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 빈스(Gaia Vince)초월13사이보그(cyborg)’에 대한 저자의 각주가 있다.
















* 가이아 빈스 초월: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쌤앤파커스, 2021)



 그렇지만 사이보그라는 개념 자체는 최소한 한 세기 전에 미리 등장했다. 공포 및 괴기물을 주로 발표했던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1848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일종의 인공 기관을 달게 된 남자에 대해 묘사한 바 있다.


[원문]

 

 The idea is at least a century older, though: in 1843, the horror writer Edgar Allan Poe described a man extensive prostheses.



저자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소설 제목을 언급하지 않았다. 예전에 포의 소설들을 미친 듯이읽었다. 내가 이런 과장된 표현을 쓴 이유가 있다. 그 당시에 오역문과 오자를 찾으면서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은 독서를 해서 그런가? 인공 기관을 단 남자’를 묘사한 포의 소설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 에드거 앨런 포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요법: 풍자 · 유머 단편선》 (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풍자 편》 (코너스톤, 2015)




어제 확인해본 결과, 인공 기관을 단 남자가 나온 포의 소설 제목은 <The Man That Was Used Up>이었다소모된 남자(코너스톤)’, 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남자(시공사)’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소설이다소모된 남자에 인공 장치에 의존하면서 사는 장군이 나온다소모된 남자는 포 특유의 괴기스러운 묘사가 없는 짤막한 소설이지만, 인공 장치를 단 장군은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사이보그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가이아 빈스는 소모된 남자』의 발표 연도를 ‘1843’이라고 썼는데 사실과 맞지 않다. 더 웃긴 건 역자는 소설 발표 연도를 1848년이라고 잘못 적었다. 소모된 남자』는 183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가이아 빈스의《초월은 평점 4점 이상을 받을 만한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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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5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걸 인지하고 원문까지 찾아서 확인할 수 있으신 것에 감탄합니다~!

cyrus 2021-03-28 08:52   좋아요 2 | URL
소설 제목이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봤을 뿐입니다. 원문을 알아보기 전까지 저자와 역자가 발표 연도를 잘못 적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

미미 2021-03-25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앨런 포 소설 전집 담아가요^^*

cyrus 2021-03-28 08:53   좋아요 2 | URL
코너스톤 출판사 번역본에 오역 표현이 조금 있어요. 참고하세요.. ^^;;

얄라알라 2021-04-01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앨런 포 모음집(?)도 어려서 읽어서 그런가 인간/비인간 경계 흐리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기억이 안나네요. 그런 미래예언소설도 썼었군요. ^^ 현세적 내용만 있는 줄 알았어요. 이제 좀 컸으니 겁내지 말고 앨런 포, 다시 읽어볼 수 있을까 합니다^^
 




전망 좋은 []

 

EP. 11





34일 목요일에 읽다 익다책방지기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대구 KBS1라디오(주파수 101.3)에서 하는 <생생매거진 오늘>이다. 방송은 오전 115부터 시작된다그날 오전에 코로나19 대응 관련 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이 라디오로 중계되었고, 방송이 지연되었다책방지기는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게 출연했고, 생애 첫 라디오 방송 출연을 방송사고 없이 잘 마쳤다방송에 나온 주요 내용은 책방을 연 계기, 책방 이름의 유래,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모임 등에 관한 것이다. 방송 중간에 책방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일주일 뒤인 311일에 서재를 탐하다()책방지기<생생매거진 오늘>에 출연했다서탐 책방지기도 이날 라디오 방송이 처음이었다방송 진행 방식은 읽다 익다 책방지기가 출연했던 지난주 방송과 똑같았다오전 라디오 방송 일정 때문에 책방의 문은 오후 130분에 열렸다그날 나는 책방 근처에 갈 일이 생겼고, 오랜만에 서탐을 방문했다라디오 방송에 대해서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확정된 건 아니지만, 잘하면 다음 주 목요일에 또 출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나는 혹시나 해서 기대했는데, 서탐 책방지기는 인스타그램에 318일 라디오 방송 출연을 예고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나는 2주 연속 라디오 방송 출연이 무산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서탐 책방지기가 오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고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했다. 정말로 서탐 책방지기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두 번 출연하게 되었다! 오늘 방송에 출판 스튜디오 ‘tampress’와 여성 커뮤니티 ‘W살롱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읽다 익다책방지기와 서탐책방지기의 라디오 방송 출연 이후 나는 담담책방지기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했다. 조만간 책방지기님도 라디오 방송에 나오시겠는데요.” 그러자 담담 책방지기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다면서 TV든 라디오든 방송에 나와서 책방이 알려지면 피곤하다고 말했다. 담담 책방지기는 책방에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분은 책방에 다섯 명의 손님이 와주면 책방지기로서 만족한다고 밝혔다역시 담담 책방지기는 소박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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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5 1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방지기(책방 사장님을 말씀하시는거죠?ㅋ 지식 부족)와 친하신거 부럽습니다 ^^

