으로 간다는 글을 (사실 여부 확인 안하고) 읽었지만 암 억제 유전자라니! 이거 또 새롭네요^^

cyrus 2021-03-18 08:23   좋아요 1 | URL
코끼리가 친숙한 동물인데도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이 꽤 많아요. 코끼리가 점잖은 동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코끼리는 초음파로 대화를 하는 동물이래요.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아서 그렇지, 코끼리는 말 많은 동물이에요. ^^

2021-03-18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공개한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sborne Wilson)창의성의 기원에 대한 서평의 분량이 많아져서 그 글에 언급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 윌슨은 창의성의 기원에서 인문학과 과학의 통합(통섭)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계몽 운동이 일어나 활기를 잃은 인문학이 부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에드워드 윌슨 창의성의 기원: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사이언스북스, 2020)




17~18세기 유럽 사상가들이 이성의 힘으로 구습을 타파하는 계몽 운동을 일으켰다면 새로운 계몽 운동은 과학의 힘으로 인문학의 한계(윌슨의 견해에 따르면 현재 인문학은 극심한 인간중심주의에 빠져 있다)를 보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레드스타킹 2021년 첫 번째 필독서]

*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에코페미니즘(창비, 2020)

 

[절판]

* 캐롤린 머천트 자연의 죽음(미토, 2005)




오래전부터 계몽주의 사상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를 넘어서려는 목소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리아 미스(Maria Mies), 캐럴린 머천트(Carolyn Merchant)와 같은 생태주의 여성학자들이 바라보는 17~18세기 계몽 운동은 극심한 백인 남성중심주의가 지배한 사조다계몽 운동의 등장에 탄력을 받은 백인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자본주의 체제는 자연과 여성을 식민화 대상으로 취급하여 착취한다. 에코페미니즘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마리아 미스가 그 책에 실린 자신의 글에 여러 차례 인용한 문헌이 캐럴린 머천트의 저서 자연의 죽음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시시콜콜한 것까지 의심하고 따져본다. 다음 문장은 창의성의 기원에서 인용했는데 책을 보는 독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창의성의 기원》 106~107

 

 실험적인 미술과 비평이라는 온실 기후에서 별난 하위문화가 갑작스럽게 제멋대로 싹트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잘 가꾼 잔디밭에서 대담하게 버섯과 민들레가 자라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것들 자체는 일관적인 설명을 거부한다. 다다이즘, 극사실주의 토마토 수프 깡통, 포스트모던 철학과 문학, 헤비메탈과 무조 음악이 그렇다.


[원문]

 

 In the hothouse climate of experimental arts and criticism, it is not  surprising that bizarre subcultures sprout abruptly and randomly, like courageous mushrooms and dandelions on an otherwise well-tended lawn. They defy coherent explanation itself: Dadaism, hyper-realistic cans of tomato soup, postmodernist philosophy and literature, heavy metal and atonal music.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토마토 수프 깡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챘으리라. ‘토마토 수프 깡통팝 아트(pop art)의 대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대표작 중 하나인 캠벨(Campbell) 수프 통조림시리즈를 말한다.







워홀은 미국의 대중문화에 미술을 슬쩍 걸침으로써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다. 자신이 즐겨 먹은 캠벨 수프 통조림부터 시작해서 인기 연예인의 얼굴기성품, 심지어 자신의 모습까지 실크스크린(silk screen) 기법으로 종이 또는 캔버스에 옮겼다. 실크스크린은 짧은 시간 안에 대량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판화 기법이다. 하나의 이미지를 복제하는 워홀의 제작 방식은 그가 예찬한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과 흡사하다팝 아트가 태동하기 시작한 미국은 날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자본주의 제국이었다. 공장을 짓고, 제품을 대량 생산했다. 여기에 맞춰 대중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소비했다대중이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가 되면서 고고한 상류층만 즐기던 고급문화는 철 지난 문화로 전락한다. 상업성과 대중성을 추구하는 팝 아트는 기존 예술의 엄숙주의를 거부한다.
















