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하는 날이라서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 쉬었다. 오늘 오전에 주사를 맞았고, 오후에 담담책방에 갔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두 개나 생겼는데, 그중 한곳에 갔다. 그곳에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카페에서 주문한 디저트는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에그 타르트다. 에그 타르트 두 개 주문하길 잘했다. 한 개만 먹었으면 자기 전에 그 맛이 생각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외출하고 있을 때 집 문 앞에 주문한 책 두 권이 도착했다. 그런데 책 한 권이 잘못 왔다. 알라딘 수원점에 있는 랭보 2(책세상)을 주문했는데, 엉뚱하게도 어린이용 속담 책을 받았다. 난 이 책 주문한 적이 없는데. 이 책도 수원점에 있었던 것이었고, 판매가는 5,300원이다. 이게 머선 일이고?






속담 책을 펼쳐 보다가 이 상황에 어울리는 속담을 발견했다.


 


알라딘 콜센터 업무 종료 시간은 오후 6시다. 내가 집에 도착해서 잘못 온 책을 확인했던 시간은 8시였다. 주말은 콜센터 휴무일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중고 도서를 어떻게 반품해야 할지 난감하다. 절판본이라서 구하기 힘든 책인 랭보 2가 수원점 매장에 잘 있는지 걱정스럽다. 나중에 매장 직원이 이 책을 찾지 못한다면 주문 취소로 처리가 된다. 자기 전에 온다는 백신 부작용보다 행방이 묘연한 랭보 2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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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03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진짜 별일 다 있네요~ 이 기회에 속담공부를~ㅋ 랭보가 무사히 사이러스님께 배달되길 기원합니다. 주말 푹 쉬세요!!^^

cyrus 2021-09-03 22:10   좋아요 3 | URL
비록 제가 주문한 책은 아니지만, 이것도 인연이라 주말에 속담 공부를 하려고요... ㅎㅎㅎ 그나저나 못 받은 책 한 권 때문에 잠이 안 오겠는데요. ^^;;

새파랑 2021-09-04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ㅋ 감히 cyrus님께 어린이 속담이라니~! 설마 랭보 2 팔리지는 않겠죠~!!

cyrus 2021-09-04 21:13   좋아요 1 | URL
<랭보 2> 중고 책을 확인해보니 ‘판매 완료’로 되어 있어요. 아마도 수원점 직원이 주문한 책을 포장하는 작업을 하다가 책을 잘못 넣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랭보 2>가 다른 구매자의 택배 상자 안에 있을 수 있어요.

mini74 2021-09-04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왜 이리 웃기죠 ㅎㅎㅎ

cyrus 2021-09-04 21:14   좋아요 2 | URL
1차 백신 접종 날에 좀처럼 잘 일어나지 않은 황당한 일이 생겼네요... ㅎㅎㅎ

syo 2021-09-04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모퀴즈 맞히며 속담 300..... 허어 ㅎㅎㅎ

cyrus 2021-09-04 21:15   좋아요 1 | URL
책 속에 제가 모르는 속담이 많이 있었어요.. ㅎㅎㅎ

오후즈음 2021-09-0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까지 랭보2를 cyrus님에게 올지 기다려야겠네요.

cyrus 2021-09-05 23:15   좋아요 0 | URL
내일 책을 받기 힘들 것 같아요. 온라인 민원 접수를 했긴 했지만, 알라딘 상담원과 전화 통화를 해야 해요.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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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털 없는 원숭이(문예춘추사, 2020)를 쓴 영국의 동물학자다털 없는 원숭이는 인간을 뜻한다. 모리스는 이 책에서 인간이 지구상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친척인 영장류처럼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해온 동물로 규정한다모리스의 또 다른 직업은 화가다. 초현실주의자들과 친분을 맺은 모리스는 동료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을 그렸다. 1948년에 초현실주의적 그림들을 전시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동물을 관찰하는 동물학자가 아닌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한 화가들을 지켜본 최후의 초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초현실주의 운동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로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1924년에 시인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초현실주의 선언(미메시스, 2012)을 발표하여 과거와 결별하는 예술 사조의 등장을 알렸다. 브르통이 주도하여 결성된 초현실주의 예술가 집단은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면서 살았던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저마다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다.