cyrus 2021-03-25 11:47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친절하고 훌륭한 책방지기님 세 분을 만난 덕분에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어요. ^^

stella.K 2021-03-25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책 나오고 모 라디오 방송국에 나가서 버벅거렸던 기억에 새삼
떠오르는구만.
책방지기님 방송을 잘하셨다니 부럽네.ㅋㅋ

cyrus 2021-03-28 08:59   좋아요 1 | URL
누님이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들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3-25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다들 유명해지는 건가요? 사이러스님처럼 꾸준히 책방을 드나들며 읽고 책방에 대해 써주시는 분이 있어서 책방지기님들 입장에서 엄청 힘이 될 거 같아요~

cyrus 2021-03-28 09:00   좋아요 1 | URL
저의 책방 기록은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워요. 제가 이런 글을 쓰지 않아도 책방지기님들은 이미 유명해진 분들이에요.. ㅎㅎㅎ 이제는 제가 좀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
 
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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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3점   ★★★   B






지렛대가 있으면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일화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는 자신에게 충분히 긴 지렛대와 그 지렛대를 받쳐줄 받침만 있으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지렛대로 지구를 들어 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인간은 지구 환경을 바꿀 힘을 가진 초월적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지구 역사상 인간처럼 개체 수를 늘려온 영장류는 없었다. 인류의 시대(인류세, Anthropocene)로 들어서면서 지구는 변하기 시작했고, 이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인류의 발전 속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구 생태계 파괴를 담보로 하고 있다.


과학 저술가 가이아 빈스(Gaia Vince)는 지구를 개척하는 인간이 호모 옴니스(Homo omnis, 전능한 인간)’로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책 초월(Transcendence, 2019)에서 전능한 인간’의 진화를 이끈 네 가지 생활양식을 소개하면서 인류의 시대로 들어서는 역사적인 과정을 살핀다. 인간은 네 가지 생활양식의 장점을 이용하면서 지구를 바꾸는 힘을 키우게 되었다. 이 네 가지 생활양식은 호모 옴니스의 지렛대. 전능한 인간은 지렛대에 힘을 실어 지구를 바꿀 뿐만 아니라 아예 지구를 들어 올리려고 한다.


호모 옴니스의 지렛대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그것은 바로 (fire), 언어(language), 아름다움(beauty), 시간(time)이다인간은 살아가면서 이 생활양식들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불은 문명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인류는 자연에서 발생한 불을 보관하다가 나중에는 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게 된다. 불로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식생활이 변화했고, 인류의 건강 수준과 생존율이 높아졌다언어는 타인과의 상호 교류를 위해서 만들어진 다리다. 인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타인을 이해했고, 타인과의 유대감을 형성했다우리는 언어로 아름다운 것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인류는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거나 직접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정의는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더 나아가 문화를 공유하는 사회가 만들어졌다시간은 측정 가능한 객관적 규범이다. 시간이라는 규범이 없으면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우리가 현재 어느 시점에 있는지 알 수 없으며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