* 강홍구 앤디 워홀: 거울을 가진 마술사의 신화》 (재원, 1995)



평점

3점  ★★★  B




워홀과 관련해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얇은 분량으로 된 앤디 워홀 뿐이다. 이 책을 쓴 강홍구는 서양화를 전공한 중견 사진작가다. 그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을 사실주의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앤디 워홀》 73

 

 워홀의 사진 이미지 실크스크린 작품들은 리얼리즘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리얼리즘이 아니며 심지어 리얼리즘의 한 단면도 아니다. 왜냐하면 워홀의 작품이 갖는 리얼리즘은 일어난 사건 자체가 진짜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을 이미지로 옮긴다는 점에서 획득된 것이기 때문이다.



워홀의 예술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워홀의 토마토 수프 깡통은 극사실주의로 볼 수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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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7 1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앤디 워홀이 극사실주의라뇨. 저도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앤티 워홀은 자연을 그대로 표현할려고 한 작가가 아니라 우리가 예술에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상위/하위 문화의 경계의식 같은 인간의 통념이나 경계를 파괴하고자 한거지 자연을 사실적으로 표현할려고 작품을 만든게 아니잖아요. ^^

cyrus 2021-03-17 11:01   좋아요 1 | URL
제 글에서 언급하지 못한 내용을 바람돌이님이 잘 말씀하셨어요.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Protagoras)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화법인 변론술을 가르친 소피스트(Sophist)였다. 그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Man is the measure of all things)”라는 말을 남겼다.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인간 개개인이 세상 모든 진리의 기준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은 자신의 책 창의성의 기원(The Origins of Creativity, 2017)에서 프로타고라스의 명언을 넘어선 새로운 선언을 제시한다. 만물이 인간 이해의 척도다(All things must be measured in order to understand man원문의 ‘man’인류를 뜻하는 단어지만 대부분 사람은 ‘남성’을 가장 많이 떠오른다. ‘human’이라고 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 에드워드 O. 윌슨 창의성의 기원: 인간을 인간이게 한 것(사이언스북스, 2020)





윌슨은 창의성이 인간의 가장 독특한 형질이라고 본다. 창의성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 창의성을 발현시킨다. 하지만 윌슨은 창의성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창의성을 좁게 만든 주범으로 만물이 나타나게끔 유도한 궁극 원인(ultimate cause)에 관심 없는 인문학을 지목한다. 윌슨의 견해에 따르면 인문학자들은 만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철학자들이 유독 좋아하는(?) 질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자는 궁극 원인에 해당하는 질문을 흘깃 보거나 관심을 주지 않았다이와 반대로 과학자는 만물의 정의와 기원을 모두 탐구하는 사람이다.

















* 에드워드 O.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11)





만물의 기원을 모르는 인문학자가 자신을 만물의 척도라고 주장하면서 진리의 기준을 뻔뻔하게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좁은 시야에 안주하는 인문학이 사람들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윌슨은 만물이 인간 이해의 척도라는 명제를 비판하고, 인간이 오랫동안 달고 다녔던 만물의 영장이라는 과장된 훈장을 떼어낸다. 만물의 기원을 알아야 인간의 기원도 알 수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학문이 바로 과학이다. 진화론으로 설명 가능한 인간의 기원을 이해하면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믿음의 단점이 눈에 보인다인간의 우월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윌슨의 관점은 이미 그의 대표작 사회생물학(Sociobiology: The New Synthesis, 1975)에서 비롯된 반()인간중심주의다사회생물학》 다음으로 나온 인간 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 1979)에서 윌슨은 고상한 체하는 자아도취적 인간중심주의보다 더 지능적인 악은 없다(42)고 말하면서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 에드워드 O.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사이언스북스, 2005)

 




과학자윌슨은 궁지에 몰린 인문학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는 과학과 인문학이 통합, 즉 하나가 되면 새로운 계몽 운동이 일어나 인문학(철학)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과학은 사실적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인문학은 그런 지식이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을 바라는 윌슨의 생각 역시 낯설지 않다윌슨은 통섭(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1998)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포함해 인간의 지식은 본질적으로 통일성을 지향한다고 주장했다통섭또한 사회생물학못지않게 인문학 계열에 속한 학자와 사회학자들의 비판을 받은 책이지만, 글의 분량을 조절하기 위해 통섭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생략하겠다.