은밀한 매력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서른 두 명의 초현실주의자들의 사생활을 보여주고 있다초현실주의자들은 자유와 예술과 사랑을 동시에 지향한 예술가였다. 이들 대부분은 자유 연애를 선호했으며 동료 예술가의 아내와 사귀거나 동침하는 것에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차례 전쟁을 겪은 초현실주의자들은 사랑과 자유만이 암울한 현실에 짓눌린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기행을 일삼은 초현실주의자들은 때론 경솔하고 무례하게 비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일상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초현실주의자들 중에 여성은 총 다섯 명이다하지만 책 속에 엑스트라 급으로 나오는 여성 초현실주의자들도 주목해야 한다모리스는 서론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초현실주의자들을 분류하면서 회화와 조각 작품을 남기지 않은 초현실주의자와 초현실주의 사진가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의 아내 누쉬(Nusch), 피카소(Pablo Picasso)가 사귄 여인 중 한 사람인 도라 마르(Dora Maar), 리 밀러(Lee Miller)에 대한 언급이 적다. 도라 마르와 리 밀러는 사진작가다. 두 사람 모두 동료 초현실주의자들의 초상 사진을 찍었다. 특히 리 밀러는 종군 사진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아무래도 지면의 제약 때문인지 모리스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한 소피 토이버(Sophie Taeuber-Arp), 발렌틴 위고(Valentine Hugo), 자클린 랑바(Jacqueline Lamb), 케이 세이지(Kay Sage)를 비중 있게 소개하지 않았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초현실주의적 작품들을 남긴 화가인데다 자클린 랑바와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이 책에 그녀의 이름만 잠깐 나올 뿐이다. 실제로 칼로는 자신을 초현실주의자로 규정한 브르통 면전에서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래도 칼로가 초현실주의자와 교류를 맺은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360

 

 한 친구[]가 미술 모델이자 피카소의 또 다른 상대인 제르맹 피쇼에게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연애가 잘 풀리지 않자, 상심한 그는 결국 혼잡한 식당에서 제르맹을 총으로 쏘았다.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고 착각한 그는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쏘았다. 그는 그날 밤에 사망했다.



[주] 젊은 시절 피카소의 죽은 친구는 카사헤마스(Carles Casagemas). 카사헤마스는 발기부전을 앓고 있었고, 제르맹 피쇼(Germaine Pichot)와의 연애가 잘 되지 않자 우울증을 앓았다. 1901년 제르맹을 포함한 몇몇 친구들이 모인 저녁 식사 중에 카사헤마스는 제르맹에게 자신과 결혼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제르맹이 거절하자 카사헤마스는 그녀를 향해 총을 쐈다. 다행히 총알은 빗나갔고, 카사헤마스는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피카소는 죽은 친구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으며 1904년까지 어두운 청색 위주로 그림을 그렸다. 뛰어난 초기 걸작들이 나온 시기(1901~1904년)를 청색 시대라고 부른다.





* 407







롤론드 펜로즈 롤런드 펜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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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2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현실주의라니 왠지 제 취항일거 같은데 그림에는 전문지식이 제로여서 😅
저 그림은 글을보니 좀 섬뜩하네요 ㅡㅡ

cyrus 2021-09-03 21:49   좋아요 1 | URL
몽환적이면서 조금은 으스스한 분위기가 나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좋아해요. 그래서 마그리트와 조르조 데 키리코의 그림을 가장 좋아해요. 초현실주의 그림은 해석할 필요 없어요. 그림을 보고 느끼면 돼요.. ㅎㅎㅎ
 



니체(Nietzsche)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의 문화와 교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이 닿은 문화는 부패한다면서 신랄하게 표현했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 니체가 선호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였다1870년에 일어난 보불전쟁을 기점으로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깊어진 관계를 생각하면 니체의 후기 저작 이 사람을 보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프랑스 사랑은 자못 흥미롭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어떤 변화를 겪어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세창출판사, 2019)


* 프리드리히 니체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 대 바그너 (1888~1889)(책세상, 2002)




니체는 오직 프랑스적 교양만을 믿었고, 독일을 포함한 다른 유럽적 교양은 전부 오해라고 간주했다. 자신이 독일에서 발견했던 몇 가지 교양은 모두 프랑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니체는 파리(Paris)호기심이 많고 동시에 섬세한 심리학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심리학자들은 프랑스의 문인들이다. 니체가 이 사람을 보라에서 언급한 심리학자들폴 부르제(Paul Bourget, 1852~1933), 피에르 로티(Pierre Loti, 1850~1923), 지프(Gyp, 1849~1932)[주1], 메일락(Henri Meilhac, 1830~1897)[주2],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 쥘 르메트르(Jules Lemaître, 1853~1914).

















