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분야 추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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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형진 엮음 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2020)

* 이동순 엮음 백석 시전집(지만지, 2012)





2022년은 백석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실 2022년은 국문학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소월과 정지용 탄생 110주년, 김춘수 탄생 90주년입니다. 여기에 백석까지. 여담이지만, 김춘수가 과거에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쓴 적이 있어서 학계에 김춘수를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쉽사리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윤동주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백석은 한국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 그러니까 시인 중의 시인입니다. 청년 윤동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도서관에 있는 시집을 필사했다고 합니다. 윤동주의 대표 시 <별 헤는 밤>은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안도현 시인도 백석을 좋아하는 시인으로 유명하죠. 그 역시 백석 스타일의 시를 몇 편 쓰기도 했어요.

 

백석의 시에 현대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순우리말과 평안도 사투리가 많아서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낯선 언어들의 뜻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백석의 시를 천천히 읽으면 소박했던 평안도 시골의 정경을 느낄 수 있어요.

 

시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에요. 특히 백석의 시집이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으면 백석의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어요. 일단 마음 가는 대로 몇 편의 시를 고르세요. 그리고 천천히 읽어 보세요. 그러면 생소한 백석의 시가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백석 시집>이 선정 도서가 된다면 긴 장문으로 이루어진 책들을 읽게 되는 독서 모임에 쉼터 같은 책이 되어줄 것입니다.


독서 모임을 위해 어떤 시집을 읽어야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가 고른 후보 도서는 문학동네와 지만지에서 나온 시집 두 권입니다.

 





[비문학 분야 추천 글]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디플롯, 2021)


 


김영하 작가의 팬이라면 아실 겁니다. 제가 추천한 책이 김영하 북클럽선정 도서였다는 사실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에 관한 오랜 통념을 깨뜨리는 책입니다


진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적자생존약육강식입니다. 이 두 단어가 아주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대부분 사람은 강한 종()일수록 냉혹한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여 종족 번식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해야 하는 경쟁 세계에 강한 자만 살아남는 거죠. 그러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런 단순 도식화된 진화론을 반박하는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타인과 소통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진화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진화론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 세상을 적자생존의 세계로 상정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타인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믿음이 강해질수록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에 관한 여러 가지 오해를 풀어주는 과학 도서이면서도 연대와 협력의 가치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인문학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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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03 2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시집을 좋아했는데요,시 보다는 표지에 백석시인이 잘생겨서였어요.
고등학교가니 담임 선생님이 어쩜 그렇게 그 사진을 똑 닮으셨는지..^^* 시인들의 시인이란 점과 시를 읽는 자유로운 방식을 알려주시니 다시 읽고싶어져요!

cyrus 2021-12-05 21:45   좋아요 2 | URL
실제로 백석은 잘 생긴데다가 키가 훤칠했다고 합니다. 영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했으니 백석은 ‘조선의 뇌섹남’이라 할 수 있겠어요. ^^

mini74 2021-12-04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석시 넘 좋아해요 여우난골족이 최애 시 중 하나입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사놓고 깜박한 책 ㅠㅠ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cyrus 2021-12-05 21:46   좋아요 2 | URL
저도 <여우난골족>을 좋아해요. 그 시는 읽으면 마음이 포근해져요. ^^

transient-guest 2021-12-04 0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평전을 읽은 것이 벌써 몇 년전이네요. 그때 시를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만 아직도 책을 구하진 않았네요. 이번 기회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어요.ㅎ

cyrus 2021-12-05 21:47   좋아요 3 | URL
저는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백석에 관한 책을 모으려고 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04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러 버전으로 읽었어요
볼 때마다 좋았던...
월북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작가로 남았을까요?
한동안 체제를 위한 글을 썼다고 하던데, 그랑 참 안어울리는 일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예술가로서도 한 개인으로도 국가가 어떠한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했던 기억이...!