이 글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책은 창의성의 기원이고, 이 글의 주요 내용은 창의성의 기원에 대한 비판적 독해이다윌슨이 주장한 내용 중에 의심해야 할 것이 있다.



* 81, 82~83

 


 우리는 시각과 청각에 의지해 길을 찾는 소수의 곤충을 비롯한 무척추동물 및 조류와 더불어서 지구에서는 드문, 주로 시청각에 의지하는 극소수의 동물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 시각은 오로지 광자에만 반응한다.

 그렇다면 청각은? 청각은 우리 의사소통에 필수적이지만, 동물 세계의 청각 능력에 비하면 우리는 귀가 먼 것에 가깝다.

 냄새는 어떨까? 다른 생물들에 비하면 인간은 후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 환경이든 가꾼 환경이든 간에, 모든 환경에는 같은 종의 구성원들이 의사소통할 때 쓰는 화학 물질은 페로몬(pheromone)과 잠재적인 포식자나 먹이나 공생자를 검출할 때 쓰는 알로몬(allomone)이 난무한다. 모든 생태계는 상상할 수도 없이 복잡하고 정교한 후각 경관(odorscape)’이다. (후각과 미각 환경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이라는 말을 쓴다. 인류는 화학 물질 감지에 해당하는 어휘를 거의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무척추동물과 미생물까지 포함하면, 생태계 하나에는 수천 종에서 수십만 종이 살고 있다. 우리는 냄새를 통해서 하나로 결합된 자연 세계에 산다.




내가 밑줄을 친 문장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What about smell? Human by comparison with the rest of life are virtually anosmic.  

 


‘anosmic’후각이 없는또는 후각 상실을 뜻하는 단어다. 과연 인간의 후각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권위 있는 노학자의 말만 믿고, 우리의 후각 감각을 무시하는 독자가 없길 바란다. 냄새는 측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후각에 관한 과학적 연구 진행이 더딘 편이다


















* A. S. 바위치 《냄새: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세로, 2020)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1년에 후각 수용체가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후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후각 수용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후각은 과학자와 철학자들 모두에게 외면받은 감각이었다. 인간의 후각 수용체는 천여 개에 달하지만, 후각 수용체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수는 고작 3백여 개에 불과하다. 후각 수용체는 냄새를 감지하게 되면 뇌에 전기 신호를 전달한다. 이 신호는 후각을 자극한다. 뇌는 여러 가지 냄새 패턴을 기억하고 있어서 각각의 냄새를 감별할 수 있다후각의 복잡한 경로와 기원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A. S. 바위치(A. S. Barwich)의 냄새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냄새와 후각의 실체를 알려준다이 책을 보면 인간의 후각이 없다(인간의 후각이 오감 중에 가장 뒤떨어져 있다)는 오해를 풀 수 있다.


창의성의 기원에서 윌슨은 인문학의 단점을 극단적인 인간중심주의라고 말한다(77~78). 인문학은 제한된 감각 경험이라는 공기 방울 안에(exist within a bubble of sensory experience)’ 갇혀 있어서 인간의 궁극 원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 김초엽,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 2021)



평점

4.5점  ★★★★☆  A





윌슨을 인문학을 비판하면서 과학이 인문학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책에 과학의 단점을 언급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의 단점은 극단적인 비장애인중심주의


사이보그가 되다의 공동 저자로 만난 소설가 김초엽과 변호사 김원영장애를 치료하고 교정하려는 과학기술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과학을 신뢰하는 인간(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포함한다)은 장애를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장애는 비장애인의 온전한 몸’, ‘건강한 몸에 미치지 못한 신체적 약점이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나날이 향상될수록 장애인은 과학기술을 사용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수혜자로 남게 된다. 그리고 장애는 정상성을 가지기 위해(비장애인이 되기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된다극단적 비장애인중심주의를 인지하지 못한 과학은 정상성이라는 좁은 공기 방울 안에 갇혀 있다이런 과학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면 과학만능주의로 빠질 우려가 있다.

