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책세상, 2020)




니체가 특별히 호감을 갖고 있는 프랑스 문인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이다. 니체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연에 해당하는 인물이 스탕달(Stendhal)이라고 밝혔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스탕달은 프랑스에서 드물고 거의 발견되지 않는 유형의 정직한 무신론자. 그는 또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원작자인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erimee)에도 존경을 표했다니체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비제의 카르멘을 네 번 들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 곡을 좋아했다(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니체에게 카르멘원기를 되찾게 해주는” 곡이다(바그너의 경우).


니체는 모파상의 어떤 점에서 특별한 호감을 느꼈을까? 우리는 모파상의 작품에서 니체 철학과 비슷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니체와 모파상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위한 독서를 해볼 수 있겠다. 일단 이 글에서는 니체와 모파상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 [절판] 데버러 헤이든 매독매독 그리고 어둠 속의 신사들》 (길산, 2004)




니체와 모파상은 매독 환자였다. 이 두 사람 모두 정신 발작과 착란 증세를 보였다니체의 친구 페터 가스트(Peter Gast)는 정열을 중시하는 니체의 디오니소스(Dionysos) 철학이 그가 미쳤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니체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1888년 10월~12월) 쓴 후기 저서야말로 그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한다그들이 언급한 니체의 후기 저서는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바그너의 경우, 이 사람을 보라.


모파상은 20세 때부터 여자들과 함께 센 강에서 보트 놀이를 즐겼다. 아마도 여러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매독에 걸렸을 수 있다. 1877년에 모파상은 자신이 매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당시 매독은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파상은 한동안 우울증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매독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활발해 보이려고 애썼다모파상의 발작과 착란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1893년에 친구들은 모파상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그는 자신이 성모 마리아의 둘째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병실의 벽을 핥는 이상 행동을 보였고, 자신의 소변에 다이아몬드가 있다면서 그걸 병에 담아 모아 두었다.


역사학자 데버러 헤이든(Deborah Hayden)은 처음에 니체의 매독 증상에 대해 조사하다가 매독이 유명 인물들의 창작 활동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보게 된다그녀는 자신이 확인한 조사 결과들을 매독(Pox, 2003)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그녀가 조사한 유명한 매독 환자 중에 보들레르(Baudelaire), 플로베르(Flaubert),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세 사람 모두 니체와 모파상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니체는 보들레르를 좋아했지만, 바그너에 등 돌린 이후에 그를 최초의 지적인 바그너 숭배자라고 비판했다(이 사람을 보라). 플로베르는 모파상이 작가의 길을 걷게 해준 스승이다. 니체는 작곡가로 활동했을 때 슈만을 모범으로 삼았다(니체 입문). 매독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매독의 희생자였다는 내용이 잠깐 나오는데(모파상 편, 166쪽), 하이네는 니체가 좋아한 독일의 문호다. 그는 후세 사람들이 자신과 하이네를 독일어를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들이라고 평가할 거로 확신했다(이 사람을 보라).


하지만 저자는 매독으로 고생한 유명 인사들이 남긴 작품들 모두 매독과 관련 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창작 활동이 매독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유명한 매독 환자들의 삶에 신중하게 접근한다

 



[1] 지프는 필명이다. 본명은 시빌 리케티 드 미라보(Sibylle Riqueti de Mirabeau).

 

[2] 네이버 두산백과에 등재된 이름은 앙리 메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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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1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9-02 19:41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니체가 매춘부와 관계를 맺어서 매독에 감염되었다는 설에 반박하는 주장도 있어요. 그래서 니체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미미 2021-09-01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모파상의 작품을 읽은 덕에 흥미롭게 읽었어요! 모파상 작가설명 (커버 안쪽)에는 매독 이야기는 없길래 그저 정신병인줄 알았는데... 놀랍네요.😳

cyrus 2021-09-02 19:43   좋아요 2 | URL
저도 정신병을 앓았다고 생각했어요. 발작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이미 매독에 감염되었고, 모파상의 몇몇 동료는 그가 매독 환자임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파랑 2021-09-02 0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니체가 모파상에 호감이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왠지 다른 성향일거 같은데~게다가 공통점이 매독이라니 약간 섬뜩하네요 🙄

cyrus 2021-09-02 19:44   좋아요 2 | URL
그렇죠? 니체가 모파상을 언급한 대목이 흥미로웠어요.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끝내주는 괴물들이 나온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나는 이 책이 보르헤스(Borges)상상 동물 이야기와 비슷한 유형의 책일 거로 생각했다.


















