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버블
지야 통 지음, 장호연 옮김 / 코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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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는구먼.”

 

(영화 <자토이치>의 마지막 대사)




우리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서 대처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게 있다. 대형사고 1건이 일어나기 전에 작지만 비슷한 사고가 29건이나 일어나고 사소한 징후는 300건이 발생한다는 법칙이다불길한 조짐을 예의 주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경미한 징후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캐나다의 과학 저널리스트 지야 통(Jiya Tong)은 대형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되는 문제를 미처 보지 못하는 인간을 현실 거품, 리얼리티 버블(reality bubble) 속에 갇힌 존재라고 말한다거품은 우리를 둘러싼 일상이다. 일상은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거품 속 세계에 익숙한 우리는 일상 너머에 있는 심각한 상황을 보지 못한다거품이 터지면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심각한 상황을 실감한다거품 속에 있는 우리는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거품 밖에 일어난 파국의 징후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종종 외면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면서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서 눈을 뜨고 있어도 나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경미한 문제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맹점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맹점은 현실 거품을 터뜨리는 경고성 징후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지야 통의 리얼리티 버블은 우리를 눈만 뜬 바보로 만드는 맹점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규모의 존재나 사건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것들을 눈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기후 온난화 같은 현재 진행형인 전 지구적 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하다. 또 우리에게 이로운 미생물과 그 역할에 대해 무지하다.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한 존재라고 생각한다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믿는 우리는 주변 세상과 다른 존재와 상호 연결되어 살아가는 방식을 망각한다. 자신이 생물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우월한 존재라고 본다인간만이 감각과 의식을 갖춘 유일한 존재라는 착각은 인간 중심주의의 한 예다. 인간 중심주의는 동물을 인간을 위해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대한다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맹점들이다. 맹점은 개인의 타고난 약점으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한 집단 전체나 사회 안에서 작용하는 맹점도 있다


물과 전기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싫다. 우리는 물과 전기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물과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과 전기를 낭비하고,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쓰고 버린다.


맹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삶이 지속할수록 지구의 수명은 줄어든다. 지구의 수명이 줄어들면 인류 최후의 날이 앞당겨진다. 맹점을 외면하면서 현실 거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에만 매달릴 수 없다. 터진 거품을 또 만드는 일은 거품 밖의 문제들을 소극적으로 보게 만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저자는 맹점의 오류에서 벗어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한다. 그 도구는 바로 과학이라는 이름의 렌즈. 과학 렌즈는 우리의 현실 인식 범위를 좁게 만든 낡은 세계관에 의문을 품게 만들며 맹점을 보게 만든다


하지만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지 말자.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과학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 과학도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본과 권력과 결탁한 과학은 정확한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한다. 따라서 과학 렌즈를 최대한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면서 사용하려면 계속 연마해야 한다그러려면 지식을 의심하고 비판할 줄 아는 자세와 회의적인 사고를 늘 유지해야 한다과학 렌즈 연마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가까이 있는 문제를 잘 볼 수 없는 원시(遠視)를 교정할 수 없다.






※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주1]


* 86






 주기율표에 나오는 118개의 원소 가운데 26개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주1] 가속기나 원자로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핵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 방사선 원소를 인공 원소(artificial element)라고 한다. 자연에 아주 적은 양으로 존재하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생기는 원소는 수명이 짧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미량의 천연 원소 역시 인공 원소로 분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공 원소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인공 원소의 정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원소의 개수가 달라질 수 있다.






[주2]


* 87쪽





트리니티는 인류 최초의 핵무기였다.

[원문]


Trinity was the world’s first nuclear weapon.

 


[주2] 인류 최초의 핵무기는 194586, 9일에 각각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다.






[주3]


* 413





발렌타인데이 밸런타인데이






[주4]



* 441





 g[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작았다면 빅뱅의 먼지는 그냥 계속해서 팽창하여 은하, 항성, 행성 그리고 우리로 결코 뭉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력 상수의 값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딱 적당하다.



