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독립서점 최인아 책방처럼 책방을 차리고 싶지만,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하여 카페 클리어최해성 책장을 만들었다. 책장과 책 모두 내가 직접 샀다. 이제 카페에 올 때마다 책 한두 권씩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특정 주제의 책들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큐레이션 책장 콘셉트로 준비하고 싶으나, 당분간은 내가 읽고 싶은 책들(신간 도서)이나 이미 읽은 책들(구간 도서) 위주로 책장에 꽂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출판시장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인기 도서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쭉 훑어보면서 그중에 잘 만들었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도 고를 예정이다.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책장이지만, 카페에 온 손님들이 내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처럼 카페에 한두 시간 이상 앉아서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는 손님은 없기 때문이다. 최해성 책장은 순전히 나, 한 사람을 위한 책장이다.

 

 

 

배려심 많은 카페 사장님 덕분에 책장을 놔둘 자리를 확보했다. 책장 자리 임대료(?)는 디저트와 음료값으로 충당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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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2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컨셉과.넘나 잘.어울리는 마카롱색.미니책장을 구비하셨네요. Cyrus님의.서점도 2020년대.중에 오픈하기를.응원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2-02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 멋져요~!
어딘지 가보고 싶어요

오후즈음 2022-02-02 2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렇게 이쁜 색의 유니콘이라뉘. 가깝다면 근처에 들려 몇 페이지씩 읽고 가고 싶어요.

새파랑 2022-02-02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이 카페와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어느 카페인지 구경 가고 싶군요 ㅎㅎ
좋은 사장님 좋은 손님인거 같아요 ^^

psyche 2022-02-03 0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도 넘 이쁘고요 카페에 저런 공간을 만드셨다니 분홍색의 카페랑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cyrus 님이 ‘최해성 책방‘을 오픈 하는 날이 곧 오기를 그리고 대구에 가서 그 곳을 방문할 날을 기대합니다

서니데이 2022-02-03 0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 디자인이 예뻐요. 길이 조절이 가능한 점도 좋고요. 카페 손님들의 베스트셀러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cyrus님 새해복많이받으세요.^^

stella.K 2022-02-03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가 좋긴한데 누가 책을 스~윽 가져가면 어쩌지?ㅋ

mini74 2022-02-03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해성 책장 깜찍합니다. 무슨 책들이 놓일지 넘 궁금하고 설레요 ㅎㅎ

Angela 2022-02-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독서책장을 카페에 만드셨네요~조만간 cyrus님 책방을 차리시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이 행위에는 정성이 깃들어 있다. 그렇게 정성을 쏟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일하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한 애정이다. 자신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면 과연 본인과 다른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일만 하는 바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른다.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노동의 결과물이 잘 나오고, 그것이 잘 팔리면 잘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일해서 벌어들인 수익이 적거나 혹은 아예 없으면 실패한 일이 된다. 때론 노동으로 취급받지 못하곤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을 꺼린다. 먹고 살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은 분명 나 자신을 위한 노동이다. 그러나 평생 소득을 얻기 위한 일을 하게 되면 라는 정체성이 희미해진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일에는 나만을 위한 삶이 배제되어 있다.

 














 

* 섭 편집부 매거진 섭 sub : No. 1 코로나 시대의 사람(tampress, 2021)

 

 


작년 10월에 나온 비정기 로컬 창작 잡지 매거진 섭(sub)창간호의 주제는 코로나 시대의 사람이다. 여기서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잡지 편집자이자 책방 <서재를 탐한다> 운영자 김정희 님좋아하는 일잘하는 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그녀는 자신을 읽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창간호 집필진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매거진 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무언가를 만들 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삶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디저트 카페 <카페 클리어>를 운영하는 제이(lovely J) 님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잘하는 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열심히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소잉(sewing)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스카프, 파우치, 마스크 등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한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정희 님과 제이 님은 하루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는 ‘n잡러. 그녀들이 하는 집안일도 노동이다. 그렇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기만의 방(정희 님의 작업실은 <서재를 탐하다>라면, 제이 님의 작업실은 카페 3층에 있다)’에서 하는 데 힘든 게 대수인가.

 

김정희 님과 제이 님, 이 두 분은 앞으로도 자신만의 속도로 만들고 자기 삶을 계속 만들면서 살아갈 것이다. 올해 두 분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소준철 가난의 문법(푸른숲, 2020)




사족: 매거진 섭가난의 문법 서평[주1]이 실려 있다. 서평을 쓴 사람은 최해성이다. 그런데 이 최해성이란 작자(作者)[주2]의 자기소개가 가관이다. 그는 ‘책을 읽은 뒤에 서평 쓰기가 하루 중에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소개했는데, 내가 아는 최해성은 작년부터 서평을 꾸준히 쓰지 않고 있다. 게으름뱅이가 됐다. 최해성은 마카롱 세 개를 먹는 것이 하루 중에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내게 말했다.