* 알베르토 망겔 끝내주는 괴물들: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현대문학, 2021)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민음사, 2016)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망겔의 책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물들을 주제로 한 책이 아니었다. 고전문학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을 독후감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었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제목과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 [절판] 알베르토 망겔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산책자, 2007)

 



망겔은 시력을 잃은 보르헤스의 부탁을 받아 4년 동안 그를 위해 책을 읽어준 성덕(성공한 덕후)’이다196416세의 망겔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영어 및 독일어 전문서점의 직원으로 일했다. 서점 단골이었던 보르헤스는 망겔에게 저녁에 할 일이 없으면 자신의 집에 와서 책을 읽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망겔은 그의 부탁을 수락했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보르헤스의 집을 방문했다망겔은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에서 문호를 만나면서 나누었던 대화와 그 밖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보르헤스의 관심사가 반영된 문학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 망겔은 보르헤스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독자라고 칭송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문호의 결점까지 언급한다. 망겔은 보르헤스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무심코 내뱉으면 지적인 독자에서 한순간에 멍청이가 되어버린다고 지적한다.











* [절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상상 동물 이야기(까치, 1994)




상상 동물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대표작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신화와 전설에 관심 있는 독자가 좋아할만한 이 책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동서양 환상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분더캄머(Wunderkammer, 경이로운 방)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문학 작품에 묘사된 상상 동물들의 이야기도 진열되어 있다.


상상 동물 이야기는 1994년에 까치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절판되었고, 12년 후에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구판과 개정판의 역자는 동일인이다. 그런데 개정판(민음사)은 1967년 아르헨티나 초판을 번역한 것이고, 구판(까치)은 1969년 미국에서 출간된 증보판을 번역한 것이다상상 동물 이야기초판에 총 116[주]의 글이 수록되었다. 증보판은 기존의 116편에 네 편의 이야기가 추가된 판본이다. 구판에 있는 네 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17. 카번클 


118. 1964년에 제인 리드 부인이 런던에서 알았고 보았고 만났던 것에 대한 경험적 보고


119. 칠레의 동물들


120. 과거 숭배자들






[] 역자는 까치 번역본 후기에 116편의 이야기가 1967년 초판에 실렸다고 했다. 그런데 민음사 번역본 후기에서는 초판이 117으로 구성되었다(304쪽)라고 썼다. 직접 세어본 결과, 총 116편의 글이 수록되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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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24 2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의 상상동물이야기>궁금하네요~♡
사이러스님 글을 수정 중이신지
구판의 이야기 일부만 떴습니다🖐 😊

cyrus 2021-09-01 21:56   좋아요 1 | URL
책 내용이 생각보다 별로일 수 있어요... ^^;;

새파랑 2021-08-24 2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와 망겔은 항상 같이 나와서 아버지와 아들 느낌이 나요 ㅋ 그래서 제목도 비슷한가 봐요 ㅎㅎ 내용은 다르다지만~!! 역시 덕질의 최고는 성덕인거 같아요 😆

cyrus 2021-09-01 22:03   좋아요 1 | URL
보르헤스를 만난 망겔이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서점 직원일거라 생각했어요. ^^;;
 
여자가 쓴 괴물들 - 호러와 사변소설을 개척한 여성들
리사 크뢰거.멜라니 R. 앤더슨 지음, 안현주 옮김 / 구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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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별명은 호러 킹(horror king)’이다. 그가 쓴 공포소설들은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완성도도 높다. 킹이 태어나기 전에 활동한 호러 킹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몬터규 로즈 제임스(Montague Rhodes James),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등이다. 그렇다면 킹에 견줄만한 호러 퀸(horror queen)이 있을까있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다시대별로 대표하는 여성 공포 소설 작가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호러 퀸이라 부르고 싶다