[주4] 중력 상수(gravitational constant)대문자 G로 표시한다. 소문자 g중력가속도(gravitational acceleration)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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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2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이건 그냥 할수 있는게 아닌~~ 저도 책보면 이런부분을 찾아봐야 겠어요~!!

cyrus 2021-05-05 21:45   좋아요 1 | URL
제 의견이 사실과 맞지 않고, 틀릴 수도 있어요. 다른 분이 제 글의 잘못된 주석을 확인하고, 비판한다면 당연히 오류를 인정하면서 고쳐야 해요. ^^

mini74 2021-05-02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니혼늄 이란 이름에 충격을 받았었지요. 가끔 양옆을 가린 경주마보다 좁은 시야를 가진것처럼 느껴질때가 있지요 ㅠ 오늘도 좋은
글 고맙습니다 ~

cyrus 2021-05-05 21:49   좋아요 2 | URL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새로운 원소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고 하던데, 만약 발견에 성공하면 ‘코리아’가 들어간 원소 이름이 지어질 거예요. 그런데 저는 원소 이름을 지을 때 국명보다는 원소 발견자 이름이 포함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1-05-02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얼리티 버블이란 말을 새로 알았네요. 무수한 징조들이 있지만 그걸 제대로 통찰해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걸 다시 깨닫습니다.

cyrus 2021-05-05 21:52   좋아요 1 | URL
안목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이걸 단기간 안에 시도한다고 해서 안목이 빨리 가지는 건 아니죠. 느리더라도 길게 꾸준히 시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Angela 2021-05-04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이예요!!

han22598 2021-05-05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그냥 한번 찾아봤는데, 지적하신 것들 중에 trinity는 인류 최초 핵무기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것이었지만 최초로 사용된 device 이름 맞는 것 같아요. 맨하튼 프로젝트일환으로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같은 모델로 1945 년 7월 16일에 뉴멕시코 사막에서 실험 했던 거라고 하네요.

정보출처가 위키피디아라서 좀 그렇긴 하네요 ㅠㅠ
https://en.wikipedia.org/wiki/Trinity_(nuclear_test)

cyrus 2021-05-10 06:22   좋아요 0 | URL
의견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뷰티풀 사이언스 - 한눈으로 보는 과학의 실체,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경이
아이리스 고틀립 지음, 김아림 옮김 / 까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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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솔직하게 말하면 과학의 법칙을 구구절절 설명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과학 교과서는 재미없다. 과학 교과서에 사진과 그림이 많이 있어야 한다그런 교과서로 공부한다면 지루하지 않을 거고, 외워야 할 과학 용어의 의미나 법칙을 이해하기 더 쉽다하지만 아기자기한 시각 정보로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눈으로 보는 내용만이 과학의 전부가 아니다시각 정보로 풀어 쓰지 못한 과학은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을 억지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려고 시도하다가 개념의 핵심이 와전될 수 있다이러면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과학 상식이 널리 퍼지게 된다.


뷰티풀 사이언스눈으로 보는 과학 교과서의 예시로 들 수 있는 책이다이 책을 쓴 저자 아이리스 고틀립(Iris Gottlieb)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다그는 또 과학관과 박물관에 일한 적이 있는 아마추어 과학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과학 상식들을 모아서 그림으로 그린 자신의 작업을 나뭇잎으로 화려한 둥지를 짓는 바우어 새(bower bird)로 비유한다. 바우어 새의 별명은 정원사 새. 뷰티풀 사이언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과학의 정원이다. 이 과학의 정원은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세 가지 테마는 생명과학, 지구과학, 물리 과학이다. 이해하기 쉬운 과학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그런 과학을 이해하면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아주 유익한 일이다


빙하의 구조를 초코바로 비유해서 설명한 점이 인상적이다(84~85). 빙하는 초코바 속에 채워진 캐러멜이라면 흙은 쿠키, 바위는 캐러멜에 박힌 땅콩 가루이다. 뷰티풀 사이언스는 과학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과학 상식도 다룬다. 우주 탐사 실험에 투입된 동물의 목록(44~45)은 경이롭고 아름다운 과학의 이면이다. 과학의 역사는 과학의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의 이름만 새길 뿐, 익명의 피실험자를 지운다.