[주1] <보이지 않은 노동>, 202138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2475756




[주2작자(作者)


1. 글을 쓰거나 문학 작품, 악곡 따위의 작품을 지은 사람

2.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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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2-01 19: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 최해성이 나도 아는 이름 같구만. 만나면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네가 잘 알고있는 누님이 그러더라고 전해줘라.🤣

cyrus 2022-02-02 14:12   좋아요 4 | URL
그 누님이 누군지 알겠어요. 명심하겠습니다. ㅎㅎㅎ

mini74 2022-02-01 20: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어 먹고살만큼 수익을 낸다면 정말 행복할거 같아요. ㅎㅎ 마카롱 세 개 넘 웃겨요 ㅎㅎ

cyrus 2022-02-02 14:13   좋아요 3 | URL
편의점에 파는 마카롱 개수가 세 개거든요. 그래서 클리어에서 만든 마카롱도 무조건 세 개 먹어야합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2-02-01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좋아하는 일은 많은데 잘하는 일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날이 언젠가는 있기를 바래봅니다~!!

cyrus 2022-02-02 14:15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궁금하군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남들이 잘했다고 칭찬하면 기분 좋아져서 계속하고 싶어져요. ^^

프레이야 2022-02-01 21: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카롱 세 개 십 분 안에 드시는
바로 그분이군요. ㅎㅎ
리뷰를 부지런히 자주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 번 뜸해지면 자꾸 뜸해지는 것 같아요.
뭐 그럴 땐 스스로 너무 재촉하지 않는답니다.
1호 잡지… 코로나 시대의 사람,이죠. ㅎ
사랑 아니고. 오타인 듯.
요즘 특히 필요한 잡지 같네요.
이름도 좋은 잡지에 리뷰 실린 최해성 님
축하드립니다 ^^
그리 잘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cyrus 2022-02-02 14:23   좋아요 5 | URL
마카롱이 아주 맛있어서 금방 다 먹어요.. ㅎㅎㅎ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데다가 퇴근 시간이 불규칙해서 예전처럼 1일 글 두 편 쓰는 건 힘들어요. 현실을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매주 글 두세 편 써야겠어요.

오자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2-02-02 0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이 대구에 가면 이제 카페 클리어를 찾을 듯... 그러면 거기서 마카롱 3개를 아주 맛나게 먹고있는 최해성님을 만날지도요. ^^

cyrus 2022-02-02 14:25   좋아요 4 | URL
제가 사는 동네에 알라딘 서재를 뭔지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만났으면 좋겠어요. 알라딘은 아는데 알라딘 서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

Angela 2022-02-0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가면 카페 클리어에서 최해성작가님 찾을게요~매거진 섭도 읽어보고요~
 
원소 -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
필립 볼 지음, 고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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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점   ★★★★   A-






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이다. 2022년 현재 주기율표에 채워진 원소는 총 118개. 화학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소를 이해하는 것은 화학을 공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학창 시절에 화학을 공부하면 원소의 성질과 원소 기호를 외워야 했다. 그런데 무작정 외우면 과학 공부가 재미없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과학 공부는 암기가 아니라 실험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려면 실험 도구부터 재료 등을 다 챙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과학 공부를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생소한 원소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필립 볼(Philip Ball)원소: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The Elements: A Visual History of Their Discovery)는 누구나 화학을 쉽게 접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원소의 발견으로 발전해온 화학의 역사를 풍부한 도판을 곁들어 설명한 점이다책 어디에도 원리법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론에 대한 설명은 없다이론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실험이나 과학 공부가 학습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가장 중요한 이론만 알아도 화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그렇지만 원소》는 이론과 실험보다 화학의 실용적인 측면에 주목한다대부분 사람은 과학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형성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저자는 과학이 실험실에서 태어나 발전되었다는 기존 인식에 반대한다그는 과학이 태어나는 지점을 확장해 기술자와 노동자가 일하는 채석장과 공장으로 시선을 돌린다저자가 고른 여러 점의 도판에 금속을 채굴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화학물질로 제품을 만드는 공장 내부 풍경이 담긴 판화와 기록사진이 포함되어 있다멘델레예프(Mendeleev)를 비롯한 여러 명의 과학자는 세상에 흩어져 있던 원소들을 주기율표에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원소들을 발견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멘델레예프가 놔둔 주기율표의 빈칸들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주기율표를 만든 또 다른 기여자는 기술자, 장인, 노동자다.


기술자, 장인, 노동자들은 튼튼하고 유용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제조법을 고안했다. 이 과정에서 원소가 우연히 발견되었다기술자와 노동자가 원소를 조합해서 실용적인 제조법을 만들고 있을 때, 과학자들은 원소의 정체를 밝혀냈다원소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된 화학의 역사를 보여준다.