인간은 타인에게서 생활양식을 배우면서 자라는 존재이다. 그리고 생활양식을 모방할 줄도 안다대대로 전해 내려온 생활양식은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문화가 되고, 계속 축적된다. 따라서 호모 옴니스의 지렛대는 집단 지성을 이용할 줄 아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도구이다. 이것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모든 종을 뛰어넘은 전능한 존재로 만들어주었다하지만 우리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라는 속담을 기억해야 한다. 도끼를 잘 쓴다고 해도 방심하면 다칠 수 있다오만한 호모 옴니스가 지렛대에 힘을 너무 많이 주면 지구는 뒝싸진다(뒝싸지다뒤집어지다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다. ‘죽어버리다의 속어이기도 하다.). 믿는 지렛대에 지구가 뒤집어진다. 인류는 지구를 끝장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저자는 이미 본인의 첫 번째 책 인류세의 모험(곰출판, 2018)에서 인류의 시대 속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지구의 현 상태를 목격하면서 지구와 인간의 미래를 고민했다그는 대안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력 속에서 살기 좋은 인류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초월에서도 미래를 낙관한다살기 좋은 인류의 시대’가 되려면 지구의 운명이 달린 우리의 힘을 줄일 필요가 있다.


초월은 작년에 영국 왕립학회 과학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어째서 영국 왕립학회 과학 도서상 최종 후보까지 오르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천문학 용어를 잘못 썼다.






* 408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17000년 전의 화려한 천문도는 대단히  놀라운 유물이다. 그 유물에는 29일 주기로 움직이는 달의 움직임을 둥근 점과 사각형 등으로 새겨놓은 것을 비롯해 많은 내용을 담겨 있었다. 이 둥근 점 위로는 13개의 점이 한 줄로 늘어서 있는데 겨울이 오고 플레이아데스(Pleiades) 별자리(겨울철의 대표적인 별자리. - 옮긴이)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이를 계산해 말이 망아지를 가져 쉽게 잡을 수 있을 때를 알려주는 것 같다.


[원문]


 The ambitious astronomical maps found at the Lascaux cave complex in France are remarkable, including a lunar map, dating back 17,000 years, that depicts the 29-day cycle of Earth’s satellite in groups of dots and squares. Above these dots is a row of 13 dots, representing the quarter moons counting from the first winter rising of the Pleiades constellation to 13 brings the time when the horses are pregnant and easy to hunt.



‘constellation’은 별자리, 성좌를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국제천문연맹(IAU)이 공인한 총 88개의 별자리 중에 플레이아데스 별자리라는 명칭은 없다. 올바른 명칭은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cluster)이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일곱 개의 별이 퍼져 있는 황소자리의 산개성단(Open Cluster)이다. 황소자리가 겨울철의 대표적인 별자리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메시에 목록(Messier’s catalogue)에 포함되어 있어서 ‘M45’라고 부르기도 한다저자가 명칭을 잘못 쓰는 바람에 역자도 플레이아데스성단을 겨울철의 대표적인 별자리라고 잘못 설명했다.


저자는 또 이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중세를 문화적으로 퇴보한 암흑시대로 규정하는데(437), 객관성이 떨어지는 편협한 입장이다. 중세를 암흑시대로 보는 해석은 오래전부터 비판받아온 견해이다. 오히려 중세도 나름 역동적으로 발전했던 시대로 보는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 455

 

 인간은 직접 증거를 확인하고 결정하기보다 타인의 의견을 그대로 복제함으로써 지식과 믿음을 쌓아가도록 문화적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모형을 복제하는 이 같은 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말한 대로, 인간은 타인의 의견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복제하는 일에 익숙하다. 저자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자랑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점이 많고, 취약하다.