cyrus 2021-12-05 21:54   좋아요 1 | URL
백석이 북한에 가지 않았으면 김소월, 윤동주, 이육사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시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번역가로도 활동했을 거예요. 번역가로서의 백석의 업적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질병의 지도 - 흑사병에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지도로 보는 유행병과 전염병의 모든 것
산드라 헴펠 지음, 김아림 옮김, 한태희 감수 / 사람의무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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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인류의 생명을 살린 한 장의 지도가 있다. 그 지도는 콜레라 희생자가 늘어나던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존 스노(John Snow)라는 의사는 콜레라의 발병 원인과 경로 전염을 파악하기 위해 죽음의 거리가 된 런던 소호 가를 직접 돌아다녔다. 당시 사람들은 공기 중에 있는 독소가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노는 상수도의 오염된 물이 콜레라 대유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집집이 돌아다니며 콜레라로 사망한 주민이 살았던 집을 조사해서 지도에 표시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지도를 살펴본 스노는 콜레라 환자와 사망자들의 집이 특정 우물 펌프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노가 의심한 우물 펌프가 콜레라 감염을 일으키는 진원지였다. 지도는 의사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한 장의 지도가 공기를 타면서 거리를 떠도는 저승사자와 같았던 콜레라의 실체를 밝혀주었을 뿐 아니라 죽음의 행렬을 멈출 해법을 보여주었다.


지도에는 넓고 거대한 세상이 축약되어 있다. 그렇지만 스노가 만든 콜레라 지도처럼 질병의 전염 경로도 담겨 있다. 역학 조사를 위해 만들어진 지도는 병균에 맞서 싸우는 의학자들이 반드시 챙기는 전투 장비다. 질병의 지도는 아주 작고 치명적인 적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질병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면서 질병을 대하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까지 들려준다. 과거 사람들은 실체와 감염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 사람들의 일상은 죽음과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었다. 보이지 않은 적의 공격을 받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어가는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이 전염병 대유행 시대의 흔한 풍경이었다. 전염병의 위력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온몸을 죄어오는 고통을 최대한 덜어주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계속 시도했다. 그러나 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고안한 치료법은 한계가 있다. 비과학적인 치료법은 오히려 죽음을 재촉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전염병에 내리 패배하는 인류의 처절한 모습도 보여준다.


질병에 굴복당한 사람들을 살리고, 질병에 언제 포위당할지 모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들은 헛수고로 끝났다. 지금 보면 다시 거론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왜 알아야만 하는가. 여러번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 대유행 시대를 피부로 느낀 인류의 헛수고는 단순히 지나간 옛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전보다 더 강력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 대유행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가 다시 봐야 할 역사. 이 역사는 무지한 그들을 비웃을 수 있는 흑역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살 수만 있다면 허무맹랑한 치료법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과거 사람들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우리도 과거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 시대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심리는 불안해진다. 전염병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은 사실과 거짓을 차분하게 판단하게 해주는 이성을 닳게 만든다. 이때 전염병과 관련된 가짜 정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이리저리 떠돌게 되고, 이성에 구멍이 숭숭 뚫린 사람들을 찾아 파고든다. 이 사람들이 백신 부작용까지 두려워하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현혹되기 쉽다. 저자는 2017년 루마니아에 홍역 환자 수가 전년보다 급증한 사례를 들면서 백신을 거부하는 태도가 전염병 대유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질병의 지도에 소개된 발진티푸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걸린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가난한 발진티푸스 환자들은 사회로부터 강제로 격리되거나 멸시받았다. 질병의 지도는 전염병 대유행 시대의 환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에도 주목한다. 나병(한센병)과 에이즈 환자들은 살아 있어도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을 위험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전염병 감염 경로를 밝혀내는 작업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 환자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발진티푸스의 위력을 확인한 어느 의학자는 발진티푸스의 역사는 인류 고난의 역사와 같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중순에 시작된 전염병 대유행에 지친 사람들은 의학자의 말에 들어 있는 발진티푸스를 코로나19’로 바꾸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생각보다 많다. 게다가 현행 치료법과 백신도 소용없는 변이 병원균이 나타나고 있다. 전염병의 역사는 인류 고난의 역사다. 하지만 전염병 대유행에 인간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는 살기 위해서 전염병을 전파하는 동물을 찾아내 도살했다. 심지어 전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동물마저 도살 대상이 되었다. 모든 인간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인간을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볼 수 없다. 전염병의 역사는 동물 고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42

 




특별한 치료은 없지만 → 특별한 치료법은 없지만



 

 


* 82




 

 특히 젊은 시절의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1]동백 아가씨(The Lady of the Camellias에서,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에서 이 질병에 영감을 받았다.