하지만 눈부신 화학의 역사가 만든 어두운 그림자는 원소로 이루어진 세상을 이해하려는 여성과 비()백인의 탐구 정신을 가두게 했다백인 남성은 본인 스스로 과학의 발전을 이끄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인식했고, 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과 백인 외 인종을 억압하고 착취했다저자는 오랫동안 과학사에 드리워진 불평등의 그림자를 걷어낸다


과학사의 절반을 가린 불평등의 그림자 속에 갇혀 있다가 이제야 빛을 본 여성 과학자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



 1930년대의 주기율표에는 우라늄 오른쪽에 원소가 없었다.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는 것은 주기율표를 넓혀주는 좋은 방책으로 보였다. 1934년에 세그레는 로마에 있던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와 함께 이 실험을 시작했다. 그해 말에 페르미와 오스카 다고스티노(Oscar D’Agostino)는 두 가지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발견했으며, 두 원소는 원자번호 93번과 94번 원소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두 원소의 이름으로 아우세늄과 헤스페륨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우라늄의 핵이 분열 후 더 작은 조각들로 분해되고 남은 산물이다. 그들의 판단은 4년 후 오토 한(Otto Hahn)과 프리츠 슈트라스만(Fritz Strassmann)이 바로잡았다


(원소》, 202쪽)



페르미는 우라늄 원자핵에 중성자를 투입해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초우라늄 원소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했다. 중성자를 흡수한 우라늄은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는데, 페르미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핵분열을 시도한 사실을 간과했다.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 이 두 사람에게 페르미가 했던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한 리제 마이트너가 핵분열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유대인 출신의 마이트너는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 정책을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한과 슈트라스만은 중성자로 우라늄을 붕괴시키는 실험을 한 뒤에 그 결과를 편지로 써서 마이트너에게 보고했다. 마이트너와 그녀의 조카 오토 프리슈(Otto Frisch, 뒤늦게 우라늄 핵분열 실험에 합류했다)는 실험 결과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을 맡았다. 1938년에 한과 슈트라스만은 핵분열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듬해에 마이트너와 프리슈는 핵분열이 일어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고, 논문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마이트너는 이 논문에 핵분열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핵분열을 증명한 공로는 오토 한에게 돌아갔고, 그는 1944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한은 마이트너와 슈트라우스의 공로를 부인했다. 한은 한술 더 떠서 마이트너를 동료가 아닌 조수였다고 주장했다. 리제 마이트너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모두 겪은 바람에 핵분열을 발견한 업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92년 독일에서 109번 원소가 만들어졌는데, 마이트너의 이름을 딴 마이트너륨(Meitnerium, Mt)’으로 명명되었다


저자는 남성 중심적 과학을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마이트너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214쪽에 마이트너륨이 딱 한 번 나오지만, 이 원소의 화학적 성질에 대한 설명이 없다. 심지어 마이트너가 한과 함께 91번 원소 프로탁티늄(protactinium, Pa)을 발견한 사실조차도 언급하지 않았다. 프로탁티늄은 방사능 독성이 강해서 소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소다. 마이트너륨은 반감기가 아주 짧아 금방 분해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이 밝혀지지 않은 특수한 원소다저자는 산업적인 가치와 연구 가치가 높은 원소들이 발견되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원소들(110~118번 원소)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빈약하다. 마이트너륨처럼 이름만 나온 원소들이 있다. 118개의 원소 전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세상의 모든 원소 118(시어도어 그레이 저, 영림카디널, 2012)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오시마 켄이치 저, 지브레인, 2020)을 권한다.


책에 오역으로 보이는 단어가 있다.



 파라셀수스의 사상을 따르는 파라셀수스주의의사들은 의화학파(iatrochemist)라고 불렸다. 이들은 건강이란 신체의 네 가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전부라는 옛 생각에 반대했다


(64쪽)


[원문]


 These “Paracelsian” doctors were sometimes called iatrochemiststhe word iatrochemistry means “medical chemistry’and they opposed the old notion that health was all about balancing the four humours of the body.


(The Elements: A Visual History of Their Discovery》 62, 64쪽)