그런데 그림으로 만들어진 과학의 정원을 거닐다가 의아한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의 정원 안에 아인슈타인(Einstein)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없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의를 뒤집은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언급되지 않다니. 저자가 상대성이론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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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학교 다닐 때 과학 교과서 정말 재미없었어요! 읽다 멈춘 상태지만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가 훨씬 흥미진진함요. 그림도 적절한 수준으로 담겨 있고요.😁

cyrus 2021-05-02 19:31   좋아요 1 | URL
과학 교과서가 <뉴턴 하이라이트>처럼 만든다면 재미있을 거예요. <뉴턴 하이라이트>에 일러스트와 컬러 사진이 많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일러스트의 비중이 많은 교과서를 제작하면 일반 교과서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요. ^^;;

미미 2021-05-02 19:40   좋아요 0 | URL
바로 검색 들어갑니당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5-02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광범위한 독서, 역시 대단하십니다.

cyrus 2021-05-02 19:37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광범위하지 않아요. 소설, 에세이, 인문학(특히, 철학), 한국미술 분야의 책에 손이 잘 안 가게 돼요. ^^;;

stella.K 2021-05-02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헐적으로 나타나니 스릴있고 애틋하다. 잘 지내지?ㅋㅋ

cyrus 2021-05-02 19:42   좋아요 1 | URL
서재 활동을 한 달 쉬니까 마치 일 년처럼 느껴졌어요... ㅎㅎㅎ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 달에 새로운 일을 하게 돼서 적응하느라 잠시 서재 활동을 쉬웠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야근 잔업이 많은 편이라 독서와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이 많지 않아요. 예전처럼 꾸준히 서평을 쓰지 못해요.

Angela 2021-05-0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성이론을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cyrus 2021-05-05 21:55   좋아요 1 | URL
주로 많이 표현된 형태는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에요. 그리고 움푹 파인 시공간 그림도 많이 나옵니다.
 

 



이탈리아의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는 괴물이나 유령과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존하지 않는 환상 세계를 창조했다. 그래서 부차티의 환상적인 이야기는 카프카(Franz Kafka)의 세계를 떠올린다. 카프카의 세계는 상식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일상이다부차티와 카프카의 작품을 비교해보는 독서를 해보면 좋겠지만, 국내에 번역된 부차티의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 디노 부차티 타타르인의 사막(문학동네, 2021) 



 

작가들이 인정한 숨은 걸작으로 평가받는 부차티의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Il deserto dei Tartari, 1940)다음에 후술할 그의 장편소설 한 편이 번역된 게 전부다타타르인의 사막》의 주제는 부조리한 기다림이다소설의 주인공인 젊은 군인은 국경 근처의 요새에 배치되어 사막을 지킨다. 요새의 군인들은 타타르인의 침공을 기다린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타타르인이 침공할 거라는 그들의 믿음은 불안감과 희망이 뒤섞인 납작한 일상을 작동하는 기제(mechanism)가 된다.
















* [품절] 프랑수아 레이몽, 다니엘 콩페르 환상문학의 거장들》 (자음과모음, 2001) 




부차티는 단편소설도 썼는데, 이 작품들이야말로 카프카의 세계에 근접한 이야기다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부차티의 단편소설 세 편이 환상문학의 거장들에 언급되어 있다책에 언급된 단편소설은 층계의 꿈(Paura alla Scala, 1948), 무슨 일이 일어났다(Qualcosa era successo, 1949), 승강기(L’ascensore, 1962)무너지는 계단(층계의 꿈), 땅속으로 무한히 들어가는 승강기(승강기), 폐기된 역에 도착한 기차(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불확실한 현상이다.


환상문학의 거장들에 당연하게도 부차티의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도 소개되었는데, 소설 제목이 타르타로스의 사막으로 잘못 번역되었다(241쪽). 타르타로스(Tartaro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 감옥이자 그곳을 지배하는 나락의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신을 모독한 인간은 타르타로스에 갇힌다그곳은 한 번 갇히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의 공간인데, 어떻게 보면 타타르인의 사막의 요새는 현실에 있는 타르타로스, 좀처럼 탈출하기 힘든 거대한 감옥인 셈이다.









