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는 인구 30만 명 안팎의 작은 나라지만 가진 것이 많고,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눈부시도록 하얀 만년설과 빙하, 지금도 활활 끓어오르는 화산들, 거기에 ‘밤하늘의 커튼’ 오로라까지 볼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밤하늘의 오로라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아이슬란드는 북극권 바로 아래에 있는 곳이라서 국토의 절반이 빙하로 덮여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실내 생활에 익숙하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했고, 아이슬란드는 세계적인 ‘애서가의 나라’가 되었다. 온 국민이 책을 좋아하다 보니 아이슬란드에서는 1년 내내 책 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 인기 선물로는 언제나 책이 1위를 차지한다.

 

내 독서 습관은 아이슬란드 사람들과 비슷하다. 휴일에는 방에 책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보다는 나 혼자서 노는 것(책 읽기)을 좋아한다. 휴일에 내가 주로 가는 곳은 도서관, 서점, 헌책방이다.

 

 

 

 

 

 

 

 

 

내일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모임 겸 송년회가 있어서 주말과 크리스마스에 가오싱젠(高行健)《창작에 대하여》(돌베개) 1부까지만 읽었다. 가오싱젠은 200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출신의 프랑스 작가다. 그는 극작가, 무대 연출가, 소설가, 화가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국 문화혁명이 일어난 이후에 가오싱젠은 마오쩌둥 정부에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 때문에 그는 중국당국의 밀착 감시를 받게 됐다. 당국의 감시가 심해지자 가오싱젠은 1987년에 중국을 떠나 이듬해에 정치적 난민 신분으로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고 곧이어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창작에 대하여》는 가오싱젠이 생각하는 ‘문학’, ‘소설’, ‘미학’, ‘예술’의 의미를 정리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예술과 문학이 국가 권력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되며, 예술가와 작가 개인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예술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가오싱젠 《창작에 대하여》 (돌베개, 2013)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2001)

* 심상욱 《J. D. 샐린저 생애와 작품》 (동인, 2011)

* 김성곤 《J. 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살림, 2005)

 

 

 

 

가오싱젠의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돼서 오랜만에 J. D.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호밀밭의 파수꾼》(민음사)도 읽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은 여러 종이 있는데, 민음사 판본은 오역이 많은 편이다. 수중에 있는 번역본이 민음사 판본뿐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읽었다. 샐린저의 책을 펼친 이유는 샐린저의 문학 세계를 제대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된다. 1월 1일은 샐린저가 태어난 날이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 읽을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선정 도서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추천했다. 올해 모임에 꾸준히 참석(9월에 딱 한 번 불참했다)한 덕분에 문학 분야 책 1권과 비문학 문야 책 1권을 추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됐다.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내년 1월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추천했다. 1월은 샐린저의 달이다. 1919년 1월 1일에 태어나 2010년 1월 27일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내가 추천한 두 권의 책(나머지 한 권은 《여성의 진화》)을 포함해서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후보 도서는 총 15권이다. 한 사람당 4권의 책을 골라서 투표할 수 있고 투표 결과에 따라 총 8권의 책이 내년에 읽게 될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선정 도서로 결정된다. 12월 20일부터 24일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사흘 동안 투표가 진행되었는데, 《호밀밭의 파수꾼》이 9표를 받았다. 당연히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과 《여성의 진화》(에이도스)에 한 표씩 투표했다. 아직 결정이 난 건 아니지만, 내년 1월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선정 도서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확실하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아홉 가지 이야기》 (문학동네, 2004)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문학동네, 2004)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프래니와 주이》 (민음사, 2015)

 

 

 