[원문, 원서 82]

 

 notably Alexandre Dumas, the younger, in his novel The Lady of the Camellias and Giuseppe Verdi in his opera La Traviata.

 

 

[1] 《몬테크리스토 백작삼총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동백 아가씨의 작가 뒤마(1824~1895)는 동명이인이다. 두 사람은 이름이 같은 부자(父子) 관계다. 그래서 두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아버지를 뒤마 페레(père)’, 아들을 뒤마 피스(fils)’라고 부르기도 한다. ‘père’‘fils’는 각각 아버지와 아들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원서(The Atlas of Disease)‘the younger’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영미권 남성의 이름 뒤에 붙이는 ‘junior(Jr.)’와 같은 의미로 번역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알렉상드르 뒤마동백 아가씨의 작가를 아버지 뒤마로 잘못 알고 있는 역자의 오역이다.





* 110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의 글에서도 장티푸스처럼 보이는 병에 대한 묘사가 발견된다. 그리고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2]가 열병을 치료하고자 냉수욕했다는 보고에서 그가 앓았던 병이 장티푸스일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원문, 원서 110]

 

 A description of what appears to be typhoid is found in the writings of the fifthcentury BC Greek physician Hippocrates, and a report of Emperor Caesar Augustus of Rome taking cold baths in order to treat a fever is thought to refer to the illness, but it is impossible to be sure.

 

 

[2] ‘Caesar Augustus’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가 아니라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Octavianus)의 칭호이다. 그는 카이사르의 양자 및 정치적 후계자로 지명받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원로원은 초대 황제에게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Augustus)라는 존칭을 주었다.

 





* 150





특별한 치료이 없으며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 182




 

검증된 치료은 없음 검증된 치료법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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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01 07: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오랜만에 글 보니 너무 반갑네요~!! 여전하신 날카로운 독서를 하시는군요. 요즘 시기에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염병의 역사는 동물고난의 역사라니~!

얄라알라 2021-12-01 11:18   좋아요 4 | URL
날카롭고 지적인 독서! 새파랑님의 말씀에 하나 더 얹었습니다. cyrus님 반갑습니다!!!

cyrus 2021-12-02 22:20   좋아요 4 | URL
사스가 유행했을 때 사향고양이, 오소리와 너구리가 도살당했어요. 이유는 사향고양이에서 사스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인간 때문에 오소리와 너구리는 억울하게 떼죽음을 당했어요. 이런 사실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사람들은 전염병 대유행 시기를 겪으면 사망자 수에 주목해요. 그래서 전염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도살당한 동물이 있는지, 또 얼마나 되는지 모를 수밖에 없어요.

이하라 2021-12-01 07: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요즘은 리뷰보다는 독서모임에 더 주력하시나 봅니다. 시기적절한 리뷰 반갑게 보았습니다. 리뷰로라도 종종 뵐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cyrus 2021-12-02 22:22   좋아요 3 | URL
독서 모임 활동에 주력하고 싶은데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또 당분간 불가능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

프레이야 2021-12-01 08: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여전한 대처와 태도, 여전한 차별. 인간과 동물의 고난의 역사.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퍼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특히 뒤마 피스를 잘못 옮긴 건 치명적이네요. 예리하고 정확하신 지적 🙌 최고예요.

cyrus 2021-12-02 22:27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이 보내주신 책 잘 받았습니다. ^^

미미 2021-12-01 0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에궁 사이러스님!! 오랜만입니다😊

cyrus 2021-12-02 22:28   좋아요 2 | URL
오랜만입니다, 미미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

레삭매냐 2021-12-01 09: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얼굴 보기 힘듭니다. 속히 캄온!

stella.K 2021-12-01 13:27   좋아요 3 | URL
여기선 다들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농담입니다.ㅋㅋ

cyrus 2021-12-02 22:29   좋아요 3 | URL
레샥매냐님이 달궁에 컴백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달궁인들이 많습니다. 달궁 온라인 모임할 때마다 달궁인들이 레삭매냐님 얼굴 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ㅎㅎㅎㅎ