 

타타르인의 사막은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된 부차티의 소설이 아니다. 디노 부자티라는 이름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창우사, 1986)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어떤 사랑(Un amore, 1963)’이다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은 부차티가 초기 작품들에서 보여준 환상성을 탈피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65년에 영화화되었다.















 

* [품절] 토머스 핀천 중력의 무지개(새물결, 2012)



 

부차티의 또 다른 장편소설 시칠리아에 곰들이 쳐들어왔어요(La famosa invasione degli orsi in Sicilia, 1945, 타타르인의 사막번역본에 표기된 제목은 시칠리아의 유명한 곰 습격 사건)’새물결 출판사가 기획한 문학의 우주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간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문학의 우주시리즈는 단 한 편의 작품만 나온 채 페이퍼 플랜(paper plan)’이 되고 말았는, 그 작품은 바로 어마어마한 분량과 무시무시한 가격으로 독자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선사했던 토머스 핀천(Thomas Pynchon)중력의 무지개(Gravity’s Rainbow,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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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은 구해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역시 대단하시
다는.

<시칠리아에 곰들이 쳐들어왔어요>는
2019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고 하네요. 너튜브로 검색해 보니 이태리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먹어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왠지 재밌어 보이더라는.

비슷한 케이스로 타리크 알리의 지중해
5부작 가운데 <돌기둥 여인>도 나올 뻔
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어쩌면 역자의 창
고에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cyrus 2021-05-02 11:32   좋아요 0 | URL
<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은 예스24 온라인중고에서 샀어요. 가격은 12000원이었어요. 모아 놓은 OK캐쉬백 포인트로 썼습니다.

부차티의 단편소설이 번역되었으면 좋겠어요. 왠지 내용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겨울호랑이 2021-05-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랫만에 cyrus님의 환상문학 이야기를 보니 좋네요.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범주의 책만 읽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cyrus님의 페이퍼는 경계를 너머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다는 면에서 기다리게 됩니다. 바쁘시더라도,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cyrus 2021-05-02 11:46   좋아요 1 | URL
바쁘지는 않은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고 야근 잔업이 많아서 저녁에 글쓰기가 쉽지 않아요. 공장에 오래 일할 생각은 없고, 올해만 고생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해요. 야근이 많을수록 급여는 많이 받지만, 평일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없이 살아간다는 게 답답해요. 올해는 예전처럼 꾸준히 글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완전히 식지 않도록 틈틈이 써야겠어요. ^^

겨울호랑이 2021-05-02 12:0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cyrus님 예전 페이퍼에서 건강으로 고생했던 글이 생각나네요... 건강에 조심하시고, 바쁘더라도 몸도 마음도 챙기시길 바랍니다!

cyrus 2021-05-02 12:05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일 년만 일할 생각인데, 여름이 고비에요.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퇴직하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겠어요.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이희원 감수 / 갈매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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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노랗다. 그러나 껍질을 벗긴 바나나의 부드러운 과실은 하얗다. 2006년에 모 유제품 업체가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파격적인 이름을 내건 흰색 바나나 우유를 출시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노란색 바나나 우유의 아성을 깨기 위해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는 것만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박힌 인식을 확 빼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바나나를 그리면 무조건 노란색으로 칠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도 마찬가지다. 별을 노란색으로 그리라고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해도 별을 그렇게 그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화가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은 별빛이 노란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흰색 바나나 우유의 이름에 빗대어 말하자면 우주의 별빛은 원래 노랗지 않다물론 노란 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별이 모두 노랗지 않다만약에 당신의 아이가 붉은 별, 파란 별을 그렸다면 칭찬해주시라실제로 붉은 빛과 파란빛을 내는 별이 있다별은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낸다.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건 하얀 빛이다우리 눈은 완벽한 시각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우리 눈은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된 별빛을 감지하면, 각각의 색을 구분해서 보지 못한다.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에는 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흥미진진한 과학적 사실이 담겨 있다. 그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언급한 별빛의 색깔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첫 번째 별은 태양이다. 태양은 낮에만 뜨는 별이다우주에 짠맛이 날 것 같은 별이 있다. 오리온자리의 Orion Source 의 주변에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소듐(역자는 염화나트륨으로 표기했다. 대한화학회는 나트륨 대신에 소듐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나트륨’으로 써도 문제 될 게 없다)이 있다염화소듐은 별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원소 중 하나다. 우주에 가장 많이 있는 원소는 수소와 헬륨이다.