‘Humour’의 뜻은 익살스러운 농담이다. 그 외에 기분’, ‘기질(氣質)’, ‘체액’이라는 뜻도 있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체액(혈액, 담즙, 점액, 흑담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봤으며 체액들의 균형을 맞추면 좋은 기질이 나타나 몸이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체액이 모자라거나 너무 많으면 병이 생긴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의 고대인들은 죄를 지으면 신이 내린 형벌을 받아 질병에 걸린다고 믿었으며 주술로 치유하려고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4원소설(, 공기, , )에 주목했고, 이에 대응하는 네 가지 체액이 인간의 몸에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의 학설은 ‘4체액설이라는 이름으로 중세에 알려져 오랫동안 정설로 자리 잡았다. ‘호르몬(hormone)’자극한다, 흥분시킨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hormao’에서 유래했다‘four humours’의 의미에 부합하는 번역어는 네 가지 체액(기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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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2-01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유, 넌 뭐 이런 어려운 책을 읽고 그랴. 쉬는 날은 푹 쉬지. 아님 어머니 도와드리거나 그러지 안쿠.><;; ㅋㅋ
암튼 새해 복 많이 받아!🥰

cyrus 2022-02-01 18:00   좋아요 3 | URL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읽어봤어요. 이번 설날 잘 쉬고 있어요. 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2-02-01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원소˝라니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만 보기 힘든 Cyrus님의 별 네개 군요~!! 고띵때 외운 주기율표가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었군요 ㅎㅎ

cyrus 2022-02-01 18:04   좋아요 2 | URL
원소가 발견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서 책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

mini74 2022-02-01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워보이지만 재미있겠어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보기드문 별 4개이기도 하고요 ㅎㅎ 원소이름이 제가 배우던 때랑 바뀌어서 넘 힘들어요 ㅠㅠ

cyrus 2022-02-02 14:26   좋아요 1 | URL
그죠? ‘나트륨’을 쓰면 옛날 사람 취급 받아요.. ㅎㅎㅎ

psyche 2022-02-03 04:45   좋아요 1 | URL
앗 지금은 ‘나트륨‘을 쓰지 않나요?

mini74 2022-02-03 12:28   좋아요 0 | URL
소듐? 칼륨은 포타슘? 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ㅠㅠ

mini74 2022-03-08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 ~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3-08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별 네개 책이 당선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

라파엘坤 2022-03-08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하라 2022-03-0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2-03-0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투표 안하셨다면, 오늘 꼭하는 거 아시지요^^

thkang1001 2022-03-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나는 20년 이상을 대구 서구(비산동, 평리동)에서 살았다. 과거의 서구를 색으로 표현하면, ‘칙칙한 회색이다. 사실 무색에 가깝다. 서구는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구역이다. 그래서 빛나고 화려한 구석이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행정구역이다.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수성구와 중구에 가야 하는데, 확실히 서구가 다른 행정구역에 비해 아파트와 문화생활 공간의 수가 적다. 최근 서구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 예전 서구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아파트가 많이 생겼다고 해서 서구는 낙후 지역이라는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금방 떼지 못할 것이다.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다고 해서 구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품질 좋은 원두커피를 마시고, 수제 디저트를 사서 먹는 것은 입이 즐거워지는 문화’를 즐기는 일이. 몇 년 전만 해도 서구에 구민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카페나 디저트 전문 가게가 없었다. 원두커피 한 잔 마시거나 마카롱을 먹으려면 번화가(중구 동성로)에 가야 했다.

 

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제 마카롱을 파는 가게가 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5분 정도 걸으면 마카롱을 먹을 수 있다니. 내가 서구에 오래 살면서 첫 번째로 가장 놀라웠던 일이 서구에 동네 책방(담담 책방)이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이고, 그 두 번째로 놀라웠던 일은 동네에 생긴 디저트 카페를 처음 알았을 때다.







 

 





 

마카롱과 그 밖의 디저트를 파는 카페 이름은 카페 클리어(Cafe Clear)’. 카페 건물이 상당히 튄다. 분홍색 건물인 데다가 카페 내부도 온통 분홍색으로 채워져 있다. 눈에 확 띄는 카페라서 그런지 건물 전체가 시내에 있다가 갑자기 서구에 뚝 떨어져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카페 근처에 지나가면 흘끗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밤이 되면 카페 클리어는 더욱 빛이 난다






 



 



건물 1층이 카페, 2층은 대여가 가능한 공간, 3층은 공방이자 카페 사장의 개인 작업실이다. 건물에도 이름이 있다. 이름은 ‘18˚(18)’. ‘18˚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반듯한 사각형 형태의 건물이 아니라 사다리꼴 형태다. 카페 사장의 말에 따르면 건물에서 살짝 기울어진 부분의 각도가 18˚에 거의 가깝다고 한다. 그리고 18˚‘18로 읽을 수 있다.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최적 온도가 18라고 한다.

 

마카롱이라 하면 작은 햄버거처럼 생긴 것이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카페 클리어의 수제 마카롱은 흔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카페 사장이 손재주가 좋아서 코크(Coque, 마카롱의 과자 부분, ‘꼬끄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아기자기하게 꾸미면서 만든다. 카페 사장이 정성과 노력을 들여 만든 마카롱의 비주얼을 보면 먹기 아깝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 하루에 세 개나 먹는다. 다 먹는데 10분도 채 안 걸린다. 나는 ‘13 마카롱을 해야 만족감을 느낀다. 한 개, 두 개만 먹어도 성이 차지 않는다.