교열 보이 cyrusMini 미주알고주알

 

 

* 189





적응 사레 → 적응 사례



* 286






 

[주] 박애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원문은 ‘Fraternité’. 하지만 이 단어는 우애또는 동지애를 뜻한다박애’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오래된 오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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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24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애‘가 오래된 오역이군요. 어쩐지 항상 좀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얄라알라 2021-03-24 21:30   좋아요 2 | URL
아...이래서 꼼꼼하게 읽으시는 교열보이, 아니 교열선생님 페이퍼는 꼼꼼하게 읽고 가야해요. 저는 여태, ‘박애‘가 이상하다고 느껴본적도 없이, 좋은 뜻인가보다....요 수준이었는데, 명심해야겠습니다

미미 2021-03-24 21:41   좋아요 2 | URL
‘교열보이‘ 넘 잘 지은것 같아요ㅋㅋㅋㅋ🤭

cyrus 2021-03-25 09:30   좋아요 1 | URL
‘자유, 평등, 박애’는 프랑스어를 번역한 일본어를 우리말로 중역한 것이라고 해요. 이제는 익숙한 표현이 되다보니 고쳐지지가 않아요. ^^;;

얄라알라 2021-03-25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서야 언어학 책 읽다 호모 로퀜스라는 표현 알았는데, ‘호모 옴니스(Homo omnis‘까지...호모 릴리기우수스...호모 데우스....다 한번 리스트 뽑아보고 싶다는 엉뚱한 호기심이 생기네요^^

cyrus 2021-03-25 09:33   좋아요 2 | URL
요즘에 ‘호모’로 시작되는 단어가 왜 이렇게 많은지요.. ㅎㅎㅎㅎ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유발 하라리의 책 때문에 이런 유의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책들을 잘 읽어보면 특별한 내용은 없어요. 이럴 때 비판적인 서평이 나와야 합니다. ^^;;

얄라알라 2021-03-24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 스스로 그렇게 칭하셨기에, 제가 감히 ‘보이‘를^^;; 빠름의 시대에, 이렇게 꼼꼼히 읽어주시고 나누는 자체가 참 감사합니다. ^^ 미미님께도 따뜻한 댓글 늘 감사드려요

cyrus 2021-03-25 09:35   좋아요 2 | URL
재미없는 저의 졸문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남긴 분들에게 제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북사랑님과 미미님 같은 분이 계셔서 제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미미 2021-03-25 09:56   좋아요 2 | URL
책 읽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공간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참 근사한데요. 두 분 처럼 제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곳이 더더욱 좋아요! 계속 쭉~함께 해 주세요^^♡

페넬로페 2021-03-24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는 지금까지도
자유, 평등, 박애로 알고 있었어요~~

cyrus 2021-03-25 09:38   좋아요 1 | URL
‘박애’가 오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작가들도 있을 걸요. ^^;;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 - 창조적 파괴와 시련, 그리고 집념으로 꽃피운 과학의 역사
황진명.김유항 지음 / 사과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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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C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를 쓴 공동 저자 두 명의 이력이 화려하다황진명 인하대학교 공과대 명예교수1976년에 한국 여성 최초의 공대 교수(인하대학교)가 되었다. 한국재료학회 부회장, 한국공학 교육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녹조근정훈장, 한국재료학회 학술상, 15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김유항 인하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연구소센터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자랑스러운 서울인상, 2010년 황조근정훈장, 2015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로상을 받았다두 사람은 부부다. 미국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함께 공부했고, 인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정년 퇴임 이후에 부부는 과학지식 전도사가 되어 2014년에 첫 번째 책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를 선보였다.


책을 읽으면 저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하지만 책을 쓴 저자(의 명성이나 권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내가 서평을 쓸 때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다과학지식 전도사가 된 부부는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학문의 뜨거운 만남(?)’을 주선한다. 이 책은 학문적 융합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시기에 나왔다. 그래서 책 제목이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 두 저자는 탱고가 남녀 댄서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과학자들의 삶과 업적, 과학사의 뒷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두 저자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론을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과학 비전공 독자 입장에서는 의욕이 넘치는 저자들의 설명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를 한 줄로 평가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나중에 이유를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두 저자의 글쓰기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참고문헌 전부가 웹사이트이며, 그중에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 종이책으로 된 참고문헌은 단 한 권도 없다. 이러면 잘못 알려진 정보나 오류를 전달하기 쉬운데,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에 인터넷 자료에 의존한 글쓰기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책 속에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니다과학과 인문학의 탱고》의 두 저자는 과학지식 전도사의 자질이 부족하다. 