책은 100개의 별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별의 정보가 담긴 최신 목록에 따르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개수는 169,2919,135개이다. 무한한 우주를 생각하면 이 별의 개수는 미미한 수치다우주에 우리 은하 외에도 수천억 개의 은하(외부 은하)가 있는데, 그 은하들 속에 수천억 개의 별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무엇을 얻거나 성취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표현한다. 인류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우주에 있는 별 세어 보기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1]

 


* 104





[주1] 소제목(‘까닭을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중복되어 나왔다.






[주2]



* 119





 

[주2운석 충돌이 공룡 멸종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학자는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Luis Walter Alvarez)월터 앨버레즈(Walter Alvarez). 두 사람은 부자(父子) 관계다. 책에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Luis Walter Alvarez)’라고 잘못 적혀 있다.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는 196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실험물리학자다. 그의 아들 월터 앨버레즈가 지질학자다.






[3]



* 280

 





[3] 캐롤라인의 오자. ‘캐롤린의 철자는 ‘Carolyn’.






[4]


* 287~288

 

 고양이 애호가들은 사자자리’, ‘작은사자자리’, ‘살쾡이자리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기쁜 소식은 2018년 국제천문연맹은 별 목록상 HD 85951이었던 별에 공식적으로 펠리스(Felis, 라틴어로 고양이라는 뜻)’라는 명칭을 부여했다는 것이다(‘펠리스는 고양이를 뜻하는 라틴어다).

 

[4] 중복된 문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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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1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글 오랜만에 읽는거 같아요. 별은 검은별 아닌가요? ㅎㅎ
역시 날카로운 책읽기는 멋있으세요^^
번역하신분들 떨고 계실듯 합니다 ㅎㅎ

cyrus 2021-05-01 17:28   좋아요 3 | URL
거리의 LED 전등이 너무 밝아서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별이 검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

저는 나름 영양가 있는 서평을 쓴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없는 평범한 독자라서 번역자와 출판사 관계자들은 저를 잘 몰라요.. ^^;;

레삭매냐 2021-05-01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웰컴 백 브로

cyrus 2021-05-01 17:28   좋아요 2 | URL
이제는 한 달 공백이 일년처럼 느껴져요.. ^^;;

미미 2021-05-01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만인가요. 🥲 사이러스님 별을 가지고 돌아오셨네용!ㅋㅋ

cyrus 2021-05-01 17:33   좋아요 2 | URL
지난달에 새로운 일을 하게 돼서 업무에 적응하느라 글쓰기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육체노동을 주 업무로 하는 일인데다 야근 잔업이 많아서 예전과 같은 글 쓰는 일상을 되찾기 힘들 것 같아요. 저녁에 있는 독서 모임도 자주 참석하기도 힘들고요. 그래도 독서와 글쓰기 일상 루틴을 만들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어요. 독서와 글쓰기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도 싫어요. ^^;;

Angela 2021-05-01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정관념 영향은 크죠~

cyrus 2021-05-01 17:34   좋아요 1 | URL
고정관념의 단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mini74 2021-05-01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국기를 보고 처음에 꽃을 그린줄 알았다고 하죠. 원래 우린 별 하면 동그랗게 , 색도 꽤나 과학적으로 칠했다는데 ㅠㅠ 지금은 별 하면 모두 성조기의 별을 떠올리는 것도 좀 아쉬워요. 사이러스님의 미주알고주알 정말 반갑습니다 *^^*

cyrus 2021-05-02 11:37   좋아요 2 | URL
어른이 된 이후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요. 지금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어렸을 때 특정 모양을 그리던 습관이 나올 거예요. ^^;;