 

주문한 마카롱 세 개를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먹지만, 마카롱을 먹으면서 느낀 점을 고작 문장 한두 줄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마카롱 만드는 일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잘 알기에 마카롱 사진 한 장 올려서 맛있어서 좋아요라고 간단히 쓰는 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려는 내 성격상 용납이 안 된다. 카페 사장은 마카롱을 만드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맛있게 먹는 손님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그분은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마카롱과 디저트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지 매일 고민하고, 그 생각들을 나를 포함한 손님들에게 밝힌다. 나는 마카롱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르지만, 마카롱을 잘 만들고 싶은 카페 사장의 진심이 느껴진다

















 

* 한스 이저맨 따뜻한 인간의 탄생: 체온의 진화사(머스트리드북, 2021)

 

 


진화를 단편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강한 자가 성공적으로 진화해서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따뜻한 인간의 탄생상대방에게 체온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자가 진화와 생존에 유리했다고 주장한다. 《따뜻한 인간의 탄생》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있다. 그 원동력은 타인과 접촉해 온기를 나누면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이 책에 게젤리그(gezellig)’라는 용어가 나온다게젤리그는 네덜란드어로 아늑하다라는 뜻이다.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은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그 공간 안에 있는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느끼도록 해준다카페 클리어’는 게젤리그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공간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면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카페 사장의 친화력은 내가 카페 클리어에 자주 가게 만드는 매력이다.


나는 항상 카페 클리어에 가면 책을 읽는다. 이곳에 혼자 책 읽는 손님은 나 뿐이다. 카페 내부 공간이 넓지 않아서 다른 좌석에 앉은 손님들이 대화하는 소리와 스피커에 나오는 음악 소리가 크게 들린다. 카페 사장은 흥이 많은 쾌활한 분(요즘 말로 하면 텐션이 높은 사람이다)이라서 자신이 고른 음악에 맞춰 콧노래를 부른다그렇지만 나는 주변의 소음에 신경 쓰지 않는다. 소음은 독서의 집중력을 방해하지만, 너무 집중하면서 생기는 졸음을 막아주기도 한다(여러 곳의 카페에 가본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카페 내부에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하면 졸음이 오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예전에 손님 한 명도 없는 조용한 카페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카페에 손님들이 많이 있을수록 좋다. 그러면 아늑한 온기를 제대로 느껴질 수 있다.

















* 아쿠쓰 다카시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앨리스, 2021)

 

 


 

사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책 읽는 손님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손님은 음료 한 잔만 주문하고 몇 시간을 오래 앉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카페에 혼자 책 읽는 손님이 타인의 눈치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 집중할 줄 아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렇지만 않다.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의 저자는 카페에서 혼자 책 읽는 손님은 기본적으로 여리고 연약하며 섬세하고 순진한 존재(99)’라고 말한다1인 손님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카페 사장의 눈치를 볼 정도로 소심하다.


나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음료는 두 잔 이상 주문한다음료를 마시지 않고, 일하면 허전하다내가 생각하기에 1인 손님을 배려해주는 사장의 친절함에 보답하는 방법은 음료를 한 잔 더 주문하거나, 디저트를 또 주문하는 것이다.


아늑한 온기가 느껴지는 카페는 번창해야 한다그런 카페가 되려면 카페 사장은 손님들과 어울릴 줄 아는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적인 온기를 느낀 손님은 음료와 디저트를 더 주문해야 한다. 카페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단골손님은 일방적으로 서비스받기를 원해선 안 된다. 또 자신을 VIP로 착각해서 사장에게 서비스 그 이상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게젤리그가 있는 카페가 단순히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온기를 서로 주고받는 동등한 관계가 있어야 생기는 소중한 곳이다.





위에 있는 사진 세 장은 카페 클리어블로그(https://blog.naver.com/pandp486) 에서 가져왔다. 나머지 두 장의 사진은 필자가 찍었다. 이 글은 특정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작년 8월 29일에 처음 카페 클리어에 갔는데, 그날부터 지금까지(어제도 방문했고, 그곳에서 두 시간동안 이 글을 썼다) 매일 카페에 드나들면서 느낀 좋은 감정들을 한데 모은 글이다카페 사장은 손님이 주문한 디저트를 사진으로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진에 내가 주문한 디저트도 포함되어 있다. 그 사진들을 이 글에 넣고 싶었지만, 홍보성 짙은 글로 오해받기 싫어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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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24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cyrus님께서 내시는 책에, 이 까페 클리어의 사진이나 까페 이름이 ˝thanks to˝하며 올라갈지 모르겠네요^^ 저도 프랜차이즈 대형 커피숍에서는 시간 마다 주문하지 않아도 작은 까페에서는 반듯이 따블로 주문해요^^ 그래야 다음에 또 맘 편히 갈 수 있으니까요

cyrus 2022-01-25 20:39   좋아요 2 | URL
클리어가 제겐 정말 소중한 곳이에요. 클리어 사장님이 단골을 잘 대해주셔요. 제가 자주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니까 사장님 눈에는 제가 특이하면서도 흥미로워 보였던 거죠. 제가 오래 앉아도 눈치 주지 않아요. ^^