책의 편집 상태도 나쁘다. 오탈자가 너무 많다. 그리고 두 저자는 과거에 사용되었던 화학 명칭을 썼다. 65쪽에 화학 원소명 요오드가 나오는데, 십여 년 전에 개정된 아이오딘(Iodine)’으로 써야 한다. 두 저자는 머리말에서 자신들이 쓴 책이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되었다고 밝혔는데, 책의 수준과 편집 상태로 봐서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이 서평의 절반은 내가 확인한 잘못된 내용들이다.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생략하겠다.



* 42


 어릴 적부터 자연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다윈은 나중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식물학을 공부했다



다윈의 대학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다윈의 아버지는 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고, 다윈은 1825년 에든버러대학에 입학하여 의학을 배웠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하였다. 1828년에 다윈은 케임브리지대학으로 전학하여 신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다윈의 관심사는 동물과 식물이었다. 다윈은 케임브리지대학의 식물학 교수 존 스티븐스 헨슬로(John Stevens Henslow)의 강의를 청강했고, 헨슬로는 다윈에게 박물학자의 길로 인도해준 은사가 되었다.




* 71


 1865년에 멘델레예프(Mendeleev)는 <물과 알코올의 결합에 대하여>(A Discourse on the combination of alcohol and water)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 논문에서 가장 마시기에 적당한 알코올 도수를 40도로 규정하였다. 1894년 러시아 정부는 멘델레예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곡물을 숯(최상의 것은 자작나무 숯)으로 만든 필터에 증류한 알코올 도수 40도의 보드카를 생산했다.



위스키 도수와 관련된 맨델례예프 이야기는 보드카 신화(Vodka myth)’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낭설이다. 1843년에 러시아 정부는 보드카의 표준 알코올 도수를 제정했다. 멘델레예프의 논문 <물과 알코올의 결합에 대하여>에 보드카의 표준 알코올 도수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 이 논문은 70도 이상 도수의 알코올을 분석한 결과에 대한 것이다. (출처: Anton Evseev, Dmitry Mendeleev and 40 degrees of Russian vodka, Pravda.ru, 2011)



* 177


 서정적 시인의 대명사,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장미가시에 찔려 사망했다고 하던가? 바로 이 경찰관도 눈, 얼굴, 그리고 폐에 엄청난 농양이 생겨 목숨을 위협하는 패혈증에 걸렸다.



릴케의 사망 원인은 패혈증이 아니라 백혈병이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독일 시인의 낭만적인 최후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 379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최초로 외과에서의 소독법을 개발했다.



리스터보다 먼저 소독법을 개발한 의사들이 있었다. 프랑스의 외과의사 파레(Ambroise Pare)1537에 난황과 테레빈유를 혼합해 상처를 소독했다. 제멜바이스(Ignaz Philip Semmelweis)는 의사들이 손을 소독하기만 하면, 산욕열로 인한 산모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 385


 1940년 파리를 점령한 독일군으로부터 파스퇴르의 지하묘실을 열라고 명령을 받은 마이스터는 요구에 응하는 대신 자살을 택함으로써 파스퇴르에 대한 은혜를 갚았다.



조지프 마이스터(Joseph Meister)는 파스퇴르가 개발한 광견병 백신을 접종받은 인물이다. 1885,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린 마이스터는 백신을 맞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살려준 파스퇴르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파스퇴르 연구소 관리인으로 일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이 연구소 지하실에 있는 파스퇴르의 묘를 지키기 위해 자살했다는 식으로 잘못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나치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하지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마이스터의 가족들은 살아 있었다.



* 394


 에를리히는 실험임상의학의 창시자인 프레리히스(Theodor Frerichs) 밑에서 조직학, 혈액학, 염색화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코흐가 발견한 결핵균 염색법에 대한 연구결과를 1882년에 발표했는데, 이 염색법은 오늘날도 사용되고 있는 질넬슨 염색법의 토대가 되었고, 현재 세균학자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그람 염색법그로부터 고안되었다.