페넬로페 2021-12-01 09: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cyrus님!
여전히 미주알 고주알에 감탄합니다.
전염병으로 온 세계가 꽁꽁 얼어붙은 이 시기에 정말 이때까지의 노력이 허무할 정도입니다^^

cyrus 2021-12-02 22:32   좋아요 3 | URL
안녕하세요. 페넬로페님. 잘 지내고 계시죠? 독서모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번 연말 독서 모임이 무산될까봐 걱정입니다.. ^^;;

stella.K 2021-12-01 13: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야. 살아 있네. 이제 영영 안 나타날 건가 했지.ㅋ
뒤마가 부자였구나. 20대 초반에 아들을 낳으셨구만.
우리가 주로 기억하는 건 아버지 아닌감?

전염병은 지가 있을만큼 있다 사라질 건가 봐.
백신도 좀 무력하다 싶어.ㅠ

cyrus 2021-12-02 22:50   좋아요 4 | URL
누님, 잘 지내고 계시죠? 무릎은 좀 어때요? 서재 전체 글이 비공개되거나 서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면, 제가 알라딘을 완전히 떠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ㅎㅎㅎ

미미 2021-12-02 22:45   좋아요 2 | URL
헉..사이러스님 지난 글들도 찾아 읽는데 서재 사라지는 일 부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mini74 2021-12-01 2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방가방가 넘 오랜만입니다. 잘 계시지요. 글이야 당연히 여전히 좋아요. 날씨가 많이 추워요. 감기 조심하시고 자주 봬요 *^^*

cyrus 2021-12-02 22:37   좋아요 5 | URL
오랜만입니다. 미니님, 잘 지내시죠? 어제는 진짜 겨울이 왔다는 걸 실감하는 날이었어요. 미니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새파랑 2022-01-07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바쁘실텐데 그래도 즐거운 독서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mini74 2022-01-07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깊이 있는 글에 오탈자까지 ! 항상 고마운 글 ㅎㅎ 축하드립니디 ~

이하라 2022-01-07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새해 기쁘게 시작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그레이스 2022-01-0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얄라알라 2022-01-07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 페이퍼라 생각했는데, 불과 30여일 전이네요^^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1-07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2022년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hkang1001 2022-01-07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1-08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사진 속 두 명의 여성과 세 명의 남성이 어느 한적한 곳에 모여 식사한다. 특이하게도 두 명의 여성은 윗옷을 벗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활동한 초현실주의자들이다사진 제목은 소풍이다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무쟁(Mougins)이라는 도시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왼쪽에 있는 사람은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와 그의 연인 마리아 벤츠(Maria Benz)그녀는 곡예사로 일하다가 엘뤼아르를 만나 모델로 활동했다본명보다 누쉬(Nusch)’라는 별명이 알려져 있다오른쪽에 영국의 화가 롤런드 펜로즈(Roland Penrose)사진작가 만 레이(Man Ray)모델 아드리엔 아디’ 피델린(Adrienne ‘Ady’ Fidelin)이 있다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에 종군 사진작가로 활동한 리 밀러(Lee Miller)그녀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초상 사진을 주로 찍었다.
















* 알랭 드 보통 불안(은행나무, 2011)




리 밀러의 사진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불안에 실려 있다. 사진 제목이 풀밭 위의 아침 식사로 되어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그림 풀밭 위의 점심 식사에 나오는 옷 입은 남성과 상반신을 드러낸 여성들을 따라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사진의 구도는 마네의 그림과 흡사하다. 소풍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사진은 여러 점이 있다. 윗옷을 벗은 채 소풍을 즐기는 리 밀러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다.


초현실주의자는 세상의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예술가다. 초현실주의자 대다수는 남성이다. 이들은 기성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규범에 저항하는 에로틱한 욕망의 힘에 주목했다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은 에로티시즘과 연애를 이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혁명의 과정으로 인식했다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지향한 여성 초현실주의자들도 성 해방 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이 실질적으로 누린 자유는 한정되었다.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은 여성 초현실주의자를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는 모델이자 뮤즈(muse)로 여겼다. 그들은 또 자신들의 성적 욕망을 실현해주는 보조적이고 수동적인 아이 같은 여성(femme-enfant)’을 선호했다.