2022-01-24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5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2-01-24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카페가 정말 예뻐요. 맘에 쏙 드는 카페 찾기 쉽지 않은데 걸어서 5분 거리에 그런 곳이 있다니 부럽습니다. 거기에 1일 3 마카롱이라니 더욱 부럽네요!

cyrus 2022-01-25 20:41   좋아요 2 | URL
카페에 너무 자주 가서 혈당 올라갈까 봐 걱정입니다.. ^^;;

그레이스 2022-01-24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카롱색이네요♡

cyrus 2022-01-25 20:42   좋아요 2 | URL
카페 사장님이 핑크색을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건물 전체에 본인 취향을 듬뿍 넣어 꾸몄어요. ^^

페넬로페 2022-01-24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페 클리어의 분위기가 따뜻하고 좋네요.
저런 곳에서 진한 커피에 마카롱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워낙 카페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오히려 대화 나누기가 더 조심스러워요~~
최근에 제가 자주 가는 책 발전소가 폐업해 아쉬워요~~맘에 드는 카페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더라고요^^

cyrus 2022-01-25 20:48   좋아요 3 | URL
클리어 내부가 좁아요. 처음에 혼자 책 읽었을 때 대화하는 손님들 눈치를 봤어요.. ㅎㅎㅎ 클리어 사장님의 관심과 보호(?) 덕분에 지금은 편안하게 제 할 일 합니다. ^^

프레이야 2022-01-25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색감이 특이한 디저트카페군요. 웨스앤더슨이 떠오르는 색감입니다. 마카롱 만들기가 진짜 어렵다고 들었어요. 저라면 세 개 오 분 안에 흡입 가능합니다 ㅎㅎ 대구 가게 되면 가보고 싶은 카페입니다. 찜! 홍보면 뭐 어때요 ㅎㅎ 그정도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좋은 곳 소개하는 건데요. 책도 다른 뭐도 다 홍보성 아닌가요 그렇게 보면. ㅎㅎ 하여튼 너무 올바른 사이러스님. ^^ 오랜만의 페이퍼 반가워서 아우성입니다.

cyrus 2022-01-25 20:49   좋아요 3 | URL
클리어에 오게 되면 디저트와 음료는 제가 사겠습니다. ^^
클리어를 처음 알기 전에 편의점에 파는 마카롱을 사 먹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디저트를 먹고 싶으면 무조건 클리어에 갑니다.

바람돌이 2022-01-25 0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다리꼴의 건물이 멋지네요. 카페 내부는 너무나도 분홍분홍하여 저라면 책은 안읽힐듯요. 저는 마카롱은 한번에 한 개 이상은 못먹으므로(너무 달아서요.) 커피가 맛있다면 가보고싶은 카페입니다. 마카롱은 눈으로 즐기고요. ^^
옛날 프랑스에서는 디저트로 마카롱을 내놓는게 부의 상징이었대요. 왜냐하면 이게 설탕과 우유로 머랭을 쳐야 하는데 그게 장난아니게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마카롱을 내놓는건 우리집에는 머랭만 치는 하녀가 있다는, 그래서 진짜 하인들이 많다는 표시였다죠? ㅎㅎ

cyrus 2022-01-25 20:53   좋아요 3 | URL
그죠? 처음 클리어에 갔을 때 분홍색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졌어요. 그때 손님이 저 혼자였는데 책 읽고 있으니 뻘쭘했어요. ^^;;

새파랑 2022-01-25 0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페가 예뻐서 책이 안읽힐거 같은데요? ㅋ 저도 그래서 눈치안보게 프렌차이즈 카페로 주로 가게 되더라구요.

cyrus 2022-01-25 20:56   좋아요 4 | URL
제가 분홍을 좋아하는 사실을 클리어에 가게 되면서 처음 알았어요. 클리어 같은 곳에서 혼자 책 읽고, 공부하는 손님을 본 적이 없어요. ^^;;

살리에르 2022-01-25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좀 있으면 서대구역이 완공되는데 여러 시설들도 들어오면 서구도 색깔있는 지역이 될껍니다..^^

cyrus 2022-02-01 04:28   좋아요 1 | URL
네, 눈에 띄는 변화가 있겠죠? ^^

mini74 2022-01-25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서구가 맞나요 ? ㅎㅎ 넘 예쁩니다. 따뜻한 자가 진화와 생존에 유리하다는 주장 맞는 거 같아요. 그러나 저는 수족냉증 ㅠㅠ

cyrus 2022-02-01 04:30   좋아요 1 | URL
저도 수족냉증 있어요. 그래서 책 읽거나 글 쓸 때 집보다는 따뜻한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요. 난방비를 아껴야해서 보일러를 계속 켤 수 없어요.. ㅠㅠ