붕붕툐툐 2021-05-01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리뷰 너무나 반갑습니다!! 미주알 고주알에 떠는 편집자가 많을 듯 합니다. 출판사에 취직 하신거 아닙니까??

cyrus 2021-05-02 11:42   좋아요 2 | URL
출판사에서 일한 거는 아니고요, 문 만드는 공장에 일하고 있어요. 공장 노동이 처음이라서 확실히 육체적 피로감이 많이 느껴져요. 야근 잔업이 생각보다 많아서 전보다 저녁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여유 시간이 있다 해도 지쳐서 글쓰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졌어요. 그래도 독서와 글쓰기는 제 삶의 일부라서 틈틈이 쓸 생각입니다. ^^
 
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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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이탈리아의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이야기꾼이다그를 세계문학사 계보에 포함한다면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사이의 중간에 있어야 한다. 부차티는 첫 번째 소설 산악순찰대원 바르나보을 발표한 이후인 1934년에 카프카를 탐독하기 시작했다1940년에 발표한 타타르인의 사막카프카의 환상성이 반영된 소설이다


카프카의 이야기 속에 세워진 환상적 세계는 한 번 들어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출구 없는 미로와 같카프카의 미로는 거대한 톱니바퀴 같은 관료주의가 작동하는 사회 속에 있다카프카의 미로에 갇힌 작중 인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묘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시도하고, 거기에 순응하는 것이다카프카의 미완성 소설 의 주인공 K는 불가사의한 성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마을에 머문다. 그는 미로 같은 마을에 스스로 들어간다. 타타르인의 사막의 주인공 드로고 중위도 K처럼 답답한 현실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드로고 중위는 자신의 첫 부임지인 바스티아니 요새에서 국경 너머의 사막을 지킨다요새에 오래 근무한 군인들은 사막에 있는 타타르인들이 국경을 넘어 침공할 거라고 믿는다. 그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요새에서 타타르 부대와의 전투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경계 근무를 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보이지 않는 적’은 군인들에게 두려움과 헛된 희망을 동시에 심어준다군인들에게 타타르인은 요새를 방어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전쟁은 요새에서 인생을 허비한 군인들이 무공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따라서 군인들은 인생에서 좋은 때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249)’고 확신한다. 그들은 망상에 가까운 확신을 포기하지 못한 채 타타르 부대의 선제 공격을 기다린다.


요새의 군인들을 희망 고문하는 기다림은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 한다베케트는 자신을 포스트 카프카로 생각했으며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의 부조리한 면모를 부각한 작품이다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카프카K와 부차티의 드로고처럼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누군지 알 수 없는 고도(Godot)를 기다린다. 이 네 사람은 기다리기만 하는 행위에서 오는 초조함과 두려움을 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이들은 타인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K는 마을 사람들에게, 드로고는 동료 군인들에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서로에게 말을 건다. 타인과의 대화는 매일 일어나는 평범한 상황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기다리는 인물들은 무의미한 대화를 하면서까지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한다그들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점점 사라지는 삶의 의욕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다아이러니하게도 카프카, 부차티, 베케트의 주인공은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실체 없는 목표를 기다린다그들에게 기다림은 삶의 절반이자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고통의 징표


타타르인의 사막은 카프카와 베케트의 작품과 공통점이 있다. 세 사람은 설명하기 힘든 환상을 이해하려는 작중 인물들의 기다림을 묘사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디노 부차티는 부조리 문학을 대표하는 두 거장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있어야 할)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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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1-03-2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십수년 전 카프카스의 어느 곳에 갔었던 기억을 상기시키시는군요..찬란한 눈, 안개, 드넓은 산야...기억이 옳다면, 다시 체험하기 어려운 그곳...유일한 기쁨의 기억..

Angela 2021-03-31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렇군요. 부차티 처음 알았지만, 베케트 좋아하니까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