그람 염색법(Gram’s stain)은 프레리히스가 아니라 덴마크의 미생물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Hans Christian Gram)이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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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김찬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평점


3.5점  ★★★☆  B+






미술 입문자는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한다. 그들은 미술이라는 이상한 세계에서 헤매는 앨리스(Alice)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앨리스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웃는 체셔 고양이(Cheshire cat)를 만난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소연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중에서, 182

 


앨리스: 죄송하지만 제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체셔 고양이: 그건 네가 어디에 가고 싶은 건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앨리스: 어디든지 저는 별로 상관없어요.


체셔 고양이: 그러면 어느 길을 가든 문제없어.




앨리스와 체셔 고양이의 대화는 독자에게 자유와 용기, 모험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과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그림을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림을 보는 것은 눈으로 캔버스에 들어가 모험을 하듯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행위다. 14년 차 전시 해설가가 쓴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미술에 관심 있는 애호가나 미술에 다가서고 싶은 입문자를 위한 교양서. 저자는 이상한 미술 세계의 앨리스들에게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하라고 권한다.



* 29

 

 미술관에서 작품을 안내하거나 강단에서 미술 관련 강의를 하다 보면 미술사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 질문에 저는 한결같이 답변하죠. 어디든 상관없으니, 좋아하는 데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저자는 미술을 좋아하는 만큼’ 그림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동안 미술 입문자들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구절을 만나면 기가 죽었다. 미술사를 알아야 그림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저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트 내비게이션이 된 저자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상주의, 야수파, 입체주의, 개념미술, 현대미술을 안내한다인상주의는 미술을 본격적으로 이해하는 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미술사조다. 그렇지만 그림을 볼 용기가 있으면 저자의 안내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미술 세계를 모험하는 일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에서 시작하면 된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미술이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 하지만 부족한 점도 있다. 이 책에 언급된 여성 예술가는 총 여섯 명이다.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신디 셔먼(Cindy Sherman), 니키 리(Nikki S. Lee),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세라 루커스(Sarah Lucas). 저자가 비중 있게 소개한 예술가는 신디 셔먼과 니키 리다. 나머지 네 명은 이름만 언급되었다. 호기심이 많은 독자와 미술 애호가는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려고 한다그러나 대다수는 전시 해설가의 안내에 열중하기 때문에 예술가 이름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예술가 약력이 없는 저자의 안내가 아쉽다. 이름만 언급된 남성 예술가들도 있다. 책에 이름만 나온 예술가들이 누군지 간략히 알려주는 주석이나 인명사전 형식의 부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는 1911년에 일어난 모나리자도난 사건에 대한 비화를 알려주는데, 그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절도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고 말한다.



* 24


 당시 20세기 천재 예술가로 이름난 파블로 피카소가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되었기에 언론에서도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지며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비서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친 이베리아 조각상을 아폴리네르의 친구였던 피카소에게 팔았고, 이러한 이력이 발각되면서 피카소가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거죠.

 사건 발생 28개월 만에 이탈리아 출신의 빈센초 페루자가 진범으로 밝혀졌고 <모나리자>는 다시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피카소 역시 누명을 벗게 되었고요.



이 이야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빠졌다. 실제로 모나리자도난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피카소와 아폴리네르였다. 피카소는 용의자로 의심만 받고 금방 풀려났지만, 아폴리네르는 부당한 판결을 받아 억울하게 6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다행히 그도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언론은 아폴리네르를 불법 체류자라고 주장하는 악의적인 기사를 냈으며, 실제로 파리 경시청은 아폴리네르의 추방을 논의하기도 했다아폴리네르는 비서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인생이 한 번 꼬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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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는 있지만 더 좋아하게 되려면 역시 선생님들의 안내가 필요하더라구요. ^^ 그래서 이런 책들이 끊임없이 출판되는 거겠죠.

cyrus 2021-03-24 10:10   좋아요 0 | URL
미술 입문자가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한 아이라면, 도슨트는 그 아이를 도와주는 부모와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도슨트의 안내에 의지해야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미술이 점점 좋아지면 혼자서 즐길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