리 밀러의 사진만 보고, 여성 초현실주의자를 성에 개방적인 여성이라든가 연애 지상주의자로 규정해선 안 된다. ‘아이 같은 여성이미지는 남성 초현실주의들의 창작 활동을 도와주고, 그들의 성적 욕망에 순순히 응해주는 비현실적인 존재이다.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은 남성 초현실주의자가 허락한 자유와 예술에 동의하지 않았다그녀들은 아이 같은 여성’, ‘뮤즈’, ‘남성 예술가의 아내이자 연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했으며 자신을 예술가로 인식하면서 살아왔다.

 



















* 데즈먼드 모리스, 이한음 옮김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을유문화사, 2021)

 

* 소피 들라생 달리의 연인 갈라: 광기 어린 사랑과 예술혼(마로니에북스, 2008)

 

* 도미니크 보나 세 예술가의 연인: 엘뤼아르. 에른스트. 달리, 그리고 갈라(한길아트, 2000)





동물학자로 잘 알려진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초현실주의자들과 친분이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책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초현실주의자들의 특이한 연애사를 보여준다초현실주의자들의 연애는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별나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는 절친한 동료인 엘뤼아르의 아내 갈라(Gala)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녀와 함께 잠적하기도 했다. 갈라는 엘뤼아르와 이혼하고(얼마 지나지 않아 엘뤼아르는 마리아 벤츠와 결혼했다) 달리와 함께 살았다. 갈라는 엘뤼아르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와 함께 동거하기도 했는데, 에른스트는 피카소(Pablo Picasso) 못지않게 여성 편력이 심한 화가이다. 그는 여성 초현실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성과 사귀기도 했다.


모리스의 책에 따르면 에른스트가 마리 베르트 오런키(Marie-Berthe Aurenche)[주1]라는 십 대 소녀와 연애를 하자, 이 사실을 안 소녀의 부모가 에른스트를 고발했다. 하지만 에른스트는 부모의 반대를 무시한 채 그녀와 함께 도주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했다.


그런데 에른스트의 애정 행각에 소녀의 부모만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롤런드 펜로즈의 아내였던 발랑틴 부에(Valentine Boué)는 에로티시즘과 이성애에 초점을 맞춘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여성관에 반대한 초현실주의자. 그녀는 에른스트를 독선적인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고, 에른스트와 친한 롤런드가 못마땅했다발랑틴은 에른스트와 오런키의 연애에 반대했으며 소녀의 보호자로 자처했다.

















* 파이돈 편집부, 리베카 모릴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을유문화사, 2020)

 

* 휘트니 채드윅 뮤즈에서 예술가로: 이제는 역사가 된 초현실주의의 여성들(아트북스, 2019)

 

* [No Image, 절판] 휘트니 채드윅 쉬르섹슈얼리티: 초현실주의와 여성 예술가들 1924~47(동문선, 1992)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남성 초현실주의자의 업적에 가려진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삶과 우정을 세세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업적을 발굴한 미술사가 휘트니 채드윅(Whitney Chadwick)뮤즈에서 예술가로는 모리스가 지나친 부분을 보완해준다1992년에 쉬르섹슈얼리티: 초현실주의와 여성 예술가들 1924~47라는 책이 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있다. 뮤즈에서 예술가로쉬르섹슈얼리티의 증보판이다. 사실 쉬르섹슈얼리티는 원제와 거리가 먼 제목이며 정식 용어가 아니다. 책의 역자가 임의로 정한 제목이다. 번역본에 오자가 상당히 많다.


여성 예술가 인명사전인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에서 이름만 언급된 여성 초현실주의자들리 밀러, 소피 토이버(Sophie Taeuber-Arp)[주2], 케이 세이지(Kay Sage)이 포함되어 있다

 



[1] 뮤즈에서 예술가로》에 표기된 이름은 마리 베르트 오랑슈.