조그만 메모수첩 2022-04-1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 클리어, 조만간 방문 ‘미션 클리어’(죄송합니다…) 해야겠어요. 너무나 제 취향이예요!!

cyrus 2022-04-11 20:44   좋아요 1 | URL
메모수첩님이 대구에 사시죠? 시간 있으면 주말에 클리어에 오세요. 사진 찍기 아주 좋은 곳이랍니다. 제가 토요일에 그곳에서 일해요.. ㅎㅎㅎ 일요일은 독서모임이나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이상 클리어에 죽치고 앉아 있어요.. ^^;; 방문하고 싶으면 저에게 미리 알려주세요.

조그만 메모수첩 2022-04-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최해성책장 완전 기대 중이예요
 
익스트림 물리학 -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옌보쥔 지음, 홍순도 옮김, 안종제 감수 / 그린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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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수학 없는 물리라는 물리학 교재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학 없는 물리번역본은 12판이다. 제목만 믿고 이 책을 고른 사람들은 십중팔구 수학을 싫어할 것이다. 이 책에도 각종 수식이 나온다. 수학 없는 물리의 원제는 ‘Conceptual physics’. 원제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개념적 물리학이다. 수학 없는 물리를 쓴 폴 휴잇(Paul G. Hewitt)은 자신의 책으로 물리학을 공부하려는 독자들에게 수식을 외우는 것보다 물리학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라고 당부한다. ‘Conceptual physics’의 국역본 제목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수학보다 물리라고 붙여주고 싶다.


수식이 아예 나오지 않는 물리학 교재가 이 세상에 단 한 권이라도 있을까? 수학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간절히 원하겠지만, 그런 책으로 공부하면 광범위한 물리학의 세계에 접근할 수 없다. 수학 없는 물리학은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이다. 수학이라는 효모가 있어서 물리학은 점점 부풀어 올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응집물질물리학, 반도체 물리학, 핵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어제 나온 따끈따끈한 과학책인 익스트림 물리학의 부제는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부제를 믿지 마시라. 여기도 수학 용어와 수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수식은 물리학을 거들 뿐이다.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제쳐도 된다. 익스트림 물리학은 수식을 건너뛰면서 읽는 과학책이다. 중국의 과학 강사 옌보쥔(严伯鈞)수학이라는 장벽 앞에 두려워서 물리학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수학 공식을 이용하지 않고도 물리학을 명백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수식 대신에 사용한 도구는 극한적 사고(limit thought). 극한적 사고란 조건 변수를 극한으로 설정해 놓고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이론에 비추어 추론하는 일이다. 극한적 사고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과 비슷하다.

 

조건 변수를 극한으로 설정하면 물리적 현상들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면 물체를 빛의 속도와 가까울 정도로 아주 빠르게[극쾌(極快, the fastest)] 운동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우주의 범위를 크게 봐야지[극대(極大, the largest)]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 개념인 휘어진 시공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운동하는 물체의 질량을 아주 무겁게 만들면[극중(極重, the most massive)] 시공간의 휘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자가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원자는 입증 불가능한 존재였고, 과학자들은 원자를 부정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를 보여주지도 않고, 실제로 있다고 주장만 하는 원자론자들의 말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다행히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시적 세계[극소(極小, the tiniest)]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원자의 존재가 입증되었다. 미시적 세계에 대한 인식 없이는 원자를 이해할 수 없다. 온도를 아주 높게 하거나[극열(極熱, the hottest)], 반대로 절대 0도까지 온도를 많이 낮추면[극냉(極冷, the coldest)] 특별한 물리적 현상이 생긴다.

 

익스트림 물리학을 펴낸 출판사는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그린북이다. 출판사는 익스트림 물리학이 기본이 부족한 이공계생들을 위한 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학생들이 읽기 편하지 않다. 익스트림 물리학에는 73명의 위대한 과학자, 47가지 물리학 원리와 정리, 25개의 물리 실험과 사고실험, 44가지 물리학 이론과 541개의 물리학 · 수학 개념이 나온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인명과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든 색인이 없다. 색인이 있으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도 용어를 단번에 찾을 수 있다. ‘색인 없는 책은 마음 가는 대로 아무 데나 골라 읽는 자유를 억압한다.