지난주부터 어제 크리스마스까지 샐린저의 작품들과 샐린저의 문학론을 정리한 책들을 연달아 읽었다. 예전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샐린저의 진가와 그동안 과장되어 왔던 평가에 가려진 ‘한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 달에는 샐린저에 대한 글을 여러 편 써보려고 한다. 일단 1월 1일에 《호밀밭의 파수꾼》 리뷰를 공개하는 것이 내 첫 번째 과업이다. 몇 년 전에 《호밀밭의 파수꾼》 리뷰와 샐린저의 소설들에 대한 감상문을 쓴 적이 있지만, 지금 이 두 편의 글을 다시 보니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주관적인 해석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과거의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 한 권만 가지고 샐린저를 단정적으로 평가했다. 샐린저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아홉 가지 이야기》(문학동네), 《프래니와 주이》(민음사),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문학동네)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을 읽어야 하는데, 그 중에 ‘글라스 일가(Glass Family)’ 사람들이 나오는 작품들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샐린저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소설인 『하프워스 1924년 16일』까지 포함하면 읽을거리가 많다. 샐린저를 알기 위한 독서 코스는 《호밀밭의 파수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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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28 16:49   좋아요 0 | URL
오늘 새벽 12시 조금 넘어서 송년회가 마무리되었는데, 잠을 늦게 자서 그런지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네요.. ㅎㅎㅎㅎ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ㅎㅎㅎ 그래도 어제 정말 즐거웠어요. ^^

페크pek0501 2018-12-2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인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오디오로 들었어요. 한 달 가량 쭉 들었었죠. 좋은 작품입니다.
저는 내년 1월에 읽을 책으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택했어요. 이미 사 두었고 6백쪽이 넘어서 부담은 되지만 올해 9백쪽 가량의 위대한 유산 1, 2를 읽었으니 그것도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있어요.
내년 1월 1일의 리뷰, 파이팅입니다.

cyrus 2018-12-31 11:06   좋아요 1 | URL
주말에 놀아서 글을 쓰지 못했어요. 1월 1일에 글을 공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매주 월요일(저녁 730분부터 930분 또는 10시까지)카페 스몰토크에서 (페미니스트) 회원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밖에도 레드스타킹은 명사 강연, 영화제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스몰토크에서 레드스타킹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작년에 페미 부흥회라는 이름으로 송년회가 열렸는데요, 회원이 아닌 분들도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송년회는 외부 인사를 받지 않고, 회원들과 함께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쁘셔서 한동안 보지 못했던 회원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송년회인데 당연히 음식과 술이 빠질 수 없죠. 요즘 연말 모임 문화의 트렌드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입니다. 포틀럭 파티는 여러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 나눠 먹는 미국식 파티 문화입니다. 저는 닭강정을 사왔습니다. 맥주를 마시려면 닭고기가 없으면 안 되죠. 연어, 무침 회를 사 온 분도 있었습니다. 음식 사진에 안 나왔지만, 포도주와 위스키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음식이 많았어요. 사진에 나온 음식들을 다 먹은 뒤에 달콤한 디저트를 먹었습니다.

      

동영상을 만들 줄 아는 회원이 올해 레드스타킹 활동을 담은 기록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분 혼자서 몇 개월 동안 손수 촬영하고, 영상을 편집했습니다. 행사(8월에 있었던 정희진 님의 강연. 이 행사 하나만을 위해 회원들 모두 열심히 준비했고, 고생했습니다)를 열심히 준비하는 회원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니 새삼 그분들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는데, 여기 블로그에 공개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내년 119일 토요일에 레드스타킹 회원들과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기로 했어요. 회원들은 그날에 볼 영화를 고르기 위해 논의했습니다. 레드스타킹에는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영화를 즐겨 보는 회원들이 있어요. 저는 책 바보라서 영화에 대해선 잘 몰라요. 그래서 저는 영화 마니아들의 안목을 믿습니다. 이분들의 안목이 얼마나 대단하냐면요, 독립영화를 즐겨 보는 것을 넘어서 독립영화 감독들의 필모그래피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로 남다른 내공이 있어요. 또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외국 페미니즘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자막 없이도 영화를 보는 분들입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레드스타킹 회원들과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행사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레드스타킹 회원들 덕분에 책 읽는 시야를 더 넓혔을 뿐만 아니라 책 밖에 있는 페미니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페미니즘 공부는 레드스타킹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어요. 레드스타킹을 처음으로 알기 전에 했던 페미니즘 공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페미니즘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지 일 년도 채 안 됐습니다. 올해 초에 시작한 레드스타킹 활동이 제겐 소중한 경험입니다. 평생 가슴속에 간직할 특별한 보물을 얻은 기분입니다.