[2]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에 표기된 이름은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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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창조적 기쁨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삶과 독신 예찬의 말들
펜턴 존슨 지음, 김은영 옮김 / 카멜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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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고독의 동굴, 고독의 회랑은

밝고도 캄캄하다


Its Caverns and its Corridors

Illuminate or seal



(에밀리 디킨슨, 777 중에서) [주]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은 자신이 쓴 시에 고독크기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어둠에 싸인 동굴로 비유했다시인은 스스로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았고, 고독한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그녀는 깊고 어두운 자신만의 동굴을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영혼의 창조자(The Maker of the soul)’로 본다. 그래서 고독의 동굴은 밝고도 캄캄하다혼자 생활해본 사람만 아는 고독이란 이런 것일 수 있다. 때론 외롭고 힘겨울 때가 있지만,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 그러므로 자발적인 고독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타인을 만나면 생기는 불필요한 소음을 피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독에 너무 빠져버리면 타인과의 관계 거리가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무엇이 고독을 두려워하게 만드는가. 이에 대해 고독의 창조적 기쁨의 저자 펜턴 존슨(Fenton Johnson)고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풍토라고 지목한다대부분 사람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독신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독신자가 느끼는 고독은 두 개의 성() 또는 동성의 결합(결혼하지 않은 연인 관계, 법적인 부부 관계)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에서 느껴지는 감정으로 단정 지어버린다외로움, 쓸쓸함, 불행, 은둔, 옆구리가 시리다. 이 낱말들과 관용구는 독신자의 삶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독신자와 관련된 부정적 단어만 늘리는 게 아니라, 편견까지 그들의 삶에 씌워버린다독신자는 금욕주의자라는 편견. 자발적으로 결혼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금욕주의자가 되고 만다독신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독신자에게 연애와 결혼을 재촉한다누군가는 독신자를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자 또는 국가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 주지 못하는 역적으로 취급한다.


독신자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이성애 중심주의와 가족중심주의가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저자는 독신자를 새롭게 정의한다. 홀로 명상과 사색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 별난 사람, 그러면서 결혼했지만 혼자 있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독신자의 범주에 포함시킨다저자는 독신자를 괴롭혀왔고, 고독을 기피하게 만든 부정적인 편견에 균열을 낸다. 그리고 독신자의 정신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명상과 사색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동으로 전환한다.


앞서 소개한 디킨슨은 고독의 동굴을 두려워했지만, 그곳은 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은둔처다. 그녀에게 시 쓰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과 주변 세상을 제대로 보게 만드는 노동이다. 이러한 문학에 대한 열정이 어두운 고독의 동굴 안을 밝게 해주었다프랑스의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은 결혼한 독신자다. 그는 매일 혼자 화구를 챙겨 생 빅투아르 산에 올랐고, 산의 풍경을 반복해서 수십 점 그렸다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수상록의 저자 몽테뉴(Montaigne)와 더불어 성찰의 대가로 손꼽히는 지식인이다. 그는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에 혼자 살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었다. 도시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저자는 독신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면밀히 살피면서, 고독의 장점에 주목한다이들은 고독을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는 스승이자 동료로 받아들였다.