고딕 문학 연구자인 두 명의 저자가 합심하여 쓴 여자가 쓴 괴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호러 퀸들을 소개한 논픽션이다. 공포 문학은 남성 작가들이 독점한 장르가 아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 저항한 여성 작가들이 마음껏 뛰놀던 블랙 오션(black ocean)’이다. 남성 중심 사회 속의 여성은 주변부에 머물렀으며 창작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여성에게 글쓰기는 시간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지적 활동이 아니다가사 노동으로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하며 여성의 존재를 투명하게 만드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낼 수 있게 해준다글을 쓰면 세상을 새롭게 해석할 힘을 얻는다. 글쓴이가 이 힘을 얻으면 자기주장을 할 수 있게 되며 세상에 반기를 들 수 있다. 글 쓰는 여성은 이성을 대표하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확신한 남성들이 만들어낸 관습에 도전했다. 보수적인 남성들은 글 쓰는 여자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고, 그들을 광인 또는 괴물과 같은 존재로 취급했다. 여성 작가는 남성 중심 세상을 조롱하면서 파괴할 수 있는 괴물과 유령들을 창조했다공포 소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주제로 한 문학 장르다. 대다수 사람은 공포 소설이 오컬트에 심취한 사람들이 즐겨 쓰는 장르로 이해하거나 심심풀이용으로 읽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공포 소설에 대한 선입견이다. 지금까지 공포 문학이 발전하는 데 기여한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의 재능을 잘 모르는 데서 생긴 착각이다.


여자가 쓴 괴물들에 소개된 여성 작가 중에는 남성들과 토론하기를 즐겼던 철학자로 알려진 마거릿 캐번디시(Margaret Cavendish)가 있고, 아멜리아 에드워즈(Amelia Edwards)나 마저리 로렌스(Margaery Lawrence)와 같은 여성의 권리나 젠더 평등에 목소리를 높인 페미니스트들도 있다19세기를 대표하는 호러 퀸이라 할 수 있는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는 여권 신장을 주장한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의 딸이다. 셸리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은 페미니즘 비평으로 해석 가능한 공포 소설이다여성 공포 작가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상식과 교양을 넓히는 고전으로 알려진 작품을 쓴 작가들에 주목한 문학사에서 배제되어 왔다여자가 쓴 괴물들의 등장은 장르문학을 하대하는 주류 문단과 남성 작가 중심 문학사의 허를 찌르는 도전이다


이 책에 여성 작가들의 삶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읽어야 할 작품들에 대한 정보도 있다. 역자는 국내에 출간된 공포 소설의 작품명과 출판사 이름을 꼼꼼하게 표기했다. 공포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다. 하지만 국내에 나온 작품임에도 출판 정보가 없는 것도 있다두 명의 저자가 엄선한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은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을 만한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여자가 쓴 괴물들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이 있다.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en)이라는 필명으로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문학동네, 2006)를 쓴 카렌 블릭센(Karen Blixen)기이한 이야기(만복당, 2021)의 작가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한 메이 싱클레어(May Sinclair)괴담 형식의 공포 소설을 쓴 일본의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등이다. 이 세 사람 역시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호러 퀸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와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인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가 이 책에 짤막하게 소개돼서 아쉽다두 사람은 이 책에서 곁다리로 분류되어 있다.


백과사전은 죽지 않은 책(undead book)’이다. 백과사전 편찬자가 죽어도 백과사전에 새로운 정보가 담긴 항목이 계속 추가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쓴 괴물들여성 공포 소설 작가들에 대한 최고의 백과사전[주]이라면 새로 발굴되거나 재조명받은 여성 작가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여자가 쓴 괴물들2판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07: 월터 스코트 월터 스콧   

29쪽에 월터 스콧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 168: <밤의 갤러리>, 194: 로드 셜링의 쇼 <나이트 갤러리>

명칭을 하나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






* 170, 172쪽의 무셔운 짚은 오자가 아니다. ‘무셔운 짚의 원제는 ‘Horrer Howce’. ‘Horrer Howce’‘Horror House(무서운 집)’의 철자를 틀리게 쓴 단어다. 역자는 원제의 의미를 살린 제목을 표현하기 위해 무서운 집이 아닌 무셔운 짚으로 썼다

 


* 303: 레스타트 왕자와 아틀란티스 왕국』 → 『레스타 왕자와 아틀란티스 왕국



[주] 책 뒤표지에 있는 문구다. 그런데 백과사전이라면서 100여 명의 작가 이름과 그들이 쓴 작품 제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색인(찾아보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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