 

책의 역자는 과학 비전공자다. 물리학 교사가 책의 감수를 맡았지만, 책 곳곳에 미흡한 점이 여러 개 보인다. 특히 용어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v는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 D는 은하 사이의 거리, H는 허블 상수이다. 허블 상수는 약 70km/(s·Mps)이다. 파섹(pc)거리의 단위3.26광년이다. (121)

 

 

파섹은 우주공간에서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

 

 

 지구 자전의 영향 때문에 지표면에 있는 전향력(Coriolis force, 코리올리의 힘, 물체가 떨어질 때 휘어지는 힘-옮긴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79)

 

 

전향력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회전하는 물체의 표면 위(자전하는 지구의 지표면)에 있는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떨어질 때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이다. 전향력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체의 방향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걸까? 왜냐하면 전향력은 회전하는 물체에 의해서 생기는 실재의 힘이 아니라 가상의 힘이기 때문이다. 전향력을 물체가 떨어질 때 휘어지는 힘으로 대충 설명하면, 독자는 전향력이 실제로 일어나는 힘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갈릴레이의 자유낙하 실험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 꼭대기에 서서 무거운 쇠공과 가벼운 나무 공을 들고 두 개를 동시에 떨어뜨렸더니 무거운 쇠공과 가벼운 나무 공이 같이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이 실험을 통해 낙하하는 물체의 속도는 질량과 관계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181)

 

 

갈릴레이 위인전에 꼭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실험으로 알려졌지만,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 올라 자유낙하 실험을 한 적이 없다.

 

 

 힉스 입자(Higgs boson)는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이다. 질량이 없으면 중력도 있을 수 없다. 중력이 없으면 천체가 형성될 수 없다. 항성도, 행성도, 지구도, 생명도 생겨날 수 없다. 힉스 입자가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계도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서구 종교계에서 주장하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로 불린다. (463)

 

 

힉스 입자의 별칭인 신의 입자는 미국의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Leon M. Lederman)과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딕 테레시(Dick Teresi)가 함께 쓴 책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레더만은 처음에 자신의 책 제목을 ‘Goddamn Particle(빌어먹을 입자)’로 정했다. 책이 나올 당시에 힉스 입자는 발견하기 힘든 입자였고, 힉스 입자를 찾아서 검증하는 일은 물리학자들 앞에 놓인 난제였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빌어먹을 입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Goddamn’‘God’로 수정했다. 힉스 입자의 역할은 세상을 만든 창조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힉스 입자는 신 그 자체다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유신론자는 과학사를 새로 쓴 LHC(대형강입자충돌기)의 힉스 입자 발견에 숟가락을 얻지 말기를. 바뀐 책 제목 때문에 실제로 기독교 인사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힉스 입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근거라면서 김칫국을 마신 적이 있었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23쪽






 우주에는 대기층이 없어서 허블 우주 망원경은 대기층의 교란을 받지 않고 더 많은 빛과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주1]



[주1] 원서는 2020년에 발간되었다. 그래서 허블의 뒤를 이을 차기 우주 망원경에 대한 언급이 없다. 1990년에 발사된 허블 우주 망원경은 총 다섯 번의 정비를 받으면서 관측기기가 교체되었다. 20211225일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었다. 제임스 웹(James Webb)NASA 2대 국장의 이름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허블보다 집광 면적이 넓은 반사경이 장착되었는데 허블이 관측할 수 없는 아주 먼 우주공간과 적외선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 133쪽


 빅뱅 이론은 1927년 벨기에 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르트(Georges Lemaître)가 처음으로 제시됐다.[주2]



[주2] 조르주 르메트르는 가톨릭 사제이기도 하다. 2018년에 개최된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우주 팽창을 주장한 르메트르의 업적이 인정받아 허블의 법칙에서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허블과 르메트르보다 먼저 우주 팽창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은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이다. 1922년에 프리드만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프리드만 방정식을 이용한 우주 팽창 모델을 제시했지만, 1925년에 사망하는 바람에 그의 업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 266





아인슈타인: 나는 자네(플랑크)처럼 젊지 않아.[주3]




[주3] 막스 플랑크(Max Planck)1858년에, 아인슈타인은 1879년에 태어났다. 아인슈타인은 자신보다 21살 많은 대선배인 플랑크에게 반말할 수가 없다.





* 295



 


플랑크상수(Plank constant) [주4]  




[주4] 철자 오류→ Planck constant

 




* 377





우라늄-23514세 개[주5]의 중성자를 가진 방사성 동위원소임.



[주5] ‘143의 오자. 143개의 중성자가 있어 원자 질량이 23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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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8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없는 물리>랑 <Conceptual physics>는 좀 괴리가 있는거 같아요 ㅋ [주3]은 재미있네요 ^^ 고등학교 때 물리를 선택했긴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하나도 모르겠네요 😅

cyrus 2022-01-19 22:52   좋아요 1 | URL
상대성이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성이론이 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ㅎㅎㅎ 잊을만하면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봐요. ^^

얄라알라 2022-02-06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4세 개...오자는 1글자이지만 내용을 확 다르게 전달하네요^^:;;어쩜 이리 꼼꼼히 독서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