* 닐 디그래스 타이슨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반니, 2020)



평점

4점  ★★★★  A-

 

 



현재의 과학은 다른 학문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구원자 역할이 될만 한 수준이 아니다. 과학자들도 모두 인간이고, 인간으로서의 약점과 편견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135쪽) 과학도는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 한 말을 꼭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성숙한 과학도가 되려면 인문학뿐만 아니라 장애학도 공부해야 한다. 그러니 과학(자), 너나 잘하세요.






Mini 미주알고주알

 

 

* 창의성의 기원62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02)

 


[] 아일랜드 출신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사망연도는 1992이다.






* 창의성의 기원184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데 주바란(Francisco de Zurbarán, 1598~1664)

 

[]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스페인어 알파벳 ‘Z’의 발음은 ‘S’ 발음과 비슷하다.





* 사이보그가 되다241쪽 (2쇄)





과학학자 하대청

 


[] 과학자 하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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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 너나 잘하세요라는 제목이 너무 적당해서 웃었습니다. ^^
과학과 인문학의 결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맞지만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를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한 결코 학문간 결합이든 통섭이든 쉽지 않겠죠.

cyrus 2021-03-17 11:07   좋아요 0 | URL
과학과 인문학, 양자의 학문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평생 배운 학문의 문제점을 잘 알아야 하고, 그것을 서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만나야 해요. 인문학에 대한 윌슨의 접근 방식을 인문학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어요. ^^;;

파이버 2021-03-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 장애인을 돕기도 하지만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화시키기도 하는군요.... <사이보그가 되다>가 궁금해졌어요

cyrus 2021-03-17 11:10   좋아요 1 | URL
김초엽 작가가 장애학 관련 문헌을 열심히 읽었고,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썼어요. <사이보그가 되다>는 장애학 입문 도서로 제격입니다. ^^

파이버 2021-03-17 11:11   좋아요 1 | URL
말씀들으니까 더 흥미가 가요 추천 감사합니다;-)
맛있는 점심 시간 되세요~~

cyrus 2021-03-17 11:14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햇살이 좋군요. 파이버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22-05-28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2-06-01 09: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이 글을 쓸 당시에 ‘과학학’이 오자가 아니라 학문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QT님 말씀 듣고 보니 오자가 아닐 수 있겠어요. 과학학 옆에 영문명을 같이 써줬으면 오자로 오해하지 않았을 거예요. ^^
 
창의성의 기원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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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문(長文)으로 된 창의성의 기원의 비판적 서평 티저(Teaser) 또는 축약문



[서평 전문]

https://blog.aladin.co.kr/haesung/12470171


 



평점


2.5점  ★★☆  B-





윌슨은 창의성이 인간의 가장 독특한 형질이라고 본다. 창의성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 창의성을 발현시킨다. 하지만 윌슨은 창의성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창의성을 좁게 만든 주범으로 만물이 나타나게끔 유도한 궁극 원인(ultimate cause)에 관심 없는 인문학을 지목한다.

 

그는 과학과 인문학이 통합’, 즉 하나가 되면 새로운 계몽 운동이 일어나 인문학(철학)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윌슨은 인문학의 단점을 극단적인 인간중심주의라고 말한다(창의성의 기원77~78). 인문학은 제한된 감각 경험이라는 공기 방울 안에(exist within a bubble of sensory experience)’ 갇혀 있어서 인간의 궁극 원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윌슨을 인문학을 비판하면서 과학이 인문학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책에 과학의 단점을 언급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의 단점은 극단적인 비장애인중심주의.

 

오늘날의 과학은 다른 학문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구원자 역할이 될만 한 수준이 아니다. 극단적 비장애인중심주의를 인지하지 못한 과학은 정상성이라는 좁은 공기 방울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면 과학만능주의로 빠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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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은 외모만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자신의 내면을 악착스럽게 확인하기 위한 그림이다. 자화상을 그리려는 화가는 거울로 자신의 외모를 보고, 거울에 드러나지 않은 자기 내면을 살핀다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는 행위는 구체적인 삶의 이력과 솔직한 욕망을 발견하는 일이다


화가는 자기 내면에 있는 욕망과 자의식을 캔버스에 표출한다. 동시대인들이 알려고 하지 않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자화상은 한 인간이 살아온 과정을 집약한 역사책이다. 관람자는 자화상에 남은 화가가 살아온 자취를 읽는다. 그리고 자화상은 자신의 내면을 확인하고 싶은 누군가를 위한 거울이 된다관람자는 자화상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거울아, 거울아. 너는 누구니?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을까?”