고독의 창조적 기쁨은 고독을 사회적 관계에서의 일탈로 규정하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 책에 소개된 독신자들은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고,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우정과 동료애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고독은 개인의 행복과 창작 욕구를 샘솟게 할 뿐만 아니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원래 디킨슨의 시에 제목이 없다. 국내에 번역된 디킨슨의 시 제목은 편의상 시의 첫 번째 행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777번의 제목은 고독은 잴 수 없는 것(The Loneliness One dare not sound)이다. 인용한 시구의 출처는 강은교 시인이 번역한 시 선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민음사, 201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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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여러 얼굴 (양장) - 과학자, 가치, 사회 입문
레슬리 스티븐슨.헨리 바이얼리 지음, 이상원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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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Thales)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보았다. 물은 생명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 안 되는 물질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 안 되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돈이다.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탈레스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의 높이를 쟀을 정도로 수학에 대한 지식을 갖추었고, 천체 관측을 해서 일식이 나타나는 시기를 예언했다. 철학자 또는 과학자는 물질적 욕심이 없거나 돈 벌 줄 모르는 서생이라는 선입견을 깬 사람이 탈레스다주변 사람들이 철학을 먹고 사는 데 도움이 안 되는 학문이라면서 비아냥거리자, 기후를 관측할 수 있었던 탈레스는 올리브 농사가 잘되는 해를 예상했다. 그런 다음 올리브기름 압착기 소유주에게 찾아가 기계를 빌릴 수 있는 권리를 헐값으로 샀다(여러 개의 압착기를 사들였다는 이야기도 있다)그의 예상대로 올리브 풍년이 들었고, 농부들은 엄청난 양의 올리브 열매로 기름을 짜기 위해 압착기를 구해 나섰다. 결국 모든 압착기의 사용권을 가진 탈레스는 큰돈을 벌었다탈레스는 학문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도 관심을 가졌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os)에 따르면 탈레스는 페르시아 제국에 대항하려면 이오니아의 도시국가들이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러한 탈레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과학자도 경제적 수완이 있으면 돈을 벌 수 있고, 국가를 위해서라면 사회 참여적 발언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과학자의 모습에서 꼭 빠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와 그녀들이 입고 다니는 하얀 실험실용 가운이다. 틀에 박힌 이미지 때문인지 실험실 소장이 아닌 경영인 또는 회사 CEO가 된 과학자는 상상하기 힘들다과학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윤리와 양심을 무시한 채 실험을 강행하는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같은 나쁜 과학자를 떠올릴 것이다실험실에 상주하는 과학자 이미지가 각인된 대중은 경영인이 된 과학자의 등장을 우려한다. 실험실용 가운이 아닌 정장 차림을 한 과학자들이 낯설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그와 그녀들이 사리사욕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과학자와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과학자들이 못마땅하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그와 그녀들이 국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일 것이다


이처럼 대중이 생각하는 과학자의 유형은 매우 단순하다. 실험실 안에서 뼈를 묻겠다는 심정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 우리는 어렸을 때 이런 과학자가 되기를 원했고, 과학자라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영화의 악당으로 자주 묘사되는 나쁜 과학자가 현실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히 세계를 정복하려는 과학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법인 회사를 차리거나 대기업 간부로 일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과학자들이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고 싫음으로 판단하면 과학자를 이해할 수 없다. 과학자는 여러 가지 얼굴을 동시에 가진, 매우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인간이다.


과학의 여러 얼굴은 하나의 빛에 가까운 과학과 과학자의 유형을 폭넓은 스펙트럼처럼 만들어주는 프리즘과 같은 책이다. 어떤 이는 과학을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 학문으로 생각한다. 또 다른 사람은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이 초래하는 각종 부작용(연구 윤리를 무시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 등)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가치중립성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춘 채 과학을 바라보면 과학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이로운 점과 부작용을 철저히 구분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가치중립적 과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학은 과학자가 과학을 연구하는 동기, 정치, 이념, 경제성 등에 영향을 받기 쉽다이러한 외부적 요인들이 한데 섞인 과학이 형성되거나 과학자가 등장할 수 있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국익을 위해 국가가 주관한 연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학자가 있다.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 정치인이나 경영인에 접근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와 그녀들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연구 성과를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로비를 펼친다.


과학 이론이 정책으로 전환되는 데 성공하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업적이 되는 동시에 과학자의 평판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나 정치인과 경영인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물로 단정해서 안 된다. 좋은 과학자나쁜 과학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목록을 만들 필요 없다. 과학자를 딱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이원론적 인식은 흡사 로마 신화의 수호신 야누스(Janus)와 같다. 야누스는 두 가지 얼굴(네 가지 얼굴로 묘사하기도 한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학문이다. 시간과 상황에 따라 과학(자)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기도 한다. 과학의 여러 얼굴은 과학과 과학자의 유형을 협소하게 만드는 이원론적 인식을 비판하고, 이것을 분산 시켜 일반 대중이 제대로 보지 못했던 다양한 얼굴의 과학과 과학자들을 보여준다유럽 및 백인 남성 중심의 과학 또한 과학의 여러 얼굴을 보기 위해서 반드시 해제되어야 할 학문이다. 이 책은 비유럽 출신의 과학자와 여성 과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한다.