 

 

 

 

 

 

 

 

내년 17일 월요일부터 레드스타킹은 케이트 밀렛(Kate Millett)성 정치학(이후) 번역본을 읽습니다(일정과 선정 도서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량은 1장(~70쪽)까지입니다. 참석 신청은 @hippie_yolo 계정으로 DM 보내주세요.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분은 여기 댓글로 알려주셔도 됩니다.

 

 

 

 

 

 

 

 

[제목 주] 로버트 풀검의 책 제목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RHK)를 패러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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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2-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풍이라면서 그런 거 먹어도 되나?
하긴 한번쯤 먹었다고 크게 저어될 건 없겠지.
이럴 때 안 먹으면 언제 먹겠니?ㅎ
아무튼 모처럼 신나는 저녁이었겠구만.^^

아, 그런데 너는 뭐 입고 갔니?
저기 빨간 티셔츠 팔뚝 네거냐?ㅋ

cyrus 2018-12-19 12:59   좋아요 0 | URL
그 날 캔맥주 1개, 포도주 다섯 잔 정도 마셨어요. ㅎㅎㅎ

빨간 티셔츠 팔뚝은 다른 분입니다. 레드스타킹 인스타에 가면 제 얼굴이 나오는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어요. ^^

stella.K 2018-12-19 14:56   좋아요 0 | URL
계속 서서 맥주 마시고 있는
안경 낀 형제가 너냐?ㅎㅎ

cyrus 2018-12-19 17:45   좋아요 1 | URL
네, 맞아여 ㅎㅎㅎㅎㅎ

stella.K 2018-12-19 18:08   좋아요 0 | URL
그런데 알라딘 기네스 봤지?
너랑 내가 남의 글에 댓글 가장 많이 단 사람
1, 2위야. 그거 보고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난 남의 페이퍼에 댓글 많이 안 단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이어서 2연패야.ㅋㅋㅋㅋㅋ

난 꼭 이런 쓰잘떼기 없는 거에 연패를 하고 그더더라고.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거나.
친구 가장 많이 당한 사람이나 땡스투
뭐 이런 영양가 있는 거는 안 되고. 췢!

cyrus 2018-12-20 17:00   좋아요 0 | URL
저는 알라딘 연말 통계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서 감흥이 없어요... ㅎㅎㅎ
알라딘 내에 글을 많이 썼거나 서재 즐찾 수 많은 게 그리 대단한 일 아니잖아요.
알라딘 밖에 나가면 대단한 분이 많아요. ^^

2018-12-18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19 13:00   좋아요 0 | URL
내년에도 이런 푸짐한 모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
 

 

 

이틀 전(1022)에 참석했던 독서 모임 후기입니다.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캘리번과 마녀함께 읽기세 번째 시간에는 3(대 캘리번 : 반란자의 신체에 대한 투쟁)4(유럽의 대 마녀사냥, ~266) 절반을 읽었습니다.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는 여성의 신체를 통제의 대상, 재생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국가의 권력이 자본주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

 

 

중세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급부상한 부르주아지(bourgeoisie, 지배 계급)는 농민들이 이용하던 공유지에 울타리를 세워 타인의 사용을 막음으로써 사유화했습니다. 인클로저(enclosure)는 자본주의가 자연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는 첫 단계였습니다. 한순간에 생계 수단을 잃은 농민들은 빈농으로 전락했으며 이로 인해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공유지를 통해 공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은 임금을 받지 않으면서도 가정의 재생산 노동을 하게 됐습니다.