 



















* 유성애 철학자의 거울: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미진사, 2021)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화가들은 거울을 든 철학자 그림을 그렸다. 철학자의 거울은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철학자 그림 속에 반영된 화가들의 관심사를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바로크 화가들이 철학자를 그린 이유를 살펴보면서 남성 철학자그림이 많은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천국과 지옥을 상상하면서 그린 남성 화가들은 왜 여성 철학자를 그리지 않았을까? 철학자 그림에 묘사된 여성은 철학을 이해 못 하는 존재, 또는 철학자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유혹자다남성 화가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전통을 답습했다.
















* [절판] 주디 시카고,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여성과 미술: 열 가지 코드로 보는 미술 속 여성(아트북스, 2006)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 주디 시카고(Judy Chicago)는 르네상스 시대의 완벽한 남성상은 영혼의 거울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거울을 든 남자는 항상 생각하고 글을 쓰는 철학자 이미지와 부합한다. 주디 시카고와 함께 여성과 미술》(Women and Art: Contested Territory, 1999)을 집필한 미술평론가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Edward Lucie-Smith)알몸으로 거울 앞에 앉아 화장에 열중하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그림에 남성 중심적 시선이 반영되었다고 지적한다남성 화가가 묘사한 거울을 보는 여성은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는 데 열중한다. 특히 거울을 보는 늙은 여성은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선망에 집착하는 존재로 해석되기도 한다.

















* 프랜시스 보르젤로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여성 예술가는 자신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아트북스, 2017)




하지만 여성 화가들은 남성 화가들의 낡은 전통을 답습하지 않았다. 여성 화가들은 독창적인 자화상을 그려왔다. 여성과 미술에 언급된 프랜시스 보르젤로(Frances Borzello)<우리 자신을 바라보다: 여성의 자화상>(Seeing Ourselves: Women’s Self-Portraits, 1998)은 주목받지 못한 여성 미술가들의 자화상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 김정희, 권지현, 이도, W.살롱 커뮤니티 참여자들 W.살롱 에디션 Vol. 4: WANT_욕망하고 있네》 (tampress, 2021)


평점

4.5점   ★★★★☆   A




* 김정희, 권지현, 이도, W.살롱 커뮤니티 참여자들 W.살롱 에디션 Vol. 1: 밥_신화를 걷어내다》 (tampress, 2020)



※ 《W.살롱 에디션 Vol. 1: 밥_신화를 걷어내다서평

https://blog.aladin.co.kr/haesung/12413249





지난달에 대구의 출판 스튜디오 ‘tampress’에서 발간된 W.살롱 에디션 Vol. 4: WANT_욕망하고 있네글로 쓴 자화상이다이 책을 만들고 편집한 김정희 작가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를 향한 야망과 욕망을 꺼냈다고 말한다작가의 야망과 욕망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요,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다. W.살롱 에디션 Vol. 4집필에 참여한 글쓴이들은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탐색한다그러면서 여성이라는 명사에 타인이 부여한 욕망의 의미를 해체하고 거부한다. 특히 권지현 작가는 여성의 욕망이 성적 욕망으로 귀결되는 인식을 비판한다이도 작가는 단편 소설 결국 하지 못한 말에서 ’, ‘아내’, ‘엄마라는 역할에 갇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중년 주부의 모습을 그린다. 소설 속 주부는 여성의 야망과 욕망을 일탈로 바라보던 구시대가 만든 슬픈 자화상이다. 이야기의 화자인 주부의 딸은 욕망을 숨긴 어머니의 슬픈 자화상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잘 아는 진짜 자화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나선다.


주디 시카고는 여성 미술가들의 그림이 생명줄과 같았다고 말했다. 여성 미술가의 자화상은 주디 시카고에게 여성도 미술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는 여성 미술가의 그림을 거울로 삼아 자기 자신의 욕망을 발견했다. W.살롱 에디션 Vol. 4에 실린 글(이 된 자화상)은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욕망을 분출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거울이자 생명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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