과학의 여러 얼굴은 과학이 인간을 이롭게 해준다는 낙관론과 과학의 부작용에 지나치게 걱정하는 비관론 모두를 비판한다. 다만 낙관론과 비관론 둘 다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대중이 과학이 실생활에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점검하고, 과학의 부작용을 비판해야 한다. 과학자는 대중의 관심에 응답해야 한다.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경청해서 문제점을 수용한다면 이를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과학자들도 먹고살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한다고 해서 돈은 생기지 않는다. 탈레스처럼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야 하든가 아니면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처럼 부업을 해야 한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고,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군사학과 건축학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생계유지와 진리 발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과학자들은 정부와 기업의 원조를 외면하지 못한다. 정부와 기업과 손잡은 과학, 즉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나 다름없는 거대과학(big science)은 가치중립성과 거리가 멀다이 책은 가치중립성이 없는 거대과학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다라는 명제를 현실에 맞지 않는 통념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나 특정 집단의 권력 확장을 위해 봉사하는 거대과학의 등장을 우려한다. 권력과 완전히 밀착된 거대과학은 통제가 불가능한 집합적 프랑켄슈타인(373)’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거대과학이 위대한 과학을 파괴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독일 나치 정권을 지지한 과학자들은 아리아인 순혈주의에 열광한 나머지 아인슈타인(Einstein)을 포함한 유대인 과학자들의 업적을 깡그리 무시했다. 스탈린(Stalin) 정권의 비호를 받은 소련의 학자 리센코(Lysenko)는 소비에트 체제에 맞지 않는 멘델(Mendel)의 유전법칙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지한 소련 과학자들을 숙청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여러 얼굴을 가진 과학은 진리 탐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정적이고 순수한 학문이 아니다. 정적인 과학은 상아탑 속에 있다. 과학 또는 과학자가 온실 같은 상아탑에 오래 있으면 사회 현실에 무감각해지며 대중의 비판적 목소리를 감당하는 힘이 부족해진다. 역동적인 과학은 사회와 끊임없이 연결하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발전한다. 과학의 정의가 더욱 풍성해지고, 이와 관련한 논의의 범위가 확장되면 누구나 과학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런 과학일수록 튼튼하고 오래 간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2





영국 시인 존 키츠(John Keats)의 시 마녀(Lamia)[주1]



[주1] 라미아(Lamia)는 마녀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괴물 이름이다. 여성의 상반신과 뱀의 하반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 60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용감한 신세계(Brave New World)[주2]



[주2] brave’용감한을 뜻하는 현대 영어가 아니라 중세 영어다. 중세 영어의 ‘brave’멋진을 뜻한다





* 98





                [주3] 아이슈타인 → 아인슈타인




 

* 366





[주4] 매듀 아늘드


[2021년 9월 23일 업데이트] 

아놀드의 원 발음이 아늘드

이 책에 나온 외국어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르지 않고 원음에 가깝게 표기되어 있다(‘일러두기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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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9-22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의 영역에까지 넘나 들다니
대단하시네요 정말.

전 소설책만 줄창 읽습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사회과학
책들도.

cyrus 2021-09-23 20:25   좋아요 1 | URL
저는 소설을 잘 안 읽게 되네요. 달궁 모임에 참석해야 소설을 읽어요. ^^;;

hillbilly 2021-09-23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자세히 보셨네요.

라미아는 영국에서 보통 마녀라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멋진 신세계라고 많이 번역하나, 헉슬리는 과학과 기술의 과감한 도입과 과학과 기술로 만들어낸 마약(LSD 등등)의 사용으로 얻는 새로운 감각과 사고를 중시하므로, 그런 것을 채용하는 신세계는 용감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오타 맞습니다.

아놀드가 아니고 아늘드가 원 발음에 가깝습니다.(이 책은 외래어 표기법보다 원 발음에 가깝게 적고 있습니다.)

cyrus 2021-09-23 20: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놀드’의 원 발음이 ‘아늘드’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