 

이 혼란의 시기에 국가는 여성을 포함한 농민들의 불만과 저항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기획(4246)을 시도합니다. 국가는 여성을 남성보다 더 열등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마녀사냥을 일으킵니다. 국가가 주도한 정치적 기획’, 즉 마녀사냥은 자본주의의 확산과 국가의 대대적인 통제에 저항하는 여성을 공격한 집단적 폭력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성이 강조되던 17세기에 활동한 지식인들은 마녀에 대한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했고, 마녀 박해를 부추겼습니다. 과학적 · 철학적 합리주의가 발전했던 그 시절에 지식인들은 왜 마녀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 [안 읽은 책]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나남출판, 2008)

*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문예출판사, 1997)

 

    

 

페데리치는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데카르트(Descartes)의 철학을 분석하면서 신체를 바라보는 두 철학자의 인식이 어떻게 국가와 지배 계급의 입맛에 맞는 통치술에 반영되었는지 보여줍니다. 홉스와 데카르트는 인간의 신체를 이성과 자유 의지에 무관한 물리적인 물질로 인식했습니다. 그들의 눈에 신체는 자율적인 힘이 없는 기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신체에 대한 홉스와 데카르트의 입장은 기계론적 철학으로 발전했고, 이 철학은 개인의 신체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는 기계론적 철학을 근거로 여성의 신체를 출산 기계로 만드는 규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유지 박탈 이후로 농민들은 지배 계급 밑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했고, 스스로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무산계급)가 되었습니다. 농민들의 노동 거부는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할 정도였고, 지배 계급은 무산계급을 강제로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빈민이나 부랑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님은 이때부터 노동 거부를 나태한 행동으로 여겼으며 일하지 않는 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녀사냥을 부추긴 지배 계급은 마법을 노동을 거부하는 반항적 행위로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자는 주류(임금을 받고 일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었고, 무임금 재생산 노동을 하면서 약초에 관심이 많은 여성은 일하지 않고 마법에 심취한 마녀로 낙인찍혔습니다.

    

 

 

 

 

 

 

 

 

 

 

 

 

 

 

* [안 읽은 책] 피터 싱어 동물 해방(연암서가, 2012)

 

    

 

몸과 영혼을 분리해서 보는 기계론적 철학은 허점이 많은 논리가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신체를 함부로 대하는 비정한 시선은 남아 있습니다. 시신 앞에서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를 한 해부학과 실습 학생들이 있었고, 경찰은 유가족의 동의 없이 백남기 씨의 시신을 부검하려고 했습니다. 데카르트는 동물이 인간처럼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부정하기 위해 동물을 해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물은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확신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생각이고, 데카르트의 동물 해부는 동물 학대에 가까운 일입니다. 님은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학대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반대한다면서 여성 차별과 동물 차별은 별개의 문제가 아닌 동등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과학이든 철학이든 학문은 국익을 앞세우는 논리나 지배 계급의 통치 이데올로기에 갇혀선 안 됩니다. 국익과 지배 계급 권력 유지를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학문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란 이름 아래에 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않으며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캘리번과 마녀를 읽으면 과연 학문은 누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성의 신체를 국가의 통제 속에 두려는 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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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주로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외출을 해봤자 도서관이나 서점, 헌책방에 가보는 정도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도서관에 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살펴봤거나 읽고 싶은 책 몇 권 빌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날은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도서관에 큰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그 행사에 참여한 지인들을 만나려고 갔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대구 범어도서관에서 ‘수성인문학제’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 책방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밖에도 ‘물레책방’‘시인보호구역’도 수성인문학제에 참여했습니다. 네 개의 책방 모두 다 가봤던 곳입니다. 범어도서관 건너편에 수성경찰서가 있는데요, 경찰서 지나는 길을 따라가면 물레책방을 만날 수 있어요. 시인보호구역은 정훈교 시인이 문을 연 책방이에요. 이곳은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이 모이는 ‘인문 예술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탐’과 ‘읽다’가 야외 부스 행사를 통해서 소개된 건 처음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서탐’과 ‘읽다’는 대구를 대표하는 책방입니다. 책방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크고 작은 문화행사와 다양한 소모임을 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책방 부스 행사는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서탐’과 ‘읽다’ 책방지기 두 분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했습니다. 저는 오후 1시경에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섰는데요, 버스를 타고 가면 도서관에 도착하는 데 40분 정도 걸립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일찍 갈 걸 그랬어요. 제가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우주지감’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시는 쌤 한 분이 부스를 지키고 있었어요. 지난달 독서모임에 개인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거의 두 달 만에 ‘우주지감’ 쌤들을 뵙게 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행사가 마칠 때까지 부스를 지켰습니다. 부스 안에만 있으니 기분이 묘했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책방 부스 행사에 가면 ‘손님’의 위치에 있었거든요. 부스 안에 있으니 부스 밖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로워 보였어요. 책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책방지기님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손님 한 분을 봤어요. 마치 ‘손님’이 되어 부스를 찾아온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오전에 일찍 부스를 찾은 ‘우주지감’ 쌤 한 분이 그림엽서 다섯 장을 사주셨어요. 그림엽서는 ‘읽다’에서만 살 수 있는 굿즈입니다. 오늘 월요일은 ‘읽다’ 그림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엽서에 그려진 그림들은 ‘읽다’ 그림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직접 그렸어요. 저는 그림엽서를 책갈피로 씁니다. ‘읽다’ 책방 전면이 그려진 그림엽서가 제일 맘에 듭니다. 이 그림엽서를 책갈피로 쓰면 책을 읽다가도 책방에 가고 싶거나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겠죠?

 

 

 

 

 

 

 

 

 

 

 

 

 

 

 

 

 

 

이번 달에 나온 《THANKSBOOK(땡스북)》 29호에 ‘읽다 익다’ 책방지기 오은아 님의 글이 실려 있어요. ‘엄마는 꿈 짓는 책방지기’라는 이름으로 은아 님의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동네서점이 돌아오고 있다 - 읽다익다 책방 편]

땡스기브, 2018년 10월 10일

https://blog.naver.com/tgive/221374766556

 

 

사진은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저도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만, 사진을 찍을 때면 제 눈은 ‘똥눈’이 되는지라 그 날의 생생함을 제대로 담지 못했어요.

 

‘서재를 탐하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daegu/

 

‘읽다 익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kdd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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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5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5 17:13   좋아요 1 | URL
아무 것도 안 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부스 행사가 오후에만 편성되어 있어서 시간이 짧게 느껴졌어요.

2018-10-15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5 17:14   좋아요 0 | URL
지기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지킴이 역할을 했어요.. ㅎㅎㅎ

세상틈에 2018-10-1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대구 동네서점부터 쭈욱 투어를!!!

cyrus 2018-10-16 07:49   좋아요 0 | URL
대구에 있는 책방이나 서점을 소개하는 방송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레삭매냐 2018-10-1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로컬 서점 붐이 다시 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요.

모두 부자되세요하던 정권에서는 아
무도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cyrus 2018-10-16 11:41   좋아요 0 | URL
경기가 좋아져도 책 읽는 사람은 늘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지니까요. ^^;;

읽다익다 2019-08-1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이 글을 이제서야 읽은걸까요. 꾸준한 관심과 올려주시는 글 넘 감사합니다 샘^^

cyrus 2019-08-16 11:16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어떻게 찾으셨어요? ㅎㅎㅎㅎ 쌤 덕분에 작년에 쓴 글을 다시 보게 되네요. ^^
 

 

 

2018년 수성인문학제가 열리는 중 마지막 행사 날 체험부스에서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날짜 : 2018. 10. 13. 토요일

시간 : (1부) 낮 12시~4시

장소 : 범어도서관 야외분수광장 & 주차장

대구 참여책방 : 물레책방, 서재를 탐하다, 읽다익다, 시인보호구역

 

 

 

 

서재를 탐하다 도서 전시&판매

 

 

1. 주제 : 엄마, 서재를 탐하다

 

#엄마의 서재

#나를 찾는 시간

#공부

#꿈

#참교육

#인간답게 산다는 것

#함께 보는 그림책

 

2. 책방 모임 안내

3. 소품 판매 및 무료 나눔

 

 

 

 

※ 공지 글과 사진은 ‘서재를 탐하다’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서재를 탐하다 http://blog.naver.com/kuki00

읽다 익다 http://ikdda.com/

 

 

 

 

 

이번 달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참여 신청 방법)은 ‘우주지감’ 공식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ej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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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3 09:35   좋아요 0 | URL
저는 오전에 일이 있어서 오후 1~2시 사이에 범어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봬요! ^^